알라딘에 접속하니 이 이벤트를 보고 한참을 고민했다. 딱 네권?  이건 불가능한데? 어떻게 그 많은 책중에 딱 네권을 고를수가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고민하다가...  그래도 한번 골라보자고 하고 하루 종일 생각을 했다.


일단 내가 너무 좋아하는 ‘키‘ (‘쿠‘ 포함)로 끝나는 작가의 작품은 제외했다. ‘하루키‘, ‘도스토예프스키‘, ‘소세키‘ 그리고 ‘슈사쿠‘. 이 작가들의 작품들중 좋은 작품 네권만을 꼽는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이 작가들의 작품을 빼고 나머지 네권을 골라봤다. 키워드는 내가 좋아하는 감정이다.


˝그리움, 외로움, 기다림, 아쉬움˝




1. 크리스티앙 보뱅의 <그리움의 정원에서> : 그리움

이 책보다 그리움을 잘 표현한 작품은 생각할 수 없고 앞으로도 이 책보다 그리움을 잘 표현할 작품은 앞으로도 없을거라 생각한다. 내기준에서.

[지슬렌, 너는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너로 인한 그리움과 공허와 고통마저도 내 안으로 들어와 나의 가장 큰 기쁨이 된다. 그리움, 공허, 고통 그리고 기쁨은 네가 내게 남긴 보물이다. 이런 보물은 결코 고갈되지 않는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죽음의 시간이 올 때까지, ‘지금‘에서 ‘지금‘으로 가는 것뿐 이다.] p.110




2. 윌리엄 트레버의 <윌리엄 트레버 단편> : 외로움

만약 나에게 최고의 단편작가를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윌리엄 트레버를 꼽을거다. 국내 출판된 트레버 작품은 모두 다 좋지만 딱 한권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이 단편집을 선택하겠다. 일단 국내 출판된 그의 책중 가장 많은 단편이 수록되어 있어서 오래 읽을수 있다. 트레버의 작품을 읽다보면 왜인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냥 외로워진다.

[이 작은 도시에서 나는 혼자 사는 이상한 남자다. 사람들은 내가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채 자라서 이렇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나처럼 자란 사람은 병적인 상상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내가 아는 거라고는 이 해변 도시에서, 아니 이곳을 벗어난 어디에서든 그녀만큼 내 눈앞에 실재하는 존재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녀를 위해 살면서 나는, 내가 소망하는 대로 그녀를 소유할 수 없음을 알기에 하루하루를 절망으로 보낸다. 나는 환영을 향한 육욕을 품고 있다. 이런 내 욕망은 신이 내게 보내는 조롱이며 내가 품은 사악하기 그지없는 생각을 처단하려고 신이 내리는 적절한 벌이다.]  P.296




3. 디노 부차티의 <타타르인의 사막> : 기다림

황량한 사막에서 언제 올지도 모르는, 안 올수도 있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초조함을 예술적으로 그린 작품이 바로 <타타르인의 사막> 이다.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그러면서도 기다리는 이유는 혹시나 하는 기대 때문일까? 이대로 포기하긴 아쉬운 미련 때문일까?

[사람들은 홀로 있을 때 무언가를 믿기가 어려워진다. 누군가와 그 애기를 나눌 수도 없게 된다. 바로 그 무렵,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와 상관없이 인간이란 항상 멀리있음을 드로고는 깨달았다. 누군가 고통을 겪는다면 그건 온전히 그의 몫일 뿐, 그 고통의 작은 부분이라도 다른 누군가 대신 짊어져줄 수는 없는 것이다. 누군가 괴로워할 때면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그를 사랑한다 해도 그와 똑같이 고통을 느끼지는 않으며, 바로 여기서 삶이 고독해진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P.236




4. 안드레 에치먼의 <하바드 스퀘어> : 아쉬움

이 책을 떠올리면 왠지 과거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가 떠오른다. 왜 그랬을까? 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 왜 멀어졌을까? 나를 가장 잘 이해해줬는데. 왜 포기했을까? 후회할걸 알면서. 욕심 많았던 젊은 시절에 대한 추억과 함께 아쉬움을 꺼내주는 작품이다.

[그가 떠나고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내 안에서 옥신각신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나는 그를 발견하는 일이 결코 없기를 바라면서도 끝까지 그를 찾고 싶어했다. 매사추세츠 대로를 달리고 있거나 브래틀 거리에 주차된 그의 택시를 보면 더 이상 대면하고 싶지 않은 다양한 감정과 의문들이 내 마음속에서 되살아났다.]  P.381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선택입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유행열반인 2024-04-23 2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키워드도 책표지 배색도 감각적이구만요 ㅋㅋㅋㅋ

새파랑 2024-04-23 23:19   좋아요 1 | URL
제가 검정색을 좋아합니다 ㅋ 올 블랙으로 다닙니다. 어둠의 자식....

반유행열반인 2024-04-24 00:03   좋아요 3 | URL
저돈데 ㅋㅋㅋ저랑 부모님(?)이 같군요??? ㅋㅋㅋ어둠의 자식2…

새파랑 2024-04-24 05:50   좋아요 3 | URL
빨래하기도 편하다는....

페넬로페 2024-04-24 08: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인생 네 권 고르기 힘든데
그것도 키워드별로 정리하시다니요 👍👍
저는 힘들 것 같아요 ㅠㅠ

새파랑 2024-04-24 19:45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님도 한번 골라보세요~!!!

햇살과함께 2024-04-24 09: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읽어야 할 책 4권!

새파랑 2024-04-24 19:46   좋아요 2 | URL
앗 ㅋ 그런데 제가 좀 특이 취향이라 신뢰하시믄 안됩니다 ㅡㅡ

서곡 2024-04-24 10: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감정이란 기준...멋진데요

새파랑 2024-04-24 19:46   좋아요 2 | URL
제가 좀 우울한 F 입니다 ~!!
 

김연수 작가의 장편 역시 좋았다. 이런 재미난 이야기에 감각적인 문장까지 완벽했다.

처음에는 밤새워 일하는 게 너무 지루헤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 것이었는데, 결국 나중에는 서로 상대방의 이야기에 중독 되고 말았던 것이다. 시작부터 그런 식으로 관계를 맺게 되자, 이내 도저히 이야기를 멈출 수가 없게 됐다. 이야기를 멈추게 되면. 그러니까 더이상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어진다거나, 혹은 그게 아니더라도 더이상 이야기가 하고 싶지 않게 된다면, 우리 둘의 관계는 그 순간 끊어질 것 같았다. 그리하여 이야기는 계속됐다. - P18

"생각해봐. 지금 안 보면 영영 못 보는 거야. 게다가 그 사진을 보지 않고는 네 할아버지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어. 당연하잖아 나는 한 번도 입체 누드사진이리는 걸 본 적이 없으니까. 그런 사진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는걸. 나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그러니까 북극의 오로라 같은 거야.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이해할 수가 없다고. 그러니 빨리 가서 가져와. 나머지 이야기는 그 사진 보고 나서 들을 테니까." - P20

꿈은 끝나도 마음은 오랫동안 그 주위를 서성거릴 수밖에 없는 법이다. 그런 끼닭에 인생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조금 더 오래 지속된다. - P33

"그러니까 별자리교실의 설명대로라면 저 별이 베가니까 직녀별일 테고, 저 별이 알타이르니까 견우별이겠구나. 어떻게 옛날 사람들은 저렇게 멀리 떨어진 두 별이 서로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한 걸까? 그때도 세상은 서로 그리워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던 걸까? 아무리 외로워도 여름밤이면 다들 참 마음이 편안해지고 위로가 됐겠네. 저렇게 멀리 떨어진 별들도 일 년에 한 번씩은 서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참았겠다, 그지? 고개만 들면 거기 서로를 간절히 그리워하는 별들이 보였을 테니까." - P144

무슨 일인가 일어나고, 그 순간 우리가 예전의 자신으로 되돌 아갈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인생은 신비롭다. 그런 탓에 우리는 살아가면서 몇 번이나 다른 삶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무주에서 정민과 나란히 누워 바라본 밤하늘처럼 인생은 광활하고도 끝이 없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가는 무한한 삶, 그럼에도 우리의 삶은 일생, 즉 하나다. 우리의 삶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국 미쳐버렸을 것이다. - P150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4번의 세계란? 패배하는 것은 언제나 인간일 뿐, 운명은 결코 패배하지 않으니 꿈처럼 지나가는 비극의 삶에서 살아남겠다면 먼저 웃으라는, 쓸쓸한 목관과 유머러스한 현악의 전언. 그 순간 베르크 씨는 차이코프스키가 그 교향곡을 작곡한 이래, 인류가 그 곡을 어떤 식으로 들었건 이제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그러므로 다음에 올 인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곡을 새롭게 들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220

"지금 네가 느끼는 그 세상이 바로 너만의 세상이야. 그게 설사 두려움이라고 하더라도 네 것이라면 온전히 다 받아들이란 말이야. 더이상 다른 사람을 흉내내면서 살아가지 말고." - P254

내가 한때나마 존재했었다면 그건 오직 당신 때문이었어. 얼룩무늬 소피에게 맹세했다시피, 존재가 없었다면 고통도 없었을까. 그렇다면 당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 순간이 내게는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어. 나는 그 고통을 매순간 맛보고 있어. 너무나 달콤한 고통이야. 나는 지금 하얀 숲속에 있고, 모든 것은 끝나가고 있어. 지금으로서는 그 고통을 이제 더이상 맛볼 수 없다는 게 가장 힘들 뿐이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 해. 사랑해. - P269

"어둠이 서서히 내리는 저녁이에요. 동쪽 하늘은 파랑고 거기로 별이 떠올라요. 하지만 서쪽을 보면, 아직 빛이 남아 있는 거죠. 요즘 베를린의 밤처럼 말이에요. 밤이 깊었는데도 사라지지 않는 빛. 모든게 끝이 난다고 해도 인생은 조금 더 계속되리라는 그런 느낌." - P377

우리는 인생을 두 번 사니까. 처음에는 실제로, 그 다음에는 회고담으로. 처음에는 어설프게, 그 다음에는 논리적으로. 우리가 아는 누군가의 삶이란 모두 이 두번째 회고담이다. 삶이란 우리가 살았던 게 아니라 기억하는 것이며 그 기억이란 다시 잘 설명하기 위한 기억이다. - P3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자기 자신과 친구가 되지 못한 사람은 어떤 타인에게도 우정을 기대할 권리가 없다. 자기 자신과 친구가 되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으뜸가는 의무다. 그런데 자기 자신에게 적대적일 뿐 아니라 자기를 섬기는 타인의 가장 선한 마음조차 꺾어버리고 세상에 친구 따윈 없다!‘며 다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불평까지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 P26

우정에는 두 가지 범주가 있다. 하나는 서로에게 활기를 불어넣는 관계고, 다른 하나는 활기가 있어야만 같이 있을 수 있는 관계다. 전자는 함께할 자리를 미리 마련해두지만, 후자는 일정 중에 빈자릴 찾는다. - P43

우정이든 사랑이든, 핵심은 사랑하는 이가 존재할 때 (최선의 자아까지는 아니더라도) 표현하는 자아가 꽃을 피우리라는 기대다. 모든 것은 그 활짝 핀 자아에 얹힌다. 하지만 각자의 내면에 있는 그 불안한 것, 유동적인 것, 변덕스러운 것이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 만개한 자아를 꾸준히 값아먹고 있다면 어떡해야 할까? 실은 표현을 하고 싶어하는 자아라는 가정 자체가 환상이라면? 안정적인 친밀감에 대한 열망이 -그보다 더하진 않더라도 그에 못지 않게 무진장한- 불안정해지려는 열망에 끊임없이 위협을 받는다면? 그럼 어떡해야 하는 걸까? - P8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비 딕 1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83
허먼 멜빌 지음, 황유원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몸의 온기를 제대로 향유하려면 몸 어딘가가 반드시 추워야만 하는데, 이 세상 모든 특성은 오로지 대조를 통해서만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만일 누군가가 자신은 모든 면에서 편안하다고, 그것도 아주 오랜 세월 동안 그래왔다며 우쫄덴다면 그는 더이상 편안한 사람이라 할 수 없다.˝



그런 작품이 있다. 명작이라고 하지만 너무 유명해서 읽고 싶은 마음이 안생기는 작품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보물섬>, <레 미제라블>, <돈키호테>? 가 그런 예시일거 같은데, 나에게는 <모비 딕>도 그러했다. 뭐 고래사냥 하는 유명한 이야기라는 걸 알고 있었고, 왠지 어린시절에 요약본을 읽어본거 같아서 쉽게 손이 가지 않았었다.

[왜 늠름하고 건강한 영혼을 지닌 늠름하고 건강한 청년들 대다수는 언젠가 바다로 가게 되길 그토록 열망하는가? 처음 배를 타고 항해하면서 당신과 당신이 탄 배가 이제 육지에서 벗어났다 말을 난생 처음 들었을 때, 그토록 신비한 떨림을 느꼈던 것은 왜인가? 왜 고대 페르시아인들은 바다를 신성하게 여겼던가? 그리스인들은 왜 바다의 신을 따로 두고 그를 제우스의 형제로 삼았을까? 이 모든 일에는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다. ] 1권 P.40



하지만 우연히 이 책을 선물받았고(내가 골랐지만...), 받았으니 읽어야 하기에 읽게 되었다. 읽고 나서 정말 감탄했다. 이런 엄청난 스케일의 책을 쓰려면 도대체 어떤 경험을 해야하고 얼마나 많은 조사를 해야 하는 걸까?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포경선의 역사에 대한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겠다. 이야기 중간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몇몇 장들은 각주를 세밀하게 풀어쓴 것처럼 보이는데, 이러한 글쓰기 방식 때문에 소설이라기 보다는 논문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긴 항해를 한 번 끝냈다 해도 뒤에는 두번째 항해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며, 두번째 항해를 끝냈다 해도 뒤에는 세번째 항해가, 그뒤에도 또다른 항해가 영원히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 세상에서의 우리의 노고란 그처럼 모두 끝이 없고 견더내기 힘든 것들이다.] 1권 P.135



하지만 이야기의 기본 바탕이 성경이다 보니,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그렇고, 많은 상징들이 등장하며, 일반인에게는 낯선 해양 용어들과 장비들 때문에 한번 읽고서는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고 가독성이 좋아서 술술 읽혔다. 번역이 정말 잘되었다는게 느껴졌다.




‘나를 이슈미얼로 불러달라.‘ 이 유명한 첫번째 문장 때문에 ˝이슈미얼˝이 주인공인것 같은데, 그건 이니고 진짜 주인공은 ˝에이헤브˝ 선장이다. 이 작품은 과거 항해에서 ˝모비 딕˝이라는 흰색의 대형 향유고래에게 한쪽 다리를 잃은 ˝에이헤브˝ 선장이 복수를 위해 ‘피쿼드호‘를 이끌고 망망대해를 항해하면서 ‘향유고래‘ 들을 추격하고 사냥하는 이야기인데, 그의 최종목적은 자신의 다리를 뺏어간 ˝모비 딕˝ 이다. 초반에 멋있게 등장한 ˝이슈미얼˝은 이 작품의 화자 역할을 할 뿐이다.
(˝이슈미얼˝이 작품 초반에는 식인종 출신인 ˝퀴퀘그˝와 브로멘스를 코믹하게 보여주긴 하지만...)

[˝말도 못 하는 멍청한 짐승에게 복수라뇨!˝ 스타벅이 소리쳤다. 녀석은 맹목적인 본능에 따라 선장님을 공격했을 뿐입니다! 미친 짓이에요! 멍청한 짐승 때문에 격분하는 건 말이죠, 에이헤브. 선장님, 제게는 신성모독으로 보입니다.] 1권 P.310



˝에이헤브˝ 선장의 직속 부하로 세 항해사 ˝스타벅˝, ˝스터브˝, ˝플래스크˝ 가 나오는데, 이들은 ‘피쿼드호‘의 포경 보트 세 척을 지휘하는데, 여기에 나오는 1등 항해사 ˝스타벅˝이 바로 그 스타벅스 커피의 유례라고 한다. ‘피쿼드호‘는 아주 큰 대형 어선으로 모선이라 한다면, 포경 보트 세척은 모선에 실려있는 작은 배로, 실제로 ‘향유고래‘를 사냥하는 임무를 수행하는데 자선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권리‘와 ‘세계의 자유‘가 ‘놓친 고래‘가 아니면 또 뭐란 말인가? 모든 인간의 정신과 의견이 ‘놓친 고래‘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그들이 지닌 종교적 신념의 원칙이 ‘놓친 고래‘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남의 말을 훔쳐 허세를 부리는 웅변가에게 사상가들의 사상이 ‘놓친 고래‘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이 거대한 지구 자체가 ‘놓친 고래‘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그리고 독자여, 당신 또한 ‘놓친 고래‘이자 ‘잡힌 고래‘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2권 P.207



˝스타벅˝을 포함한 대부분은 ‘향유고래‘를 잡아서 돈을 벌어서 안전하게 고향으로 돌아가는게 목적인 일반적인 선원인데 비해, 선장인 ˝에이헤브˝는 돈보다는 복수가 우선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많은 선원들은 결국 리더인 선장의 복수심에 따를 수 밖에 없었고, 결국 ‘피쿼드호‘에 탄 선원 모두는 ˝모비 딕˝과의 일전을 치뤄야할 운명에 처하게 된다.

[˝흰 고래를 잡겠디는 너희의 맹세는 나의 맹세만큼이나 단단히 묶여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 에이해브는 심장, 영혼, 육신, 허파 그리고 목슴 까지 그 맹세에 묶여 있다. 너희는 이 심장이 어떤 곡조에 맞춰 뛰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다들 여기를 봐라. 내가 마지막 두려움까지 모두 꺼 줄 테니!˝ 그러더니 그는 거센 입김 한 번으로 불꽃을 꺼버렸다.] 2권 P.396



‘피쿼드호‘와 ‘모비딕‘의 싸움은 마치 자연에 대한 인간의 도전, 아니면 신에 대한 인간의 도전을 비유한 것으로 느꼈는데, 과연 인간이 자연과 신을 넘어서는게 가능하기는 할까?

[˝영감 당신은 녀석을 절대로, 절대로 잡을 수 없을 겁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이 짓을 그만두세요. 이건 악마의 광기보다 더 지독한 짓입니다. 이틀 동안이나 추격했고, 보트가 두 차례나 산산조각났으며, 당신의 그 다리는 또 한번 당신 몸에서 떨어져나간데다, 당신의 사악한 그림자는 영원히 종적을 감췄습니다. 선한 천사들이 떼지어 몰려들어 당신에게 경고하고 있어요. 뭘 더 원하나요? 이 흉악한 고래가 우리를 최후의 한 사람까지 몽땅 힘쓸어버릴 때까지 녀석을 추격해야 하나요? 우리가 녀석에게 이끌려 저 바다 밑바닥까지 내려가야 하나요? 우리가 녀석에게 이끌려 지옥에라도 들어가야 하나요? 아아, 이 이상 녀석을 쫓는 일은 불경스러운 신성모독입니다!˝] 2권 P.489





내가 예전에 배를 타본적이 있어서 그런지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사실 배라는 것도 하나의 축소된 사회라고 할 수 있는데, 배라는 좁은 공간에서 답답함에도 불구하고 육지의 불빛도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를 가로지르면서 단 한번의 정박도 없이 거친 파도와 싸워가며 목적을 위해 항해하는 이야기가 전혀 낯설지 않았고 친근하면서도 두려웠다.

[이제 조그마한 새들이 여전히 아가리를 떡 벌리고 있는 소용돌이 위를 시끄럽게 울며 닐아다녔고, 시무룩한 힌 파도는 소용돌이의 가파른 측면을 때렸다. 그러고는 모든 것이 무너져내렸고, 거대한 수의같은 바다는 오천 년 전에 넘실거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그 자리에서 넘실대고 있었다.] 2권 P.513




<모비 딕>은 이야기도 재미있고 감동적인 문장도 많이 수록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내용 자체가 많은걸 상징하고, 많은걸 담고 있다보니 한번 읽고 완벽히 이해했다고 하긴 힘들거 같다. 한 40% 정도 이해했으려나? 이 작품은 꼭 재독을 해야겠다. (나에게 이런 작품이 한둘이 아니지만...) 그리고 일러스트가 들어있는 다른 판본도 찾아봐야 겠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넬로페 2024-04-21 15: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너무 많은 것이 담겨 있어 저도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에이헤브 선장에 대한 선입견이 깨지기도 했고요.
스타벅의 생각과 이미지가 좋았어요.
이 세상을 떠받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스타벅같은 사람이 아닐까요!

새파랑 2024-04-21 21:45   좋아요 1 | URL
왜 많은 사람들이 인생책으로 꼽는지 공감했습니다~!! 저도 인생책으로 ㅋㅋ 너무 방대해서 한번 읽기에는 안될거 같은 느낌입니다~!!
북플을 떠받히는 페넬로페님~!!

미미 2024-04-21 19: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무슨 테스트에서 스타벅 나왔던거 기억납니다.ㅋㅋㅋ 새파랑님 이 글 당선되실 것 같아요!! 리뷰보니 저도 얼른 이 책도 읽고싶어요. 흐어엉...ㅋ

새파랑 2024-04-21 21:47   좋아요 2 | URL
역시 인간적이고 이성적인 미미님~!! 미미님도 이책 구매 하셨을텐데요? ㅋ 언제 여유 되실때 꼭 읽으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자목련 2024-04-23 14: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가정신의<모비딕>을 읽고 있어요^^

새파랑 2024-04-23 19:35   좋아요 0 | URL
역시 자목련님은 저랑 취향이 비슷하신거 같아요~!!!
 
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멜라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N24032 큰 기대를 하고 읽어서인지 많이 아쉬웠다. 이런 스타일의 국내 단편문학은 나랑 잘 안맞는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가 가장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