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재미있게 읽었던
김언수의 <뜨거운 피>가 영화로 만들어진다길래..
기사를 읽어보니..
오호..
감독이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 천명관....
순간 기사를 잘못 읽었나 싶었는데...
정말 천명관...
대.박.
천명관 감독님 기대해 보겠습니다.
명감독이 되어
<나의 삼촌 브루스 리>도 영화로 만들어 주시기를.....^^



영화 ‘뜨거운 피‘ 정우 주연 확정..3월 말 크랭크인 [공식]
https://entertain.v.daum.net/v/20190321094526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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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3-22 0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나리오작가도 하고 감독도 하고 작가도 하고 천명관 대단합니다 ㅎㅎ

뒷북소녀 2019-03-22 1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감독님이 천명관 작가라니! 얼마전에 김언수 작가님께 영화화 얘기는 들었는데... 세상에!!!

레삭매냐 2019-03-22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쩜 그렇지만, 천명관 작가는 소설에
보다 더 집중해 주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데뷔작 이래, 추락하는 느낌이.
 















(108)

실의에 빠져 있던 상옥은 그 돈을 보자 관을 사겠다며 혼자 시내로 나갔다. 하지만 그는 관을 사오지 않았다. 그 대신 비장한 표정으로 품속에서 모제르 7연발 권총을 꺼냈다. 관 대신 총을 산 것이다. 장례를 준비하던 임정 동지들은 그런 상옥의 행동을 어이없어 했다.

그러나 그는 동지들에게 결연한 어조로 사랑하는 내 동지 장규동을 죽인 것은 병마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다. 내 동지를 죽인 것은 바로 일제의 경관이다. 이 총으로 그놈들을 죽여 동지의 원수를 갚겠다.”고 말했다.

(140)

그 순간 상옥은 이미 마음을 정했다. 조국의 독립을 보지 못하고 이렇게 죽는 게 너무도 원통하지만 상하이를 떠나기 직전 임시정부와 의열단 동지 앞에서 자결하여 뜻을 지킬지언정 적의 포로가 되지 않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왜놈에게 붙잡혀 조직과 스스로의 이름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141)

바깥에서 투항하라는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하지만 상옥은 조용히 눈을 감고 머리에 권총을 갖다 댔다. 그의 눈에 살짝 물기가 맺혔다.

배고픈 어린 시절 낮에는 쳇불공장과 대장간에서 일하면서 밤에는 야학을 다니며 공부하던 동생 춘원과 함께 영덕철물상회를 운영했던 일, 3.1만세운동 후 <혁신공보>를 제작해 경성시내에 뿌렸던 일, 암살단을 조직해 사이토 총독을 죽이려고 한 일, 상하이 시설 연인 장규동의 죽음, 임시정부 인사들을 만나고 의열단에 가입해 원대한 조국 광복의 꿈을 키웠던 일 등 34년의 짧은 생애가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스쳐갔다.

김상옥은 모제르 7연발총의 방아쇠를 힘껏 당겼다.

(189)

이태준은 단순한 의료생활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도 지사였다. 조국광복을 위해서는 그도 항상 마음을 태우고 있었다. 시베리아 깊숙이 살고 있으면서도 동지들과의 연락은 그치지 않았다. 이태준은 평범한 의사이면서 레닌이 혁명운동을 위해서 상하이임시정부에 보내준 돈 백만 원 중 40만 원을 상해까지 안전히 가지고 가는 중책을 떠맡아 이를 성공시킨 사람이었다.”

<약산과 의열단>96~97

(197)

놀랍게도 그가 바로 이태준이 소개해주겠다던 마자르였다. 혼자서 약산을 찾아 몽골에서 베이징까지 온 것이다. 마자르는 약산에게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해줬다. 그는 이태준과 함께 고륜을 떠나 베이징으로 오던 길에 러시아 백군을 만났는데, 이태준은 일본군 장교들의 농간으로 끝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외국인 그는 다행히 생명만은 건질 수 있었다. 친구 이태준은 비록 죽었지만 그와의 약속만큼은 꼭 지키고 싶어 혼자서 약산을 찾아 베이징까지 오게 됐다는 것이다.

(230)

황옥 일행이 텐진을 떠나기 직전 약산은 황옥만 따로 불렀다. 약산의 표정에서 비장함이 느껴졌다. 그는 황옥에게 이번 작전의 중요성과 비밀 엄수 등 몇 가지 주의사항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우리의 혁명운동은 이번 한 번으로 끝치는 게 아니요. 우리의 이상하는 바가 실현되기까지는 끊임없는 투쟁이 있어야 하오. 우리 대에서 못 이루면 자식 대에서, 자식 대에서 못 이루면 손자 대에까지라도 가지고 가야 할 우리 운동이오. 이번의 우리 계획이 불행히 패를 보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황공은, 결코 우리가 이번에 취한 수단방법에 관하여는, 발설을 마오, 한번 드러나고 보면 방책을 두 번 쓸 수는 없는 일 아니겠오?”

<약산과 의열단>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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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을 위한 파인만의 QED 강의
리처드 파인만 지음, 박병철 옮김 / 승산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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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노벨 물리학상을 타기도 했던 파인만의 책을 오랜만에 읽었단다. 파인만이 유명해진 것은 아무래도 그 어려운 현대물리학을 일반인들에게 쉽게 설명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구나. 그것을 바탕으로 대중들을 상대로 한 책들도 많이 내놓았거든.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파인만의 책들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단다. 아빠가 최근에 양자역학에 관심이 많다 보니, 책 제목에 양자라는 제목이 들어간 책들에 관심이 가고 있어. 이 책은 몇 년 전에 구매했다가 책장에서 색이 바래가다가 양자라는 단어가 책제목에 들어가 있어서 이번에 아빠의 부름을 받고 책장에서 소환되었단다.

책제목에 있는 영어 QED Quantum Elecrodynamics의 줄인 말로, 우리나라 말로 양자전기역학이라는 것이거든. 그럼 양자역학과 양자전기역학은 무슨 차이가 있냐? 양자역학은 아빠가 몇 번 이야기한 것처럼 원자의 움직임, 그 중에서도 전자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것이잖아. 그런데 양자전기역학이란 것은 빛과 물질, 여기서 물질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전자를 이야기하는데, 아무튼 그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양자역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이야기한단다.

=================================

(27)

양자역학은 모든 화학적 현상과 물질의 다양한 성질을 모두 설명할 수 있었으므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셈이다. 그러나 빛과 물질 사이의 상호작용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남아 있었다. , 전기와 자기에 관한 맥스웰의 이론도 양자역학이 제시한 새로운 원리에 부합되도록 수정이 가해져야 했던 것이다. 이리하여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양자역학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이 일단의 물리학자들에 의해 1929년 빛을 보게 되었으며, 거기에는양자전기역학이라는 끔찍한 이름이 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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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도 어려운데, 양자전기역학을 일반인들을 상대로 설명하겠다니무모한 도전은 아닐지

1.

그런데 그는 왜 양자전기역학을 설명하려고 할까? 양자전기역학은 이 세상 대부분의 자연현상을 설명하고 있어서야. 파인만이 이야기하기를,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모든 자연현상을 양자전기역학으로 설명할 수 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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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먼저 양자전기역학이 얼마나 많은 자연현상을 설명해낼 수 있는지를 상기해보자. 아니, 거꾸로 말하는 게 더 쉬울 것 같다. , 양자전기역학은 몇 가지를 제외한 모든 자연현상을 설명해주고 있다. 그 몇 가지의 예외란 여러분을 의자에 붙잡아두고 있는 중력현상과(물론 내 생각에는 중력과 연사에 대한 예의가 혼합된 현상이지만) 핵자의 에너지 준위를 변형시키는 방사능 현상이다. 만일 우리가 중력과 방사능(정확하게는 핵물리학)을 제외한다면, 자동차의 엔진에서 끓고 있는 가솔린, 거품 현상, 소금과 구리의 딱딱한 성질 및 강철의 견고한 구조 등은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생물학자들은 생명현상까지도 가능한 한 화학적 원리로써 설명하려고 하는데, 내가 이야기한 대로 화학보다 더욱 근간을 이루는 이론은 양자전기역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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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전기역학이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했으니까, 먼저 빛이 무엇인지 알아야겠지. 현대물리학을 이야기할 때 빛의 정체가 꼭 나오는구나. 빛은 입자성과 파동성을 같이 띤다고 했잖아. 그런데 양자전기역학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빛이 입자성, 그러니까 광자덩어리라는 것을 머릿속에 심어 놓아야 해. 그리고 그 광자덩어리들의 움직임을 화살표로 표시해서 그 어려운 양자전기역학을 설명하기 시작한단다.

가장 먼저 설명하는 것이 부분반사에 관한 설명이야. 빛이 유리를 통과하게 되면 일부는 반사되고, 일부는 통과하고 그러는 것이 부분반사인데, 평상시 우리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데, 파인만 같은 과학자들은 그런 현상들에 의문을 품고 왜 그렇게 되는지 연구를 하나 보다. 과학자의 자세. 빛이 광자덩어리라고 했으니까, 부분반사가 일어난다는 것은 어떤 광자는 흡수되고, 어떤 광자는 반사되어 튀어나오는 거야.

왜 그럴까? 그리고 유리에 따라 튀어나오는 광자의 수가 다르고심지어 같은 유리라도 주변 환경에 따라 튀어나오는 광자의 수가 다르게 돼. 정말 생각해보니 부분반사라는 것 하나도 엄청 신기한 현상이구나. 이 부분반사도 화살표 하나로 설명을 하더구나. 그러면서 빛이 유리면에서 반사되는 것이 엄청나게 복잡한 현상이라고 하는구나.

=================================

(42)

빛이 유리면에서 반사되는 것은 사실 엄청나게 복잡한 현상이다. 실제로 조그만 유리조각 속에는 끔찍하게 많은 전자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여기에 광자 하나가 들어오면 그것은 유리표면에 있는 전자뿐만 아니라 유리 속에 있는 전자들과 상호작용을 주고받는다. 광자와 전자가 복잡 미묘한 춤을 추고 그 복잡한 중간 과정을 거쳐 나타나는 결과는 마치 광자가 유리의 표면에서 반사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당분가 빛이 유리의표면에서반사된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 문제를 쉽게 다루기 위한 편법이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

..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었던 빛의 성질인, 빛은 직진한다. 빛의 입사각과 반사각은 같다이것은 편의상 대충 이야기한 것이지, 빛은 정말 복잡하게 운동하고 있다고 해.

2.

양자전기역학을 설명하면서 화살표로 설명하는 것은 방향성과 크기를 설명하는데 화살표가 편하기 때문인 거야. 문득 고등학교 물리시간과 수학시간에 배운 벡터가 떠오르더구나. 크기와 방향을 동시에 갖는 물리량 벡터. 그러고 보니 이 책에서 설명하는 화살표의 합성이 고등학교 때 배운 벡터의 합성과 같더구나. 파인만이 수식을 모두 걷어치우고 화살표의 방향과 길이로만 쉽게 양자전기역학을 설명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고개 끄덕이면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더구나. 읽다 보면 이해가 간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그러다가 파인만은 자신의 강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이야기해서 아빠도 위안을 삼았단다.

=================================

(127)

오늘은 조금 어렵다고 할 수 있는 양자전기역학이론의 핵심을 다루기로 한다. 나의 두서없는 강의를 듣기 위해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지금 청중석에는 낯선 사람들도 여기저기 보이는 것 같다. 미안한 말이지만 처음 참석한 사람들은 어쩌면 이 강의가 이해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참석한 사람들도 강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기는 피차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첫날 말했던 바와 같이, 자연을 설명하는 매커니즘 자체가 일반적으로 이해 불가능한 것이므로 실망할 필요는 없다.

=================================

이해하지 못하면 어떠하리.. 그래도 이 책을 통해서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양자전기역학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잖아. 그 빛을 이루는 광자덩어리들의 복잡성 때문에 양자전기역학이라는 것은 무척 어려운 거야.. 그리고 그로 인해 일어나는 자연현상과 이 세계는 복잡미묘한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잖아. 세상은 복잡하니 너무 이해하려 하지 말라는 교훈을 하나 얻은 것 같아. ㅎㅎ 너무 자기합리화를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구나. 한방에 이해하려 하지 말고, 양자역학에 관해서는 길게 보자꾸나. 천천히

=================================

(170)

이렇게 단순한 행위로부터 생성된 이 세계가 그토록 복잡 미묘한 이유는, 엄청나게 많은 광자들이 서로 뒤엉켜서 간섭현상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의 기본 행위는 단지 실제의 세계를 분석하는 출발점에 불과하다. 또한 계산이 불가능한 복잡한 광자 교환이 진행되고 있는 영역에서는 일어날 가능성이 큰 사건들을 구별해낼 수 있는 경험적 지식이 필요하다. 이리하여 우리는 자연의 깊숙한 배후에서 진행되고 있는 복잡한 과정을 근사적으로 묘사하는 굴절률, 압축률, 원자가 등의 거시적 개념들을 도입하게 되었다. 이것은 일종의 체스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체스 게임의 규칙은 단순하고 기본적이지만 게임을 잘 하기 위해서는 각 말의 특성과 배치 상황을 잘 이해해야 한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

오늘은 이만 마칠게오늘 독서편지는 다시 읽어봐도 책의 핵심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한 것 같구나. 이해해주렴.

PS:

책의 첫 문장 : 앨릭스 머트너는 물리학에 대단한 호기심을 갖고 있었으며 종종 내게 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어했다.

책의 끝 문장 : 책 출판업보다는 물리학이 더 빨리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와 같이 미시적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은 너무나 이상했기 때문에, 뉴턴의 물리학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이론을 찾기 위해 물리학자들은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했다. 원자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갖고 있던 상식적인 생각들을 모두 떨쳐 버려야만 했던 것이다. 마침내 1926년에 이르러 물질 내부의 전자가 취하고 있는’전혀 새로운 형태’의 운동을 설명해주는 ‘비상식적인 이론’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것은 언뜻 보기에 터무니없는 이론이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양자역학이라고 불리는 이론이 바로 그것이었다. ‘양자 quantum’라는 말 자체가 상식을 거스르는 이상한 자연현상을 지칭하고 있으며,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바로 이 이상한 자연현상에 관한 것이다.
- P26

빛에 관한 또 하나의 중요한 성질은 단색광의 부분반사현상에서 볼 수 있는데, 이는 지난 첫 번째 강연에서 논의되었다. 유리판의 한 쪽면에서는 입사된 광자의 평균 4%가 반사되었다. 이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신비한 일이다. 왜냐하면 하나의 광자가 유리면에서 반사될지, 아니면 통과할지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유리판의 두 번째 표면, 즉 아랫면까지 고려한다면 문제는 더욱 어려워진다. 윗면에서 4%가 반사되고, 윗면을 통과한 96% 중의 4%가 아랫면에서 반사되어 반사된 광자의 전체 비율은 약 8%가 되리라는 상식적인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그것은 유리판의 두께의 따라 0%에서 16% 사이를 오락가락 하였다.- P70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빛은 직진한다’고 말하는 것은 우리에게 친숙한 현상을 편의에 따라 대충 서술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거울에서 빛이 반사될 때 입사각과 반사각이 같다고 말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P96

이것이야말로 자연의 신비한 조화이다. 어느 길로 광자가 지나갔는지 알기 위해 별도의 검출기를 설치하면 광자의 경로는 알 수 있지만, 그 순간 경이로운 간섭효과는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광자가 지나간 길을 보여주는 검출기를 제거하면 간섭효과는 다시 나타난다! 정말로 신기한 일이다! 광자가 우리를 놀리고 있는 것일까?-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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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끔찍하군! 무슨 그런 생각을 해! 세라가 얼마나 무섭게 짜증을 낼까! 세라와 그 또래 여자아이들이 부모에게 원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건 바로 태평한 무심함 같았다. “야단 떨지 마요, 엄마.” 아이들은 간절히 그렇게 말했다.

물론 그들은 부모가 베푸는 봉사는 받아들였다. 세탁소에 옷을 맡기도 찾아오고 세탁 요금을 대신 내주는 일. 곤란한 전화 통화(“엄마가 캐럴에게 전해주면 일이 훨씬 쉬워질 거예요.”)나 끝없는 정리정돈(“엄마, 내가 어지른 걸 치우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급히 나가봐야 해서요.”).

(21)

, 물론이지. 스물여섯 살 때였나, 사실 아주 화기애애했던 가족 모임 도중에 그런 순간을 맞았어. 나는 섬뜩했고 두렵기도 했지만 결국 받아들였어. 진실을 부정하지 마. 요람에서 무덤까지 같이 갈 동반자는 세상에 딱 하나, 나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지. 그 동반자와 사이좋게 지내야 해. 자신과 사는 법을 배워. 그게 답이야. 언제나 쉬운 일은 아니지만.”

(23)

당장의 생각들로 꽉 차 있단 말이겠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진정한 자기만의 생각이란 걸 하게 될 거야. 요즘 젊은이들은 죄다 확신이 넘치는 것 같지만 그건 안심이 안 돼서 그런 거지. 우리는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고 모든 게 불안정하고, 젊은이들도 그걸 느껴. 요즘에는 문제의 태반이 바로 거기서 시작돼. 안정감 부족. 가정의 붕괴. 도덕 기준의 부재. 알다시피 어린 나무는 아주 튼튼한 지지대에 묶어줄 필요가 있거든.”

(24)

여자들은 나이가 들면서 개인이 개입되지 않은 것들에 점점 관심을 쏟게 돼. 남자들의 관심은 점점 폭이 좁아지고 여자들의 관심은 점점 넓어지지. 예순 살의 남자는 보통 레코드 판처럼 반복적이기 마련이야. 예순 살의 여자는, 개성을 갖고 있다면 흥미로운 인간이고 말이지.

(252)

희생이라니! 얼어 죽을 희생! 희생의 의미가 뭔지 잠깐이라도 생각해봐. 그건 따뜻하고 관대하고 기꺼이 자신을 불사르겠다는 기분을 느끼는 영웅적인 한순간이 아니야. 가슴을 칼 앞에 내미는 희생은 쉬워. 왜냐하면 그런 건 거기서, 자기의 본모습보다 훌륭해지는 그 순간에 끝나니까. 하지만 대부분의 희생은 나중까지-온종일 그리고 매일매일-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쉽지가 않아. 희생을 하려면 품이 아주 넉넉해야 하지. 앤은 충분히 넉넉하지가 않았어….”

(280)

이 말을 기억하시라고요. 아들은 아내를 얻을 때까지만 아들이지만, 딸은 영원히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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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피아드 -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 세계신화총서 2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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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호메로스의 유명한 작품 중에 <오디세이아>가 있단다. 아빠도 오래 전에 그 책을 읽었어. 워낙 유명한 이야기이다 보니 그 책을 읽지 않아도 오디세이아의 이야기는 많이들 알고 있을 거야. 너희들도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해서 트로이 전쟁,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 이야기를 잘 알고 있잖니.

그런 옛 이야기들은 대부분 영웅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주잖니. <오디세이아>도 철저하게 오디세우스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말이지.. 한번쯤은 오디세우스가 아닌 페넬로페의 입장을 한번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마거릿 애트우드라는 소설가는 생각했나 봐. 결혼하자마자 얼마 안되어 어린 아들하고 자신은 남겨두고 전쟁터로 떠난 남편. 그리고 십 년 전쟁이 끝나고 십 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둔 아내의 처지. 그 아내의 마음은 닳고 닳아버리지 않았을까? 그저 남편 하나만 바라보고 그를 기다렸을까? 수많은 구혼자들이 그녀에게 결혼을 하자고 했는데, 간단히 거절할 수 있을까? 그리고 20년 만에 돌아온 남편오자마자 시녀들이 외간 남자들한테 겁탈을 당했다고 모두 교수형을 처해버린 그 남편을 이해해 주었을까? 오랜 시간 함께 힘이 되어준 시녀들인데 말이야. 정작 자신은 숱은 여자와 잠자리를 함께했으면서 말이야.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는 입 다물고 있던 페넬로페가 작정을 하고 자신의 속마음을 모두 드러내놓은 이야기가 바로 이번에 아빠가 읽은 <페넬로피아드>라는 소설이란다. 지은이는 작가의 말을 통해서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를 이야기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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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나는 교수형을 당한 열두 명의 시녀와 페넬로페에게 화자의 역할을 맡겼다. 시녀들은 합창단이 되어 주로 두 가지 문제에 대하여 노래하거나 낭송한다. 그것은 <오디세이아>를 정독하고 나면 자연히 떠오르는 의문들이다. 시녀들이 교살된 까닭은 무엇인가? 페넬로페의 진짜 속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오디세이아>에 실린 이야기는 물샐틈없이 논리정연하지 않다.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너무 많다. 나는 줄곧 교살당한 그 시녀들을 잊을 수 없었는데, <페넬로피아드>에 등장하는 페넬로페도 그들을 잊지 못해 괴로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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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마거릿 애트우드라는 사람인데 아빠는 그의 소설은 <시녀이야기>라는 소설을 하나 읽은 적이 있는데, 괜찮게 읽어서 지은이의 이름을 잘 기억하고 있단다.

1.

그런데 페넬로페가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당대가 아니고 수천 년이 지난 후 저승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란다. 당시에는 몰랐던 사실들을 저승에 와서 알게 된 내용도 있었어.

페넬로페의 아버지는 스파트타의 왕 중에 한 명인 이카리오스였고, 페넬로페의 어머니는 물의 요정인 나이아스였어. 아버지 이카리오스의 형은 틴다레오스였고, 틴다레오스의 딸은 그 유명한 헬레네였어. 그러니까 페넬로페와 헬레네는 사촌지간이었던 것이지. 너희들도 알겠지만, 트로이 전쟁의 원인에 헬레네가 큰 원인이었잖아. 메넬라오스의 아내였던 헬레네가 트로이의 파리스와 결혼을 했잖아. 그것이 아프로디테가 배후에서 조정한 것이라고 신화 속에서는 이야기하지만, 현실을 살고 있는 페넬로페의 입장에서 보면, 헬레네 때문에 일어난 전쟁 때문에 자신이 과부 아닌 과부가 되었으니, 헬레네를 좋아할 리가 없었겠지. 그리고 헬레네의 성격이 그리 좋은 것도 아니었거든. 페넬로페와 헬레네는 사이가 안 좋았어.

==============================

(41)

마법사들이 나를 불러내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나도 꽤 유명한 여자였는데-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라-무슨 까닭에선지 사람들은 좀처럼 나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 반면에 사촌언니 헬레네는 아주 인기가 좋다. 나로서는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나쁜 짓으로 유명해진 여자도 아니고 특히 성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헬레네는 이래저래 악명이 높은 여자인데 말이다. 물론 헬레네는 기막히게 아름답다. 그녀는 알에서 태어났다고 하는데, 백조로 둔갑한 제우스 신이 그녀의 어머니 레다를 겁탈하여 잉태시킨 딸이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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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신탁에 의해 페넬로페를 죽이려고 바다에 던졌지만 오리들이 구해준 일화가 있어 페넬로페는 오리 아가씨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어. 페넬로페 나이가 열다섯이 되었을 때 아버지는 신랑을 골라주기 위해 경주 대회를 열었어. 당시 스파르타에서는 경주에서 일등을 한 사람한테 자신의 딸을 주는 관습이 있었거든. 당시 경주에서는 모든 이들의 예상을 깨고 다리도 짧은 오디세우스가 우승을 하게 된 거야. 나중에 저승에 와서 알게 된 사실당시 오디세우스가 우승을 한 이유는 큰아버지 틴다레오스의 속임수가 있었음을 알았어.

오디세우스와 결혼을 하면 스타르타에서 멀리 떠나야 하기 때문에 페넬로페의 아버지인 이카리오스의 세력이 줄어들기 때문이었던 것이야. 틴다레오스는 자신의 동생의 경쟁자로 생각했건 거야. 동생의 사위가 가까운 데 있으면 동생의 세력이 커지기 때문에 멀리 떨어져 사는 오디세우스가 우승하게끔 조치를 취했던 것이야. 그렇게 페넬로페는 결혼을 하게 된 것이야. 사랑 없는 결혼….

2.

결혼을 하고 오디세우스의 집에 있는 이타케로 갔어. 같이 온 시녀마저 얼마 안 되어 죽어버려 그곳에서 페넬로페는 철저히 혼자였어. 외로웠지. 그리고 얼마 후에 아들 텔레마코스가 태어났단다. 또 그리고 얼마 후에 스파르타로부터 안 좋은 소식이 전해졌어. 헬레네가 파리스와 함께 트로이로 도망을 갔다는 거야. 아가멤논과 메넬라오스는 격분하여 트로이에 사신을 보냈으나 빈손으로 돌아와서 전쟁을 하기로 했어.

오디세우스도 그들과 함께 맹세한 사이라서 함께 트로이 전쟁에 참여하기로 했어. 그 당시에는 아무도 그 전쟁이 그렇게 길어질 지 몰랐을 거야. 십 년…. 졸지에 갓난아이와 함께 남겨진 페넬로페전쟁터에서 오는 소문에 가슴 조아리며 귀를 기울여야 했어. 시간이 지나면서 페넬로페는 마음을 굳게 먹었어. 페넬로페가 비록 헬레네만큼 예쁘지는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현명했거든. 페넬로페는 다른 남자들이 하는 일을 자신이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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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나의 목표는 오디세우스의 재산을 불려 그가 돌아왔을 때는 떠날 때보다 더 큰 부자로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양도 더 많고, 소도 더 많고, 돼지도 더 많고, 밭도 더 많고, 노예도 더 많고…… 내 마음속에는 뚜렷하게 떠오르는 장면 하나가 있었다. 오디세우스가 돌아오고, 그동안 내가 흔히들 남자의 일이라고 여기는 일들을 얼마나 잘 해냈는지를 그에게 여자답게 겸손한 태도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물론 그를 대신하여 한 일이라고, 오로지 그를 위해 일했다는 말도 잊지 말고 덧붙이는 것이다. 그순간 그의 얼굴은 기쁨에 겨워 얼마나 환하게 빛날 것인가! 나를 얼마나 흡족히 여길 것인가! ‘헬레네를 천 명이나 준대도 당신과는 안 바꿀 거요.’ 그는 그렇게 말할 것이다. 어찌 아니랴? 그러고는 나를 다정하게 안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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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이 들려왔어. 하지만 남편의 소식은 감감무소식이었어. 그런 시간이 길어지면서, 페넬로페 주변에는 구혼자들이 많아졌어. 신화 속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달리 이 소설에서 페넬로페에게 구혼자들이 많았던 이유는 돈 많은 과부라는 이유였어. 페넬포페가 어떤 구혼자에게 물어봤거든. 솔직하게 이야기해달라고.. 왜 나한테 구혼을 하냐고…. 그러자 그 구혼자는 이렇게 이야기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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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129)

젊은 남자치고 돈 많고 유명한 과부와 결혼하기를 마다할 놈이 어디 있어? 과부들은 그짓을 하고 싶어 몸살을 앓는다는데, 특히 당신처럼 남편이 행방불명되거나 죽은 지 오래된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겠지. 물론 당신이 헬레네는 아니지만 그건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구. 어둠은 많은 것을 가려주니까! 우리보다 스무 살이나 많은 건 오히려 장점이었지. 우리보다 먼저 죽을 테니까. 물론 우리가 좀더 앞당겨줄 수도 있고. 그렇게만 된다면 당신의 재산도 물려받겠다. 젊고 아름다운 공주를 입맛대로 골라잡을 수 있잖아. 설마 우리가 정말로 사랑에 눈멀었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생긴 건 별볼일 없지만 예나 지금이나 아주 똑똑한 여자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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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목적이 돈이라는 것을 안 이상 더더욱 구혼을 받을 이유가 없어졌어. 전쟁이 끝난 지도 십 년이 다 된 즈음드디어 오디세우스가 돌아왔어. 그냥 돌아오면 되지, 변장을 하고 오다니내가 모를 줄 알고? 페넬로페는 한 눈에 알아봤지만 모른 척 했어. 페넬로페는 변장한 오디세우스 앞에서 더욱 오디세우스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표현했어. 그리고 오디세우스가 정체를 드러냈을 때 반갑게 맞이해주었단다. 거기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무슨 이익이 있겠어.

….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오디세우스는 아들 텔레마코스와 함께 구혼자들을 죽이고, 구혼자들에게 겁탈을 당한 시녀들도 모두 죽였어. 이 나쁜…. 아들 텔레마코스도 맘에 안 들었어. 아버지가 돌아오기 전부터 나이 좀 먹었다고 어미를 업신여기기도 하고그 현명한 페넬로페도 아들 키우는 것은 만만치 않았나 봐.. 심지어 트로이 전쟁이 한 번 일어나서 아들을 싸움터로 보내고 싶어할 정도로 말이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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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물론 나는 텔레마코스가 잘되기를 바랐다. 그는 엄연히 내 아들이고, 따라서 나는 그가 정치 지도자나 전사나 그 밖에 또 뭐가 되고 싶어하든 간에 부디 성공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날 그 순간만은 차라리 트로이아 전쟁이라도 한 번 더 일어나서 녀석을 싸움터로 보내버렸으면 속이 다 시원하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겨운 수염이 나기 시작한 시내녀석들은 가끔 그렇게 눈엣가시처럼 보일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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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억울한 죽음을 당한 열두 명의 시녀들소설에서는 재판장까지 소환을 해서 오디세우스의 재판까지 열었단다.

이 소설은 패러디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페넬로페와 시녀들의 입장을 공감이 가도록 잘 이야기를 풀어낸 것 같더구나. 너무나 당연시 되는 그리스 영웅의 남성 우월주의에 치우친 것에 대한 비판일 수도 있어.

아빠가 거창한 평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안되고, 이쯤에서 이번 독서 편지를 마칠게. 지은이 마거릿 애트우드의 다른 소설들을 또 검색해봐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나는 죽고 나서 전부 알게 되었다.’ 이게 바로 내가 간절히 바라던 바다.

책의 끝 문장 : 시녀들의 몸에서 깃털이 돋아나더니 올빼미가 되어 날아간다.


그런데 곤란한 것은 나에게 말할 수 있는 입이 없다는 점이다. 여러분의 세상, 즉 육신이 있고 혓바닥과 손가락이 있는 세상에 대고 내 생각을 전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여러분이 살고 있는 그곳 강 건너편에는 내 말을 듣는 사람이 별로 없다. 간혹 이상한 속삭임이나 가느다란 음성을 듣는 사람이 있더라도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바람결에 바스락거리는 마른 갈대나 해질녘 날아다니는 박쥐 소리, 또는 그저 나쁜 꿈이라고 여기며 지나쳐버리곤 한다.- P23

헬레네는 한 번도 벌을 받지 않았다. 도대체 이유가 뭔지 알고 싶다. 남들은 훨씬 더 가벼운 잘못을 저지르고도 바다뱀에 휘감겨 질식사하거나 폭풍우 속에서 익사하거나 거미로 변하거나 화살에 맞아 목숨을 잃기 일쑤였다. 이를테면 잡아먹지 말아야 할 소를 잡아먹었다든지, 교만하게 굴었다든지, 뭐 그런 사소한 잘못을 가지고 말이다. 그런데 헬레네는 이루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사람에게 고통과 피해를 주었으니, 최소한 몽둥이찜질이라도 한번 야무지게 당했어야 마땅할 텐데, 전혀 그러지 않았다.- P44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물은 저항하지 않아. 물은 그냥 흐르지. 물 속에 손을 담가도 그저 그 손을 쓰다듬으며 지나갈 뿐이야. 물은 딱딱한 벽이 아니라서 아무도 가로막지 못해. 그렇지만 물은 언제나 제자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야 말지. 물은 끝까지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단다. 그리고 물은 참을성이 많아.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이 바위를 닳아 없어지게 하지. 그걸 잊지 마라. 내 딸아. 너도 절반은 물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라. 장애물을 뚫고 갈 수 없다면 에둘러가는 거야. 물이 그러하듯이.”- P68

한번은 그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감춰진 문을 하나씩 갖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마음으로 통하는 문이며, 그 문을 여는 손잡이들을 발견하는 것이 자신에게는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마음은 열쇠인 동시에 자물쇠인데,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그들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은 곧 운명의 여신들을 다스리고 자신이 가진 운명의 끈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경지에 가까이 간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 그는 서둘러 덧붙였다 – 그런 일을 실제로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신들조차도 운명의 세 여신보다 더한 힘을 갖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 여신들의 이름을 입 밖에 내지 않았고, 불운을 피하기 위해 침을 뱉었다. 그리고 나는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생명의 실을 자아서 길이를 재고는 뚝뚝 끊어버리는 여신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몸서리쳤다.- P82

이 침대 기둥은 막중한 비밀이었다. 그것에 대해 아는 사람은 오디세우스, 이미 세상을 떠나버린 내 시녀 악토리스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명뿐이었다. 오디세우스는 짐짓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면서, 만약 이 기둥에 대해 어떠한 소문이라도 나돌기 시작한다면 그건 틀림없이 내가 다른 사내와 동침했다는 증거일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기 딴에는 장난스러운 표정이랍시고 눈살을 잔뜩 찌푸리면서,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몹시 화가 나서 나를 토막쳐버리거나 대들보에 목매달아 죽여버릴 거라고 했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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