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

스탠은 이야기 시작부터 독자들과 은밀하게비밀을 공유한다. 만화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슈퍼히어로들을 내복 입은 캐릭터들이라고 부프며 그런 캐릭터는 흔해 빠졌다고 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새로운 캐릭터는 조금은다르다!:라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길고 긴 설명을 하는 동안 스탠은 이미 독자들과 친밀한 사이가 되었고, 다른 슈퍼히어로들과 구별되는 스파이더맨의 분위기와 배경이 형성되었다. 그의 익살스러운 말투는 의도적으로 느긋한 분위기를 만들며 이 히어로가 얼마나 특별한지를 강조해주었다.

.

(224-225)

편집자이자 아트 디렉터인 스탠은 신뢰하는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들과 일하며 마블의 목소리와 스타일을 이끌었다. 최고의 실력을 가진 사람을 발견하면, 그는 일부러 그 작가 또는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마블 특유의 작업 방식을 밀어붙였다. 예를 들어, 스탠은 만화책 산업에서 가장 독특한 그림 실력을 가졌다고 인정받는 스타일리스트 조지 투스카의 유려한 작품들을 일찍이 알아보았고, 곧 투스카의 그림을 가장 선호하게 되었다. <데어데블>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진 콜런은 이렇게 말했다. “스탬은 항상 (투스카의) 작품을 이야기하면서 다른 만화가들도 그렇게 그리기를 바랐습니다.” 스탬은 이러한 관리 방식으로 마블의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반면, 일러스트레이터들로 하여금 그가 원하는 그림 스타일을 알려주어 작업을 빠르게 끝낼 수 있도록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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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

훗날 DC의 대표 제넷 칸은 1950년대 이후의 만화 세계에서 가장 중대한 사건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스탠을 언급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만화 속 캐릭터들은 저도 모르게 그 시대의 특색을 띠게 되고 그런 특색들의 대변인이 됩니다. 그게 바로 사람들이 어떤 캐릭터가 신화의 일부가 될지 그토록 확실히 구분해내는 이유예요. 스탠 리의 캐릭터들은 1960년대를 대표했습니다. 그는 당시 사람들의 반체제적인 감정과 소회감, 자기를 비하하는 모습을 잡아냈지요. … 입 냄새와 여드름, 거친 생각, 어린 나이 등 당시 청년들은 사람들에게 거부당하는 자신들의 아픔을 대신해줄 상징물을 원했고, 스탠은 그걸 캐릭터들 속에 집어넣은 거예요.”

마블의 최대 적수이자 경쟁자가 보내는 나쁘지 않은 찬사였으며, 만화 산업이 극복해야 할 저급문화 인식에 대한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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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이 특별한 <스파이더맨>을 출판함으로써 스탠은 코믹스 코드를 현대문제로 끌어왔을 뿐만 아니라 같은 주제의 만화를 작업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돌던 DC 코믹스를 마블이 앞설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DC의 편집장 카민 인판티노는 마약에 관한 내용을 다룬 마블을 매도하면서 그런 이야기가 만화책을 읽을 아이들에게 특히 유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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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그는 직원들이 새로운 일에 아주 열성적으로 도전하도록 만들었어요.” 스탠과 커비 모두와 함께 일했던 작가 마크 에바니어가 말했다. “직원들은 간혹 편집자들을 대할 때 두려워하는 마음을 갖지만, 스탠에게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토머스도 스탠에 이어서 직원들에게 지지를 얻었지만, 한 달에 40여 편에 달하는 작품을 대량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출판 일정은 여전히 먹이사슬 꼭대기에 있었다. “스탠이 편집장으로 있었을 때 발휘하던 힘이 내게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토머스가 회상하며 말했다. “하지만 난 누구에게도 겁먹지 않았어요. 어느 누가 나보다 더 스탠과 가까이 지내겠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기분이 아주 편안했고, 그렇게 불안해했던 적은 거의 없었지요.”

.

(285)

스탠의 독특한 목소리가 만화계를 장악했다.

그는 대중문화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극성스러운 유명인 문화(유명인들의 이름이 과도하게 거론되고 사생활까지 관심을 받는 현상)까지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만일 청소년과 대학생 연령대의 독자들이 스탠에게 그들의 리더가 되어주길 원한다면, 그는 기꺼이 그 역할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든든한 왕이 되어야 했다. 마블 만화책 속 문장들을 통해서나 미국 전역의 대학교에서 강연을 하며 형성된 이미지로나, 스탠은 자신의 출판사와 직원들보다 더 큰 인지도를 얻게 되었다. 그 결과, 스탠 리는 만화 산업을 바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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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 개인적인 확신을 유지하며 글을 쓴다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다. … 대화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더불어 그는 캐릭터들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정말로 내 모습이었다. … 그들 하나하나가 나와 같았다. … (하지만) 특히 스파이더맨의 삶은 내 자서전이나 다름없었다.”

.

(391)

SLM이 실패하고 많은 사람들이 스탠의 경력이 끝나기 일보 직전 같다고 생각했다. 만일 정말 그랬다면, 그는 오래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자유로운 정신을 가진 스탠은 자기만의 슈퍼히어로 체인점을 갖기 위해 창작의 자유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기반을 다지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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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

스탠을 만나보니, 10대 시절부터 배우가 되기를 꿈꾸었던 열망으로 그의 대중적인 이미지가 성장했으며, 그것이 훗날 유명인으로서의 정체성으로 변화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스탠은 어릴 적에 주변에서 보아왔던 뉴욕 특유의 자신만만한 태도를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가면은 일대일로 이야기하는 도중에 벗겨졌다. 대화를 나누는 내내 그는 신중했고, 사려 깊었으며, 마치 그 모든 세월 동안 그가 얻은 행운을 믿지 못하겠으며 어째서 수백, 수천 명이나 되는 팬들이 자신을 보려고 줄을 서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듯한 모습으로 질문에 대답했다. 스탠의 젊고 긍정적인 가치관은 허풍을 떨며 과장스럽게 보이던 대중적 이미지를 상쇄시켰다. 90대 중반에 접어든 그는 이제 귀도 잘 들리지 않았고 2012년에 삽입한 심박 조율기가 그의 심박 속도를 조절해주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대중들 앞에 나왔고 마블 세계의 정신적 지도자 역할을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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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 Gi Kim 2019-05-25 17: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벤져스 엔드 게임 2번이나 봤습니다.ㅎㅎ

bookholic 2019-05-25 20:55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 순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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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랜만에 유홍준님의 책을 읽었단다. 아빠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의 유명한 시리즈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고, 그 이후 그가 쓴 책들을 읽곤 했단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읽었어. 이 책에 아빠가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절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란다.

언젠가부터 절이 좋아졌단다. 절이 주로 한적한 산 속에 있고, 절에 가면 평온함과 고요함을 느낄 수 있어서 그런가아무튼 절이 좋아졌어. 그래서 너희들과 여행을 가게 되면, 주변에 괜찮은 절이 있나 알아보고, 절을 찾게 된단다. 요즘에는 가끔씩 108배도 하곤 하는데, 그러면 몸과 마음에 잠시 안정을 찾는 것 같았어. 예전에 심인보님의 <곱게 늙은 절집>이라는 책도 괜찮게 읽은 적이 있었는데, 유홍준님은 절 여행기를 어떻게 맛깔나게 쓰셨나? 궁금하더구나. 그래서 주문을 해서 읽었단다.

이번에 읽은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순례>는 작년에 우리나라 산사 일곱 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선정된 것을 기념하여 출간한 책이란다. 기존에 출간되었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에서 절에 관한 부분을 따로 떼어내고 일부 내용들을 수정해서 출간한 것이라고 했어. 이런 것을 사실 아빠가 책을 사기 전에는 몰랐어. 책에 대한 내용이나 차례 같은 안보고 그냥 샀거든대부분 예전에 읽었던 내용들일 텐데, 처음 읽는 것처럼 읽었단다. 아빠의 기억력이 그렇지 뭐아주 간혹, ‘맞다, 이런 내용이 있었지…”하면서  예전에 읽었던 기억이 떠오르는 적도 있긴 했었지만, 대부분은 기억이 안 났어. ㅠㅠ.

그래도 조금은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단다. 집에 모셔둔 책들을 뒤져보면 다 있는 내용일 텐데 말이야. 예전의 책들을 짜깁기하고 일부 내용 편집해서 엮은 책이란 걸 진작 알았다면, 책 사는 것을 고민했을 거야. 뭐 이미 산 것, 어쩌겠니. 즐겁게 다시 읽어야겠다며 책을 읽었단다.

아참, 우리나라 산사 일곱 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선정되었다고 했잖아. 그 일곱 곳이 절은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 이렇게 일곱 곳이라고 하는구나. 그렇다고 이 책에 위 일곱 곳이 모두 소개된 것은 아니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선정된 절들만 소개된 것은 아니야. 북한 묘향산 보현사와 금강산 표훈사에 있는 절까지 포함해서 모두 스무 개의 절을 소개하고 있단다.

1.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처음으로 나왔던 것이 1993년이었다고 하니, 어느덧 시간이 25년이나 흘렀구나. 그때 답사했던 그곳들이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이 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우리나라 절이나 문화유산은 장소를 정하는 곳도 신중히 하고, 주변 환경과도 잘 어울리게 지은 것이 장점인데, 최근에 증축이다 복원이다 하면서 지은 건물들은 조화와 균형을 깨뜨리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어. 공감 가더구나.

아빠도 어떤 절의 경우는 십여 년 만에 가는 경우도 있어. 그럴 때 예전에 기억하고 있는 모습과 다른 모습을 만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변한 모습이 썩 마음에 드는 경우가 거의 없었어. 왠지 어색하게 변해서 기분을 살짝 상하게 했어. 증축이나 복원을 할 때 어떤 것을 고려하고 할까? 아빠 같은 보통 사람들도 어색함을 느낀다면, 그들도 알고 있을 텐데 말이야. 알고도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냥 지은 것일까? 안타깝더구나. 문화유산을 보존하겠다 마음을 먹었다면, 처음 만들거나 지은 사람들의 마음을 잘 헤아렸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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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그러나 좋은 자리를 잡았다고 해서 그것이 건축적으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여기에서 건축적으로 더욱 중요한 것은 자연과 인공의 행복한 조화이다. 조용한 산세에는 소박하게, 화려한 산세에는 다채롭게, 호방한 산세에는 기세 좋게 건물을 세운 것이 우리 산사 건축의 미학이다. 전국 각 산사의 건축이 비슷한 것 같지만 자연과의 어울림은 모두가 저마다의 여건에 따라 이런 원칙을 지키고 있다.

==============================

2.

아빠가 여행을 하면서 주변의 절을 간다고 했는데, 이 책에 소개된 절들 중에 많은 절들을 아직 가보질 못했구나. 배흘림기둥의 무량수전으로 유명한 부석사, 차 밭으로도 유명한 순천 선암사 등등 벌써 점 찍어 놓은 절들이 있구나. 아빠가 가 본 절들도 많이 소개가 되었어. 절이 좋다고 하지만, 그 절에 대한 많은 느낌은 없었는데, 유홍준님은 절을 다녀오면서도 참 많이 느끼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배우시는 것 같구나. 미학 전공이니까 그렇기도 하지만,  문화유산을 대하는 자세가 보통 사람들과 다른 것 같아.

아빠도 여행을 다녀오면 여행기를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데, 실천이 참 어렵더구나. 누군가에게 보여주겠다는 것은 아니고 여행을 하는 순간의 아빠의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글로 남기고 나중에 보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추억의 아주 작은 조각으로만 남겨두게 되는구나. 아빠가 제대로 여행기를 안 쓰면서, 너희들에게 한번 써보라고 권유하는 게 옳지 않다고 알지만, 그래도 여행기는 짧게라도 써보는 게 어떨까 하는 게 아빠의 생각이란다.

,,

이 책을 읽는 내내 이 책에 나오는 절들을 모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소위 도장깨기라고 했던가. 물론 북한에 있는 절들은 어렵겠지우리나라에 있는 절들이라도 우리 같이 한번 가볼까?

PS:

책의 첫 문장 : 우리나라의 산사(山寺) 7곳이 마침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책의 끝 문장 : 금강의 맥박은 지금도 그렇게 울리고 있는 것이다.


비탈길은 사람의 발길을 느긋하게 잡아놓는다. 제아무리 잰걸음의 성급한 현대인이라도 이 비탈길에 와서는 발목이 잡힌다. 사람은 걸어다닐 때 머릿속이 가장 맑다고 한다. 여러분 생각해봐라. 직장에서 집까지, 학교에서 집까지 가는 한 시간 남짓한 시간에 머릿속에서 무엇을 했나. 돌아오는 길은 어떠했나. 최소 하루 두 시간 자기만의 명상 시간을 갖고 있는 셈인데 대부분은 그 시간을 소비해버리고 있다.
그러나 비탈길은 그런 경박과 멍청함을 용서하지 않는다. 아무리 완만해도 비탈인지라 하체는 긴장하고 있다. 꾹꾹 누르는 발걸음의 무게가 순례자의 마음속에 기여하는 바는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 사람의 생각은 걷는 발뒤꿈치에서 시작한다는 말도 있는 것이다.- P28

부석사의 절정인 무량수전은 그 건축의 아름다움보다도 무량수전이 내려다보고 있는 경관이 장관이다. 바로 이 장쾌한 경관이 한눈에 들어오기에 무량수전을 여기에 건립한 것이며, 앞마당 끝에 안양류를 세운 것도 이 경관을 바라보기 위함이다. 안양루에 오르면 발아래는 부석사 당우들이 낮게 내려앉아 마치도 저마다 독경을 하고 있는 듯한 자세인데, 저 멀리 산은 멀어지면서 소백산맥 연봉들이 남쪽으로 치달리는 산세가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이 웅대한 스케일, 소백산맥 전체를 무량수전의 앞마당인 것처럼 끌어안은 것이다. 이것은 현세에서 감지할 수 있는 극락의 장엄인지도 모른다. 9품 계단의 정연한 질서를 관통하여 오른 때문일까. 안양루의 전망은 홀연히 심신 모두가 해방의 기쁨을 느끼게 한다. 지루한 장마 끝의 햇살인들 이처럼 밝고 맑을 수 있겠는가.- P35

수덕사 대웅전 건축은 그 구조와 외형이 아주 단순하다. 화려하고 장식이 많아야 눈이 휘둥그레지는 현대인에게 이 단순성이 보여주는 간결한 것의 아름다움, 꼭 필요한 것 이외에는 아무런 수식이 가해지지 않은 필요미(必要美)는 얼른 다가오지 않는다. 그러나 안정된 정서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수덕사 대웅전의 저 간결미와 필요미가 연출한 정숙한 아름다움에 깊은 마음의 감동을 받게 될 것이다. 그것은 마치도 가벼운 밑화장만 한 중년의 미인을 만났을 때 느끼는 감정 같은 것이다.- P179

조선의 소나무는 그래도 죽지 않고 여기 이렇게 사철 푸르게 살아 있지 않은가. 웬만한 소나무는 그 칼부림, 도끼날에 생명을 다했을 거이련만 조선의 소나무는 그 아픔의 상처를 드러내놓고도 아리따운 자태로 늠름히 살아 있지 않은가. 저 푸른 소나무에 박힌 상처는 우리가 극복해낸 역사적 시련의 상처일 뿐이다. 아무리 모진 시련도 우리는 그렇게 꿋꿋이 이겨왔다.-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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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그렇게 보면 추상적인 개념적 도구를 사용해 세상을 체계적으로, 또 정밀하게 설명하려는 의도가 바로 수학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77)

공리라는 단어를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하나의 사실에 대해 증명하지 않고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때, 이를 기초로 다른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다. 공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전개될 내용도 전혀 받아들일 이유가 없으며, 이 공리가 맞다고 상정하면 앞으로 나올 결론들도 맞다고 여길 수 있다.’ 바로 이것이 공리적인 사고체계입니다. 유클리드는 <기하학 원론>이라는 책을 통해 기하학에 대한 5개 공리를 만들고, 그다음에 그 공리만 이용해서 여러 가지 증명을 전개했습니다. 가정과 공리만 사용해서 결론을 이끌어낸 이 책은 당시 서구세계에 굉장히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107)

수학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하게 질문을 던지고, 우리가 어떤 종류의 해결점을 원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에 필요한 정확한 프레임워크와 개념적 도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179)

수학적인 사고가 사회에 어떻게 적용되느냐는 질문에 답할 때, 수라는 개념 안에서만 생각한다면 굉장히 제한적인 관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 생각에 건전한 과학적 시각이란 근사(approximation)’해가는 과정이라는 걸 처음부터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완벽하게 할 수 없다고 해서 포기하기 보다는, 제한적인 조건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겁니다. 나중에 뒤집어지더라도 현재의 조건 안에서 이해해나가는 것이죠. 애로의 경우도, 뉴턴의 경우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근사해가는 과정, 항상 바꿀 수 있는 것, 그리고 섬세하게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를 학문이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겁니다.

(265-266)

수학은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인간이 답을 찾아가는 데 필요한 명료한 과정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맨 처음에 했던 질문이 기억나나요? ‘수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이제 그 질문을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을 겁니다. 여전히 답을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수학에 대해, 수학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에 대해 느끼고 있습니다. 더 탐구하게 되고, 생각게 되겠지요. 무엇보다 수학이 이제 특정한 논리학이나 기호학과 같은 학문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이해했을 겁니다.

(291)

알파벳 다섯 글자로 만들 수 있는 단어는 과연 몇 개일까요? 아무 제약 조건도 주지 않고 의미를 고려하지 않으면 26^5, 1200만 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전을 찾아보면 의미 있는 다섯 글자 영어 단어는 희한한 것들까지 포함해서 약 1 5,000개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알파벳 3개 글자를 효율적으로 써서 26^3=17,576개의 단어를 만들면 될 것을, 5개의 글자로 왜 1 5,000개 단어밖에 만들지 않은 것일까요? 다섯 글자 영어 단어에 들어 있는 정보율은 약 5분의 3입니다. 의미 있는 단어는 1 5,000개밖에 안 되는데, 다섯 글자나 쓰는 낭비를 정보율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단어의 길이를 늘려서 쓰게 된 데는 인간의 언어가 자연적으로 정보 처리 문제를 해결하면서 진화한 것이 중요한 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언어 자체도 방금 이야기한 오류의 관측과 정정이 가능하게 만들어졌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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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반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4
메리 셸리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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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그 유명한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이제서야 읽었단다. 아빠도 마찬가지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프랑켄슈타인은 원작소설보다 영화나 만화를 통해서 먼저 만나지 않았을까 싶구나. 어렸을 때 어린이를 위한 동화로 편집된 프랑켄슈타인을 읽어본 이들은 많겠지만, 원작소설로 읽은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 아빠는 줄거리는 뻔히 알고 있는 이야기들의 원작을 읽는 것을 좋아한단다. 아빠가 알고 있는 줄거리를 대충 알고 있거나, 기억이 오래되어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그런데 말이야, 이번에 읽은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소설을 이야기하기 전에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지은이의 이야기를 먼저 해주어야겠구나.

지은이 메리 셸리. 그리고 메리 셸리가 이 소설을 썼을 때 메리의 나이는 고작 열여덟 살이었다고 하는구나. 완전 어메이징 메리로구나. 메리 셸리는 1797년 영국에 태어났대. 그의 부모 역시 유명한 사람이었다는구나. 메리 셸리의 아버지는 급진 정치사상가인 윌리엄 고드윈이고, 메리 셸리의 어머니는 유명한 여성주의자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였다고 하는구나. 그런 진보적인 부모님의 유전자를 받아서였나? 그 옛날 영국이라는 보수적인 나라에서 이런 SF 소설이자, 공포 소설을 쓰다니그것도 십대 소녀가 말이야

메리가 태어나자마자 엄마는 돌아가셨다고 했어. 아버지는 재혼했는데, 계모의 질투로 어린 메리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했어. 하지만 아버지의 서재에 있는 많은 책들을 읽었고, 아버지와 친구들이 나눈 이야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대. 열다섯 살에 아버지의 제자 퍼시 비시 셸리를 만나게 되어 사랑에 빠졌고, 2년 뒤에는 그와 함께 프랑스로 도망갔다고 하는구나. 퍼시 비시 셸리는 이미 결혼한 상태였다고 해.. 아버지와 의절까지 한 사랑의 도피였어. 그 사랑의 도피에서 아이를 임신했지만 유산을 하였어. 그리고 남편의 버림을 받은 퍼시의 아내는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고 하는구나. 퍼시의 아내가 죽고 나서 퍼시와 메리는 정식으로 결혼을 해서 부부가 되었대.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렸던 메리와 퍼시. 그들은 결혼한 해인 1816년 남편 셸리와 메리는 제네바에서 여름을 보냈어. 퍼시의 지인들과 함께 보냈는데, 그 자리에서 괴담 하나씩 짓기로 약속을 했는데, 그때 메리는 이 소설을 구상하였고, 1818년에 출간하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메리와 퍼시의 결혼 생활은 모든 것을 버린 사랑에 비해 그리 행복하지는 못했어. 누구는 퍼시가 아내를 버려 죽음에 이르게까지 한 것에 대한 죗값이라고 하기도 한단다. 아이들을 다섯 명이나 낳았지만, 네 명이 일찍 죽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1822년 남편이 항해 중 폭풍우를 만나 죽고 말았어. 이후 혼자 지내며 소설과 여행기를 적었고, 1851년에 뇌종양으로 죽고 말았다고 하는구나. <프랑켄슈타인>의 걸작을 지었지만, 메리의 삶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구나.

1.

어떤 사람은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의 이름으로 잘못 알고 있는 이도 있는데,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만든 박사의 이름이란다. 사실은 괴물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려고 했는데, 그 모습이 흉측해서 괴물이라고 불리게 된 것이야. 괴물도 본성은 착했으나, 편견을 가지고 자신을 보는 인간들로 인해 괴물이 되었던 것이란다. 그럼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를 해줄게.

로버트 월턴이라는 영국사람이 있었어. 러시아에서 항해를 시작했는데, 어느날 떠다니는 빙산에 고립되어 있는 어떤 사람을 구출해 주었어. 그는 몹시 지쳐 있었고, 거의 탈진 상태였어. 그는 자신이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라고 했고, 자기로부터 도망친 자를 찾는다고 했어. 그는 그러면서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배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었어.

..

빅토르는 제네바의 명문가 집에서 태어나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어. 그런데 출가한 아버지의 여동생이 죽고, 그 죽은 여동생의 딸 엘리자베트를 아버지가 데려와 키웠어. 빅토르에게는 고종사촌이었지. 빅토르의 고모는 나중에 커서 빅토르와 엘리자베트를 결혼시켜달라고 유언을 남겼단다. 빅토르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무척 착하신 분으로 엘리자베트를 자신의 아이처럼 보살펴 주었단다. 그런데 빅토르의 열일곱 살 때 첫 번째 비극이 일어났단다. 당시 전염병이 돌고 있었는데, 빅토르의 어머니가 그 전염병에 걸려 죽고 말았어.

그리고 얼마 뒤 빅토르는 잉골슈타트 대학에 진학을 했단다. 대학에서 빅토르는 자연과학과 당시 현대과학에 흠뻑 빠져들었고 2년 넘게 집에도 오지 않고 열심히 공부를 했단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한 빅토르는 어느날 개체 발생과 생명의 원인을 발견하게 되었어. 그리고 그 연구 결과를 토대로 생명체를 만들어보았단다. 다 만들고 난 생명체의 모습은 자기도 모르게 도망칠 정도로 흉측한 괴물의 모습이었어. 두려움에 빅토르는 집을 도망 나왔다가 빅토르를 찾아온 어린 시절 절친한 친구 클레르발을 만났어. 용기를 내어 클레르발과 함께 집에 가보니 그 괴물은 사라지고 없었단다.

2.

괴물은 사라졌지만, 괴물에 대한 두려움으로 빅토르는 신경성 열병에 걸려 몇 달 동안 집에만 있었고, 클레르발이 극진히 병 간호를 해주었어. 몇 달 만에 회복을 한 빅토르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단다. 고향 집에서 온 소식인데, 동생 윌리엄이 누군가에게 살해를 당했다는 거야. 고향 집으로 돌아오자 모든 가족이 상심에 빠져 있었어. 당시 정황을 들어보니, 살해한 이는 다름 아닌 자신이 만든 괴물인 것 같았어. 그래서 더욱 죄책감에 빠져 괴로워했단다.

그런데 상황은 이상하게 흘러갔어. 그들의 사랑스럽고 착한 하인이자 친구인 유스틴이 범인이라는 증거들이 나타났어. 유스틴은 당황했고, 엘리자베트가 유스틴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재판은 유스틴의 유죄를 선고했고, 유스틴은 처형을 당했단다. 계속된 안 좋은 일로 빅토르는 다시 신경 쇠약 증세를 보였어. 그래서 아버지의 제안으로 다 같이 몽블랑으로 여행을 갔단다. 몽블랑에서 기운을 좀 차린 빅토르는 혼자 빙벽 여행을 떠났는데, 그곳에서 자신이 만든 괴물을 만나게 되었단다.

괴물은 그동안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했어. 어떻게 태어났는지도 모르는 그는 아파트를 빠져 나와 도망만 다녔대. 그를 본 사람들이 자신에게 소리를 지르고 도망을 가니까 말이야. 산속에서 피신에 지내다가 한적한 시골의 어느 집에 몰래 숨어 들어가 머물렀대. 그곳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을 몰래 살피면서, 말도 배우게 되고 글도 배우게 됐다고 했어.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은 참 착한 사람들이었어. 눈 먼 노인 드라세와 그의 아들 펠릭스와 딸 아가타가 있었어.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도 알게 되었어. 그들은 원래 파리에 명망 있는 집안으로 돈도 많은 부자였어. 그런데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아랍상인을 탈출시켜주는 일을 도왔고, 그 아랍상인이 그들을 배신하는 바람에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고 집안은 풍비박산이 되었단다. 결국 파리에서 쫓겨나 지금의 시골에서 살고 있는 것이야. 그러나 그들은 품성이 착해서 시골에서 살면서도 소소한 행복을 찾았어. 그들이 도왔던 아랍상인은 나쁜 사람이라 배신을 했지만, 아랍상인의 딸 사피는 착해서 그들의 집에 찾아왔단다. 사실 펠릭스와 사피는 사랑하는 사이였거든. 그렇게 사피도 같이 시골집에서 살게 되었어. 이렇게 착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외모보다 마음을 봐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오랜 칩거에서 벗어나기로 용기를 가졌단다. 그리고 자신도 그 가족들처럼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싶어했어.

먼저 낮에 홀로 집에 있는 장님인 노인에게 말을 걸었어. 노인은 친절하게 대해주었어. 그런데 외출했다가 돌아온 젊은이들은 괴물을 보고 비명을 지르고, 심지어는 혼절까지 했단다. ‘괴물은 도망갈 수밖에 없었고, 그가 사람들에게 걸었던 기대를 저버리게 되었어.

3.

괴물또한 괴로워했어. 이제 자신을 이렇게 만든 창조자를 찾아 복수하기로 했어. 빅토르의 고향 제노바를 찾아갔어. 그리고 윌리엄을 죽였던 것이고, 계속 그들의 가족 주변에 있다가 몽블랑에서 빅토르를 만나게 된 것이란다. 빅토르는 괴로웠지만, ‘괴물을 처치하기에는 괴물의 힘이 훨씬 셌단다. ‘괴물은 한가지 제안을 했어. 자신을 위로해 줄 반려자 한 명만 만들어달라고 했어. 그러면 그 새로운 괴물과 함께 아프리카 오지로 떠나서 사람들에게 방해를 안하고 그들만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겠다고 했어. 빅토르는 괴물의 말에 설득을 당했어.

빅토르는 친구 클레르발과 함께 영국 여행을 가기로 했어. 그 여행의 목적은 새로운 괴물을 만드는 것이었어. 클레르발과 여행을 하다가 헤어져서 한적한 숲 속에 사람들이 찾지 않는 오두막에서 그는 다시 새로운 피조물을 만들기 시작했어. 하지만 빅토르는 자신이 또 하나의 괴물을 만드는 것이고 그러면 두 괴물이 사람들을 죽이면 더 큰 재앙이 올 것이라고 생각해서 만들던 괴물을 파괴해버렸단다. 이 장면을 본 괴물은 다시 복수를 다짐했고, 그의 결과는 금방 나타났어. 친구 클레브발을 죽였던 것이야. 다시 충격에 빠진 빅토르. 다시 고향으로 왔어. 그는 충격에 빠졌지만, 미뤄두었던 엘리자베트와 결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어. 그런데 결혼식 날 괴물은 엘리자베트 마저 죽이고 말았어. 그 충격으로 아버지는 얼마 못 가서 돌아가시고 말았어.

이제 빅토르는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렸어. 단 하나, 그 괴물을 제거하는 일.. 그것만이 빅토르가 살아갈 이유였단다. 그리고 괴물을 쫓다가 바다에 떠다니는 빙산까지 온 것이라고 했어. 비록 구조가 되었지만, 빅토르는 이미 기력을 많이 잃었어. 결국 기력을 찾지 못하고 얼마 못 가 죽고 말았단다. 빅토르가 죽자 배에 괴물이 나타났어. ‘괴물은 늘 빅토르 근처에 있었던 거야. 아마 괴물은 빅토르를 설득해서 또 하나의 괴물을 만들게 하려고 했을 거야. 그런 희망을 가지고 있지 않았나 싶어.

이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자신과 동종의 존재. 하지만 이제 빅토르는 죽고 말았어. ‘괴물은 자신이 지금껏 해온 일에 대해 자기도 그럴 수밖에 없다고 했어. 인간들이 자신의 외모만 보고 외면을 하니, 그는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이제 자신은 이 곳을 떠날 것이고, 더 이상 사람을 보지 않겠다면서 배를 떠났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어.

,, 프랑켄슈타인이 만든 괴물역시 영혼은 그저 나약한 인간이었고, 인간답게 살고 싶었을 뿐이었던 거야. 하지만 겉모습으로 인해 그는 자신의 의지와 달리 사람답게 살수 없었던 것이야.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의 본능은 겉모습으로 편견을 갖게 되는 것 같구나.

, <프랑켄슈타인>은 단순히 공포 소설, SF 소설이 아니야. 겉모습만 보고 편견을 갖게 되는 치졸한 인간상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싶구나. 아빠는 어렸을 때 동화로도 프랑켄슈타인을 읽은 적은 없었고, 원작 소설로 읽은 것이 처음인데 너무 재미있게 읽었단다. 지은이 메리 셸리가 많은 작품을 남기지 않아 아쉬울 뿐이구나.

PS:

책의 첫 문장 : 그토록 불길하게 여기셨던 일이 별다른 탈 없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들으신다면 무척 기뻐하시겠지요.

책의 끝 문장 : 그리고 순식간에 세찬 파도에 떠밀려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습니다.


아! 어째서 인간은 짐승보다 훨씬 우월한 감수성을 가졌다고 자랑하는 것일까? 그로 인해 훨씬 더 유약하고 의존적인 존재가 될 뿐인데. 우리의 욕망이 굶주림, 갈증, 그리고 성욕에 국한되었다면, 거의 완전한 자유를 만끽하는 존재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바람 한 줄기, 우연한 한 마디, 아니면 그 말로 전달되는 풍경 하나하나에 흔들리지 않는가- P129

또 다른 깨달음 몇 가지는 내 가슴에 더 깊이 새겨졌다. 나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 아이들의 탄생과 성장에 대해서도 들어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갓난아기의 미소에 얼마나 무조건적으로 기뻐하는지, 아이가 좀 더 자라면 활기차게 뛰어나오는 그 모습에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그 고귀한 임무에 어머니의 삶과 관심이 얼마나 집중되어 있으며, 아이의 마음이 어떻게 지식을 확장하고 얻어나가는지를 배웠고, 형제, 자매, 그리고 한 인간을 다른 인간과 상호 유대로 묶어주는 다양한 인간관계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P161

힘겨운 행군에 지칠 때면 밤이 올 때까지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고, 밤이 되면 내 소중한 사람들의 품 안에서 현실을 만끽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그들을 향한 내 사랑은 얼마나 괴롭고 괴로웠던가! 심지어 눈을 뜨고 있을 때고 내 온 마음을 사로잡던 그네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얼마나 필사적으로 매달렸으며, 여전히 살아 있다고 믿으려 얼마나 애썼던가. 그런 순간 내 안에서 불타던 복수심은 심장 속에서 죽어버리고, 그 악마를 파괴하기 위한 행보는 내 영혼의 열렬한 갈망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하늘이 내린 사명, 나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하는 어떤 힘의 기계적 충동 같았다.- P287

하지만 내가 저주받은 괴물이라는 건 사실이다. 사랑스럽고 힘없는 이들을 무참히 죽였으니. 죄 없는 이들이 잠자는 사이에 그 목을 졸랐고, 나나 다른 살아 있는 존재를 한 번도 해한 적 없는 사람의 목덜미를 죽도록 그러쥐었다. 인간들 중에서도 사랑과 존경을 받아 마땅한 우수한 인물인 내 창조자를 불행으로 몰아넣었다. 심지어 결코 치유할 수 없는 파멸의 길로 그를 쫓았다. 저기 그가 누워 있군, 하얗고 차가운 몸으로 죽어서. 당신은 나를 미워하겠지. 그러나 그 증오는 나 스스로 느끼는 혐오감에는 차마 비길 수도 없다. 나는 그 일을 집행한 손을 본다. 그런 상상을 품었던 심장을 생각한다. 그들이 내 눈길과 마주치고 그 행위가 내 생각을 온통 사로잡을 그 순간만을 갈망한다.- P302

안녕히! 이제 난 당신을 떠난다. 그리고 당신은 내 눈이 보게 될 마지막 인간이 되겠지. 이제는 작별이다. 프랑켄슈타인! 아직 살아 있어 내게 복수심을 품고 있다면, 나를 죽이는 것보다는 살려두는 편이 오히려 나았을 테지.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당신은 내가 더 큰 불행을 초래할까봐 두려워 나를 파멸시키려 했으니까. 하지만 혹시라도, 나로서는 알 수 없는 방식을 통해 당신이 아직 생각하고 느낄 수 있다면 나를 불행하게 만들고자 내 목숨을 원치는 않을 거다. 당신이 아무리 비참하게 무너졌다 한들, 내 괴로움이 당신보다 훨씬 크니까. 회한의 쓰라린 가책은 죽음이 영원히 상처를 덮어버리지 않는 한 상처 속에서 끝없이 곪아갈 테니까.-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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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5-19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소한 오류로 메리 셸리의 생몰연대가 1951년이
아닌 1851년으로... 그전에 표시해 주신 연대도...

고딕 소설의 쌍둥이 형제 같은 브람 스토커의 <드라
큘라>는 읽었는데 <프랑켄슈타인>은 원전으로
만나 보질 못했네요 책은 사두었지만요.

영화로도 보았는데 완전 비극의 연대기네요. 인간
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19세기 과학 기술문명
발전에 따른 자신감의 발로라고나 할까요. 물론
그 이후에 발생하게 되는 부수적 피해에 대한 메리
셸리식의 경고는 정말 탁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 탄생을 다룬 또다른 소설도 읽었는데 그런
배경이 있었군요. 그냥 소설로 읽을 적에는 몰랐
네요.

bookholic 2019-05-19 20:19   좋아요 0 | URL
오류 발견 고맙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메리 셸리에 관한 영화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도 봤는데요.
이 <프랑켄슈타인> 탄생을 다룬 소설도 있었군요.
˝읽고 싶어요˝목록에 추가해야겠어요.
남은 휴일 즐거운 시간 되세요^^

카알벨루치 2019-05-19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학때 인상적이었던 메리 셀리였는데, 라이프스토리가 기가 막히네요 작가들은 다 특출난 인생인듯 합니다 쩝!~재독하고픈 책이네요 ㅎㅎ

bookholic 2019-05-19 20:22   좋아요 1 | URL
간혹 소설보다 다 드라마틱한 삶을 산 소설가들이 있는 것 같아요...
나중에 시간이 나시면 함 재독하시고 멋진 리뷰 부탁드려요^^
편안한 저녁 시간 되시고요~
 















(15)

사랑이란 느릿느릿 들어와 어느덧 마음 한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앉아 눈치 없이 아무 때나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힘들고 거추장스러우니 제발 나가 달라고 부탁해도 바보같이 못 알아듣고 꿈쩍도 않습니다.

(58)

영국의 고전학자이자 시인인 A.E. 하우스먼은 시()상처받은 진주조개가 극심한 고통 속에서 분비 작용을 하여 진주를 만드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진주를 얻기 위해 극심한 고통을 겪듯, 시인의 고뇌와 아픔 속에서 아름다운 시가 나온다는 말입니다. 예이츠의 경우는 짝사랑이 그를 위대한 시인으로 만드는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66-67)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예이츠의 시가 한 편 있는데요, 그 시의 제목은 ‘A Drinking Song’입니다. 우리말로 음주가라고 번역합니다.

-------------------------

음주가

술은 입으로 들어오고

사랑은 눈으로 들어오네

우리가 늙어서 죽기 전에

알게 될 진실은 그것뿐

술잔을 들어 입가에 가져가며

그대 보고 한숨짓네.

-------------------------

영시 중에 한 편을 외워 오라는 숙제를 학생들에게 내주면 가장 많이 외워 오는 시입니다. 짧아서 부담이 없기도 하지만 우리 학생들의 마음에도 어필하는 시 같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보며 술 한잔 마시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죽기 전에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122-123)

몇 년 전부터 인터넷에 떠돌면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킨 작자 미상의 <아버지는 누구인가?>라는 글이 있습니다.

-----------------------

아버지는 기분 좋을 때 헛기침을 하고, 겁날 때 너털웃음을 짓는 사람이다

아버지는 혼자 마음껏 울 장소가 없어 슬픈 사람이다

아버지는 매일 머리가 셋 달린 용과 싸우러 나가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내가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못하고 있나 보다매일 자책하는 사람이다.

아버지는 가장 좋은 교훈은 손수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라는 격언에 콤플렉스를 느끼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마음은 먹칠을 한 유리로 되어 있어서 잘 깨지지만 속은 잘 보이지 않는다.

자식들이 늦게 들어올 때 어머니는 열 번 걱정하는 말을 하지만 아버지는 열 번 현관을 쳐다본다.

아버지는 아들딸들이 나를 닮아 주었으면하고 바라면서도 아니, 나를 닮지 않아 주었으면하고 이중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아버지는 가족들을 위해 온몸이 부서져라 일해도 부자 아빠가 못되어 큰소리치지 못하는 사람이다.

어머니의 마음은 봄가을을 오고 가지만 아버지 마음은 가을겨울을 오간다.

아버지는 어머니 앞에서는 기도도 한 하지만 혼자 차를 운전하면서 큰 소리로 기도하는 사람이다.

아버지! 뒷동산의 바위 같은 이름이다.

시골 마을의 느티나무 같은 크나큰 이름이다.

-----------------------

(126)

진정 사람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너는 아니?”

아버지 에드워드가 묻습니다.

한 남자가 자기 아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위대하다고 해도 좋지 않을까요?”

(148)

사랑하는 일은 막대한 시간과 에너지를 요한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항상 배려하는 마음, 그 사람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한 마음, 너무나 보고 싶은 마음 어떤 행동이나 말을 해도 항상 의식의 언저리에 있는 그 사람의 지배를 받는 것은 대단한 영혼의 에너지를 요한다.

(150)

사랑받는다는 것은 진짜가 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이다. 모난 마음은 동그랗게(‘사람이라는 단어의 받침인 날카로운 ㅁ을 ㅇ으로 바꾸면 사랑이 되듯이), 잘 깨지는 마음은 부드럽게, 너무 비싸서 오만한 마음은 겸손하게 누그러뜨릴 때에야 비로소 진짜가 되는 것이다.

(155)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짝사랑이란 삶에 대한 강렬한 참여의 한 형태이다. 충만한 삶에는 뚜렷한 참여 의식이 필요하고, 거기에는 환희뿐만 아니라 고통 역시 수반하게 마련이다. 우리 삶에 있어서의 다른 모든 일들처럼 사랑도 연습을 필요로 한다.

(157)

젊은이들이여, 당당하고 열정적으로 짝사랑하라.

사람을 사랑하고, 신을 사랑하고, 학문을 사랑하고,

진리를 사랑하고, 저 푸른 나무 저 높은 하늘을 사랑하고,

그대들이 몸담고 있는 일상을 열렬히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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