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나는 이 잃어버린 고리판타 레이라는 개념에서 찾고자 한다. ‘판타 레이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Heracleitos)의 유명한 언명으로 만물유전(萬物流傳)”, 모든 것은 흐른다라는 뜻이다. 모든 사물은 고정되어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마치 흐르는 유체(流體)와 같이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모든 것들을 유체 현상으로 이해하려고 했다. 대표적인 예가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상의 물체들은 물, , 공기, 흙의 조합으로 이루저졌다는 4원소설을 제시했다. 그리고 천상 세계의 물체들, 즉 우주와 행성 같은 천체들은 제5원소라 불리는 유체 에테르(aether)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력이 여전히 남아 있던 르네상스 시대와 과학 혁명 초기, 학자들은 천체의 움직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에테르의 움직임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 보텍스(vortex, 소용돌이)’라는 유동 현상에 주목했다. (유체 역학에서는 와류(渦流)’, ‘와동(渦動)’이라고 부르지만, 이 책에서는 훨씬 포괄적인 의미를 가진 보텍스라는 단어를 사용할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의 보텍스 스케치에서 볼 수 있듯이, 그 시대 사람들은 우리가 사는 세계를 판타 레이의 관점으로 보고, 모든 물리 현상을 유체의 보텍스로 이해하고 설명하고자 했다. 그것은 그들에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25-27)

다행히 코페르니쿠스는 자신의 책의 인쇄본을 보고 난 뒤 눈을 감았다. 이렇게 서구 문명에 가장 큰 충격을 준 저작물 <천구의 회전에 대하여(De Revolutionibus Orbium Coelestium)>가 세상에 드러났다.

이 책은 소수의 전문가만이 이해할 수 있었기에 단 400부만 인쇄되었고, 그나마도 다 팔리지도 않았다. 6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원제에서 레볼루티오니부스(revolutionibus)’, 레볼루션(revolution)’은 천체의 회전을 의미한다. ‘레볼루션혁명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은 뉴턴의 <프린키피아>가 출판되던 1688년 영국의 명예 혁명(Glorious Revolution)부터이다. 이처럼 원래 천문학 용어였던 레볼루션은 코페르니쿠스 이후 혁명적인 변화라는 의미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코페르니쿠스의 레볼루션코페르니쿠스적 전환(Kopernikanische Wendung)”이라고 명명했으며, 토머스 쿤(Thomas Kuhn)은 이를 다시 코페르니쿠스 혁명(Copernican Revolution)”이라고 부르며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는 과정을 일컫는 용어로 사용했다.


(35-36)

전 유럽을 휩쓴 30년 전쟁은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마무리된다. 보헤미아에서 합스부르크 가문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이 전쟁으로 신성 로마 제국은 독일에 대한 영향력을 완전히 상실하여 오스트리아와 동유럽으로 축소되었다. 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한 독일은 수많은 제후국으로 분할되어 유럽에서 가장 낙후된 곳으로 전락한다. 하지만 전쟁 중에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공국과 합병한 프로이센은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대규모 영토를 보장받으며 신흥 강국으로 등장한다. 또하, 80년간의 기나긴 독립 전쟁 끝에 네덜란드의 독립이 최종 확정되어, 신대륙 발견 이후 강대국으로 군림하던 네덜란드의 지배자 스페인의 몰락이 시작된다. 종교의 도그마에 갇혀 국력을 낭비한 스페인과 신성 로마 제국과 달리 철저히 실리를 챙긴 프랑스와 영국이 30년 전쟁 이후 유럽의 강대국으로 급부상한다.


(49)

뉴턴은 조폐국에서 일하던 수십 년간 상당한 재력가가 되었다. 한편, 1714년 앤 여왕이 후사가 없이 사망하자 영국의 스튜어트 왕조는 단절된다. 의회는 그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앤 여왕의 먼 친척인 독일 하노버 영주 게오르크 1세를 허수아비 국왕으로 데려와 조지 1세로 세웠다. 현재 영국 왕실은 이 하노버 왕조의 후손들이다. 이러한 정권 교체 시기에 1720년 런던의 커피하우스들의 미확인 소문들과 묻지 마투기로 시작된 남해 버블 사건(South Sea Bubble)’이라는 주식 사기 사건이 일어난다. 조폐국장 뉴턴은 여기에 휘말려 2만 파운드를 날렸다. 하지만 자산 관리에 탁월했던 그는 1727년 사망 시에 어머니의 유산을 제외하고도 3 2000파운드(현재 가치로 약 60억 원)의 유산을 남겼다.


(70)

유럽 학계가 뉴턴파와 라이프니츠파로 나뉘어 대립하던 무렵, 1738년 베르누이 정리가 발표되자 샤틀레는 소멸하지 않는 유체의 보존량으로 도입된 속도의 제곱에 주목한다. 이후 라이프니츠의 다니엘 베르누이, 오일러 등과 적극 교류하던 그녀는 연인 볼테르가 너무 뉴턴파의 입장만 고집하자 볼테르와의 관계가 틀어진다. 그녀는 새로운 연하의 연인을 사귀고 그의 아이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당시는 노산의 사망률이 높아 42세인 그녀는 삶이 얼마 남지 않음을 직감하고 평소 추진하던 뉴턴의 <프린키피아>의 프랑스 어 번역을 서두른다. 그녀는 하루에 3~4시간만 자며 마침내 1749 9월 번역을 마무리하고 3일 뒤 출산했으나 일주일 뒤 사망하고 만다. 이 번역본은 단순한 번역이 아니라 뉴턴 이 진행된 미적분학의 발전과 논쟁을 정리한 수많은 주석이 달렸고, 이러한 그녀의 방대한 프랑스 어판 주석 덕분에 프랑스는 영국을 제치고 수학과 물리학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하다. 샤틀레는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관점이 동일하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조제프루이 라그랑주는 뉴턴의 힘을 시간에 대해 적분하면 운동량이고, 거리에 대해 적분하면 운동 에너지라며, 그녀의 아이디어를 깔끔하게 정리한다. 또한, 보존량이 속도의 제곱이라는 개념은 후에 갈릴레오 좌표 변환이 로렌츠 변환으로 일반화되면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의 유명한 공식 E=mc2의 토대가 된다.


(117)

청동은 섭씨 900도에서 녹지만, 주철은 섭씨 1,300도 이상이 되어야 녹는다. 기원전부터 주철을 녹여 제품을 만들었던 중국과 달리 서양은 16세기까지 이 온도에 도달하지 못했다. 중국에서 시작된 주철 기술로 동아시아에서는 오래전부터 무쇠솥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 차이가 동서양의 식생활을 다르게 만들었다. 즉 동양은 솥으로 밥을 지어 먹었고, 솥이 없던 서양은 화덕에 빵을 구워 먹었다. 인류는 수천 년 전부터 철기 시대에 진입했지만, 서양의 철기 문화는 중세까지만 해도 기껏해야 대장간에서 수백 도로 달군 철을 망치로 두들겨 창검이나 농기구를 만드는 수준이었다. 이러한 기술 격차를 만든 것은 바로 풀무였다.


(145)

1453년 동로마 제국의 멸망은 서양사에서 중세가 종말을 고하고 근대가 시작된 기점이다. 과학 기술의 측면에서는 창과 칼 같은 냉병기에 의존하던 유럽이 대포라는 화기를 앞세운 이슬람에 굴복한 사건이기도 하다. 두 세력 모두 화포를 지니고 있었으나, 오스만 제국은 훨씬 강력한 대포로 1,000년 이상 난공불락의 요새였던 콘스탄티노플의 3중 성벽을 허물어뜨리며 함락시켰다. 이는 단순한 전쟁의 결과를 넘어서, 인류사에서 전쟁의 패러다임이 활과 창검을 이용한 용맹 무쌍희 기사도에서 화포로 상징되는 과학 기술로 이동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162-163)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는 마렝고 전투 당시의 로마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1796 1차 나폴레옹 원정으로 로마에 공화정이 수립되지만, 프랑스의 지배력 상실로 공화정은 무너지고 로마의 공화파들은 지하로 숨어 투쟁한다. 이 와중에 알프스를 넘은 나폴레옹이 다시 진격해 오자 로마의 혁명적 공화파가 전면에 나서고 이를 막아내려는 왕당파의 탄압 역시 필사적이었다. 오페라는 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공화파 혁명 지도자와 사랑에 빠진 여인 토스카의 비극적 운명을 담고 있다.


(167)

베토벤과 달리 독일의 상당수 지식은 나폴레옹에 열광했다. 1806년 독일 예나 전투에서 승리한 나폴레옹이 말을 타고 예나에 입성하는 것을 보고, “저기 세계 정신이 온다.”라고 외친 예나 대학교 교수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이 대표적이다. 참고로 칸트에 이어 독일 관념론을 완성한 헤겔은 1801년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칸트는 <일반 자연사와 천체 이론>이라는 논문을 썼고, 헤겔은 <행성들의 궤도에 관하여>를 박사 학위 논문으로 썼다.


(203)

1789년 프랑스 혁명으로 붕괴된 부르봉 왕조는 나폴레옹의 몰락으로 1814년 부활한다. 하지만 돌아온 왕족들은 혁명 전보다 오히려 더 심하게 망가져 있었고, 이로 인해 왕당파와 공화파의 대립은 보수와 진보의 이름으로 더욱 격렬해졌다. 이러한 대립은 정치뿐 아니라 문화 예술 및 과학 기술 분야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자유주의의 확산을 가져온다. 한때 급진주의자로 나폴레옹을 증오하던 베토벤은 1824년 무려 10여 년간 중단했던 작품 활동을 재개하는데 이때 들고 나온 작품이 바로 영국의 로열 필하모닉 소사이어티가 의뢰한 <합창>이다. 베토벤은 인류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꼽히는 이 교향곡에 반체제 작가였던 프리드리히 실러의 <환희의 송가>를 가사로 붙였다.


(208)

1830 7월 혁명을 그린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빅토르 위고는 이 그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1832 6월 학생 무장 봉기를 배경으로 <레 미제라블>을 집필했다. 이 그림 오른쪽에 권총을 들고 등장하는 소년은 <레 미제라블>가브로쉬의 모델이 되었다. 메두사 호 사고에서 보듯이 왕정 복고 이후 프랑스의 사회 부조리는 더욱 심해진다. 하지만 기득권 세력이 총동원되어 이 모든 게 볼테르 때문이고, 이 모든 게 루소 때문이라며 오히려 진보 진영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프레임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러한 한심한 작태에 분노한 빅토르 위고는 <레 미제라블>에 이 표현을 가브로쉬가 반어적으로 부르는 노래로 삽입했다. 대략적은 내용은 내가 못생긴 것도 가난한 것도 이게 다 볼테르 때문이고 루소 때문이라는. 가브로쉬는 바리케이드에서 이 노래를 부르며 진압군을 조롱하며 실탄을 구하다 진압군의 총에 사망한다. 1985년 캐머런 매킨토시가 <레 미제라블>을 뮤지컬로 각색하며 이 노래의 역사적 배경을 전혀 알지 못하는 영어권 관객들을 위해 “Little People”이라고 가사의 내용을 바꾸었다. 루브르에서는 들라크루아 작품 옆에 제리코의 <메두사 호의 뗏목>을 나란히 전시하고 있어, 7월 혁명의 배경이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 준다. 한편, 요즘 제일 인기 있는 록그룹 중 하나인 영국의 콜드플레이(Cold Play)의 대표작 <비바 라 비라(Viva la Vida)> 역시 들라크루아의 바로 이 그림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참고로 제목은 인생 만세라는 뜻의 스페인 어로 20세기 멕시코 혁명 화가 프리다 칼로의 마지막 작품에서 따온 것이다.


(229-230)

따라서 데카르트에게는 행성을 움직이는 힘의 전달 매체로 우주를 가득 채운 유체 에테르가 필요했고, 에테르의 소멸하지 않는 운동인 보텍스가 행성 운동의 원천이라고 보았다. 이에 대해 뉴턴은 유체의 점성 저항을 도입하여 유체 유동은 지속하지 못하고 소멸한다고 지적했다. 대신 행성은 에테르의 보텍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중력에 의해 스스로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뉴턴 역시 데카르트와 마찬가지로 중력이 작용하려면 물질의 접촉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에테르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더 나아가 자력이나 전기력에도 마찬가지로 힘의 매개체가 있다고 생각했다.


(249)

1848년 전 유럽을 휩쓴 혁명의 열풍은 음악가들에게도 불어닥친다. 바그너는 폭동을 주동하다 수배령이 내려져 기나긴 도피 생활을 시작했으며, 빈의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프랑스 혁명곡 <라 마르세예즈>를 연주하다가 체포되었다. 그의 아버지 요한 슈트라우스 1세는 혁명을 무력으로 진압한 라데츠키 장군을 위해 <라데츠키 행진곡>을 작곡하고, 체포된 아들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이러한 아버지의 힘 덕에 풀려난다. 보헤미아의 스메타나는 프라하의 카를 다리에 바리케이드를 쌓고 총을 들고 무장 항쟁을 하다 체포되었으며, 리스트는 고국 헝가리에서 일어난 봉기가 합스부르크 군대에 의해 무자비하게 진압되었다는 사실에 격분하여 피아노곡 <장송>과 교향시 <헝가리아>를 작곡했다.


(267-268)

엥겔스는 마르크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같은 시기 맨체스터에서 활동하던 동년배 사업가 줄의 성과에 대해 언급한다. 이들은 줄의 실험이 열, 운동, 전기, 자기 등 다양한 에너지와 힘이 서로 다른 형태로 바뀌기도 하고 상호 전환되기도 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후 엥겔스와 마르크스는 자신들의 경제학에 줄의 성과를 반영하여 노동이 상품이 되고 상품이 화폐가 되고 화폐가 상품으로서의 노동을 구매하는 과정을, 보존량으로서의 가치가 형태를 바꾸어 가며 전환된다는 물리학적 개념으로 분석한다. 이렇게 하여 카를 마르크스의 최초의 경제학 저술인 <정치 경제학 비판을 위하여> 1859년에 출판된다. 이 책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매진되자 고무된 마르크스는 이 책을 확장하여 새로운 책을 저술한다. 이것이 바로 1867년의 <자본론>이다.


(299)

논란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늘 조심스러웠던 다윈은 자신의 진화론에 대해 에볼루션(evolution)’이라는 단어를 되도록 쓰지 않으려고 했다. 아마 사전적 의미가 줄 수 있는 혼동 때문으로 보인다. 라틴어로 두루마리를 펴다라는 의미의 ‘evolvo’에서 유래한 영어 에볼루션은 원래 책을 펼치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이후 콩트가 혁명적 변화를 의미하는 레볼루션과 대비하기 위해 진보(progress)’의 의미로 에볼루션을 사용했고, 이는 발전(development)’의 의미로 이해되어 라마르크의 진화론에 쓰인다. 다윈은 자연 선택에 기초한 자신의 진화론이 라마르크와 구분되기를 원했고, 콩트의 진보와도 거리를 두기 위해 <종의 기원>에는 세대 간의 걸친 변화정도로 표현한다. 다윈은 이처럼 <종의 기원>에서 에볼루션이라는 단어 사용에 주저했지만, 딱 한 번 책의 마지막 문장에 다음과 같이 등장한다. “아주 단순한 시작으로부터 가장 아름답고 경이로운 끊임 없는 형태들이 진화해 왔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340)

파리 코뮌으로 파리 전체가 내전에 휩싸이며 주요 시설물들이 불타 없어진다. 그림은 파리의 상징 루브르 궁이 불타는 장면이다. 이 화재로 루브르 궁의 서쪽 면이었던 튈르리 궁이 전소되었다. 르네상스 군주 프랑수아 1세가 짓기 시작해 앙리 4세를 거치며 프랑스 최고 권력의 중심이던 이곳이 불타 버리자 프랑스 제3공화국 정부는 루브르 궁의 재건을 검토한다. 하지만 치욕의 역사도 역사의 한 부분이라는 의견에 따라 루브르 궁을 훼손된 채로 그대로 두게 되었다. 현재 루브르 궁은 서쪽 편이 뻥 뚫린 채로 남아 있다. 루브르 궁 맞은 편에 있던 오르세 궁 역시 불타 없어진다. 이 건물에는 프랑스 정부 주요 부서인 재무부와 최고재판소가 있었다. 폐허로 남아 있던 그 자리에 기차역이 세워졌다가, 훗날 미테랑 대통령에 의해 리노베이션이 시작되어 1986년 오르세 미술관으로 개관했다. 한편, 당시 건축 중이었던 오페라 가르니에는 코뮌 군의 시설로 쓰이던 관계로 참화를 피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1875년 완공된 이 화려한 오페라 극장에서 코뮌 군의 시체가 발견되자 이 건물에 유령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다. 이 소문은 추리 소설 작가 가스통 르루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그는 코뮌 직후의 오페라 가르니에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잘표한다. 이것이 1911년 소설 <오페라의 유령>이다. 그는 소설의 서문에서 축음기를 파묻기 위해 인부들이 오페라 하우스의 바닥을 팠을 때 시신 한 구가 발견되었다. 나는 곧바로 이것이 오페라의 유령의 시신임을 증명할 수 있었다. 이 시신이 파리 코뮌의 희생자 중 한 사람의 것이라고 신문이 아무리 떠들어도 나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가스통 르루의 소설을 뮤지컬로 만든 것이 1986년 런던 여왕 폐하 극장에서 초연된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오페라의 유령>이다.


(345)

마치 기술과 예술의 대결인 듯한 논란이 벌어지자, 에펠은 에펠탑 4면에 자신에게 가장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72명의 프랑스 과학 기술자들의 이름을 보란듯이 새겼다. 72명 중 상당수가 열유체 관련 인물들이며,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로는 보르다, 쿨롱, 라그랑주, 라부아지에, 몽주, 라플라스, 드장드르, 프로니, 푸리에, 앙페르, 게이뤼삭, 푸아송, 나비에, 코시, 코리올리, 카르노, 클라페롱, 스트럼, 푸코 등이 있다. 여기서 카르노는 카르노 사이클의 사디 카르노가 아니라 그의 아버지 라자르 카르노이다. 여기서 보듯 당시 사디 카르노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고, 마찬가지 이유로 에펠의 고향 선배 다르시 역시 여기에 등장하지 않는다.


(376-378)

한편, 1904년 볼츠만에게 충격을 준 세인트루이스 만국 박람회에서는 충격파를 이용한 조리 기구가 출품되어 수십만의 구름 관객을 모았다. 앞서 1894년 미국 의사 하비 켈로그는 자신의 요양 병원 환자들의 아침 식사를 위해 차가운 시리얼인 콘플레이크를 발명하는데, 환자 중에 찰스 윌리엄 포스트라는 사람이 있었다. 포스트는 퇴원하자마자 1897년 콘플레이크 회사를 창업하여 큰 성공을 거둔다. 포스트에 선수를 뺏긴 켈로그는 1906년 창업되었고, 두 기업은 오늘날까지 100년이 넘도록 라이벌이다. 콘플레이크로부터 시작된 시리얼 산업에 1901년 또 다른 형태의 시리얼이 나타났다. 미네소타 출신의 농학자 알렉산더 피어스 앤더슨은 우연히 전분이 담긴 시험관을 가열하다 깨뜨렸다. 순간 굉음과 함께 전분이 순간적으로 팽창되며 눈꽃같이 날렸다. 이것이 충격파를 이용한 최초의 현대적인 뻥튀기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기존의 콘플레이크와는 다른 새로운 방식의 시리얼을 널리 알리기 위해  앤더슨은 1904년 세인트루이스 만국 박람회에 이 뻥튀기 기계를 출품했고, 이것이 수십만의 관객을 끌어모으는 히트 상품이 되었다.


(385-386)

1895년 발생한 드레뒤스 사건으로 프랑스 사회가 둘로 분열한다. 당시 최대 스포츠 신문 <르 벨로>는 무죄를 지지하고, 라이벌 신문 <로토>는 유죄를 주장하며 첨예하게 대립한다. 미슐랭이 주요 주주였던 <로토>는 자신들의 정치적 주장을 강력하게 펼치기 위한 이벤트를 만든다. 이것이 1903년 시작된 자전거 경주 대회 투르 드 프랑스이다. 로토의 바람과 달리 1906년 드레퓌스는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다. 하지만 투르 드 프랑스는 오늘날까지 세계 최대의 자전거 경주 대회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1900년 미슐랭은 자동차 타이어 시장에 진출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자동차 타이어가 많이 팔리지 않자, 타이어를 많이 팔도록 하는 아이디어를 하나 생각한다. 자동차 여행용 안내 책자를 만들어 미슐랭 타이어 교체 방법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지점들을 슬쩍 집어넣는 것이다, 여기에는 믿을 만한 호텔과 식당을 표시함으로써 여행자들의 주목을 받도록 했다. 이 책이 <미슐랭 가이드>이다.


(391)

1938년 듀폰이 개발한 테플론은 핵무기 제조 등 군사용으로 쓰여 사용이 제한적이었다. 1945년 프랑스의 한 주부는 남편이 낚싯대에 사용하는 테플론에 음식물이 잘 묻지 않는 것을 보고, 남편에게 프라이팬에 테플론을 코팅해 달라고 조른다. 하는 수 없이 남편이 알루미늄에 테플론을 코핑하여 프라이팬으로 사용했더니 음식물이 묻지 않아 편리했다. 뿐만 아니라, 이전의 주철이나 스테인리스 소재 프라이팬보다 훨씬 가벼워져 주부의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아 조리가 편해졌다. 무엇보다 열전달이 뛰어나 예열이 필요 없게 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회사가 테팔(TEFAL)이다 테팔은 테플론(Teflon)과 알루미늄(aluminum)의 합성어로, 여기서부터 조리 기구의 혁명이 이루어졌다.


(395)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록펠러에게 전혀 뜻밖의 대항마가 등장한다. 1879년에 등장한 에디슨 전구가 그것이다. 이후 등유에 의해 주도되던 조명 시장이 급속히 개편된다. 전구는 에디슨이 처음 발명한 것은 아니었지만, 에디슨은 당시로서는 가장 실용적인 필라멘트를 개발해 일상 속으로 급속히 파고들었다. 심지어 조선 왕실조차 1884년 에디슨과 계약을 맺고 궁궐에 전등을 설치한다. 이는 일본 왕실보다도 빠른 것이었다. 이후 전등이 급속히 보급되면서 여러 다른 회사들에서도 전구가 개발되었다. 그중 하나는 카를 마르크스의 이종 사촌이 1891년 네덜란드에 차린 전구 회사로, 이 회사가 필립스이다. 이러한 전구의 발달은 제철 산업에서 출발한 볼츠만의 복사 이론을 막스 플랑크의 흑체 복사 이론으로 발전시켜 마침내 양자 역학을 탄생시킨다. 한편, 전구의 등장으로 크나큰 타격을 받은 P&G는 결국 양초 사업을 포기한다.


(402-403)

하지만 석유 못지않게 유동성이 뛰어난 전기를 이용한 자동차의 개발 역시 만만치 않았다. 오스트리아 황실에 자동차를 공급하던 회사에 취직한 엔지니어 페르디난트 포르셰(Ferdinand Porsche) 1898년 전기 자동차를 개발하여 가솔린과 경쟁한다. 그는 전기 자동차의 가장 큰 문제가 무거운 배터리임을 주목하고, 1901년 세계 최초로 벤츠의 가솔린 기관을 발전기로 채택하여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개발한다. 1902년 포르셰가 군대에 입대하면서 그의 전기 자동차와 하이브리드차 개발은 중단된다. 포르셰는 군대에서 황태자의 운전병으로 일했고, 나중에 이 황태자가 암살되며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다. 한편, 포르셰가 군대에 있는 동안 세계 자동차 시장의 대변화가 미국에서 일어난다.

1903년 에디슨의 전기 회사에서 일하던 헨리 포드가 독립하여 자동차 회사를 설립한다. 아마도 전 직원 테슬라와의 싸움에서 교훈을 얻은 탓인지, 에디슨은 헨리 포드와는 친하게 지냈다. 재미있는 것은, 1903년 대한제국 황실은 포드 자동차를 구입한다. 이는 포드 자동차 회사가 설립된 직후로, 이로 보아 고종과 순종은 상당한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였음을 알 수 있다. 포드 이후 가솔린 자동차의 수요가 비약적으로 증가하며 주류였던 전기 자동차를 추월한다. 포르셰가 군대 복무를 마치고 1906년 현장에 복귀했을 즈음 대세는 이미 가솔린 자동차로 기울고 있었다. 이때 벤츠가 포르셰를 불러 전기 자동차를 포기하도록 설득하고 가솔린 자동차 개발에 투입한다. 이후 포르셰는 가솔린 자동자의 역사에 불멸의 업적들을 남긴다.


(417)

1929년의 대공황으로 모든 산업이 타격을 받지만, 보잉의 항공 우편 사업은 정부와 결탁하여 엄청난 성장을 기록한다. 또한, 보잉은 우편 항공기의 빈자리에 사람을 태워, 일반인도 비행기를 탈 수 있게 했다. 이렇게 항공 승객 사업까지 장악한 보잉은 1910년 에어쇼의 굴욕을 깔끔하게 만회한다. 하지만 아직 항공기는 사고의 위험이 컸고 항공 승객이 늘면서 공포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이에 보잉사는 1930년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25세의 여간호사 엘렌 처치를 객실 승무원으로 깜짝 고용한다. 그녀가 최초의 스튜어디스로, 고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큰 인기를 얻자 이후 항공 여객 사업의 표본이 되었다.


(423)

“’명백한 것들은 모두 다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과연 문명이란 무엇인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의 한 문장이다. 레비스트로스는 배 위에서 일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순간, 보이던 것들이 경계가 불분명해지며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고, 실재한다고 믿던 것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여러 페이지에 걸쳐 생생히 묘사한다. 세계를 움직이는 힘이라 믿었던 유체도 이렇게 사라졌다. 그러나 분명하던 것들이 사라져야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플로지스톤이 사라지며 화학이 탄생했고, 칼로릭이 사라지면 열역학이 탄생했듯이, 마지막 유체 에테르가 사라지며 새로운 과학이 출발한다.


(450)

헤디 라마르(Hedy Lamarr)와 빈 중앙 묘지에 있는 그녀의 묘. 그녀는 오스트리아에서 나치의 집권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유명인 중 하나였다. 그녀는 명문가에서 태어났지만 타고난 끼로 1930년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전신 노출 영화 <엑스터시>에 출현하여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재벌과의 결혼과 망명으로 언론의 조명을 받던 인물이다. 어릴 때부터 과학 기술에 심취했던 그녀는 미국 망명 후 저녁마다 화려한 할리우드의 파티보다는 지식인들과의 토론을 즐겼고, 거기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발명하는 것에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제2차 세계 대전에서 나치가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고 분노하여 어뢰의 무선 조종을 획기적으로 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특허를 등록한다. 당시 기술로 분노하여 특허는 상용화가 힘들었지만, 1990년대 이후 무선 통신이 발달하며 휴대 전화의 기본이 되었고,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에도 응용되면서, 그녀의 업적이 다시 부각되고 다시 한번 전세계의 찬사를 받았다. 2000년 미국에서 사망한 그녀는 빈 중앙 묘지 볼츠만의 묘 근처에 묻혔다. 그녀의 묘비에는 영화는 순간이지만, 과학 기술은 영원하다라는, 평소 그녀가 늘 하던 말이 새겨져 있다. 한편, 그녀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폰 트랍 집으로 등장하는 잘츠부르크 저택을 소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이 영화가 오스트리라와 나치와의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예를 들어, <사운드 오브 뮤직>에 등장하는 <에델바이스>는 오스트리아 전통곡이 아니라 영화 속 창작곡이다.


(485)

안타깝게도 70여 년 전 대학자의 이러한 우려는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2011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를 발표하며 애플이 테크놀로지(technology)’와 리버럴 아츠(liberal arts)’의 교차점에 있다고 보여 준 슬라이드 한 장으로 우리나라에 느닷없이 인문학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리버럴 아츠는 그리스 로마에서 노예가 아닌 자유인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 교육에서 출발했다. 이후 중세를 거쳐 근대적인 의미의 대학이 탄생하자, 대학 교육에서 기초 과목으로 정착한 리버럴 아츠는 문법, 논리학, 수사학 등의 인문학 분야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수학, 기하학, 음악, 천문학 등을 포함했다. 대학이 등장하던 시기에 존재하던 교육 기관들은 주로 의학, 법학, 경영 등의 일봉의 직업 학교였기에, 새로이 탄생한 대학은 이 전문 학교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리버럴 아츠를 커리큘럼으로 구성했다. 때문에 이러한 전통을 이어받은 미국 대학의 경우 현대에 와서도 의학, 법학, 경영은 전문대학원 과정으로만 존재한다. 따라서 리버럴 아츠의 근원을 생각하면 인문한 열풍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문과 이과의 구분이 촉발한 해프닝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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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마거릿 렌클 지음, 최정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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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가끔 평론가 이동진 님이 운영하는 유튜브를 본단다. 수만 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는 장서가이자 다독가인 이동진 님은 가끔씩 책들을 추천해 주곤 하는데, 책에 관심이 좀 있는 아빠도 그 동영상들을 가끔 참고하기도 한단다. 이번에 읽은 마거릿 렌클의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도 그렇게 알게 된 책이란다.

이 책은 시인이자 수필가인 마거릿 렌클의 짤막짤막한 에세이들을 모은 책이란다. 그 에세이들 중에 하나의 제목을 책 제목으로 뽑긴 했지만, 이 책의 중심 주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구나. 우리는 늘 작별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사람들과 하는 작별뿐만 아니라, 동물들, 식물들, 사물들과 작별하고 지금 이 순간과도 끊임없이 작별을 하고 있으니 말이야. 이 책의 원제를 보니 “Late Migrations”로 되어 있는데, 아빠의 생각에는 원제보다 번역본의 제목을 더 잘 뽑은 것 같았단다. 이 책의 표지를 보면 새 두 마리와 과일, 꽃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책에 실린 많은 에세이들이 자연과 새들을 많이 이야기해서 그렇게 디자인한 것 같더구나.

앞서 이야기를 했지만, 이 책은 여러 에세이들이 실려 있지만, 모두 지은이 마거릿 렌클 주변의 이야기이고, 시대순으로 정렬이 되어 있어 지은이의 자서전이라고 볼 수도 있었어. 그 시작은 지은이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인1931년 전부터 시작한단다. 이 때는 당연히 지은이가 태어나지 않았으니, 지은이의 외할머니가 지은이의 어머니가 태어난 순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시작을 한단다. 그리고 현재의 지은이의 주변 이야기와 옛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들려준단다.

지은이는 1961년생인데, 자신이 태어나던 순간도 할머니의 전해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썼단다. 아기의 태어나는 순간은 언제나 그렇듯 온 가족의 사랑이 가장 많이 모이는 순간이란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빠는 너희들이 태어나는 그 순간들이 떠올랐단다. 그런데, 언제 이렇게 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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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친족들-어머니와 아버지,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하얀 후광 속에 온전히 차분하게 잠겨 있는 외외증조할머니-이 모두 내 주위에 모여 있다. 너무 일찍, 작고 허약하게 태어난 나는 모든 사진 속에서 잠을 자고 있으며, 그들은 모든 사진 속에서 내 주위에 모여 머리를 기울인 채 내 입술이 또 다시 파래지지 않기를 바라며 각자 너무도 얇게 숨을 쉬며 나를 지켜보고 있다. 나는 너무 작고 항상 추위를 탄다. 하지만 친족들은 마차 태양인 양 나를 보고 있다. 내 부모님과 외조부모님 그리고 외외증조할머니, 그분들 모두가 나를 지켜보기 위해 모였다. 그분들은 내가 태양인 양, 그분들이 그때껏 평생 추위를 탔던 양 나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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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리고 지은이의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들도 이야기해주는데 이 또한 너희들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는구나. 지은이가 어린 시절의 일들을 기억하는 것은 아니고 할머니를 통해서 이야기를 들었던 거야. 그러고 보니 아빠는 너희들이 어렸을 때 너희들이 어땠는지 많이 이야기를 해주지 않은 것 같구나. 이제라도 어렸을 때 너희들이 어땠는지 이야기를 많이 해주어야겠구나. 육아일기라도 써 놓았으면 좋았을 것을

이 책을 읽다 보면 너희들의 어린 시절뿐만 아니라 아빠의 어린 시절도 생각나는데 아빠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단다. 안타깝게도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 주신 분들이 별로 없었어. 사진 속에 남아 있는 모습으로 그 시절을 추측하는 하는 수준이지. 그 기억하지 못하는 시절이 인생에 있어서 참 아름다운 시절이고 사랑을 많이 받던 시절인데, 제대로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 참 안타깝구나.

다시 책 이야기를 해보면, 지은이는 어려서 시골에 살면서 많은 동물들과 많은 식물들을 만날 수 있었어. 그런데 늘 행복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란다. 지은이의 엄마가 우울증 증세로 고생을 하신 것 같았어. 그래서 어렸을 때는 할머니 등 친척들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던 것 같구나. 그리고 지은이에게 위안을 주는 것들은 정원에서 만나는 동물들과 식물들이었단다. 그래서 이 책에는 그 동물들과 식물들에 관한 글들이 많이 담겨 있단다. 아빠도 어렸을 때는 시골에서 살아서 지은이만큼은 아닐지라도 동물들과 식물들과 어울려 지낸 시간이 많았는데, 남아 있는 기억이 거의 없구나. 작가들은 역시 남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것 같구나.

지은이가 나이를 들면서, 사랑하는 가족들도 하나 둘 떠나게 되는데 그 슬픔이 읽는 이에게도 느껴지더구나. 아빠는 아직 부모님과 이별을 하지 않았지만, 부모님과 이별은 정말 큰 상심일 거야. 지은이도 갑작스런 어머니의 죽음이 큰 상심이 되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에 대한 글들을 무척 많이 쓰셨단다. 어머니가 기르던 개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모습에 가슴이 시리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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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어머니의 장례식 2쥐 뒤, 그 개가 가출했다. 얼룩배기 털을 가진 그 개는 제멋대로이면서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부르면 절대 한 번에 오지 않았고, 가장 낮은 덤불 밑, 꺾어진 가장 작은 나뭇가지 뒤로 몸을 감추었다. 겁에 질린 나는 정원을 뒤집어 엎으며 그 개를 찾았다. 마침내 길 건너편 어머니 집을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뒷문 앞에서 들여보내 달라고 뛰어오르고 할퀴고 있는 그 개를 발견했다. 얼마나 절박하게 할퀴었는지 문설주의 페인트칠이 벗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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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은이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하셨다는 마지막 말들도 코끝을 찡하게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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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237)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말해도 된다고 내게 허락한 단어.

빌어먹을.

제기랄.

젠장.

우라질.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말해도 된다고 내게 허락하지 않은 단어.

콧물.

 

아버지가 좋아한 농담의 마지막 문장.

  , 제기랄. 내가 개똥을 밟았어.

 

아버지가 좋아한 시의 첫 문단.

   토요일의 저녁이었다,

   손님들이 모두 떠나고 있다,

   오말리가 바의 문을 닫고 있다,

   그가 몸을 돌리고

   붉은 옷을 입은 여자에게 말했다.

   “나가요, 당신은 여기 머물 수 없습니다.”

 

어머니가 한 마지막 말.

   고맙다.

 

아버지가 한 마지막 말.

   그만해.

 

부모님이 죽어 가던 방에서 내가 한 말.

   사랑해요.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괜찮아요.

   사랑해요.

 

부모님이 죽어 가던 방에서 내가 하지 못한 말.

   빌어먹을. 제기랄. 젠장. . , 우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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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또 하나의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이 자라서 자신보다 또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또 한번 어머니를 생각하는데, 이것은 모든 어머니들이 그렇지 않을까 싶구나. 아니, 아버지들도 그럴 거야. 아빠도 너희들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 가끔씩 아빠가 어렸을 때 부모님들과 있었던 일들이 떠오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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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어머니는 서른 살에서 서른여섯 살 사이에 아이 셋을 가졌고, 나도 서른 살에서 서른여섯 살 사이에 아이 셋을 가졌다. 지금 내 몸은 정확히 어머니 몸의 복제품이다. 내 굵어진 허리에서 어머니를 본다. 어머니의 발이 나를 세상 속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안 나는 지켜본다. 내 목의 접힌 부분과 눈썹에서 그리고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준 반지를 낀 내 손가락의 곡선에서 어머니를 느낀다. 어머니가 절대 빼지 않던 그러나 남겨 줘야 했던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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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결국 우리 인생의 모든 순간이 아름답다라는 것 같았어. 심지어 작별하는 순간도 말이야. 그리고 아빠의 글 솜씨가 좋진 않지만 너희들과 보낸 시간들을 좀더 많이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라는 다짐도 하게 되었단다. 오늘은 대충 이렇게 이야기를 마무리하련다.

 

PS,

책의 첫 문장: 그 애가 그렇게 일찍 나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단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초록색의 이 근사한 세계에도.


생명의 순환을 차라리 죽음의 순환이라고 부르는 편이 나을 것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죽을 것이고, 죽는 모든 것은 먹힐 것이다. 벌레는 파랑새에게 먹히고, 파랑새는 뱀에게 먹히고, 뱀은 매에게 먹히고, 매는 올빼미에게 먹힌다. 이것이 야생의 작동 방식이고, 나는 그걸 안다. 그래도 마음이 아프다. - P13

사랑의 그늘진 면은 늘 상실이고, 비통함은 사랑 자체의 쌍둥이일 뿐이다. 마마 앨리스가 돌아가셨을 때 내 어머니는 열두 살이었다. 파파 독은 포치에 자리를 잡고 앉은 채 길가에서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자라고 있는 장미 덤불을 응시했다. "내 생각에 파파 독은 그때 죽기로 결심하셨던 것 같아." 어머니는 항상 이렇게 말했다. "그러고 나서 겨우 한달 남짓 사셨으니까." - P20

그렇기는 하지만, 잔혹한 특성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공감할 줄 아는 종이다. 2007년에 베트남에서 심한 장애를 가진 선사시대 인간의 화석이 발굴되었다. 그 화석 인간의 골격은 클리펠파일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선천성 질병의 특징인 융합된 척추뼈와 약한 뼈들을 보여 주었다. 그 남자는 사지 마비 환자였고, 자기 힘으로 음식을 먹거나 몸을 깨끗이 유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공동체 안의 다름 사람들이 돌봐 준 덕분에 성년기-알겠는가, 석기시대에 말이다-까지 생존했다. - P101

하지만 겨울이면 플라타너스의 헐벗은 가지들이 자기들이 여름 내내 보호한, 내 머리 30센티미터 위에 있는데도 거의 보이지 않던 흉내지빠귀 둥지를 보여 준다. 밤하늘에는 별들이 너무도 많이 흩어져 있어서 가로등만이 유일한 방해물이다. 붉은꼬리말똥가리가 차가운 노란 발 위로 깃털을 부풀리고, 절대 변하지 않을 거라고 내가 맹세할 수 있는 너무도 고요한 태도로 땅을 조사한다. - P168

내 꿈속에 나올 때 엄마는 저승의 유령 혹은 나 자신이 느끼는 비통함을 반영하는 표정이 아니라, 항상 가슴 아파하는 모습이다. 꿈에 엄마가 나올 때마다 나의 첫 반응은 항상 안도감이다. 오, 감사합니다. 하느님. 제가 착각했어요. 당신은 살아 계십니다. 꿈속에서 내가 엄마를 붙잡고 꼭 껴안으며 몇 번이고 "엄마가 왔네요. 엄마가 돌아왔어요. 하느님,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면 어머니는 항상 놀라고 어리둥절해한다. - P252

그 모든 해를 지나온 후 모성은 여전히 내 안에서 맥박처럼 똑똑 소리를 냈고, 긴 줄에 서 있을 때마다 나는 유령 아기를 팔에 안은 채 안절부절못하며 흔들리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내 아들들을 본다. 이제는 전부 키가 180센티미터가 넘는다. 때때로 그 아이들의 머리가 내 엉덩이 근처에 머물지 않는다는 걸, 그 아이들의 축축한 손가락이 내 머리카락에 얽혀 있거나 블라우스 뒷자락을 움켜지지 않는다는 걸 믿을 수가 없다. 때로는 저녁 식사 중 아이 한 명이 유리컵을 입술에 가져갈 때, 그 아이의 손이 빨대 컵을 붙잡던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떠오른다.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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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
빌 슈트 지음, 김은영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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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한 권의 책을 읽고 다음 책은 무엇을 읽을까? 잠시 고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Jiny가 읽고 싶다고 여러 번 이야기를 해서 어떤 책인가 읽어보려고 폈다가 앞 부분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나와서 읽게 되었단다. 심장이라고 하면 영어도 “heart”라고 하는데, 피를 온 몸으로 펌프질을 보내는 역할적인 측면이 있어서 pump라는 말을 쓰기도 하나 보구나. 이 책의 영어 원제는 <PUMP>란다. 심장이라고 하면 학장 시절에 배웠던 동물별로 심장의 구조가 다른 것이 기억나는구나. 1심방 1심실부터 2심방 2심실까지 다양한 심장의 구조. 사람은 다른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2심방 2심실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배웠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구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아빠가 생물과는 거리를 둔 학과와 직업을 선택했기 때문에 심장에 대한 심도 깊은 글을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구나. 이 책이 아마 처음이 아닐까 싶구나. 잠시라도 심장이 멈춘다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만큼 심장은 우리 신체기관 중에 가장 중요한 기관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구나. 그렇게 소중한 심장에 대한 책이다 보니, 지식 축적의 목적으로 읽고 싶어서 책을 구입했었어. 하지만 방구석 한쪽에 쌓인 책탑에 무심하게 자리를 차지고 있었는데, Jiny가 읽어 보고 싶다고 해서 아빠도 그제서야 이 책을 들쳐보게 된 거야. 지은이라는 빌 슈트라고 하는 동물학자라더구나.

동물학자이다 보니, 심장의 관한 모든 것을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의 심장보다 동물들의 심장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한 것 같구나. 아빠가 이 책에 관심을 끌게 한 책의 앞부분에 나온 이야기도 다름 아닌 고래의 심장에 관한 이야기란다. 좀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흰수염고래의 심장 이야기인데, 흰수염고래의 심장은 세상에서 가장 큰 심장이라고 하는구나. 심장이 가장 크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자신의 몸집에 비해서는 작은 편이라고 하는구나. 흰수염고래의 심장은 전체 몸의 0.3% 크기밖에 안 된데. 다른 동물들이 보통 자신의 몸의 0.6%의 크기의 심장을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작다고 하네.

조류들은 자신의 몸에 비해 심장을 가지고 있는데, 그건 빠른 시간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동물들마다 평균 심박수도 다르다고 하는데, 벌새의 경우는 분당 1260회를, 뒤지는 분당 1320회의 심박수를 가지고 있다는구나. 저렇게 빨리 뛰는데 심장이 제대로 동작을 한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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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8)

이렇게 작은 동물들이 조증환자 같은 행동을 유지하려면 세포에 극단적으로 많은 에너지와 산소를 공급해야 한다. 그만큼의 에너지와 산소를 공급하려면 심박수를 늘려서 혈액을 더 자주 펌프질해 산소와 영양분을 신체의 각 부위로 보내주어야 한다. 그 결과 이런 동물들의 심박수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높다. 벌새의 심박수는 분당 1260회에 달하고 뒤쥐는 척추동물 중에서 최고에 속하는 분당 1320회에 이른다. 대략 35세 인간의 최고 심박수의 일곱 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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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은 심장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진화되어 왔는지 이야기를 해준다. 심장이라는 것은 순환기관이라고 한단다. 피와 영양분들을 온 몸에 전달해 주니까 말이야. 그런데 모든 동물이 심장이 있을 필요는 없어. 단세포 생물이나 미생물들은 심장이 없으니 말이야. 그 동물들은 다른 방법으로 영양분을 전달할 수 있으니까 팔이야. 투구게라는 동물이 있는데 4 4500만 년 전에 살던 동물인데 신기하게도 요즘도 아직 멸종되지 않고 살아가고들 있단다.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부르면서 푸른 피를 가지고 있는 쿠구게의 심장은 심장 진화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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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하지만 투구게는 회복력이 뛰어나다. 가장 오래된 쿠구게의 화석기록은 4 45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는 최초의 공룡 출현보다 대략 2억 년이나 빠른 시기다. 투구게는 삼엽충을 포함해 한 때 번성했던 절지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으며, 아마도 가장 유명한 고대 무척추동물일 것이다. 투구게만큼 지구상에서 오래 존재해온 동물을 찾기는 매우 힘들다. 그래서 이들을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부르는 데 누구도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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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심장 구조를 가진 동물들도 이야기를 해주었어. 심장이 세 개인 오징어가 있다는구나.

심장이 멈추면 이내 죽고 마는데, 잠시 심장을 멈추었다가 나중에 다시 뛰는 동물들도 있다는구나. 그래서 이름을 송장개구리라고 하는 것 같은데, 송장개구리는 날씨가 추워지면 심장이 멈추었다가 따뜻해지면 다시 심장이 뛰어 살아난다고 하는구나. 이런 동물들이 있어서 SF소설들에게 인간이 냉동으로 보관했다가 다시 몸이 녹으면 살아나는 설정이 많이 나오는 것 같구나. 송장개구리처럼 완전히 멈추지는 않지만,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 중에는 심장 박동수를 급격히 줄여서 딱 필요한 영양분과 산소만 온몸으로 보내면서 겨울을 난다고 하는구나. , 사람도 이렇게 심장 박동수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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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박쥐를 비롯해 동면하는 동물들은 겨울철에 산소와 영양분을 덜 필요로 한다. 따라서 온도 외에도 위와 같은 대사율 하락은 동면의 중요한 특징이다. 동면하는 곰의 심박수가 급격하게 떨어지듯이, 평소에 분당 500~700회까지 올라가는 박쥐의 심박수도 동면 기간에는 분당 20회까지 떨어진다. 이 기간에는, 추위에 또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박쥐도 혈액을 사지로 보내지 않고 몸의 핵심부로 보내 가장 중요한 장기를 보호하고 온도를 유지한다. 추위에 떠는 사람과 동면하는 동물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동면하는 동물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동면하는 동물의 심장은 저온저산소 조건에서도 세동을 일으키지 않고 정상적으로 가능하도록 진화했다는 점이다. 세동은 심장근육 섬유가 불규칙으로, 동기화되지 않고 수축을 일으키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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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여러 동물들의 다양한 심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마무리를 하고, 이제 심장에 대한 연구와 의학적인 측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심장에 병에 생기면 불치병인 경우가 많단다. 물론 다른 사람의 심장을 이식하게 되면 좋겠지만 한 개뿐인 다른 사람의 심장을 이식할 수 있는 기회는 극히 드물단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의사들은 동물의 심장으로 대체하려는 노력들을 많이 했어. 1984년 개코원숭이의 심장을 심장병 걸린 아기에게 이식을 했었는데, 혈액형을 제대로 체크하지 못해서 아이는 금방 죽었다고 하는구나.

혈액형을 맞추었다고 해도 오래 살지는 못했을 거야. 이종 간의 신체 기관 이식 수술은 쉽지 않은 걸로 알고 있어. 하지만 이종간의 연구는 지속적으로 해왔고, 최근에는 사람의 심장과 크기가 비슷하고 유전자적으로 비슷한 돼지의 심장을 이식하는 것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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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돼지의 심장은 크기나 해부학적 구조, 기능에 있어서 인간의 심장과 매우 비슷하다. 암퇘지는 한배에 여러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는 점도 중요했다. 조직부적합성이라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 문제는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실험용 돼지의 장기가 사람의 면역계에 의해 거부당하는 사태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돼지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PERV)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유전자 시퀀스를 제거할 수도 있다. PERV는 사람에게도 감염될 수 있기에 이는 매우 중요한 진보다. 최근 들어 연구자들이 이렇게 유전자를 재조합한 돼지의 장기를 인간이 아닌 영장류에게 이식하기 시작했고, 2021년 이후에는 임상 전 연구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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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 대한 연구는 고대 시대부터 꾸준하게 이어졌어. 히포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갈레노스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어. 그렇게 이어지던 연구는 기독교의 영향으로 해부금지령이 내려지면서 심장 연구에도 암흑기가 이어졌다는구나. 그랬다가 1600년대에 와서야 해부금지령이 해제되었다고 하는구나. 심장의 역할이 피를 통해서 산소와 영양분을 온몸으로 옮기는 것이다 보니, 수혈의 역사도 이야기를 해주었어. 오래 전에 피가 부족하게 되면 피 대신 포도주나 우유 또는 다른 동물의 피를 정맥에 넣는 시도도 했었대. 물론 실패를 했겠지. 다른 사람의 피를 수혈하는 시도도 했지만 ABO식 혈액형이 알려지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하는구나.

….

시간이 흐르면서 심장 연구도 계속 발전을 했는데 청진기가 발명되어 심장 소리를 듣고 병을 진단하는 하게 된 이야기부터 인공 심장 이식을 받은 최신 의료 기술까지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아빠가 너희들에게 그걸 제대로 전달할 능력이 안되어 패스해야겠구나. 이야기 하나를 해 줄 것이 있다면 건강한 심장을 위해 먹어야 할 것들을 책에 나온 것을 그대로 발췌해서 이야기를 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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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315)

육류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 세계 전체의 육류 소비량은 지난 50년 사이에 네 배가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점령하의 노르웨이를 중심으로 순환계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비교한 주목할 만한 연구가 있다. 전쟁으로 인해 스트레스는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1942년부터 1945년 사이에 노르웨이에서는 심장 관련 질병으로 사망한 환자는 20퍼센트가 감소했다. 왜 그랬을까? 가축을 모조리 독일군에게 징발당하여 육류나 계란, 유제품을 먹을 수 없었던 노르웨이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채소, 곡류, 과일 같이 저지방 식품으로 연명해야만 했다. 그 결과 심장질환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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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으로 대략 이 책에 나온 이야기들을 몇몇 적어 보았단다. 책의 앞부분은 재미있는 소재로 흥미롭게 시작하여 쉽게 읽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가졌지만, 전문 용어가 나오고 하니 읽기 그리 쉽지는 않았단다. 지금의 너희들에게도 추천하기 조금 조심스럽더구나. 좀더 큰 다음에 읽어볼 것을 추천하마.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2014 4월 중순, 캐나다 뉴펀들랜드주의 작은 어촌 트라우트 리버에서 눈썰미 좋은 한 주민이 세인트로렌스만 쪽을 무심코 바라보다가 뭔가 특별한 것을 발견했다.

책의 끝 문장: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가 아무리 괴짜로 보이더라도 말이다.


방실판막은 심방에서 심실로 들어가는 혈액을 조절하지만, 동시에 심실이 수축해서 온몸으로 혈액이 심방으로 역류하지 않도록 막아준다. 혈액의 역류를 방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질긴 섬유인 힘줄끈(건삭)을 흰김수염고래의 심장에서 열 줄 이상 볼 수 있다. 진짜 끈처럼 생겨서 심금이라고도 부르는 이 끈의 주요 성분은 콜라겐이라고 하는 구조단백질이다. 힘줄끈의 한쪽 끝은 심실 바닥에 튼튼하게 박혀 있고 반대편 끝은 판막첨판에 붙어 있어서, 심실이 수축할 때 판막첨판이 심방까지 밀려들어가지 못하게 막는다. 심방과 심실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 P39

헤모글로빈은 철을 함유하고 있어, 산소가 철과 결합한다. 또 헤모시아닌과는 달리, 헤모글로빈은 혈액 안을 자유로이 떠다니지 않는다. 헤모글로빈은 적혈구라는 세포에 의해 운반되는데, 적혈구의 수명은 대략 4개월이다. 또한 헤모글로빈의 중요한 구성 성분은 구리가 아니라 철이기 때문에, 혈액은 산화되어도 파란색을 띠지 않는다. 산소와 결합하는 분자의 색깔 변화는 우리 환경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경계나 출입제한을 표시하기 위해 설치된 철조망이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하면 붉게 녹이 스는 것이 바로 그런 경우다. - P85

다윈이 사망한 이후 140년의 세월 동안 여러 연구자들이 이 위대한 과학자의 죽음의 원인을 가려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이 진단 내린 병명에는 불안장애의 일종인 광장공포증, 브루셀라증이라 불리는 박테리아 감염증, 만성 비소중독, 만성 불안증후군, 심각한 수준의 만성 신경쇠약, 만성 장 질환인 크론병, 주기성 구토 증후군, 우울증, 극도의 심기증, 위궤양, 통풍, 유당 불내증, 내이의 장애로 발생하는 메니에르병, 공황장애, 미토콘드리아성 뇌근육병증, 젖산산증, 뇌봉중양증상, 모계유전의 신경근계 이상, 정신신체증 피부질환 그리고 동성애 억제 등이 있다. - P252

이러한 새로운 사실이 알려지자 여성의 패션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길고 치렁치렁하게 끌리던 치마는 집 안까지 박테리아를 몰고 들어온다는 이유로 더 이상 입지 않았으며, 코르셋은 혈행을 막는다는 이유로 판매량이 급감했다. 복잡한 속옷 역시 결핵의 증상을 더욱 악화시킨다고 여기기 시작했다. 남성들의 스타일도 영향을 받았다. 구레나룻이든 턱수염이든 병균이 꼬인다고 생각해서 인기가 시들어졌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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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대통령 각하. 각하께서는 과학자라는 인종을 잘 모르시는군요. 우리는 특별한 욕심에 사로잡힌 인간입니다. 우리의 본능적인 욕망이란, 지적 욕구입니다. 그 강력함은 보통 사람들에게 식욕이나 성욕과도 같거나 그 이상입니다. 우리에게는 날 때부터 무언가를 알고 싶다는 욕망이 있습니다.”

 

(414)

저는 위험에 대해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은 환경의 문제를 극복하고 건전한 시민 생활을 보냅니다. 혹자는 내면의 분노를 훌륭히 승화시켜서 사회적인 성공을 거두는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외부 세계에 대한 분노가 날 때부터 가진 폭력 성향과 연결되어 흉악 범죄자로 치닫는 사람도 나타납니다. 자신의 직장에서 총을 난사하는 그런 패거리 말입니다. 그들은 자기 자신과 세계를 없애 버리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지금 네메시스 작전이 누스의 마음에 공포와 불안, 그리고 분노를 심고 그의 자존심을 파괴하려 하고 있습니다. 너는 이 세계에서 미움받는 존재라고 각인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작전을 진행하면 누스는 고도의 지성을 그대로 혼이 황혜화되겠지요.”

 

(462)

군산 복합체의 중심에 있다 보면 지배 논리란 것이 굉장히 단순하다는 사실에 놀라고는 했다. ‘공포였다. 전쟁으로 돈을 벌고 싶은 정책 결정자는 다른 나라의 위협을 과장하여 국민에게 크게 퍼뜨리기만 하면 됐다. 판단의 근거를 국가 기밀이란 벽으로 감춰 버리면 매스컴도 확인 없이 이 위협론에 올라탔다. 그저 그것만으로 막대한 자금이 세금에서 국방 예산으로 흘러들어 군수 기업 경영자들에게 갈 대가가 순식간에 뛰어올랐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심어진 공포는 국경 밖으로 전파되어 다른 나라도 미국을 따라서 군사 예산을 늘렸다. 이런 국가 간의 긴장은 의심 때문에 현실에 비해 훨씬 고조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진짜 전쟁으로 이어져 특정인만 이득을 얻는 무한한 금맥이 형성됐다. 게다가 위정자로서는 외적을 만들면 덤으로 지지율도 오른다는 이익이 생겼다.

 

(474)

이웃과 친하게 지내기보다 세계 평화를 외치는 게 더 간단하지. 알겠나, 전쟁이라는 것은 형태만 바꾸었을 뿐 서로 잡아먹는 건 똑같네. 그리고 인간은 지성을 써서 서로 잡아먹으려는 본능은 은폐하려 하네. 정치, 종교, 이데올로기, 애국심 같은 핑계를 주물럭대고 있지. 하지만 저 밑에 깔려 있는 것은 짐승하고 똑 같은 욕구일세. 영토를 둘러싸고 인간이 서로 죽이는 것과 자기 영역을 침범당한 침팬지가 미쳐 날뛰며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 어디가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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