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하기 좋은 날이었어요. 한낮의 기온은 제법 더위를 느낄 만했지만 시원스레 부는 봄바람이 어찌나 반갑던지요. 봄 하면 역시 바람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지요. 바람에 실려오는 라일락 향기가 더없이 달콤했던 오후의 한적한 공원에는 투명한 햇살만 넘실대더군요. 그 크지 않은 공원의 벤치 하나를 마치 전세라도 낸 양 홀로 차지하고 앉아, 바람과 봄햇살이 나누는 침묵의 대화를 몰래 엿듣는 기분은 그야말로 '평화'였습니다. 한껏 욕심을 내도록 누군가 내게 허락한다면 오후 시간 전체를 그렇게 앉아 있고 싶었습니다.

 

성주골프장에는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더군요. 차기 정부로 미룬다고 했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배치를 새벽을 틈타 기습적으로 시행한 것이지요. 그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다쳐 병원 신세를 졌나 봅니다. 환경영향평가도 거치지 않은 막무가내식의 결정이었습니다. 국민과의 소통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래야 찾을 수 없었던 현 정부의 소통 방식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었지요. 국민은 개·돼지일 뿐이라는 그들의 생각은 자신들의 손에서 정권을 내려놓기 전에는 끝나지 않을 듯합니다. 적당히 시간이 흐르면 정부에 대한 비난도 저절로 사그라들 것이라는 얄팍한 계산이 깔린...

 

마누엘 푸닉의 소설 <거미여인의 키스>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몰리나, 한 가지 명심해 두어야 할 게 있어. 사람의 일생은 짧을 수도 있고 길 수도 있지만, 모두 일시적인 것이야. 영원한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어." 단순하고 흔해빠진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오후, 바람과 봄햇살이 침묵의 언어로 내게 들려주었던 것인지 나는 문득 <거미여인의 키스>에 나오는 그 구절을 떠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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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내공 - 이 한 문장으로 나는 흔들리지 않는 법을 배웠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북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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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얄팍한 위로가 때로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더구나 요즘처럼 위로가 범람하는 시기에는 진심을 담은 위로마저 그 진정성을 의심 받기 쉬울 뿐만 아니라 위로의 효과마저 떨어질 수 있다. 말하자면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한마디의 위로가 일시적인 위안은 될 수 있을지언정 자포자기의 심정인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다시 한번 일어서야겠다는 의지를 심어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말이다.

 

"그렇지만 슬프게도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고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는 자꾸만 줄어들고 있다. 실패하든 성공하든 이런저런 경험을 많이 해봐야 인생을 살아갈 내공과 지혜가 쌓이는 데 말이다. 더구나 현대는 정보화 사회여서 손가락으로 까딱하는 검색만으로도 땀 흘리며 도전하는 일이나 그 과정에서 생기는 실패를 줄이기 좋은 환경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직접 부딪쳐서 얻는 성취의 기쁨을 놓치게 만든다. 과거에는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 자신이 크고 작은 시행착오들을 거쳐야만 했지만, 최근에는 검색을 통해 무슨 일이든 별다른 실패와 노력 없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p.139~p.140)

 

실패의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은 타인으로부터 듣는 위로와 격려의 말에 유난히 집착하곤 한다. 이 세상에 자신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과도한 감정 과잉의 상태에 빠지게 되고 그럴수록 위로의 말에서 얻는 달콤하고 편안한 기분이 그(또는 그녀)를 취하게 만든다. 위로의 호수에 코를 박은 채 수면 위로 올라올 생각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위로에도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이 존재하는 것일까. 처음에 들었던 위로의 말도 두 번 세번 반복하여 들으면 그 효과는 차츰 떨어지게 마련이다. 말하자면 물이 말라가는 위로의 호수에서 현실의 공기를 마셔야 할 순간이 도래하는 것이다. 좋든 싫든 그것은 피할 수 없다.

 

"요즘은 많은 현대인들이 스트레스나 패배감, 열등감과 같은 마음의 문제로 괴로워하는데, 그 원인은 결코 외적인 스트레스뿐만이 아니다. 마음속 자존감의 두께가 얇아져 작은 고난에도 쉽게 상처받기 때문이다." (p.12)

 

메이지 대학의 인기 교수이자 일본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사이토 다카시는 고난의 순간마다 자신을 구원해준 것은 수천 권의 책이나 타인에게서 듣는 달콤한 위로가 아니라 책에서 발견한 한 줄의 문장이었다고 자신의 책 <한 줄 내공>에 적고 있다. 그는 "백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영혼을 울리는 한 문장'을 발견하는 일이다"라고 말한다. 막막한 미래 앞에 방황해야 했던 젊은 시절, 남들은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데 자신만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였을 때, 그는 책 속에서 발견한 '한 줄의 문장'에 기댈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경험과 거장의 지혜가 더해져 삶에서 필요한 단단한 내공이 만들어진다고 했다.

 

총5부로 구성된 이 책에는 Part 1 불안을 이겨내는 말, Part 2 상처를 위로하는 말, Part 3 벽을 돌파하는 말, Part 4 삶을 긍정하는 말, Part 5 나답게 살기 위한 말이 실려 있다. 크고 작은 인생의 벽 앞에서 좌절할 때마다 책 속의 한 문장이 자신을 붙잡아주고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도록 했다고 작가는 말한다. 가족이나 주변의 가까운 사람에게서 듣는 위로의 말은 그 순간에는 더없이 좋은 효과를 발휘하지만 시간의 휘발성 앞에 끝내 굴복하고 만다. 그러나 거장의 지혜가 응축된 한 문장은 고난이 닥칠 때마다 반복해서 그 효과를 발휘한다. 어쩌면 횟수가 더해질수록 더욱더 큰 울림으로 진화하는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괴로운 날이 계속되겠지만 그럼에도 아침은 반드시 찾아온다'는 그녀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 까닭은 처절한 시련을 한 세기 동안 경험한 노인만이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이기 때문은 아닐까? 오늘의 삶이 행복하지 않았더라도 살아 있는 한 우리에게 내일은 반드시 찾아온다. 그 사실을 깨닫는다면 어떠한 고난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겨날 것이다." (p.207)

 

입에 발린 위로나 격려의 말이 차고 넘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 시대를 사는 사람은 한마디 달콤한 위로의 말에 중독되지 않을 재간이 없다. 말하자면 우리는 위로 중독 사회를 살고 있는 셈이다. 알다시피 모든 중독은 함유량을 늘려가야 그 효과를 볼 수 있다. 위로의 말이라고 다르지 않다. 웬만한 말로는 가슴에 와닿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책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찾은 한 줄의 문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효과가 강해진다. 그것이 자신의 삶을 이끄는 한 줄기 빛이 될 때 삶은 그 자체로서 가치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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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기온이 20도 안팎을 오르내리면서 거리에는 반소매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많아졌다. 계절은 시나브로 여름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산에도, 아파트 화단에도 우르르 핀 철쭉 군락이 마치 연분홍 물감을 뿌려 놓은 듯 화사하다.

 

엊그제 밤에는 KBS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주최 19대 대선 후보 초청 1차 TV토론회'를 보았다. 크게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시간적 여유도 있고 딱히 하고 싶은 일도 없었기에 보았을 뿐이다. 대선 후보 토론이 이전에도 몇 번 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그저 얘기로만 들었었다. 그런데 이게 의외로 재미있었다. 토론 내용은 둘째 치더라도 토론에 참가한 대선 후보들의 말과 행동, 표정과 몸짓이 여느 개그 프로를 뺨칠 정도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빵빵 터뜨리게 만들었다.

 

출연진은 다음과 같았다. 도덕성이란 도덕성은 모두 개에게나 줘버린 능구렁이, 징징거리며 떼를 쓰는 초등학생, 깐족거리며 공부만 잘 하는 우등생, 거칠 것 없는 여장부, 심한 말을 하는 게 못내 어색한 옆집 아저씨 그리고 그들의 난장을 말리지 못하는 사회자. 역시 압권은 '내가 갑철수입니까?', '내가 mb아바타입니까?' 하고 묻는 대목이었다. 게다가 '실망입니다', '얼굴을 보지 않고 말하겠습니다'에 이르러서는 웃음을 꾹꾹 눌러 참던 시청자들을 완전 무장해제시켰다. 배를 잡고 데굴데굴 구르기도 했다. 그동안 웃을 일이라고는 없었는데 얼마나 고맙던지...

 

덧붙여 그동안 우리나라의 보수당이 얼마나 쉽게 선거운동을 해 왔는지도 토론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유력한 야당 후보를 향해 '빨갱이', '친북 좌파', '김정은이 하수인' 등 근거도 없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면 국민들은 그것이 진실인 양 받아들이고 결과적으로 보수당의 후보는 큰 노력도 없이 손쉽게 승리하곤 하지 않았는가. 그래서인지 '돼지 흥분제'를 먹고 나온 듯한 보수당의 후보는 근거도 없는 말로 눙치며 토론을 이어갔다.

 

사실 우리나라의 헌법을 보면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국가 독립과 영토 보전의 의무,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 수호의 책무, 겸직 금지 의무,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노력 의무, 취임 선서문 상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진다.'고 되어 있다. 보수당이 대통령 직위에 있을 때 북한과의 강대강 대치 속에 대화 한 번 하지 않았으므로 평화적 통일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으니 대통령으로서는 직무유기를 범한 셈이 된다. 그럼에도 그들은 뻔뻔스럽게 북한과의 통일 의무를 성실히 수행한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지 않은가. 그뿐인가. '돼지 흥분제' 자서전에 이어 '설거지는 여자가 하는 것'이라는 등 성차별적 언사도 거리낌없이 하지 않던가. 우리는 지금껏 함량미달의 후보를 검증도 없이 뽑아 왔던 건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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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 소시민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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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알아요? 나의 장점은 다른 누군가의 격려와 칭찬을 동력 삼아 발전한다는 사실을요. 아무리 뛰어난 재능도 주위 사람의 구박이나 핀잔만 계속 이어진다면 그 재능은 쉽게 사그라들고 만다는 걸 이해할 수 있겠지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요. 하지만 무턱대고 칭찬만 해서도 곤란하겠지요. 발전 가능성도 없는 미미한 재능이나 타인에게 피해만 주는 재능을 칭찬한다면 한 사람의 귀중한 시간을 헛되이 쓰도록 돕는 꼴이 되고 마니까 말이죠. 그러므로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에게 어떤 재능이 남아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유익한 재능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미스터리 소설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은 개인에게 주어진 타고난 재능이 어떻게 발현되고 스러지는지를 잘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요네자와 호노부는 일상에서 관찰자가 수수께끼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그리는 일상 미스터리 소설 작가로도 유명한데, 그의 '소시민' 시리즈 중 첫 번째 이야기인 이 책은 후나도 고등학교에 입학한 새내기 고등학생 고바토와 오사나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여러 사건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학원 청춘 미스터리인 셈이지요.

 

다른 사람의 일에 참견하여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걸 좋아하는 고바토와 한 번 문 것은 절대로 놓지 않는 오사나이는 자신들의 성향 탓에 겪었던 중학교 시절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고등학생이 된 이후에는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소시민'의 삶을 살겠다고 다짐합니다. 시끄러운 일에 휘말리지 않는 평범한 나날을 보내는 게 그들의 목표엿던 셈이죠. 가냘프고 작은 체구의 오사나이를 중학교 3학년 때 만나 알게 되었지만 고바토와는 단순한 친구 관계라고 말하기도, 그렇다고 연인 관계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사이입니다. 후나도 고등학교에 나란히 합격한 두 사람은 난처한 일에 처하면 서로를 핑계 삼아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자고 약속했을 정도로 평범한 일상을 꿈꾸었지만 합격자 발표장에서부터 고바토의 초등학교 동창 도지마 겐고를 만남으로써 그들은 불안한 출발을 예견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소시민이 되기로 결심했다. 나는 영악함을 버리겠노라 결심했다. 그리고 오사나이는 강한 집념을 버리겠노라 결심했다. 자전거를 도둑맞은 이튿날, 오사나이는 지금은 생각할 거리가 있는 게 마음 편하다며 어울리지도 않게 나를 도와주었다." (p.268)

 

솔직하지만 험악한 인상의 도지마 겐고와 고바토와 오사나이, 그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한 봄철의 사건을 다룬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은 교내 가방 도난사건, 코코아를 맛있게 타는 법 등 일상의 사건들을 치밀한 두뇌게임으로 해결함으로써 '소시민'의 삶과는 점점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유난히 단 것을 좋아하는 오사나이는 어느 날 고바토와 함께 '앨리스'에서 봄철 한정으로 판매하는 딸기 타르트를 사기 위해 갔다가 잠깐 편의점에 들른 사이 딸기 타르트를 실은 자신의 자전거를 도둑맞습니다.

 

"언젠가 서점에서 있었던 일이 불현듯 떠올랐다. 우리는 지금이 최고다 싶은 순간을 동경한다. 왜냐하면 우리는그 순간을 만들어낼 수 없으니까. 이 그림이 최고였던 순간은, 누구의 눈에도 들지 못하고 영원히 사라지고 말았다." (p.129)

 

오사나이는 도난당한 자신의 자전거로 인해 학교 지도부에 불려가는 등 수난을 겪게 됩니다. 그러나 오사나이를 무엇보다도 화나게 했던 것은 잃어버린 자전거도, 지도부에 불려갔던 일도 아니었습니다. 봄철 한정으로 맛볼 수 있는 '앨리스'의 딸기 타르트를 올해는 못 먹게 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결국 오사나이의 자전거는 한적한 외곽에서 부서진 채로 발견되고 고바토의 추리가 이어집니다. 그 추리를 바탕으로 오사나이는 자전거 도둑에게 복수를 다짐합니다. 오사나이의 집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고바토로서는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사나이가 혹시 범죄 집단에 휘말려들어 어떤 해를 입게 되지나 않을까 하고 말이죠. 복수를 다짐한 오사나이와 그녀를 걱정하는 고바토. 그들 앞에는 어떤 일이...

 

"누군가가 열심히 생각했는데도 풀리지 않아서 고민하던 문제를 옆에서 끼어들어 풀어버리는 상대를 환영하는 사람은 얼마 안 돼. 고마워하는 사람은 훨씬 적어. 그보다 경원당하거나 미움을 사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걸 깨달았지!" (p.238)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자신의 재능을 숨긴 채 평범한 소시민으로 산다는 건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사기(史記)의 '평원군 우경열전'에 나오는 '낭중지추'를 떠올리게 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고바토와 오사나이도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각자의 다른 재능이 서로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때로는 다른 사람을 유익하게 한다면 나에게 없는 재능이라고 하여 질투하거나 시기하지 말아야 할 듯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돕는 과정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전시키고, 서로를 행복하게 하고, 우리의 삶은 그렇게 풍성해지는 게 아닐까요? 그렇게 서로를 위하다 보면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처럼 달콤한 일이 우리 앞에 펼쳐지지 않을까요. 우리는 서로 다른 인생 한정 재능을 판매하는 사람들이기에 서로의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는 게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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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봄볕에 그을린 하늘이 종일 어두웠습니다. 그 어두워진 하늘을 보며 나는 종일 서성였습니다. 뭔가 중요한 일을 깜박 잊고 지나친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자리를 지키며 진득하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죠. 부는 바람에 우수수 벚꽃이 지고 있었습니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가 마른다'는데 그래서인지 낮 한때 후두둑 비가 흩뿌렸고, 마음을 둘 데 없었던 나는 사이토 다카시의 <한 줄 내공>을 읽었습니다.

 

 

"인간은 설령 절망의 밑바닥에 떨어져도

반드시 기어올라갈 수 있는 존재다.

누구나 그런 힘을 지니고 있다.

단단한 정신이 있는 한 분명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말은 가장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야 할 청춘의 시절, 좌절과 고난, 끝없는 외로움과 지독한 가난에 빠져 허우적대던 나를 대학 교수로 만들어준 다짐의 문장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어제는 24절기 가운데 여섯 번째 절기인 곡우(穀雨)이자 장애인의 날이었습니다. 가는 봄비가 흩뿌리며 스치듯 지나갔습니다. 하늘은 종일 어두웠고 오후에는 가물가물 졸음이 쏟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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