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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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번째 소설집을 내고 죽 소설을 쓰고 두해가 지나고 두번째 소설집을 내는 건 어떨까. 빠른 걸까, 보통일까. 첫번째는 얼떨결에 내고 두번째는 걱정이 많을 것 같아. 음악하는 사람도 많이 그러잖아. 처음에 잘 되어서 두번째를 냈더니 잘 안 되는 일, 영화가 더 걱정스러울까. 그냥 하나만 만들지 왜 두번째를 만들었을까 하는 영화 많잖아. 그렇다 해도 원작이 있다면 첫번째 만들고 두번째를 만들어도 그렇게 걱정 없을 듯해. 아니 원작이 뭐든 그건 영화와는 달라서 꼭 그렇지 않을지도. 원작을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한 사람은 다음 편 기다릴 듯도 해. 이건 최은영 두번째 소설집이야. 첫번째 책을 내고 오랫동안 소식이 없는 소설가도 있던데 최은영은 다시 소설집을 냈더군. 내가 먼저 읽어본 건 한편밖에 없어. 그건 <그 여름>으로 제8회 젊은작가상 작품집에서 만났어. 여기에 소설이 일곱편 실렸는데 단편보다 중편이 많은 듯해. 지금 다시 보니 중편 세편에 단편 네편이군. 이상하네, 중편이 많은 것 같은 느낌이 들다니. 단편도 그렇게 짧게 느끼지 못한 건가.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어.

 

 지난번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여성이 많이 나왔어. 남성이 아주 나오지 않는 건 아니지만. 소설을 다 보고 여기 나온 사람 이름 적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 <그 여름>에는 이경과 수이. 그밖에 더 있는데, 한사람 더 적는다면 이경이 수이와 헤어지고 잠시 만난 은지도 있어. <601, 602>는 옆집에 사는 친구 사이 주영과 효진. <지나가는 밤>에는 자매가 나와. 윤희와 주희. <모래로 지은 집>에서 세 사람은 고등학교 때는 PC통신으로만 알고 지내고 대학생이 되고 만나 PC통신으로 알아서 진짜 이름보다 공무 모래 나비라는 이름을 써. <고백>은 수사가 된 종은이 마지막으로 사귄 여자친구 미주가 해주는 친구 이야기를 듣는 거야. 주나 미주 진희 이렇게 세 친구야. <손길>은 혜인과 숙모 정희. <아치디에서>는 브라질 사람 랄도(에두아르두)와 한국 사람 하민이 아일랜드에서 잠시 만나. 첫번째 소설집에도 한국 사람과 아프리카 사람이 만난 이야기 있었는데. 그런 게 있었을 뿐 같은 이야기는 아니야. 아니 아주 다르지 않은가.

 

 앞부분은 생각한 것과 조금 다르게 썼군. 본래 그렇지. 생각하는대로 쓰지 못하는 거. <그 여름> 예전에 봤을 때와 다른 느낌은 뭐였던가. 거의 없었어. 아니 조금 아쉬웠던가. 끝나버리는 사랑이. 두 사람 수이와 이경이 만난 건 기적일지도 모를 일인데 헤어지고 열세해가 흐르도록 다시는 만나지 않았어. 이경은 수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몰라. 다시 만나고 어떻게 사는지 아는 게 좋을지 안 좋을지. <고백>에서 세 친구 주나 미주 진희에서 한사람은 이제 이 세상에 없어. 어렸을 때 여러 가지를 받아들이고 세상에는 이런저런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친구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았을 텐데. 미주는 오래도록 자신을 탓하고 죄책감을 느껴. 그리고 진희가 자신은 여자를 좋아한다는 말을 했을 때 자기 얼굴이 어땠는지 나중에 주나한테 들어. 미주는 진희가 자신을 버렸다 느꼈는데 실제는 자신이 진희를 버렸다는 걸 알게 돼. 그런 말을 미주는 종은한테 해. 시간이 흐른 뒤에라도 그걸 말해서 미주 마음이 조금 나았을까. 주나 미주 진희가 함께 어른이 되고 그 뒤에도 친구로 남았다면 좋았을 텐데.

 

 여기 실린 소설은 거의 지난날을 생각해. 돌아갈 수 없는 날의 이야기야. 시간은 그렇게 많은 걸 바꿀까. 누군가를 좋아한 마음 같은 것을. 그때 몰랐던 것을. <601, 602>에서는 효진이 오빠한테 맞는데도 효진 부모는 그걸 내버려뒀어. 주영은 그런 효진이 안됐다 여기고 자신은 그런 집에 살지 않아 다행이다 여기지만, 주영 엄마는 아들을 낳으려고 일을 그만둬. 아들이 뭐라고. 부모가 자기 아이를 지키지 않다니. <모래로 지은 집>에서 공무도 아버지와 형한테 맞았어. 어머니는 그걸 막지 못하고. 정말 그런 집 있을까. 공무 모래 나비는 세 사람이 만나는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고 여겨. 공무가 그런 생각을 했던가. 공무와 나비를 늘 생각한다면서 모래는 떠나. 왜 떠났을까. 셋이어서 그랬는지. <고백>에서 주나 미주 진희는 서로 쓸쓸하다 느끼던데. 그 마음 알 것 같기도 해.

 

 다른 사람 마음을 다 알 수 없을 거야. <손길>에서 혜인은 숙모가 자기 나이와 같을 때 자신과 함께 살았다는 걸 생각해. 우연히 숙모인 정희를 만나고. 숙모는 혜인한테 친구 같기도 했어. 숙모는 혜인한테 언제나 곁에 있겠다 했지만, 삼촌이 죽고 모습을 감췄어. 숙모는 왜 그랬을까. 마음이 아파서였을지. 이제라도 숙모와 혜인이 이야기 했으면 해. 그러고 보니 이 이야기는 그런 희망이 보였군. <아치디에서>는 배경이 아일랜드야. 아이슬란드에서 화산이 터져서 랄도는 브라질로 돌아가지 못하고 돈이 없어서 아일랜드 시골 아치디에 있는 과수원에서 일하게 돼. 한국 사람인 하민은 간호사로 일하다 자신이 사람 같지 않아서 그 일을 그만두고 아일랜드로 왔어. 아니 어쩌면 하민이 진짜 한국을 떠난 건 아들을 생각하는 엄마 때문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해. 여기에도 아들을 위해 딸이 희생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군. 그런 일은 지나갔으니 나은 건가. 랄도는 아치디에서 한국 사람인 하민한테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해. 아버지가 힘이 없고 다른 아이한테 괴롭힘 당한 자신을 싫어했다고. 랄도는 그런 이야기 처음 했을 거야. 그렇게 말해선지 랄도는 조금 바뀌어. 두 사람 사이는 거기까지였어. 좀더 깊은 사이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어. 그런 인연도 있는 거겠지.

 

 자매는 다 사이좋게 지낼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다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르겠어. 자매는 경쟁하는 사이기도 하군. <지나가는 밤>에서 윤희와 주희는 그런 사이는 아니지만. 어렸을 때는 버스 정류장에서 엄마가 일하고 돌아오는 걸 함께 기다리기도 했는데 엄마가 죽고 둘 사이는 멀어졌어. 서로 달랐어. 윤희는 그런 주희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 그래도 다시 만나고 하룻밤을 함께 보내. 그날이 지나가면 저마다 살지도 모르겠지만. 자매기에 아주 헤어지지는 않겠지. 이번에도 이런저런 사람을 만났어. 안타까운 일이 더 많지만 살다보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옛날 일을 뒤돌아 봐도 바꿀 수 없겠지만 그런 시간 중요하겠지.

 

 

 

희선

 

 

 

 

☆―

 

 어쩌면 여자도 울고 싶었는지 모른다. 혜인한테 기대어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행동들이 혜인과 자신 사이를 망쳐버릴까봐, 혜인을 떠나게 할까봐 자제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명랑한 사람이고, 나는 심각하지 않은 사람이고, 나는 가벼운 사람이고, 그런 사람이어야지 버림받지 않고 관계를 맺어갈 수 있다고 배우고 자랐는지도 모른다. 더이상 웃음으로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순간이 되었을 때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혜인은 생각했다.  (<손길>에서, 2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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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두운 방 욀란드의 사계 시리즈
요한 테오린 지음, 권도희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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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을 많이 느꼈다. 우울한 겨울. 책속 배경이 겨울이고 스웨덴 섬 욀란드다. 스웨덴에도 섬이 있구나 했다. 스웨덴을 잘 아는 것도 아닌데 그런 생각을 했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은 잠시 쉬기에는 좋아도 오래 살기에는 안 좋을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지금은 아주 옛날보다는 섬도 살기에 괜찮겠지. 그래도 욀란드에는 별장이 많았다. 사람들은 여름에 한동안 별장에서 지내고 겨울에는 비워두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곳이 있으면 안 좋은 마음을 먹는 사람도 있겠지. 남의 것이다 생각하면 참 좋을 텐데, 세상에는 남의 것을 쉽게 가지려는 사람도 있다. 쉽게 돈을 벌고 싶거나 무언가 자극을 바라설지도. 그런 것도 약과 같을지도 모르겠다.

 

 스톡홀름에 살던 요아킴 베스틴은 욀란드에 있는 큰집 엘포인트를 사고 그곳으로 이사한다. 커다란 집을 엘포인트라고 하는데 엘포인트는 지역 이름이기도 하다. 요아킴은 아내 카트리네와 딸 리비아 그리고 아들 가브리엘보다 나중에 엘포인트로 온다. 하던 일을 바로 정리하지 못해서였다. 그런데 아내 카트리네가 등대가 있는 곳에서 바다에 빠져 죽는다. 경찰은 처음에 바다에 빠져 죽은 사람이 리비아라고 했다. 요아킴은 스톡홀름에서 차를 타고 돌아오면서 카트리네를 어떻게 위로할까 생각한다. 그때 난 조금 이상했다. 딸이 죽었는데 그렇게 침착하다니, 왜 그랬는지 나중에 알았다. 그렇다고 요아킴이 리비아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요아킴은 엘포인트에서 조금 떨어진 이웃집으로 가서 리비아가 아닌 카트리네가 죽었다는 걸 알고 무척 슬퍼한다. 카트리네는 사고로 죽은 건지 누군가 죽인 건지 알 수 없었다.

 

 얼마전에는 요아킴 누나 에텔이 물에 빠져 죽었다. 요아킴은 에텔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나중에 경찰인 틸다 다비손 작은할아버지 옐로프를 만나고 자기 마음을 말한다. 요아킴이 스톡홀름을 떠나 엘포인트로 온 건 누나가 죽어서였다. 에텔은 마약중독자였다. 요아킴은 에텔이 마약 때문에 물에 빠져 죽었다고 여겼다. 약을 하면 정신이 없어서 그런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겠지. 술을 먹고 이상해지는 사람도 많은데. 요아킴과 카트리네 딸이라고 하는 리비아는 에텔 딸이었다. 에텔이 마약을 찾고 자기 앞가림을 못했지만 딸을 되찾고 싶어했다. 요아킴과 카트리네는 에텔이 리비아를 제대로 기르지 못하리라 여기고 두 사람 딸로 입양했다. 리비아는 그걸 모르는 것 같다. 그런 걸 왜 숨겼을까 했다. 안 좋은 건 다 숨겨야 할까. 모르겠다.

 

 엘포인트에서는 사람이 많이 죽었다. 그런 말이 있어서 으스스한 느낌이 들지만, 그런 일은 어느 집에서나 일어난다. 유령 이야기도 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이야기로만 흐르는 것 같았다. 중요한 건 빨리 말하지 않고 말이다. 그리고 어떤 건 진짜가 아니기도 했다. 일기다. 카트리네 엄마 미리아가 쓴 일기. 모두 거짓말은 아니겠지만 거기에는 거짓말도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말하다니. 어쩐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숨은 기도실, 죽은 사람 이름이 적힌 외양간 다락방 그리고 유령. 유령(귀신)이 아주 없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믿는 사람한테는 보일까. 눈보라가 불어닥친 성탄이브에 엘포인트 숨은 방 기도실에 유령이 모였을까. 그런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닐지도. 기도실은 죽은 사람을 기억하는 곳이었다.

 

 늦었다. 무엇이 늦었냐고. 요아킴이 에텔을 생각하는 것이. 왜 에텔이 물에 빠져 죽었을 때 생각하지 않았을까. 형제라 해도 사라지기를 바라거나 죽기를 바라기도 할 거다. 요아킴은 에텔이 죽어서 마음 편했을까. 아니 그건 카트리네였던가. 그래서 카트리네는 그렇게 된 걸까. 카트리네와 요아킴은 말하지 않았다, 에텔을. 말했다면 좋았을 텐데, 서로 다른 죄책감이 있어서였을지도. 집안에 문제를 일으키는 형제가 있으면 그리 좋지는 않을 거다. 그런 때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많이 생각하는 건 안 보는 거겠지. 만나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에텔은 그럴 수 없지 않나 싶다. 리비아 엄마니까. 에텔이 리비아를 아주 잠깐이라도 만나게 해줬다면 좋았을 텐데. 이 생각은 내가 요아킴이 아니어서 할 수 있는 건지도. 가까운 사람이라 해도 다른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그런 어두운 마음이 생기지 않으면 좋을 텐데. 사람은 누구나 어둠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지 않으려고 발버둥쳐야 한다. 남의 이야기여서 이렇게 하는 건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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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건 왤까. 이런 걸 처음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그냥 이걸 좋아해서다. 어쩐지 좋아하기만 하면 안 될 것 같기도 하다(마음속으로는 좋아하기만 해도 괜찮다 하지만). 책을 읽고 거기에서 배우고 나 나름대로 생각하기. 그렇게 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혼자 지내는 거 괜찮다. 늘 혼자 지내서 누군가와 뭔가 해야 한다면 싫을 것 같다. 이젠 그럴 일도 없지만. 무언가를 아주 잘하지 못하기에 그냥 하기만 한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걸로 돈을 버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 부럽다. 누군가는 좋아하는 게 일이 되면 힘들다고 하지만, 일도 즐겁게 하면 되지 않을까. 아주 적은 사람만이 그럴 수 있을지.

 

 어떤 일이든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이건 책을 읽고 쓰는 걸로는 안 되는 걸까. 명상이나 수행을 해야 할지. 가끔 쓸데없는 데 마음 쓰는 나 때문에 괴롭다. 괜찮을 때도 있지만 그런 시간은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괜찮을 때 난 다른 건 안 하고 그냥 혼자 논다. 그렇게 혼자 놀다 보면 혼자가 되겠지. 이건 인터넷 안에서구나. 누군가와 말하는 것과 혼자 놀기 균형을 잘 맞추면 나을 텐데 그게 어렵다.

 

 언젠가 내가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 죽을 때나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책을 읽고 써야겠다. 그걸 한다고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될 것 같지 않지만, 아주 조금은 나아지려고 하겠지. 어느 날 갑자기 무언가를 깨닫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난 그렇게 안 될 것 같다. 그냥 천천히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간다면 좋겠다.

 

 지금 생각하니 예전에 이것과 비슷한 거 쓴 것 같다. 한번 쓴다고 괜찮아지지 않는 듯하다. 책에서 찾으려는 말을 내가 써놓고는 잊어버리기도 했으니. 그건 여러 책을 보고 내가 조금 느끼고 썼겠지. 앞으로도 그렇게 해야겠다. 비슷한 거 생각하고 쓴다 해도 아주 똑같지 않을 거다. 깊이 파고 들어가면 이것저것 찾을 수 있겠지. 시간이 흐르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고. 좋은 쪽으로 바뀌기를 바란다.

 

 책 읽고 생각하고 쓰기는 늘 해야 하는 거구나. 이건 내가 그런 거다. 누구나 그래야 하는 건 아니다. 굳이 책 읽고 생각하고 쓰기가 아니어도 다른 걸로 깨달음을 얻는 사람도 있을 거다. 자기한테 맞는 걸 찾으면 된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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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에서 하얀 것이 떨어졌다. 처음엔 이불이 바람에 날린 건가 했다. 그게 바닥에 닿을 때 둔탁한 소리가 났다. 하얀 천은 금세 빨간색으로 물들었다.

 

 그것을 보고 난 숨이 멎을 것 같았다. 하늘에서 아니 높은 아파트에서 떨어진 건 사람이었다.

 

 난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누군가 전화 거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 ○○아파트 401동 앞인데요, 사람이 떨어져서 피를 많이 흘렸어요.”

 

 아파트 사람이 하나 둘 밖으로 나왔지만 멀리서만 지켜 보았다. 나도 가까이 가지 않았다. 내가 선 곳에서 봐도 그 사람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건 알았다.

 

 얼마 뒤 응급차와 경찰차가 왔다. 경찰과 소방대원이 바쁘게 움직이고 아파트에서 떨어진 사람을 응급차에 싣고 떠났다. 그 사람은 죽었을 거다. 의사인 듯한 사람이 말하는 게 보였다. 응급차는 떠났지만 경찰차는 아직 가지 않았다.

 

 내가 그 자리를 떠나려고 하자 핏자국이 있는 곳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사람 모습이 나타났다. 그건 아파트에서 떨어져 죽은 사람 영혼이었다. 그 사람은 나를 보았다. 난 바로 눈을 돌렸지만 눈치챘을 거다. 그 사람이 나를 보고 살짝 웃고는 바로 내 쪽으로 왔다.

 

 “이봐요, 내가 보이지요.”

 

 “…….”

 

 “나 좀 도와줘요.”

 

 “…….”

 

 “사람들은 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아니예요.”

 

 “……네?”

 

 난 나도 모르게 대답했다.

 

 여자, 아파트에서 떨어져 죽은 사람은 여자였다. 여자는 기쁜 듯 이어서 말했다.

 

 “나 보이는 거 맞네. 나도 내가 죽은 다음에 이렇게 될지 몰랐어요. 내 억울한 마음을 하늘이 알고 잠시 여기 머물게 해줬겠지요.”

 

 “…….”

 

 “이봐요. 이런 일 처음 아니지요. 날 죽인 사람 찾아줘요.”

 

 “……아, 제가 어떻게…….”

 

 겨우 한마디 내뱉었지만 난 내가 여자를 죽인 사람을 찾으리라는 걸 알았다. 여자와 눈이 마주쳐버렸으니 말이다.

 

 

 

(이걸로 끝이다. 여자를 죽인 사람을 찾는 것도 쓰면 더 재미있겠지만 어떻게 쓰면 좋을지 모르겠다. 언젠가 생각나면 뭔가 더 쓸 수도 있겠지만, 못할 듯하다. 이걸로 끝이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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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난 이상한 곳으로 간다. 마치 낮꿈 같기도 하다. 그건 아무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 언제부터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나도 모른다. 어쩌면 갓난 아기였을 때부턴지도.

 

 내가 아기였을 때 일을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누워서 천장을 보던 건 희미하게 생각난다. 천장을 보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 그곳은 천장이 아닌 하늘이거나 내가 늘 보던 천장과 달랐다. 갑자기 내 둘레가 바뀌면 난 울었던 것 같다. 울면 천장은 본래대로 돌아오고 엄마 얼굴이 보였다.

 

 조금 전에도 난 아주 잠깐 다른 곳에 있었다. 그렇게 다른 곳에 간다 해도 큰일은 없다. 그곳은 다른 세계일까. 지금까지 사람은 하나도 보지 못했다. 그곳에는 사람이 없는 것인지 생물 자체가 없는 것인지. 아니 꼭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숲에 가면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새소리가 들리고 무언가 풀숲을 해치는 소리가 들렸다. 동물은 있는 곳인 듯하다.

 

 내가 잠깐 길에 서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이 이상하게 보았다. 아주 잠시라도 움직이지 않고 서 있으면 이상하겠지. 조금 전에 갔던 곳은 언젠가 가 본 곳 같았다. 생각났다. 그곳은 내가 어릴 때 살던 동네 공원이다.

 

 다른 곳에 가는 건 하루에 한번 정도만 일어나는데 난 다시 다른 곳에 있었다. 둘레를 둘러보니 아까와 그리 다르지 않은 곳이었다. 내 앞에 높은 계단이 있고 계단에서 무언가 빠르게 내려왔다. 그건 유모차였다. 난 계단을 뛰어올라가 유모차 앞을 막았다. 곧 누군가 계단을 뛰어내려왔다. 난 그 사람을 보고 조금 놀랐다. 지금보다 많이 젊은 엄마였다.

 

 “아, 고맙습니다. 갑자기 유모차가 저절로 움직였어요.”

 

 난 유모차 안을 들여다봤다. 거기에는 아기인 내가 누워 있었다. 아기인 난 별로 놀라지 않은 얼굴이었다.

 

 “아기가 순하네요. 울지도 않다니.”

 

 엄마는 다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유모차를 밀고 그 자리를 떠났다. 나도 다시 돌아왔다.

 

 내가 나를 구한 뒤부터는 갑자기 다른 곳에 가지 않게 됐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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