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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나들이 문해력 편 - 단어 한 끗 차이로 글의 수준이 달라지는 ㅣ 우리말 나들이
MBC 아나운서국 엮음, 박연희 글 / 창비교육 / 2025년 5월
평점 :
문해력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요즘, '우리말 나들이 문해력 편'이라는 제목에 끌려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넘어, 다양한 정보를 해석하고 자신의 생각과 연결해 표현하는 고차원적 사고 과정이다. 특히 디지털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는 문해력이 곧 판단력이며, 소통 능력이자 경쟁력이다. 이 책은 바로 그 문해력의 본질에 주목하며,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표현 속 숨은 오류를 짚어준다. ‘기지개를 키다’와 ‘켜다’, ‘고난이도의 문제’와 ‘고난도의 문제’처럼 단어 하나의 미묘한 차이가 어떻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를 생생한 예시와 함께 설명해주고 있다. 문해력을 높이고자 한다면 이 책을 통해 말과 글의 쓰임을 바로잡으며 실생활에서 문해력을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SNS에 글을 올리고, 이메일로 업무를 처리하며,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한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자주 쓰는 표현이라 해도 정확한 의미를 모르고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언어 습관은 때로는 본의 아니게 상대를 불편하게 하거나, 자신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충 써도 뜻만 통하면 된다는 생각은 오히려 오해와 갈등을 부르고, 그 사람의 이미지와 평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책은 우리말을 바르게 쓰는 것이 단지 아나운서나 글을 쓰는 사람들만의 몫이 아니라 누구나 갖추어야 할 중요한 사회적 역량임을 강조한다. 정확한 언어 사용은 곧 개인의 경쟁력이며 더 나아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밑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은 1997년부터 방송된 MBC의 장수 프로그램 <우리말 나들이> 중 최근 10년 간의 방송 내용 가운데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사례들을 가려 뽑아 엮은 것이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표현을 통해 우리말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실생활에서 문해력을 높이고 신뢰감 있는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겉보기엔 비슷하지만 의미는 전혀 달라 자주 혼동되는 표현들을 다룬다. 일상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잘못된 말이 어떻게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로 보여주며, 표현 간의 미묘한 차이를 명확히 짚어준다. 2장에서는 습관처럼 굳어진 잘못된 표현들을 모아,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 오류를 바로잡고 언어 사용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마지막 3장에서는 문해력과 문장력을 함께 향상시킬 수 있는 표현들을 소개해, 독자의 실질적인 표현력과 소통 능력 향상에 기여하고자 한다. 그리고 각 장에는 ‘우리말 여겨보기’ 코너가 함께 구성되어 있어 내용을 읽으며 생기는 궁금증을 해소하고, 우리말의 깊이와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했다. 또한 SNS, 이메일 등 일상적인 소통 매체에서 자주 나타나는 언어 오류를 구체적인 예문과 함께 설명해 실제 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실용성을 더했다.
1장의 '비슷하게 생겼지만 뜻이 달라 헷갈리는 표현'에서는 ‘고역’, ‘곤욕’, ‘곤혹’처럼 모양은 비슷하지만 의미는 뚜렷이 다른 표현들을 소개한다. '고역'은 몹시 힘들고 고되어 견디기 어려운 일을, '곤욕'은 심한 모욕이나 참기 힘든 상황을, ‘곤혹’은 곤란한 일을 당해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태를 뜻한다. 예문을 보면 확실히 그 뜻을 구분할 수 있다. “더운 날에 밖에서 마스크를 쓰는 건 곤욕이야.”는 표현은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곤욕’은 ‘모욕’이나 ‘참기 힘든 상황’일 때 쓰는 말이므로 이 문장에서는 적절하지 않다. 이럴 때는 ‘고역이야’로 바꾸는 것이 올바르다.
반면 “면접에서 또 떨어져 곤욕스러웠다.”, “면접관에게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아 곤혹을 느꼈다.”와 같은 문장은 각각의 단어 뜻에 맞게 잘 쓰인 사례다. 이처럼 ‘고역’, ‘곤욕’, ‘곤혹’은 표기와 발음이 비슷하지만, 의미와 쓰임은 명확히 구분되므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리고 각각 내용의 마지막 부분에는 OX 퀴즈가 수록되어 있어, 앞에서 익힌 내용을 다시 점검하고 스스로 문해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점도 실용적이다.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실제 생활에 적용 가능한 언어 감각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구성이 돋보인다.
2장에서는 우리가 평소에 무심코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잘못된 표현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일깨워준다. 예를 들어, '겨땀과 결땀' 중 어느 표현이 맞는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사실 이 둘 다 바르지 않고, 정확한 표준어는 ‘곁땀’이다. ‘곁’은 겨드랑이를 뜻하는 고유어 표현으로, 곁땀은 곧 ‘겨드랑이에서 나는 땀’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겨땀’이라는 말이 압도적으로 많이 쓰인다. 실제 SNS에서 해시태그를 비교해보면, #겨땀은 수천 개가 넘는 반면, #곁땀은 그에 비해 현저히 적다. 이런 예는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비표준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곁땀’과 관련하여 잘못 쓰이는 표현으로 ‘결땀내’가 있다. 이는 체취, 특히 겨드랑이에서 나는 불쾌한 냄새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곤 하지만, 정확한 표현은 ‘암내’이다. ‘곁땀’은 단순히 땀 그 자체를 의미하고, 불쾌한 냄새를 뜻할 때는 ‘암내’를 써야 한다. 이처럼 비슷하게 들리지만 의미와 쓰임이 다른 표현을 바로잡는 것이야말로 문해력 향상의 첫걸음이다.
3장에서는 문해력과 문장력을 함께 높일 수 있는 표현들을 소개한다. 우리가 자주 쓰면서도 정확한 의미를 잘 모르는 말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짚어주며, 실생활 속 소통 능력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둔다. 예를 들어, ‘구설에 오르다’라는 표현이 있다. 많은 사람이 이를 ‘구설수에 오르다’로 잘못 사용하는데, 이 둘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구설’은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을 뜻하며, 누군가의 입에 오르내리는 부정적인 평판을 의미한다. 반면, ‘구설수’는 그러한 구설에 휘말리게 되는 운수, 즉 운명적인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따라서 “괜한 구설수에 오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라는 표현은 어법상 어색하며 올바르게는 “괜한 구설에 오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라고 써야 맞다. ‘구설수에 오르다’는 말은 표현상의 오류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책에서는 ‘회자되다’라는 표현도 함께 소개하며 이해를 돕는다. ‘회자’는 ‘회와 구운 고기처럼 입에 자주 오르내리다’는 뜻으로, 좋은 일이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회자된다고 할 때처럼 긍정적인 의미로만 사용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회(回)’를 잘못 해석해 ‘지난 일을 되풀이해 말하다’는 의미로 오해하기도 한다. 이처럼 단어의 뿌리를 제대로 아는 것이 문해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책은 단순히 우리말의 옳고 그름을 가리는 데 그치지 않고, 말과 글을 통해 더 나은 이해와 소통을 실현하도록 이끄는 실천적인 언어 사용을 안내한다. 단어 하나, 표현 하나의 선택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 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주며 문해력이 단순한 읽기 능력이 아닌 비판적 사고와 사회적 소통 능력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우리가 쓰는 말이 곧 우리의 정체성이며, 올바른 언어 사용이 개인의 성장과 건강한 사회를 이루는 기반이 된다는 메시지를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을 꼼꼼하게 읽고 실제로 사용해 봄으로써 우리는 우리말의 섬세한 뉘앙스를 다시금 되새기고 실생활에서 더 정확하고 품격 있는 언어 생활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