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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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의 차이는 돈이 아닐까 한다. 나보다 돈이 많은 사람에게 굽신거리고, 나보다 돈이 부족해 보이는 사람에게 계급 의식을 느끼는 것 같다. 본인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시선에서 혹은 말에서 은연중에 드러난다. 반대로 나보다 경제적인 상황이 좋지 않다고 여겼으나 나보다 나은 집으로 이사 간다는 소식을 들어보라. 갑자기 질투의 감정으로 마음이 좋지 않을 것이다. 또한 어떠한 사정 때문에 이사를 가야 할 형편(그것도 전세로)에 놓였는데, 젊은 부부가 집을 사서 이사 온다는 소식에 조금은 우울해지지 않을까.



 

김애란의 신작 안녕이라 그랬어에서는 사십대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의 돈과 그것에 얽힌 사람들의 관계 혹은 마음을 다룬 소설이다. 보통 사람들의 지리멸렬한 삶을 다루었다고 해야겠다. 내가 겪었던 내용일 수도 있고, 내 이웃이 겪었던 내용일 수 있다. 혹은 여전히 이런 마음들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마치 주변 사람들 이야기 같았다. 김애란 작가의 다섯 번째 소설집은 이렇게 현재를 대변하듯 우리 곁에 성큼 들어와 있었다.






 

일곱 편의 소설은 마치 하나의 이야기를 다룬 것처럼 비슷한 면이 있었다. 타인의 공간 즉 집을 방문해 그 집에 놓여있는 가구 혹은 사람을 통해 내 삶의 누추함을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물론 속에 담아둔 마음의 찌꺼기들이 샘솟듯 펼쳐지는 모양새다. 내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감정들이 속절없이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홈 파티의 이연은 연극배우로 활동하나 전염병으로 일이 줄었다. 후배의 청에 의해 오 대표의 집을 방문하며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이 가진 것과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바라본다. 해야 할 말과 하지 않아야 할 말을 가르는 것조차 모순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연의 말에 얼마간 통쾌해졌지만, 이후에 일어난 일에서는 아찔했다.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호기롭게 말하고 일어섰으나 결국 다시 돈에 고개를 숙여야만 하는 장면이었다. 이연의 이 연극을 이대로 마치지 않을 생각이었다.’라는 말이 오래도록 기억날 것 같다. 마음을 감추는 대사를 한 후, 마스크를 꺼내 얼굴에 쓰고 유유히 걸어가는 이연을 상상해보라.



 

숲속 작은 집의 주인공은 남편과 함께 늦은 신혼여행으로, 값싼 여행비용 때문에 선택한 북쪽 지방에 머무르며 일어난 이야기다. 숙소를 정리해주는 비슷한 또래의 현지 여성을 바라보는 마음과 그로 인한 불편함을 다뤘다. 팁을 어떻게 줄 것인가, 금액은 얼마로 할 것인가, 어떻게 전해줄 것인가를 고민했다. 또한 어머니 혼자 자신을 키워주었다는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시점에서도 얼마간의 생활비를 드리는 데 대한 불편한 마음이 드러났다. 매월 들어와야 할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걱정하는 마음과 혹시 놓쳤나 싶은 생각에 전화를 거는 부모의 마음, 외국에 나와 있어 송금이 불가하다고 답하는 주인공의 불편함은 우리 모두 느끼는 낯익은 감정이란 게 조금 슬펐다.



 

좋은 이웃이란 무엇일까. 이웃에게 불편함을 주어서는 안 되는 게 첫 번째일 것이다. 층간 소음과 집 밖에 물건을 방치한다던가, 혹은 담배 냄새를 피우는 건 삼가야 한다. 윗집에 새로 이사 오는 젊은 부부가 한 달 동안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며 찾아오며 소설이 시작된다. 집에서 독서교실을 운영하는 주인공은 시끄러운 공사 소음 때문에 힘들고 집을 줄여가야 하는 것 때문에 마음이 어지럽다. 이처럼 돈은 사람을 슬프게도 하고, 우울하게도, 좌절하게 만들기도 한다.



 

안녕이라 그랬어의 은미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인터넷으로 원어민과 함께 영어로 대화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카메라에 비친 상대방의 표정과 서툰 언어로 대화를 하는 이야기다. 갑자기 수업에 빠질 때 혹은 그 이유를 알았을 때 모른 척 지나갈 수 없어 건넨 말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무심코 들었던 노래 중에 '안녕'이라고 들려 그것을 우기는 장면 또한 익숙한 한 시절을 표방하는 것만 같다. '안녕'이란 만날 때와 헤어질 때 나누는 인사다. 한쪽 손을 흔들며 반갑다고 하는 몸짓, 뒤돌아서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인사말이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외국인에게는 좀처럼 익숙해질 수 없는 언어일 것이다. 그냥 알게 되는 인사, 누군가에게 건네고 싶은, 그리운 단어를 말하는 기분이 아니었을까.



 

천천히 아껴가며 읽으려고 했으나 금방 읽어버렸다. 이렇게 아까울 데가. 더 읽고 싶은 책은 책장이 빨리 넘어간다. 어쩌면 살아가는 지표처럼, 계급으로 나누어진 사회에서 살아갈 방향을 고민해볼 수 있지 않을까. 돈으로 그어진 세상의 잣대를 지울 수도 없다. 김애란의 신작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았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우리에게 '안녕'이라고 안부 인사를 건네는 책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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