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묘약 - 오늘, 수학이 따뜻해진다
김남규 지음, 호영민.성정란 그림 / 해드림출판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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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이렇게 건조한 문장이 그토록 로맨틱한 시의 첫 행으로 쓰일 줄이야! 드라마 <도깨비>에서 김인육 시인의사랑의 물리학을 접하는 순간, 쿵 심장이 울렸다. ‘질량, 부피, 뉴턴의 사과, 진자운동이란 물리 용어는 시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말랑말랑한 사랑을 품었다. 물리교육을 전공하고 가끔 시를 쓰는 나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오던 시였다. 과학과 문학의 결합이 이런 시너지를 낼 수도 있구나.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 운동이라니! 1m의 하얀 실에 추를 매달고 진자운동을 실험하던 장면은 시적 세계를 만나면서 드넓은 공간을 진동했다.

 

중학교 1학년에 나오는 수와 연산, 문자와 식, 함수, 기하, 도형의 성질, 통계관련 내용이 주로 사랑을 테마로 표현된 시집이다. 수학으로 사랑과 인생을 풀어내는 수학시집이라는 부제를 보고 2년 전의 시를 떠올렸다. 과학의 언어가 수학이라고는 하지만 수학시라는 타이틀이 붙은 시집 안에는 내가 모르는 수학적인 내용이 시와 잘 버무려져 있을 것만 같았다.

그대와 나의 마음을 사분면으로 표현한 4사분면 그대(p62~63)라든지, 생각을 각도로 표현한 생각의 각도°(p92)라든지, 점과 선과 면으로 이별의 순간을 표현한 내용들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가장 마음에 드는 시구는 독대라는 시의 마지막 연이다. ‘홀로 남는 것 / 홀로 남기는 것 / 방정식을 푸는 일은 / 고독과 마주하는 일이다(p52)' 이항과 여러 계산 과정으로 결국 미지수 x만 남겨지는 과정을 적절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기대치가 너무 높았을까. 시에서 그리는 사랑과 인생의 색채가 가벼운 연분홍을 닮았다 생각하는 순간 알았다. 내가 막연하게 그리던 이미지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밤하늘이나 우주의 다크 블루가 나의 심장을 울린다는 사실을. 간혹 수학에 시를 억지로 구겨넣은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시도 보였다.

물론 시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수학을 언어로 사랑을 표현한 작가의 시도는 높이 평가할 만 하다. 나도 본격적으로 과학적인 문장과 시를 결합시켜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니. 다만 내가 선호하는 색채와 다르다는 것. 예컨대 나는 보라색을 좋아하는데 시에서 드러나는 색깔은 갈색이라든지 하는 다름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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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운동을 도와달라는 말을 꺼내고 당신과 손이 맞닿던 첫날, 손금 사이로 미세하게 배어들던 물기를 기억한다. 처음이 어려웠지 두 번째부터는 반비례 그래프처럼 긴장감이 줄어들었지. 접촉 시간을 늘리고 팔을 주무르는 관문까지 통과하다니! 음하하! 의기양양해진다.

 

책읽기, 일기쓰기, <남자친구> 일정을 순탄하게 마친 다음 천천히 빨래를 널고, 세수를 하러 화장실에 들어간 어젯밤. 힐끗 시계를 보니 23시를 조금 넘었다. 1시 넘어 자는 당신에게는 초저녁 수준의 시간이다. 세수를 하고 여유 있게 양치질을 하며 생각한다. ‘오늘은 어떤 운동을 시도해볼까? 백허그는 아직 좀 이르겠지? 팔 주무르는 시간을 좀 더 늘려볼까? 모가지가 아팠으면 좀 더 로맨틱했을 텐데. 아니지, 너무 세게 하면 목 졸릴 수 있으니 왼쪽 어깨 정도면 적당히 옳은 부위야.’ 이 생각 저 생각으로 작은 꿈에 부푼 나.

 

.....

 

화장실에서 나오니 사방이 고요하다. 열린 안방문 밖 거실의 조도가 대폭 감소했다. ! 당신이 자는 거실에 불이 꺼져있다! 벌써 자나? 화장대에서 수분크림을 바르며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TV 소리가 들린다. 아항! 불을 끄고 TV를 보는구나. 더 좋아, 딱 좋아. 적당히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는 피부의 잡티가 자취를 감추니 내 얼굴이 예뻐지는 바람직한 현상이 나타난다. 크크크.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었어. 온 우주가 나와 당신의 거리 좁히기 프로젝트에 도움의 손길을 뻗고 있군.

 

보송보송한 얼굴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거실을 향한다. 쩜쩜쩜. 당신은 자고, TV만 깨어있다. 이건 아니잖아, TV. 네가 자고 이 인간이 깨어있어야지. 어째 원하는 방향으로 술술 흘러간다 싶었다. . 조용히 TV를 재우고 당신의 이불을 덮어준다. 아쉬운 마음에 토닥토닥 이불 위 스킨십을 시도한 나는 살금살금 안방으로 들어온다. 살짝 짠하다. 많이 피곤했나보다, 당신.

내일은 당신의 피곤함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다시 기회를 노려봐야겠다, 불끈! 자만해서 긴장감이 느슨해질 타이밍에 적절한 인터셉트로 도전의지를 솟아오르게 하는, 온 우주는 그리 만만한 대상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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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 절반가량 줄어든 뻥튀기가 놓여있다. 이건 평범한 뻥튀기가 아니다. 그린마일리지 시스템으로 말하면 무려 상점 10점 정도는 득템할 수 있는 가치가 충분하다. 수업태도 모범, 지속적인 봉사활동, 분실물 습득 등 상점은 대개 1점에서 10점까지 다양하게 정해져있다. 10점에 해당하는 항목은 드물다. 이도 저도 없는 항목인데 교사의 마음이 감동으로 가득차서 바로 이 인간이야말로! 라는 생각이 들면 부여하게 되는 최상급의 난이도를 지닌 고급 선행이다. 지난 화요일, 나는 절묘한 순간에 마..막 남아있던 희귀 템을 손에 넣었다. 그 어려운 걸 해낸, 기특하기 그지가 없는 이가 바로 나다! 크크크.

 

어스름한 저녁, 병원 다녀오는 길에 아파트 장터를 휘리릭 훑어본다. 족발, 견과류, 도넛, 튀김, 과일, 순대, 뻥튀기 트럭. 당신을 위해 아몬드 한 봉지를 산다. 미니를 위해 딸기 두 팩을 산다.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서다 문득 당신과 미니가 손바닥만 한 뻥튀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조금 아까 지나친 트럭으로 되돌아간다. 예전 뻥튀기는 손바닥을 한껏 벌릴만한 크기였는데 요즘은 손발이 오그라든 크기이다. 감질나지만 그나마 밥그릇보다 조금 더 큰 봉지가 딱 하나 남았다. 3,000원으로 포획한다.

 

30여분 뒤, 퇴근한 당신. 방에서 바사삭 뻥튀기를 먹는 미니를 발견한다.

좀 아까 트럭에 갔더니 마지막 남은 거 방금 팔렸다고 하더라고.” 음색이 밝다. .....거 방금 팔린 그것을 지금 여기에서 목격하게 되었기 때문이리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

좀 아까 사러갔더니 마지막 하나 남았더라고요.” 입이 쭉 찢어져서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나.

 

되돌아간 나의 발과 뻥튀기를 떠올린 머리를 스스로 칭찬하며 저녁 내내, 뻥튀기를 먹는 당신의 손가락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잠이 들 때까지 뿌듯했다. 인생은 타이밍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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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오 2019-01-10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발이 오그라든 크기의 뻥튀기ㅋ 저도 내일 사먹어야겠어요 ^

나비종 2019-01-10 23:20   좋아요 0 | URL
크기와 가격이 반비례해서 변화하고 있습니다.ㅎㅎ 한 번 손을 대면 은근 줄기차게 손이 가는 간식이죠.^^
 

당신이 팔을 주물러주는 동작을 시도했다. 여름이면 좋았을 걸 하며 아쉬워하는 나. 스킨십은 무릇 스킨 대 스킨이어야 제격이거늘, 당신의 스킨을 가로막는 나의 내복을 원망한다. 그렇다고 안방에서도 패딩 입는 클라스에서 나시 입고 팔뚝을 들이미는 건 심히 앞뒤가 안 맞는 장면이라, .

 

왕자님처럼 왼쪽 무릎을 구부린 당신이 뒤에서 지탱해주는 역할을 하고, 나는 그의 왼쪽 허벅지에 왼쪽 팔을 떠억 걸치고 팔을 천천히 굽혔다 정강이쪽으로 최대한 닿게 했다 하는 운동도 있다. 처음에 도수치료 샘이 해주셨을 때, 어멋? 했던. 등 뒤로 상대의 단단한 가슴 근육이 살짝 느껴진 달까. 그 순간 속으로 중얼거렸다. ! 샘이 박보검이었다면 얼마나 감격했을까요. 배운 운동 중에 단위 면적당 작용하는 힘이 가장 작다. , 접촉 면적이 가장 넓은 동작이다. 한마디로 백허그 짝퉁? 드라마 <닥터스>에서 김래원이 박신혜에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백허그 그거 좋더라.” 조만간 당신을 타켓으로 시전해볼 작정이다. 음흉한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흐흐흐.

 

팔씨름 3회씩 3세트는 이제 기본이다. 수영 전에 반드시 해야 하는 준비운동 같은 맥락이랄까. 우훗. 요가 동작을 배우는 기분이다. 도수치료 샘에게서 전수받은 동작들을 속속들이 시도해볼 예정이다. 최대한 접촉 면적이 넓은 것으로 엄선하면 도파민이 뿜뿜 샘솟을 것이고 운동과 호르몬의 이중 효과를 겨냥하자는 것이 나의 빅 픽처다.

 

당신과 나의 이야기가 듬뿍 담긴, 그 옛날 태워버린 일기장을 생각한다. 점점 가물거리는 기억들을 더듬어보며 아쉬워한다. 다시 그런 후회는 하지 않으려고 이 공간에 조금씩 마음을 적어 내려간다.

김민철의하루의 취향에서는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를 언급하면서 이런 장면이 묘사된다.(p84~85) 매일 아내가 샤워할 때마다 찬물을 한 번씩 쏟아 붓는 장난을 해온 남편. 아내가 남편의 곁을 떠나는 날, 남편은 고백한다. “우리가 늙으면 내가 매일 이 짓을 해왔다는 걸 고백하려고 했어. 당신을 웃게 해주려고.” 나도 언젠가 웃으면서 사실은 이런 의도였어라 얘기할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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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넘었는데.” 꿈결에 당신의 목소리를 들은 줄 알았지만 현실이었다니. 으헉! 푸드덕 거리면서 일어난다. 75. 망했다!

630, 최소한의 기상 시간이다. 쿠쿠가 맛있는 백미 밥을 완성하도록 세팅을 하고, 냄비의 물을 올려 토마토를 데쳐 갈고, 반찬 한 가지를 하고, 세탁기 버튼을 누르면 650. 씻고 로션 바르고 출근복 입고 머리 말리고 간단히 설거지하고 빨래를 널면 730. 출근을 한다. 715, 그가 씻는 시각, 740, 미니의 등교 시각. 그런데...

 

토마토는 갈지 않아도 돼.” 부산스럽게 왔다 갔다 하는 내게 당신이 말한다.

뇌는 급할수록 최적화된 알고리즘으로 일을 처리하는가. 쿠쿠가 맛있는 백미 밥을 쾌속으로 완성하는 동안 욕실을 향한다. 바디 워시를 바르고 전자레인지에 든 국 대접처럼 몸을 빙그르르 돌리며 헹굼과 양치질을 동시에 한다. 세수하고 머리감기까지 5. 반찬은 뚝배기에 계란찜. 세탁기는 어젯밤에 돌렸으니 생략. 수분크림 바르고 옷 입고 나서 시계를 보니 717. 으하! 제게는 아직 13분의 여유가 더 있사옵니다. “토마토 갈까요? 시간 되는데.” 씻으러 들어가는 당신, “.” 1초도 망설이지 않는다.

 

어제 병원에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은 탓이다. 어제따라 1시간 반 정도를 대기하고 15분 진료 받고 돌아온다. 개 피곤했다는 말이다. 미니의 방학 보충이 시작되어 저녁을 집에서 먹는 바람에 오자마자 저녁 준비를 한다. 고등어구이를 하고, 감자를 갈아 감자전을 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고독한 독서가들미션을 가까스로 완료하고, 일기를 쓴다고 노트북을 켜고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침대 한구석에 머리를 박고 있다가 2시 반에 깬다. 새하얀 빈문서1을 바라본다. 빨래를 널고, 설거지를 한다. 잠깐 누워있다 세수하고 양치하리라 결심만 한다. 잠결에 주섬주섬 일어나 불을 껐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하아~ 고작 이게 늦잠의 원인이라니! 나이가 들긴 들었나보구나.

 

보통 때와 별반 다름없이 출근하는 차 안에서 이제껏 당신에게 했을지도 모를 두 가지 오해를 깨닫는다.

첫째, 당신의 알람 시간이다. 630분경부터 10분 간격으로 울려대는 알람. 715분에 씻을 거라 그 시각에 일어나지도 않을 거면서 쓸데없이 알람만 이르다했다. 늦잠을 자는 일도 드물고, 벌떡 일어나는 일이 불가능한 사람도 아닌데 말이다. 혹시 나와 미니를 챙기기 위한 것이었을까.

둘째, 당신이 아침 대용으로 마시는 토마토를 갈지 않아도 된다고 한 적이 가끔 있다. 예전의 나는 그 말을 직역으로 받아들였다. 오늘은 먹을 생각이 없나보다 하고. 그런데, 오늘 아침을 더듬어보니 그게 아닐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토마토는 갈지 않아도 돼.(배고픔은 나의 몫이니 늦었으니까 당신 힘들게 하지 마.)” 그동안 나는 당신 말에서 생략된 부분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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