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랍니다 나이 들어도 나를 잊지 않기를 - 물리치료사가 바라본 엉뚱하고 따뜻한 치매 세상 이야기
조상미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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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제대로 알아야 치매를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쓴 책을 세상에 내놓은지가 벌써 20년이 넘었고, 그 사이에 발전한 사실을 담아 두 차례에 걸쳐 개정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낸 책이 <치매 당신도 고칠 수 있다>입니다. 앞으로 세 번째 개정판을 낼 기회가 올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치매로 고통 받는 많은 분들에게 알려야 할 새로운 사실들을 꾸준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바랍니다 나이 들어도 나를 잊지 않기를> 역시 그런 생각으로 꼼꼼하게 읽은 책입니다. 예전과는 달리 다양한 관점에서 본 치매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10년 넘게 요양원에서 치매환자에게 물리치료를 해드리면서 경험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들과의 동거는 하루하루가 다사다난했다. 하루도 조용히 지나가는 법이 없었다. (…) ‘이해’라는 잣대를 갖다 댈 수 없는 세상을 이해할 수 없어서 힘들고 짜증스러웠다”라고 프롤로그에 적은 것을 보면, 아마도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치매환자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듯합니다. 어쩌면 요양원에서하던 일을 접고, 의원이나 병원 같은 곳으로 옮길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물리치료사를 구하는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이 넘게 요양원에서 치매환자들과 부대껴온 것은 다음과 같은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인 듯합니다. “우리가 그들의 세상을 바라보듯, 그들도 그들만의 세계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소통할 수 없는 그들은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다. 따뜻함도 냉랭함도 분별할 수 있노라고. 그들은 느끼고 있었다. 다만 표현하지 못했을 뿐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사건사고(?)들은 일반인의 시각에서 보면 절대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치매환자들이 보이는 행동이나 사고방식은 저마다의 특색이 있어서 일정한 틀에 넣을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따라서 상황에 맞게 환자의 행동이나 말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즉, 대단한 순발력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치매라는 증상을 보이는 질병을 잘 이해해야 하겠습니다. 사실 치매는 질병이 아니라 다양한 질환에서 나타낼 수 있는 증상들입니다. 치매 증상을 나타내는 질환들 가운데는 완치가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대뇌의 퇴행성변화, 즉 되돌릴 수 없는 손상으로 생기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따라서 그런 변화가 서서히 진행되도록 하고, 남아있는 기능을 더 오래 유지시키는 돌봄에 무게를 두어야 하겠습니다.

아직까지도 치매하면 벽에 똥칠을 하고, 사람들과 전혀 대화가 되지 않는 그런 상황을 떠올립니다만, 이런 증상은 대체로 치매의 말기에 이르러서 나타나게 됩니다. 즉 치매 초기에는 환자의 행동이나 말이 치매 증상 때문일 것이라고 믿지 않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치매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증상입니다. 따라서 평소와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면 일단 주의 깊게 관찰을 하고, 필요하면 전문가에게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진행된 암은 손 쓸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에 조기발견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왔고, 또 조기검진을 통하여 일찍 발견된 암을 수술 등의 방법으로 완치시키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치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럴 수 없는 원인에 의한 치매 역시 진행을 더디게 할 수 있는 약물치료를 비롯하여 비약물적 치료도 있기 때문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치매로 고생하는 환자를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 모시는 것을 크게 부끄러워할 것도 아닙니다. 배회하는 증세나 배뇨, 배변 조절이 어려운 치매 환자의 경우는 전문시설에서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간병하도록 하는 것이 환자를 위하여, 또 가족을 위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치매환자를 돌보는 분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일이라는 점을 마지막으로 적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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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기획자 공략집 - 게임 기획자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스토리 가이드북 직업공감 시리즈 6
오현근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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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아이들은 밖에서 하는 놀이는 잘 모른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주로 집에서 컴퓨터로, 혹은 스마트폰으로 하는 게임을 즐겨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어렸을 적에는 주로 집밖에서 하는 놀이에 빠져 밥먹는 시간에 늦기 일쑤였던 것 같습니다. 자치기, 팔방, 땅따먹기, S자로 그린 영토를 기반으로 깨금발로 뛰어다니면서 넘어뜨리기, 벽돌치기, 구슬치기, 구슬을 구멍에 넣기, 딱지치기 등등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놀이도 조선시대와는 또 다른 것일 수도 있겠고, 70년대로 넘어오면서는 전기로 작동하는 게임, 예를 들면 헬리콥터 착륙시키기, 두더지, 등으로 넘어갔다가 80년대에는 그 유명한 갤로그를 비롯한 전자오락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게임(이때부터는 놀이가 아니라 게임이었습니다.)에 빠져들었던 것 같습니다. 블록 깨기를 거쳐 테트리스 게임이 나올 무렵까지는 열심히 따라갔는데, 그 다음부터는 감당이 안되어 새로운 게임을 따라가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그 뒤로 발전해온 게임들은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특히 외국 사람들을 우리나라에 초대하는 예능프로그램에서 게임방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을 보면 우리나라는 게임을 즐기는 외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모양입니다. 작년 말에는 게임개발을 주제로 한 드라마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을 보면서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현실과 가상현실을 구분할 수 없게 되는 날이 과연 올까?’라는 의문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게임 개발자와 그렇게 개발된 게임을 시장에 내놓는 사람이 구분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제 경우는 본업이 따로 있는 탓인지 게임을 즐기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어떻게 만드는지, 누가 만드는지, 나도 게임을 만들어볼까, 하는 등의 궁금증을 가진 사람도 있을 법합니다. 그런 분들 가운데 실제 게임을 만드는 일에 나서기도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분들은 어떻게 게임을 만드는 일을 시작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어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게임개발을 기획하는 일을 하시는 오현근님이 쓴 <게임기획자 공략집>입니다. 저자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게임개발에 관심을 두고 관련분야의 교육에도 참여하는 등 관심을 현실로 바꾸어가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누군가 게임을 개발해서 시장에 내놓기 때문에 그 게임을 즐기는-사실 오늘날의 게임시장은 인터넷공간을 통하여 형성되기 때문에 그 규모가 엄청나다고 합니다-사람도 생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게임개발을 직업이라 할 이유가 넘치고도 남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만 생소한 게임개발이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좋은 안내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게임기획자 공략집>이 그런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담출판에서 직업공감시리즈로 내고 있는 책들을 보면 ‘이런 직업이 있었나’ 장래의 진로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직업을 소개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만, 게임개발에 관한 이 책처럼 많이 생소한 느낌을 주는 책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직업을 찾아 일에 매달리다보면 자신이 걸어온 길을 정리할 시간이 없거나, 책을 낼 정도로 글을 써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물론 진로를 결정하는데 필요한 정보 역시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저 역시 여행에 관한 글을 쓰면서 인터넷에서 자료를 많이 찾는 편입니다만, 꼭 필요하고 입맛에 맞는 정보를 찾기 위해서 너무나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널려있는 정보들 가운데 검증되지 않은 내용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적어도 진로를 결정하는데 참고할 수 있는 자료는 역시 책이 가장 중요하고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게임기획자 공략집>은 저자가 13년차 게임기획자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게 정리해가면서, 각 단계마다 책을 읽는 사람이 가질만한 의문에 답을 달아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평소에 하고 있는 일을 잘 정리해두셨기 때문에 이 책을 쓸 수 있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지금 하고 있는 일에 관한 책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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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해도 괜찮아, 쿠바니까
김광일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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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여행을 다녀와서 내는 여행기 가운데 쿠바가 유독 많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쿠바에 대한 묘한 환상 같은 것이 있어 쿠바를 다녀오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제 경우는 여행사 상품으로 남미를 다녀오는 길에 쿠바에서 2박을 하는 일정으로 아바나를 중심으로 쿠바를 구경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제 느낌은 과거로 여행하는 느낌에 더하여 갑자기 불어 닥친 개방의 물결에 정체성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도 없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무모해도 괜찮아, 쿠바니까>는 CBS 노컷뉴스의 김광일 기자가 2주나 밀린 연차를 몰아 다녀온 쿠바에서 겪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휴가를 처음 떠날 때는 철저하게 혼자이고 싶었다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혼자였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혼자이고 싶을 때는 차라리 산사에 들던지 아니면 남해의 낙도로 들어가는 편이 훨씬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해외를 여행하는 한국 사람들 가운데 혼자서 고독한 여행을 즐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기 때문이라는데, 그럴거면 출발할 때 마음에 맞는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떻든 저자는 쿠바에서 보낸 2주일의 휴가는 아바나, 플라야 히론, 트리니다드, 산타 클라라, 바라데로 등을 찾았는데,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서 떠난 여행이 아니라 일단 떠나고 보는, 현지에 도착해서 사정에 맞게 일정을 잡는, 그야말로 무계획이 계획인 여행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렇게 가는 여행이 진짜 여행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쿠바 사람들 속에 스며들어 그들의 삶을 제대로 느껴보았다는 이야기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여행을 떠난 시점도 적절해보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더위에 지쳐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잡은 일정마저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경우도 있어 보여서 말입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생기는 기시감은 아마도 이제훈 배우와 류준열 배우가 출연한 여행예능 <트래블러>에서 본 풍경을 뒤따라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체 게바라의 행적에 대하여 그리 후한 편은 아닙니다만, 기왕에 일찍부터 체 게바라의 삶에 공감해오셨다고 한다면 쿠바에서의 체 게바라의 행적을 뒤쫓아보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도 아니면 스페인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한 독립운동의 흔적을 뒤쫓아보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요?

물론 휴가를 떠나기 전까지 출입처를 전전하면서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한 여행이었기에 먹고, 마시고, 느리게 가는 시간 속에 몸을 맡기고 싶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오래 전에 미국에서 같이 근무하던 친구는 여름만 되면 북쪽에 있는 리조트에 가서 세끼 밥만 먹고 머릿속을 비우고 온다고 했습니다. 낮에는 나무 그늘에 누워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밤에는 하늘에 뜬 별을 바라보는 것 이외에 책을 읽거나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몸과 마음을 같이 풀어놓는 휴식시간이 휴가에서 돌아와 바쁘게 돌아가는 삶에 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하긴 긴장감을 풀어내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 최고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쿠바에서 돌아온 뒷이야기가 없었던 것이 조금 아쉬운 책읽기였습니다.

중견급 기자라서 어련히 알아서 챙겼을 것으로 믿습니다만, 읽다보면 책 읽는 흐름이 흔들리는 곳이 더러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쿠바 여행 일정을 마치고 공항을 거쳐 출국할 예정(69쪽)’이라는 대목은 굳이 ‘공항을 거쳐’가 들어갈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여러 차례 등장하는 ‘두런두런 앉아 이야기하다’는 대목도 어색합니다. 결정적인 것은 제가 옮겨 적기가 무엇합니다만 순화된 표현을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81, 179쪽)도 있었습니다.

쿠바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순박한 쿠바사람들을 경험하고 오는 여행자들도 없지 않지만 사회주의 특유의 사고에 당혹하는 경우도 없지 않은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무모해도 괜찮은 여행은 없습니다. 무모한 도전은 사고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안전은 철저하게 챙겨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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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 21세기 여행 사랑법
후칭팡 지음, 이점숙 옮김 / 북노마드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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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날 때는 여행과 관련된 산문집을 하나 챙겨갈 때가 많습니다. 여행 중에 여행에 관한 글을 읽다보면 쉽게 공감이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홍콩에 주로 거주하면서 문필활동을 하는 후칭팡의 <여행자>는 얼마 전에 발트연안 국가들을 여행하면서 들고 갔는데, 읽을 짬을 내지 못해 도로 가져온 책입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여행 중에 읽었더라면 조금 실망했을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두서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가 주제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43꼭지의 글을 1장 여행, 2장 이국(異國), 3장 시선, 4장 경계, 5장 종점이라는 소주제로 구분해놓았는데, 어떤 글들은 소주제에 부합되나 싶은 것도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을 제시하면서도 구체적인 설명을 생략해서 궁금증만 키운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여행자는 우쭐하지만 곧 ‘어떻게 훈제연어를 가지고 여행할 수 있는지’ 뿐만 아니라 ‘어떻게 팩스와 같은 첨단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는지’를 배워야만 했다.(221쪽)”라고 했는데, 기왕이면 그 답을 알려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입니다. 훈제연어를 가지고 여행하는 방법은 훈제연어를 진공포장하면 냉장보관하지 않더라도 며칠을 가지고 다닐 수가 있습니다.

‘여행의 종점은 죽음이다’라는 제목의 글은 여자승객이 비행기여행 중에 심장발작을 일으켜 죽음을 맞는 상황을 겪은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승객이 죽음을 맞기까지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는 이야기가 없는 것은 무언가 잘못된 것 아닌가 싶습니다. 비행기가 착륙을 준비하는데 화장실에 들어간 승객이 나오지 않아 화장실 문을 열고 쓰러진 승객을 통로바닥에 끌어낸 것은 잘한 일인데, 심장박동이 있는지 확인하고 바로 누군가는 심폐소생술을 했어야 합니다. 기내에 의사가 탑승하고 있는지 방송하는 것보다 심폐소생술이 먼저가 되었어야 합니다. 결국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결정적인 시간을 방치한 채로 비행기가 착륙한 다음 병원으로 실어가 보았자 이미 주검이 된 후일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아주 드문 경우인데도 불구하고 ‘여행의 종점은 죽음이다’라고 일반화한 제목을 달아놓은 것도 아니지 싶습니다.

‘새해 여행’이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새해에 떠나는 여행이 여러 모로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새해가 되면(어쩌면 설날일 수도 있겠습니다) 박물관, 미술관, 극장, 백화점, 식당, 카페 등등이 모두 문을 닫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런 상황은 새해에 의미가 큰 아시아권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설날에 남미를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만, 특별하게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또 조만간 연말에 출발해서 새해 첫날 돌아오는 여행을 앞두고 있기는 합니다만, 새해 첫날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서 작가의 이야기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홍콩의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여행객의 국적에 따라서 심사관의 대우가 달라진다는 이야기는 흥미로웠습니다. 미국 증권사에서 일하는 동료 몇 사람이 마카오를 경유하여 홍콩의 출입국 사무소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홍콩 거류증과 신분증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니, 아마도 미국 증권사의 홍콩지사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인 모양입니다. 미국 사람이 출입국 심사대를 통과하는 데는 1초도 걸리지 않았고, 프랑스 사람은 2초, 싱가포르 사람과 타이완 사람 역시 무사히 통과했다는 것입니다. 걸린 시간은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문제는 인도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갑자기 ‘인도 국적을 가진 동료가 세관을 통과하지 못했다(171쪽)’라고 적었습니다. 출입국심사대를 통과하고 수하물을 찾은 다음에 세관신고를 하기 마련입니다. 세관신고를 하지 않는 나라도 있습니다. 세관문제는 관세만 물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도 사람이 왜 입국이 거부되었는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없어서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국적에 따라서 출입국사무소의 담당관의 시각이 다르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제가 겪은 일도 언제 소개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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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마시고 마시고 - 베이징 메이트의 낮 따라 밤 따라 마시러 떠나는 여행
몽림.안정은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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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책을 만났습니다. 내용도 재미있을 뿐 더러 편집도 독특합니다. 일단 내용은 ‘베이징 메이트의 낮 따라 밤 따라 마시러 떠나는 여행’이라는 부제처럼 낮과 밤에 각각 어울리는 무언가를 마실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낮 시간에는 주로 커피나 음료를 파는 카페를, 밤 시간에는 주로 주류나 음식을 파는 주점이나 식당을 소개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주제에 따라서 책을 읽는 방향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인지도 분명치 않지만, 일단 두 명의 저자의 서문이 있는 쪽을 앞이라 하는 것이 옳을 듯합니다.

저자들도 독특합니다. 몽림이라는 분은 여성인데 디자인을 공부하고 광고업계에서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데, 어느날 갑자기 베이징으로 직장을 옮기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안정은이라는 분은 남성인데 베이징에 있는 제일기획 중국법인에서 브랜드 플래너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두 분이 광고업계에서 일하고 계시는 공통점 말고는 사뭇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몽림씨가 바람을 잡아서 책을 기획하고 베이징 사정을 잘 아는 안정은씨를 끌어들여 작업을 같이 하게 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책을 읽은 이들을 베이징으로 초대하기 위하여 기본적으로 필요한 사항, 즉 북경 여행 전 알아두어야 할 정보를 소개한데 이어, 베이징 시내의 개략적 지리와 그 특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한눈에 보는 랜드마크 특징’을 앞에 두었습니다. 그리고 “북경의 낮에 반하다”라는 큰 제목 아래, 낮 시간에 가볼만한 카페들을 ‘낭만 가득 분위기 좋은 카페’, ‘색다른 경험을 즐기는 테마 카페’, ‘디저트와 식사를 겸비한 카페’ 등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덤으로 북경의 공원 두 곳, 차오양 공원과 퇀지에후 공원을 소개합니다.

광고하시는 분들답게 소개하려는 카페의 특징을 소개하는 너절하지 않고 간략하게, 그리고 카페의 안팎 분위기를 잘 파악할 수 있도록 사진도 넉넉하게 준비했습니다. 어쩌면 카페에 찾아왔던 분들의 초상권을 충분히 고려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었던 것 같습니다. 때로는 손님은 물론 점원까지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 카페 주인의 협조 아래 특별한 시간에 사진을 찍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앞에서부터 소개하기로 한 카페에 관한 내용이 끝나면 갑자기 활자가 거꾸로 서 있는 쪽이 등장하면서 당황하게 됩니다만, 이때는 책을 덮어 뒷면부터 열어서 읽기 시작하면 됩니다. 책의 앞면이 낮을 의미하듯 하얀 바탕에 역시 하얀 벽을 가진 카페의 바깥 풍경을 담은 사진을 올린 것과는 달리 책의 뒷면은 밤을 의미하듯 까망 바탕에 불을 밝힌 카운터에 손님들이 늘어앉아 모습을 창밖에서 찍은 사진을 담았습니다.

책장을 열면 “북경의 밤에 취하다”라는 큰 제목 아래, ‘시원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 ‘즐길 거리가 가득한 취향 저격 칵테일 바’, ‘예술 감각이 돋보이는 공간’, ‘조금은 특별한 밤을 보내고 싶다면’ 등의 작은 제목에 어울리는 주점이나 식당들을 소개한 다음에는 ‘장소에 따라 가보는 지도 맵’을 덤으로 넣었습니다. 읽는 중에 ‘술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酒是結束一天的最好方式)이라는 문구를 붙인 가게가 있다는 소개말에 격하게 공감하였다는 말씀을 덧붙입니.

사실 저는 10여년 전에 회사일로 베이징에 딱 한 가보았습니다만, 그때도 직원과 현지 가이드의 도움으로 이동하고 밥 먹고, 술도 먹고 그랬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이 책 한권만 들고 베이징을 간다면 책에서 소개하는 곳을 하나도 찾아가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다른 것 같습니다.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가야 할 곳을 제대로 찾아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역사적 장소보다는 이야기가 있는 장소, 특히 무엇을, 왜 먹는가에 방점을 찍는 여행을 즐기는 경향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장소에서 특별한 무엇을 먹기 위하여 일본을 방문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최근에 한일관계가 경색되면서 일본을 여행하는 것이 찜찜한 시점에 맞추어 베이징의 먹거리 명소를 소개한 것은 시의적절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먹거리 여행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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