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읽는 겐지 이야기
일본고전독회 엮음 / 제이앤씨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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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출간하게 될 일본근대문학기행 <설국을 가다>를 쓰면서 1000년 무렵 발표된 일본의 고소설 <겐지 이야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작품이 나왔을 때는 천황을 비롯한 황실 사람들을 중심으로 인기몰이가 상당했을 뿐 아니라 최근까지도 일본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했습니다.


<겐지 이야기>1931년 육당 최남선에 의하여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었고, 1938년에는 겐지 이야기가 실린 교과서(물론 일본어 교과서)를 들여와 조선의 아동들에게까지 알려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보다는 일찍 영역본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1975년 처음 번역본이 나온 뒤로 모두 3종의 번역서가 출간되었습니다.


1980년 한일 관계가 개선되고 국내의 45개 대학에 일본어학과가 신설되면서 <겐지 이야기>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졌다고 합니다. <키워드로 읽는 겐지 이야기>는 일본고전독회에서 그간의 연구성과를 모아 책으로 엮어낸 것입니다. 25명의 연구진이 각각 맡은 주제를 논하였습니다.


5부로 구성된 <키워드로 읽는 겐지이야기>1부 작품해설에서는 <겐지 이야기> 전체의 줄거리와 배경을 소개하고, 작가인 무라사키시키부의 삶과 작품활동 그리고 동 시개에 가나를 사용하여 작품확동을 한 여류작가들과의 관계를 설명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겐지 이야기에 등장하는 다양한 주제들을, 신앙과 의례, 공간과 생활, 여성과 삶, 비평과 수용 등 4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분석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원본 <겐지 이야기>에 관한 내용에 우선 관심이 갔습니다. 1000년 무렵 일본에는 인쇄술이 발달되어 있지 않아서 황실에서 만든 작품임에도 필사본을 돌려가며 읽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필사본은 황실에서 나온 것이라서 천년이 넘게 잘 보존되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다양한 필사본들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고 하는데, 크게 청표지본(靑表紙本), 가우치 본(河內本), 별본(別本) 등 세 계통ㅇ로 구분된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전체 54첩으로 구성되며 200자 원고지로 치면 5천매가 넘는 대하소설인 셈입니다. 등장인물이 무려 500명이나 된다고 하며, 기리쓰보(桐壺) 천황으로부터 4대의 천황에 이르는 70년간의 세월을 통한 등장인물들의 부침을 다루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겐지(源氏)의 여성편력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젊어서 호색하던 그가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정을 준 여인들과 로쿠조인에 모여 살게 됩니다. 겐지의 여성 편력은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았던 것으로 심지어는 천황의 정실부인을 강제로 범하여 임신을 시키기까지 했습니다. 여성편력이 두드러진 것은 카사노바를 닮았지만, 무모한 점은 카사노바와 다른 점입니다. 정부인과 연인들과 로쿠조인이라는 대저택에서 함께 사는 모습은 19세기에 남영록 쓴 우리의 고전소설 <옥루몽>을 연상케 합니다.


<겐지 이야기>에는 사계절과 황실의 의례, 귀족들의 의식주나 심리상태 등을 비교적 상세하게 적고 있어 당대의 일본 귀족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키워드로 읽는 겐지이야기>에서는 발해라는 단어가 20회 나온다고 했지만, 제가 읽은 제이앤씨 출판의 번역본에서는 기리쓰보 천황이 겐지의 운명을 발해에서 온 사신에게 물었다는 대목만 있을 뿐 나머지는 고려의 종이, 고려의 비단, 고려의 악기, 고려의 음악 등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발해는 일찍이 일본과 사신이 왕래하는 관계였지만, 고려의 경우는 정식으로 수교를 한 적이 없었고, 원의 일본정벌을 지원하면서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하는데, 그래도 상인들이 오가며 교역을 했다고 합니다.


사가(嵯峨) 천황(재위 809- 823)의 황자 미나모토노 토오루(源融)가 히카루 겐지의 본보기 중 한 명이며, 기리쓰보 천황 역시 가상의 인물로 60대 다이고(醍醐) 천황(재위 897930)을 본보기로 하였다고 합니다. 따라서 발해(727926)와 고려(9181392)가 시대적 배경으로 등장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볼 때 어긋나는 점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무라사키 시키부가 겐지 이야기를 쓴 것이 1000년 무렵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발해 사신문제나 고려의 문물이 등장하는 부분을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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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바닷마을 다이어리 1~8 세트 - 전8권 바닷마을 다이어리
요시다 아키미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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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일본근대문학기행의 여행기를 담은 <설국을 가다>를 쓰면서 가마쿠라 해변을 돌아본 이야기에서 인용하기 위하여 읽게 된 만화책입니다. 처음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요시다 아키미의 원작만화를 읽어보아야 할 것 같아서였습니다. 9권이나 되는 분량이었지만, 읽어내는 데는 그리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

주인공 네 자매의 만남이 그려진다. 15년전 아버지가 애인과 함께 떠난 뒤에, 어머니도 집을 나가자 세 자매는 카마쿠라의 고쿠라쿠지(極樂寺)에 있는 커다랗고 오래된 집에서 할머니와 함께 일상을 꾸려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 시절 가족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의 부고가 전해집니다. 간호사인 큰언니 사치가 밤근무인 까닭에 둘째 요시노와 셋째 치카는 야마가카 온천마을로 떠납니다. 장례식장에서 이복 여동생 스즈를 처음 만납니다. 아버지와 함께 가마쿠라를 떠난 둘째 부인 사이에서 난 딸입니다.

그 사이 둘째 부인은 죽고 아버지는 사내아이가 둘 달린 셋째 부인을 얻어 살고 있었습니다. 장례식날 사치가 찾아와 세 자매는 함께 아버지의 장례를 치릅니다. 장례를 마치고 가마쿠라로 돌아오는 길에 사치는 배웅나온 스즈에게 가마쿠라에 와서 함께 살자고 제안합니다. 그렇게 해서 스즈는 가마쿠라에 오게 되고 학교에서는 축구부에 들어 적응을 시작합니다. 전반부에는 세 자매의 중심이 되는 사치가 화자처럼 보이지만, 후반에서는 스즈가 화자로 보입니다. 이야기는 세 자매의 연인을 비롯하여 주변 인물들이 차례로 소개됩니다.

의미 있는 대목:

(사치)“사람이 죽으면 참 많은 것들이 드러나거든.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 다 보이는 곳이 장례식장이야. 여태까지 몰랐던 것들이 한꺼번에 다 튀어나오기도 하고,(23)”
(사치) “어린애가 아이답지 않은 것만큼 슬픈 게 또 어디 있겠어요.(51)”

(사치) “죽어가는 사람을 마주한다는 건 정말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거든. 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폭이 좁다고 나무라는 겉 너무 가혹하잖아.(57)”

 

두 번째 이야기: 한낮에 뜬 달

새로 생긴 세 언니와의 생활에 익숙해져 가는 스즈는 등굣길에 둘째 언니 요시노의 남자친구 토모아키를 목격하는데,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이는 그의 정체가 궁금해진 스즈는 토모아키의 뒤를 따라갑니다. 토모아키가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집니다. 한편 주장 유야의 병문안을 위해 찾아간 병원에서는 골키퍼 미호와 마주칩니다. 스즈와 함께 축구부에 있는 유야를 좋아하는 미호는 스즈는 누구를 좋아하는지 물어봅니다. 미호네 집은 잔멸치잡이를 하는데, 카마쿠라에 접한 쇼난 카이는 잔멸치(시라스) 잡이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밥 위에 뿌려 비벼먹더라구요. 수술을 받고 퇴원한 유야는 재활치료를 시작합니다.

삿포로에 살고 있는 어머니가 찾아와서는 네 자매가 살고 있는 집을 팔아서 정리하자고 합니다. 집을 건사하는 일이 힘들었다면서. 사치가 정색을 하고 반박합니다. 언제 집을 손보기라도 했었냐고. 사치는 자매들을 버리고 떠난 엄마가 싫었던 것 같습니다.

 

(스즈) “난 형제자매가 없어서 외롭다고 생각해본적도 없고... 아빠 엄마가 죽은 건 분명히 슬펐지만 그래서 내가 불쌍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니까 처음으로 내가 불쌍한 거구나하고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알게 됐어. () 쉽게 누군가를 불쌍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진짜 짜증나!(128)”

(스즈) “난 낮에 뜬 달이 좋아. 밤이 아닌데도 보이다니, 어쩐지 횡재한 기분이랄까.(140)”

 

세 번째 이야기: 햇살이 비치는 언덕길

아버지의 1주기가 돌아와 네 자매는 아버지의 1주기 재를 지내기 위해 야마가카 온천마을에 갑니다. 가보니 아버지의 셋째 부인 요코씨는 재가를 하고 없었습니다. 사치와 스즈는 당황합니다. 스즈는 새어머니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보면 사치와 스즈는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네 자매는 온천마을에서 사온 만주를 직장에서 대접하는 것을 보면서 소소한 일상에서 여러 가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사치가 유부남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자매들에게 충격을 줍니다. 스즈는 축구부의 후타와 유야 사이에서 혼란스럽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가마쿠라 해변에서 벌어지는 불꽃놀이가 등장합니다. 네 자매는 각자의 장소에서 불꽃놀이를 즐깁니다. 시이나 선생은 보스턴으로 연수를 떠나게 되면서 사치와 함께 가자고 청하지만 사치는 결국 시이나 선생과의 관계를 정리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말기환자를 돌보는 완화케어 병동에서 일하기로 합니다. 사치가 시이나 선생의 요청을 거절하는 장소가 가마쿠라 해변으로 내려가는 계단이라서 익숙했습니다.

 

(치카) “언닌 회피하는 사람을 진짜 싫어하거든. 아빠한테도 그랬다니까...(30)”

(사치) “한낮인데 달이 보이면 왠지 횡재한 기분이 든다고요.(101)”

  

네 번째 이야기: 돌아갈 수 없는 두 사람

스즈는 다가오는 후타의 생일선물을 준비하며 후타에 대한 마음이 커지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그러던 중 친구들과 함께 간 축제에서 큰 언니 사치가 타다 유야의 주치의인 소아과 시이나 선생과 만나는 모습을 목격하고 뒤쫓게 됩니다. 덕분에 함께 뒤쫗던 후타는 감기에 걸리고, 스즈는 문병차 후타의 집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유야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두 사람은 유야를 찾아 에노시마로 향합니다. 유야의 행방불명 소동이 끝난 뒤 스즈와 후타는 더욱 가까워져 크리스마스이브에 첫 데이트를 합니다. 사치와 요시노 역시 의외의 상대와 만나게 됩니다.

의미 있는 대목:

(스즈) “우리 엄마는 언니들 아빠였던 아빠를 만나서 카마쿠라를 도망치듯 떠났어. 불륜이었던거지. 그래서 내가 태어났어. 우리 엄마가 언니들한테서 아빠를 빼앗아버렸던거야. 언니들은 그건 어른들끼리의 일이니까 나랑은 상관없다고 했지만, 난 계속 언니들한테 미안해하고 있었다. 부인이 있는 사람을 사랑한 우리 엄마가 나쁜 거라고.(32)”

 

다섯 번째 이야기: 남빛

스즈가 가마쿠라에 와서 두 번째 봄. 어느날 이모가 연락해왔다. 스즈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셨고, 스즈에게도 유산을 남겼다고. 스즈의 어머니가 가정이 있는 남자와 불륜을 저지르고 결혼까지 하게 되자, 친정어머니는 한 가정을 깨트리면서까지 자기 마음대로 하다니 말도 안된다면서(37)” 딸을 내치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외손녀 스즈가 태어나자 적지 않은 돈을 건내려 했다는데, 스즈의 어머니는 난 아사노씨 가족한테서 남편과 아버지를 빼앗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즈라는 보물까지 얻었으니 더 이상 뭔가를 받을 수는 없다.(39)”면서. 그리고 스즈는 진학문제로 고민을 하게 됩니다.

큰언니는 주임이 되고 둘째 언니도 매니저로 승진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우미네코 식당주인 니노미야 아주머니가 암으로 진단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집니다. 죽음을 앞두고 주변을 정리하는 과정이 그려지고 주변사람들도 진심으로 안타까워합니다.

 

여섯 번째 이야기: 4월이 오면 그녀는

스즈는 유산 상속 절차를 밟기 위해 카나자와로 와달라는 외삼촌의 연락을 받는다. 외할머니의 기일에 맞춰 언니들과 함께 카나자와로 향한 스즈. 외할머니의 형제들이 스즈에게 유산을 주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여 남아있는 가족들이 충돌하는 모습은 그러한 외고집이 전통 복장을 지켜온 힘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스즈는 이런 고집스러운 상대의 행동이 때론 상처가 되기도 하지만, 그 또한 소중한 것을 지키고 이어나가려는 의지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한편 코다 가 네 자매의 일상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맏이 사치는 자신의 곁에 있어주는 이노우에 감독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고, 둘째 요시노는 상사인 사카시타 과장을 향한 자신의 감정을 깨닫고 그 마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집니다. 그리고 스즈에게는 시즈오카의 고등학교에서 축구부를 신설하기 위하여 장학생으로 초청한다는 제안을 받고 고민에 빠집니다.

(사카시타) “길 끝쪽에 물이 있는 것 같이 보여요. () 아 생각났다! 땅거울이다. 신기루의 일종이라죠?”

(요시노) “사막에 물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그 현상 말예요?”

(사카시타)“빛의 굴절 때문에 그렇게 된다고 하네요. 오늘처럼 더울 날에 잘 보인다고 해요.”

(해설) “사막처럼 기온이 높은 곳에서 전방에 물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 일본으로는 도망가는 물이란 뜻의 니게미즈()’란 용어를 쓴다.”(56-57)

 

일곱 번째 이야기:그날의 파란 하늘

스즈는 시즈오카의 고등학교에서 축구 장학생 제안에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는 이유가 더이상 혼자가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라고 고백합니다. 이에 후타는 떨어져 있다고 해서 언니들이 스즈를 생각하는 마음이 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여 용기를 줍니다. 첫째 사치와 둘째 요시노는 각자 새로 만난 옥터푸스의 감독 야스유키와 함께 일하는 사카시타 과장과의 사랑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합니다. 한편 스즈는 다니는 중학교에서 교토로 가는 수학여행을 다녀옵니다. 교토의 키요미즈데라에서 스즈 일행과 함께 보여준 풍경은 오래 전에 가보았던 그곳이 풍경을 떠오르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여덟 번째 이야기: 사랑과 순례

스즈의 축구단 옥토푸스는 첫경기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를 승부차기 끝에 이겼습니다. 스즈의 축구 재능이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스즈는 치카가 임신했다는 것을 눈치채고 고민합니다. 점장님의 아이라는 사실을 고백한 치카는 스즈와 함께 카마쿠라 파워스폿으로 알려진 신사들을 순회하면서 치성을 드립니다. 점장님이 히말라야로 떠나게 된 것입니다. 순회하던 중에 지쳐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는 바람에 사치와 요시노, 그리고 하마다 점장도 알게 됩니다.

치카의 일이 일단락 된 뒤 스즈는 맏언니 사치와 함께 고등학교 입학 설명회 참석을 위해 시즈오카에 다녀옵니다. 가마쿠라처럼 바다는 없지만, 학교 앞으로 펼쳐지는 차밭이 바다를 닮았습니다.

(하마다) “그 친구(세르파 안 파산)가 술만 취하면 항상 이런 말을 했대. ‘에베레스트 여신은 결코 무자비하지 않아. 두루미를 통해서 두 사람한테 기회를 준거냐라고. ‘여신은 두 사람의 답을 기다리고 있어. 두 사람은 꼭 여리고 돌아올 거야.’라고(89-90)”

 

아홉 번째 이야기: 다녀올게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치카와 혼인신고를 마친 하마다는 에베레스트 등정을 위해 떠납니다. 사치와 요시노의 사랑도 저마다 진전을 보이고, 스즈는 중학교에서의 마지막 여름방학을 즐기고 있습니다. 매미 울음소리가 그칠 무렵 시작되었던 그들의 이야기가 다시 매미울음 소리가 잦아들면서 마무리됩니다. 마무리를 앞두고 에베레스트에 간 하마다의 등산대가 폭퐁에 갇히면서 연락이 두절되는 비상상황을 맞기는 하지만 무사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결말을 맺게 됩니다. 그리고 스즈는 축구를 계속하기 위해 시즈오카로 떠납니다. 배웅을 나온 후타에게 다녀올게라는 인사를 남기고...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종합해보면 아내와 아이들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가 남겨놓은 세 자매와 그리고 이복 자매가 각각 부모의 입장을 다시 생각해보는 그런 쉽지 않은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아마도 가마쿠라는 바닷가 마을이었기에 그리고 주변에 있는 좋은 사람들 덕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소설이었다면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가마쿠라의 멋진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보다는 못하였지만. 그래도 영화에서는 표현되지 않던 가마쿠라의 숨어있는 모습이라던가 맛집, 음식이나 명절과 같은 특별한 것들을 알 수 있는 만화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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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 북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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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다녀온 펀트래블의 일본근대문학기행에서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무대가 되었던 에치고유자와를 다녀왔습니다. 여행기를 정리하면서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노벨문학상 수상연설을 통하여 <겐지 이야기>에 담긴 아름다움을 이야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왜 <겐지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지를 1952년에 발표한 <소년>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나는 소설가로 살아가고 있는데, 예를 들어 소설은 <겐지 모노가타리>에서 사이카쿠 사이에 공백이 크다.(10)” 헤이안 시대의 무라사키 시키부가 쓴 <겐지 모노가타리>는 서기 1000년 무렵의 작품인데, 사이가쿠는 에도시대를 풍미한 이야기꾼이니 17세기의 작가로 무려 600여년 동안 주목할만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랑하던 14세기 말의 요시노 조정 사람들이나 전란에 시달리던 무로마치 시대(1336-1573)의 사람들 역시 <겐지 모노가타리>를 감명 깊게 읽었다는 것입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역시 전쟁 중 공습이 점점 거세지던 와중에 등화관제로 캄캄한 밤, 혹은 요코스카 열차에 오른 무참한 모습의 승객들 속에서 (기타무라 기긴이 1673년에 편찬한) <겐지 모노가타리 고게쓰쇼>를 읽었다.”는 것입니다. 비탄에 잠겨 <겐지 모노가타리>를 읽었을 옛사람의 마음이 사무치게 다가와, 나는 흐르는 전통과 함께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고는 했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겐지 모노가타리>의 여행을 소설로 쓰고 싶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도 했습니다.


최근에 읽은 치매 전문가 사이토 마사히코가 쓴 <알츠하이머 기록자>에서 치매에 걸린 어머니에게 <겐지 이야기>를 읽어드렸다는 대목을 읽고서는 일본사람들이 <겐지 모노가타리>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느끼게 되었고, 마침 동네 도서관에 겐지 이야기(1-10)이 있는 것을 보고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중학교 2-3학년 무렵 소설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학교의 작문숙제는 물론 일기를 통하여 습작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대학에 다니던 스물네살 때 <유가시마의 추억>이라는 글을 썼는데, 스물여덟 살에 이야기의 전반부를 고쳐서 <이즈의 무희>를 완성했다는 것입니다.


<유가시마의 추억>의 후반부는 중학 시절 기숙사 방을 같이 썼던 소년과의 추억을 적었는데, 그 내용을 <소년>에 담은 것으로 보입니다. 작가는 말하기로 <이즈의 무희><유가시마의 추억>이라는 수필의 원형 그대로 소설이 되었는데, <소년>의 경우는 소설답지 않을 수 있겠다면서도 원형을 살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중학시절 기숙사의 방장을 할 무렵 방을 같이 쓰던 세이노에 관한 이야기가 <소년>의 중심입니다. 먼저 세이노가 믿고 있던 오모토교에 관하여 이야기합니다. 일본의 신토(神道)계의 신흥종교로 흔히 오모토교(大本敎)라고 하지만, 정식으로는 오모토(大本)라고 한답니다. 1892년 데구치 나오(出口なお)라는 여성에게 간방의 금신(金神)이 신내림한 것을 교단의 기원으로 본다고 합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사가에 있는 집 근처에 있는 폭포를 맞으며 수련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작가 자신은 오모토에 투신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하게 느꼈다고 했습니다.


세이노에 관한 두 번째 이야기는 기숙사 방을 같이 쓸 때 세이노를 비롯한 여러 남학생들과 동성애라 할만한 짓을 했다는 고백입니다. 일본의 전통 종교 신토에서는 성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했는데 동성간의 성애 역시 규제될 사항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동성애는 서양문물이 들어오던 메이지 시대까지지 보편적인 사회현상이었던 모양입니다.


작가는 나는 지금 이 <소년>을 썼기에, <유가시마에서의 추억>가 오래된 일기와 세이노의 옛 편지를 모두 소각한다.”라고 <소년>을 마무리합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작품을 쓰기 위하여 수집한 자료는 보관하는 것인데,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굳이 관련 자료를 소각했다고 한 이유는 <소년>의 이야기가 지어낸 것일 수도 있겠다는 추측을 낳게 했던 모양입니다.


20세기 초 일본에서는 사소설이 인기를 구가했는데, 아무리 소설이라고 진짜가 아니면 가치가 없다는 사회적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조카를 사랑한 시마자키 도손, 제자를 향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는 다야마 가타이, 아버지와의 불화로 괴로워하는 시가 나오야 등이 대표적인 자연주의 작가들이었다고 합니다. 사소설의 아주 철저한 자기 고백의 문체를 읽으면서, 나도 언젠가 이런 작가가 되고 싶다고 동경하며 성장한 작가들은 사소설의 분위기가 가미된 진짜인 듯 진짜가 아닌 자기 이야기를 써냈다고 합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미시마 유키오의 <가면의 고백> 그리고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년> 등은 모두 1948년에 집필된 것으로 이와 같은 분위기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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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과 기억 - 육체와 정신의 관계에 대한 고찰 세창클래식 18
앙리 베르그송 지음, 이명곤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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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과학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의 <물질과 기억>은 아마도 기억에 관한 책에서 인용된 것을 읽고서 읽어볼 책 목록에 올려두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 도서관에 갔다가 신간서적으로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 읽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은 느낌을 먼저 말씀드리면 정말 어려워서 무언가 기억할만한 대목이 남지 않았습니다.


육체와 정신과의 관계에 대한 고찰이라는 부제가 달린 <물질과 기억>은 시간과 공간, 지속과 연장, 질과 양, 그리고 의식과 물질 등의 구별은 2원론적 단절까지 다루었던 박사논문에 이어 저자가 천착했던 주제였다고 합니다.


정신과 물질을 전혀 별개의 2원론적으로 나누어 놓을 경우, 일정한 연결이 분명한 심신관계에 대한 설명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책으로 완성하기까지 7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베르그송은 2원론적 해석을 완성하기 위하여 '형상(形象)'의 이론 및 행동주의적 지각론과 지속의 관점에서 의식을 '기억'에 관한 이론을 도입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질이라고 표현한 사물을 정신활동인 기억과 연관을 지으려고 한 출발이 적절했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이 책이 쓰인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뇌과학은 태동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과학적 성과가 있었을까 싶습니다. 따라서 실증적 자료를 토대로 추론하였다기보다는 철학적 해석을 통하여 사물과 기억의 관계, 즉 심신관계를 설명하려고 들었다는 한계가 있지 싶습니다.


서두에 옮긴이가 적은 글을 보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물질이 인간의 육체를 상징하는 용어라면 기억은 인간의 정신을 상징하는 용어ㄴ라고 할 수 있다.(7)”라고 설명합니다. 그리하여 심리학과 과학에서 범하고 있는 오류를 밝히고, 인간의 기억과 의식 나아가 정신활동에 대해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다는 것입니다. 과학은 끊임없이 발전하는 학문입니다. 한때는 옳다고 믿었던 사실이 뒤에 확인된 자료에 의하여 옳지 않다는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입니다.


이 책의 두 가지 주제가운데 하나인 기억만 해도 여전히 어떻게 만들어져 저장되고, 필요할 때 끄집어낼 수 있는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은 분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르그송은 뇌란 단지 기억이 실재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하나의 조건에 지나지 않으며, 기억이 존재하고 작동하기 위해서는 뇌 이상의 다른 것이 요구되는데, 그것은 바로 정신 혹은 영혼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최근까지 밝혀진 기억을 만들고 불러오는데 생화학적 작용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정신 혹은 영혼이라고 하는 증명할 수 없는 무형의 것이 기억을 결정한다는 추론은 과학적이지 못한 셈입니다.


물질이라는 주제 역시 (image)’이라고 하는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상은 시각정보에 의하여 형성되는 것인바, 오감을 통하여 얻어지는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되는 물질의 속성을 시각정보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제한하는 것이 옳을까 싶습니다.


기억이 사실에 근거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형성된 기억이 회상과정을 통하여 수정되어 새롭게 저장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개인의 사고를 통하여 사실과 다르게 저장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물질과 기억을 주제로 하여 육체와 정신과의 관계를 설명하려고 했던 저자의 시도는 여전히 밝혀져야 할 것들이 많은 현시점에서도 어려운 주제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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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내리던 저녁 - 중국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스져춘 외 지음, 이욱연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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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로 예정된 중국근대문학기행을 준비하면서 읽게 된 단편집입니다. 옮긴이는 책을 엮으며에서 중국 근대문학은 중국 근대사가 걸어온 고난의 역정을 담고 있다. 어둠과 혼돈에 처한 중국 근대사와 근대 중국인들 삶의 여실한 기록이다.”라고 했습니다. <장맛비가 내리던 저녁>에는 중국 근대문학이 태동한 이후 1949년까지 나온 작품들 가운데 중국 근대문학의 성격을 압축하여 보여주는 9편을 골랐다고 했습니다. 루쉰, 위따푸, 천충원, 빠진, 마오뚠, 스져춘, 라오셔, 띵링 등 8명의 대표작을 하나씩 골랐는데, 루쉰만은 두 편을 담았습니다. 루쉰 소설의 각기 다른 개성을 엿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중국근대문학기행은 루쉰, 마오뚠, 라오셔 등 세 명의 작가를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루쉰과 마오뚠의 작품들은 적지 않게 국내에 소개되어 있지만 라오셔의 작품은 많지가 않아 어렵게 구해서 읽고 있습니다. <장맛비가 내리던 저녁>을 찾아낸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옮긴이의 말로는 띵링의 , 빠진의 노예의 마음, 마오뚠의 린 씨네 가게, 스져춘의 장맛비 내리는 저녁등은 국내에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단편이라고 했습니다. 작품들 대부분이 엮은이의 기획 취지에 부합한다는 느낌이었는데, 스져춘의 장맛비 내리는 저녁의 경우 결이 다른 작품이었습니다. 표제작으로 선정될 정도로 현대적 배경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각각의 작품마다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글을 실어놓아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편집도 돋보이는 점이었습니다. 권말에 붙여 놓은 이욱연의 전통과 근대에 대한 이중의 저항과 고투라는 해설도 중국근대문학의 실체를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는 글이었습니다.


제일 먼저 루쉰의 Q정전을 다시 읽었는데, 얼마전에 처음 읽었을 때와는 달리 전체의 맥락이 쉽게 와닿았습니다. 역시 책을 반복해서 읽을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Q를 장황하게 소개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는 이야기를 모두 읽고 나서도 이해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게다가 Q옛날에는 잘 살았고아는 것도 많은 데다 일도 잘하는거의 완벽한 사람이었다.”라는 대목은 과연 사실인가 싶기도 합니다. 날품팔이 신세인 아Q가 사람들로부터 동네북처럼 구박을 받는 신세라는 점을 반어적으로 이야기하면서 그런 신세를 이겨내기 위하여 정신승리법이라는 대응책을 구사했다는 점이 강조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해혁명의 혼란 속에서 희생양이 되어 죽어야 했다는 결말은 역설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마오뚠의 린씨네 가게는 시대적으로는 일본의 만주사변(1931)과 샹하이사변(1932)을 시대적 배경으로 인한 중국사회의 혼란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린씨네 가게에서는 일본 상품을 주로 파는 가게였는데 일본의 침략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감으로 위기를 맞기 시작하여, 국민당 관료들의 착취가 더해져 결국은 파산에 이른다는 결말이 안타깝습니다. 마오뚠은 제국주의의 침략과 부패하고 타락한 정부가 초래한 현실의 위기는 하층민의 삶을 나락으로 빠트리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작품들을 써왔다고 합니다.


라오셔의 초승달은 어지러운 세태에서 여성들이 겪어야만 했던 질곡의 삶을 그려냈습니다. 화자가 어렸을 적에 남편을 여인 어머니가 딸은 달리 키워보려 애를 쓰지만 힘에 부쳐 개가를 하게 되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자 몸을 팔아 연명을 하다가 딸을 독립시키게 되는데, 화자 역시 혼자서 살아남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결국 어머니의 길을 따라가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만난 모녀는 손을 맞잡고 힘들게 삶을 모색하지만 화자가 단속에 걸려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됩니다. 가혹한 현실 속에서 여성은 여린 초승달에 불과했다고 대비시키고 있습니다. 나도향이 단편 그믐달에서 초승달빛은 따뜻한 황금빛에 날카로운 쇳소리가 나는 듯하고, 세상을 삼키려는 독부가 아니면 철모르는 처녀 같은 달이라고 한 것과는 대비되는 비유라는 생각입니다.


스져춘의 장맛비가 내리던 저녁은 다른 작품들과 결이 다르다는 말씀을 드린 것은 샹하이를 배경으로 평범한 회사원인 중년 남자가 비가 쏟아지는 퇴근길에 우산이 없는 여성을 만나 동행하면서 느끼는 낭만적인 생각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만의 낭만적인 생각의 여행은 다시 무료한 현실로 돌아온다는 결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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