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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바닷마을 다이어리 1~8 세트 - 전8권 ㅣ 바닷마을 다이어리
요시다 아키미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일본근대문학기행의 여행기를 담은 <설국을 가다>를 쓰면서 가마쿠라 해변을 돌아본 이야기에서 인용하기 위하여 읽게 된 만화책입니다. 처음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요시다 아키미의 원작만화를 읽어보아야 할 것 같아서였습니다. 9권이나 되는 분량이었지만, 읽어내는 데는 그리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
주인공 네 자매의 만남이 그려진다. 15년전 아버지가 애인과 함께 떠난 뒤에, 어머니도 집을 나가자 세 자매는 카마쿠라의 고쿠라쿠지(極樂寺)에 있는 커다랗고 오래된 집에서 할머니와 함께 일상을 꾸려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 시절 가족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의 부고가 전해집니다. 간호사인 큰언니 사치가 밤근무인 까닭에 둘째 요시노와 셋째 치카는 야마가카 온천마을로 떠납니다. 장례식장에서 이복 여동생 스즈를 처음 만납니다. 아버지와 함께 가마쿠라를 떠난 둘째 부인 사이에서 난 딸입니다.
그 사이 둘째 부인은 죽고 아버지는 사내아이가 둘 달린 셋째 부인을 얻어 살고 있었습니다. 장례식날 사치가 찾아와 세 자매는 함께 아버지의 장례를 치릅니다. 장례를 마치고 가마쿠라로 돌아오는 길에 사치는 배웅나온 스즈에게 가마쿠라에 와서 함께 살자고 제안합니다. 그렇게 해서 스즈는 가마쿠라에 오게 되고 학교에서는 축구부에 들어 적응을 시작합니다. 전반부에는 세 자매의 중심이 되는 사치가 화자처럼 보이지만, 후반에서는 스즈가 화자로 보입니다. 이야기는 세 자매의 연인을 비롯하여 주변 인물들이 차례로 소개됩니다.
의미 있는 대목:
(사치)“사람이 죽으면 참 많은 것들이 드러나거든.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 다 보이는 곳이 장례식장이야. 여태까지 몰랐던 것들이 한꺼번에 다 튀어나오기도 하고,(23쪽)”
(사치) “어린애가 아이답지 않은 것만큼 슬픈 게 또 어디 있겠어요.(51쪽)”
(사치) “죽어가는 사람을 마주한다는 건 정말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거든. 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폭이 좁다고 나무라는 겉 너무 가혹하잖아.(57쪽)”
두 번째 이야기: 한낮에 뜬 달
새로 생긴 세 언니와의 생활에 익숙해져 가는 스즈는 등굣길에 둘째 언니 요시노의 남자친구 토모아키를 목격하는데,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이는 그의 정체가 궁금해진 스즈는 토모아키의 뒤를 따라갑니다. 토모아키가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집니다. 한편 주장 유야의 병문안을 위해 찾아간 병원에서는 골키퍼 미호와 마주칩니다. 스즈와 함께 축구부에 있는 유야를 좋아하는 미호는 스즈는 누구를 좋아하는지 물어봅니다. 미호네 집은 잔멸치잡이를 하는데, 카마쿠라에 접한 쇼난 카이는 잔멸치(시라스) 잡이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밥 위에 뿌려 비벼먹더라구요. 수술을 받고 퇴원한 유야는 재활치료를 시작합니다.
삿포로에 살고 있는 어머니가 찾아와서는 네 자매가 살고 있는 집을 팔아서 정리하자고 합니다. 집을 건사하는 일이 힘들었다면서. 사치가 정색을 하고 반박합니다. 언제 집을 손보기라도 했었냐고. 사치는 자매들을 버리고 떠난 엄마가 싫었던 것 같습니다.
(스즈) “난 형제자매가 없어서 외롭다고 생각해본적도 없고... 아빠 엄마가 죽은 건 분명히 슬펐지만 그래서 내가 불쌍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니까 처음으로 ‘내가 불쌍한 거구나’하고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알게 됐어. (…) 쉽게 누군가를 불쌍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진짜 짜증나!(128쪽)”
(스즈) “난 낮에 뜬 달이 좋아. 밤이 아닌데도 보이다니, 어쩐지 횡재한 기분이랄까.(140쪽)”
세 번째 이야기: 햇살이 비치는 언덕길
아버지의 1주기가 돌아와 네 자매는 아버지의 1주기 재를 지내기 위해 야마가카 온천마을에 갑니다. 가보니 아버지의 셋째 부인 요코씨는 재가를 하고 없었습니다. 사치와 스즈는 당황합니다. 스즈는 새어머니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보면 사치와 스즈는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네 자매는 온천마을에서 사온 만주를 직장에서 대접하는 것을 보면서 소소한 일상에서 여러 가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사치가 유부남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자매들에게 충격을 줍니다. 스즈는 축구부의 후타와 유야 사이에서 혼란스럽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가마쿠라 해변에서 벌어지는 불꽃놀이가 등장합니다. 네 자매는 각자의 장소에서 불꽃놀이를 즐깁니다. 시이나 선생은 보스턴으로 연수를 떠나게 되면서 사치와 함께 가자고 청하지만 사치는 결국 시이나 선생과의 관계를 정리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말기환자를 돌보는 완화케어 병동에서 일하기로 합니다. 사치가 시이나 선생의 요청을 거절하는 장소가 가마쿠라 해변으로 내려가는 계단이라서 익숙했습니다.
(치카) “언닌 회피하는 사람을 진짜 싫어하거든. 아빠한테도 그랬다니까...(30쪽)”
(사치) “한낮인데 달이 보이면 왠지 횡재한 기분이 든다고요.(101쪽)”
네 번째 이야기: 돌아갈 수 없는 두 사람
스즈는 다가오는 후타의 생일선물을 준비하며 후타에 대한 마음이 커지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그러던 중 친구들과 함께 간 축제에서 큰 언니 사치가 타다 유야의 주치의인 소아과 시이나 선생과 만나는 모습을 목격하고 뒤쫓게 됩니다. 덕분에 함께 뒤쫗던 후타는 감기에 걸리고, 스즈는 문병차 후타의 집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유야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두 사람은 유야를 찾아 에노시마로 향합니다. 유야의 행방불명 소동이 끝난 뒤 스즈와 후타는 더욱 가까워져 크리스마스이브에 첫 데이트를 합니다. 사치와 요시노 역시 의외의 상대와 만나게 됩니다.
의미 있는 대목:
(스즈) “우리 엄마는 언니들 아빠였던 아빠를 만나서 카마쿠라를 도망치듯 떠났어. 불륜이었던거지. 그래서 내가 태어났어. 우리 엄마가 언니들한테서 아빠를 빼앗아버렸던거야. 언니들은 그건 어른들끼리의 일이니까 나랑은 상관없다고 했지만, 난 계속 언니들한테 미안해하고 있었다. 부인이 있는 사람을 사랑한 우리 엄마가 나쁜 거라고.(32쪽)”
다섯 번째 이야기: 남빛
스즈가 가마쿠라에 와서 두 번째 봄. 어느날 이모가 연락해왔다. 스즈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셨고, 스즈에게도 유산을 남겼다고. 스즈의 어머니가 가정이 있는 남자와 불륜을 저지르고 결혼까지 하게 되자, 친정어머니는 “한 가정을 깨트리면서까지 자기 마음대로 하다니 말도 안된다면서(37쪽)” 딸을 내치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외손녀 스즈가 태어나자 적지 않은 돈을 건내려 했다는데, 스즈의 어머니는 “난 아사노씨 가족한테서 남편과 아버지를 빼앗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즈라는 보물까지 얻었으니 더 이상 뭔가를 받을 수는 없다.(39쪽)”면서. 그리고 스즈는 진학문제로 고민을 하게 됩니다.
큰언니는 주임이 되고 둘째 언니도 매니저로 승진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우미네코 식당’ 주인 니노미야 아주머니가 암으로 진단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집니다. 죽음을 앞두고 주변을 정리하는 과정이 그려지고 주변사람들도 진심으로 안타까워합니다.
여섯 번째 이야기: 4월이 오면 그녀는
스즈는 유산 상속 절차를 밟기 위해 카나자와로 와달라는 외삼촌의 연락을 받는다. 외할머니의 기일에 맞춰 언니들과 함께 카나자와로 향한 스즈. 외할머니의 형제들이 스즈에게 유산을 주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여 남아있는 가족들이 충돌하는 모습은 그러한 외고집이 전통 복장을 지켜온 힘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스즈는 이런 고집스러운 상대의 행동이 때론 상처가 되기도 하지만, 그 또한 소중한 것을 지키고 이어나가려는 의지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한편 코다 가 네 자매의 일상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맏이 사치는 자신의 곁에 있어주는 이노우에 감독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고, 둘째 요시노는 상사인 사카시타 과장을 향한 자신의 감정을 깨닫고 그 마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집니다. 그리고 스즈에게는 시즈오카의 고등학교에서 축구부를 신설하기 위하여 장학생으로 초청한다는 제안을 받고 고민에 빠집니다.
(사카시타) “길 끝쪽에 물이 있는 것 같이 보여요. (…) 아 생각났다! 땅거울이다. 신기루의 일종이라죠?”
(요시노) “사막에 물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그 현상 말예요?”
(사카시타)“빛의 굴절 때문에 그렇게 된다고 하네요. 오늘처럼 더울 날에 잘 보인다고 해요.”
(해설) “사막처럼 기온이 높은 곳에서 전방에 물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 일본으로는 ‘도망가는 물’이란 뜻의 ‘니게미즈(逃げ水)’란 용어를 쓴다.”(56-57쪽)
일곱 번째 이야기:그날의 파란 하늘
스즈는 시즈오카의 고등학교에서 축구 장학생 제안에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는 이유가 ‘더이상 혼자가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라고 고백합니다. 이에 후타는 떨어져 있다고 해서 언니들이 스즈를 생각하는 마음이 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여 용기를 줍니다. 첫째 사치와 둘째 요시노는 각자 새로 만난 옥터푸스의 감독 야스유키와 함께 일하는 사카시타 과장과의 사랑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합니다. 한편 스즈는 다니는 중학교에서 교토로 가는 수학여행을 다녀옵니다. 교토의 키요미즈데라에서 스즈 일행과 함께 보여준 풍경은 오래 전에 가보았던 그곳이 풍경을 떠오르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여덟 번째 이야기: 사랑과 순례
스즈의 축구단 옥토푸스는 첫경기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를 승부차기 끝에 이겼습니다. 스즈의 축구 재능이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스즈는 치카가 임신했다는 것을 눈치채고 고민합니다. 점장님의 아이라는 사실을 고백한 치카는 스즈와 함께 카마쿠라 파워스폿으로 알려진 신사들을 순회하면서 치성을 드립니다. 점장님이 히말라야로 떠나게 된 것입니다. 순회하던 중에 지쳐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는 바람에 사치와 요시노, 그리고 하마다 점장도 알게 됩니다.
치카의 일이 일단락 된 뒤 스즈는 맏언니 사치와 함께 고등학교 입학 설명회 참석을 위해 시즈오카에 다녀옵니다. 가마쿠라처럼 바다는 없지만, 학교 앞으로 펼쳐지는 차밭이 바다를 닮았습니다.
(하마다) “그 친구(세르파 안 파산)가 술만 취하면 항상 이런 말을 했대. ‘에베레스트 여신은 결코 무자비하지 않아. 두루미를 통해서 두 사람한테 기회를 준거냐’라고. ‘여신은 두 사람의 답을 기다리고 있어. 두 사람은 꼭 여리고 돌아올 거야.’라고(89-90쪽)”
아홉 번째 이야기: 다녀올게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치카와 혼인신고를 마친 하마다는 에베레스트 등정을 위해 떠납니다. 사치와 요시노의 사랑도 저마다 진전을 보이고, 스즈는 중학교에서의 마지막 여름방학을 즐기고 있습니다. 매미 울음소리가 그칠 무렵 시작되었던 그들의 이야기가 다시 매미울음 소리가 잦아들면서 마무리됩니다. 마무리를 앞두고 에베레스트에 간 하마다의 등산대가 폭퐁에 갇히면서 연락이 두절되는 비상상황을 맞기는 하지만 무사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결말을 맺게 됩니다. 그리고 스즈는 축구를 계속하기 위해 시즈오카로 떠납니다. 배웅을 나온 후타에게 ‘다녀올게’라는 인사를 남기고...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종합해보면 아내와 아이들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가 남겨놓은 세 자매와 그리고 이복 자매가 각각 부모의 입장을 다시 생각해보는 그런 쉽지 않은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아마도 가마쿠라는 바닷가 마을이었기에 그리고 주변에 있는 좋은 사람들 덕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소설이었다면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가마쿠라의 멋진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보다는 못하였지만. 그래도 영화에서는 표현되지 않던 가마쿠라의 숨어있는 모습이라던가 맛집, 음식이나 명절과 같은 특별한 것들을 알 수 있는 만화읽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