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가볍고 머리는 무겁게

 

1

 

바람 부는 길을 걸어, 다 읽지 못한 책 스무 권을 죄다 반납하고 왔다. 많이 읽고 싶지 않은 마음이 무거워 가방은 가벼워도 걸음이 느렸다. 다시 얇은 책 몇 권을 빌렸다. 천천히 오래 읽어야지. 가을은 읽기 좋은 계절. 한 단락 읽고 바람 소리 한 번 듣고, 한 페이지 넘어가면 구름도 한 덩이 하늘을 넘어가는 천천한 읽기에 어울리는 계절. 풀벌레 소리가 마른 잎새에 휘말려 아무도 모르는 어디 먼 곳으로 사라져갈 때쯤에는, 부디 이 계절 궁금했던 모든 것들이 잘 익은 밤처럼 익은 제 속을 보여주기를.

 

 

 

2

 

이하준의 오래된 생각과의 대화, 이정모의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장 자크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 나쓰메 소세키의 갱부, 무까이 마사아끼의 라캉 대 라캉을 읽었다.




고전 읽기 열풍 속에 어떤 이는 고전 읽기 광고쟁이가 되고어떤 사람은 고전 읽기 자랑쟁이가 된다또 어떤 사람은 고전 읽기를 고시공부 하듯 한다고전을 읽는 것은 그저 오래된 생각과 나의 생각 사이의 대화이다지식을 쌓기 위해서 정리하듯이 공부하는 것문화자본을 드러내기 위해서 고전의 이미지를 걸치는 것은 시간 낭비다고전은 그것과 조용한 대화를 하려 할 때 내 영혼에 스며드는 것이다목적형 고전 읽기를 하려면 차라리 위키백과사전을 읽는 편이 낫다.

이하준오래된 생각과의 대화

 

정론이다 보니 어쩐지 고루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이야기지만, 한동안은 이 말씀에 기대어 읽어보기로 했다. 조용한 대화, 그거 한 번 해보자.

 

그러나 막상 이 책은 아직까지 그저 그렇게 읽고 있는 중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웅덩이를 흐리게 하는 게 아니라미꾸라지가 더러운 물에서도 버티면서 살아가는 것이다직장도 마찬가지다미꾸라지 같은 직원이 들어와서 갈등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갈등 요소가 많은 직장에서 직원들이 버티고 있어주는 것이다그리고 그 직원은 조직이 썩지 않도록 밑바닥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귀한 존재일지 모른다.

이정모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미꾸라지로 오래 살았다. 별난 놈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데서 시작해서, 지나치게 예민한 것이 아니냐, 너는 당사자도 아니지 않느냐, 나도 네 때는 그랬다, 너라고 병장 되면 다를 줄 아느냐, 뭐 이런 이야기들을 주렁주렁 귀에 달고서 기어온 인생이었다. 할 수 있을 때면 빼지 않고 열심히 미끄덩거렸지만 주변은 그다지 달라지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사실 그런 건 별 상관이 없다. 산소를 공급하려고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미끄덩미끄덩 분탕치는 게 습성이라서 깝치고 다녔으니까. 누군가 나를 소중히 대해주면 물론 고맙겠으나 달라지는 건 별로 없다. 고마우면 보답하는 마음으로 미끄덩대고, 미우면 보복하는 마음으로 미끄덩댈 뿐이다. 이런 삶도 호락호락하진 않다. , 인생......

 

알라딘 마을에다가는 분탕 안 치고 느적느적 진득하게 머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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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9-11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마을에서 사이좋게 오래오래 지냅시다.

syo 2018-09-11 16:25   좋아요 0 | URL
그럽시다. 천년만년 사이좋게 지냅시다요.

다락방 2018-09-11 16:26   좋아요 0 | URL
얼쑤~ (춤춘다)

2018-09-11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1 16: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8-09-11 16: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마을에서 사이좋게 오래오래 지냅시다. 2

syo 2018-09-11 16:33   좋아요 1 | URL
그럽시다. 사이좋은 알라딘 마을을 만들어봅시다요.

다락방 2018-09-11 16:47   좋아요 1 | URL
얼쑤~ (또 춤춘다)

단발머리 2018-09-11 16:59   좋아요 1 | URL
지화자 조오타!! (방탄 춤춘다)

syo 2018-09-11 17:17   좋아요 0 | URL
^-^ (그저 지켜보면서 박수를 친다)

비연 2018-09-11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들이 참 정겹습니다~ 얼쑤~

단발머리 2018-09-11 19:37   좋아요 1 | URL
앗싸~~~!! (방탄 춤춘다 : 정국 버전)

syo 2018-09-11 19:38   좋아요 1 | URL
정겹기로 치면 알라딘에서 수위를 다투는 두 분이니까요 ㅎㅎㅎ
 

 

궁금한데 아무도 답을 알려 주지 않으면 혼자서 실험을 하곤 합니다 

 

1

 

이십대 중반이나 후반쯤이었으려나, 읽은 책이 지금의 절반 정도였을 즈음에는 왜 읽는지 명확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책을/책은 왜 읽느냐고 물어오면 대답으로 난사할 묵직한 총알들을 잔뜩 마련해놓은 시절이었다. 그런데 어떤 변곡점을 지나고 나서부터는 읽어도, 읽어도 내가 왜 읽는지를 모르게 되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더 알 수가 없었다.

 

 

 

2

 

북플의 마니아 로직을 분석하는 글을 쓰면서 syo가 스스로 상정했던 이미지는 큰 의미도 없고 보상도 없는 일에 몰두하여 뭔가를 찾아내는, 미미하고 미세하지만 그래도 세상에 한 줌 도움은 되는 덕후정도였던 것 같다. 그런데 의외로(사실 그렇게 의외는 아니었다. 이런 말을 하실 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다) 마니아 그게 뭐라고 집착하는지 모르겠다는 식의 댓글을 여기저기서 많이 받았다. 물론 syo, 인마, 이 못난 놈아, 마니아 그깟 거에 집착하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라, 하며 직접 syo를 질타하신 분은 없었다. 그러나 syo가 또 마니아에 완전히 욕심 없는 인간은 아니었고, 특정 작가, 특정 분야의 마니아가 되기 위해 로직의 허점을 공략하여 점수를 획득한 적이 없다고 할 순 없으므로,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이웃 분들의 탄식은 그대로 칼이 되어 syo의 가슴팍에 팍팍 꽂혔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웃 분들의 단단하고 선명한 독서의지를 마주하노라면, 아직 나는 내가 왜 읽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더 아팠다. 다시 오래 생각했다. 나는 왜 읽는 것일까.

 

 

 

3

 

책은 우리 내부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여야 한다는 카프카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걸 독서 방법론으로 풀어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syo는 공포(농담이 아니라 진짜 공포)를 느꼈다. syo는 저 문장을 이렇게 독해했다. 책이라면 모름지기 우리 내부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는 되어 줘야지. 그래야 책이지. 그러니까 저건 카프카의 독서론이 아니라 창작론 아닌가? 어떻게 읽으라는 말이 어디 있지? 그런데도 기어코 저걸 독서론으로 치환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 시각은 곧 특정한 목적의 독서를 강요한다. 네 안의 편견을 깨고, 새로운 눈을 뜨게 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하는 것, 그게 독서다- 라고. 이것은 자기계발과 자기착취의의 논리다. 그리고 마땅히 책이 지어야 할 짐의 일부를 독자에게 전가한다. 책은 도끼여야 하지만 모든 책이 반드시 도끼는 아니다. 어떤 책은 칼이고, 망치고, 송곳이지만, 또 어떤 책은 대걸레, 빗자루, 심지어는 이쑤시개일 수도 있다. 도끼가 아니라 빗자루라 하더라도 세게 내려치면 얼음은 깰 수 있다. 그런데 왜 빗자루를 들고 낑낑대며 얼음을 깨야 하는데? 무엇보다, 왜 우리가 책으로 얼음을 깨야 하는데? 책으로 그 얼음을 지치고 나가면 안 돼? 책으로 그 얼음을 갈아서 마시면 안 돼?

 

syo는 항상 궁금했다. 왜 사람들은 독서의 효능과 독서의 목적을 혼용하는 걸까? 효능이 곧 목적인 것, 그건 기본적으로 책이 내게 뭔가를 주니까 읽는다는 마음이다. 뭐라도 주지 않으면 책을 읽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의 뒷면이다. 책은 우리에게 재미, 감동, 지식, 지혜, 감수성, 간접 경험, 그리고 심지어는 세계평화까지도 가져다 줄 수 있다. 분명히 책엔 그런 효능이 있다. 하지만, 그러므로 우리가 책을 읽는 것일까? 책 한권을 다 읽었는데 저것들 중 어느 하나도 얻지 못했다면, , 젠장, 시간 낭비 했네, 이 시간에 뭐라도 다른 걸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며 호모 이코노미쿠스적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까? 사실 우리는 누구도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을 낭비 없이 가장 효용이 높은 방향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당신도 그렇습니다. 아니라면 지금 이 택도 없는 잡글을 읽느라 낭비되고 있는 시간을 푸시업과 스쿼트를 하시든지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으시든지 하며 쓰셨겠지요. 그런데, 왜 유독 책에게만 책아, 책아, 뭐라도 내 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먹으리- 하는 식으로 모질게 대하는 걸까? 왜 살아요? 하는 질문에는 각각의 인생마다 너무도 독자적인 대답을 내놓을 것이라서 남이 내린 답을 내 인생에 그대로 바를 수 없을 것을 충분히 예상하면서, 왜 읽어요? 하는 질문은 왜 이리도 물어대는 것일까?

 

 

 

4

 

나는 마니아가 되기 위해 책을 읽지는 않는 것 같다. 마니아 백만 개 1위 해봐야 손에 떨어지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이야, 내가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마니아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하며 혼자 방구석에서 자위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syo는 마니아로 오르가즘을 느낄 만큼 섬세한 인간이 못된다.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책을 읽지는 않는 것 같다. 책을 읽고 나서 한줌이나마 더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지만 그래봐야 큰 인물이 되진 못했다. 고작 syo에 도착했을 따름이다. 만약 책을 읽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 해도 그렇게 쓰레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봐야 syo였겠지.

 

나는 재미나 감동을 위해서 책을 읽지는 않는 것 같다. 내가 읽는 책은 대체로 나를 어렵게 하고, 나를 불편케 하며, 가끔은 나를 즐겁게 하지만, 기어코 나를 울리거나, 결국은 나를 분노케 한다. 책을 읽지 않으면 내 감정은 대체로 평탄할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걸 보장해주진 않는다. 결국 책만이 내 감정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세상에 크고 작은 도움을 주기 위해 책을 읽지는 않는 것 같다. 세상은 미세하기가 먼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syo의 고사리 손까지 빌릴 정도로 망하지는 않은 동시에, syo가 피와 땀과 사랑과 정열을 다 바쳐 한 몸 헌신한대도 병아리 눈물만큼도 나아지지 않을 만큼 망했다. syo가 소인이건 거인이건, 결론적으로 syo 한 스푼은 세상을 달게 하지 못한다.

 

나는 많이 읽네, 잘 읽네, 칭찬 받고 허영을 떨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 같기는 하다. 아마도 이 나이에 무직이라 제 한 몸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패배감을 독서를 통해 메워보려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다시 과거로 돌아가도 책을 내려놓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을 보면, 무언가를 대리하여 만족하기 위해 책을 읽는 것만은 아닌 것도 같다.

 

그렇다면 나는 대체 왜 책을 읽는 것일까?

 

왜 그 이유는 아무리 읽어도 발견할 수가 없는 걸까?

 

혹시, 읽지 않아야 발견되는 것일까?

 

 

 

5

 

하여 한동안 읽지 않음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막상 간절하게 원하면 쉽게 구할 수 없다이건 오르골의 법칙이다이걸 뒤집으면 쉽게 구할 수 없다면 간절하게 원하게 된다이건 도루묵의 법칙이다그러고 보면 서울의 거리를 걷다가 마치 낯선 여행지처럼 느껴질 때가 몇 번 있었다나 혼자 하염없이 걷고 있을 때이별했을 때이제 다시는 누군가와 웃으며 그 거리를 걸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돌이켜보면 바로 그때가 도루묵의 법칙이 작용했을 때였다쉽게 구할 수 없는 것이 도처에 널려 있는데도 간절히 원하지 않는 인생이란 어쩐지 낭비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김연수언젠가아마도

 

 무슨 문제가 생기거나 타인과 마찰이 생겼을 때 우리는 쉽게 말하고는 한다.

 "그거 상식 아니에요?"

 하지만 여행을 해보니 세계가 공유하는 상식이란 없었다나라마다 법이 다르고 정서가 다르다싱가포르에선 껌을 팔지 않는다네덜란드는 마약이 합법이지만 어떤 나라는 마약을 운반만 해도 중형을 받는다한국에선 몇 년 전만 해도 식당에서 담배 한 대 피우는 게 어렵지 않았지만지금은 상식을 벗어난 일이고 법으로도 금하고 있다상식은 늘 변한다상식은 자기 안에서만 통하는 헛된 믿음이다그 상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순간 상식은 폭력이 된다.

박 로드리고 세희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

 

사랑에 빠진 자는 그 대상을 소유하려고 애쓰지만 타자는 항상 달아난다사랑한다고 해서 그 타자를 가질 수는 없다남는 것은 타자가 부재하는 자리에 고인 시간이다타자가 부재하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기다림이다사랑에 빠진 자는 끊임없이 그 대상을 기다리고기다리고기다린다.

장석주슬픔을 맛본 사람만이 자두 맛을 안다

 

가능하다면 하루에 여덟 시간에서 열 시간 정도매일매일 책만 읽고 살았으면 좋겠다어쩌면 그 이상도 좋겠다책 읽기 말고는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다. (...) 그리고 나는 내가 강박적으로 책 읽기에 매달리는 이유를 안다나는 다른 곳에 있고 싶어서 책을 읽는다그래지금의 우리 사회가 그나마 합리적으로 살 만한 세상이라는 것은 안다하지만 책이 제시하는 세상은 그보다 훨씬 낫다가난에 시달리거나 뭔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이라면 더욱더 그럴 것이다극빈자 임대주택에서 표준에 한참 미달인 부모와 살던 어린 시절부터 나는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책만 읽어댔고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이 욕망이야말로-그날 그날아니 매시간-독서의 가장 강력한 동기라고 굳게 믿어왔다.

조 퀴넌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



 

독서가 가지는 여러 가지 놀랍도록 무궁무진한 효용과는 별개로 저는 사람이 가장 아름다워 보일 때가 책을 읽으며 뭔가 깊은 생각에 잠기며 몰입할 때입니다요리사는 요리에 집중하고바이올리니스트는 연주에 몰입하고소방관은 화재를 진압하고강사는 강의에 열정을 다할 때 가장 아름답죠그런데 이것은 각자의 직업과 관련한 아름다운 순간이죠반면독서하는 그 순간은 사람의 직업신분나이성별에 상관없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오프리뷰티 인 리딩


구멍을 메워야 할 틈으로만 본다면 평생 부질없는 삽질을 해야 하겠지모두 메웠다 싶어 돌아보면 다시 드러난 틈에 절망할지도 모르고만약 뚫린 그곳에 빛을 들일 수 있다면삽은 그만 내려놓고 거기 쪼그리고 앉아 쏟아지는 빛에 등을 데우고 싶어그러면 마음까지 훈훈해질 것 같은데 말이야.

김민아윤지영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의 안부를 물었다

 

우리의 불투명한 내부는 우리 삶의 부끄러움이 아니다그것은 우리 삶이 다른 삶의 식민지가 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황현산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저는 위안 받고 싶었습니다제가 세상에 존재하는 목적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믿고 싶었습니다하느님의 선의로 빚은 사람이라는 존재를 믿고 싶었습니다무엇보다도 저는 저를 결코 떠나지 않을 존재를 소유하고 싶었습니다버려지고 싶지 않았습니다세상에 홀로 남더라도 결코 홀로이지 않고 싶었습니다보이지 않더라도세상 어딘가에는 저의 편이 존재한다는 감각을 느끼고 싶었어요.

최은영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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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8-09-09 0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요... 도피하려고 읽어요. 시간도 때우고... 인생은 길고 지루하니 책으로 도피하자! 가 올해 제 모토입니다... 궁색하네요^^;;
그나저나 마니아 글은 syo님이 의도하신 이미지가 상당히 잘 구현된 것 같은데요. 마니아에 집착한다는 댓글들은... 장단 맞춘 것 아니었을까요? (저는 그거였거든요; 아니 진짜루;)
책 안 읽으면 뭐하시려구요; 생각보다 재밌는 일이 참 없어요. 진짜 지루하다니까요?? (사서 걱정)

syo 2018-09-09 09:49   좋아요 1 | URL
안 읽기에 인생은 참 길고 지루하죠 ㅎㅎㅎㅎ 그치만 너무 맹목적으로 많이 읽으려고 발버둥을 친 것 같아요. 잠시 눈을 떼고 안 읽거나 소소하게 읽으면서 여기저기 많이 쳐다봐도 좋지 않을까 싶어서요 ^-^

2018-09-09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09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18-09-09 11: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syo님의 읽지 않음을 생각하려 하니 제 사고 로직이 마구 엉키네요.^^;

syo 2018-09-09 12:44   좋아요 1 | URL
‘읽지 않음‘이라는 사태 자체가 로쟈님께는 로직을 붕괴하는 사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초란공 2018-09-09 1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니아 기준이뭔지 저도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아니 내가 어떻게 이 분야 마니아냐?’ 오히려 이런 느낌을 받을 때가 더 많고든요. ‘책은 도끼’ 독서론/창작론은 더 공감이 됩니다. 제가 답답했던 건 이 기준이 타인의 독서를 판단하는 근거로 활용될때 이더군요. 이를테면 네가하는 독서는 아직 제대로된 수준있는 독서가 아니라는 식인거죠.
syo님의 직구에 막연히 생각하던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신 점은 항상 신기하기만 합니다^^

syo 2018-09-09 12:47   좋아요 1 | URL
그렇죠?? 책을 많이 읽는데도 타인의 독서 수준이나 감별하는 그 버려야할 괴벽을 버리지 못하고 오히려 서슴없이 그런 말을 하게 되는 거라면, 되려 책은 정말 쓸모없는 물건이 되겠어요.

목나무 2018-09-09 1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말 내내 책을 읽고 있는 저, 이 글 읽고 나니 자문하게 되네요. 정말이지 나는 왜 책을 읽는 건가,하구요.
남은 휴일은 그 대답을 좀 찾아봐야겠습니다.

syo 2018-09-09 12:47   좋아요 2 | URL
설해목님, 쉬엄쉬엄 읽으세요. 날씨가 너무 좋아요^-^

다락방 2018-09-09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유를 찾으려고 애쓰기 보다는, 하다 보면 이유가 찾아지지 않을까요? 저는 굳이 이유를 찾을 이유까지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쇼님이 언급한 모든 것들이 이유가 된다고 생각해요. ‘이건 아닌 것 같고 저건 아닌 것 같고‘한 모든 것들이 사실은 사소한 이유들이 되어 똘똘 뭉쳐가지고 독서를 하게 하고 글을 쓰게 하고..그런 거 라고 생각해요.

저는 재미있어서, 좀 더 잘 알기 위해서, 잘난척 하기 위해서, 표현하기 위해서 기타 등등. 그 많은 이유들로 책을 읽고 글을 써요. 그리고 그렇게 읽고 쓰다보니 쇼님 같은 책친구도 만나게 되어서, 그 많고도 사소한 이유들 중에 ‘좋은 사람을 친구로 두기 위해서‘도 추가하기로 했어요.

:)

syo 2018-09-09 22:45   좋아요 1 | URL
다독을 관두고 고전 위주의 깊이있는 독서라는, 말로만 듣던 그걸 한 번 해볼까 봐요. 아예 안 읽는 건 정말 어렵겠어요 ㅋㅋㅋㅋㅋㅋ 제 버릇 개 못 준다ㅋㅋㅋ

고양이라디오 2018-09-10 09:57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ㅎ
삶=독서라고 생각해볼수도 있을거 같아요.

사는 이유가 하나가 아니듯이, 정답이 있는것이 아니듯이요

이하라 2018-09-09 2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피라고 하는 분 말씀을 들으니 정말 도피였구나 싶고, 하다보면 이유가 찾아질거라는 분의 말씀을 듣고 보니 정말 그런거 같네요. syo님의 리뷰 마지막에 최은영님 글을 보니 위안을 얻고 싶어서였나도 싶어요.

독서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돌아보게 만드는 순간을 주셨습니다


syo 2018-09-10 00:26   좋아요 1 | URL
읽는다는 것은 정말 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인데, 왜 이런 험한 일을 꾸준히 하고 또 해 왔을까요 ㅎㅎㅎㅎ

어찌됐건 이하라님의 독서를 응원합니다.

2018-09-10 0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0 0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0 0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0 1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섯 2018-09-11 0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항상 책을 읽으려는 저에게 ‘도피‘라는 말이 가끔 들립니다. 들리는 말 뒤에 있는 들려지지 않는 말은 보다 많을 것이라 생각되구요. 사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억울하죠. 한편 생각해 보면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시키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읽는 행위도 인생처럼 여러 번의 변곡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싱귤러 포인터에 도달하게 되면 책을 떨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런 정도까지 도달해 보지 못한 사람들을 납득시킨다는 것이 가능할까 싶네요. 드러내자는 것이 아니고, 사람의 행동을 이해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이라는 책의 제목이 생각나는데요, 자신의 정체성도 가끔 헷갈릴 때가 있지요. 저도 수시로 그렇거든요. 그렇지만 자신의 과거를 잠시 돌아보면 자신이 어떤 인간인가를 규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읽는다‘ 이것이 항상 책을 읽으려는 사람의 정체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

syo 2018-09-11 13:16   좋아요 0 | URL
저는 타인의 독서를 도피라고 제멋대로 판정하는 이들의 무례함에도 무지함에도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어차피 남의 말이라고는 개똥만큼도 안 듣는 고집쟁이거든요 ㅎㅎㅎ 심지어 저 자신도 제 독서를 도피의 일종이라 생각하는 부분이 있고 그건 그거대로 독서의 가치라고 생각하니까요.

다만 문제는 제 스스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는 데 있지요. 어떤 이유로 밝혀지건 어차피 계속 읽을테니 이유가 뭐가 중요하겠냐고 하시는 분들의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만, 뒤집어 생각하면 ‘그래도 읽는다‘는 결론은 어차피 상수이기에 그다지 중요치 않고 그 뒤에 숨어 있는 이유가 못내 궁금하다고 볼 수도 있겠어요. ㅎㅎㅎㅎ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다섯님의 힘찬 독서를 응원합니다^-^
 

 

마니아를 알려드립니다, 딱 제가 아는 만큼만

 

 

1

 

어제는 이유경 작가의 마니아랭킹을 둘러싸고 소소한 소란이 있었다. syo가 애정하는 서친 가운데 한 분인 ㄷ님께서 우연히 그 랭킹을 들여다보다가, syo가 본인에 앞서 마니아 1위 자리를 떡 차지하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비키라고 syo한테 소리치셨으나, 이런 ㄷ님. 마니아는 그렇게 호떡집 대기행렬마냥 비키고 말고 하는 것이 아니지요. 우린 그저 점수, 숫자로 말합니다. . 태그 공격은 먹히지 않았어요. 북플로 읽었거든요. 북플에는 태그가 안 보인답니다. 으하하하.

 

syo가 이유경 작가의 마니아 1번이 된 데는 적지 않은 고초가 있었다. 기존 1위가 너무 막강했기 때문인데, 이유경의 가장 큰 마니아, 그는 바로 이유경이었다...... 이것은 깡패다, 라고 당시의 syo는 생각했다. 아 물론 본인이 본인의 가장 큰 마니아겠지, 당연하겠지. 도스토예프스키가 안 죽고 살았으면 도스토예프스키가 도스토예프스키 마니아 1등 했겠지(아닐 수도 있다. 상대는 무려 패왕 로쟈님이기 때문이다.....) syo가 알기로, 이유경의 이쁜 모습 못난 모습 다 포함해서 세상 누구보다 이유경을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인간 이유경이므로, 이유경 마니아 1위 자리는 엄청 견고해 보였다. syo가 물었다. 이런 식이었다. 대단하시네요, 이유경 마니아 1위 이유경...... 대답이 돌아왔다. 이런 식이었다. 나는 나를 너무나 사랑하는 것이지요. 그래도 가끔 부끄러울 때가 있지만. 그렇다면 바로 제가 그 부끄러움을 덜어 드리지요, 하고 분투하기를 몇 개월, syo는 당당히 이유경 마니아 1위 자리를 거머쥐고 만 것이다.....

 

마니아 그깟 게 다 뭐라고 그 난리냐고 물으신다면 뭐 딱히 드릴 말씀은 없네요. 원래 백수는 별 거 아닌 일에 열과 성을 다할 시간적 정신적 잉여가 넘쳐나는 족속이라고나 해둘까요......

 

 

 

2

 

예전에, 막 북플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절, 글도 잘 쓰지 않고 그저 읽으면 읽는 족족 읽었어요만 누르던 시절이 있었다. 700권을 등록하고, 나쓰메 소세키는 전집을 다 읽었다고 표시를 했는데도, 이놈의 알라딘이 syo에게 소세키 마니아를 시켜주지 않는 거라. 아놔, 분노의 포도알갱이 syo를 알갱이로 봤나, 빡쳐서 바로 알라딘 측에 도대체 마니아는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문의를 했더랬다. 그때 날아온 답변이, 이런 저런 서재 활동들을 종합하여 저희가 마련한 로직에 따라 마니아가 부여됩니다, 이런 식이었다. 아니 그러니까요, 내가 물은 게 뭐겠어요. 로직아니겠어요? 책 파는 일 하시는 분들이 제 말뜻을 몰라들었을 리도 없고, 그러니까 안 가르쳐 주시겠다는 건가요? , 잘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알아내야죠. 할게요, 제가. 그들은 syo가 가설과 실험의 세계, 이과와 공대를 나왔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그리하여 마니아에 대해 제가 이래저래 알게 된 몇 가지 사실들을 공개합니다. 별 건 아니지만, 물어봐도 저 사람들은 로직이라고만 대답할 테니까 여기서 알아가시구요. 틀린 데가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한번 보여주자구요, 집단 지성이 뭐 어떤 건지.

 

A. 마니아 점수는 기본적으로 페이퍼나 리뷰를 작성해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읽었어요/읽는 중이에요/읽고 싶어요 가지고는 점수가 부여되지 않는 줄로 압니다(정밀하게 확인해 보지는 않았습니다.)


B. 페이퍼를 작성하면 기본 2점이 부여됩니다, 리뷰를 작성하면 5점인가 7점인가가 기본적으로 부여됩니다. 그리고 작성한 페이퍼나 리뷰가 좋아요를 얻으면, 좋아요 개당 1점이 추가됩니다. 댓글은 점수가 부여되지 않습니다. 읽었어요/읽는 중이에요/읽고 싶어요에 좋아요가 달리는 경우 점수가 부여되는지는 확인해보지 않았습니다.

 

C. 마니아는 4가지 카테고리에 부여됩니다. , 분야, 저자, 시리즈인데요. 카테고리에 따라 마니아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최소 점수는 차이가 있습니다. 낱개 책 마니아는 20, 분야는 100, 저자나 시리즈는 40점을 획득하는 순간 마니아로 등록됩니다.

 

D. 획득하는 순간이라고 썼지만, 실제로는 하루에 한 번 점수를 새롭게 계산해서 마니아를 부여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작년에는 그게 아침 8시였던 것 같은데, 요즘은 새벽에 그 일이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E. 실제로 계산을 한 번 해보겠습니다. 리뷰는 마니아 점수를 획득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불리합니다. 하나의 포스트에 1권의 책밖에 올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syo일본소설에 해당하는 나쓰메 소세키도련님에 대한 리뷰를 써서 좋아요 30개를 받았다면, 기본점수 5+ 좋아요 점수 30= 35점의 점수를 부여받게 됩니다. (37점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리뷰를 잘 안 쓰는 편이라 기본점수가 5점인지 7점인지 헷갈립니다. 그냥 5점이라고 가정하고 쓰겠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됩니다.

- 도련님마니아 점수 35점 추가 -> 도련님마니아 등록

- 저자 나쓰메 소세키마니아 점수 35점 추가 -> 저자 카테고리의 최소 점수는 40점이므로 마니아가 되진 않으나 점수는 적립됨. 기존의 나쓰메 소세키마니아 점수가 있으면 합산하고, 합산 결과 40점 이상이면 나쓰메 소세키마니아 등록

- 시리즈(최소 40)/ 분야(최소 100) 역시 같은 방식

 

F. 한 권의 책이 여러 개의 분야에 속해 있으면, 그 여러 개 분야 전부에 점수가 그대로 더해지는 것 같습니다. 획득한 점수가 분야마다 나뉘고 그러진 않습니다.

 

G. 페이퍼 하나에 등록한 책이 몇 권이든, 그 각각의 책에 점수가 동일하게 부여되는 것 같습니다. 역시 점수는 나뉘지 않습니다. 40권 까지는 확인해 본 바 있습니다.

 

H. 반면 하나의 페이퍼에 동일 분야/저자/시리즈의 책이 중복되어 들어 있으면 단 한 번의 점수만 부여받습니다. 예를 들어 syo가 페이퍼에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올리고 좋아요 10개를 받았다면, 점수는 12점이 부여됩니다. 그 경우, 도련님12, 나는 고양이로소이다12, 저자 나쓰메 소세키에도 12점이 부여됩니다. 24점이 아닙니다. 같은 저자의 책이 두 권 페이퍼에 언급 되어도 점수는 한 번만 반영됩니다. 분야와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I. 중요한 사실인데, 책 마니아는 그 책에 별점을 4개 이상 매기지 않으면 표시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획득점수는 어딘가에 누적되어 있습니다. 별점 4개를 매기면, 그 순간(D에서의 그 순간입니다) 마니아에 등록됩니다. 반면 분야/저자/시리즈 마니아는 등록되는데 별점을 요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읽었다고 표시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페이퍼에 들어만 있으면 그 책을 읽으셨건 아니건, 별점을 매기셨건 아니건 획득된 마니아 점수가 바로 반영되어 랭킹에 등록됩니다.

 

J. 책에 따라서는 점수만 획득한다고 바로 마니아가 부여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신간이 대체로 그렇습니다. 제 짐작에 따르면, 최소 5명 정도의 마니아가 확보되는 책만이 마니아를 거느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쓰는 201897일 현재, 로쟈님의 새 책 책에 빠져 죽지 않기는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지 않습니다. syo가 이 책에 획득한 점수는 100점을 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아직 syo는 이 책의 마니아가 아닙니다. 마니아 공간 자체가 형성이 되지 않았다고 할까요. 제 짐작이 맞다면, 이 책에 대해 글을 쓰고, 별점을 4개 이상으로 매기고, 좋아요를 받아서 최소 점수인 20점을 넘기는 회원이 5명 확보되는 순간부터 이 책은 마니아를 거느리게 될 것 같습니다. 5명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냥 제가 5명 미만의 마니아를 거느린 책을 발견하지 못하여 짐작하는 바입니다.

 

 

 

3

 

저것이 지금까지 syo가 이런 저런 방식으로 산출해낸 그들의 로직인데, 이걸로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전혀 뜻밖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유경 작가님이 이유경의 마니아 랭킹에서 완전히 축출되어 버린 것이다. 그녀는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 사태를 묵과하기 어려울 듯한데도 묵과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알라딘에다가 뭐라고 따질 것인가. 안녕하세요, 제가 왜 이유경 마니아 랭킹에서 사라졌는지 알고 싶어서요. , 이유경 마니아에서 배제되셨다구요, 고객님.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이유경이요. .....? ......이유경이요(폰트크기2.0). 이런 장면은 생각만 해도 오싹하잖아. 그래서 지금 그녀는 그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4


그러나 저러나, 어제 오늘은 이런 책을 읽었고 이런 책을 읽고 있고 이런 책을 읽을 것이다.


임진아 빵 고르듯 살고 싶다

최민석 고민과 소설가

임진희 외 정치는 잘 모르는데요

유병재 블랙코미디



김민섭 외 거짓말 상회

존 모나한 외 사회문화인류학

우석훈 국가의 사기

이상석 외 내가 낸 세금, 다 어디로 갔을까?



이정모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E. K. 헌트 자본주의에 불만있는 이들을 위한 경제사 강의

함규진 개와 늑대들의 정치학

박선화, 남자에겐 보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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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7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07 1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07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07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07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07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9-07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재미있게 읽어내려오다가 E 부터 대충 건너 뛰어버렸네요. 갑자기 이 페이퍼가 수학적인 것이 되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적 느낌..뭔가 계산이 나와서...아아 싫다...하고 훅 건너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너뛰고 3으로 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의 수학적 뇌는 어디에 있을까요?????

syo 2018-09-07 13:55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수학을 버리지 마세요..... 당신은 수학 머리가 있는 사람.

그리고 저건 수학도 아니고 산수잖아요ㅋㅋㅋㅋ

다락방 2018-09-07 13:59   좋아요 1 | URL
음.. 그래요.... 음.....

근데 저렇게 막 더하고 그러는 거 나오면 나는 진짜 막 더해보는 사람이라서... 삶이 힘들다........(어째 댓글이 산으로 감 ㅋㅋ)

단발머리 2018-09-07 1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미안해요. (훌쩍....)
내 아무리 노력해도 이 사람을 이길수는 없을것 같아요.
꼼꼼하고 촘촘하기가 우리집에 딱 하나 있는 ‘체’보다 더해요.
그래서 말인데요......
이 꼼꼼하고 촘촘하기 그지없고 게다가 과학적 로직 분석이 가능한 이 사람,
이 사람이 에세이를 출간하게 된다면, 거기 마니아 1등은 저 주심 안 되요?
가장 강력한 경쟁자를 미리 달래두려구요. 그렇게 하죠, 우리~~ 네?

다락방 2018-09-07 13:52   좋아요 1 | URL
그건 그때가서 봅시다. (단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8-09-07 13:54   좋아요 1 | URL
지금 syo님이 이유경 마니아 1등이라고 편애하는 시츄에이션이예요? 엥? 그런 거예요? (삐짐)

다락방 2018-09-07 13:5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뭐 꼭 그런건 아니고요.......... ( ˝)

syo 2018-09-07 14:00   좋아요 1 | URL
이건 뭐랄까, 우리가 미국 점령하면 미국을 경상도에 편입해야 하나 강원도에 편입해야 하나 놓고 다투는 느낌이네요.

에세이라니요. 마니아라니요. ㅋㅋㅋㅋㅋㅋ

[그장소] 2018-09-07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 분석에 놀라고 , 다락방님 최애 마니아 다락방 에! 빵~! 터지고!! ㅎㅎㅎ

syo 2018-09-07 15:57   좋아요 1 | URL
그 다락방님이 어찌된 일인지 랭킹 자체에서 배제되었습니다. 그 로직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건 뭐 공정한 상거래 질서와 관련된 것일까요 ㅎ

노란가방 2018-09-07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엔 ‘알라딘 분석가‘라는 새 카테고리라도 만들어서 스탬프를 하나 찍어줘야 한다고 생각.ㅋ

syo 2018-09-07 15:58   좋아요 0 | URL
그렇게 된다면 스탬프의 로직도 알아내고 싶어질 지도 모릅니다....ㅎㅎㅎ

블랙겟타 2018-09-07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언제나 syo님의 재미있는 글쏨씨는 역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군요.
그리고 마니아에 대한 로직을 공개해주셔서 왜 제가 마니아로 된게 거의 없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이제서야(응?) 풀렸네요.
글쓰지 않고 그냥 읽고싶어요-읽고있어요-읽읽었어요 이것만 누르기만 했으니.. 하하하..ㅜㅜ

syo 2018-09-07 16:01   좋아요 1 | URL
의문만 가지시고 문의는 않으신 건 잘 하셨습니다.

제가 문의했을 때, 물론 답변은 친절하였으나 로직을 안 알려주고 로직의 존재만 알려주니 마치, 니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니가 마니아가 아닌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 하는 이야기를 들은 기분이었지요ㅎㅎㅎㅎ

공쟝쟝 2018-09-07 16: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알라딘이 소름끼쳐 합니다...

syo 2018-09-07 17:27   좋아요 1 | URL
제가 원래 좀 소름끼치는 남자입니다 으하하하......

아트 2018-09-07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놀랍네요,, 저도 초반에 마니아 선정이 너무 안되길래 메일까지 보내서 물어봤는데 정해진 ‘로직’이 있다지 않겠어요... ‘로직’의 비밀을 시원스럽게 파헤쳐주셨네요,, syo님의 북플 내공이 느껴지는,,

syo 2018-09-07 20:24   좋아요 1 | URL
ㅎㅎㅎ 도움이 되셨다니 쓴 보람이 있네요. 뭐 비밀스러운 거라고 안 알려주는지 모르겠어요.

2018-09-07 2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07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07 2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07 2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psyche 2018-09-08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니아가 그렇게 계산 되는 거였군요. 안그래도 궁금했었거든요. 마이클 코넬리 책을 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마니아 100위도 안되길래 왜그런가 했더니만. 근데 각 작가나 작품의 마니아 랭킹도 볼 수 있나요? 아무리 찾아도 어디서 봐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syo 2018-09-08 08:22   좋아요 0 | URL
음, 북플에서 이야기입니다.

1. 책 이름을 검색하시거나 포스트에 있는 책을 클릭하시면 책 정보가 뜨고, 읽었는지 표시할 수도 있고 별점을 매길 수도 있잖아요?

2. 그 상태에서 아래로 조금 내려오면 그 책을 읽은 사람, 읽는 중인사람, 읽고 싶어하는 사람의 명단이 죽 뜨구요.

3. 그 중에 ‘읽었어요(몇명)‘ 하는 제목 오른쪽에 보면 ‘ > ‘ 표시가 있지요? 그걸 누르세요.

4. 그러면 읽은 사람 명단이 주욱 뜨는 창이 나옵니다. 제목 바로 밑에 보면 읽은 사람 / 읽은 사람 중 내 친구 / 관련 마니아 를 고를 수 있게 되어 있지요. 관련 마니아를 눌러보세요.

5. 그러면 그 책과 관련하여 마련되어 있는 마니아 공간이 죽 나열됩니다. 각 마니아 제목 옆의 ‘ > ‘ 를 눌러보시면 그 마니아 공간의 모든 마니아들을 랭킹 순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psyche 2018-09-08 09:02   좋아요 0 | URL
와 꼼꼼한 설명 감사합니다. 덕분에 쉽게 찾았네요.

비로그인 2018-09-08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니아 계산 부분에서 눈이 저절로 글자를 밀어내고... 그대로 저는 3으로 갔는데 거기서 빵 터졌어요~~(폰트크기 2.0 ㅋㅋㅋㅋㅋ)
-> 이렇게 댓글 남겨야지 생각한 순간 밑에 보니 다락방님 댓글이 제 느낌과 너무 비슷해서.... 소오름... 저랑 비슷하게 수학머리 없는 사람을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다락방님 죄송...;;)
저게 산수라고 말하지 마세요, syo님. 저는 나눗셈에서 인생 첫 좌절을 느낀 사람인 것입니다...
어쨌든 너무 재밌는 글이었네요-
저는 그동안 syo님이 다독가여서 페이퍼에 여러 권의 책을 늘어놓으시는 줄 알았는데...
이게 다 마니아 때문이라니...(털썩)

syo 2018-09-08 09:2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 마니아 때문 아니에요 ㅋㅋㅋㅋㅋㅋ 마니아 해봐야 돈 한푼 안 나와요 ㅋㅋㅋㅋㅋㅋ

이거 올리면 사람들이 나 마니아에 집착한다고 질타하겠다 싶긴 했는데 실제로 그런 말씀을 되게 많이 듣게 되네요 ㅎㅎ

다락방 2018-09-08 09:43   좋아요 0 | URL
앗!! 아이다호피시님!! 저같은 사람이 저뿐만이 아니었군요!! 반갑습니다!! ㅠㅠㅠ

비로그인 2018-09-08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yo님, 물론 마니아 때문이라는 건 농담입니다ㅋㅋ 어쨌든 마니아 로직을 (기어코) 분석하신 syo님께서는 뭔가.... 마니아(라고 쓰고 오덕이라 읽는다)의 향기가 나요...
될놈될이라고... 어릴 때 혹시 ‘이 녀석은 나중에 크게 될 거야’란 말 많이 듣지 않으셨나요? ㅎㅎㅎ
다락방님... 너무 반가워요! 치얼쓰!! 하이파이브! 문과생을 살기 진짜 힘들죠...(토닥토닥)

모운 2018-09-11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과 죽었으면!

syo 2018-09-11 20:02   좋아요 0 | URL
ㅉㅉ....

건수하 2021-12-14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알라딘 서재 입문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마니아 점수라는 건 이렇게 결정되는군요.
경외에 찬 눈빛으로 댓글을 남기고 갑니다.

(근데 1점, 2점, 4점..... 이런 건 어떻게 알아내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러나 이 댓글을 보실지는 모르겠네요 ㅎㅎㅎ)

이과 만세! (응?)
 


또 하루 무용해진다 쓰일 데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1


요즘 같아선 무슨 직업을 골라도 인공지능 놈들이, 로봇 새끼들이 내 일을 탈탈 털어갈 것 같아서 불안하다. 인간은 자꾸 무용해지고, 원래 무용한 인간은 자꾸자꾸자꾸자아아꾸 무용해지니 그야말로 무자비한 시대가 아닐 수 없다. syo처럼 두루뭉수리하고 낭창낭창하며 무디고 눈치 없는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아무리 고민해도 답 찾을 길이 없으니, 이것 참으로 난세가 아닙니까? syo는 그저, 여름이면 끼니마다 복숭아를 먹고 겨울이면 따뜻하고 말랑한 멍뭉이나 안고 자면 내적 태평성대를 이룩하는 소탈한 인간인데요. 그렇게 사는 게 아무래도 쉽지가 않겠지요, 저 원나라 오랑캐 같은 인공지능 새끼들 때문에?

 

최근 즐겨보는 드라마 속 어떤 사내가 나는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오.” 하였을 때, 이쪽에서는 , 저 말 저거 내가 언젠가 누구에겐가 했던가 안 했던가.’ 하고 있었다. syo는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오. , , , , 바람, 구름, 맹장, 꼰대, 꼬리뼈, 자기소개서, 사립학교 교원 임용 시험 같은 세상 무용한 것들을 말이오. 그것들을 향한 사랑이 내 안에서 자라고 자라 마음의 틈을 비집어 열고 나왔소. 더 많은 것들을 사랑하고 싶은 욕심이 마음 밖에서 자꾸 커졌소. 그리하여 마침내는 나 자신을 사랑할 차례가 된 것이오. 나를 사랑하기 위하여 나는 기꺼이 스스로 무용한 사람이 되었다오. 무용한 인간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외다.

 

그리하여 세상에 무용하고 그래도 syo에겐 사랑스런 그런 syo입니다.

 

 

 

2


무용한 인간은 오늘 유병재의블랙코미디, 안무정의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6가지 코드, 이기호의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임진아의 빵 고르듯 살고 싶다, 나쓰메 소세키의우미인초,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박홍규의 불편한 인권, 이언 매큐언의 솔라를 읽었다. 언제나 그렇듯 몇 권은 독서를 마쳤고, 몇몇 아이들은 아직 부대끼는 중이다.

 



이기호의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는 이기호라는 이름을 들으면 짐작하기 십상인 그런 경쾌한 속도로 읽어나가기가 어쩐지 어려운 책이다. 작품 하나하나가 독자를 불편하게 한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넌 똥이야, 똥은 아니더라도 똥 옆에서 묵묵히 묵혔던 방귀야, 하는 말을 들은 기분이 된다.

 



4차 산업혁명 관련해서 정말 홍수같은 책이 쏟아져 나왔고 아직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자기계발서의 폭풍우 속에서 정말 쓸 만한 책이 몇 권 없었듯, 이번에도 그렇다. 얘도 아니다. 무용하네. 사랑해야 되겠네.

 


여러 판본의 자유론이 있고, 전에 읽은 것은 책세상 출판사의 것이었는데, 무난해서 좋았고 무난해서 싫었다. 새로 나온 책이라 손에 들었는데, 좋은 번역이로구나 하는 느낌은 아직 들지 않는다. 틀린 번역이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그런 걸 확인할 만한 역량은 제겐 없어요.




놀랍게도 이언 매큐언의 책이라고는 넛셸딱 한 권 읽어봤다. 읽다가 만 아이들이 이것저것 있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되지 않도록 애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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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09-06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 syo님 페이퍼 보고 아~~ 우미인초, 우미인초 책표지 색 이뽀라~~ 했더랬는데,
오늘 또 syo님 페이퍼 읽고나서 책장을 찾아봤더니, 어머! 책이 집에 있네요 ㅠㅠ
나도 우미인초 읽을까봐요.

syo 2018-09-06 08:58   좋아요 0 | URL
소세키 전집은 정말 보기 드물게 디자인이 잘 빠졌지요. 14권 주욱 꽂아놓으면, 책장을 쳐자볼 때 제일 먼저 그리로 시선이 갑니다.

그렇지만 우미인초 막상 책은 잘 안 넘어간다? ㅎㅎㅎㅎ

단발머리 2018-09-06 09:04   좋아요 0 | URL
그럴줄 알고 나는 1, 2차분만 샀죠. 8권 있어요, 소세키가. 그것도 반밖에 못 읽었ㅠㅠ
근데, 우미인초 잘 안 넘어간다는 이야기를 지금 하면 어떡해요!!

syo 2018-09-06 09:09   좋아요 0 | URL
우미인초는 하루에 한두 챕터씩 천천히 읽으면 좋은 것 같아요. 소세키한텐 그런 애들 몇(실은 많이) 있어요.....

독서괭 2018-09-06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에 대한 정보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ㅋㅋ
어제 만화로보는하워드진의미국사 책을 살펴보는데 거기에 syo님 페이퍼가 있더라구요. 봤던 거지만 다시 읽어도 재밌었습니다. 검은청년과 프로이트티셔츠.. ㅋㅋㅋ

syo 2018-09-06 09:10   좋아요 0 | URL
저도 기억 납니다. 그 티셔츠가요. 인간의 무의식을 공격하여 구매를 유발하는 컨셉이었으려나요.....

stella.K 2018-09-06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오.”
이거 혹시 이병헌이가 하던가요?

이기호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 것 같은데 스요님은
좀 다른가 봅니다.
어렸을 때 ㄸ 얘기하고 ㅂㄱ 얘기하면 킬킬대고 그랬는데 말입니다.
표현이 좋네요.ㅎㅎ

syo 2018-09-06 15:4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아니요. ‘이병헌이‘가 하지 않았어요 ㅎ

이기호의 저 책은 좋습니다. 전 지금껏 읽은 이기호 중에 제일 좋은데요? 불편하게 만들어서 좋은 책인 것 같아요.

stella.K 2018-09-06 16:19   좋아요 0 | URL
ㅎㅎㅎ 아니, 요즘 사극 전멸이고 그나마
미스터 선샤인이 유일한 사극이라면 사극인데
하오체 쓸만한 드라마가 그거 아니면 어떤 것이란 말입니까?
가르쳐 주시지 않고...ㅠ

불편한 책을 좋아하는군요. 알겠슴다.^^

syo 2018-09-06 16:3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그 드라마는 맞는데 ‘이병헌이‘가 하진 않았고 ‘변요한이‘가 하더이다 ㅎㅎㅎㅎ

stella.K 2018-09-06 16:54   좋아요 0 | URL
아, 이런 거의 다와서 삑사리를 내다니...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본 풀잎에서 가을이 걸어나오고 있었다, 밤


1


너무 더운 여름이라 여름만 잔뜩 입에 올렸지 그리 많이 불러주지도 못했는데, 비와 바람을 앞세우고 알아서 척척 대구까지 찾아와 여름을 밀어낸 씩씩한 가을. 어린 가을의 이마를 만져주고 싶은 밤이다.

 

덜 자란 가을은 순하다. 해는 뜨겁지 않고, 가끔 뜨거워도 따갑지 않다. 나뭇잎들은 빛 먹은 녹색에서 물 먹은 녹색이 되고, 우듬지는 바람을 마시며 흔들흔들 제 몸 비울 궁리를 한다. 가을이 오면 사람들은 하늘이 자꾸 보고 싶어진다. 하늘을 보고 있으면 무엇이든 생각하고 싶어진다. 마음의 눈을 들어 나를, 너를, 우리를 톺아보고 싶어진다. 이게 다 가을이 하는 일이다. 아니, 가을이 시키는 일이다. 하늘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눈이 깊어지는 것이다.

 

책이 잔뜩 든 가방을 메고 버스 뒷자리에 앉아 덜컹거리는 마음이 나이테를 또 한줄 두르는 계절, 다정한 가을이 돌아오고 있다.

 

여름에게도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올해는 유독 애썼다고, 오래 기억에 남을 거라고 도닥여주고 싶다. 수고했어. 부디 내년에는 올해처럼 무리하지 마.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너는 충분히 뜨겁고, 충분히 여름답고, 복숭아를 가져다주는 충분히 예쁜 계절이니까.

 


 

2


이틀 동안 김혼비의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무라카미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김연수의 언젠가, 아마도, 김영훈의 단어로 읽는 5분 한국사, 귄터 발라프의 버려진 노동, 나쓰메 소세키의 우미인초, 박선화의 남자에겐 보이지 않아, 최민석의 고민과 소설가, 가이 스탠딩의 기본소득, 함규진의 개와 늑대들의 정치학, 프랑수아 타부아요와 피에르앙리 타부아요의 꿀벌과 철학자를 읽었다. 앞의 네 권은 독서를 마쳤고, 나머지 아이들은 재미있게 읽고 있는 중이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를 만난 것은 올해를 기억할 만한 이유가 충분히 된다. 이런 글은 syo에게 지도와 나침반이 된다.



꾸준히 달리고, 세계를 돌아다니고, 영문학을 번역하고, 에세이를 쓰고, 자국에서 최고의 소설가로 인정받는 동시에 이 사람보다는 누구누구가 더 괜찮다, 하는 칭찬들 속에서 보다는앞자리에 자주 위치하는 소설가. 이것이 syo가 김연수와 무라카미 하루키 중 어느 한쪽을 생각할 때 다른 쪽도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이유인데. 물론 작품만 놓고 보면 한참 다른 두 사람이지만. 김연수의 가장 최근작과 하루키의 가장 오래된 작품은, 물론 장르도 다르지만, 왜 둘이 닮았다고 생각했을까 스스로 고개를 갸웃거리게 할만큼 다르고, 다르게 만족스러웠다.




 

우미인초는 아름답다. 소세키는 점점 세세하게 보고 세밀하게 그린다. 그의 눈과 붓이 가늘어질수록, 날카로운 아름다움이 피어오른다. 지나치게 고풍이고 가끔 까들거린다는 느낌도 들긴 하지만, 소세키는 지금 열심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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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9-05 0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 ‘읽고싶어요’ 체크 할랬는데 이미 되어있네요? ㅎㅎ (아무말)
우리집에는 아직 복숭아 있숑-

syo 2018-09-05 09:02   좋아요 1 | URL
우호여축은 그야말로 다락방님을 위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아직이시라니.... (syo무룩)

stella.K 2018-09-05 14: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 저 1번 문장 정말 좋습니다. 요런 문장은 어디서 뽑는 겁니까?
스요님네는 문장 뽑는 기계가 있나 봅니다. 국수 뽑는 기계처럼.ㅋㅋ

저는 어제 기어코 복숭아를 먹고야 말았습니다.
앞으로 한번 정도는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마지막일 것 같습니다.
올여름은 그야말로 살인적이라 수고했단 말 별로하고 싶지 않은데
역시 스요님은 감성이 남다르군요.^^

syo 2018-09-05 15:1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 국수 뽑는 것처럼 문장 뽑는 기계라는 표현이 더 맛깔납니다만.

어차피 가는 여름 욕하면서 뒷통수 후려쳐서 뭐하겠어요. 괜히 열받아서 내년에 더 뜨겁게 불타오르기나 하겠죠. 감성이라기보다는, 그저 옹야옹야 잘 토닥여 보내고 싶습니다 ㅎ

카알벨루치 2018-09-05 14: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을의 이마...우째 이런 표현을~에세이스트 하시라니깐 소설도 좋아요^^

syo 2018-09-05 15:20   좋아요 2 | URL
로맹 가리 읽으시는 분이 저런 잔재주에 칭찬하시면 안됩니다 ㅎㅎㅎㅎ

카알벨루치 2018-09-05 16:14   좋아요 1 | URL
로맹 가리가 뭐라고~로망 가리 읽어도 ‘가을의 이마’ 이런거 안 나옵니다 ‘다정한 가을’, ‘사람의 눈이 깊어지는’, ‘나이테 또 한 줄 두르는 계절’....etc 이게 다 시가 아니고 산문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입니까!!!!ㅋㅋㅋㅋㅋㅋ

syo 2018-09-05 16:3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
뭐지? 어떡해야 되지??
어쩔줄을 모르겠다 ㅋㅋㅋㅋㅋ

양철나무꾼 2018-09-05 17: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글, 너무 좋아서 여러번 되풀이해서 읽었습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외우는 것보다 까먹는게 더 가까운데,
몇번만 더 읽으면 외울 자신 있습니다~ㅅ!^^

syo 2018-09-05 18:00   좋아요 1 | URL
안 됩니다.... 양철나무꾼님의 소중한 뇌세포를 이딴 데 사용하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