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루 무용해진다 쓰일 데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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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아선 무슨 직업을 골라도 인공지능 놈들이, 로봇 새끼들이 내 일을 탈탈 털어갈 것 같아서 불안하다. 인간은 자꾸 무용해지고, 원래 무용한 인간은 자꾸자꾸자꾸자아아꾸 무용해지니 그야말로 무자비한 시대가 아닐 수 없다. syo처럼 두루뭉수리하고 낭창낭창하며 무디고 눈치 없는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아무리 고민해도 답 찾을 길이 없으니, 이것 참으로 난세가 아닙니까? syo는 그저, 여름이면 끼니마다 복숭아를 먹고 겨울이면 따뜻하고 말랑한 멍뭉이나 안고 자면 내적 태평성대를 이룩하는 소탈한 인간인데요. 그렇게 사는 게 아무래도 쉽지가 않겠지요, 저 원나라 오랑캐 같은 인공지능 새끼들 때문에?
최근 즐겨보는 드라마 속 어떤 사내가 “나는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오.” 하였을 때, 이쪽에서는 ‘아, 저 말 저거 내가 언젠가 누구에겐가 했던가 안 했던가.’ 하고 있었다. syo는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오. 꽃, 별, 풀, 시, 바람, 구름, 맹장, 꼰대, 꼬리뼈, 자기소개서, 사립학교 교원 임용 시험 같은 세상 무용한 것들을 말이오. 그것들을 향한 사랑이 내 안에서 자라고 자라 마음의 틈을 비집어 열고 나왔소. 더 많은 것들을 사랑하고 싶은 욕심이 마음 밖에서 자꾸 커졌소. 그리하여 마침내는 나 자신을 사랑할 차례가 된 것이오. 나를 사랑하기 위하여 나는 기꺼이 스스로 무용한 사람이 되었다오. 무용한 인간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외다.
그리하여 세상에 무용하고 그래도 syo에겐 사랑스런 그런 syo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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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한 인간은 오늘 유병재의『블랙코미디』, 안무정의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6가지 코드』, 이기호의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임진아의 『빵 고르듯 살고 싶다』, 나쓰메 소세키의『우미인초』,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박홍규의 『불편한 인권』, 이언 매큐언의 『솔라』를 읽었다. 언제나 그렇듯 몇 권은 독서를 마쳤고, 몇몇 아이들은 아직 부대끼는 중이다.
이기호의『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는 이기호라는 이름을 들으면 짐작하기 십상인 그런 경쾌한 속도로 읽어나가기가 어쩐지 어려운 책이다. 작품 하나하나가 독자를 불편하게 한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넌 똥이야, 똥은 아니더라도 똥 옆에서 묵묵히 묵혔던 방귀야, 하는 말을 들은 기분이 된다.
4차 산업혁명 관련해서 정말 홍수같은 책이 쏟아져 나왔고 아직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자기계발서의 폭풍우 속에서 정말 쓸 만한 책이 몇 권 없었듯, 이번에도 그렇다. 얘도 아니다. 무용하네. 사랑해야 되겠네.


여러 판본의 자유론이 있고, 전에 읽은 것은 책세상 출판사의 것이었는데, 무난해서 좋았고 무난해서 싫었다. 새로 나온 책이라 손에 들었는데, 좋은 번역이로구나 하는 느낌은 아직 들지 않는다. 틀린 번역이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그런 걸 확인할 만한 역량은 제겐 없어요.
놀랍게도 이언 매큐언의 책이라고는 『넛셸』 딱 한 권 읽어봤다. 읽다가 만 아이들이 이것저것 있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되지 않도록 애써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