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소오님의『모두를 위한 페미니즘』리뷰를 읽고 쓰는 글이 맞지만, 시이소오님의 견해를 지적하거나 반박할 의사가 없습니다. 첫째, 시이소오님은 syo가 깔 수 있을만큼 어쭙잖은 말을 하는 분이 절대 아니고, 둘째, syo는 시이소오님의 글을 깔 수 없을만큼 어쭙잖은 말을 하는 놈이고, 셋째, 설령 미라클적으로 앞의 두 조건이 모두 만족된다 하더라도, 시이소오님의 말씀처럼 아직 페미니즘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위험하고 멍청한 짓이 되는 곳이 이 나라 이 땅이기 때문이겠다. 시이소오님이 그렇듯 syo도 남성이며, 페미니즘에 대해 발언하는 것이 위험한 마당에 페미니즘에 대한 발언에 대해 발언하는 것이 듀얼코어로 멍청한 일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소심한 syo가 언제나 그랬듯, 지금 놀이터 한 구석에 숨어서 바닥에다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난 항상 혼자 놀지. 친구가 없거든. 지금 난 그림을 그리고 있어. 혼자 그리고 있지. 뭐, 와서 보라고 그리는 건 아냐. 그렇지만 본다고 해도 말리진 않을게. 혹시 내가 그린 그림이 마음에 안 든다고 나를 때리지는 않을 거지?


위의 글을 어디 적어놓고 앞으로 쓸 일 있을 때마다 ctrl+c, ctrl+v 해야 되겠다.


syo는 <집적회로소자> 과목이 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은 처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미적분을 처음 배울 때, 물리2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그랬다. 대학에 들어와서는 <미분적분학>,<일반물리학>,<디지털논리설계>,<현대물리학>,<전자기학>,<회로이론>,<데이터구조>가 쉬웠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 후로도 <전자회로>,<반도체소자공학>,<수치해석>,<알고리즘>,<디스플레이구동설계>..... 그 많고 복잡한 수식들과, 무뚝뚝한 공학적 서술들과, 이 책을 보는 사람이라면 요정도는 당연히 배우고 올라왔으리라는 잔인한 가정과..... 이 모든 악랄한 것들이 전부 실리콘밸리든 어디든 syo는 가지도 못하며 평생 부러워만 해야하는 곳으로 떠나버렸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렇게 꾹꾹 눌러 4년을 마치자 syo는 "지금부터 아주 잘만하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메모리를 만들 수도 있을 수도 있을 수도 있는 먼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디스플레이, 프로세서, 배터리, 그리고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각각 syo같은 먼지들이 생성되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수학 할아버지와 과학 할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기괴하고 야릇한 이름의 과목들을 헤쳐나오는 데 고등학교 이과 2년, 대학 4+n년, 최소 6년을 오롯이 바쳐 겨우 '먼지'가 된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졸업즈음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어, 먼지들아 반갑다, 나는 '찌꺼기'라고 해, 너희들도 나처럼 대학원에 들어와 석사 2년을 마치고 나면, 당당한 '찌꺼기'가 될 수 있단다!


그 먼지들이 찌꺼기가 되고, 찌꺼기가 덩어리가 되는데 거의 10년이다. 그러나 여러 곳의 덩어리들이 한데 뭉쳐 가까스로 만들어 낸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위해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몇가지 손가락 기술, 항시 와이파이를 켤 것, 기기묘묘한 패턴을 만들 것, 안되면 껐다 켜볼 것, 과 같은 아주 단순한 기능 뿐이다. 그러나 전자공학을 배우고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는 누구도 스마트폰을 더 잘 쓰기 위해 전자공학이 더 쉬워지길 바라지 않는다. syo도 그렇다. 전자공학 연구가 어려워지고, 복잡해지고, 고도화될수록,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더욱 많아진다.


물론 syo도 페미니즘이 쉬웠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것은 더 잘 이해하고 싶은 욕심일 뿐이지, 페미니즘이라는 학문 자체가 syo의 이해선상으로 내려오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건 불가능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일이다. 물론 버틀러는 뒤지게 어렵게 쓴다. 이리가레는 읽기 위해 필요한 것이 많다고 들었다. 스피박은 본 적도 없는데 이미 죽은 견해라는 이야기도 어디서 주워 들은 것 같다. 페미니즘 이론 계보상 저어어어어 꼭대기에 있으니 그나마 괜찮겠지 싶어서 읽기 시작한 보부아르의『제2의 성』조차 지금 몇 주째 제대로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쉬웠으면 좋겠다. 그러나 좀 더 쉬울 수는 있어도, 겨우 얇은 책 10권 정도 읽어 본 syo가 확 이해할 수 있을만큼 쉬울 수 있는 것이 페미니즘이라는 학문이라면, 한 줌의 이론에 무너질 얄팍한 기반에 근거해 이리저리 여성들을 착취해 온 남성의 보잘 것 없는 역사가 한껏 더 보잘 것 없어지겠다.


페미니즘이 스마트폰처럼 우리의 생활을 바꾸기 위한 학문이라 해도, 그 저변에는 난해한 이론들이 깔려있을 수 있다. 그것은 전혀 과도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의 서점에는 이미, 밀어서 잠금 해제 수준으로 학문을 배제하고 생활에 밀착시킨 페미니즘 책들이 많다. syo의 눈에는 오히려 그런 책들이 너무 많아서 문제로 보인다. 페미니즘의 이름을 달고 나오지만 그저 여성이 쓴 에세이일 뿐인 그런 책. 


표면과 심층 사이의 그 깊은 간극, syo는 그 간극이 더 벌어졌으면 좋겠다. 다만 밑바닥까지 밟아 내려갈 수 있는 계단 같은 책들이 좀 더 단계적으로 나왔으면 한다. 이건 뭐, 밑바닥 볼려면 무조건 다이빙 말고는 방법이 없으니 페미니즘에 생업을 건 것도 아닌 입장에서 그냥 물장구만 퐁당퐁당 치고 말아야 하는 형국이긴 하다. 


벨 훅스의 책을 읽으면서 syo는 그런 생각을 했다. 페미니즘을 점점 어렵게 하는 학자들의 담론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만약 그들이 담론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가 다른 페미니즘 연구자나 활동가의 입을 닥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들을 고성능하이클라스특급쓰레기라고 불러야 되겠다고. 우리가 더 좋은 스마트폰을 사용해 더 다양한 생활의 편의를 구현하려면 전자공학의 담론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복잡해져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전자공학 박사학위자가 일반인들에게 당신들이 쓰는 방식은 틀렸소, 스마트폰은 이렇게 써야 하오, 나는 박사요, 내 말을 들으시오, 거기 당신은 스마트폰을 쓸 자격이 없으니 내일부터 폴더폰을 쓰시오, 나보다 스마트폰을 잘 아는 사람이 없으므로 나는 이런 결정을 할 자격이 있소, 당신들이 쓰는 것은 스마트폰이 아니오, 그러므로 당신은 스마트하지 않소. 뭐 이따위의 발언들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연구자가 아닌 일상의 페미니스트들이나, 페미니즘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도 해당사항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때로 주의를 주거나 경고를 할 수 있다. 아무리 방수가 된다지만 스마트폰을 물에 빠뜨리는 것은 좋지 않아, 배터리는 소모품이니까 1년의 무상 A/S 기간 안에 갈아주는 것이 좋아, 데이터를 함부로 쓰면 요금 폭탄을 맞아,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진동으로 바꾸는 게 어때. 그러나, 그런 행동들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개인이 법의 손을 빌리지 않고 임의로 타인의 스마트폰을 빼앗거나 사용할 자격을 박탈할 수는 없다. 타인의 페미니즘을 함부로 짓밟지 맙시다.




뜬금없지만 171101-171111 32권



1. 파씨의 입문

: 아프고, 슬프고, 부질없는 것들의 반복을 앞에서, 곁에서, 안에서 바라보는 눈. 언제 돌아올지 모를 다음 파도를 기다리며, 바닥이 없는 긴 구멍 속을 한없이 함께 낙하하는 눈.


2. 괴물과 함께 살기

: 사회철학에 대한 재빠른 일별. 두꺼운 책들이 눈을 부릅뜨고 기다린다.


3. 웃는 남자

: 만족 만족. 읽는 사람이 세상을 마주해 열린 관심을 가질수록, 소설의 기능과 가치는 더 선명하게 빛나는 법이다.


4. 다이어트는 운동 1할, 식사 9할

: 될까? 뭐든 열심히 안 하는 syo에게 살 빼는 일이야 열심히 안 먹으면 되니까 쉽지만, 건강하게 살 빼는 일은 뭘 열심히 해야 하므로 어렵다.




5. 시사인 528


6. 민주주의의 정원

: 호모 이코노미쿠스와 호모 폴리티쿠스를 죽이고, 애덤 스미스와 찰스 다윈을 제 입맛에 맞게 교접한 우리의 오래된 기계적 세계관을 깨고 나오자!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모든 학문 분야들이 전부 정원으로 향하는 우리의 길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라고 써놓고 보니 이 책의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작지만 훌륭한 경제사회 팸플릿 같다.


7. 루쉰

: 일본에서 나온 책이라, 루쉰이 유학하던 시절의 일본상을 명확히 그리기도 하고, 일본의 루쉰 수용사를 비중있게 다루기도 한다. 같은 분량의 다른 평전들에 비해 루쉰의 개인사를 조금 더 집요하게 파고드는 경향도 있다. 전체적으로 매력이 넘치는 평전은 아니겠다.


8. 니체씨, 긍정은 어떤 힘이 있나요?

: 삼촌, 니체가 뭐하는 사람이야? 라고 조카가 물어오면 이 책을 권하고 싶은데 조카가 없다.




9. 헌법의 주어는 무엇인가

: 헌법의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1조를 다시 읽는다. 어느 순간 철학과 관념의 평면으로 점프했다가 다시 정치와 권력의 평면으로 내려오는데, 두 개의 평면 위에서 놀 때는 능수능란한 반면, 평면 간의 이동이 갑작스럽거나 다소 거칠게 밀고 들어온다는 느낌이 있다. 헌법 1조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는 충분히 놀라운 책이다.


10. 고전으로 철학하기

: 읽을만 한 인문독서기록이다. 의견의 대립이 있는 부분에서는 양비론, 중용, 도덕책 속의 예쁜 말로 결론을 맺는 경향이 없진 않은데, 깔 때는 까 주고 말할 게 있을 때는 촥촥 내지르다보니 그렇게 눈에 밟히지는 않는다. 빨강이의 냄새가 난다. 아이 좋아라.


11. 약탈정치

: 한 권으로 끝내는 이명박근혜.


12. 마키아벨리의 네 얼굴

: <군주론>의 임팩트가 막강한 것은 전쟁터가 우리네 사는 마당 안으로 스며들었기 때문이고, 이것은 마키아벨리의 입장에서는 득인 동시에 실이다. 명성을 얻었으나 그 명성이 악명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군주론>을 다 읽고는 이제 마키아벨리를 다 씹어먹었다고 생각하지만 저자의 말에 따르면 그런 경우 고작 1/4의 마키아벨리를 알았을 뿐이다. 저자는 마키아벨리의 저작을 <서한집>과 <외교문서집>을 한 덩어리로 시작해, <군주론>, <로마사논고>, <피렌체사> 의 큰 네 덩어리로 끊는다. 군주론 하나 읽고 깝치지 말라는 이야기 같다.




13. 세상물정의 사회학

: 세상물정 아는데 알아야 하는 것이 이리도 많으니 게으르게 살아가지고는 답이 없겠다. 어휴.


14. 헌법의 발견

: 헌법의 대표적 조항들을 둘러싼 정치/철학/사회학적 지식들의 향연이다. 박홍순 선생님의 인문학 책 스타일을 실하게 보여주는 좋은 책. 다만 좀 재미가 없고, syo의 경우 이런 나열식 발췌 지식 사전 같은 형식의 책에서 얻은 것들은 빨리 휘발되고, 결국 책에서 언급된 문헌들을 하나씩 읽어가야 남는 게 있더라.


15. 종의 기원을 읽다

: 양자오는 무섭다. 어마어마하게 많이 아는 사람. 책도 좋다. 그러나 양자오의 책은 양자오처럼 무섭거나 어마어마하게 괜찮지는 않다. 쉽고 재미있다는 사실은 반박불가다.


16. 문제적 과학책

: 36권의 과학책을 결점으로 해서 꿰어나가는 과학사. 어렵진 않지만 딱히 재미가 있지도 않은, 무난한 과학사 책이겠다. 철학사도 그렇지만 과학사 역시 구슬 서 말을 꿰어 보배를 만드는 데 쓰는 끈이므로, 초심자가 과학 공부를 과학사 책으로 시작하는 것은 시간낭비가 될 공산이 크다. 근데, 이런 이야기를 왜 하고 있는 걸까.



17. 풍경 소리

: 구효서 선생님 회춘 소식을 전합니다. 만세. 이것은 구력이 없으면 도저히 쓸 수 없는 글인데, 상큼한 문체와 만나 이제껏 없는 작품이 나왔습니다.


18. 맹자를 읽다

: 양자오는 맹자를 투사로 본다. 논변의 투사. 그런 관점에서 맹자를 읽는 것은 과연 효력이 있다. syo가 보는 맹자는 분노와 혁명의 사상가다. 사람들은 자꾸 택도 없는 질문으로 맹자를 괴롭히고 그 덕에 맹자는 항상 화가 나 있다. 공자보다 맹자가 더 잘 듣는 약이 되는 시대다.


19. 한겨레21 1185


20. 베를린 일기

: 빵 터지면  별 다섯 개 원칙대로 별 다섯 개. 오십다섯 개.



21. 지금 당신에겐 시 한 편이 필요합니다

: 그 동안 시를 읽는다고 읽었지만, syo는 읽은 게 아니라 읽은 개였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22.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 반짝반짝 빛나지는 않지만 무엇인가 선명하게 가리키고 있는 윤고은.


23. 리영희 프리즘

: 리영희를 빌려와 오늘날(2010)을 조명하는 책. 리영희를 지식이 아닌 방법론으로 보는 셈인데,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방법론으로 기능할만 한 지식인이 과연 얼마나 더 있을까.


24. 작은 겁쟁이 겁쟁이 새로운 파티

: 제목부터가 딱 정지돈이다. 정지돈의 <정지돈> 이런 느낌이다. 단편도 장편 같고 장편도 단편 같다. 읽어보면 여지없이 정지돈이다. 여전히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할 것이다. syo는 그저, 정지돈은 정지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 뿐이다.




25. 다른 사람

: 많은 말을 하려고, 많은 글을 썼는데 모두 지워버렸다. 작가가 글을 너무도 선명하게 써서, 나도 이 모든 아픔과 슬픔을 이해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니 그 이해라는 것이 여전히 세상에 크고 작은 아픔과 슬픔들을 만들어내는 이들의 입에서 종종 나오는 '이해'라는 단어와 얼마나 다른지 확신이 없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뱉을 수 있는 말이 줄어드는 책들이 있다. 나는 부채감과 분노가 만드는 교집합의 어느 지점 위에서 그저 침묵만 거듭한다.


26. 즐거운 시 읽기

: 이 책을 보고 있자니 중고등학생이 시를 싫어하게 되는 이유를 잘 알겠는데도, '즐거운' 시 읽기 라고 제목을 붙인 것은 그야말로 반어법에 어떤 것인가를 몸소 보여주려는 살신성인의 태도겠거니.


27. 문단 아이돌론

: 우리에게도 이런 사람이 필요하거나 아니면 이미 있는데 못 보고 있거나. 어느 쪽이든, 얼른 눈 앞에 나타나라구요. 현기증 난단 말이예요.


28. 21세기 다윈 혁명

: 다양한 학문 분야에 다윈을 끌어들여 아전인수식으로 다윈의 위대함을 설파하는 책. 진짜 위대해 보이긴 한다. 19명의 저자가 짧은 글 한두 꼭지씩을 기고한 것인데, 글만 놓고 보면 수준이 고르지 못하다.



29. 이해 없이 당분간

: 아 재미지다. 흥미로운 작가들도 몇몇 발견. 아, 읽을 책이 또 늘었다. 깔려죽겠네.


30. 시사인 529


31. 그림으로 배우는 알고리즘

: 애기들 보는 애긔애긔 귀여운 책.


32. 알고리즘 행성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 어려운 책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책은 기술서가 아니라 인문학 / 철학서이기 때문이다. 공학도와 공학도가 아닌 이들에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러나 공히 어려운 책이겠다. 




그간의 길었던 백수생활을 청산할 필요성을 느끼고 가족 및 준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본 결과인데, 그들은 모두 syo가 이제라도 뭔가 생활력을 갖겠다는 데는 하나같이 찬성하였지만, 취업 전선에 나가겠다는 말에는 또 하나같이 반대를 하였다. 평생을 책상 앞에만 앉아 있다가 아직도 책상 앞에만 앉아 있는 니가 뭘 할 수 있겠냐며, 그냥 책상 앞에 계속 앉아 있되 책만 바꾸어 보기를 강권한다. 한 자리에 모아놓고 공청회를 가진 것도 아닌데, 마치 배후에 무슨 세력이라도 존재하는 것처럼 이렇게 다들 똑같은 말들을 한단 말인가. 두어 명 정도는 동의를 해 줘야 마이 웨이 가겠다고 우겨라도 볼텐데. 이건 마치 덤벼라 세상아 하는 기분이라 찍소리 못하고 납득. 내일부터는 사랑스러운 책들 대신 끔찍하게 생긴 몇 가지 법서와, 요약서, 문제집 같은 것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아, 책은 갔습니다. 이렇게 하루에 세 권 기세로 읽는 짓도 이제 끝이 난 것입니다. 앞으로 딱 250일만, 하루 10시간만 공부하기로 약정하였고, 위약하면 위약금으로 인생을 내놓을 판이라, 이제 한 달에 몇 권이나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syo무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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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2 1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12 1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bookholic 2017-11-12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원합니다~

syo 2017-11-12 19:2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ㅎ

2017-11-12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12 1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11-12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처럼 곧 자본주의에 착취 당하시겠군요. ㅠㅠ
무척 애석합니다. 그래도 앞으로 좋은 글 많이 남겨 주세요. ^^ 화이팅~~~^^

syo 2017-11-12 19:49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자본가의 밑을 닦아주러 가야 하다니.....syo도 역시 무슨 용빼는 재주는 없는지라 ㅎ

그러나 syo도 북다님처럼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화이팅은 잘먹겠습니다^^

2017-11-12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12 2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7-11-12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으로선 어려운 페미니즘이든 쉬운 페미니즘이든 그 어떤 페미니즘도 소중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20년후에는 주디스 버틀러를 까야겠지만 지금으로선 제 무지를 돌아보는걸로 만족해야겠죠.
그나저나 syo님은 로쟈님의 계승자이면서 이제보니 마태우스님의 계승자이기도 하십니다. 돌려까끼에도 일가견이 ㅎ 당했습니다 ~~ 의문의 1패입니다^^;;



syo 2017-11-12 21:09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ㅎ 저는 1승을 한 적이 없는데 어디서 1패를 당하셨어요ㅎㅎㅎ

돌려까기라고 느끼셨다면 그것은 오로지 syo의 표현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뭐라도 돌려 깔 깜냥이 된다면 syo역시 주디스 버틀러를 까고 싶습니다.시이소오님이 아니라요.



졔졔 2017-11-12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를린 일기에 저는 오백오십다섯개의 별풍...아니 별을 주겠어요.
저는 여자인데도 페미니즘이란게 어렵습니다ㅠ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여성이기에 거부감이 없는건 확실하더라구요.

syo 2017-11-12 21:25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저는 오천오백오십오개를.... ㅎ 하여간 정말 재밌는 책이었습니다.
페미니즘 책도 그만큼 재미있으면 참 좋을텐데요.

sprenown 2017-11-12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쉽네요.. 취업을 위해 무슨 공부,어떤 시험을 준비하는지는 모르지만 월등한 성적으로 합격할 거예요!

syo 2017-11-12 21:2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월등˝한 성적이라는 말이 힘을 엄청 북돋아 줍니다....

원더북 2017-11-12 2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헛;;;; 제가 조용히 애정하고 있는 시이소오님과 syo님이 남성이십니까??? 저는 여태 여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디서부터 저의 오독이 시작된 걸까요 하하핳;;;

syo 2017-11-12 22:09   좋아요 1 | URL
아하하하.
그것은 원더북님께서 ‘조용히‘ 애정하셨기 때문이 아닐까요? 때론 격한 애정만이 진실을 가져다주는 법입니다^-^

원더북 2017-11-12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분 글을 읽으면 뭔가 기분이 업! 되어서 책 수다 상대로 넘나 좋으신 분들일 것 같다고 생각하다 보니 당연히 저랑 같은 여성인 줄 알았어요. 이제부터 격한 애정을 가져보겠습니다 ㅎㅎ

syo 2017-11-12 22:32   좋아요 0 | URL
책 수다 상대로 시이소오님이 좋겠습니다. syo는 아직 내공 부족이라 ㅎㅎㅎ

그러나 어쨌든 syo 역시 격한 애정으로 보답하겠습니다 ㅎㅎㅎ

아무개 2017-11-13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틀러의 책은 저도 읽다가 포기했어요. 정말 어렵더라구요.
syo님 말씀처럼 남을 입닥치게하려는 잘난척만을 위한 어려운 페미니즘은 쓰레기가 맞을껍니다. 그건 다른 학문에서도 마찬가지일테구요.
학문으로서의 페미니즘과 현실운동으로써의 페미니즘은 달라야겠지요. 쉬운 벨 훅스나 정희진으로 시작할순 있지만 거기에서만 머물러서도 안되기에 학문적 성과를 기대할수 있을 만한 한국판 페미니즘 철학서를 고대하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여성들의 가벼운 에세이들도 많이 쏟아져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질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나의 언어 없이 살아왔던 수많은 다양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지금보다 더 많이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저는 페미니스트가 디폴트이고 페미니스트가 아닌 사람은 성차별주의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syo님은 어쩜 이렇게 재치만점의 좋은 글을 잘쓰시는지 매우 심히 격하게 부럽습니다^^

syo 2017-11-13 20:25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또 그런 것 같습니다. 허허, 줏대 없는 syo입니다.
글은 아무개님께 상찬받을 만한 건 못 됩니다^^ 내용은 없고 별 거 아닌 이야기를 중언부언 하느라 길게 썼을 뿐이예요ㅎㅎ

psyche 2017-11-15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준비인지는 모르지만 응원합니다! 그래도 계속 좋은 글은 쓰실거죠?

syo 2017-11-16 06:2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좋은 글은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뭐라도 쓰려고 애써보려구요 ㅎㅎ

토큰 2017-11-17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자오의 책을 두권이나 소개해주셨군요^^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하시는 준비 잘 되길 바랍니다!

syo 2017-11-18 01:4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즐거운 독서 되세요 토큰님^^

AgalmA 2017-11-19 0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취업하면 이런 보석(...아니 원석인가)같은 페이퍼 못 볼 거 같으니 다른 분들처럼 많이 아쉽네요. 자기 시간이 나는 job을 잡으시길 기대할 밖에^^;

syo 2017-11-19 09:48   좋아요 1 | URL
보석도 원석도 어렵겠으나 요로결석 같은 페이퍼는 아주 가끔 보실 수 있겠습니다. 그런 건 자주 보면 안 되지요^^
 


syo는 맞춤법에 민감하지 않고, 맞춤법에 어긋난 글을 만나도 지적하거나 글쓴이에 대해 특정한 견해를 갖지는 않는다. 제놈도 허구한 날 틀리고 앉았거든. 그러나 뜻만 통하면 된다는 둥, 언어는 원래 변하는 거라는 둥 하는 대답을 만나면, 그것이 그저 악에 받쳐서 빽빽 질러댄 핑계나 변명은 아닌지 좀 면밀히 살펴 보는 편이다. 


핑계도 적당해야 한다. '환골탈퇴'는 syo에게 '환장하겠네, 이 골 때리는 놈 탈탈 털어서 퇴비로 쓰고 싶다'의 줄임말이다. 이런 경우는 소통이나 변화를 들먹여서는 안되는 치명적인 멍청함이 드러나는 케이스라 하겠다. 가전 제품에 녹황색 채소를 쑤셔넣었으니 '에어컨 시래기'는 당연히 고장일 수 밖에 없다. '김머중', '박ㄹ혜', '세종머왕' 같은 말은, 정말 그게 재밌냐고 물어보고 싶다. 재밌으면 장땡이냐고도 물어보고 싶다.


그런가 하면, 한국인이 자주 틀리는 맞춤법 가운데 이중피동이 있다. '쓰다'의 피동형은 '-이'를 붙여 '쓰이다'로 충분한데, 또다른 피동형 공식인 '+지다/어지다' 까지 동원하는 바람에 '쓰여지다'가 되는 실수. 이런 건 정말 많이 틀린다. '보여지다', '놓여지다', '바뀌어지다'...... 그리고 문제의 '잊혀지다'가 있다.


오늘은 10월의 마지막 날이고, 매년 10월의 마지막 날이면 한 번쯤은 만나게 되는 노랫말이 있다. "아직도 기억하고 있나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가수 이용이 1982년 발표한 박건호 작사, 이범희 작곡의 <잊혀진 계절>의 도입부다. 여기서 우리는 맞춤법의 잣대를 들이밀어, '잊혀진 계절' 아니죠, '잊힌 계절' 맞습니다, 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할 수는 있다. 그런데 syo는 이 여기야말로 우리가 기계적인 맞춤법의 압제에 맞서 소통과 변화를 외치며 들고 일어나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벌써 35년을, 우리는 '잊혀진' 계절을 노래하며 살았다. "한 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서글프게 따져 물으며 각자 추억 속의 어느 시점으로 되돌아가곤 했다. 그렇게 35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제 와서, 너는 잊혀진 것이 아니고 그저 잊힌 것이었다니! 아니야, syo는 <잊힌 계절>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잊힌 계절'에는 '잊혀진 계절'이 지닌 아우라가 없다. 아, "한 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어야' 하는 건가요.' 라니......


갑자기 왜 이런 이야기를 했느냐 하면, 이번에는 어쩌다 보니 맞춤법 책을 몇 권 읽게 되어서. 헤헤.



171020 - 171031 35권


문학 8권



1. 파묻힌 거인

: 이시구로, 이런 기억의 요술쟁이.


2. 걱정말고 다녀와

: 김현(전설 속의 그 분 아닙니다)의 산문은 시에 비해 매력이 없고 단조롭다. 불온하기 짝이 없는 그의 시를 생각해 보면 그 간극이 참 놀랍다. 이부록의 삽화는 김현의 산문보다 시에 더 어울리겠다 싶을만큼 전위적이라 글이 더욱 아쉽다.


3. 더 나쁜 쪽으로

: 여전하시네요. 그래도 사랑합니다, 사과씨.


4. 나를 보내지 마

: 이걸로 이시구로는 끝. 험난한 길이었다. 가장 인기 많은 놈 중 하나로 마무리한 것도 의미가 있구나.


5.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

: 시집이 참 빽빽하다. 시어는 많지만 무엇을 가리키던 하나가 하나를 가리키는 것 같다. 의미를 다 알 순 없지만, 어쩐지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6. 다정

: 서문을 읽는 순간 구역질이 났다. 꾹 참고 읽어나가다 시인의 만행을 모르고 읽었다면 감탄했을 구절들을 보면서 소름이 돋았다. 표제작까지 닿는 데 채 10편 안 되는 시들을 읽다 더는 못 읽고 덮었다. 알고는 못 읽겠다.


7.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 아무래도 syo는 이다혜 기자의 글과는 안 맞다. 담담하고 따뜻한 글인 건 알겠는데, 읽을 책이 많은데 왜 이걸 읽고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쉬지않고 엄습한다. 별로 매력이 없다. 취향의 문제임을 한번 더 강조하면서.


8. 저녁의 연인들

: 좋은 시마다 옆구리에 플래그를 하나씩 붙여 가며 한 권을 다 읽고나니, 옆구리가 비어 있는 녀석이 겨우 두 손에 꼽힌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로다.....




수학 / 과학 / 공학 5권



9. 인공지능 70

: 귀여운 책에 자꾸 손이 가는 걸 어떡하나. 귀여운 책의 장점과 단점을 그대로 갖춘 평범한 귀여운 책이다.


10. 수학은 짝짓기에서 탄생하였다

: 얇아서 잠깐 읽기는 좋은데, 읽기 전후로 뭐가 달라졌는지는 모르겠다.


11. 세상에서 가장 쉬운 통계학 입문

: 맞네. 쉽네. 끝.


12. 공대생도 잘 모르는 재미있는 공학 이야기

: 정말 손나 유익하나 수학이나 과학에 전혀 기반이 없다면 100퍼센트 알고 지나가긴 힘들다.


13. 한 권으로 끝내는 세상의 모든 과학

: 이준호와 함께라면 어디든 가 보리~♪




읽기 / 쓰기 7권



14. 국어 독립 만세


15. 진짜 경쟁력은 국어실력이다

: 10년된 책이다. 


16. 소설 마시는 시간

: 글은 그저 그렇지만, 그림이 너무 예쁘고 책 전체의 분위기를 따스하게 만든다. 술을 좋아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술이라고는 참소주하고 참이슬밖에 모르는 무지렁이라....ㅠ


17.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 이제 더는 미루지 말고 장석주를 떠나야 한다.


18. 행복한 책읽기

: 다시 읽고 다시 읽어도 또 한번 다시 읽을 만하다.


19. 우물에서 하늘 보기

: 어렵지 않은 시를 어렵지 않게 풀어 어려운 세상에 연고처럼 비벼 바른다. 세상 사는 사람들 세상 사는 일이 조금 덜 아팠으면 좋겠다.


20.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 우리말 공부 책은 두고두고 반복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 안 읽고 쓰기만 자꾸 하다보면 점점 춤이 과해져서 결국 도랑에 빠지더라.




정치 / 경제 / 철학 8



21. 박4모

: 그림도 그림, 센스도 센스지만 이 사람, 기본적으로 글을 참 잘 쓴다. 깜짝 놀랐다.


22. 자본론을 읽어야 할 시간

: 쉽고 요약이 잘 된 책. 김수행 선생님 입문서와 강신준 선생님 입문서를 섞어서 반 뚝 자른 것 같은 책. 


23. 초기 그리스 철학

: 이런 건 하나 가지고 있어도 되겠다. 완간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24. 니체의 인생 강의

: 하나로 꿰어 관통하는 큰 흐름이 있다. 그 흐름이 니체 사상에서 가장 중요한 줄기임을 부인할 수 없으므로, 이 책은 얇으나 가치가 크다.


25. 보수를 지켜라

: ㅋㅋㅋㅋㅋㅋ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보수는 안전합니다"라고 표지에 써 있다. 읽는 방법은 두 가지다. "승객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이 배는 안전합니다" 거나 "손님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이 개는 안전합니다" 거나. 여하튼 안심했다. 


26. 러시아 혁명 희망과 좌절

: 거의 모든 사람을 오른쪽에 두고 있다는 최일붕 선생님이 전해주는 러시아 혁명 이야기. 독한 서술은 여전하다. 상대적으로 좀 얇다. 


27. 조선자본주의공화국

: 그러니까. 이게 말이 되지, 상식적으로. 그것들도 그것들 밑에 사는 사람들도 어쨌든 사람인데, 사람 사는 게. 


28. 명랑철학

: 아, 니체란 인간. 조금 더 경외감을 느꼈고, 조금 더 정떨어졌다. 이 책처럼 해서는 니체의 사상이 나치에 의해 그저 오남용되었을 뿐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기는 어렵지 않나.




사회 / 인물 7권



29. 루쉰전

: 당성이 있는 편이라 루쉰의 적대자(인 동시에 공산당의 적대자)를 신랄하게 까고 루쉰의 혁명적 역량은 굵게 칭송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좋은 평전이라 하겠는데, 문체가 평탄하면서도 힘과 깊이가 있다. 


30. 루쉰, 길 없는 대지

: 루쉰이 걸어왔던 행로를 되밟으며 그의 삶을 조명하는 1부와, 작품들을 하나씩 해설하는 2부로 이루어진 책. 그러니까, 전기와 해설서의 역할을 동시에 한다.


31. 가거라 용감하게, 아들아

: 과연 모든 책에서 어떤 견해와 맞서 싸우는 투사 박홍규 선생님. 다른 전기를 한 권 읽고 와서 보면 눈이 넓어진다.


32. 시사인 527

33. 한겨레21 1183

34. 한겨레21 1184


35. 그러니까 이것이 사회학이군요

: 사회학 책이고 심지어 남의 나라 사회학 책이긴 한데 사회학자나 사회학자 워너비가 아닌 그냥 읽고 쓰는 일을 즐기는 소소한 사람에게도 가치 있는 조언이 대량 등장한다.




아, 맞춤법 책을 3권이나 읽었는데, 뭐 나아진 게 하나도 없지...... sy무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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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과도기 2017-10-31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쯤 농담이고 반쯤 진담으로, 한국어 맞춤법은 국립국어원의 한국어 전공 연구자들도, 각 대학의 한국어 전공 교수들도 ‘가끔‘ 헷갈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어 어문 규범이 그만큼 복잡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 시무룩해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어로 글을 쓰는 사람에게, 한국어 어문 규범은 평생에 걸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니까요.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전공자인 저도 매일 낯설어하는 게 한국어 어문 규범입니다).
매번 재미있는 글 잘 읽고 있습니다. 힘내시라는 말을 주책맞게도 길게 했네요...^^;

ps. 본문 보다 생각난 것: 어문 규범보다 조금 더 높은 차원에서 한국어 문법을 따지고 들어가 보았을 때, 요즘의 10-20대에게 혼동(?)을 일으키는 노랫말은 아무래도 ‘양화대교‘(Zion-T)의 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syo 2017-10-31 20:14   좋아요 0 | URL
국립국어원장이 자기도 띄어쓰기에 자신이 없다고 충격고백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는 것 같아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도 힘이 나지만 인간의과도기님의 고퀄 리뷰를 보면 더 힘이 나겠습니다ㅎㅎㅎ 언제 또 올리시나 한참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다가 마침내 목이 빠졌습니다....

다락방 2017-10-31 20:55   좋아요 0 | URL
앗 인간의 과도기 님이닷!!!!

인간의과도기 2017-11-01 07:54   좋아요 1 | URL
알라딘에서 글 잘 쓰시기로 유명한 두 분께서 이리 저를 반겨주셔서, 어떻게 답변하는 것이 좋을까 밤 동안 고민하다 이제야 답댓글을 답니다.
제가 천성이 부지런하지 않은 데다, 최근 개인적인 고민이 있어 글을 쓰는 데 주저함이 있었습니다. 조만간(올해 안에?)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힘내 보겠습니다. 목 빠지시면 안 됩니다... 저는 그저 감사하다는 말씀을 두 분께 드립니다 ㅜㅜ

단발머리 2017-10-31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7.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 이제 더는 미루지 말고 장석주를 떠나야 한다.
의 이유를 알고 싶네요.

전체중에서 35번을 제일 먼저 읽고 싶어요.
근데, syo님 진짜 많이 읽으시네요. 부럽....
난 대한민국 평균 핸드폰 사용시간 3시간 지키느라 ㅠㅠ

syo 2017-10-31 23:35   좋아요 0 | URL
댓글로 대답하기에는 이유가 많고도 길어요. 점점 애증의 관계 비슷하게 되어가는 게 아닌가 싶고.

35번은 강력추천입니다. 17번은 장석주의 책을 3권 이상 읽은 사람에게는 비추입니다. ㅎㅎ

cyrus 2017-11-01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한국 맞춤법 검사기도 받아들이기 힘든 맞춤법을 알려줘요. 한글 프로그램이 자꾸 ‘잊혀지다‘를 ‘잊히다‘로 고치라고 할 때 제일 짜증나요.. ㅎㅎㅎ

syo 2017-11-01 12:25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냉혹한 한컴.

2017-11-01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17-11-01 12:27   좋아요 1 | URL
syo는 걍 씁니다! 웬만하면 구어체다보니 맞춤법 검사하면 멘탈이 털려서요...

봄밤 2017-11-11 2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쇼님 <저녁의 연인들>아직 못읽어봤는데 왕추천인가요? 아아 어서 읽어봐야겠군요!
그런데 언제 이렇게 다독다독하시는 건가요. 쇼님의 읽은 책 소개하는 페이지도 소화를 못하는 저는...(눈물)

syo 2017-11-11 22:15   좋아요 0 | URL
저는 참 좋았습니다^-^
부디 syo가 해태눈깔이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사실, 발단은 마르크스였다. 


자본론을 읽기 시작했다. 읽어졌다. 읽어져야지. 먹은 입문서가 몇 권인데. 한 꼭지를 읽고 책을 덮은 다음, 자 이제 한 번 써볼까. 써졌다. 그럼, 써져야지. 제낀 개론서가 한 박스다. 다 쓰고 읽어봤다. 응? 그것은 syo가 여지껏 읽어 본 글 중 가장 형편없는 글이었다. 뭐냐하면, 그냥 글. 이 글은 무슨 글입니까 하고 물으면, 한글이요, 라고밖에 대답할 수 없는 그저 글자들의 집합. 세상에서 제일 못 쓴 자본론 입문서보다 더 못난 글이 여기 있네? 


며칠을 끙끙 앓았다. 나의 독서는 뭐지? 읽을 수 있고 쓸 수 있으나, 정작 읽을 수 없는 글을 쓰거나 읽을 수 있는 글을 못 쓰는 독서. 자연히 쓰는 것도 읽는 것도 지치고 세상 만사가 다 귀찮아졌다. 독서판을 떠날까 잠깐 고민해 보았으나, 돌아보니 여기가 이미 벼랑끝인 걸 가긴 어딜 가.


돌아보면, 이건 옛날에 이미 관측이 가능한 결말이었다. 4학년 1학기를 마쳐갈 때쯤 지도교수님을 찾아갔던 일이다.


교수님, 유학가고 싶어요. 어디로. 교수님 박사하셨던 학교요. 거기 좋지. 네. 근데? 추천서 좀 써주세요. 교수님은 말이 없었다. syo는 식어가는 커피잔을 바라보며 조용히 기다렸다. 학점 관리는 잘 했냐. 네, 저 4점 넘어요. GRE는. 그거 할라고 들면 얼마 안 걸린다고 교수님이 그러셨는데요. 내가? 네. 다시 교수님은 말이 없었다. 커피는 이미 싸늘히 식어 있었다. 넌, 어렵다. 왜요, 저 학점도 좋은데. 넌 학점은 좋지만 깊이가 없어. 네? 넌 학점은 좋은데 깊이가 없다고. 깊이가 뭔데요. 너 지난 학기 때 뭐하고 돌아다녔었냐. 영화..... 그래서 그거 찍었냐? 아뇨, 각본만 하고 전 중간에 나왔죠. 너 이번 학기에는 뭐 한다고 그랬냐. 게임 제작...... 그래서 그거 만들었냐? 아뇨, 막판에 팀이 해체되는 바람에..... 그래서 넌 안 되는 거야, 넌 한 가지에 집중을 못하고, 맨날 일만 벌려 놓기 바쁘지 뭐 성과가 없잖아, 뭔가 하나 하다가도 금방 딴 데 한눈 팔고 그러잖아, 맞아 아냐. ......맞습니다. 그래서 넌, 유학 글렀어, 너한테 추천서 안 써줘. 네...... 그러니까 그냥 우리 랩실 와. 네.....네? 우리 연구실 오라고. 교수님, 전 학점은 좋지만 깊이가 없어서 어렵겠는데요. 아냐, 넌 깊이는 없지만 학점은 좋아서 괜찮아.


결국 유학도 못가고 대신 군대를 갔다. 늘상 이런 식이었다. 대학을 5년 다녔으나 일군 것은 하나도 없고 졸업과 동시에 입대. 군대에서 꿀보직을 받아 시간이 꿀처럼 흘렀으나 역시 일군 것은 하나도 없고 제대. 제 버릇 개나 좀 주지 그걸 못 주고 제대 후에도 이리 기웃 저리 기웃거리기만 하다 결국 자리를 잡지 못하고 현재 실업자 통계에 일조 중. 이런 처참한 인생이 결국은 다 선택과 집중을 할 줄 모르는 데서 비롯되었다는 진단이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마르크스야 그렇다 치고, 뜬금없이 리영희에 루쉰에......


겉보기엔 유익한 다독 욕심 뒤에 숨어 있는 마음이 어떻게 생겨먹었나 한참을 들여다 봤다. 많이 읽으려는 욕심은 많이 가지려는 욕심과 똑 닮아 있었다. 많이 가지려는 갈증이 얼굴을 바꾸어 많이 읽으려는 욕심으로 나타난 것이다. syo는 돈이 없으므로, 곳간에 쌀가마니를 쌓는 대신 두뇌에 정보가마니를 채워놓으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또, 병신이 되고 싶지 않았다. 겉으로는 아닌척 해도 이 나이 먹도록 이룬 것 하나 없는 백수라는 것이 못내 부끄러웠던 거라, 비록 가진 건 없지만 든 건 많으므로 나는 그렇게 후진 사람이 아니라며 스스로의 자존심에 아까징끼를 쳐바르고 살았던 것이다. 아이고, syo야, syo야. 그게 더 쪽팔리는 거야......아이고, 임마.



171011-171019 33권


문학 6권


1. 남아 있는 나날

: 남아 있는 이시구로의 책들이 이미 읽은 책들보다 더 많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2.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 1

3.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 2

: 그 행복감이 사라지고 두려움이 그 자리에 들어섰다. 이시구로, 이러지 마세요. 랜덤으로 책을 펼쳐서 한 챕터씩 읽으나 그냥 읽으나 별 차이 없는 책을 만들다니.


4. 시인의 사물들

: 시인. 한 때는 목말랐으나 이제는 추억 속에 못박아 넣고 먼지만 맞히는데도 아쉬움조차 가물거리는 희미한 그 이름.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이름.


5. 아픈 천국

: 우리가 몸을 잃고 떠도는 유령이라면, 체온을 만나기 위해 세상을 헤매는 괴물이라면, 차라리 서로의 시체를 서로의 가슴에 묻고, 물처럼 불처럼 찬란히 사랑하다 빠져 죽고 타서 죽어도 좋겠다.


6. 우리가 고아였을 때

: K.O.를 노리지 않는 이시구로의 문장. 한 방 없이 이야기를 축적해가는 영리한 전략.




철학 9권


7. 아미엥에서의 주장

: <이데올로기와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 하나를 꼼꼼히 읽을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번역은 그냥 그런 것 같다.


8. 마르크스주의 철학 입문

: 뭐지, 이 괴물 같은 사람은.거의 세상 모든 학자들의 말을 벽돌로 써서 마르크스주의 철학이라는 집을 지으려 시도한다. 신기하나 산만하다.


9. 에리히 프롬, 마르크스를 말하다

: 그러니까, <경제학-철학 수고>와 <독일 이데올로기>를 열심히 읽으라는 말씀이시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요.


10. 푸코에게 역사의 문법을 배우다

: 선선히 읽어 나갈 수 있는 푸코와 역사. 밀도는 낮다.


11.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 이 책의 제목이야말로 <철학하는 여자는 강하다> 같다. 강신주 네 이놈, 여성철학자가 어쩌고 어째? 하는 책이다.


12. 현재의 역사가 미셸 푸코

: 결국 마지막에는 푸코로 푸코를 죽여야 한다. 그말은 곧, 이미 나보다 앞선 많은 사람들이 푸코를 휘둘러 푸코를 죽여놨음을 의미한다. 푸코는 에이즈로 죽었지만 푸코의 철학은 푸코의 철학 때문에 죽었다. 근데 그 철학의 시체가 아직도 다른 말들을 죽이는 데 너무 유용하다.


13. 철학이 필요한 시간

: 철학이 쉬운 건 줄 알았다. 크게 속았다. 


14. 제 2의 성 

: 원전을 읽을 거라면 큰 의미가 없는 평이한 요약서.


15. 흐름으로 읽는 프랑스 현대 사상사

: 좋은 책이다, 이해가 쉽고 설명이 훌륭하다, 이런 평들을 올리시는 분들 참 부럽습니다. 내가 조금이라도 아는 철학자들에 관해서는 동의하는 바가 있는데, 배경지식이 없는 부분은 거의 이해가 잘 안 된다.....




읽기 / 쓰기 7권


16. 우리는 모두 저자가 되어야 한다

: 시키는 대로 하면 나도 막, 막, 저자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막, 막, 그렇다.


17. 집 나간 책

: 정말 부럽다. 얼굴 빼고 모든 것을 다 가진 당신.


18. 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

: 잘 쓴 알라딘 서재글 같은 책. 그러나 한 건의 실수 때문에 진정성에 살짜쿵 금이 갔다.


19. 글 잘 쓰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 분명 도움은 된다, 되는데, 왜 90%는 똑같은 말로 채워진 책들을 자꾸자꾸 찍어내냐고.


20. 고전과 인생 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

: 많이 읽는 사람들의 글은 각기 참 다르다. 자신의 것을 만드는 데는 쓰기와 읽기가 넉넉히 필요하다.


21. 문학은 노래다

: 도저히 이유를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책이 묻혔으므로, syo의 책 같은 건 태어나기도 전에 묻힌 셈이다.


22. 10권을 읽고 1000권의 효과를 얻는 책 읽기 기술

: 비록 제목은 낚시지만 내용은 충분히 가치있다. 그러니까 syo처럼 읽는 놈들을 나무라는 책인데, 옳다. 느끼는 바가 많다.




인물 5권


23. 리영희를 함께 읽다

: 스승을 만나러 처음 떠나는 길. 좋은 책이지만 사실은 아무 배경지식 없이 읽기에 적합하지는 않은 듯.


24. 한국 현대사의 길잡이 리영희

: 역시 강준만 선생님 스타일. 자료 인용, 자료 인용. 솔직히 방법론적으로 보면 리영희 선생님 다음 자리는 강준만 선생님이라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25. 리영희 평전

: 딱 이 책까지 읽는 순간, 이제 리영희 선생님의 책을 바로 읽어도 되겠다는 감이 왔다.


26. 역정 

: 자전인데 평전보다 나은 경우가 흔치 않다. 이 경우가 그 경우다.


27. 루쉰 그림 전기

: 참신하지만 장면을 위주로 서술하다보니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다. 그럼 재미가 덜한 법이다.




그 외 6권


28. 프랑스 혁명

: 장난하나..... 아무리 입문이고 총서라지만 역사서 쓰는 데는 자격이 필요한 법이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해? 동아시아가 노려보고 있다, 이 영감아.


29. 시사인 525-526

: 손석희 만쉐. 뉴스룸 만쉐. 뉴스공장 대박.


30. 언어 공부

: 언어학 책 주제에(?) 왜 딱딱하지 못하고 웃기는 거야. 니가 이렇게 웃기면 정작 웃겨야 될 다른 책들은 어떡하라고.


31. 엄마는 페미니스트

: 번역된 가즈오 이시구로의 전작을 다 읽고 다음 작가를 찾던 중 이 책을 펼쳤다. 다음이 결정되었다.


32. 글 쓰는 여자의 공간

: 읽고 쓰기가 지겹다는 생각은 읽고 쓰려면 언제든 그럴 수 있는 여유덕에 생겨나는 비만 같은 증상임을 알아채고 나니 슬럼프가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33. 그림 읽는 시간

: 사소하다. 그냥 한 번 피식 웃고 말 책. 





아무튼 그리하여 이런 모자란 짓은 오늘로 땡. 내일부터는 적게, 그리고 깊이 읽는 법을, 그러니까 집중해서 사는 방법을 연마해야겠다. 책탑은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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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7-10-19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많은 책을 읽어내는 쇼님의 눈을 존경하면서 이 긴글을 읽다가 잃어버린 제 눈을 찾아야 할 것아요.. 오른쪽 눈알이 빠진것 같은 데 왼쪽으로 구르는 것 같아요... 찾아서 다시 집어넣으면 내일 다시 쇼님의 글을 포함해서 알라디너님의 좋은 글 읽겠습니다...이만!

syo 2017-10-19 21:2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웃겨라.

좋은 밤 되세요. sprenown님!!

독서괭 2017-10-19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하심 교수님...-_-^
독서에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는 것도 좋지만, 그냥 그 자체로 즐기는 게 가장 좋은 거 아닐까요. syo님은 이미 충분히 즐기고 계신 것 같은데요^^

syo 2017-10-19 21:26   좋아요 0 | URL
원래 학생들 다른 대학원 안보내고 붙잡으려고 그래요 ㅎㅎㅎ 대학원은 다들 학부보다 더 좋은데로 지원하거든요 ㅎ

sprenown 2017-10-19 2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간신히 오른쪽 눈알을 찾았는데, 넣기전에 왼쪽 눈알이 다시 빠지네요..오늘 왠 지랄이야..

다락방 2017-10-19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은 글이고 너무나 귀엽습니다 쇼님 ❤️

syo 2017-10-19 22:04   좋아요 0 | URL
어느 포인트가 귀여우셨을까요 ㅎㅎㅎㅎ 감사합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원할거예요.

AgalmA 2017-10-20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펭귄 클래식판 <공산당 선언> 읽으니 엥겔스와 마르크스가 <독일이데올로기>에 왜 그렇게 열 올리며 집중했는지 이해 됐어요. 하지만 난 <독일이데올로기>책은 없지-,.-....<경제학-철학 수고> 좋다는 말 하도 들어서 준비는 해 놓았으나 언제 읽을지;;; 다들 노벨문학상 받은 이시구로만 관심주고 노벨물리학상 받은 킵손한텐 너무 관심 없어서 저는 그쪽으로 가기로ㅋㅋ 책청개구리~우후후

syo 2017-10-20 07:1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물리는 어려우니까요!! 일년에 평균 한두 권 읽는다는데 킵손은 부담이 크다..... AgalmA님이 읽고 좋은 리뷰해주시면 저도 꼽사리낄래요.

psyche 2017-10-20 0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저의 마음 탓인지 쇼님 글 읽으면서 울컥했네요. 나는 뭔가 나는 왜 읽나 하면서요.

syo 2017-10-20 07:1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왜 읽는 걸까요 이 험한 세상에ㅠ

cyrus 2017-10-20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쉰’하니까 ‘루쉰P’라는 닉네임의 알라디너가 생각나는군요. 그분도 책을 열심히 읽었고, 정성을 담아서 리뷰를 썼습니다. 루쉰P님이 마지막으로 쓴 글이 <루쉰 전집> 리뷰였어요. 그 이후로 활동이 뜸해요.

syo 2017-10-20 16:05   좋아요 0 | URL
기억납니다. 제 서재에도 댓글 한번 남기셨습니다. 눈탱이 밤탱이 된 주성치 사진을 프로필 이미지로 쓰셨지요.

캐모마일 2017-10-20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6. 역정 과 30. 언어공부 읽어보고 싶네요. 소개 감사드립니다.

syo 2017-10-20 16:05   좋아요 1 | URL
별 말씀을요. 즐거운 독서 되세요 캐모마일님^^

블랙겟타 2017-10-20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의 정성스런 글은 늘 잘 읽고 있습니다. ^^

syo 2017-10-20 16:43   좋아요 0 | URL
ㅎㅎ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뿌듯합니다. 그렇지만 과연 정성스런 글인지는 좀 더 반성해보겠습니다....

블랙겟타 2017-10-20 16:54   좋아요 0 | URL
계속 정성스런 글을 써주십사하는 무언의 압박입니ㄷ....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에요 충분히 좋은 글 써주시고 계세요 ㅋㅋㅋ

syo 2017-10-20 16:56   좋아요 0 | URL
앜ㅋㅋㅋㅋㅋ
 

 

감기 기운이 살짝.


뭔가 되려고 읽은 것은 아니었는데, 읽으니 자꾸 뭐라도 되고 싶은 욕심이 난다. 채 얼마 읽지도 않았으면서 염치도 없이. 책상 앞에 앉아서 할 수 있는 일들만으로도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한없이 앉아있을 텐데. 아무래도 살아 지나온 시간들이 너무 가볍다. 글로 옮기면 활자들이 날아올라 옅게 증발할 것 같은 말들, 경험들, 기억들. 소소해서 보잘 것 없거나, 혹은 소소한 것들 사이에서 선함과 아름다움을 캐어낼 눈과 손이 없거나. 어쨌거나 저쨌거나. 


syo야, 이놈 자식아, 니가 지금 읽는다고 읽지만, 봐, 사람 앞에 앉혀두고 십 분을 이야기 나눠도 듣는 게 있고 말하는 게 있는데, 책 한 권과 두 시간을 씨름하면서 읽기만 할 뿐 쓰는 게 하나도 없다면, 뭔가 이상하잖아?


결국 읽는 일도 지금 똑바로 굴러가고 있지 않다는 것. 



171001 ~ 171010 27권


문학 10권




1. 히로시마 내 사랑

: 고통은 사랑이 되고 사랑은 망각이 되고 망각은 이름이 된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를 마침내 고통의 이름으로 부른다. 그 밤 이후 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건, 결국 모든 일의 행로는 한 군데다. 히로시마와 느베르는 그들 바깥의 그 무엇도 상징하지 않는다. 그저 모든 것이 향하는 그곳으로 가기 위한 연쇄충돌 가운데 한 지점일 뿐이다.


2. 법 앞에서 

: 마음의 밑바닥을 박박 긁는 글쓰기. 카프카의 글에 공명하려면, 내 마음에도 바닥과 맞닿은 데가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카프카를 읽다가, 와, 내 이야기 같아, 하는 생각이 든다면, 그날 저녁은 혼자서 보내지 않으시기를 권합니다.


3. 그늘의 발달

: 이게 다 박재삼 때문이다. 내가 시를 좋아하게 된 것도, 시가 좋아 많이 읽으면서도 내 또래 젊은 시인들의 시를 슥슥 받아들이는 뇌구조가 되지 못하고, 가장 사랑하는 시인으로 고민 없이 문태준을 꼽는 것도. 모든 게 다 박재삼의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때문이야.


4.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 사랑받는 시집은 사랑받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그 이유들을 다 알아 내 그러모아도 사랑받는 시집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랑받는 시집은 사랑받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5. 밤이 선생이다

: 오래 읽은 사람이 쓰는 글, 오래 쓴 사람이 읽는 세상. 오래 오래 읽고 쓰시기를.


6. 녹턴

: 며칠 전 쓰기를,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에 한 챕터씩 읽겠다는 전략의 문제였는지 뭔지, 너어어어어무 재미없어서 잠만 잘 잤다." 했는데, 통렬하게 반성한다. 재밌다. 웃긴다. 웃길 줄 아는 사람이다. 침대에 누워 자기 전에 읽은 책에 대해 다시는 지껄이지 말자. 그건 읽은 거 아니다.....


7. 창백한 언덕 풍경

: 우울하고, 괴기스럽고, 떠도는 이야기들. 안개처럼 흐릿하고 퍼져 있어 실체를 드문드문 비추는 서술들.


8.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쓴 글들이라 그런가, 뭐 쏘쏘임. 그나마 최근 것들 읽으면서 이 사람 에세이는 솔직히 나랑 잘 안맞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굉장히 많이 나아진 거였어.


9.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 라고 생각했는데, 같은 시기에 쓴 이 글들은 또 낄낄 웃으며 재밌게 읽었다. 무라카미의 에세이는 정말 알 수가 없다. 허허.


10.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

: 이 책 읽혀주고 싶은 사람 많다. 대구 경북에는 더 많다. 읽고 알았으면 좋겠다. 자기가 헤쳐온 삶에 문제가 없음을 확신하는 사람이 얼마나 터무니없이 보일 수 있는지를.




힘내라, 마르크스!! 9권




11. 마르크스 평전

: 그야말로 "평전"다운 구성이다. 벌린이 마르크스의 사상적 측면에 주목하고 있는 반면 아탈리는 그의 외모, 말투, 버릇, 인간성부터 철학과 투쟁이 전개되는 과정들을 고루 묘사한다. 재미는 이쪽이 좀 더 있다. 아무래도 사람 냄새가 더 난다.


12. 칼 마르크스 전기 2

: <다시 쓰는 맑스주의 사상사>라는 책에서 이 책을 제외한 그 어떤 마르크스 평전도 논할 가치가 없다는 식으로 소개해놔서 기어이 사서들로 하여금 도서관의 보존서고를 뒤져내게 시켜 찾아낸 책이다. 1권은 소실.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소련마르크스레닌주의연구소"가 1973년 출판한 작품인데, 칭찬받을 만하다. 정말 건조한, 미사여구가 거의 없는 건조한 서술에 두 권 합치면 1000페이지가 되는 방대한 양. 그런데 그 건조한 서술이 독자를 혼란시키는 일 없이 돌직구로 쏙쏙 꽂아준다. 물론 100퍼센트 객관적인 책이라고 할 수는 없고, 소련에서 나온 책들이 열심히 까인다는 말도 있다. 내 입장에서는, 최고의 전기라 우긴다면 그것은 동의할 수 없지만 본인들이 주장하는 대로 가장 "정통적"이고 "완벽한" 전기라는 말은 인정. 아, 갖고 싶다, 이 책.


13. 칼 맑스의 혁명적 사상

: 왜 이 책을 개론서 가운데 최고라 부르는지 책이 스스로 여실히 증명했다. 이 책 한 권 들면, 필요 없어지는 자잘한 책들의 목록이 길다.


14. 루이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

: 입문서는 단연 앨피, 아직 한 번도 실망한 적이 없는 탄탄한 시리즈. 


15. 자본과 노동

: 마르크스가 직접 손을 댄 <자본>의 입문서. 희한하긴 한데, 읽는 사람이 거의 없는 분위기. 


16. 새로운 공동체를 향한 운동 공산주의 선언

: 정말 하나도, 하나도 틀린 말, 혹은 틀려진 말이 없는 200년 전의 말. 이런 글을 뚝딱뚝딱 쓰는 남자. 멋진 남자 마르크스.


17. 마르크스 21세기에 끌려오다

: 마르크스의 이름은 절반 정도는 훼이크고, 제국, 문화, 종교, 타자, 세계화, 젠더 등 21세기를 진동하는 굵은 이슈들을 다루기 위해 마르크스주의가 얼마나 쇄신되어야 하는지를 폭넓게 따져보는 좋은 책.


18. 프로메테우스의 경제학

: 철학적 관점에서 마르크스를 푸는 책들이 많고, 그러다보니 사실 오히려 비전공자 입장에서 마르크스는 의외로 어렵지 않은 철학자다. 그러나 본격 경제학적 견지에서 본다면 어떨까.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엄청 어렵고 복잡한 세계가 기다릴 걸? 근데, 한 번 열어보고 싶지 않니? 위협하면서도 유혹하는 희한한(어쩌면 유혹이 다 그런건지도) 책 되겠다.


19. 세계를 뒤흔든 공산당 선언

: 선언 자체도 의미가 있겠지만, 선언에서 촉발되었다고 볼 수 있는 다수의 혁명들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이 일품이다. 게다가 고병권 선생님의 해제는 그야말로 용 눈알에 점을 찍는다.




그 외 8권




20. 일요일의 인문학

: 의외로(?) 속눈썹이 긴 장석주 선생님. 이 책이 유독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어쩌면 이제 장석주를 놓아야 할 때가 온 것이 아닐까 싶다. 그의 글들이 마음을 흔들기보다 머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존재 자체로 여전히 가치 있는 작가라는 사실은 틀림없지만, 내 독서는 내 개인의 문제니까. 


21. 물욕 없는 세계

: 그러니까, 지금 자본주의의 목에 칼을 가장 깊숙이 대고 있는 전사는 마르크스가 주장한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아니라, 프롤레타리아들이 자본주의 소비와 소유 자체에서 일제히 이탈하여 자본을 굶기는 일이라는 것인데, 흥미롭다. 자본이 그렇게 쉽사리 죽어주진 않겠지만. 병행 전략으로 의미가 있겠다.


22. 강영계 교수의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이야기

: 크다, 넓다, 든 것이 많다, 낡았다.


23. 자크 라캉의 세미나 읽기

: 아니야, 아직 아니었어.....


24. 푸코 & 하버마스

: 백만 년만에 슬쩍 다시 간 보고 있는 푸코. 진정한 빨갱이가 되려면 알아야 할 게 많다.


25. 시몬 드 보부아르 익숙한 타자

: 지금 보부아르는 번역된 책도 구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지만, 입문서조차 충분치 않은 실정이다. 좀 더 알고 싶다 싶을 때쯤 휙 넘어가는 아쉬운 책이지만, 아쉬우나마 시작하기에는 이보다 더 마땅한 책이 없다.


26. 영어어순훈련 수식

27. 뉴욕 의사의 백신영어




연휴 전에 읽겠다고 쌓아 놓은 책탑은, 사실 망했다. 연휴라서 더 많이 읽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syo는 친구가 꽤 많은 놈이었고, 연휴가 길다 보니 친구들도 이런 저런 생각 끝에 syo를 떠올린 모양이고, 줄창 술을 마시다 보니 몇 번을 토했는지 모를 지경이다..... 가로수야, 미안하다. 그런 봉변은 처음이지?


계절이 바뀌었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진지하게 한 번 또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앞으로 140년 쯤 더 살 계획이니까, 휴, 생각할 게 산더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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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7-10-10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질문 드리기 엄청 조심스러운데요. ㅎ
syo 님이면 <자본론> 바로 들어가실 것 같은데,
얼마나 관련서 더 읽으시려고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syo 님 자꾸 이러시면 전 죽기 전 <자본론> 못 읽을 거 같습니다. ㅠㅠ

syo 2017-10-10 21:03   좋아요 1 | URL
하하하, 제가 겁쟁이라서 자꾸 도망치고 있었는데 북다님한테 딱 붙들렸네요.

기왕 말씀 나왔는데, 지금 읽고 있는 알튀세르 한 권만 다 읽고 당돌하게 자본론 도전해보겠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10-10 21:12   좋아요 0 | URL
마르크스가 쓴 <알튀세르~> 뭐 인가요? 저도 사서 쟁겨 놓은 책입니다. ㅎㅎ
syo 님의 <자본론> 리뷰 학수고대 합니다. ^^

syo 2017-10-10 21:16   좋아요 1 | URL
말씀하시는 책이 뭔지 모르겠어요 ㅎㅎ 그냥 알튀세르가 쓴 책 중 그래도 제일 쉽다는 <아미엥에서의 주장>입니다.

<자본론> 리뷰는 가능할까요 과연.....ㅠㅠ

북다이제스터 2017-10-10 21:23   좋아요 0 | URL
죄송합니다. 제가 착각했습니다.
마르크스가 쓴 <루이 보나파르트 ~> 뭐 였습니다.
ㅎㅎ 죄송합니다. ^^

서니데이 2017-10-10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저만큼 읽으려면 매일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읽으셨을것 같은데요. 연휴에도 책읽느라 바쁘셨겠어요.
syo님 편안하고 좋은밤되세요.^^

syo 2017-10-10 21:18   좋아요 1 | URL
못 마시는 술과 술과 술로 점철된 연휴였답니다....
어제까지 삐져 있던 syo의 간이 이제 좀 온화해졌네요.

서니데이님도 하루 마무리 잘 하셔요^^

cyrus 2017-10-10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yo님의 마르크스 관련 글을 읽을 때마다 syo님에게 합동북이라는 헌책방을 추천하고 싶었습니다. 대구에서 가장 큰 헌책방인데, 이곳은 80년대에 나온 마르크스, 레닌 관련 서적들을 보유하고 있어요. 요즘 나오는 사회주의 서적과 비교하면 철 지난 내용이지만, 그래도 잘 살펴보면 건질만한 내용이 있을 것입니다. ^^

syo 2017-10-10 22:09   좋아요 0 | URL
이런 걸 왜 이제 알려주셨나요.....
<아미엥에서의 주장>이 있네요! <칼 마르크스 전기 1>의 다른 번역본으로 보이는 책도 있고....

조만간 방문예정입니다.

아타락시아 2017-10-11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번 연휴동안 힘들게 9권 읽었는데, 27권 이라니. 더구나 쉬운 책은 하나도 안 보이네요. 대단하세요.^^

syo 2017-10-11 09:42   좋아요 0 | URL
별 말씀을요. 30권을 읽어도 3권 읽는 효과밖에 없는 모질이 독서법입니다.^^

독서괭 2017-10-11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문단에 많은 소소한 애서가들이 뜨끔 공감할 것 같네요.
가로수야 미안하다 에서 빵 터졌습니다. 왜 그러셨어요?ㅋㅋㅋ 역시 인생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군요. 그래도 그 와중에 이만큼 읽으시다니 훌륭하십니다^^

syo 2017-10-11 16:0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 와중에 ㅎㅎㅎㅎ

그 가로수 죽거나 그러진 않았겠죠, 설마?
 


불국사를 다녀왔다. <불국사 마르크스 연등제> 준비차 답사 간 것은 아니고, 경주에 일이 있었던 여친과 함께 갔다가 그녀가 업무를 보는 세 시간 동안 혼자 불국사를 배회한 것이다. 혼자는 아니었다. 마르크스 평전과 볼빨간 사춘기의 신보와 함께 불국사의 이곳 저곳을 훑다 돌아왔다.


탑은 생각만큼 높지 않았다. 높은 것은 탑 꼭대기에 걸린 하늘이었다. 아무리 고개를 꺾어봐도 꼭지를 찾아낼 수 없는 푸른 하늘이 두 개의 탑을 깔고 있었다. 하루 종일 보고 있으래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파랑이 가득 차 있었다. 아마도 그래서 탑을 놓았을 것이다. 한없이 하늘만 바라보다 하늘로 날아가 버릴까봐 하늘을 쿡 찔러 구멍을 내려 했을 것이다. 파란 구멍이 흘리는 하얀 눈물처럼 탑은 섰다. 가을의 불국사는 하늘의 눈물 흐르는 자리, 하늘의 볼이었다.


방수 바지를 입은 아저씨가 연못 안에 들어가 웃자란 풀을 잘라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대빗자루를 든 할아버지가 작지만 깊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들은 아랑곳 않고 연못 가에 앉아 먹이를 던지고 모여드는 잉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잉어가 만드는 낮은 물고랑 사이로 들락날락하던 햇살이, 아이들을 지켜보는 아버지의 얼굴도 들렀다 간다. 눈부실 것 없는 정경들이 순간을 눈부시게 만들었다. 


앞서 걷는 두 사람의 손등이 닿을 듯 말 듯 애꿎은 공간만 움켜쥐고 있다. 그 두 손등이 스치기를, 찌릿한 순간이 찾아와 어쩌면 오늘 하려고 준비했을 어떤 말들이 세상에 나오기를, 그 말들이 두 사람의 손을 뒤집어 손등이 손바닥이 되는 조용한 기적을 만들기를 우리 모두가 응원하고 있다. 바람도 그 사이로 들지 않을 것이다. 햇살도 비켜가고 그림자는 저희 먼저 온몸을 겹쳐 볼 것이다. 세상의 눈에는 티끌같지만, 그들에게는 너무도 위대한 기억의 한 장면이 될 그 순간에 미지근한 미소 하나 보태어 보겠다고, 나도 계속 그들의 뒤를 따라 걸을 것이다.


굵은 나무 둥치 옆에 너른 돌 하나가 누웠기에, 그 위에 앉아 본다. 책을 꺼내 든다. 사람들이 두렁두렁 이야기와 그림자를 굴리며 지나가고 나는 책장을 넘긴다. 스르륵, 책장 넘기는 소리가 지나는 사람들의 뒷꿈치에 묻는다. 내가 던진 이야기들을 자기도 몰래 몸에 싣고, 사람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투명한 소리 한 자락 업은 채 세상 구석구석으로 흩어질 것이다. 딱 그만치, 몇 줄의 이야기가, 책장을 넘기는 가벼운 소리가, 세상을 아주 조금 더 부자로 만드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안경을 벗고 나뭇잎들을 바라보면, 그냥 하나의 초록이다. 경계를 빛으로 짤랑짤랑 녹여먹고, 커다란 하나의 녹색이 된다. 하나가 나 혼자 감당하기에 너무 크다. 다들, 큰 절을 다 돌았는데 마음이 아직 비어 있다면 이 광막한 초록이나 한 근씩 끊어 가시기를. 오늘 저녁상은 초록으로 배부르겠네. 




170923-170930 : 31권


문학 : 8권




1.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2.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책장은 작은데 책이 많아서, 한 덩어리 집어 내서 정독한 다음 팔아버릴 생각으로 둘러보았다. 이제 무라카미를 떠날 때가 온 것 같다. 소설은 끝끝내 팔지 않겠지만, 솔직히 무라카미의 에세이는 대부분 팔아도 양심에 찔릴만큼은 아니다. 나한테는 책장에 꽂아 놓고 일생 몇 번씩 반복해서 읽을 만하지는 않다.


3. 꿈의 꿈

: 줌파 라히리가 이탈리아어를 선택한 것에 안토니오 타부키의 영향이 컸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주워 들은 것 같다. 나도 지금 엉덩이가 들썩들썩한다. 아, 타부키가 쓴 말로 타부키가 쓴 글을 읽을 수 있다면.


4. 인도 야상곡

: 삶의 국면 국면마다 내 힘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마력을 휘둘러 나를 전작주의로 잡아끄는 작가들이 늘상 있었다. 그들은 치명적으로 왔다가 몇 년 뜨겁게 머물고 조용히 떠났다. 김용, 파울로 코엘료, 무라카미 하루키, 알랭 드 보통...... 지금 제일 길게 앓는 중이니 결국 가장 이르게 떠날 것 같은 작가는 나쓰메 소세키이고, 이제 막 앓기 시작했으니 결국 가장 오래 머물다 갈 것 같은 작가가 이 사람, 안토니오 타부키다.


5.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4

6.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5

7.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6

8.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

: 책을 사랑하는 사람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담긴 책 사랑 사랑 책입니다. 그러니까, 인생에서 중요한 두 가지는 책과 사랑이로군요.


 



붉은 얼굴 마르크스 일당 : 4권



9. 마르크스의 자본,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 우리 나라도 좋은 나라라 할 만한 것이, 이제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마르크스 책들도 꽤 된다. 이 책은 그런 아이들 몫을 다 읽고 나면 바로 다음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는 책이라 하겠다.


10. 다시 쓰는 맑스주의 사상사

: 어떻게든 읽어냈지만, 결국 이 책에서 소개하는 수많은 맑스주의 철학자들을 각개격파하지 않고서는 아무 의미 없이 사라질 기억, 잊혀져 갈 추억일 뿐이다.


11. 사회주의란 무엇인가?

: 사회주의에 대한 저자의 열망이야 높이 산다. 그러나, 택도 없는 말을 내세우면서 페미니스트들은 본인들이 주장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단정할뿐더러, 그걸 사회주의는 해결할 수 있다며, 그 논거로 꼴랑 엥겔스의 저작 두어 개와, 마르크스가 '원시 사회'에는 남녀가 평등했음을 주장했다는 점을 대는 것이다. 이윽고 해결책이라고 내 놓은 게 결국은 맨날 말하는 그 계급혁명이다. 계급혁명만 되면 다 된단다. 한숨이 다 나온다. 아이고 이 양반아......


12. 마르크스, 자본주의의 비밀을 밝히다

: 좋은 책이고 쉬운 책이다. 추천하고 다녔을 것이다. 김수행 선생님의 <자본론 공부>가 없었더라면. 아, 하늘이여, 주유를 세상에 내고 왜 또 제갈량을 내셨나이까.....




검은 얼굴 프로이트 일당 : 5권



13. 트라우마 이후의 삶

: 정말 이렇게까지 설명을 잘 할 수도 있는 것인가? 과연 정신분석 분야의 두 믿을맨, 혜성같은 쌍현, 맹정현과 백상현의 책은 손에 들면 절대 후회할 일이 없다.


14. 다시 프로이트, 내 마음의 상처를 읽다

: 가벼운 책이다. 저자의 임상 경험을 사례로 제시하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프로이트 입문서를 더도 말고 딱 두 권 읽는 순간, 이 책은 더 이상 효용이 없다.


15. 프로이트

: 얕다. 분량을 할애하는 방식이 의아하다. 이 책으로는 안 된다.


16. 에크리 - 라캉으로 이끄는 마법의 문자들

: 김석 선생님의 글은 참 희한한 게, 알아 듣겠는데 모르겠다. 라캉이 그랬다는 건 알겠는데 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그러면 이 지식은 날아가는 것이다. 이 선생님 정말 아는 거 많아 보였는데, 내가 좀 더 많이 알고 나서야 감탄할 수 있는 책이려나?


17. 라캉 읽기

: 라캉 개론서 역시 참 희한한 게, 같은 개념을 다루는데도 책마다 내용이 다른 것 같다! 완전히 다르다는 건 아니지만, 관점의 차이라고 치부하고 말기에는 좀 더 다르달까. 그런 고로, 한 책을 읽고 나면 다른 책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지들끼리 상호보완적 독서망을 구성한다. 신기한 것들일세.




철학 / 읽기 : 4권



18. 현대철학의 광장

: 700페이지나 되는 책이다. 전체를 읽지 못했다. 그저 지금 관심을 두고 공부하는 중인 철학자들의 챕터만 읽다보니 절반 정도 보고 반납한 셈이 됐다. 내가 읽은 한에서는 설명이 쉽고 이해가 편했다. 조광제 선생님 다른 책은 어려웠었는데...... 언제고 다시 만날 책이다.


19. 어려운 책을 읽는 기술

: 업과 무관하게 독서하는 사람 치고는 꽤 많은 책을 읽어왔고 또 읽고 있지만, 어려운 책들은 요리조리 잘도 피해왔다! 주변 사람들이 하도 책을 안 읽어가지고 이거로도 충분히 잘난 척, 깨친 척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짓도 이제 슬슬 질렸나 봐. 어려운 책을 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다니. 역시, 책 많이 읽으면 사람이 되긴 되나 봐. 이제와서 사람이 되다니....


20. 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삶을 바꾼다"는 거창한 제목을 감당할만 한 읽기책을 만들 수 있는 사람 몇 안 된다. 이 사람은 된다.


21.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 처음에는 헛소리라고 생각했으나 읽다 보니 그렇지가 않은데다, 설령 헛소리라 한들 이 정도로 찰지게 구성하면 받아들여줄 만도 한 거 아닌가 싶다. 음, 그러니까, 나를 위해 읽고, 나를 위해서라면 읽지 않고도 말하고, 필요하다면 내용까지도 새로 구성할 수도 있는 일인 것을, 거꾸로 책이 나에게 읽는 노동을 명령하도록 두지 말라는 뜻 같기도 하다.




정치 / 경제 / 사회 : 3권



22. 30분 경제학

: 쉽게 읽으면 쉽게 날아가는 법이다. 이제 두꺼운 이론서를 겁내지 말자.


23. 마키아벨리를 위한 변명, 군주론

: 본격 애들 책.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으나 애들 책. 읽을 만하나 애들 책.


24. 여혐, 여자가 뭘 어쨌다고

: 이 책을 읽게 해주신 멘토님의 말씀에, 여자 입장에서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들이라 좀 아쉬운 데가 있다고 하셨다. 내 눈에도 일견 그랬다. 그러나 이 당연함은 그저 당연함만으로 끝나지는 않고, 아마 당연함과 그렇지 않음 사이에 서서 양쪽에 한 발씩을 올린 채 갈 길을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인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인물 : 4권



25. 내가 사랑한 여자

: 읽을 책 목록을 대폭 늘리는 데 사람 이야기 만한 것이 없다. 일이 점점 커진다. 아아.....


26. 마키아벨리

: 훌륭하다. 이 시리즈의 책을 읽다가 감동하는 일이 생길 줄이야.....


27. 칼 마르크스 - 그의 생애와 사상

: 몇년 전 읽었을 때는 왜 몰랐을까. 마르크스도 마르크스지만 이사야 벌린이라는 이 걸출한 사상사가의 고품격 하이크라스 글빨을.


28. 별★종의 기원

: 표지부터 이미 비범하다. 살짝 풀린 오른쪽 눈. 난 그동안 이 사람이 훌륭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어마어마하게 훌륭하고 고귀하고 존경스럽고 멋있고 잘 생긴 사람이었다.




기타 : 3권



29. ENGLISH IS NOT EASY

30. 영어 리딩 무작정 따라하기

31. 시사인 524



.......


후일담을 적고 싶은데, 왠지 오늘은 너무 피곤하다. 얼마나 피곤한가 하면, "김동리와 박목월의 서재를 재현한 곳 사진을 찍었는데 피곤해서 못 올리겠다." 라고 쓰려고 했는데, 써 놓고 보니 "박동리와 김목월의 서재를....."로 되어 있었다. 


연휴 첫 날인데, 한 권도 읽지 못했다. 올해 6월부터 본격 독서를 시작했는데, 한 권도 읽지 못한 날은 처음이다. 연휴는 이제 아홉날 남았고, 읽을 책은 스물두 권이다. 앞이 노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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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라투스트라 2017-09-30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좋아요!!

syo 2017-10-01 07:1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밤에 쓴 거라 아침에 보니까 손발이 좀 오그라드네요
....

psyche 2017-09-30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윗 분에 공감. 글이 좋아요!!! 불국사 부분은 마치 소설의 한장면 같네요.

syo 2017-10-01 07:15   좋아요 0 | URL
시늉을 해 본 거죠. 과한 칭찬이세요~^^

다락방 2017-10-01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윗분들 말씀에 저도 공감요. 불국사 이야기 편은 시 같아요.
아 맞다. 저는 어제 광화문 갔다가 김이듬의 새 시집을 샀어요. 후훗

syo 2017-10-01 08:00   좋아요 0 | URL
읽고 페이퍼 써 주세요! 불국사글 같은 짝퉁 말고 진짜 시를요 ㅎㅎㅎ

이하라 2017-10-01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연휴네요 불국사의 초록과 함께이진 못하지만 저도 나름 초록 속에서 보내게 될 것 같습니다 syo님도 즐거운 추석연휴 되세요^^

syo 2017-10-01 09:24   좋아요 0 | URL
초록의 추석 좋네요! 이하라님도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세요~~

수연 2017-10-01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좋습니다. 아침부터 훈훈해졌어요, 덕분에.

syo 2017-10-01 10:12   좋아요 0 | URL
말씀 덕분에 저도 훈훈하게 하루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sprenown 2017-10-01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 오셨군요..눈건강을 위해 책 너무 많이 읽지 마시고, 추석연휴 잘 보내세요.. 좋은 글로 다시 뵙겠습니다.

syo 2017-10-01 12:53   좋아요 0 | URL
sprenown님도,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독서괭 2017-10-01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부럽습니다~ 광막한 초록 한 근이라니, 맛있는 표현이네요. 빨강과 초록이라... 돼지두루치기 쌈싸먹고 싶....
정말로 <마르크스 평전>부터 펼쳐 드셨나요? 그래서 아직 한 권도 못 끝내신 건가요? 그 산만 넘어가면 내리막길일 겁니다. 힘내세욧~~!! ^^

syo 2017-10-01 22:38   좋아요 0 | URL
오늘 두어 권 더 봤어요 ㅎㅎㅎㅎ 그래도 아직 산이야.....ㅠㅠ

서니데이 2017-10-01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휴에 스물두권 읽으시려면, syo님 휴일 아닐 것 같은데요. ^^;
추석연휴 오늘이 둘째날인데 30분 남았어요.
syo님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좋은밤되세요.

syo 2017-10-02 07:37   좋아요 1 | URL
하루가 지나갔네요 ㅎㅎㅎ 서니데이님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2017-10-03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05 2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