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에 쌓인 먼지를 걷고 읽은 책을 읽지 않은 책 뒤로 옮기는 작업을 하다가 오래 잊었던 책 한 권을 발견한 s는 그대로 퍼질러 앉아 그 책을 끝까지 읽었다. 그 책의 이름이 무엇인지, 어느 시대를 살던 누구의 작품인지가 우리에게 중요치는 않다. 책 한 권만큼의 시간이 점이나 선처럼 연약하지만 뚜렷하게 녹아버리는, s의 인생에 때때로 찾아오는 이 마술 같은 사건의 구성 요소들이야말로 잠시나마 생각해볼 만하다.

 

지금보다 더 젊고, 어리석고, 무모하였으며, 그래서 더 선명했던 s가 있었을 것이다. 젊음이 늘 그런 것처럼, 자신을 한 가운데 꽂아 그걸 축으로 세상을 돌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 신성한 회전의 어느 지점에서 s는 한 권의 책을 만났을 테고, 그 책이 무겁고 끈적하게 s에게 달라붙어 세상의 공전 속도로 착각되던 s의 자전 속도를 얼마만큼 늦췄을 것이다. 그리고 천구에 별자리가 박혀 이야기를 증명하듯, 그 만남이 s의 마음에 박혀 무엇인가를 증명했을 것이다. 젊고 어리석고 무모하여 그때는 알지 못했지만, 뒤이은 수 천 수 만 걸음 중 몇 발 정도는 그 만남에서 비롯하였을 것이다.

 

인생의 항로는 등 뒤로만 펼쳐지는 것 같다. 앞은 그저 어두울 뿐이고, 몇 개의 가느다란 선분으로 이어진 흔적만이 지나온 날을 기록하며 존재를 외치고 있다. 사람의 생 전체는 하나의 별자리고, 사람의 현재는 그 별자리의 제일 끝별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의 선분으로도 이야기는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만남은 그 선분을 다시 한 번 꺾어 다음 자리에 새로운 끝별을 박는다. 그러면 다시 이야기는 새로워진다. 끝별은 자기가 별인 줄 알아도 어느 별자리의 끝별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어제까지의 별들을 바라보며, 이 긴 항로가 어떻게 변곡되어 왔는지 추측하는 밤이 있다. 변곡의 밤과 추측의 밤 사이의 거리는 늘 멀다. 그러나 너무 멀지는 않다. 너무 가까이 서면 별은 보이고 별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너무 멀리 서면 별자리가 하나의 별로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너무 이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은 어느 시기에, 언젠가 읽었던 책을 다시 한 번 읽어야 한다. 우연으로, 혹은 의지로. 그러나 어느 쪽이든, 그건 하늘의 뜻과 시간의 조력이 조금은 필요한 일이다.

 

 

180901 180918 : 24



1.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 기본소득에 관한 책들은 의외로 많지만 막상 읽어보면 의외로 이렇게 많을 필요가 없겠는데 싶을 만큼 겹치는 데가 있다. 그렇다면 든든한 한 권을 여러 번 읽는 것이 남는 일일 수 있다. 아직 서너 권밖에는 읽지 못해 섣부르지만, 아직까지는 이 책이 바로 그 한 권이다.

 

2. 언젠가, 아마도

: 보자마자 이건 내가 따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글을 쓰는 사람이 있고, 읽는 사람이 이 정도면 나도 하겠는데 하는 착각에 취해 백지 앞에 마주앉아 좀 끄적대고 나서야 비로소 그 경지를 드러내는 글을 쓰는 사람도 있다. 초식이 없는 무공이 결국 가장 무서운 무공임을 설파한 무협지가 있었다. 색깔 없음을 색깔로 삼는 작가는 깊이를 짐작하기 어려워 무섭다. 아무렇게나 쓸 수 없는 글을 아무렇게나 쓸 수 있는 글인 것 마냥 위장할 수 있는 작가는 무슨 일을 칠지 짐작하기 어려워 무섭다.

 

3.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 처음 이 책을 읽고 작가 후기에서 이 작품이 소설이 아니라는 식의 쓴 소리를 많이 들었다는 진술을 발견했을 때, 그 사태를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하루키에 손대기 전 거의 전작을 하다시피 했던 작가가 배수아였기 때문인데...... 하여간 오늘날의 자리에 가져와도 독특하고 독창적인 작품이긴 하다. 젊은 날 만났던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감동까지야 다시 찾아오진 않았지만, 생각해보니 원래 항상 하루키는 좋은데 왜 좋은지 딱히 설명하기 힘든 양상으로 좋았던 것도 같다.


4. 남자는 불편해

: ‘남성성이 담지하는 수많은 것들 가운데 syo가 가장 경기하는 것은 이성객관성이다. 그건 남자와 여자 중 누구의 것이냐는 문제가 아니라 누구의 것도 되기 힘든 것에 가깝다. 도대체가 스스로 객관적이라 생각하는 인간이 어떻게 객관적일 수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 근거도 없이 자기가 파악하는 편향적인 자기 정보만을 근거로 스스로를 객관적이라고 칭하는 것이, 어떻게 이성적인 행동이란 것인지. 스스로를 표준의 자리에 올려놓는 저 무지함, 무심함, 무자비함 같은 것들을 이 책은 때리고 있다.

 


5. 전한길의 공시 합격을 위한 선한 영향력

: 하루 최소’ 16시간씩 6개월간 공부했다는 거대한 7·9급 영웅들의 장쾌한 일대기가 담겨 있는 책. , 이 좋아 미치는 독서를 해도 10시간이 넘어가면 식상해서 식상사할 지경인데. 저들을 과연 인간 승리라 해야 하나, 인간이길 포기한 공부짐승이라고 해야 하나.....

 

6. 단어로 읽는 5분 한국사

: 책이 이쁘게 잘 빠졌다. 하지만 한국사라는 타이틀을 만나면 어느 정도의 함량을 기대하기 십상인데, 그걸 채울 만큼 알차다고 할 순 없겠다.

: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다. 그러나 syo에겐 아이가 없지. 그리고 아이에게 읽히고 싶은 책은 있는데 책을 읽히고 싶은 아이가 없다는 대구를 뼈대로 하는 이런 식상한 말장난, 이번을 마지막으로 그만하고 싶다. 그러려면 애들 읽기에 좋은 책은 이제 슬슬 알아서 커트해야 하겠다......

 

7.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 더할 나위 없는 것이 최고를 뽑는 조건이라면,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는 단연 2018syo 주최 양서대상 대상 수상작으로 점쳐진다. 이런 걸 쓰다니. 그리고 이렇게 쓰다니. 존경이라는 것을 한 번 해볼까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8. 블랙코미디

: 이런 건 재능인가.

: 이런 걸 책으로 엮어 내면 득보다 실이 클지도 모른다. 독서가들은 책에 관해선 아무래도 엄격한 편이니까.

 


9.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6가지 코드

: , 별 거 없네요. 이 장르의 책이 대충 그렇지요.

 

10. 빵 고르듯 살고 싶다

: 사는 게 다 비슷하다고 느끼게 하는 삶이 있고, 제각각 다 달리 산다고 느껴지는 삶이 있다. 또한, 에세이는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에세이가 있고, 에세이는 제각각 다 다르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에세이가 있다. 삶과 글은 상관이 있지만 꼭 함께 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세상에는, 나랑 사는 게 비슷한 것 같지만 어쩐지 다르게 느껴져 식상하지 않은 에세이나. 나랑 사는 게 전혀 다르지만 어쩐지 나와 닮아 있어 친근한 에세이가 있다. 많이 읽어야 내게 좋은 에세이를 만난다.

 

11.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 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을 아프게 하는 이야기가 나는 아프다. 손을 내밀거나 내밀려다 마는 것도 아픈 사람이고 그 손을 잡거나 뿌리치거나 그 손에 침을 뱉는 것도 다 아픈 사람이다. 주고받는 그 손이 아픈 사람들을 아프게 할 동안, 아프지 않은 사람들은 그런 방식을 손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영영 아프지 않다. 아픈 사람은 점점 아프고 아프지 않은 사람은 늘 아프지 않다.

 

12. 고민과 소설가

: 진짜는 에세이인가.



13. 꿀벌과 철학자

: 기획 자체가 흥미롭고 귀하다. 하지만 이런 책은 대체로 소수의 팬을 만들고 다수로부터 무관심의 대상이 되기 쉽다. syo는 다수가 되었다.

 

14. 정치는 잘 모르는데요

: syo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좋은 책,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정치적 중립이 아니라 정치적 올바름이다. 그러나 어쨌든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책은 그 자체로 가치와 의미가 있다. 자신의 생각을 너무 과신하지 말자. 솔직히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은 잘 벼려진 좋은 생각을 알려주는 것보다 못할 때가 많다. 그래도 가끔 더 나을 때가 있다.

 

15. 우미인초

: 소세키에 대한 편애로 가득 찬 인간으로서 무심히 별 다섯 개를 때렸지만, 솔직히 낡았고, 강압적이고, 지루하다. 100년 전의 소설이란 뭐, 어느 정도 그런 법이다. 시간이 이 시대에 이 책의 자리를 마련하지 않은 것일까.

: 300쪽까지 작정하고 재미가 없다. 그러나 300쪽을 넘기면 모든 고구마가 쓸려 내려가고 폭풍처럼 사이다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셰익스피어의 하위호환 같은 느낌이 되고 만다.

 

16.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 전공책을 제외한 과학책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과학이 거들먹거리는 책과 과학이 거드는 책. syo가 가장 사랑하는 과학저술가 이정모 선생님의 손끝에서 과학은 항상 거들 뿐이다. 그리고 아직은, 거드는 책이 잘 읽히는 시대가 아닐까.

: 뒤표지에 서민 선생님의 추천사가 있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우리 둘의 격차를 다시금 절감한다. 이정모 선생님, 언젠간 꼭 따라잡고 말 겁니다. 10년만 기다리세요.” 이러면 syo는 작가도 뭣도 아니면서 괜히 박탈감이 든다. ..... 이 양반들이 여기서 지금?



17. 불편한 인권

: 가끔, 이분은 정말 너무 빨리 태어나신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르네상스적 지식인이라는 칭호가 앞에 붙는 박홍규 선생님. syo는 르네상스가 뭐 어떤 건지 박홍규 선생님을 통해서 조금씩 감을 잡고 있다. 다빈치가 아니라.

 

18. 오래된 생각과의 대화

: 실은, 후속작이라 할 수 있는 고전으로 철학하기를 먼저 읽고 이 책을 본 건데, 아우만한 형이 못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이하준 선생님보다 더 좋은 학자가 얼마나 있는지는 syo가 알 수 없으나, 이 책보다 더 좋은 책이 얼마간 있음은 잘 알고 있다.

 

19. 카를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

: 마르크스 개론서 중 가장 좋은 책을 찾는 방법이 무엇일까? 출간된 모든 마르크스 개론서를 다 읽은 사람 1000명을 모아 설문조사를 한다고 하자. 가장 좋은 책은? 하는 질문에서 제일 많은 득표를 한 책을 고르면, 그걸로 될까? 의문이다. syo 생각에, 더 좋은 질문은 이렇다. 가장 좋은 책 3권을 꼽는다면? 앞의 질문에 어떤 책이 1등을 할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그러나 뒤의 질문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을 책은 단연 이 책이다.

 

20. 샤를 보들레르 : 현대의 삶을 그리는 화가

: 지금 보들레르는 아마 불지옥에서 자연과 문명 중 어느 쪽이 더 쓰레기인가를 놓고 루소와 멱살을 붙들고 싸우고 있는 중일 것이다. 지상에서 문장으로는 전 유럽에 이름이 떠르르 했던 두 사람이므로 승부는 아마 펀치력에서 결정되지 않을까. 둘 다 그다지 싸움을 잘 할 것 같지는 않다. 컨디션 좋은 사람이 이기지 않을까? syo 마음속의 루소와 보들레르도 그렇다. 그날 컨디션에 따라 얘 말이 맞는 거 같다가도 또 쟤 말이 맞는 것도 같고 그렇다.



21. 인간을 위한 약속 사회계약론

: 다 알아듣겠는데, ‘일반의지는 정말 애매하다. 그게 뭔지 제대로 알 때까지 루소를 다룬 다른 책들을 이것저것 읽어야 하겠다. ‘루소 골목에 발을 들이민 것 같다. 빨리 이 골목이 끝나기를.

 

22. 우리는 사랑했다

: 아직도 강화길의 다른 사람을 읽고 받았던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 그리고 작가의 전작을 이야기하면서 아직도 그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라는 식의 코멘트를 다는 게, 이 작품에 대한 생각이 어떻다는 의미인지는, 널리 일반적으로 추정되는 바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 그 생각이 맞습니다.

 

23. 일본적 마음

: 90년대 쓴 글도 있고 그렇다. 좀 그렇다.

 

24. 스스로 생각하기의 전통

: 언제나 빛나는 선생님의 사유. 탐나는 그 빛.

: 그러나 그 사유의 빛을 어떻게 내 인생 쪽으로 당겨 와야 하는지는 전적으로 읽는 이에게 달렸다. 뭔들 아니 그렇겠느냐 만은, 그걸 안다고 해서 허망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좋은 말씀은 좋게 허망하고, 너무 좋은 말씀은 너무 좋게 허망할 때가 있다. 다 제가 못나서 그렇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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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8-09-25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님~ 연휴 잘 보내고 계시는지요.
우미인초 300쪽 이후..믿고 갑니다.ㅎ

syo 2018-09-25 12:23   좋아요 1 | URL
평을 쓸 때는 엄청 호기롭게 써 놓고는, 그래서 한 번 읽어보겠다는 말씀을 들을 때마다 왜 이렇게 조마조마한지 모르겠습니다 ㅎㅎㅎㅎㅎ

북프리쿠키님께서도 즐거운 연휴 중이시겠지요?^-^

수연 2018-09-25 14: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미인초 빼들고 카페 나갑니다! 뒤늦었지만 쇼님 즐거운 추석 보내셨으리라 믿으며_ :)

syo 2018-09-25 15:36   좋아요 0 | URL
저는 괜찮은 추석을 보냈는데 카페에서 우미인초 읽는 추석만큼 괜찮지는 않았지요 ㅎㅎㅎ 하필 우미인초라니 쉽진 않겠으나 수연님 더 즐거운 연휴로 마무리하시길^-^

2018-09-26 0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26 0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블랙겟타 2019-09-24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syo님께선 왜 왜 때문에! 계속 제가 읽으려는 책(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마다 보이시는 겁니까? ㅎㅎㅎㅎ
어떤 책인가 하고 알라딘에서 검색중에 syo님의 글로 들어와버렸습니다!
syo님의 글을 읽고 이 책을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

syo 2019-09-27 18:41   좋아요 0 | URL
응? ㅋㅋㅋㅋㅋㅋㅋ 블랙겟타님과 제 취향이 놀라울만큼 유사한 탓이겠지요!
 


어릴 적 별명은 손오공이었다. 아이들의 별명이 대체로 그렇듯, 손 씨라서 손오공인 경우지 따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시절 우리에겐 다양한 손오공이 있었다. 1.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책 가운데 하나지만 그 누구도 읽지 않는 중국 고전 소설 속의 손오공, 은 그때도 물론 있었다. 그러나 당시 지명도 일타 손오공의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인 두 손오공은 2. ‘밤에도 낮에도 느낄 수 있는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의 손오공과, 3. 소원을 들어주는 일곱 개의 구슬을 모으는 소박한(?) 여행에서 시작하여, 종국에는 작은 행성쯤은 장풍 하나로 분쇄할 수 있을 만큼 강해지는 소년만화 속 손오공이었다. syo 손오공은 2-1-3의 순서로 그 손오공들을 좋아했다. 3번 손오공은 멋지고 강하고 착한, 그야말로 흠 잡을 데가 하나도 없는 손오공이었지만 그다지 정이 가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 3번 손오공이 복숭아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숭아 앞에 무너지지 않다니 이 얼마나 비인간적인가. 손오공이라면 모름지기 복숭아를 탐낼 줄 알아야지!

 

지금 내가 뭘 쓰고 있는 거지......

 

하여간, 남부럽지 않게 복숭아를 탐하는 손syo공조차 100100복 프로젝트를 실패했다. 사랑만으로 되지 않는 일이 있다. 배고픔은 참아도 배부름은 되려 참기가 어렵다......

 

 

180823 180831 : 30


 

1. 당신의 노후

 : syo가 김연수를 전도한 친구는(물론 김연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야 그전부터 알았겠습니다만) 김연수를 탐닉하기를 거듭하여 결국 김연수도 그 친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그런 사이가 되고야 말았다. 보답이랄지, 그 친구 역시 syo에게 왕왕 좋은 작가들을 알려주곤 했었는데, 확실히 기억나는 이로는 황정은과 황인찬이 있다. 김금희도 있다. 그러나 그 친구가 누구보다 사랑하여 가장 격렬하게 민 이는 박형서였다. 기세에 못 이겨 그리 기껍지 않은 마음으로 단편집 끄라비를 읽었는데, syo가 그만 감동과 감격으로 도가니탕을 끓이고 만 것이다. 게 눈 감추듯 도가니탕 한 그릇을 뚝딱해놓고 친구에겐 그런 적 없는 척 짐짓 쿨하게, 뭐 괜찮네, 그러고 말았다. 친구는 다소 불만인 듯 했으나, 인정하면 왠지 지는 것 같았단 말야. 그러나 이 책까지 읽고서는, 양심이 아파 더 이상 숨길 수가 없다. 문 작가님, 맞아요. 박형서가 짱이에요. 어떻게 그분을 박형서라고 함부로 부를 수가 있겠어요. 갓형서님.....

 

2. 똑똑

 : 그다지 입맛이 돌진 않았는데, 막상 표지를 보니 너무 예뻐서 그냥 넘어가기가 어렵더라.

 : 남들이 수도 없이 반복한 뻔한 이야기를 뻔한 문장으로 엮어 내놓을 수 있는 패기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 뻔한 이야기가 진리인지라 별 도리가 없는 것일까? 진리를 강조하기 위해서라 하더라도, 이미 바다가 만들어져 있는데 그 위로 한 바가지의 물을 부어넣는 것이, 의미가 있는 일일까? 의미가 있다 하더라도 어쨌든 정여울은 이미 그 바가지를 쥐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큰 작가가 아닌가?

 : 여과 없는 자신을 보여주겠다고 선언했으나 정여울의 글은 여전히 교훈이나 공감을 겨냥한다. ‘자신은 그곳으로 가기 위한 탈것에 불과한 것 같다. 지금까지의 책들과 <월간 정여울>, 과연 다른가?

 

3. 어디서나 무엇이든 물리학

 : 주루룩 한 번 읽기에 나쁘지 않다. 이 책을 막힘없이 읽을 수 있다면, 이제 숫자와 공식이 출몰하는 책에 손을 대 보는 것이 좋겠다.

 

4. 디어 맑스

 : 다종다양한 맑스 전기 가운데 한 권인데, 엥겔스가 맑스 사후에 그를 기려 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취하는 잔망을 피운다. 그래도 전기가 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맑스와 엥겔스를 묶은 역사적으로도 유별나다 싶은 우정 때문이 아니려나. 재미가 있다.

 : 저자는 자기 손으로 이 책을 써놓고서는 엥겔스가 쓴 글을 발굴하여 번역한 척을 한다. 그것도 재미있다.

 : 그런데, 아무리 난봉꾼 기질을 지닌 엥겔스가 화자라고 해도, 여성이나 성애를 표현하는 부분이 너무 구리다. 구려도 참 진부하게 구리다. 비밀의 계곡, , 이런 단어는 양산형 무협지의 몰락이라는 운석을 맞아 진작 멸종했다. 그리고 우리말 욕심을 너무 부렸다. 생게망게, 부닐다, 어금지금하다, 두남두다...... 취지는 좋으나 적당히 할 필요가 있겠다. 1년에 400권 읽는 syo가 모르면, 대부분이 모르지 않을까? 심지어 어금지금하다한글워드프로세서조차 빨간 줄을 그어준다.....

 


5. 복지 국가

 : , , 그렇군요. 얇네요.

 

6. 논어, 이것을 알지 못하면

 : 저자가 스스로 세운 기준에 따라 논어의 이 편 저 편을 종횡무진하며 글귀를 재배치하였다. 양자오 선생의 말에 따르면, 논어는 배치가 생명이다. 군데군데 퍼져있는 구슬들을 얼마나 잘 꿰어 좋은 해석을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의 해석은 평이한 느낌. 벼슬을 치켜세우고 도박사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우람한 싸움닭처럼 시선을 잡아끌만한 책은 아닌 것으로. 논어 책은 수없이 많으니 syo는 다른 닭장을 두리번거립니다.

 

7.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 미친 듯이 웃기다고 표지에 쓰였어. 그치? 너도 보이지. 근데 내가 미친 듯이 웃지를 못했네? , 이제 누가 웃다가 미친놈인지 불어야 될 때가 왔어. 누구야, 걔가.

 : 앞쪽 1/3을 차지하는 덴마크 편만 넘기면 그래도 웃을 데가 좀 있다. 저자가 제2의 고향이라며 유독 친밀함을 드러내는 덴마크 편이 가장 재미없는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 , 이건 여담인데, 저자의 처가가 덴마크에 있다.

 

8. 풀베개

 : 이 책은 소세키의 미학론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재미? 그다지 없다. 아예 없진 않다. 소세키가 쓴 것 싼 것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는 syo 같은 사람이 아니라면 읽는 데 며칠이 걸릴 수도.

 : 각 잡고 아름답게 쓴 책이라,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면 꽤 여러 번 감탄할 수 있다. 날 믿나요? 믿어요. 이제 눈을 떠요. 날고 있어요, ..... 까지는 아니겠으나, 영롱한 풍경들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문장 위에 천천히 머무는 식으로 읽어 나가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9. 철학자의 사물들

 : 책을 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 읽으면, 세상 모든 데서 글감을 찾아낼 수 있나보다. 그러면 이제 책을 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 쓸 수도 있게 되는 것인가!

 

10. 너는 너를 지나 무엇이든 될 수 있고

 : 비평은 정말 나랑 안 맞아. 읽기 싫어 죽겠네. 그래도 꾸준히 이런 글들을 읽지 않으면 이웃님들처럼 깊이 있는 글을 쓸 수가 없잖아! 으아아아아앙 어쩌라고.....

 

11. 논어를 읽다

 : <선진>편을 뼈대로 공자라는 인물의 무늬를 복원하는 작업. 얇은 책이다 보니 논어 전체를 다루지는 못한다. 그러나 독자가 혼자서 논어 전체를 읽어낼 수 있는 방법을 단련시킨다.

 : 무슨 고전이든, 그 작품을 다룬 양자오의 책이 있는지 일단 검색해 본다. 시작은 양자오로부터. 자타공인 알라딘의 입문서 중독자 syo가 가끔씩 추천할 일이 생기면, 믿고 던져보는 고마운 작가님이시다.

 

12. 마르크스 씨,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죠?

 : 요 작은 놈이, 짧게 정리한 마르크스의 생애, 간략한 유럽 역사, 마르크스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철학이나 문학의 기초, 자본론, 마르크스 사상의 한계와 그에 대한 비판 그리고 그 이후까지, 갖춰야 할 구색은 다 갖춰 놓았다. 마르크스라고는 1도 모르겠는디요, 싶다면 바로 이 책.

 


13. 시인을 만나다

 : 이 책이 만나게 해주겠노라 불러 낸 시인들을 중고등학교 다니며 이미 다 만났다는 데서 적잖이 놀랐다. 우리 교육의 위대함인가?

 : 그땐 이 시들도 어렵고 지겹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즘 나오는 시들을 옆에 대놓고 읽자니 이렇게 친절할 수가 없다. 배우고 말고 할 게 있나, 보면 바로 답이 나오는데, 싶다. 지압판 위를 잘 참고 걷는 방법은 하나다. 일상생활을 가시밭길 위에서 영위하기. 그러면 지압판이 그리워 막 꿈에 나온다.

 

14. 쓸모없는 것들의 쓸모 있음

 : 생각보다 쓸모없는 책이었는데, 혹시 그게 전략인가?!

 : 프롤로그에 하고 싶은 말이 거진 다 들어있고, 그 뒤로는 저자의 편을 들어주는 권위자들의 말씀이 주욱 이어진다. 편집도 성글다.

 

15. 슬픔을 맛본 사람만이 자두 맛을 안다

 : 역시, 장석주는 책 읽은 글을 쓸 때 제일 빛난다. 그리고 장석주가 책 읽은 이야기를 할 때, 그걸 듣는 syo의 눈이 제일 빛난다. 존경 말고는 달리 드릴 것이 없는 내가 부끄러울 정도의 저 성실함..... syo의 목록에 또 수없이 많은 책들이 등록되었다.

 

16. 그녀는 괴테가, 그는 아인슈타인이 좋다고 말했다

 : ‘팀 인문학팀 자연과학이 서로의 우월함을 증명하기 위해 10개 종목에서 치열하게 한 판 붙었다! 가 컨셉. 서로의 명치에다 펀치를 날리기도 하고, 때론 다리털을 집어 뽑는 졸렬한 공격도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긴 한데, 그 와중에 은근히 서로가 분리되어 다뤄질 수 없거나 그럴 필요가 없거나 하다는 점을 넌지시 비추어준다. 결국 위아더월드.

 : 그래도 어쩐지 팀 인문학트레이너 쪽 말빨이 더 센 것 같다. 힘을 내요, 자연과학!



17. 당신은 우는 것 같다

 : 시가 있고, 다음 페이지에 시인의 아버지가 있는 책이다. 톺아 생각해보면 한편으로 시인의 아버지가 있고, 다음에 시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은 시가 있고, 시가 있어서 다시 시가 있는 그런 책인 것도 같다.

 

18. 그렇다면 칸트를 추천합니다

 : 칸트를 다룬 책 가운데서 난이도 순 가장 아랫바닥에 깔릴 책. 다정한 책. 그러나 더 어려운 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될 책.

 

19. 태풍

 : 소세키 선생님께 혼난 것 같다. 나는 비루하기도 하고 얄팍하기도 하여 부와 지성의 싸움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볼 밖에. 하지만 선생님, 요즘은 100년 전과 달리, 가진 자들이 총명합니다. 아는 자가 가지기는 지금도 그때만큼 어렵겠으나, 가진 자가 알기는 너무도 쉽습니다. 우리는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가졌으면 총명할 수도 있지만, 가지지 못했다면 아무리 애써도 총명에서 끝이거든요.

 

20. 일러스트 공산당 선언·공산주의 원리

 : 넘치는 덕력으로 가장 잘 맞는 번역의 공산당 선언을 찾기 위하여 뒤적거리는 중입니다. 사실 원전이 워낙 박력이 폭발하는지라 어느 번역이나 고루 괜찮습니다.



21. 하루의 취향

 : 분명히 표지에 김민철 지음이라고 쓰였는데 읽다보니 남편, 언니, 같은 호칭이 튀어나와 화들짝 놀라며 표지로 돌아가 저자 이름을 확인하는 분들께 권한다. 이제부터 에세이 참 잘 하는 카피라이터 김민철(, 30대 후반)이라는 사람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게 되실 겁니다. 그리고 syo처럼 이미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는 당신, 그건 그녀의 다른 책을 읽어보셨다는 뜻인데, 그렇담 제 추천이 따로 더 필요하지 않잖아요. 다 아시잖아요. 이 책이 얼마나 좋을지.

 

22. 닌하오 공자, 짜이찌엔 논어

 : 이 책이 논어를 재밌게 했다. 웃었다. 웃고 난 자리에 남은 게 많았다. 누군가 자본으로도 딱 이만큼 웃기고 남겨줬으면 좋겠다.

 

23. 그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 이런 동년배들도 있는데 난 뭐하고 살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벌써 오만의 흔적은 아닐까.

 : ‘손아람은 참 잘해라는 말과 이준석은 참 잘해라는 말이 한 사람 입에서 나온다면, 말 속의 이름만 다른 게 아니라 뉘앙스도 다를 것 같다. 이를테면, ‘손아람은 참 잘하고, 이준석은 참 자아~알 한다.’ 랄까. 그만큼 두 사람의 정치(광의의 정치) 행보는 다른 방향이다. 하지만 이제는 뉘앙스 없이, 어감의 차이나 비꼬려는 의도 없이, 두 사람 다 참 잘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참 괜찮은 청년들일세.

 

24. 책에 빠져 죽지 않기

 : 상상하건대, 이런 제목을 붙이는 일은 정말 쉽지가 않겠다. 어지간히 읽는 사람이라면 책에 빠져 죽기를 생각할 것 같고, 거기에 오지랖까지 장착된 사람이라면 책에 빠져 죽어라같은 제목을 골랐을지도 모른다. 그 단계를 뛰어넘어서, 정말 이러다 책에 빠져 죽겠다 싶은 느낌을 받아 본, 진짜배기만이 저런 제목을 붙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syo의 이런 추측은, 요 며칠 로쟈님의 서재에 올라온 이사 관련 페이퍼나 사진 조각들을 통해 막강한 신빙성을 획득했다. 책에 빠져 죽을까봐 걱정하는 마음을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는데, 그 마음의 파편을 느끼게 해줄 책이 어떻게 귀중하지 않을까.



25. 가토 슈이치의 독서만능

 : 읽는 걸로 밥을 버는 입장이 되지 않는다면야, 사실 마음 내키는 대로 읽는 것이 가장 행복한 독서가 될 공산이 크다. 사실 읽은 걸 모아서 자꾸 뭐가 되려 하는 건 욕심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왜 자꾸 책한테만 얼어붙은 뭘 깨라,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해라, 이런 어려운 주문을 하는 걸까. 오늘보다 더 나아지는 내일은 의도로 달성하는 게 아니라, 그냥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만능은 구하지 않아야 빨리 온다.

 

26. 거울 보는 남자

 : syo가 김경욱을 한참 읽던 시절의 김경욱은 위치가 이상했다. 메이저한 작가들을 읽는 사람들에 눈에 그는 너무 마이너했고, 또 마이너한 작가들에 환호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과하게 메이저 취급을 받았던 것 같다. 잘 생긴 애들 중에선 제일 못생긴 애, 혹은 못 생긴 애들 중에선 제일 잘 생긴 애 같은 느낌. 그런 주변의 평가와는 무관하게, syo의 독서인생에서 김경욱은 튼튼한 디딤판 역할을 잘 해주고 물러났다. 그렇게 10년이 더 지났고, 다시 만난 2018년의 김경욱은 또다시 syo 안에 파고들어와 단단한 무언가가 되려고 한다.

 

27. 우리가 녹는 온도

 : 문제적인, 전복적인 작가로 정이현이 꼽히던 때가 있었다. 그것은 물론 낭만적 사랑과 사회를 비롯한 일련의 단편들이 드러내고 있는 사태에서 발생하는 경보음이었지만, 그 경보음을 멀리 그리고 더 또렷하게 퍼뜨린 것은 그녀의 문장이었다. syo는 단발머리 같은 문장이라고 표현하길 좋아했다. 지금, 젊은 작가들이 파상공격을 펼치고 있는 문학 판에서, 정이현은 더 이상 전복적인 작가로 매겨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의 문장은 살아남아, 다시 무슨 일을 벌일 것이다.

 

28. 인간은 왜 폭력을 행사하는가?

 : 강연을 엮은 책들이 으레 그렇듯, 꼭 알아야 할 것들을 술술 읽을 수 있도록 써 놓았다. 더 깊이 있는 책으로 나갈 수 있는 좋은 디딤돌 같은 책.

 : 근데, 이걸 디디고 어디로 가면 좋을까 싶어 참고문헌 목록을 봤는데, 그 안에 한글 문헌은 단 하나도 없다. syo는 거기서 어떤 폭력의 냄새를 맡았다...... 이런 강연을 하는데 참고할 수 있는 문헌 중에 한글로 된 것이 없다면, 관심이 생긴 독자들이 부담 없이 손을 뻗을 수 있는 책들이 이 땅에 없는 거라면, 강연을 할 만큼의 권위자인 선생님들께 이런 상황에 관하여 일말의 책임도 없는 걸까요?

 


29. 강원국의 글쓰기

 : 유시민의 글쓰기 책에는, 이 책에서 말하는 글쓰기란 비문학적 글쓰기를 말한다는 주의사항이라도 서두에 깔아준다. 이 책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물론 읽다 보면 알 수는 있다. 그러나 유시민의 책에 비하면 훨씬 무람없이 자신의 기준을 휘두른다. 장르에 무관하게 적용될 수 있는 글쓰기 원칙은 없다. 신고전주의 화풍이 인상주의 화풍에 비해 무조건적으로 우월하지 않은 것처럼.

 : 그리고, 죄송하지만 선생님의 글은 좋은 글이지만 매력이 없습니다. 읽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그래도 이 책을 읽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사서 읽을 수도 있었는데, 빌려 읽어서 참 다행입니다.

 

30. 폭발적 진화

 : 너무 얕게 훑고 지나가는 게 단점이지만, 설명 자체에 참신한 맛은 있다. 그렇다면 같은 방식으로 두꺼운 책을 써줬으면 싶다.

 

 

 

세어봤더니, 이달에는 도합 116권의 책을 읽었더라. 그리고 세어보진 않았지만, 80개가량의 복숭아를 먹은 것 같다. 공식적으로 100100복 프로젝트는 망했다. 116권이 아니라 116만권의 책을 읽었어도 100개의 복숭아를 먹지 못했다면, 망한 것은 망한 것이다.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겨우 이 정도도 해내지 못하는 작은 남자였다니...... 못난 나를 용서하지 말아줘, 각종 손오공들아.

 

즐거운 9월이다. 9월에는 50읽는 것이 목표입니다. 오곡이 무르익는 가을이 왔는데, syo도 어딘가 무르익어 줘야 할 게 아닙니까. 알라딘 좀 작작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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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8-09-01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오공은 아니지만 모름지기 복숭아는 탐낼 줄 아는 1인입니다. 개인적으로 물렁이보다 딱딱이를 좋아합니다만^^;

<하루의 취향>은 망설이고 있었는데 장바구니에 담아야겠습니다.
<닌하오 공자, 짜이찌엔 논어>도요. 생소한 분야인데 남기신 글을 보니 흥미가 생기네요.

제게는 몇 년치 걸릴 양을 한 달 만에 가뿐하게 읽으시니 부럽습니다.^^*

syo 2018-09-01 09:20   좋아요 1 | URL
저도 딴딴이를 좋아합니다!!
‘가뿐하게‘ 읽지 못했어요. 엄청 허덕거리면서 읽어냈는걸요 ㅎㅎㅎㅎ ^-^
중요한 건 어떻게 읽느냐 아니겠어요. 이렇게 읽어도 남는 거 하나 없더라구요~

2018-09-01 0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01 0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포스트잇 2018-09-01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숫자와 공식이 출몰하는 물리책도 마구 읽으시게 된다니 .. 안물리시나?....(한물간 개그;;;;;;)
문리터지는 물리.. 뭐 이런식의..;;;;;
엄청나게 읽으시네요.
예전에 입문서들 정리하신 페이퍼를 본 거 같은데, 관심분야 좋은 입문서들만 모아서 서평해주시는 것도 도움될 거 같습니다만,

물리, 아, 물리....

syo 2018-09-01 10:32   좋아요 0 | URL
물리 책을 ‘마구‘ 읽을 능력은 아니구요 ㅎㅎㅎㅎ 그저 공대 출신이라 수나 수식과 좀 더 친할 뿐이지요. 저한테도 물리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입문서만 디립다 읽는거구요^^

공쟝쟝 2018-09-01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박형서 작가님 소설 읽어보고 싶네여! 이달의 추천평짱짱!

syo 2018-09-01 13:12   좋아요 1 | URL
개인적인 감상이라 다른 분들께 혼란을 주는 건 아닐까 걱정되네요. 밤에 썼는데 낮에 다시 읽어보니 엄청 호들갑이잖아요 ㅎㅎㅎㅎ

stella.K 2018-09-01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손 씨였군요.
근데 손오공이나 주호민이나 다 한바구니에
담을 수 있지 않나...? 하긴, 주호민이 비주얼이 좀 그래서 그렇지
사람은 점잖고 매너 좋은 사람 같더라구요.
그렇다면 스요님도 같은 바구니...?ㅎㅎㅎ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았어요. 그니까 실패했죠.ㅋ
올해는 폭염에 폭염 끝나니 물난리까지 덕분에 복숭아를 많이 못 먹었어요.
지금은 복숭아가 아니라 금숭아더군요.
아마 올해 복숭아는 더 못 먹지 싶습니다. 넘 비싸서...ㅠㅠ

손아람, 이준석 책은 저도 좀 관심이 가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정치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궁금도하고,
손아람은 마태우스님이 워낙에 애정하시니까.
근데 동년배였군요. 오늘 스요님에 대해 쏠쏠 짭짤하게 알게 되네요.ㅎ

syo 2018-09-01 17:02   좋아요 1 | URL
바구니요?? 무슨 바구니 말씀일까요. ㅎㅎㅎㅎ

복숭아 충분히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패해서 상심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다시 1년을 더 기다려야 되는 건데......

제가 점점 파악이 되고 있나 봅니다. 저는 별 거 없는 인간이라 개인 정보에 그닥 집착하지 않습니다ㅎㅎㅎㅎ 앞으로도 스멀스멀 정보를 유출하겠습니다....

비로그인 2018-09-01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경욱에 대한 평이 아주 찰떡표현이에요! 잘생긴 애 중에 젤 못생긴 애, 못생긴 애 중에 젤 잘생긴 애....ㅋㅋㅋ
어쨌든 저에게 김경욱은 좀 알쏭달쏭하여 패스하지만, 또 여러 권을 마음에 담고 가게 하는 포스트였네요...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어렵지만, 그 책들에 대해 몇 마디라도 끄적이는 것은 더 어렵더라고요. 늘, 읽는 것보다 쓰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저만 그런 건 아니겠...지...요....?

syo 2018-09-02 11:47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쓰는 게 아무래도 훨씬 어려워요!
저도 그렇습니다 ㅎㅎ 그야말로 몇 마디 끄적거리는 게 한계치인지라,
전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는 셈인 것입니다......ㅋㅋ

clavis 2018-09-02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쇼님. 목표달성 거진 다 하셨으니..아 복숭 넘 먹고싶습니다!
전 어제 밤 고열에 시달렸어요. 과제는 너무 많은데 후후. 복숭의 맛을 떠올려보며 힘내야겠지요. 밥도 먹고 숙제도 하고.책읽기 좋아지는 선선한 날인데ㅡ그런데 가을에 책이 제일 안팔린데요. 50권이라뇨ㅠ

syo 2018-09-02 11:48   좋아요 1 | URL
머나먼 타지에서 고생하시는 우리 클래비스님께 헤라클레스 같은 대책없이 막강한 체력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아무래도 건강이 최고지요. 읽는 일은 그 다음입니다. 힘내세요 ㅎㅎ

문모운 2018-09-02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갓형서... 훗

syo 2018-09-02 11:49   좋아요 0 | URL
you win.

뒷북소녀 2019-01-24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도 궁금해요... 도대체 웃다가 미친 사람이 누군인지...
북유럽의 빌 브라이슨이라니... 빌 브라이슨 손톱만큼도 안 되는 것 같은걸요.ㅋ

syo 2019-01-25 09:51   좋아요 0 | URL
그렇죠? 빌 아저씨가 북유럽으로 날아가서 싸다구 날릴 것 같아요.
그리고 그걸 글로 써서 또 우리를 웃기겠죠. ㅎㅎㅎㅎㅎ
 

 

복숭아를 잘못 사서 100100복 프로젝트의 진행에 무시할 수 없는 장애가 발생하였다. 도대체 니맛도 내맛도 상실한 이 미친 복숭아들은 어디서 온 거지? 신의주? 블라디보스토크? 과채 서랍 속에서 싱글거리는 저 노란 털복숭이들을 다 어이할꼬. 냉장고 손잡이를 움켜쥘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100복은 망조지만 100북의 달성은 안정적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100권 아니라 100톤이라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100권이 가시권 안에 들어오자 이제 슬슬 책 읽기도 지겨워지고 있다. 생산적인 뭔가를 좀 해야 하겠다.

 

 도무지 프라하에 있다간 아무것도 안 될 것 같습니다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근본적으로 의타심을 원하는 저 같은 사람을 의타심 속에 가두어두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모든 것을 손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사무실에서 아주 성가시고 참아내기 어려운 경우가 자주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내심 편합니다또 여기에서 저는 제가 필요한 것 이상의 수입을 얻습니다하지만 무엇 때문에누굴 위해서저는 봉급의 사다리를 타고 계속 올라가겠지요무슨 목적일까요이 일은 제게 맞지도 않고보상으로 독립성을 가져다 주지도 않는데 말입니다그런데 왜 저는 이 일을 버리지 않는 것일까요제가 사직을 하고 프라하를 떠나는 것은 결코 모험이 아니라 전부를 얻을 수 있는 길입니다. (...) 프라하를 벗어나면 저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달리 말하면 제가 갖고 있는 모든 능력을 십분 활용하고선하고 올바른 일을 한 대가로 정말 살아있다는 느낌과 지속적인 만족을 느끼는 독립적이며 침착한 인간이 될 수 있습니다그런 인간이-그건 적지않은 수확일 것입니다부모님의 마음에 더욱 드실 것입니다.

프란츠 카프카카프카의 엽서

 

 이탈리아 문법책을 읽어라프랑스어 사전을 아무데나 펼쳐 어떤 프랑스 단어라도 읽어라이번 달에 우리는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는지가 진정한 질문이다.

존 치버존 치버의 일기



180818 - 180822 : 22권



1. 파과

 : 왜 많이들 괜찮다하는 구병모가 syo는 이리도 별로일까 고민해보았다. 거짓말이다.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답이 나왔으니까. 원인은 문장이다. 중문과 복문의 전면출동으로 인해 호흡이 길어질 대로 길어진 문장들. 심할 경우 네댓개의 문장으로 한 쪽을 먹어버리는 햇님달님 동아줄 같은 문장들. 그래서 왜 그게 맘에 안 드는가 하니, 바로 syo가 그런 문장을 지어내기 때문이다! syo의 좌충우돌 우당탕탕 긴 문장을 읽으실 서재친구님들의 고충이 내 눈동자를 흐려 도저히 이야기에 집중할 수가 없더라.....

 : 그보다 이야기가 너무 단선적이지 않나?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주인공 할머니 킬러의 배역을 점쳐보는 글들이 많은데, 영화로 만들면 더 선명하게 드러날 것 같다. 단순하다 못해 앙상하게 느껴지는 이야기의 뼈대가.

2. 춤추는 사신

 : 사신은 死神이 아니라 使臣입니다. 사신인줄 알고 책을 열었더니 사신이더라구요. 

 : 예술이, 언어의 구실이 무엇인지, 나아가 이야기의 자리가 어디인지, 그리고 그것들이 익숙하다 못해 식상하기까지 한 현재의 방식으로 계속 구현되어도 좋을지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했다. 작가라면 한 번쯤,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욕심이 들고 그러는 걸까? 넘겨 짚었나?

3. 섬의 애슐리

 : 결국 나는 내가 지켜야 한다. 나의 사랑이, 나의 역사가, 나의 이미지가, 그 모든 나의 것들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나를 언제라도 찌르고 베어낼 것이다. 살을 발라가고 뼈를 훔쳐갈 것이다. 내가 나라는 이유로 나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내가 나라는 이유로 나는 나의 편에 서야 한다. 내가 아닌 그 누구도, 내가 나라는 이유만으로 내 대신 다쳐주지 않는다.

4.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

 : 저자가 자신의 독창적인 기법이라도 되는 양 제시하는 '아날로지적 관점'이라는 말의 존재 이유 자체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syo의 모자란 독해력으로 미루어보건대, 아날로지적 관점의 효용이라는 게 과거의 유사한 조건, 구도, 환경 속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분석하고 얻은 교훈을 현재 정세를 헤쳐나가는 데 사용하자는 것인 듯 하다. 그런데 이건 역사라는 물건이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쓰임새가 아닌가? 공기처럼 당연한 이야기가 아니란 말인가? 웬 생색이지? 물론 유사한 역사적 사건들을 병렬적으로 구성해 공통적과 차이점을 명백히 제시한다는 것은 이 책이 지닌 장점일 수 있다. '아날로지적 관점'을 들먹일 게 아니라 '아날로지적 편집'이라고 했으면 적당했을 것 같은데.

 : 책 자체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어쩐지 역사를 해독하는 관점도 뭔가 시원시원하고 명쾌하다는 느낌이다. 재미도 있고.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저자에겐 "우국의 라스푸틴"이라는 무시무시한 별칭이 붙어 있다. 개인사도 역사만큼이나 재미있을 것 같은 인물이다.

​​


5. 역사, 권력, 인간

 : 젠장, 읽고 바로 뭐라도 끄적여 놨어야 했는데, 귀찮아서 구석에 밀어 놓고는 다른 책 실컷 읽고 나흘 만에 돌아왔더니 뭘 쓰려고 했었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죄송합니다. 읽을 때는 되게 재밌네, 되게 알차네, 그랬었는데요. 책이 부족해서 제가 기억을 못하는 게 아니라, 제가 부족해서 제가 기억을 못하는 겁니다....... 엉엉.

​​

6. 당선, 합격, 계급

 : 일단 문학상에 도전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리고 문학상에 도전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 문학도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저마다 몇 번의 당선, 합격과 대체로 그보다 더 많은 수의 낙선, 불합격을 경험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 당락과 합불의 결과로 우리에게 주어진 계급을 몸에 두르고, 위를 비난하고 아래를 비하하며 꾸역꾸역 영차영차 살기 때문이다.

​ ​

7.도련님의 시대 2

 : 나쓰메 소세키와 쌍벽을 이룬다고 하는 모리 오가이는 의외로 풍성하게 번역되어 있지 않다. <무희>라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독일 여인과의 사랑과 혼인약조와 파혼에 관한 이야기가 이 책의 뼈대인데, 곰비임비 핑계대면서도 멋있는 척하기 바쁜 모리보다, 남자의 약조를 믿고 일본에 건너온 앨리스가 사랑을 만들고, 지켜나가고, 정리하는 모든 과정에서 한 오백만 배는 더 멋진 것 같다

 

8. 도련님의 시대 3

 : 다쿠보쿠 이 양반 누군지 잘은 모르겠는데, 찌질함이 유카타를 걸치고 사람행세를 한다면 이 모양 이 짝이겠다.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남자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의 찌질함을 소리높여 외치고 있긴 한데, 게중 얘는 단연 노답이다. 눈은 가졌으나 재능은 그 절반밖에 가지지 못해 보들레르가 되다만 인간의 낙오기라고 해도 괜찮겠다.




9. 아무튼, 로드무비

 : 영화라고는 1도 모르고, 심지어 여행은 0.5도 모르는 syo에게 언젠가 꼭 찾아서 봐야겠다 싶은 감독 이름 몇 개를 던져주고는 바람처럼 홀연히 사라진 책.

 

10. 열다섯 번의 밤

 : 소설 같은 인생을 살아내는 힘과, 살아낸 인생을 궁굴려 소설을 만들어 내는 힘이 어떻게 서로를 지탱하는 두 개의 발이 되는지, 신유진의 글을 통해 배우고 있다. 그렇게 살아낸 삶이나 만들어 낸 글이 위대하거나 거대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누구나 살고 또 써야하니까. 사는 힘과 쓰는 힘의 결맞음이 필요하니까. 내 삶을 쓸 작은 용기를 얻는 것, 다른 사람의 삶을 읽는 큰 이유다.

 

11. 도련님

 : 여기까지의 소세키는 풍자작가에 가깝다. 그의 모든 작품 속에 특정한 인간 유형이나 그 인간을 낳은 시대를 비꼬는 혀가 마치 무늬 고운 비단 속에 몰래 넣어둔 바늘처럼 숨어 있긴 하다. 그렇지만 대놓고 붓을 놀려 독자의 웃음을 유발하는 책은 초기 두 작품으로 땡이다. 그러니까 14권 전작을 다 드실 분들이라면 출간 순서에 따라 읽지 마시고,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도련님을 적당히 배치하여 웃음을 도모하시기를.

 : 안 그럼 머리 빠져요.

 

12. 공부의 철학

 : 뻔한 이야기 되게 폼 잡고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부란 기존의 환경에 동조하며 살아온 자신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으로 이동하는 자기 자신의 파괴다.’ 라는 말은 멋있어 보이긴 해도, 다양한 장르의 책에서 반복적으로 진술되고 있으며, 자체 어디 하나 특별한 구석이 없는 진부한 이야기다.

 : 개소리를 하진 않는다. 나쁜 책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새로운 책도 절대 아니다. 좋은 식상한 책입니다.

 



13. 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

 : 남자이기 때문에,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벽들을 이미 클리어한 상태로 태어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살면서 이게 정말 무너뜨리지 못할 단단한 벽이구나, 하는 느낌은 나보다 20, 30살 많은 이들과의 대화에서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 상대를 이해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같다면, 누가 누구를 먼저 조건 없이 이해해야 이 교착상태를 해결할 실마리가 보일까. 그리고 먼저 열린 사람의 삶은 실상 어떤 모습일까. 여기 답.

 

14. 도서 대출 중

 : 저자가 읽은 많은 책들이 쭉 이어지는 몇 개의 주제로, 그리고 그것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큰 주제를 중심으로 엮여 있다. syo처럼 중구난방으로 읽지 않는다. 삶을 어떤 방향으로 물들이기 위해 읽는다면, 이렇게 읽어야 할 것 같다. 그러니까 이 책은, 내용이 아니라 태도를 배울 책이다.

 

15. 소수는 어떻게 사람을 매혹하는가?

 : 소수는 어떻게 사람을 매혹하는가?는 어떻게 이토록 사람을 매혹하지 못하는가?

 

16. 한국사특급 떡국열차

 : 숨어 있는 역사로 차려낸 한 그릇 떡국 같은 역사책. 떡국은 가끔 먹는 음식이다.

 : 정치적으로 올바른가? 판단하기 미묘한 지점이 꽤 있다.

 



17. 날씨의 맛

 : 소소한 와중에 독특하고 참신하긴 한데, 어쩌자는 말인지 잘 모르겠다.

 : 읽을 땐 달콤쌉싸름 참 좋은 맛이었던 것 같은데, 읽고 나니 그게 무슨 맛이었는지 설명을 잘 못하겠다. 한 달이 채 못 가 이 책의 내용을 몽땅 잊어버릴 것이다.


18.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통계학

 : 이 시리즈는 만화 보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 읽어보면 좋다. 만화작가 센스쟁이.

 : 200쪽 남짓, 대부분의 공간이 그림으로 채워져 있는 책이지만, 생각보다 든 게 많다. 만만하게 보고 덤비셨다가 중후반부부터는 땀 좀 납니다.

 

19. 본격 한중일 세계사

 : 굽시니스트의 능청스런 말재간이야 의심할 필요가 없지. 만화로 된 역사책이라고 다 웃긴 건 아닙니다. 근데 얜 웃겨.

 

20. 이 정도 개념은 알아야 사회를 논하지!

 : 이 정도 개념은 알아서 기분이 좋았다. 헤헤.




21.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

 : 기본소득의 필요성이며 가능성이며를 syo는 믿어 의심치 않으나, 이렇게 험난한 세상의 중심에서 기본소득을 외치는 책들은 한 권으로 끝낼 게 아니라 여러 권 읽어서 단단해질 필요가 있다. 한 권은 비실거릴 수 있으나 세 권, 다섯 권이 힘을 합치면 이야기는 다르다. 원래 지구를 구하는 일에는 반드시 용사들(혹은 그들이 조종하는 로봇들)합체를 요한다.

 : 기본소득이 주어지면 탱자탱자 놀 거라는 허무맹랑한 주장은 굉장히 다양한 실험 자료를 통해 이미 박살난 것 같다. 이 책에서 가장 읽을 만한 곳이 그 점을 지적하는 부분이었다.

 

22. 청소년을 위한 성서

 : 청소년을 위한다고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청소년에게 언제 한번 따뜻한 사람이었느냐....

 : 군대에서 구약 2회독, 신약 3회독, 특별히 전도서 7회독을 마쳤다. 신앙도 없이 읽었더니 그때그때 깨달은 바가 있었으나 허공으로 날아간 건지, 핏속으로 스며든 건지, 하여간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이 책으로 나사로마냥 죽어 있는 성경의 기억을 무덤에서 걸어 나오게 하려 했는데.....

 

 

그나저나, 폭풍이 온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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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2 2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23 0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난예빈 2018-08-23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글은 항상 술술 읽히고 재밌는 거 같아요 ㅋㅋㅋ 필력 갑,,, ㅎ 늘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책 마니 읽으시고 글 마니 써주세요! ㅎㅎㅎ

syo 2018-08-23 00:31   좋아요 0 | URL
난예빈님, 별말씀을요!
훌륭한 리뷰어가 되지 못하고 요렇게 빈약한 한줄평으로 이 바닥에서 버티려다 보니.....

이달이 지나면 읽기는 좀 줄이려고 해요 ㅎㅎ

난예빈 2018-08-23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 한줄로 그 책을 읽고 싶고 궁금하게 만드는 게 대단한거죠!!! 훌륭한 리뷰어십니다,,

syo 2018-08-23 08:14   좋아요 0 | URL
훌륭한 리뷰어 이웃님들이 바다처럼 넘칩니다. 그 사이에서 밥값만 해도 어디겠어요 ㅎㅎㅎ 난예빈님 감사합니다^-^

독서괭 2018-08-23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요즘 syo님의 100북 프로젝트로 인해 제 알라딘 보관함이 터져나가려고 하네요.. 사지도 읽지도 못하고 있는 요즘인데;;

지금 몇 글 연속으로 복숭아 얘기가 나오는지 세어보고 싶어요 ㅋㅋ

syo 2018-08-23 08:15   좋아요 0 | URL
정확히 100북100복 프로젝트입니다. 100북 프로젝트라 하시면 복숭아님이 진노하셔요 ㅋㅋㅋ

(그럴 땐 사지 말고 빌려보세요.....쉿쉿)

psyche 2018-08-23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 님은 사람 낚는? 꼬시는? 그런거 하시면 잘할거 같아요. ㅎㅎ syo 님이 쓴 리뷰보면 막 읽고 싶은데 이제는 복숭아까지 막 먹고 싶거든요. 올해 syo 님 때문에 마트갈때마다 복숭아를 챙겨 사오게 되었다는.

syo 2018-08-23 08:16   좋아요 0 | URL
제가 잘나서 그렇겠어요. 다 복숭아가 잘 나서 그런 것이지요 ㅎㅎ

이 참에 복숭아 리뷰를 쓸까 봐요??ㅎㅎㅎ

카알벨루치 2018-08-23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성경도 몇독 하셨군요! 대단하세요~그나저나 syo님 글 보다가 한번씩 저도 따라하고 있는듯한 느낌...웃겨요 많이 웃겨요 기분이 좋아집니다 복숭아는....맛없는 복숭아는 어쩔...ㅎㅎㅎㅎ 장강명책 소개도 넘 웃김~난 강력히 읽어봐야겠네요! 햐~리스트만 봐도 배가 부르네요 그림의 떡입니다

syo 2018-08-23 10:50   좋아요 1 | URL
군대에서 할 일이 많이 없더라구요.... 오죽하면 신앙도 없이 성경을 읽었을까요. 군대는 정말 기적적인 집단이네요.

따라하시긴요. 카알님 글이 제 것보다 훨씬 알차죠. 저야 띡 쓰는 글이고 카알님은 딱 쓰는 글이지요 ㅎㅎ

카알벨루치 2018-08-23 10:53   좋아요 1 | URL
또 웃음 발산! 띡!딱! ㅋㅋㅋㅋㅋ오늘도 행복하세요 syo님~

nama 2018-08-23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라면 맛없는 복숭아로 잼 만들겠어요. 설탕 듬뿍 넣고 팔팔팔 끓이다가 걸쭉할 때 쯤 스톱!

syo 2018-08-23 17:06   좋아요 0 | URL
그렇지 않아도 처치곤란 복숭아로 만든 잼이 한 통 있습니다.
근데 그것조차 먹질 않아서 결국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수준이네요 ㅎㅎㅎ

그렇게혜윰 2018-08-23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구병모 좀 힘들었어요.......1권 읽고 힘들어서 다른 책은 시도도 못함요. 특별하긴 한데 말이죠.

syo 2018-08-23 17:06   좋아요 0 | URL
앞으로도 찾아 읽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별로 재미도 없는 것 같아요 저는.

2018-08-24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24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8-24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경은 꼭 믿음이 있어서 읽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세계 4대 경전쯤 되잖아요.
책 좋아하고 많이 읽는 스요님이 그래도 그렇게 읽어줘야
어디가 책 좀 읽는다고 명함이라도 내밀죠. 잘했습니다. 짝짝짝~!
솔직히 저 청위성은 제가 좀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신약은 읽을만한데 구약은 영 잘 안들어 오더라구요.

근데 저 카프카 시리즈 꽤 읽었나 봅니다.
전 일기하고 그의 친구가 쓴 평전 읽었는데
뭔 말을 하는 건지 통 모르겠더군요.
전 지금까지 남의 일기가 이렇게 안 읽히기는 카프카가 처음인 것 같아요.
존 치버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ㅠ

카알벨루치 2018-08-24 10:44   좋아요 1 | URL
그러니깐 syo님이 대단하다는 것 입니다요 ㅎㅎ

syo 2018-08-24 11:39   좋아요 1 | URL
일기는 정말 읽기에는 최악입니다. 이 양반이 왜 이러나 싶을 정도로 가독성이 떨어지는 문장들.....

치버는 좋습니다. 완전이요.

syo 2018-08-24 11:40   좋아요 1 | URL
카알님 여기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ㅋㅋㅋㅋ
 

 

여러분, syo끼가 미쳤나 싶겠지만,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혹시 하루 한 권을 못 읽고 계신다면, 여러분, 그것은 하루 한 개의 복숭아를 안 드시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믿으세요. syo가 아니라, 복숭아를 믿으세요. 8, 열탕지옥에서 세례 받은 새끼 악마가 쾌적함을 느끼는 이놈의 계절은 오로지 복숭아가 있기 때문에 존재 가치가 있습니다. 복숭아는 8월의 레종 데트르예요. 8월이라는 사막을 건너는 가련한 우리를 위해 하늘이 허락한 오아시스예요. 이 미친 8월에 제정신으로 책을 읽으려면 복숭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물렁이면 어떻고 딴딴이면 또 어떻겠어요. 여러분, 부디 11복하시고 그 힘으로 11독하시길!

- 전국복숭아영농조합(유령단체)홍보대사(참칭) syo(미치광이) 올림

 

180813 - 180817 : 24권


1.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

 : 정말 잘 깐다! 어메리카에서는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단 말인가.

 : 근데 이 아저씨 꼰대. 재미있지만 꼰대. 재밌는 꼰대.

 : 저자 선생이 소개하고 있는 책 가운데 절반은 번역이 안 되었고, 나머지 절반 가운데 또 절반은 코리안 토박이로선 그 존재조차 포착하기 어려운 놈들이다. 이런 치명적인 단점을 지닌 책은 미국에서도 들어오고 일본에서도 들어오고 있다. 출판사 측에서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 정말 재밌는데, 정말 남 이야기네..... 이 장르 번역서의 고질적인 문제다.


2. 물질의 비밀

 : 이 두께에 이만큼 했으면 정말 할 만큼 했다. 얇지만 얄팍하지 않고, 단단하지만 딱딱하지 않다.

 

3.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 다 차치하고 일단, 하이데거 다뤘는데 술술 읽히잖아. 그런 책, 이거 하나밖에 없을 걸?

 : 그러나 중언부언은 좀 아쉽고, 저자 박찬국 선생님이 쓰신 다른 하이데거 입문서가 이 책을 다 덮고도 남음이 있다. 쬐끔 더 어려워서 그렇지, 그 책도 하이데거 책 중에서는 쉬운 편이다. 그 책은 바로 <들길의 사상가 하이데거>

 : 그런데 지금, 내가 전에 쓴 <들길의 사상가 하이데거>의 한줄 평을 찾아보니, 이렇게 돼 있다. “중언부언은 있지만, 그래도 하이데거가 읽히는 게 어디냐” ...., 소오오오오름.

 

4.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 임승수 선생님은 일단 원숭이 마르크스 시리즈를 펴낸 것만으로도 훈장 달아드려야 한다. 마르크스를 대중의 품에 갖다 안기는 것은, 그의 사상이 위대하다고 아직도 유용하다는 식의 당위나 효용을 가지고 밀어 붙여서 이룩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일단 읽게 해야 한다. 그래서 함량으로만 보면 그 책들보다 더 나은 책들이 분명히 있지만, 어느 누군가에게는 원숭이 시리즈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미 대체할 수 없는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건 그거고,

 : 이 책은 아무래도 에세이 장르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우선 글맛이 별로다. 그건 치명적이다. 에세이로서의 매력이 없다. 인문서 저자로서의 글과 에세이스트로서의 글은 어느 정도 달라야 하는데, 다르지 못했다. 그리하여 재미가 없다.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생각해보시기를. 본인의 삶에 대한 책을 내려면, 당신의 삶이 어떤 내용인지 알고 싶다는 생각 없이 책을 고른 사람을 위해서도 무엇인가를 준비해야 한다. 그러니 앞으로도 에세이를 계속 펴내고 싶으시다면, 부디 필력을.

 


5. 처음 읽는 독일 현대철학

 : 이런 책, 은근히 나쁘지 않다. 사놓고 두고두고 펼쳐 볼 함량의 책은 아니지만, 깊이 있게 읽어 볼 철학자를 고르는 단계에서 한 번 슥 훑어보면 좋겠다. 철학책은 정말 나랑 잘 맞는 놈을 읽어야 한다. 가뜩이나 어렵고 지루한데 빡치게까지 한다면 철학이고 나발이고 아주 똥 되는 거야.

 

6. 레드 예니

 : 부족하다! 인정받는 여러 마르크스 평전들이 함유하고 있는 정보 그 이상의 무언가가 거의 없다. 그 와중에 명색이 마르크스 평전이 아니라 예니 평전이다 보니 마르크스의 사상을 설명하는 데는 지면을 많이 할애하기가 어려웠던 거라, 결국 이도 저도 아닌 특색 없는 책이 태어나고 말았다.

 : 여러 명의 역자가 각기 일정 부분을 번역한 다음 합친 것 같은데, 대표역자나 편집자가 전체적인 조율을 했어야 했다. 앞 챕터에서 이미 마르크스 가족들이 포도주와 셰리주를 실컷 마셨는데, 다른 챕터에 셰리주라는 단어가 등장하자 스페인 식 와인이라는 역자의 설명이 괄호로 덧붙는다. 하녀 헬레네가 처음 등판하였을 때, 그녀의 별명이 레첸이라는 것이 서술되었는데, 이후의 챕터에 레첸이라는 이름이 나오면 다시 역자가 괄호를 동원해 설명을 단다. 이런 식이면 온전하게 한 권의 책으로 구성되었다는 느낌을 받기가 어렵다. 바빴나?

 

7. 출판하는 마음

 : 그러니까 책이라는 물건은, 작가가 끙끙 쓰고 나면 그 뒤로는 휘릭, , 뿅 하고 나오는 건 줄 알았다. 물론 실상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는 법이니) 생각하긴 했지만 그래봐야 휘리리이이이익, 타아아아아악, 뾰오옹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 그런데 책을 만드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다들 부자가 아닌 것 같다. 부자일 수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것은 왜 그런 걸까......

 

8.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

 : 600만이 죽은 자리에서 600만 개가 넘는 이야기가 태어난다. 그 이야기들은 같으면서 다르고, 다른가 하면 같다. 그 다른 이야기들 하나하나를 발견할 줄 알아야 하고, 그러면서 동시에 하나의 같은 이야기에도 끝까지 몸을 떨 줄 알아야 한다. 어떤 개별적인 죽음도 개별적이지 않고, 반복되는 거대한 죽음도 식상해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아는 독자. 그런 독자로 살다가 가고 싶다.

 


9. 책방 풀무질

 : 자신의 삶에서 단 한줌도 덜거나 더하지 않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할 줄 알지만 하지 않는 덧셈과 뺄셈, 묵직한 등호의 무게로 읽는 이의 삶을 향해 육박해 들어오는 누군가의 삶이 있다. 그 삶이 들어간 책은 쉬이 읽히나 쉬이 읽히지 않고, 빨리 끝나나 끝까지 끝나지 않는다.

 : 슬픈 것은, 이 책에 추천사를 붙인 다른 모든 책방 주인들로 하여금 저자를 칭찬하는 데 하나같이 버티다‘, ’유지하다‘, ’살아남다와 같은 단어를 동원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개똥 같은 현실이겠다.

 

10.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

 : 마찬가지로, 모든 글은 결국 삶에 대한 글이다. 죽음에 대한 글까지도. 그렇다면 글에 채워 넣을 수 있는 삶이 없는 사람, 삶이 모자란 사람, 흐느적흐느적 날아다니는 글을 꾹 눌러 고정할 만큼 무거운 삶의 몸피를 갖지 못한 사람은 어떤 글을 써야 할까. 혹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써도 되는 것일까. 글을 눌러주는 삶, 그 삶이라는 것이 꼭 거대한 업적이나, 치열한 노동이나, 특수한 처지나, 독특한 선택을 통해 빚어진 것이 아닐지라도, 그러니까 내가 그저 그냥 나일 뿐이고 그런 나에 대해서만 쓸 것이더라도, 쓰기 위해서는 만큼의 삶이 반드시 축적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하여 글을 쓰는 것은 때론 정말 쉬운 일이다. 삶이 있으면 되기 때문에. 그러나 글을 쓰는 것은 누군가에겐 정말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삶이 있어야 되기 때문에.

 

11. 양심고백

 : syo도 정말 꼰대인 것이, 이런 책을 만나면 마음이 좌로 뛰었다 우로 뛰었다 한다. 소재는 신박하기가 이를 데 없고, 너무 대놓고 던지긴 하지만 저마다의 이야기에 큼직한 생각거리도 들었다. 하지만 글이..... . 정말, 이건 문장이 아니라 문자다 싶은 수준까지 미감이 표백된 것들도 있다.

 : 그러나 글은 느는 것이니까, 김동식 작가님이 지닌 이야기에 걸맞은 입담까지 장착하는 날을 충분히 희망 가지고 기다릴 수 있다. 그런 책이다.

 

12.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 제목 이상의 설명을 덧붙일 수가(필요가) 없는 책. 확실히 실용적이긴 하다.

 : 그럼에도 당장 이 책을 읽고 뭘 얻었느냐고 물으신다면. , 여덟 살 때 우리 집에서 기르던 삼색 고양이 이야기를 해드릴까 하는데요...... (온갖 고민을 해봤는데도 정 이야기를 풀어나가지 못하고 있다면 적당한 핑계를 대고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는 방법도 추천한다. 책을 사고 글을 읽는 사람 들 사이에서 고양이는 한동안 꾸준히 인기일 듯하다. 어쨌건 고양이에 관한 내용으로 때우면 그중 일부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도 저도 안 될 땐 고양이 이야기를 써라.”)

 


13. 망작들

 : 작가들이 보낸 작품을 까는 출판담당자의 편지들. 물론 가상의 출판담당자다. 그러나 작가들은 실존 인물들인데, 도저히 출간이 불가능한 망작을 찍어달라고 떼를 놓는 그 철없고 물정 모르는 작가들이란, 플라톤,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프루스트, 카프카, 디킨스, 그리고 성경 쓰신 하느님.....

 : 신랄하고 정확하여 작가의 명치를 가격하는가 하면, 신랄하고 멍청하여 되려 독자 대중이나 출판계의 인중을 후려치기도 한다.

 

14. 뉴욕은 교열 중

 : 이 책은 어쩌면 내 글쓰기에(그럴 일은 드물겠지만 만약 영어로 쓴다면 더더욱)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그게 지금 이 순간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니까 비록 읽다 말았으나 우리 오늘은 웃으며 안녕.....

 

15. 교수처럼 문학 읽기

 : 개개의 문학작품은 거대한 거미줄에 걸린 이슬방울에서 시작하여, 때로는 거미줄 자체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낱낱의 거미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다음 작품이 생겨나고, 그 작품이 다시 결절이 된다. 그래서 개개의 문학작품은 문학이라는 거대한 세계의 독립적인 부분인 동시에 몇 개의 이미지로 문학 그 자체에 융합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내가 쓰는 글은 언젠가 셰익스피어가 썼던 글의 익숙한 변주가 되고, 때로는 셰익스피어가 쓴 글이 미래에 내가 쓸 글의 앙상한 뼛조각이 되는 일도 생긴다. 그래서 syo, 그 어떤 뻘글을 때려도 그것이 문학이라는(혹은 언어라는) 거대한 바다의 성분 분포를 미약하게나마 이동시킬 수 있다는 생각으로. 늘 주의 깊게 써야 한다. 많이 읽어야 한다.

 

16. 시사IN 568

 : 그를 기리며 이 책을 산 사람이 많겠다.

 : 그의 생이 담긴 기사를 꾹꾹 눌러 읽었다. KTX 여승무원 복직 기사와 겹쳐 읽으니 눈물이 조금 차올랐다. 평전이 나왔으면 좋겠다. 두꺼운 걸루다가.





17. 파인 다이닝

 : 알라딘에 올라온 평들을 보면, 이 책의 일곱 작가 중 누구 하나가 찬사를 독점하지 않는다. 꼴랑 5500원 주고 사기에 미안할 만큼, 고르게 좋은 작품들이다.

 : 그녀들의 기나긴 파업투쟁이 쏘아올린 화살은 늦었지만 결국 바른 곳에 도착했다. 그러므로 최은영은 기쁘겠다. syo도 기쁘다.

 : 윤이형에게 자꾸 얻어맞는다. 10년쯤 전인가, 단편 <큰 늑대 파랑>을 읽었을 때는 나중에라도 이 작가에게 정복당할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었는데. 러브 레플리카에 흠씬 두들겨맞고는 어쩌다 한 번 당한 거겠지 싶었는데, 이 책을 읽고 확실히 알았다. 나는 저 사람 펀치에 딱 맞아들어가는 샌드백이다......

 

18. 버스데이 걸

 : , 이 양반 참, 뭘 또 이렇게까지. 안 사요.

19. 우리집 강아지

 : , , , 터지긴 했으나 뻥뻥 터지지는 않을만큼, 딱 그만큼 재미있는 단편.

 : 여기서 말하는 우리집 강아지는 형인데, 형 있는 친구들의 유년을 가만히 돌아보면 형이란 존재는 대체로 개 같은 놈이거나, 개보다 못한 놈이거나, 개보다 더한 놈이긴 하더라만. 이 이야기 속의 형은 유년의 제약을 뛰어넘은 한평생 개 같은 형이긴 한데, 화자인 동생놈도 개로부터 그다지 멀리 서 있는 것 같진 않다. 내게 강아지 같은 형이 있었으면 더 재미있었을까.

 

20.도련님의 시대 1

 : 나의 사랑 소세키는 은근 찌질한 구석이 있어서 더욱 사랑스럽다. 찌질함은 다양한 조건에서 생겨나는데, 그 중 어떤 종류의 찌질함은 세상에서 소세키가 제일 잘 포착한다. 그리고 그걸 이런 문장으로 그려낸다. “늘 태평해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 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21. 혼자서 본 영화

 : 정희진 선생님의 책은 항상 빌려 보면서 옮겨 적다가 팔이 아파서 결국 산다.

 : 책 읽은 책의 장르도 정희진이더니, 영화 읽은 책의 장르도 정희진이다. 결국 산다.

22. 책벌레의 공부

 : 옛 성현들의 공부(독서)에 관한 말씀들은 정말 묵직하고 권위가 느껴지기는 하는데, 그 말씀대로 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또 아니다. 뭘 또 저렇게 까지 싶은데, 또 막상 흘려듣기는 그래서 끄덕끄덕 하면서 옮겨 적곤 한다. 그러나 결국 책을 덮고 나면, 그분들은 위대하셨지 나는 요 모양 요 꼴이지만, 하는 자괴감만 들 뿐 딱히 내 독서가 변하는 건 없다. 실은 선조들이 썼거나 동시대 독서왕들이 썼거나 결론은 크게 다르지 않다. 독서책의 서글픈 운명이랄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좀 권수를 줄이고, 한 권을 먹는 속도를 늦추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자주하는 생각이긴 한데, 천천히 읽어도 결국 다 날라가는 건 똑같다 보니 에라이 어차피 이럴 바엔, 하면서 다시 퍽퍽 읽게 되는 것이다. , 내 인생.

23.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 이 책이 김동식 소설집의 마지막 권인데 뭐랄까, 다른 방향으로의 걸음마 같은 것이 느껴진다. 앞의 네 권(중 세 권만 읽었지만)이 상상력과 제재의 파괴력으로 밀어붙이는, 생명력은 있으나 조리 되지 않은 날고기 같은 책이었다면, 이번 작품집에서는 이야깃거리의 힘을 조금 빼고 소설이라는 장르의 구조에 의탁하려는 움직임이 살짝 엿보인다. 소설가에게 좋은 일 아닐까?

 

24. 탈주자

 : 시리즈의 첫 작품 추적자이후 1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갑자기 레벨업이 확 일어난 느낌이다. 공들인 도입부의 구성, 생각을 많이 해서 지은 티가 팍팍 나는 문장들, 그리고 한층 더 선명해진 주인공 잭 리처의 캐릭터! 이 책까지 읽고 나니, 왜 그렇게 ㄷ님들이 잭 리처 잭 리처 끝나지 않는 돌림 노래를 부르고 계신지 확실히 알겠다. 허허. 멋진 남자 잭 리처. 멋진 남자 김태랑 이후 처음으로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순정마초가 나타났어.

 

 


100권까지, 14, 36권 남았다


자, 글을 썼으니 이제 복숭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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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8-17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녁엔 복숭아를 먹어야겠습니다.
syo님,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syo 2018-08-17 20:25   좋아요 1 | URL
참 시원하고 기분 좋은 금요일밤입니다. 서니데이님도 복숭아 맛나게 드시고 선선하게 하루를 마무리하시길^^

북다이제스터 2018-08-17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빨갱이 마르크스 책은 빼놓지 않고 또 많이 읽으셨습니다. ㅎㅎ 읽어도 읽어도 새롭고 새로운 내용이 많은 것 같습니다. ㅎㅎ

syo 2018-08-17 20:26   좋아요 1 | URL
ㅎㅎ 부족함이 있습니다. 저도 북다님처럼 뜯어 먹듯 읽을 줄 알아야 할텐데요....

북다이제스터 2018-08-17 20:42   좋아요 0 | URL
뜯어 먹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책 읽다가 꾸벅꾸벅 졸고... 책 대부분은 이해 안 되어 그냥 넘어가고... 책 뜯어먹을 날 왔으면 좋겠습니다. ^^
하여튼 syo 님 독서력과 글솜씨에 오늘도 반성, 자책... 등 복합적 감성을 느낌니다.
하여튼, 우리 화이팅.... 목적은 잘 모르겠지만 책 읽어두면 언제가 뜻하지 않았던 뭔가가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우리 그날까지 화이팅...^^

syo 2018-08-17 23:06   좋아요 1 | URL
북다님도 화이팅!! 복숭화이팅!!

오후즈음 2018-08-17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월부터 슬럼프라 한달에 세권도 버거운 날들이었는데 반성하고갑니다 ㅜㅜ 여름이 가기전 일복숭아 일책 해야겠네요

syo 2018-08-17 23:06   좋아요 0 | URL
일단 드셔보시라니깐요 ㅎ 한 개 드시고 나면 한 권 뚝딱!! ㅎㅎㅎㅎ

2018-08-17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18 0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bookholic 2018-08-18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숭아는 몇 개 남으셨는지요?^^

syo 2018-08-18 08:55   좋아요 1 | URL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에 똑바로 기록을 하지 않아서.... 구매량으로 보면 54과를 사긴 했습니다ㅎㅎ

북홀릭님도 1일 1복 하시기를^-^

책읽는나무 2018-08-18 0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어제 장을 봤었는데 복숭아를 빼먹었네요.다른 과일들에 밀렸~~7월엔 복숭아를 제법 먹었었는데 정작 8월엔!!ㅜㅜ
8월이 가기전에 꼭 복숭아를!!!!

역시나 눈에 들어오는 syo님의 독서기록문입니다.
화이팅입니다^^

syo 2018-08-18 08:57   좋아요 0 | URL
책읽는나무님의 발걸음을 붙잡는 복숭아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으셨나요. 전 매번 그냥 지나치질 못하고 ㅎㅎㅎㅎㅎ

북 많이 읽고 복 많이 드시는 8월 되세요!! ^-^

비로그인 2018-08-18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달 100북100복이라니, 고작해야 올해 1주1책을 결심하고 슬금슬금 실패해가고 있는 이로서 한없이 부끄럽지만, 괜찮아요 사람마다 그릇이 다르니까요(찡긋)! 저는 1년100북도 가까스로 실패한 사람이거든요. syo님 덕분에 다양한 책을 (제목이나마) 접하니 그것만으로도 좋네요-^^

syo 2018-08-18 19:37   좋아요 0 | URL
많이 읽는 게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제가 몸소 증명하고 있습니다!! 저래 읽어도 조만간 다 날라가고 말지요 ㅎㅎㅎ

사실 1년 100북도 대한민국 성인 연평균 독서량의 70배 가량 되는 어마어마한 양 아닌가요.

stella.K 2018-08-20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복숭아를 먹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루에 한 권은 저에겐 도저히 불가능하므로...ㅠ

<망작들>을 읽어봐야겠습니다. 얇아서 별로 마음이 안 갔는데...
저 12번 책은 책쓰기의 연장이긴 한데 좀 재밌고 독특하긴 했어요.
그래도 이미 책쓰기에 관한 책을 여러 번 읽어봤다면 굳이 권하고 싶진 않더군요.
근데 책쓰기에 관한 책을 쓰겠다면 권해보고 싶긴 해요.
이렇게 재밌게 쓰면 좋을 것 같고, 가급적 글쓰기에서 안 다뤄 봄직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뤄 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싶더군요.

syo 2018-08-20 16:38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은 괜찮게 보셨군요 ㅎㅎㅎ
작가님이 그렇게 보셨다면 그런 거겠지요. 스텔라님이 책 쓰기에 관한 책 한 권 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ㅎㅎ

토큰 2018-08-20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숭아 알러지가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ㅠ_ㅠ

syo 2018-08-20 16:39   좋아요 0 | URL
으으 생각만 해도 너무 슬프다..... ㅠ_ㅜ
그럴 때는 수박으로 대체합시다!! 1박 1북.....

토큰 2018-08-20 16:41   좋아요 0 | URL
이런 수박ㅠㅠ 🍉🍉
 

 

여름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육즙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 나이가 들수록 syo가 더위를 못 참고 더 괴로워하는 것인지, 아니면 나이가 들수록 더위가 syo를 못 참고 더 괴롭히는 것인지 헷갈린다. 오늘날, 피서避暑라는 말은 꺼지라 그래. 오직 피난만이 있을 뿐이다.

 

옛 성현들께옵서는 아무리 무더워도 마음을 여미고 책상 앞에 정좌하여 공자 왈 맹자 왈 하시면서 사랑도 잊고, 이별도 잊고, 눈물도 잊고, 덤으로 더위도 시원하게 잊으셨다고들 한다. 진짤까? 공풍기 맹어컨, 과연 그게 얼마나 시원한지, 다음 주에는 논어 맹자 한 번 읽어 볼까 싶다.

 

180808 - 180812 20권


 

1. 사랑하는 개

- 박솔뫼에 대한 syo의 기본적 입장은 이랬다. 문장에 주어가 없거나, 주술 호응의 의지가 없거나, 주제가 없거나, 있는데 무슨 생각인지 알려줄 생각이 없거나, 아니면 내게 읽는 눈이 없거나, 뇌가 없거나, 그것도 아니면 새 시대에 발맞출 감각이라도 없거나. 박솔뫼와는 정말 끝내 인연이 없거나, 도저히 좋아할 수가 없거나.

- 그래도 단편은 장편보다는 여러 모로 인자하다. 이런 망할, 나란 놈은 도대체! 하면서 책을 던져버리는 슬픈 사건은 생기지 않는다심지어 이제는 이게 다 은근히 귀여운 글들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쨌다는 거지, 하고 타박하는 성난 syo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뭘 또 그래, 박솔뫼잖아, 하며 누그러뜨리는 새로운 syo가 생겨났다. , 인간이란 결국 이런 식으로 길들여지는 동물이지.


2. 아무튼, 외국어

- 세상에는 정말, 에세이를 잘 쓰는 사람이 많다- 아무튼 시리즈를 하나하나 읽어 나가면서 깨닫는 가장 통렬한 진실이다. 기쁜 진실이다. 어디서 저런 사람들을 자꾸 찾아내는 거지?

- 쓰고는 싶은데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자주 듣고 자주 한다. 아주 가끔 진실일 때도 있지만 대체로 헛소리다. 쓰면 쓴다. 못 쓰니까 못 쓰는 거지. 소재가 아니라 실력 탓- 아무튼 시리즈를 하나하나 읽어 나가면서 깨닫는 두 번째로 통렬한 진실이다. 슬픈 전설이다.


3. 술어집

-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리 유용하지도 않다. 철학용어 사전으로서 그리 엄밀하지도, 풍부하지도 않아 보인다.

- 인용되는 최신의 문헌이 30년도 더 전의 책들이다. 지식이 상하는 것은 아니지만, 3000년이 지나도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만 읽으면 충분하다고 우기는 일이 오만이듯이, 30년이 지나면 그만큼의 공백, 그만큼의 읽을 것들이 생기는 법이다.

 

4. 여하튼, 철학을 팝니다

- SNS 글장사가 철학을 가지고도 펼쳐지는구나. 깊이가 없는 게 단점이지만, 대신 피식이 있는 게 장점이다. 퉁 치면 남는 장사일까, 밑지는 장사일까.

- 깊이가 없다고 대놓고 말해도 하나도 미안하지 않다. 그것은, 이 책이 철학적 지식을 정말 눈곱만큼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다. 예를 들면, 작가는 <여성스러운 것과 여성 혐오 사이> 라는 꼭지의 글에서 너 그렇게 하면 남자들이 안 좋아해라는 말 속에 숨어 있는 혐오를 단호하게 지적하고 있지만,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라는 꼭지에서 그림 작가는 분홍 원피스에 파란 백을 왼쪽 어깨에 맨 붉은 입술의 아가씨가 아이스 아메리카노 뜨거운 거 주세요. 라떼에 우유 빼고 주시던지.” 라고 말하는 삽화를 그려 넣었다. ’형용 모순에 대해 설명하는 꼭지이기 때문에, 삽화 속 저 발언자가 여자, 그것도 겉치레만 요란하지 골빈 년이라는 혐오의 스테레오타입을 재생산하는 모양새의 여자일 필요는 전혀 없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여자를 그려 넣은 것일 수도 있는데 비약이 심한 거 아니냐고?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오해를 막기 위해 그림 작가 스스로 여자 원피스 아래쪽에 써 놨다. “차도녀라고글 작가가 직접 그린 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한 권의 책에서 글과 그림에 모순이 발생하면 우리는 의심하게 된다. 책을 파는 데는 진심이 별로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쯤에서 책을 탁, 덮었다.

 


5. 죽은 자로 하여금

- 처음 만난 이후로 십 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지만 편혜영은 계속 편혜영이다. 편혜영은 시간이 지날수록 꾸준히 더 나은 편혜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편혜영이다. 난 그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 어떤 고통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으로부터 온다. 또 어떤 고통은 그저 작은 선택으로부터 오지만 결국 되돌아가 그 선택을 잘못으로 바꾸어놓기도 한다. 과오에 의해서건 조심성 없이 내린 결정에 의해서건, 일단 굴러가기 시작한 고통은 시간을 몸에 붙이며 그 몸피를 불린다. 이 국면과 전혀 무관한 과거의 다른 잘못이나 선택들까지 소환하여 어떻게든 우리가 괴로워해야만 하는 명분을 세운다. 따끔함을 느꼈을 때, 이미 늦었다. 아픈 데가 어딘지 여기 저기 만져보고 짚어보는 이의 손에 잡히는 것은 좌절뿐이다. 설령 운이 좋아, 우리에게 가해진 이 모든 타격이 타인이나 구조의 간악한 음모였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지더라도, 그냥 그뿐이다. 보상 같은 건 없다. 일단 우리를 덮치기로 마음먹은 고통 앞에서 우리는 누구나 알몸이다. 이유 없이 죽은 자다.

 

6. 과학자의 철학노트

- 진짜 제목대로다. '과학자(스테레오타입 이과생)'가 만든 철학 '노트'. 철학 지식에 대한 필기 노트 이상의 무엇이 되기는 어려운 책인 듯. 물론 압축적 지식을 획득하여 어디 가서 뽐낼 목적으로 읽기에는 충분하다. 고수들에게 걸리지만 않는다면. 다행히도 오프라인 세상에서는 전공자가 아닌 이상 철학 고수를 만나는 일이 되레 어렵다. 그 사람들은 나돌아 다닐 시간을 아껴 들뢰즈와 데리다를 읽는다. 그러니까, 지식을 뽐내기 위해 이 책을 고른 당신은 전공자들만 피하면 됩니다.

 

7. 뷰티 인 리딩

- 자기계발서가 즐겨 구사하는 전략을 도입한 것이 독특하긴 하나, 결국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별다른 독창성이 없고, 문체 역시 거기에 부합한다. 그렇다면 평범한 책인 것인데, 그래도 굳이 장점 하나 꼽아 보자면, 좀 별론데, 싶을 때면 어떻게 알고 독서하는 사람이 찍힌 사진이 빵, 하고 등장한다. 그러면 그 사진을 좀 오래 보면서 어쩐지 마음이 낙낙해지는 것이다. 책 읽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는 것, 그것은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고질병이다.

- 당신이 알고 싶을 때, 당신을 좀 더 서둘러 사랑하고 싶을 때, 나는 당신을 어떤 책 읽는 모습 앞에 데려다 놓겠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당신의 입가를 바라보겠다. 그곳에서 미소를 찾겠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여, 집중하여 책 읽는 모습을 만나면 당신은 밀물처럼 당신을 덮치는 미소로부터 결코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

 

8. 사흘 그리고 한 인생

- 피에르 르메트르의 책을 처음 읽었다. 이제는 찾아서 읽게 생겼구나.

- 심리묘사가 좋다고 한다. 그렇다. 특히 죄를 지은 아이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한다고. 그도 그렇다. 그러나 syo가 보기에, 그가 제일 실감나게 보여주는 것은 섹스를 둘러싼 여러 상황에서의, 그러니까 섹스 한참 전, 직전, , 직후, 한참 후 남자의 심리인 것 같다. 생동감 넘치는 찌질함이랄지, 찌질함 넘치는 생동감이랄지 뭐 그런 것이 느껴진다. 도스토예프스키가 21세기에 돌아와 글을 써도 이 영역만큼은 르메트르를 쉽게 꺾지 못할 것 같다ㅋㅋㅋㅋㅋ아닌가? 뭐야, 또 나만 쓰레긴가?

- 하여간, 마음의 요동을 집요하게 응시하고, 그 요동이 인간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는 과정을 촘촘하게 설명하는 힘이 있는 작품이다. 그 힘은 별 것 아닌 이야기에도 몰입하도록 독자에게 채찍을 친다.



9. 세상에서 가장 쉬운 양자역학 수업

- 첫 페이지를 딱 열면, 21세기 지식자본주의 성공의 화신인 저커버그가 딸에게 양자역학 책을 읽어주는 장면을 상기시키고, 그가 칭화대학교에서 강연하며 양자역학 공부가 자신의 사고방식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했음을 밝힌다. 그리고 바로 다음 페이지에서, 그렇다면 우선 고전 물리학의 세계로 한 번 빠져 보자면서 대뜸 뉴턴의 인생역경을 묘사한다. 이쯤 되면, 이미 syo의 눈은 가늘고 미간에는 주름이 잡힌다. 마음은 싸늘하게 식는다. 표지에는 마윈의 스승이라는 저자의 신분증명과 , “마윈과 마크 저커버그는 왜 양자역학을 공부했을까?” 하는 글귀가 대놓고 박혀 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양자역학 수업이라는 제목 자체도 참 애쓴다는 느낌을 자아내지만, 그 가운데 세상쉬운위에 방점까지 탁탁 찍어 놓은 것을 보고 있노라면 눈물 날 것만 같다. 심지어 과학책에다가도 이런 짓을 한다는 데에 빡쳤다가, 반대로 이런 짓이라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과학책을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반증인가 싶어서 목이 멘다.

- 읽어보면,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든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사실 과학에 있어서 대부분의 어른들은 아이들보다 훨씬 못하다(실제로 어른들은 돈 버는 일과 무관한 대부분의 지식에서는 아이들보다 약하다. 18세는 대체로 미분을 할 줄 알지만, 38세의 팔 할은 미적분을 인간의 무식함을 질타하기 위해 지옥에서 만들어 낸 단어쯤으로 여긴다.) 그래서 이 책은 어른들에게도 꽤 괜찮은 책이다! 간결하고 친절하다. 앉은 자리에서 빠바박 읽고 휘리릭 던질 수 있는 책이다. 최소한 쉽다는 부분에서만큼은 제 이름에 스스로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는 책 같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두껍고 어려운 양자역학 수업이라는 책을 읽어도 양자역학에 대해 속속들이 알기란 어려운 마당에, 큰 기대는 가지지 마시길. 실제로 양자역학 자체보다, 양자역학을 둘러싼 과학자들의 자잘한 에피소드를 읽는 재미로 보는 책이다.

- 그러니까, 1. 기대하지 마시고, 2. 웬만하면 빌려 보시라는 말씀.

 

10. 아무튼, 쇼핑

- 다양한 주제, 그리고 그 주제에 맞춤하여 더욱 빛나는 문체, 그리고 그 문체의 주인들. 정말 이 시리즈가 품고 있는 다양성의 미덕이란 잠깐 칭찬하고 말 수가 없다그러다보니 정말 취향과 어긋나는 경우 공감이 1도 안 되는 책마저 나온다. 요게 그랬다. 대단하지만, 관심 없달까.

- 아무튼 시리즈를 읽고 있으면 syo는 아무튼 무엇을 쓸 수 있으려나 생각해보게 된다. 아무튼, 빨갱이? 아무튼, 입문서? 아니면, 아무튼, 알라딘?

 

11.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의 안부를 물었다

- 편지를 쓰는 일이 힘들다. 편지지를 앞에 놓고 앉으면 공황장애에 가까운 증상이 일어나는 때도 있었다. 두 줄을 쓰고 나면 비어있는 다음 줄이 엄습하여 마음이 다쳤다. 그러면 하루를 묵히고 돌아와 다음 두 줄을 만들었다. 그렇게 며칠이 걸려 한 장의 편지를 쓰면, 그 글은 참 보기 싫은 꼴일 때가 많았다지금 이 순간의 감정을 여과 없이 꺼내는 일이 발가벗는 일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퇴고의 과정 없이 한달음에 써내려간 글이 나의 바닥을 드러내 보일까 두려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 없이 편지는 편지가 되지 않았다.

- 그 형식 때문인지, 다른 어떤 글보다도 편지야말로 내가 아닌 당신을 위한 글이라 우리는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편지를 쓰고, 또 읽다보면 금세 느낀다. 편지는 누구보다 나를 위한 글이고, 내가 가장 많이 드러나는 글이고, 필연적으로 당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나의 안부를 묻는 글이다. 곧 나의 이름을 부르며 당신의 안부를 묻는 답장과 마주하면,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의 안부를 묻는 한 쌍의 닮은꼴이 된다. 겹친 그림자처럼 나를 교환하여 우리를 만든다.

 

12. 아무튼, 스웨터

- 스웨터라는 제목만 받아들었을 때, 이 책이 내가 찾던 그 책임을 바로 직감할 수는 없었다.

- 3부를 통째로 차지하고 있는 긴 시가{시라고 부르기엔 긴 그 글을 나로서는 시라고 할 수 밖에 없는데, 나로 하여금 평생 마음 한 곳에 김현이라는 이름을 책갈피처럼 끼워 놓은 채 살도록 만든 그의 첫 시집 글로리홀에서 내게 발견된 아름답고 알 수 없는 글들[, 얼마나 그 시들을 사랑(알 수 없는 것들 중에는 알 수 없으므로 사랑한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것들이 분명히 있으므로)했었는지]과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나는 좋았다.



13.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

- 이 책은 어둠에 대한 우리의 낡은 생각을 걷어갈 것이다.

- 뭐 팔을 벌려 크게 원을 그리고 거기서 뭘 빼라는 둥, 모든 순간이 다 누구누구였다는 둥의 글귀들이 모여 있는 책을 오랫동안 혐오해왔다. 그런 아름다워 보이는 글 몇 조각을 지어내는 것은 너무도 쉽기 때문이다. 몇 개의 패턴, 몇 개의 리듬, 남들이 잘 쓰지 않으면서 아름다운 몇 개의 단어만 손에 움켜쥐면 무한히 증식시킬 수 있는 그런 글귀는 syo도 하루에 수십 개는 만든다. 그리고 그 중에 덜 못난 놈 한두 개 골라 일기장에 띡 박아놓는 것이다. 걔들은 거기가 딱 어울린다

- 겉멋 든 문장 한두 개를 중심으로 몇 줄의 글을 앞뒤에 붙여 놓고는, 독자들로 하여금 처한 현실이건 가진 추억이건 각자 뒤적거린 다음 알아서 공감하라고, 마치 토막 낸 갈치 던지듯 글을 툭 던지는 그런 글들을 돈 받고 파는 건 감정/시간/종이낭비방조죄는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그러나 그렇게 싫어하는 유형의 책처럼 보임에도, 글의 경지가 여기까지 이르면 그냥 눈 멀뚱히 뜨고도 양 싸대기 다 내주는 수밖에 달리 도리 없는 듯. 이 듬성듬성한 책, 띄엄띄엄한 문장들에 왜 이렇게 자꾸 걸려 넘어지는지. , 인정. , 아름답고 처연하다. , 시인, 진짜 내가 숭배하는 인간들.

- 그리고 이제 알았다. 누군가에겐 더없이 유치해 보이는 글에 다른 누군가는 소스라쳐 감동하는 이유가, 글 자체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읽는 이의 눈높이에 있다는 사실을. 모든 독자에게 세상 하나뿐인 우주는 바로 자신이다. 하여, 나보다 너무 높아 보이지도 않는 글은 지나친 글이 되고, 내가 해도 하겠다 싶을 만큼 손쉬운 글은 모자란 글이 된다. 내가 고개를 들면 볼 수는 있지만, 손을 뻗어도 닿을 것 같지는 않은 높이에 있는 글, 우리는 그런 글을 숭배한다.

- 우리가 신용목을 모르는가. 그는 황현산 선생님이 말씀하신, 4대 메이저 시집 출판사에 시 한 무더기 들고 찾아가면 군소리 없이 시집 내줄 300명 안짝의 시인 중 한 명임이 자명하다. 그런 그에게, 물 많이 넣고 끓여 묽힌 시 같은 이 글들은, 모아서 책으로 만들기 쉬웠을까, 오히려 어려웠을까.

 

14. 처음 시작하는 미학 공부

- 정말, 입문서를 많이 읽다보면 저자들의 노력에 목이 멜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중요한 놈들은 어떻게든 집어넣고 싶은데 대체로 중요한 놈들이 또 어렵거든.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쓰고 싶은데 대체로 쉽고 재미있는 놈들이 또 유치하거든. 그 기묘한 외줄타기의 재능은 정말 드물다. 입문서는 정말, 학문의 깊이가 깊다고 팍팍 쓸 수 있는 그런 만만한 책이 아니라구요.

- 애썼다는 말을 해 주고 싶다. 함량이야 syo가 평할 부분은 아니지만, 사조영웅전이나 소오강호부터 시작해서, 도라에몽에, 미스터 초밥왕에, 요리왕 비룡까지 들먹였으면 정말 당신은 하는 데까지 한 것이다.

- 그래서 괜찮은 책이냐고요? 그건 독자들이 지니고 있는 저마다의 미학에 달려 있습지요....

 

15. 열다섯 번의 낮

- 일찍 눕고 싶은 기분에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가 누웠다. 책이 추락의 방향으로 끈덕지게 마음을 잡아끌어 결국 누울 수밖에 없었다고 적으면 겉멋일까. 희망찬 말을 건네도 어쩐지 내가 자꾸 무거워지는 이 은은하게 눅눅한 책은 어떤 날에 읽으면 좋을까. 웃음이 너무 많았으니 이제 마음을 좀 가지런히 빗겨야 되겠다 싶은 날? 아니면, 제발 누구라도 와서 딱 한 대만 더 때려주면 좋겠다, 그럼 그냥 죽은 척 오늘은 그걸로 다 끝낼 텐데, 싶은 날?

- 글이 글 쓰는 이에게 어떤 의미인지, 어떤 의미가 되어야 하는지,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지, 이 세 가지 질문을 오래 궁굴린다. 하나라도 명확히 답할 수 있어야 글이 겨우 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 어느 것도 잘 알지 못하면서 기어이 쓰는 일을 이어나가는 이유는, 그 답 역시 쓰는 중에 찾아낼 밖에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은이가 지금껏 몇 개의 답을 찾았는지는 모르겠으나, 마침내 모든 답을 찾아낼 때까지 계속 그의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16.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 잘 쓰는 글을 만나면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이 졸렬한 마음이 다 어디서 나오는 것인고 허니, 언젠가는 syo도 책 한 권 만들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과분한 욕심(욕심을 넘어 욕망이나 탐욕, 그리고 때로는 정욕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독한 욕심)을 아직 다 버리지 못해서인 것 같다. 하여, 누가 봐도 나보다 잘 쓴 글을 내가 보면 자꾸 작아지는 것이다. , 난 역시 안 되겠는걸. 안 되겠는걸. 안 되겠는걸. 자꾸자꾸 작아져도 작아지기만 하지 사라지진 않는 욕심. 남산 위의 바윗돌보다 우리 동네 초미세먼지가 더 유독하듯이,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자꾸만 나를 더 괴롭히는 그 욕심. 이 책이 또 내 욕심을 잘고 곱게 갈아주었다. 이 지역 미세욕심 농도 현재 매우 나쁨입니다. 질투를 삼가세요. 실내에 처박혀 혼자 잉잉 우세요.



17. 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

- 나는 백년 동안의 고독이 정말 그런 책인 줄 몰랐다. 그건 정말 미쳤다고밖에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하겠는 환상적이고 멋진 책이었다. 이 책도 정말 이런 책인 줄 몰랐다. 말랑말랑 달콤달콤 베이스에 씁쓰름이 조금 추가된 소녀풍 연애소설을 상상했는데, 세상에, 읽다 보면 오빠가 의자가 된다! 의자왕이 아니라, 진짜 의자가...... 뭐야, 이거, 무서워.....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이 생각이 나기도 했는데, 희미한 기억속의 걔는 그래도 끝내는 뭔가 해피했던 것 같은데, 얘는 다르다. 행복이라고 할 수도 없고 불행이라고 할 수도 없으니, 그저 특별한 슬픔 같은 것이라고 밖에는.

 

18. 곰탕 1

19. 곰탕 2

- 영화의 시놉 같았다가, 대본 같았다가, 갑자기 소설 같았다가, 아니 이게 대체 뭐야 하는 사이에 1권 뚝딱, , 재미진데, 했더니 2권도 뚝딱.

- 목숨을 걸고(말 그대로 목숨을 건다) 과거로 시간 여행을 감행하는 이유가 한낱 곰탕 레시피여서 좋았다. 그리고 그 한낱곰탕 레시피가 알고 보니 한낱이 아니어서 좋았다. ’한낱이어도 좋았을 것이었지만, ’한낱이 아니어도 좋았다.

- 세상 누군가에게 가족이란 한낱가족일 뿐이다. 그렇지만 실은 누구에게나 가족은, 그 존재를 통해서건 부재를 통해서건, 끝내 어떤 식으로든 가족이다. 내 역사에 난 흉터를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쨌든 그 한낱은 한낱 한낱이 아닌 것이다.

 

20. 추적자

- 1권을 읽었는데, 이거 어떡한다...... 분량(투여시간) 대비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 소문을 통해 접하기로, syo는 잭 리처가 무슨 무신(武神)이라도 되는 줄 알고 있었으나 막상 그는 이 책에서 실컷 얻어터지고 많이도 쫄았다. 또한 역시 소문에 힘입어 어마어마한 섹스의 화신으로 정해져 있었던 그는, 막상 이 책에서 딱 한 명하고만 서너 번쯤 잤다. 그리고 그 부분의 표현이 너무도, 정말 무책임할 정도로 빈약해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내가 550페이지를 읽었는데, 고작 이런 푸대접이라니..... 이런 식이면 아무래도 다음 거래는 좀 곤란하겠다. 저자(혹은 역자?)의 분발을 원한다. 원해봤자 이미 다음 편에, 다다음 편에,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음 편조차 출간이 되어 있는 상태긴 하지만.

 

  

여름에 날씨 덥다는 이야기 말고 다른 말을 할 줄 아는 재치 있는 사람이 되었다면 참 좋았겠으나, 그러지 못하여 이것 참 송구합니다. 별일 없이 무탈무난한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있네요.

 

아, 복숭아가 맛있는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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