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지랄이냐 하실 분들도 계시겠으나, 하루 한 권을 읽지 못하던 사람이 기를 쓰고 하루 한 권씩 읽는 일 만큼, 하루 한 권을 읽던 사람이 기를 쓰고 하루 한 권도 읽지 않는 일 역시 버겁기는 마찬가지다. 늘이는 일이 됐건 줄이는 일이 됐건, 오래 묵혀 세심하게 빚어 놓은 삶의 무늬를 건드리는 일은 일이다. 그 모든 버거움을 감당해야 할만큼 밥그릇의 무게는 치열하게 무겁다는 것을 깨닫고, 어차피 성에 차도록 읽지도 못할 거, 이제 앞으로 다섯 달은 책을 한 권도 안 읽어볼까 싶은데.



201802 : 20권



1. 나는 이렇게 읽습니다

: 얼마나 읽으면 읽는 법 책을 내는 경지에 오르는 걸까. 어디에나 있는 저 무시무시한 책쟁이들...... 두 시간짜리 강연 듣고 난온 기분입니다.


2. 철학자와 하녀

: 철학을 버무린 생활이라는 것은 어디서부터 건져올 수 있는 것일까? 열린 눈? 먹어치운 책 더미? 치열한 문제제기와 투쟁의 경험? 철학이 작은 것 가운데 큰 것을 보여주는 돋보기일까, 아니면 반대로 작은 것 속에 숨어 있는 큰 것들이야말로 멀고 높은 곳에 있는 철학을 보여주는 망원경일까.


3. 정확한 사랑의 실험

: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고, 한두 해 지나자 그 손이 부러웠고, 또 한두 해 더 지나고 나니 그 눈이 더 부럽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운이 좋으면 신형철의 손을 가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 눈은 가지지 못할 것 같다.


4. 가벼운 나날

: 숨 막히게 아름다운 문장을 뿌려대는 작가를 만나도 질투하지 않는다. syo는 작가가 될 욕심 같은 게 더는 없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나의 이 속 편한 방어병을 거침없이 무너뜨리고 속절없는 부러움과 달콤한 좌절감으로 육박하는 문장의 지배자들이 있다. 그가 죽고 이제 없다는 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이름들이 있다.



5. 대통령의 책 읽기

: 더는 읽을 책 목록을 늘리지 말아야 할 텐데. 대통령까지 불러내니까 도저히 안 보고 넘어갈 도리가 없더라만.


6. 그러니까, 이게 사회라고요?

: 이런 책이 나오는 것은 아이들에게 좋은 일이다. 요즘 아이들 사는 거 보고 있노라면 대체로 이런 때 안 태어난 게 참 다행이다 싶지만, 그래도 이런 말랑말랑하면서도 딴딴한 책들이 있는 환경은 아무래도 좀 부럽다. 서른 넘은 지금이라도 읽으면 되지만.


7. 일인분 인문학

: 어쩌면 너무 무미한 문체 때문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박홍순 선생님의 책이 덜 읽히는 이유는.


8. 가까운 날들의 사회학

: 평이한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겠지만, 평범한 것이 치명적인 단점. 약간 자기계발서처럼 읽힌다.



9. 이따위 불평등

: 읽을 책은 늘어만 가는데, 읽을 시간은 줄어든다. 쓸 시간은 눈꼽만큼 남았다. 이 시점에 이렇게 목록만 배불려가는 게 안타깝군. 경제적 관점이 중심이지만, 썩 다양한 측면에서 불평등을 다룬 읽을만한 책들을 소개하는 책 책이다.


10. 존 치버의 일기

: 35년간 거의 매일 썼다고 한다. 한글로 900페이지 되는 분량이 전체 일기의 20퍼센트라고 한다. syo 같은 게으름뱅이는 그저 엎드려 숭앙할 따름이옵니다...... 하루 하루가 치버가 썼을 법한(혹은 쓴) 소설의 한 장면이다. 때론 지루하고, 자주 편협하고, 시도 때도 없이 욕정에 몸부림치는 남자가 일상을 꾹꾹 눌러담아 던져 놓고 간 두꺼운 인생이다.


11. 이 얼마나 천국 같은가

: 거장의 마지막 작품은 아름다움과 즐거움, 개인의 이야기와 공동체의 이야기가 어떻게 꿰매어 질 수 있는가를 능란하게 드러낸다. 그에게 시간이 좀 더 허락되었더라면. 그래서 이 이야기가 조금만 더 길 수 있었다면, 우리는 아마 꿰맨 자국조차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12. 번역에 살고 번역에 죽고

: 정말 잘 하는 번역가가 정말 좋은 에세이스트까지는 아닐 수 있다, 라고만 쓰고 말기에는더 재미있는 책이긴 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전적으로 알맹이의 힘인 것 같다. 글맛은 덜하다.



13. 내 이름은 빨강 1

14. 내 이름은 빨강 2

: 아 진짜, 대작이란 이런 건가 보다 한다......


15. 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시절 / 베를린 연대기

: 부드럽게 먹어나가기에는 목구멍에 덜컥 걸리는 문장이 꽤 있다. 물론 벤야민이 원래 그렇게 썼을 수도 있으나...... syo의 읽는 힘이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으나......


16. 1인분의 삶

: 웃기긴 한데, 웃긴 것 말고는 특출나다 할 게 없는 글 치고는 충분하달만큼 웃기진 않는다. 그래도 최소 syo보단 웃기다. 그러나 이 말은 칭찬으로서는 대충 "이야, 너 콧구멍이 정말 두 개구나?" 정도의 수준이라 송구스럽다.




17. 사라지는 번역자들

: 나도 번역자가 되어 사라져 보는 것은 어떨까, 택도 없는 욕심을 불러내는 책이다. 화려하진 않아도 단정하고, 화를 내지 않고도 단호한 문장이 모여 그런 책을 만들었다.


18. 철학하는 날들

: '철학'하는 날들 보다는 철학'하는' 날들, 혹은 철학하는 '날들'을 말하는 소담한 책이므로 부담없이 집어들고 읽고 지나갈 수 있겠다. 철학은 작고 날들이 커서, 사실 철학 지식은 1도 늘지 않았다.


19. 뉴스는 어떻게 조작되는가?

: 아, 이 쓰레기 새끼들......


20. 그냥 좋게 받아들이세요

: 뭘 이새끼야 뭘. 아오...... 이 쓰레기 새끼들 2




앞으로 딱 150일이 남았는데, 그 이야기는 syo의 집중력과 끈기와 체력에 비추어 보아 아무리 용 빼는 재주를 부려 보아도 총합 2000시간 공부하기 힘든 시점에 돌입했다는 이야기고, 어디선가 폭망의 스멜이 스멜스멜 올라오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는 이야기고, 그런 이야기는 이제 독서는 접어야 한다는 이야기고, 또 그 이야기는 알라딘도 접어야 한다는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으아, 이게 다 뭐하는 이야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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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8-02-28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르한파묵 소설 읽으면 딱 저 생각이 들어요!

syo 2018-02-28 09:54   좋아요 1 | URL
그쵸? 역시 저만 그런 게 아니었어요 ㅎㅎㅎㅎ
<내 이름은 빨강> 추천했다가 욕 들어먹은 적이 꽤 있어놔서 쫄았습니다.....

그렇게혜윰 2018-02-28 13:49   좋아요 0 | URL
전 빨강 안읽고 검은책 읽었는데 그 문화를 몰라 속상했지만 대가의 매력에 퐁당 빠졌습니다만 다행히 남에게 권하진 않았습니다 ㅋ

syo 2018-02-28 13:50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면 빨강이랑 검은 놈 말고 하얀 녀석도 있었죠? ㅎㅎㅎ
색깔 좋아하는 파묵이

북프리쿠키 2018-02-28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이 좋긴 하지만 저도 가끔 책디톡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긴 합니다.ㅎ 책보다 소중한걸 챙겨야될때 말이죠. 응원합니다^^

syo 2018-02-28 09:5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응원을 너무 많이 받아먹어서 이러고 사는 게 민망할 지경이에요 ㅎㅎㅎ^-^

몰리 2018-02-28 1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합격을 기원합니다.
하하하. (‘합격‘이 좋은 결과인 게 맞는 무엇이죠....?)

syo 2018-02-28 11:37   좋아요 2 | URL
하하하하 모든 합격은 최소한 불합격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책읽는나무 2018-02-28 1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 이름은 빨강!!!!
오랜만에 들어 보는...하지만 님의 완독 서적 리스트에서 유일하게 그나마 읽은 책이네요ㅋㅋ
읽는 동안 재미나게 몰입했었던 기억은 있는데 책 내용은 또 가물가물하구요.ㅜㅜ

그나저나 다섯 달 동안이나 안읽는다는 계획은 좀 슬프네요?^^
하지만....정 그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저는 기다릴 수 있습니다.ㅋㅋ

syo 2018-02-28 11:39   좋아요 1 | URL
저도 이게 두 번째 읽는 거였는데, 심지어 살인자가 누구였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 상태여서 오히려 좋았습니다 ㅋㅋㅋㅋ 망각이란 뭘까요 ㅎ

말은 이렇게 해놨지만, 금단현상을 이겨낼 수 있을까요....

[그장소] 2018-02-28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얼마나 천국 같은가 : 거장의 마지막 작품은 ㅡ을 오독해서 거지같은 천국인가 ㅡ 로 그러면서 혼자 크큭 , 아 , 이 쓰레기 새끼 ㅡ에 푸하핫 ~!!^^

syo 2018-02-28 11:40   좋아요 1 | URL
한번에 많은 글자를 읽어들이는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발생할 수 있는 오독이로군요 ㅎ

한 줄평이지만 쓰레기 새끼들은 좀 과했으려나요 ㅎㅎㅎㅎ

[그장소] 2018-02-28 11:49   좋아요 0 | URL
아뇨~ 과함(?)이 주는 즐거운 시간였네요. ㅎㅎ 한번에 많은~ 이 아니고 어쩌면 스크롤 탓에 발생한 오독인지도 ... ㅎㅎㅎ 아 덕분에 웃고 갑니다 . 2월 마지막 날 멋진 마무리 하시길요!!^^

비연 2018-02-28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르한 파묵 좋아하는데. ㅎㅎㅎ syo님 생각에 동감.

syo 2018-02-28 13:37   좋아요 0 | URL
파묵은 사랑입니다♡
무슨 성만 써 놓으니 무슨 중국인 이름같네요. 요리 같기도 하고. 파묵.

다락방 2018-02-28 1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부좀해욧!! 😡

syo 2018-02-28 14:46   좋아요 1 | URL
😴 Zzz......

이하라 2018-02-28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독서량이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독서하셔도 어마어마한 독서량이니까 티도 안날꺼 같네요. 시험 좋은 결과있기를 바랍니다^^

syo 2018-02-28 15:3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무슨 굿바이 스페셜처럼 되어 버렸네요. 별 것도 아닌데 ㅎㅎㅎㅎ

서니데이 2018-02-28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월부터는 더 열심히 하시겠군요.
syo님, 즐거운 오후 보내세요.^^

syo 2018-02-28 15:34   좋아요 1 | URL
비와서 참 좋네요. ㅎ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오후, 열심히 하시는 3월 되세요.

단발머리 2018-02-28 1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도 파묵 좋아해요. 근데, 검은 책은 끝까지 못 읽었네요. ㅎㅎㅎㅎㅎㅎ
찜해둔 책은, 1번 나는 이렇게 읽습니다, 랑 9번 이따위 불평등이예요.
아무렴, 저는 2번 고병권을 존경합니다.

근데, 갑자기 화가 나려고 해요.
아니, 왜!!! syo님은 이제 다섯달이나 책을 안 읽으려고 해요? 왜 책을 안 읽어야해요? 읽고 요렇게 페이퍼를 써야지요. 왜요? 왜????

syo 2018-02-28 17:05   좋아요 1 | URL
저도 먹고 살아야 되는데, 먹고 살기가 싫은 것은 아닌데, 먹고 살기가 또 싫기도 하고 막 막,

목하 인생 방랑 중이옵이다.....

독서괭 2018-02-28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syo님의 다섯달동안 한 권도 안 읽어볼까 싶은데. 를 싫은데. 로 해석했는데요ㅋ
다섯달동안 잠수타시면 기다리다 환영하겠고, 당장 몇시간 뒤에 글 올리셔도 환영하겠습니다^^

syo 2018-02-28 23:11   좋아요 0 | URL
역시 독서괭님은...... b

짜라투스트라 2018-02-28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글이 재미있어요 그런데 이번 달 저랑 똑같이 20권 있으셨군요^^

syo 2018-03-01 00:52   좋아요 0 | URL
그러나 짜라님은 스무 권을 알차게 읽고 글을 남겼으나, 저는 그저 권수 채우기에 급급하였지요^^

짜라투스트라 2018-03-01 00:55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직 제대로 글을 안써서 3월달부터 열심히 써보려구요^^;; 어쨌든 syo님 글의 열혈독자로서 다시 돌아오는 그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ㅎㅎㅎ

psyche 2018-03-03 0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yo님 화이팅! 앞으로 다섯달만 꾹 참으시고 좋은 결과 있으시길!
 


아침에 일찍 일어나 빨래를 하고, 옥상에 내려 앉은 눈 위를 삽작삽작 걸어보았다. 여전히 눈이 좋은 걸 보면 syo는 아직 애든가 개든가 그런가 봉가. 눈 내리는 신림 사거리의 밤은 적당히 분주하고 적당히 촉촉하여 내려다보기 참 좋았다. 오래 내려다보기에는 좀 추웠다. 네이버는 영하 1도라는데, 피부는 그 사실을 격렬하게 부인하고 있었다. 


영하 30도를 밑도는 겨울이 혹독한 곳에서 두 번의 겨울을 온전히 보내고 돌아왔을 때, 늘어있는 거라곤 허세 뿐이었다. 영하 10도? 러닝 바람으로 구보하기 좋은 날씨지. 영하 20도? 슬슬 내복을 준비해도 좋겠어. 지금 생각해도 열라 웃기지만, 실제로 수은주가 영하 35를 찍는 모습을 육안으로 목격한 사람이라면 저 정도 패기는 보여줘야 할 것 같았어. 안녕, 나는 syo. 추위를 모르는 남자지. 사실은 영하로 내려가는 순간 1도건 10도건 100도건 무조건 춥다. 그리고 나이는 먹으면 먹을수록 더 춥다. 이젠 피부가 추운 게 아니라 뼈 안이 추워. 추운 게 아니라 시려 막......


카톡을 보냈다. 자기야 서울에 눈 온다 펑펑 온다. 답이 왔다. 오래 나와 있지 말고 얼른 들어가 춥다. 실은 온몸을 달달 떠는 중이었지만 아닌 척 답했다. 흥, 나는 추위를 느끼지 않지. 그러나 실제로 찍힌 문장은 이랬다. "흐ㅜㅌ 나능 트뤼를늑기지 ㅇ랂지"


그래서, 안녕하세요. 트뤼를늑기지 ㅇ랂는 남자, syo올습니다.



2018 1월 : 22권



1. 집안의 노동자

: 탄탄한 자료를 가지고 단지 몇 개의 명제만 힘있게 증명하는 책. 그것들이 뭔지는 안 알려드리지롱요. 그렇게 털어 먹는 거 아니예요. 전반적으로 <캘리번과 마녀>로 가기 위한 준비운동 같은 느낌이다.


2. 현대문학이론의 길잡이
: 300쪽 되는 얇은(?) 책에 굵직굵직한 문학이론가들의 정수를 녹여넣어야 했으니 저자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만한 분량의 책으로 얻을 수 있는 최대치를 달성한 것이 아닐까? 이 책이 제공하는 참고도서 목록이 또 독서 리스트에 추가되면서 이제는 이 놈들을 다 읽으려면 인생이 적어도 7개쯤은 있어야 되지 않나 싶은 상황이다.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자주 한다, 그 봉착.

3. 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양자역학 지식 50
: 이걸로 양자역학을 다시 시작해보려는 생각은 역시 욕심이었다. 쉽고 간결하긴 하지만 충분하지는 않은 것 같다. 양자역학이 입고 있는 신비의 옷이 조금도 벗겨지지 않았다.

4. 담론의 질서
: 솔직히 푸코가 쓴 건 진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이정우 선생님의 해설과 푸코 사상 전반에 대한 세심한 설명이 하드캐리했다.



5. 미술사 아는 척하기
: 아는 척하기 책을 읽으면 얼른 아는 척하고 싶어지지만 꾹 참고 여러 권 읽고 나면 알고 싶어진다.

6. 발터 벤야민의 공부법
: 하나도 신비하게 살지 않았지만 알면 알수록 신비한 남자 벤야민. 아리까리한 그림자를 잡힐 듯 말 듯 던져주고는 휙 돌아앉는 콧대높은 남자 벤야민. 반드시 뭔가 생각하게 하고 느끼게 하는 깊이 있는 남자 벤야민. 생전 아무도 가르치지 않았지만 그에게 배웠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람이 강가의 모래알처럼 많은, 그런 남자 벤야민.

7. 나의 첫 젠더 수업
: `첫 수업`은 이미 수료한 상태라는 걸 확인했다. 훗.

8. 공부 중독
: 아, 요즘 사는 게 전체적으로 왜 이렇게 재미가 없어졌나 했더니. 아무것도 될 수 없는 공부를 하면서도 마냥 즐거웠던 그때를 다시 한 번.



9. 당신의 직업이 사라진다
: 이것 저것 다양한 분야의 재미난 일화들을 섞어 꽤 괜찮은 읽을 거리를 만들었으나, 역시 딱히 이거다 할 만한 통찰을 선사하지는 않는다.

10. 일자리가 사라진 세계
: 조목조목 불안한 전망을 제시하는데,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드는 부분은 "대안"이라고 이름 붙은 챕터 안에 대안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대학을 개편하여 일자리가 사라진 사람들을 재빨리 교육시켜 다른 일자리에 투입할 수 있도록 만들자고 주장하면서, 과연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을 그 "다른 일자리"가 뭔지를 제시하지 못한다. 뭔줄 알아야 준비를 하지. 주술호응이 맞지 않는 문장도 꽤 있다.

11.현남 오빠에게
: 눈 녹은 물이 얼어붙은 언덕길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길을 다 녹이는 일이 내 맡은 바가 되지 못하더라도, 언덕의 허리께에, 가장 미끄러운 자리에 단단히 서서, 넘어진 이들에게 내밀 따뜻한 손이 되어 기다려야겠다고.

12. 시옷의 세계
: 김소연은 손보다 눈일까. 산문이 손에 꼽을만큼 걸출한 시인은 아니지만, 그 다정하고도 깊은 그의 눈길만큼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13. 영화로 읽는 정신분석
: 사실 내 깜냥에 뭘 믿고 안 믿고를 따지겠느냐만은, 김서영 선생님은 역시 정신분석 분야의 믿을필더. 

14. 수학으로 배우는 파동의 법칙
: 그냥 디립다 외우기만 했었던 푸리에 수식 일당들의 정체가 폭로되는 순간이었다. 분명히 학교 다닐 때 다 배우고 시험도 보고 했던 자식들인데 모르는 사이처럼 서먹서먹하다. 이 책으로 좀 친해진듯.

15. 꽈배기의 멋
16. 꽈배기의 맛
: 너 이 자식, 네가 그렇게 웃기다는 소문인데, 과연 그런지 어디 한 번 웃겨 봐 하는 태도로 눈을 가늘게 뜨고 보기 시작하면 웃기기도 어렵고 웃기도 어렵다. <베를린 일기>만큼 빵빵 터지지는 않았지만, 3할은 무난히 친다.



17. 마르케스의 서재에서
: 좋다. 좋은데 좀 현란하다. 현란한데 간혹 아름답고, 아름다운데 때로 졸린다. 졸다보니 오래 읽었고, 오래 읽다보니 가물가물하다. 

18.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 이어지지 않을 것 같은 두 점을 이어붙이고 묻는다. 왜 잇지 못할거라 생각했나요? 잇고 나면 이렇게 두 개의 점이 아닌 하나의 선일 뿐인데요. 그렇다면 이제부터 우리는 조금 더 넓은 눈으로 글을 쓸 수 있다.

19. 난 네 편이야
: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한 번도 이야기를 나눠보지 못한 사람이 내 편이라고 믿을 수 있는 것 또한 너무 든든한 일이다.

20. 정치는 뉴스가 아니라 삶이다
: 애들 읽히고 싶다. 읽힐 책은 있는데 애들이 없다. 그건 좋은 거 아닌가? 만세!?


21. 모스크바 일기
: 눈. 작은 것을 만나면 놓치지 않는 수준을 뛰어넘어 작은 것 안에서 기어코 큰 것, 많은 것을 읽어내는 벤야민의 눈.


22. 역사 고전 강의

: 이것은 역사 고전에 대한 강의기도 하지만 사실은 엄정하고 폭넓게 읽는 법에 대한 강의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좋은 책이 되기 위해서는 책 자체의 함량만큼이나 읽는 이의 함량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강유원 선생님께 배우고 싶은 것은 사실 잘 읽는 법 쪽이다.




22권이면 선방일까? 작년 기준 한 달치의 1/3~1/4 수준이다. 내 입장에 이것도 많은 것 아닐까. 이러다 망하는 거 아닐까. 아닐까? 으아아아아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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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1-31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예요. 책 안읽고 공부만 할것처럼 그러더니, 공부는 안하고 책만 읽은 거 아닙니까!!!!!!!!!!!!

syo 2018-01-31 11:51   좋아요 0 | URL
그런 거 같습니다!!!!!! 으아아아아안돼

단발머리 2018-01-31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안의 노동자>와 <캘리번과 마녀>를 함께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가까이 있어서 참 좋네요.
전, <캘리번과 마녀>를 먼저 읽었는데, 이제 <집안의 노동자> 읽으면 되겠죠? ㅎㅎㅎㅎㅎㅎㅎ

공부는 살살 하세요~~~^^


syo 2018-01-31 14:06   좋아요 0 | URL
2월에는 꼭 캘리번과 마녀 읽는 게 목표입니다!!

아 소박하다ㅎ

2018-01-31 1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31 1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졔졔 2018-01-31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뼈가 시립니다...ㅠㅠ 건강조심하세요. 연말부터 독서가 주춤했는데, syo님 만큼은 아니지만 분발해서 좀 읽어야겠습니다. <집안의 노동자> <공부중독> 읽고싶네용ㅎ

syo 2018-01-31 16:43   좋아요 0 | URL
시린 뼈를 부여잡고 분발합시다!! 저는 공부를 하고 최졔님은 독서를 하시고......ㅎㅎ

책읽는나무 2018-01-31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엄지 척!!!👍👍
요런 이모티콘 처음 사용했어요!
넘 멋져서요^^

syo 2018-01-31 19:57   좋아요 0 | URL
가....갑자기요? ㅎㅎㅎㅎ
감사합니다! 😊
 


2017 서재의 달인이 되었다. 하반기만 반짝 팠지만 어쨌든 올해는 나름 열심히 읽고 열심히 썼으므로 기꺼이 스스로를 칭찬한다. 자식, 참 잘했어요. 그나저나 작년에는 무슨 수로 서재의 달인을 달았던 걸까?


유종의 미를 거두면 참 좋았겠는데 사실은 지금 며칠째 책 한 장을 못 읽고 있다. 한 번 내려놓으니까 손이 아예 안 간다. 이렇게 책 줄이는 일이 쉬웠는데 그간 왜 못했던 걸까. 다음 주부터는 독서생활 대신 독거생활이 시작될 예정이다. 슬기로운 독거생활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평소같으면 말일까지 기다렸다가 정리 포스팅을 했겠으나 이런 식이면 별 의미가 없겠다. 어차피 더 읽을 것 같지도, 읽어질 것 같지도 않으니 올해의 독서는 여기서 마무리하고 공부로 불타는 한 해를 맞이하고자 한다.



171209-171228 30권



1. 싱글맨 

: 이셔우드의 책들 가운데 가장 재미있는 책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가장 좋은 책 같다. '조지'의 이 하루를 빚기 위해 몇십 년을 또다른 조지로 살고 생각하고 글을 썼던 이셔우드의 조금은 지친 눈빛이 책 너머에서 물끄러미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


2. 사상 최강의 철학 입문

: 야무차는 철학 입문서 분야에서는 썩 믿을 만한 저자다. 일단 기본적으로 서술 자체에 재미가 탑재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구처럼 이것만 알면 3분만에 뭘 할 수 있다는 둥, 거래처에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둥 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겠다.


3. 러시아 혁명사 강의

: 러시아 혁명에 대한 개설도 물론 좋지만, 그 후 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다양한 운동들을 얕게나마 알려주는 데에 큰 매력이 있다. 박노자는 사랑이고, 그간 그의 다른 책들에 비하면 오히려 이 책은 상당히 온건한다는 느낌인데.


4. 동성애 is

: 길게 언급할 가치도 없는 최고의 쓰레기. 숫자로 호도하는 것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우선, 위생의 문제는 그야말로 위생적 방식으로 해결이 가능한 이야기고. 사랑과 섹스를 불가분으로 생각하며, 섹스하면 당연히 삽입성교를 떠올리므로 사랑은 불가피하게 삽입성교라는 결론을 낸 당신의 남근주의적 사고에 대한 비난은 차치하고, 댁의 말대로 정말로 에이즈 감염이 동성간 성교와 깊은 관련이 있고, 에이즈가 정말로 동성애를 절멸시켜야 하는 이유가 된다고 쳤을 때, 이성간 성교도 에이즈를 옮기지 않는 것은 아닌데, 그럼 댁은 댁의 바람대로 동성애가 완전히 절멸되고 이제 에이즈를 옮기는 성교 양식이 이성간 성교 말고는 남지 않은 상황이 오면, 그때 같은 논리로 이성애도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할 셈이신지? 종이. 나무. 산소. 제발 지구 생태 공동체에 파괴적 영향만 끼치는 쓰레기는 만들지 말자. 그것도 크나큰 죄입니다.




5. 철학 읽는 힘

: 예전에 깠던 책. 야무차와 비교해 보려고 슬슬 넘겨가며 한 번 다시 읽어봤지만, 추천할 일은 여전히 없겠네요.


6. 아저씨 도감

: 이 땅이나 저 땅이나 아저씨들이란. 천년만년 이 도감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살겠다는 건 아무래도 이루기 어려운 꿈일 듯.


7. 꽁치가 먹고 싶습니다

: 어쩐지 다른 독자들은 일기와 산문은 감점이지만, <도쿄 이야기> 각본으로 만회하고 남음이 있다는 감상이지만, syo의 눈에는 일기도 참 좋다. 포탄 떨어지는데 하루도 거름 없이 매일 일기를 쓰는 오즈는 사실 영화를 잘 모르는 syo에겐 거의 미지의 인물이지만, 읽고 보니 어쩐지 농담 잘 하지만 만만하게 보고 깝치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매서운 남자일 것 같다. 뱉어 놓고 보니 아무 말이네.


8. HOW TO READ 푸코

: 바야흐로 푸코에 덤벙 빠져들 때인가...... 몸에 물 묻히고 팔다리도 풀고 깊은 물에 들어가야 하니까, 그럴 땐 이 책입니다.




9. 나를 위한 현대철학 사용법

: 잘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삐끗했는데, 끈질기게 다시 돌아가 읽어내고 싶지가 않았다. 입문서로는 그다지 좋지가 않고. 입문서로 좋은 책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보았을 때 이해가 쉬운 책이지, 다 아는 사람이 보았을 때 이건 기초적 개념들 모아놓은 거니까 초보들이 읽으면 되겠구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은 아니니까. 사실 누구도 이 책을 입문서라고 한 적이 없다는 것이 함정이긴 합니다만......


10. 우리는 어떻게 북소믈리에가 될까

: 다시 봐도 함량 미달이네요.


11. 그 개와 같은 말

: 신간이 나오면 책꽂이에 꼬박꼬박 채워 넣을 작가인지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중. 작가도 좀 더 자라고, syo는 더 많이 자라서, 다음에 다시 만날 때는 어떤 확신을 가질 수 있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12. 은유가 된 독자

: 내가 책 좀 읽는다, 그래서 세상이 나를 똑똑하다고 칭찬한다, 하신다면 당신은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그러나 내가 책을 좀 많이 읽는다, 그래서 세상이 나더러 멍청하다고 타박한다, 하신다면 당신을 이 책을 읽어야만 한다! 책바보(책을 사랑하는 독자는 책바보가 되고) 만세! 책벌레(책에 걸신들린 독자는 책벌레가 된다) 만세!




13. 오독

: C. S. 루이스가 이런 사람이었나 할 정도로 아름다운 문장에다, 심지어 마음 따뜻해지는 존댓말 체, 분량도 그리 두툼하지 않은 그런 책인데, 왜 이렇게 절면서 읽을 수 밖에 없었을까. 안 맞아서 그렇지 뭐.


14. 그래서 오늘 나는 외국어를 시작했다.

: 와, 이런 사람이 있구나, 그러고 끝.


15. 헬페미니스트 선언

: 역시 어렵다. 페미니즘은 어렵고, 남자한텐 더 어렵고,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하는 일은 갈수록 쉽지 않고, 심지어는 말할 수 없는 것과 말할 수 있는 것을 나누는 일도 만만치 않고. 꾸준하고 묵묵히 갈 수밖에.


16. 페미니즘의 작은 역사

: 정말 '작은' 역사다. 좋은 역사책 좀 더 있고, 이 분량 이 함량에 13000원은 아무래도 좀 너무했네.




17. 정신분석의 근본 개념 7가지

: 고등학교 때, <누드 교과서>라는 놈이 나타나 히트를 쳤다. 교과서는 딱딱하고 무미건조하다는 편견과 맞서서 존댓말 구어체로 말랑말랑하게 구성한 좋은 참고서였다.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그라믄 뭐하겠노. 쌈 잘하는 놈 주먹은 그놈을 벗겨놓고 맞아도 아프듯이, 어려운 과목은 누드를 만들어도 어렵다.


18. 그래픽 평전 스피노자

: 사실 스티븐 내들러의 스피노자 평전이 있긴 한데, 걔는 알차지만 좀 지루한 감이 있다. 게다가 종이 질도 별로고. 이 짧은 만화 평전 한 권으로도 충분히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스피노자의 저작을 읽는 일이겠다.


19. 질문하는 책들

: 정확히 언제부터였을까, 이동진이 내는 책이 정말 내겐 거의 필요가 없구나, 하는 느낌을 받기 시작한 것이..... 문제도 안 보고 해답지만 읽는 기분이었다.


20. 하룻밤의 지식여행 : 페미니즘

: 도서관 서가에 꽂혔길래 툭 꺼내서 읽어 보았다. 25년 전 책. 자꾸 하룻밤에 뭘 해치울려고 하면 안 되는 건데.




21. 나혼자 끝내는 독학 일본어 문법

22. 시사인 534


23. 세상을 뒤흔든 사상

: 읽을 책만 한 250권 늘었다. 근심도 늘고 한숨도 같이 늘었다. 지성은 안 늘고 주름만 는다.


24.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1

: 이런 책 좀 더 있으면 좋겠다. 숲노래님의 꾸준한 활약과 건필을 기원합니다.




25. 현재의 역사가 미셸 푸코

: 미셸 푸코의 한계 지점을 제시하는 것이 이 책의 진짜 목적인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사상의 국경선이 어디인지 짚어내기 위해서는 그 사상의 곳곳을 두루 다녀볼 필요가 있을테니, 그래서 이 책이 입문서로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26. 자기만의 방

: 1장을 겨우겨우 넘겼더니 2장부터는 미끄러지듯 읽힌다. 한 권 샀다. 아직 이 책이 없었다니.....


27.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 산책

: 실컷 웃었다. 간혹 부적절한 농담 있었고, 그렇게 평가되는 것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나겠지만, 그건 좋은 일이다.


28. 언니들의 페미니즘

: 이걸로 뭘 할 수 있을까요......




29. 패러데이와 맥스웰

: 학창시절, 이 사람들 덕분에 공짜로 참 많이 늙을 수 있었다. 그들도 태생이 완성형 괴물은 아니며 그들 역시 푸릇푸릇한 시절, 개고생 딥빡하던 시절이 었었다는 것이, 생각해보면 당연한 그 사실이 왜 이리 놀라울까.


30. 미셸 푸코, 1926-1984

: 와, 어렵다. 이제 푸코를 좀 알아가고 싶으시다던 고양이라디오님께 추천했는데, 또 추천 헛발질. syo는 역시 추천똥볼러.




올해 5월, 그간 읽어놓은 목록들을 전부 삭제하고 새 마음 새 뜻으로 다시 읽어나가기 시작했는데, 북플은 syo가 이렇게 읽었다고 말한다.


201705 : 60권

201706 : 83권

201707 : 81권

201708 : 106권

201709 : 126권

201710 : 95권

201711 : 70권

201712 : 68권

-------------

2017 : 689권


한 달 86권 페이스였는데 이렇게 12달을 채웠다면 1032권을 읽을 수 있었겠다. 꿈의 연 1000권. 독하게 마음만 먹으면 하루 중 23시간 30분 정도를 독서에만 쓸 수도 있었던 여유로운 백수생활과, 친구 없고 돈 없는 방구석 생활양식에 이 영광을 돌린다. 물론 저 689권 안에는 만화책에, 입문서에, 100쪽도 안되는 책들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읽은 권수만 늘리려는 목적을 가진 인간이라면 취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얍삽이가 골고루 들어있었으므로, 실질 독서량이 얼마인지 가늠하기는 어려워도 저것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은 자명하다. 실제로 2017년 5월 이전의 syo를 떠올려 보면, 지금 그다지 나은 사람이 되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그리고 평생 다시는 이 페이스로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래서 기록에 남긴다. 2017년은 syo에게, 여전히 뭐 하나 갖춘 것도 이룬 것도 없이 또 한줌 늙어가는데 탕진한 한 해였지만, 그런 가운데 어쨌든 읽을만큼 읽어 봤다는 것, 하자고 들면 한 해 천 권도 읽을 수 있는 무지막지한 놈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확인했다는 것, 돈 한푼 못 벌어들이는 syo는 자본주의의 안경으로 보면 그야말로 재활용도 안 되는 쓰레기지만, 그 안경을 벗고 봤을 때도 여전히 쓰레기로 보이는 핵노답 구제불능까지는 아니라는 것, 뭐 그런 것들을 얻어 가진 뜨뜻한 한 해로 기억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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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7-12-28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뭉클하고 가슴 뜨겁습니다.
올 한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

syo 2017-12-28 22:4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북다님, 내년에도 잘 부탁드려요^^

시이소오 2017-12-28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기록을 깰수 있는 사람은 3년에 만권 읽었다는 김모씨말고는 불가능해보이네요. 대단하심돠^^

syo 2017-12-28 23:27   좋아요 0 | URL
아, 그 김모씨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시이소오님의 칭찬이라 더 각별합니다^^

chaeg 2017-12-28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대단하십니다.... 한달에 100권 이상..

syo 2017-12-28 23:47   좋아요 0 | URL
저때는 정말 하루종일 읽기만 했던 기억입니다.....

이하라 2017-12-28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해야 syo님처럼 읽을수 있을지... 부러울뿐입니다^^;;;

syo 2017-12-28 23:48   좋아요 0 | URL
만만한 책들을 골라 그냥 수량이나 채워보자는 식으로 읽은 결과입니다^^;; 과찬이세요.

이하라 2017-12-29 00:01   좋아요 0 | URL
독서란 것이 그렇게 쌓이고 익은 지식들이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닐까 믿고 있기에 열정어린 독서가 syo님에게 과찬은 아닌 것 같습니다^^

syo 2017-12-29 01:16   좋아요 0 | URL
항상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보통 이런 경우 앞으로 더 열심히 읽겠다는 다짐의 말씀을 드리는데, 내년에는 책 안 읽고 먹고사는 일에 골몰해보겠다는 희한한 다짐을 하게 되네요 ㅎㅎㅎ

스윗듀 2017-12-29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님! 그나저나 공부 시작하시면 이곳에 발길을 끊으실 건가요...?

syo 2017-12-29 08:43   좋아요 0 | URL
발길을 딱 끊기야 하겠습니까만은, 독서량이 줄어들면 자연스레 접속량도 줄어들지 않을까 해요.🤔

라로 2017-12-29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대단하시네요!!! 아무리 권수를 채우려는 독서를 하신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그렇게 많이 읽으실 수 있을까요?? 언제 비결이라도 아니면 나는 이렇게 읽는다 뭐 그런 글 올려주길( 처음 다는 댓글이지만 제 글에 여러번 좋아요 해주셔서 괜히 친한 척~~~^^;;;)
동성애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니!!! 1970년대 사고방식으로 2017년에 책을 낸 거에요???에휴
C.S.루이스에 대해서는 저도 공감해요. 참 좋은데 페이지가 잘 안 넘어가는 작가에요. 제 영어 교수님이 수업시간마다 추천하시는데....😅
저는 2013년부터 알라딘 활동을 잘 못하다가 올 후반기 다시 시작해서 님을 잘 몰랐는데 정식으로 반갑습니다. ㅎㅎㅎㅎㅎ 그리고 서재 달인 되신 것 축하해요!!😃

syo 2017-12-29 08:48   좋아요 0 | URL
ㅎㅎㅎ 라로님 반갑습니다😀
실은 이게 라로님께서 다신 두번째 댓글이세요. 몇달 전이었고 그때는 제 프로필 이미지가 다른 거여서 아마 헷갈리신 듯 해요 ㅎㅎㅎㅎ

저도 라로님의 글, 알라딘에서 라로님의 손에서만 나오는 글을 재미있게 읽고 있답니다🤗

2018년도 잘 부탁드립니다^^

라로 2017-12-29 14:14   좋아요 1 | URL
하하하하하 그랬어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제가 원래 댓글 단 건 잘 기억하는 편인데 syo 님이 이미지를 바꾸셔서 그렇네요!!!
농담,,,,이런 경우 흔하지 않아서,,,,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암튼 저도 앞으로 님의 글을 애독하게 될 것 같아요.^^

2018년, 저도 잘 부탁드려요~~~.^^
그리고 새해 복 많이많이 받으시고요.

단발머리 2017-12-29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 러시아 혁명사 강의,는 우리집에도 있는데 나는 왜 아직인가요.
12. 은유가 된 독자,는 난 좀 어려웠어요. 중간에 포기. 책바보 책벌레가 아직 아닌가봐요~~
19. 질문하는 책들, syo님 말을 이해합니다. 내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syo님이 그러하다는 게 이해됩니다.
29. 패러데이와 맥스웰, 어마어마한 분들이네요. 공짜로 늙게 해주신....

올 한 해 수고 많으셨어요.
syo님 글을 읽을 때마다 즐거웠어요. 나도 이렇게 많이 읽고 싶다, 결심을 독려하기도 했고요.
어떻게 해도 난... 일년에 1000권 이렇게는 못 읽겠지만요, ㅎㅎㅎㅎㅎㅎㅎ
참,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진짜 달인이시죠~~ syo님은!!! (엄지척!!)

syo 2017-12-29 09:47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의 우쭈쭈 덕분에 달인이 되었습니다!
칭찬은 syo도 춤추게 하는 법인데 단발머리님 때문에 2017 댄스의 달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2018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칭찬댄스로 세계정복 할까봐요.

막시무스 2017-12-29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소개 시켜주셔서 항상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도 즐거운 독서하시고 책 소개도 많이 부탁드립니다.

syo 2017-12-29 11:1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막시무스님! 내년에도 잘 부탁드려요^^

얄라알라 2017-12-29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정 ˝달인˝의 레벨 등극하시지 않을 수 없는 내공이!!!! 축하드립니다.

syo 2017-12-29 11:59   좋아요 0 | URL
얄라알라북사랑님도 축하드립니다 ㅎㅎㅎㅎ 내공은요 무슨.

얄라알라 2017-12-29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난히 푸코를 많이 읽으시네요^^

syo 2017-12-29 12:00   좋아요 0 | URL
보시면 막상 푸코가 쓴 책은 없다는 것이 함정입니다......

비공개 2017-12-29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대단.. 달인이 되실만 해요. 축하드리고. 내년에 더 멋진 활약을 기대합니다. 물론 공부도 잘 되시길!

syo 2017-12-29 14:1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jsshin님!
내년에도 잘 부탁드려요.
우리가 또 다락방님의 NEW FACE OF THE YEAR 잖아요. 그야말로 각별한 사이니까요.

ㅎㅎㅎㅎ

다락방 2017-12-29 14:1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유 이 이뿐 분들 ㅋㅋㅋㅋㅋㅋ 럽❤️

단발머리 2017-12-29 14:35   좋아요 0 | URL
아~~~~~ 진짜 소외감이 들까말까 하고 있어요.

이 이뿐 분들...
다락방님의 NEW FACE OF THE YEAR 분들~~~
쫌 많이 부럽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공개 2017-12-30 20:31   좋아요 1 | URL
syo님과 각별한 사이이며
다락방님의 이뿐 분이며
단발머리님의 부러움을 받는 2017년
넘나 기분둏아요 ㅎㅎㅎ

2017-12-29 1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9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극곰 2017-12-29 17: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후, 한 달에 100권을 넘게 읽으시다니요. =.=;
전 요즘 하루에 한권 정도 읽는 날이 많아서 훗! 하고 있었는데. 역시 알라딘에서는 깨깽.... ㅎㅎ
저도 간만에 서재에 와서 보니 쏘님이 여기저기 출몰하시네용. 내년에도 건투하시길요~!

syo 2017-12-29 23:48   좋아요 0 | URL
북극곰님 반갑습니다!!
이곳저곳 뻔질나게 쏘다녔더니 북극곰님의 레이더에 걸려들었나 보네요 ㅎㅎㅎ

북극곰님께도 독서로 흥하는 2018년 되시기를 기원할게요!!

munsun09 2017-12-30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syo 2017-12-30 12:2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munsun09님께도 복된 한해 되시기를~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0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인기쟁이시군요. 올해의 신인상은 쇼 님입니다. 논란의 여지 없는 결정입니다.

syo 2017-12-30 12:27   좋아요 0 | URL
신인상은 아무리 잘나도 평생 한 번이라잖아요. 뿌듯합니다.
곰발님 서재 들락거리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많이 배우고 있구요~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AgalmA 2017-12-30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꾸 하룻밤에 뭘 해치우려고 하면 안 되는 건데˝ ㅋㅋㅋ ‘미쳐야‘ 시리즈도 한 말씀해 주시죠ㅎ 몰두하는 게 맞긴 맞는데 뭘 하든 다짜고짜 미치라고 하는 듯이 들리니 말입니다ㅎ
올한해 알라딘 서재에서 가장 돋보이는 독서를 보여주신 syo님 멋졌어요^^b

syo 2017-12-30 18:49   좋아요 0 | URL
많이 배웠어요 아갈마님께 ㅎㅎㅎ
배운 게 요따위라 죄송스럽지만, 내년에도 열심히 들락날락거리겠습니다^^

AgalmA 2017-12-30 18:57   좋아요 1 | URL
배우시긴요. syo 님은 이미 자기 색깔이 있으신데^^

독서괭 2017-12-30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에 댄스의 달인까지 ㅋㅋㅋ 축하드립니다^^
저 책들 중 저도 읽은 건 싱글맨, 자기만의 방, 발칙한 유럽산책 뿐이네요. 세권이나 있다~~아싸~~ㅎㅎ 자기만의 방은 정말 멋진 책이죠!!
syo님 글 덕에 여러번 웃기도 하고 감동받기도 하고 보관함에 책도 많이 집어넣고 한 한해였어요.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yo 2017-12-31 08:47   좋아요 0 | URL
저의 댄스에 독서괭님의 지분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언제 한 번 배당금 행사라도 해야 될 텐데요 ㅎㅎㅎㅎㅎㅎ

2017년 참 감사했습니다. 새해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제 아침에는 도서관 정문 앞에 도착해서야 책가방을 매지 않고 나왔음을 깨달았다. 애먼 에코백을 들고 있었다. 에코.


어제는 오랜만에 까슬까슬한 회색 니트를 꺼내 입었다. 맨살에 입었다. 아, 이래서 니트는 맨살에 입는 것이 아니구나, 하고 깨달았을 때 syo는 이미 춤을 추고 있었다. 어깨, 등, 배, 등, 어깨, 등, 배, 등, 등, 아, 젠장, 등!!!!!!!! 결국 오래 못 버티고 조기 귀가.


집 나간 syo의 정신머리를 공개 수배합니다.



171130-171208 32 + a권



1. 찰스 다윈 그래픽 평전

: 과학자들의 만화 평전 중 제대로 읽을 만한 놈은 손에 꼽는데, 얘는 꼽는다. 심지어 자서전보다 나은 것 같다......


2. 지극히 사적인 페미니즘

: 페미니즘은 오묘하다. 지극히 사적인 문제가 곧 지극히 공적인 문제고, 그 지극히 공적인 것들을 모아 또 지극히 사적인 체계가 만들어진다. 누구의 사적인 문제도 금방 우리의 문제가 되기에 쉬이 외면할 수 없고, 아직 구체적인 사건으로 변하지 않은 공적인 관념도 언제 누군가의 사적 영토를 침범할지 모르므로 항상 주시해야 한다. 다른 글들도 다 좋지만, 오빛나리! 오빛나리라는 젊고 새로운 빛이 등장했다.


3.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진화

: 이건 별 다섯 개를 안 매길 수가 없는 걸작이다.


4. 99%를 위한 경제학

: 가볍게 툭툭 읽을 수 있는 경제학 책 중에서는 발군인 듯. 이걸 읽고 경제의 달인으로 뻐기고 다닐 수야 없겠으나, 당신이 고등학생이라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5. 처음 만나는 뇌과학 이야기

: 인간의 심리적/육체적 성향 몇 가지를 짚어, 니가 그랬던 것이었다, 다 뇌 때문인 것이었던 것이었다고 알려주는, 그러니까 대증요법적 입문서다. 막힘없이 읽어나갈 수 있는 장점 있으나, 다 읽고 나니 어쩐지 잡지식만 늘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 글을 올리는 시점에는 거의 다 휘발되었다. 안녕.....


6. 그래픽 종의 기원

: 요약서라고 보면 좋은데, 솔직히 그림 후지다. 도움이 되긴 한데, 고마울 만큼은 아니다. 나도 텍스트형 인간이었나 봐.


7. 하버마스의『공론장의 구조변동』읽기

: 생각보다....? 물론 제대로 안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럴 리가. 난데. 어차피 syo가 뭐 제대로 아는 게 있긴 한가, 하는 자기반성적 시야로 보면, 확실히 유익한 입문서였고 읽을만 했다.


8. 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

: 있네. 진짜 있었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지갑 털어 먹는 방식이 아니라, 지극히 합당하고 윤리적인 방식이 있었네. 안 하는 게 부도덕할 지경이네.




9. 푸코 & 하버마스 : 광기의 시대, 소통의 이성

: 10월에 읽었었는데 그땐 푸코만 읽고 훌훌 넘긴 터였고, 이번엔 하버마스 부분도 꼼꼼히 읽었다. 자식, 잘했어.


10. 작가의 수지

: 소설가로 이렇게 벌 수 있다는 건, 뭐 그 자체로 완전 남일이기도 하고, 한국에서는 또 훨씬 열악할 것 같고, 끽해야 오호, 하는 정도의 미적지근한 반응이나 하다가 이래저래 허공에 붕 떠서 시간이나 삭제했다는 느낌.


11. 빌 브라이슨의 아프리카 다이어리

: 오랜만에 펑펑 웃어보자고 빌 브라이슨을 손에 들었는데, 제일 얇은 거 읽는 꼼수를 부렸다가 당하고 말았다. 웃다가 울었다가 웃다가 화냈다가 웃다가 닫으면서 한숨 쉬는 책이다.


12. 더 브레인

: 뇌과학 책은 호기심에 흠뻑 젖어 읽기 시작하다가도 100쪽쯤 읽으면 그 호기심이 바람에 꾸덕꾸덕 잘 말린 명태처럼 건조해지고, 절반을 넘기면 그 명태는 바스락바스락 가루가 되어 바람 불 떄마다 먼지처럼 흩날려 사라져 버린다. 결국 책을 닫을 때는 항상 용두사미. 왜 그런지 누가 뇌과학적으로 설명 좀 해줘라. 그러나 이 책을 앞에 놓고는 그런 설명을 요구하지 않을 수 있다! 시종일관 촉촉한 마음으로 읽어나가다 뽀송뽀송하게 닫을 수 있었다.




13. 에드문트 후설 : 엄밀한 학문성에 의한 철학의 개혁

: 설명은 알아 듣겠는데 듣고 보니 말도 안 되는 것 같다면, 설명을 못한 거라 해야 할지, 너무 잘 한 거라 해야할지..... 후설의 현상학은 그저 방법론일 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14. 근대인의 탄생

: 이 책만 가지고는 이미 널리 알려져서 누구나 한 번은 들어본 것 이상으로 베버에 대해 알기는 어렵다. 나는 그 '누구나'에 못들어갔다 싶은 사람만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몰래 들춰보면 된다. 제가 그 사람입니다.


15. 존재와 세계를 긍정한 철학자 리쾨르

16. 마르크스

: 앉은 자리에서 휙휙 다 읽을 수 있는 귀여운 만화책들. 리쾨르는 아이들 동화책 삽화처럼 그려졌고, 마르크스는 언제나 그렇듯이 만화로 그려지면 마냥 귀엽다.




17. 키르케고르 실존 극장

: 근 1년만에 다시 읽었는데, 그간 키르케고르에 관해 아무것도 더 읽은 게 없음에도 전보다 훨씬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다. 신비롭군. 지금 시점에서 보면 입문서로 권할만하다는 생각이다. 작년에는 안 그랬는데. 것참 신비롭군.


18. HOW TO READ 마키아벨리

: 저자 비롤리는 마키아벨리를 공화주의자로 읽는 정치철학자인데, syo는 그런 관점이 오늘날까지 마키아벨리가 유효하고 유익하게 소비될 수 있는 근거라고 생각한다. 마키아벨리는 참 읽을수록 읽을 맛이 나는 진국이여.


19. 자크 랑시에르와 해방된 주체

: 작은 판형에 80쪽 남짓한 소책자지만 읽는 내내 랑시에르 정말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건 아마도 랑시에르가 쓴 책을 읽기 전까지만 유지되는 가냘픈 기대일 것이다......


20. 비트겐슈타인 철학으로의 초대

: 가라타니 고진의『탐구1』을 읽으려고 펼쳤는데 첫 줄에 '비트겐슈타인은' 하는 글귀가 보이는 순간 탁 덮고 이 책을 빌렸다. 이 책은 지금 겅중겅중 해를 건너 뛰면서 세 번째 읽는데, 읽을 때는 아 알겠다 알겠다 하다가도 덮으면 금방 까먹는다. syo이 멍충멍충한 놈아.




21. 하이데거 읽기

: 입문서나 개론서만 읽고 있으며, 앞으로도 주욱 그럴 셈인 철학자라고 밝히는 것이 하나도 부끄럽지 않은 하이데거. 이 양반의 책을 읽을 수 있는 날이 오리라고는 추호도 생각지 않는다. 그냥 다른 책 읽을 때 필요한 만큼만 알고 슥 지나갈 것이다.


22. 투사를 위한 철학

: 그래도 이건 쉽다고? 좋겠다!! 바디우, 우우..... 아아아아, 아감벤...... 알겠다 싶으면 니가 알긴 뭘 알아, 하며 치고 들어온다. 그 즉시 모르겠고, 완전 모르겠는 걸 싶어서 에라이 덮자 하면 또 좀만 더 읽고 가, 내가 더 잘 해줄게, 하는 식으로 나오니 또 좀 알 것도 같고...... 두고 보자, 이 농락자 놈들.


23. 시사인 533


24. 찰리의 철학 공장

: 큰 매력 없는 책. 겉돈다.




25.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 요즈음은 잘 만든 여행기가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자비계발서나 동기부여 장르의 얼마 안 되는 순기능마저 깔끔하게 대체하는 시절이다. 다른 곳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과 이곳에서의 내 삶을 돌아보는 일이 분리가 되지 않기 때문이겠다. 훨씬 아름다워졌다.


26. 독서광의 모험은 끝나지 않아!

: 이걸 우리가 어따 써.....


27. 어휘력이 교양이다

: 정말 이 양반은, syo의 투쟁의식을 고취시키는 데는 특효약 같은 사람이다. 이름만 떠도 일단 분개하는 syo. 머나먼 전생 어느 떄쯤에 syo는 개미였고, 저 사람은 개미핥기였던 게 아닐까.


28. 고요한 폭풍, 스피노자

: 아무래도 스피노자가 짱이다. 그리고 개별 저작이 아니라 통 스피노자에 입문하려는 이에게는 이 책이 짱이다. 일단 읽히거든. 읽히면 다른 책을 계속 읽어나가고 싶어지거든. 폭풍칭찬한다.





29. 하룻밤에 보는 일문법

: 까먹은 거 되돌리기에 정말 딱 좋은 책.


30. 시간의 모서리

: 잘은 쓰는데 또 엄청 잘 쓰는 것 같지는 않고, 좋은데 또 막 좋지는 않고, 이미 작가인데 또 여기서 더 큰 작가로 자랄 것 같지는 않고, 그냥 저냥,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아무 준비도 없이 자리에 앉더라도 시간만 주물럭거려서 써낼 수 있는 글들도 많고. 아마 syo의 글도 사람들에게 저런 모양으로 읽힐 것 같다. 좀 쓴다고 해줄 수는 있겠으나 그렇다고 결코 뭐가 될 것 같지는 않은. 그냥 저냥한.


31. 개념어 사전

: 꼬꼬마 때 읽으면서 느끼지 못했떤 남경태 선생님의 색깔이 보인다. 빨강 빨강 만쉐!!


32. 나의 페미니즘 공부법

: 나의 페미니즘 공부'기'에 가깝겠다. 저자가 정말로 열심히 살았구나 하는 느낌 + 우에노 지즈코에 관한 증언록 느낌 = 뿅! 하고 이 책이 나왔다.



그리고 또 이런 짓을...



+a. 원펀맨 1~14

: 절대강자의 허망함이 뭔지 이렇게 설득력 있고 개그력 있게 보여줄 수 있다니. 솔직히 작가 천재. 그러니까 이 만화는 어떤 식으로 탄생했는가 하면, 명망이 없는 천재 비트겐슈타인이 귀찮다는 듯이 띡띡 써 놓은 글을 읽고 그의 가치를 알아본 버트런드 러셀이, 노벨 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본인의 수려한 문체로 그 글을 재단장 해 온 세상에 퍼뜨리고 있는 그런 형국같다. 실제로 그런 일은 없었지만.





syo, 야 이 미친자야, 작작 읽고 이제 공부한다며..... 

누가 얘한테 뭐라고 좀 해 줘요. 얘 내 말 진짜 안 들어처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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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12-09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극히 사적인 페미니즘>은 오빛나리라는 이름을 다시 보게 만드네요. <자크 랑시에르와 해방된 주체>도 읽어보고 싶어요. 그래요, 80쪽 남짓 소책자라서 그런 거예요. 남경태 선생님 <개념어 사전>은 집에 잘 보이는 곳에 있는데, syo님 페이퍼 읽고 나서 사랑해줘야겠다 하는 생각이....

그나저나 마르크스에 프로이드에 또 마르크스에 갈길이 머네요.
그래도, syo님이 계속해서 읽고 이렇게 페이퍼 써주었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책을 알고 또 새로운 작가에 대해서 알고 싶고요.
물론 베이스는 이렇게나 다양한 책들을 잘 고르는 syo님에 대한 감탄이죠~~
그러니까 저는<그 얘한테^^> 뭐라 뭐라 하지 않을 거예요~~~ ㅎㅎㅎㅎㅎㅎㅎㅎ

syo 2017-12-09 12:41   좋아요 0 | URL
이래놓고 《제2의 성》은 왜 안 읽느냐 syo야 syo야...... 아이구 인마....

이하라 2017-12-09 1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번 느끼는거지만 정말 독서량이 어마무시 하시군요. 놀라울 뿐입니다^^;

syo 2017-12-09 13:49   좋아요 0 | URL
공부하기 싫어서 무작정 아무거나 읽는 느낌이지요^^

이하라 2017-12-09 14:04   좋아요 0 | URL
그렇지않더걸요. 독서량뿐만아니라 독서대상에서도 맥락이 있는게 거대한 의식이 태동할 독서를 하고 계신 것 같아요.

syo 2017-12-09 14:12   좋아요 0 | URL
헉.... 아니예요. 다 까먹고 잊어먹고.... 그냥 막 읽다가 또 흥미 좀 생기면 읽고 그러는 겁니다. ㅎㅎㅎ

이하라 2017-12-09 14:21   좋아요 0 | URL
잊는만큼 남는 것이 사상의 깊이를 더해주지 않을까 싶네요. 겸손해 하시지만 언젠가 syo님의 독서와 사색의 결과가 꽃피우는 날이 기대됩니다^^

syo 2017-12-09 14:55   좋아요 0 | URL
하하; 입문서 몇 권에 만화책 몇 권 보고 큰 칭찬 받아서 부끄럽긴 한데 칭찬해주신 이하라님이나 저나 민망할 일 없게 열심히 읽겠습니다.^^

2017-12-09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9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prenown 2017-12-09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험공부하다 싫증나 머리 식힐겸 읽은 책이 이 정도예요?...

syo 2017-12-09 14:10   좋아요 0 | URL
아뇨, 제대로 시험공부하기가 너무 싫은데 그렇다고 마냥 놀면 쓰레기니까 그나마 명분있게 공부 안하려고 읽은 거지요. 머리 식히다니요. 저 책들 땜에 머리 다 빠질 뻔 했는걸요 ㅎㅎㅎ

북다이제스터 2017-12-09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와 상황은 약간 다르지만,
인생 어렵단 상황은 같은 거 같습니다. ^^

syo 2017-12-09 19:13   좋아요 0 | URL
우리 힘낼까요 북다님ㅎㅎㅎ^^

짜라투스트라 2017-12-09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syo 2017-12-09 22:0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왜 웃으셨어요

짜라투스트라 2017-12-09 22:09   좋아요 0 | URL
글이 재미있어서요^^

syo 2017-12-09 23:17   좋아요 0 | URL
아... 그런 비밀이^^

psyche 2017-12-10 0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 님 책 그만 읽고 공부하셔야죠!
근데 사실 책을 안 읽는다고 그시간에 공부하는건 딱히 아니라는 게 함정이죠. 그럼 어쩔 수 없이 계속 읽으셔야??ㅎㅎ

syo 2017-12-10 08:46   좋아요 0 | URL
맞아요. 딱히 공부 안 할 것 같아 ㅎㅎㅎ
망했다......인생 뭘까..

독서괭 2017-12-10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시험기간에는 철학책도 재미있는 거 아니었나요? 좀만 더 읽고 가 내가 잘해줄게 하고 책이 말하는데 어찌 안 읽겠어요..ㅋㅋ 이번엔 칭찬하신 책이 많아서 제 보관함 속 책도 슝슝 늘어만 갑니다...

syo 2017-12-10 12:25   좋아요 0 | URL
전 시험기간에 지뢰찾기로 내리 네 시간을 탕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ㅋㅋㅋㅋ

페크pek0501 2017-12-10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기자기한 페이퍼입니당~~ 저도 요렇게 써 보고 싶군요.

syo 2017-12-10 21:59   좋아요 0 | URL
하나 읽고 한줄 한줄 소중히 모아놨다가 좀 모인다 싶을 때 빵 하고 방출하는 방식입니다.

말해 놓고 보니까 별 거 아니네요 ㅎㅎㅎ

고양이라디오 2018-02-04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syo님 여전히 헤비 리더시군요. <찰스 다윈>,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진화>, <빌 브라이슨의 아프리카 다이어리> 저도 모두 재밌게 읽은 책들입니다^^

그리고... <원펀맨> 최고죠ㅋ 비트겐슈타인과 러셀의 비유도 적절했습니다!ㅋ

syo 2017-12-18 17:05   좋아요 1 | URL
사실 저 책들 중 가장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원펀맨이었지요......

고양이라디오 2017-12-18 17:19   좋아요 0 | URL
저도 동의합니다ㅎ 요즘 책이 재미없는 것은 책이 문제가 아니라 제가 문제겠지요? 요새 책을 바도 영화를 봐도 예전처럼 재밌지가 않네요ㅠㅋ

syo 2017-12-18 17:41   좋아요 1 | URL
네. 그건 100퍼 고라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저도 일 년에 몇 번씩 진짜 책이고 뭐고 꼴도 보기 싫은 상태에 들어서는데 지나고 나면 그게 다 제 마음의 문제, 제 여유의 문제고 그렇더라구요. 그러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돌아오지요. 고라님도 너무 신경쓰지 마시고 지내심이?

막시무스 2018-02-04 1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을 만한 책을 고를때마다 syo님의 리뷰안내가 항상 있네요!ㅎ 감사합니다!
그리고 대단하세요!

syo 2018-02-05 01:00   좋아요 0 | URL
아니 뭐 대단까지 ㅎㅎㅎㅎ
한 줄이 우연히 막시무스님께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하이드 2018-03-23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하우 투 리드 시리즈 읽기 어떤가요?

syo 2018-03-23 20:10   좋아요 0 | URL
제목만 보면 쉬운 입문서 시리즈 같지만, 실제로 그렇게 만만한 책들이 아니었어요.

초보자들을 위해서 논쟁의 여지가 없는 확고하고 기초적인 정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 인물들에 대한 저자들의 독창적인 생각이 많이 녹아 있는 시리즈입니다.

저는 기초 지식이 꽤 있었던 마르크스나 프로이트, 마키아벨리는 썩 좋게 읽었고, 아는 게 조금이라도 있던 라캉이나 푸코는 어찌저찌 읽어냈는데, 아는 게 거의 없던 니체는 읽다가 울 뻔 했어요......

하이드 2018-03-23 22:53   좋아요 0 | URL
아,감사합니다. 구매욕구를 마구 자극해 주시는군요. 전자책 대여 이벤트 있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큰 도움 되었습니다.
 


내가 쓴 글이 나라는 사실을 추호도 믿어 의심치 않았던 시절과, 그 시절을 거치며 거칠게 쏟아 내놓은 많은 말들 중 몇몇이 아직도 기억난다. 우연히 마르크스와 라캉을 만나고, 뒤적거리고, 열었다 닫았다 하는 과정을 거치고 나서는, 사회와 언어에 포획된 인간으로서, 내가 살아가는 일이 그저 내 안에다 나를 풀어 놓고 먹여 키우는 과정으로 치환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예컨대, 나의 글을 읽기 위해서는 활자가 된 내 생각덩어리도 있어야겠지만, 언어라는 규약과 규범이 없으면 활자는 그냥 얼룩일 뿐이다. 그렇다면 나의 생각이 저장되는 곳은 내 머릿속이나 내가 써 놓은 글이 아니라 언어라는 큰 망 그 자체는 아닐까? 내가 쓴 글은 언어를 따를 뿐 아니라 언어에 파문을 일으키면서 내 글과 다른 이들의 글과 규약과 규범이 모두 그 위에서 춤을 추는 거대한 언어망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글을 써야 할까.


어쩌면 인간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나는 내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내 밖에 있는 내가 내 안의 나와 다르다면 그것은 바깥이 나를 오해한 것으로 치부하고 고집스레 내 안의 나를 주장하고 말 일은 아니다. 바깥은 내가 가진 한 가지 양태를 되비추는 거울이며, 내 안에다 내가 세워 놓은 나 또한 그저 나의 한 가지 양태일 뿐임은 마찬가지다. 바깥이 절대로 알 수 없는 내가 있지만, 내가 나라서 나만은 절대로 알 수 없는 나도 있다. 얼룩덜룩한 덩어리로 뭉쳐진 이 모든 나는, 내 안이 아니라 인간의 망 안에 있다. 내가 누구와도 섞이지 않고 살겠다고, 어떤 말도 글도 밖으로 꺼내놓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산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내 존재는 모든 방식으로 인간의 망에 요동을 일으키고, 인간이라는 개념 전체의 위치를 약간이나마 이동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까.



171112-171129 32권



1.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

: 희한하게, 한 권의 책 안에서도 뒤로 갈수록 말이 재치있고 문장이 괜찮아진다. 내용 적당히 있고, 재미 적당히 있는 적당한 소설이다. 사람 사는 게 그렇지, 하고 쓴웃음 한번 싹 짓고 나면 끝나는 소설이다, 라고 처음에는 생각했는데, 오래 남는 진한 끝맛이 있다. 역시 쓴맛이긴 하지만,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끝맛.


2. 박이문의 서재

: 선생의 글은 높다. 높이 있는 것은 아름답지만 때로는 손에 잡히지 않아 아득하기도 하다.


3. 헨리 데이비드 소로

: 소로의 전기로 이름 높은 것들이 많은데, 번역 된 것이 없는 듯 하다. 소로 탄생 200주년을 맞아 결정판이라 해도 모자람이 없을 좋은 전기가 한 권 등장했다고 한다. 얼른 번역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너무 빈약하다.


4. 월든

: 2017년까지 7번. 2018년에 8번째를.




5. 서민 독서

: 대놓고 웃자던 책에서는 그냥 편히 웃을 수 있었는데, 이 문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나 웃어야 하나 헷갈리게 만드는 주제와 엉켜들다보니 결국 이거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저거라고 하기도 찝찝스런 좀 허망한 책이 되고 만 것이 아닌지. 여전히 재미있기는 하다.


6. 지그문트 바우만을 읽는 시간

: 서평은 저자들이 각자 다른 책을 다뤘음에도 내용에 중복이 많다. 한 권에 묶일 예정이 없던 각각의 원고를 모아 책을 펴내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좌담은 바우만에 대해 모르고 보면 그다지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결국 책의 절반은 모르는 사람을, 나머지 절반은 아는 사람을 타겟으로 하기 때문에 결국 이거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저거라고 하기도 찝찝스런 좀 요망한 책이 되고 만 것이 아닌지. 그 와중에 강수미는 여전히 글을 잘 쓴다.


7. 공부할 권리

: 이 책을 '책 읽은 책'으로 읽으면 그저 한 다독가의 다소 섬세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새로울 것도 없는 독서기로 끝나고 만다. 좀 더 가까이 끌어안기 위해 '책 읽는 책'으로 읽을 필요가 있겠다.


8. 시사인 531




9. 눌변

: 간결하다. 저 눌변의 '눌'은 어눌한 게 아니라 '눌'러 담았다는 이야기 같다. 아주 말을 꾹꾹 눌러 담아 길지도 현란하지도 않은 글로 책을 지었다.


10. 일요일의 역사가

: 일요일에도 이 정도면, 이 사람의 월화수목금토에는 도대체 무슨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진단 말인가.


11. 낭비사회를 넘어서

: 내구재 공유. 지나친 물질적 안락의 포기. 공감되는 이야기지만, 계획적 진부화의 악취가 자본의 아가리에서 나오는데, 소비자가 코를 막거나 숨을 참는 것에 앞서 자본을 후려 패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는가 싶다.


12. 물건의 탄생

: 턱을 한쪽 손에 딱 괴고, 다른 손으로는 권태롭게 페이지를 띡띡 넘기며 불량한 자세로 아무 생각도 없이 설렁설렁 읽기에 그만인 책이다.




13. 차마 하지 못했던 말

: syo는 저렇게 치열하게 20대를 건너오지 못하였기 때문인지 비루하게 살아가는 형편없는 30대지만, 저 거대한 피로와 희망공백의 파도가 syo를 못 본척 슬쩍 지나가 줄 리가 없기 때문에, 조심스레 함께 아프다.


14.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 진짜 빡세게 사는구나, 이 남자. 아, 우리에게 주진우 2호기와 3호기만 있었어도....


15.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 syo의 어릴 적 기억 속 보노보노는 도대체 알 수 없는 말들이 오가는 만화, 못된 너구리가 종주먹을 휘두르고 멍청한 주인공 해달놈은 땀방울을 중력 역방향으로 뻘뻘 흘리며 하염없이 얻어터지기만 하는 이유 없는 폭력과 약육강식의 만화였는데, 세상에, 알고 보니 해양생물버전의 어린왕자였구나.


16.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 21세기의 홍길동전이랄까. 21세기라는데 주목하면, 이번에는 우리가 힘을 합쳐 율도국을 한 번 만들 수 있을지도.




17. 좌파 이야기

: 우리 좌파는 저기 가면 중도 보수라더니만, 듣던 대로 본토의 좌파는 독하구만.


18. 타네 씨, 농담하지 마세요

: 프랑스 소설에 처음 관심을 갖게 해 준 고마운 작가가 장폴 뒤부아였다. 지금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를 지경이지만, 분명 이 사람만의 한칼은 있다. 이건 그의 가장 좋은 책은 아니지만 가장 편한 책이겠다.


19. 내가 세계를 지배한다면

: 처음에는 아이들에게나 권할 만한 만화책이라고 생각했다. 읽고 나서 첫 번째로 깨달은 것은 syo가 아이였다는 것이다. 와, 본격 회춘 조장 만화책. 그렇다고 책 자체가 막 엄청 훌륭한 것은 또 아니다. 그래도 읽고 나서 확실히 깨달은 두 번째 지혜는, 아, 세계 지배도 피곤해서 못 해먹겠다는 것이다. 손이 너어어어어무 많이 가.


20.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노동의 이유를 묻다

: 포퍼와 함께 맑덕후가 가장 미워하는 사람 중 하나로 손꼽히는 베버. 안 읽고 까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그 정도의 결함은 맑덕후의 과반이 실은『자본론』도 안 읽었다는 공공연한 비밀 앞에서 무색해진다. 청소년용 책이지만, 노명우의 필력이 어디 갈까. 




21. 서툰 감정

: 돈 주고 사서 보지 않은 게 이렇게 다행스러운 것은, 이 책이 필요없을 만큼 syo의 삶이 건강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syo가 건강한 삶을 사는데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을 만큼 이 책이 필요없는 책이기 때문일까.


22. 다윈주의 좌파

: 마르크스가 부활하여 오늘날 다시 연구를 시작한다면 분명 150년 전과는 다른 말들을 많이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사회관계의 총체라는 그의 말에 따라 내린 결론이다. 나 좌파요, 떳떳히 밝히고 살기 위해 더 넓게 읽어야겠다.


23. 판타스틱 과학 책장

: 목록의 책. 4장까지 다 읽기 힘들거나 귀찮다면, 이정모 소장이 쓴 1장만이라도. 개인적으로는 1장이 반 이상 했다고 생각한다.


24. 기억나지 않음, 형사

: 추리나 스릴러물을 몰입해서 읽지 못하는 편인데도 한 큐에 아작낼 수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반전 같은 거, 전혀 맞히지 못했다.......




25.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 과연 프랑스 철학자의 산문이라는 느낌을 팍팍 먹여주는 책. 걷는 것은 왼발이 땅에 닿으면 오른발을 떼서 옮기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작은 일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 300페이지를 채우는 아름다운 글들을 만들어냈다.


26.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 매력적인 제목과 표지에 끌려 읽었는데, 뇌과학을 살포시 발라 놓은 자기계발서 장르의 책이었다. 요지는 멍 잘 때려야 만사형통.


27. 좌파의 생각은 어떻게 상식이 되었나

: 좌파는 과연 말을 잘 해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말을 잘 한다는 것은, 이해와 재미를 동시에 안겨주는 사람에게만 붙일 수 있는, 특급 칭찬이야.


28. 칼 포퍼의『열린 사회와 그 적들』읽기

: 그냥 요약서에 불과하다. 불과한데, 사실 원전을 읽더라도 업자가 아닌 이상 이 요약서에 든 내용 이상으로 뭔가를 꺼내서 남은 평생 짊어지고 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어찌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겠느냔 말이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다 보니,『열린 사회와 그 적들』은 그냥 입문서 없이 바로 읽어도 슥슥 읽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읽어 보신 이웃분들의 조언을 구합니다.




29.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

: 이 책만 놓고 보면 다윈은 참 소박하고 평이한 그을 쓰는 사람으로 느껴진다. 겸손하고 고요하다. 자서전치고는 자기 이야기보다 주변 사람 이야기가 더 많은 느낌인데, 이게 더 매력적이다. 그에 관해서 알고 싶은 이들을 위해 2000쪽 짜리 평전도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조바심을 느낄 필요가 없다. 두려움을 느낄 뿐이지.


30. 에덴의 종말

: 생물종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란 참 못돼쳐먹은 종이다. 깡패도 이런 핵깡패가 없다. 공룡이 이 꼴 볼까봐 무서워서 일찌감치 멸종을 택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농업.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했거나 최소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가속화시킨 주범은 농업이다. 사실『사피엔스』가 있으므로 이 책은 그다지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31. 시사인 532


32. 경제 성장이라는 괴물

: 이런 제목이 붙었길래 경제 책인 줄 알고 빌렸더니 환경책. 뭐 경제랑 환경이랑 둘이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니지만, 그래도 제목을 이렇게 붙이기 있기? 책 자체는 그냥 애들 보기 좋은 딱 그 수준. 역시 syo가 보기에 좋았다. 딱 그 수준.




책 참 많이 줄였다. 그래도 이렇게 읽으면 나, 100퍼센트 망한다. 망하면? 몰라, 망하면 지금처럼 백수로 남은 평생 빈둥빈둥 살면서 죽을 때까지 꾸역꾸역 한 5만권 읽다가 묘비에 "왔노라, 읽었노라, 그렇다고 뭐 별 건 없었노라." 새기고 가는 거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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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9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11-29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그랬듯이 반전 같은 거, 전혀 맞히지 못했다.

아 빵 터졌네요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7-11-30 06:57   좋아요 0 | URL
syo의 자랑스런 순진무구함. 반전 뭐죠??

수이 2017-11-29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멋져요 syo님

syo 2017-11-30 06:5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근데 어디가......?

psyche 2017-11-30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험공부 시작하신다고 해서 책 읽으신 후기가 덜 올라오겠구나 했는데 여전히 많이 읽으시네요! 분명 시험과 독서 두 개를 다 꽉 잡으실거라 믿습니다

syo 2017-11-30 07:23   좋아요 0 | URL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ㅎㅎ 그런데 두 놈 다 여간 까칠한 놈들이 아니라서...

북다이제스터 2017-11-30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대략 800권 읽는데 15년 걸렸는데요.
죽기 전 5천 권이라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ㅎ ㅎ

syo 2017-11-30 07:49   좋아요 1 | URL
저도 말만 저러는 거예요. 여차하면 만화책도 끼워넣을 심산입니다.....

단발머리 2017-11-30 0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제나처럼
소개해주신 책들도 syo님 글도
좋아요~~
좋아요~ 누르다 syo님 좋아할 태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7-11-30 09:22   좋아요 0 | URL
그 태세 좋은 태세 ㅋㅋㅋㅋㅋㅋ

2017-11-30 1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졔졔 2017-11-30 17: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월든 7번.... 우와... 월든 읽는 법(?) 좀 알려주시겠어요? 여러번 시도했으나 소로 선생이 절 받아주지 않아요ㅠ

syo 2017-11-30 18:35   좋아요 1 | URL
허어.... 굉장히 어려운 질문하셨네요. 저와 소로 선생은 첫만남부터 눈이 맞아가지고 백년해로 하기로 한 사이라...

cyrus 2017-11-30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윈의 성격이 실제로 겸손하고, 성품이 좋아요. 진화론에 대한 외부 비판을 경청할 줄도 알았어요. 다윈의 아내가 다윈의 연구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다윈도 아내의 공을 인정했어요. 아인슈타인과 많이 비교되요. 아인슈타인은 첫 번째 아내 밀레바의 지적 능력을 무시했어요. 밀레바가 자식들 보살필 때 두 번째 아내가 될 여자와 바람 피우고 다녔어요.

syo 2017-11-30 21:36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 조만간 두껍한 펑전을 읽게 될 테니 그 양반 성격 한 번 속속들이 알아보겠습니다.

2017-12-01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2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2 17: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17-12-04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나라서 나만은 절대로 알 수 없는 나도 있다. -에 밑줄!!
언제나 그랬듯이 반전 같은 거 전혀 맞히지 못했다 - 저도 늘 그렇습니다... ㅋㅋㅋ

syo 2017-12-04 11:51   좋아요 0 | URL
제가 맞힐 수 있는 반전이 나오면 그게 저한테는 더 큰 반전처럼 느껴질 것 같아요....

2017-12-04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4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4 2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