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나 서울이나 덥기로는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24시간 가운데 20시간은 에어컨을 가동하사 7월에 옆방 사람과 기침소리로 교통하는 거룩한 기적 충만한 축복받은 고시원과는 달리, 지옥문 지키는 개나 물어갔으면 좋겠다 싶은 누진세 걱정에 뜨문뜨문 냉방할 밖에 도리 없는 가난한 우리 집은 은총이라고는 씨가 마른 열대야의 시커먼 뱃속이다. 생각해보면 그 고시원은 정말 좋았다. 1월에 올라가 겨울 내내 반팔티를 입어야 했고, 6월부터는 실내에서 카디건을 착용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꽤 많은 고시원을 전전해 온 syo지만, 세상에 살다 살다 이런 대접은 그야말로 처음이었다. 남들 다 덥다 덥다 미쳤다 할 때, 방 안에 처박힌 나는 세상이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지 도통 모르고 잘 살았는데, 이제 모든 것을 알았다, 이 저주 받을 온난화 새끼야......

 

어쨌든 대구에 내려오자마자 가장 먼저 한 대외활동(?)은 도서관 방문 및 도서 대출이었다. 나도 참 어지간한 놈이지. 쨍한 볕이 정수리를 폭격하는 그 고난의 길을 걷고 걸어서 근 8개월 만에 중앙도서관에 들어섰는데,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놈의 세상이 하나 변한 게 없고, 이놈의 syo도 하나 변한 게 없다는. 이놈의 책들을 읽는다고 이놈의 syo가 변하겠냐는. 겨울은 자꾸 추워지고 여름은 자꾸 더워지고 syo는 자꾸 늙고 자꾸만 무지몽매해지는 기분이다. 남들은 도서관에 자주 드나드는 이들은 자꾸 똑똑해질 거라 생각하겠지만, 사실 도서관에 자주 드나드는 이들은 스스로 자꾸 멍청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읽어야 할 것들의 거대한 산 앞에서 목소리는 점점 기어들어간다. 강녕하시옵니까, 도서관님, 미미한 소생은 syo라고 하온데, 소생에게 부디 책 10권만 빌려갈 수 있는 은덕을 베풀어 주실 수 있으시겠사옵니까굽신굽신. 예끼, 이놈. 네놈 같은 무지렁이가 책은 읽어 무엇 하려 하느냐. 사람이 되고 싶사옵니다. 허허, 참으로 거대한 욕망이로세. 오냐, 어디 한 번 가져가 읽어 보거라 이놈. 사람이 될 수나 있는지.

 

그런 마음으로 다시 10권을 읽어 사람에 한 치 더 바투 다가앉으려 한다. 여름은 독서의 계절. 읽는 것 자체가 수양이 되는 불구덩이라 심지어 만화를 읽어도 효능이 뿜뿜인 계절, , 여름이다.

 

180801-180807 : 20권


 

1.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 제목에 묘가 있다. 실제로 황현산 선생님이 쓴 글들을, 그 글들이 우리에게 말하는 바를 각기 하나의 부탁으로 본다면, 그래서 이 한 권의 책 안에 깃든 선생님의 부탁을 우리가 들어 드린다면, 이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더 이상 다른 세상을 꿈꿀 필요가 없을 것이다.

- 그리고 그런 거대하고도 위대한 부탁을 놓고 사소하다며 눙치시는 모습에서, 그저 작은 사람의 작은 의견일 뿐입니다, 하는 겸손함은 물론, 이런 사소한 것들도 안 들어주고 그럴 거야? 하는 은근한 채근도 느껴지는 것 같다. 앞으로도 한 70년 정도 더 계시며 계속 이 세상을 글로 깨우고 적셔 주셨으면 하는 부탁을 드리고 싶은데, 이 부탁은 또 사소한 부탁인가, 거대한 부탁인가.

- 황현산 선생님의 문체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시간과 활자를 낭비하는 일이겠으나, 비판하는(때로는 비난하는) 글조차 이렇게 낙낙하시다니, 매사 분노와 비꼼으로 글을 만드는 syo 같은 인간은 도대체 인간입니까.....

 

2. 철학자의 공부법

- 조선에서 초중고를 나온 사람이라면 ’~공부법이라는 제목의 낚시질에서 영원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운명인 것인가.

- 저자가 자신이 읽은 책들을 성장 과정에 맞춰 주우우우우우욱 나열하며 평하는 꼭지는 그가 1897년생이고, 일본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다지 의미도 재미도 없는 부분이다. 철학 공부법, 책 읽는 법에 대한 이야기는 나도 어디 가서 해 줄 수 있는 정론의 범위에서 크게 일탈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이 책은 뭐랄까, 뭐라고 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3.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 내가 요즘 읽고 있는 책에 대해 실컷 이야기한 다음, 나 다음 이야기해 줄 사람을 지목하는 식으로 줄줄이 이어지는 독서판 아이스버킷 챌린지 인터뷰.

- 전 도무지 책을 읽지 않사오니 저는 스킵해 주세요, 하며 뿌리치는 이 없이 인터뷰 릴레이의 사슬이 이어졌다는 사실은, 내 주변의 인물 군상들을 생각해보면 정말 놀라운 일이다. 요즘 무슨 책 읽느냐 물었더니 오랑캐 같은 친구 자식의 대답. '요즘'이라는 게 몇 년 전까지를 말하는 건데? 이 책은 결국 크건 작건 자기 분야에서 깃발을 흔드는 이들은 모두 꾸준히 읽고 있음을 재확인한다.

4. 과학이라는 헛소리

- 과학을 빙자한 각종 의도적/비의도적 개소리들을 유쾌하고도 신랄하게 척살하는 가볍고도 중요한 책.

- 선풍기를 틀고 자는 계절이 돌아왔으므로, 반드시 이 책을 읽어야만 했다. 과학적으로 아니라고는 하지만 사실, 아직도 선풍기 켜 놓고 자면 죽을까 봐 조금은 불안하기 때문이다.....

-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편견은 자신이 객관적이고 불편부당하다고 철석같이 믿는 이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편견이고,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개소리는 과학의 세례를 받았거나, 최소 과학의 외피라도 입은 척 하는 개소리다. 바야흐로 때는 21세기고, 인공지능이 우릴 보며 저 멍청한 것들을 지배해야겠다는 생각을 품기 전에 얼른, 우리는 이 사악한/무지한 멍멍이들이 과학적멍멍 소리를 내지 못하게 그 입에 진짜 과학의 재갈을 물려야 한다.


5.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

- 3개월 베를린을 살아낸 후, 한 달 이내에 원고를 넘겨주기로 약속한 소설가가 어찌된 일인지 1년이 다 지나서야 겨우 쓰기 시작했던, 그럴 수밖에 없었던 베를린 체류기.

- 소설가의 일기/여행기가 그의 소설과는 완연히 다른 색조를 드러내 독자를 깜짝 놀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동시에 역시 이 소설가의 글이다 싶은, 그러니까 글쓴이의 지문 같은 것이 은근히 묻어있을 수밖에 없는 이치다. 그러다보니 독자는 소설가의 소설을 읽으며 그가 비소설은 어떻게 쓸까 궁금해 하거나, 반대로 비소설을 읽으며 그의 주 종목에 대한 큰 기대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한은형이라는 사람의 숨길 수 없는 독특함, 독자적인 색채가 군데군데 압정처럼 박혀 독자의 손끝을 찔러온다. 이 소설가의 소설을 읽어야겠다.

 

6. 만화 베르그송 창조적 진화

- 베르그송의 주저 창조적 진화먼나라 이웃나라스타일로 친절하게 풀어 어린이가 읽을 수 있게 펴낸 야심찬 기획

- 베르그송이 말했던 진화는 오늘날 진화생물학에 두드려 맞은 것 같고, 지속으로서의 시간 개념은 베르그송 생전에 아인슈타인에게 실컷 털려서 그런가, 오늘날 우리는 베르그송 이전의 철학자와 이후의 철학자들을 호출하는 빈도에 비해 그의 사유를 즐겨 찾지는 않는 듯하다.

- 원저는 웬만큼 책과 가까운 어른이 읽기에도 쉽지 않다. 그리고 이 책은 아이들에게 읽혀야 한다. 그렇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겠는가? 이 책은 생명은 펄떡펄떡 살아 숨 쉬는 위대한 것이라는 허랑방탕한 한 마디를 길게 늘여 200쪽을 채운 것 같은 인상을 준다.

-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거나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어차피 아이들은, 이런 책을 읽을 의사도, 읽은 뒤 어떤 인식을 획득하고 오래 기억할 의사도 없을 것이다. 무용한 짓이고 무리한 짓이다. 도대체 아이들이 왜 베르그송까지 알아야 하는데.


7. 베르그송 읽기

- 그러나 syo는 아이들이 아니므로 베르그송을 한 번 알아보자 하여 집어 든, 성인을 대상으로 하여나온 베르그송 책 가운데 가장 나를 덜 괴롭힐 것 같아 보인 책.

- 입문서 빠돌이로서 syo는 원전을 읽어야 한다는 말씀은 귓등으로 듣고 흘리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문서를 읽다 보면 정말 원전을 봐야겠구나 하는 때가 있긴 하다. 이런 책을 만났을 때.

- 거두와 절미를 어떻게 했는지 모를 일이지만, 베르그송의 사유가 진짜 딱 이 책에서 묘사하는 정도라면, 그 사유의 정합성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도대체 베르그송이 왜 필요한지조차 알 수가 없겠다. ’안녕, 난 베르그송이야. 있지, 나는 세상이란 게 이랬으면 좋겠어.‘사실 세상은 이렇다로 바꿔나가는 과정에 설득력이 너무 부족하다.

- 이를테면, “하지만 베르그송에 의하면 페히너가 주장하듯 감각 S1S2 사이에 (.....) 그런데도 페히너는 감각 S1S2 사이에 중간 부분이 있다는 것을 믿는 잘못을 범했다.” (134) 부분은, 결국 페히너는 틀렸다. Because Bergson said so. 이런 식으로 읽힌다.

- 저자는 베르그송의 생명주의 철학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 10개를 나열하는데, 그 중 첫째는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평등하며 현재 진화의 끝자락에 서 있는 우리 인간은 더욱 그렇다.” 라고 한다. 모든 생물은 현재각자 진화 과정의 끝자락에 서 있다. 인간만 거기 서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 문장은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더욱 평등하다.”를 떠올리게 한다.

 

8. 니체

- 니체가 머물렀던 자리를 따라 이곳저곳 여행하며 니체 사상의 궤적을 추적해 보는 본격니체탐사 프로젝트 그놈이 알고 싶다.

, 기획은 된 듯하나, 실제로는 니체의 철학이 아니라, 니체를 씹어 삼킨 이진우 선생님의 철학을 읽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진우 선생님의 말씀과 그것을 뒤에서 든든히 받치고 있는 니체의 글들이 이루는 견고한 콜라보.

- 그러나 여행기로는 그다지 매력을 잘 모르겠다 싶은 책. 그렇다면, 굳이 안 다녀오셨어도 이 정도 책은 쓰지 않으셨을까요?



9. 지금 여기의 페미니즘 X 민주주의

- 꼭 가서 듣고 싶었으나 경성은 너무 멀었고, 경상도 유생은 그저 목멱산 방향을 바라보며 눈물을 떨굴 수밖에 없었던 슬픈 사연의 페미니즘 강의 8회를 옮겨 담아 놓은 강의록.

- 정희진 선생님이야 말해 입 아프지만, 손아람이라는 인물의 말힘이 보통 아님을 새로이 알았다.

- 아무래도 대중강의다 보니 복잡한 개념을 둘러친 어려운 책이 되지 않았다. 그 점은 누군가에겐 이 책이 가치가 있다는 증거로, 또 다른 누군가에겐 가치가 없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 오래 두고 읽을 만한 책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읽고 지나가는 일에 손해 날 이유는 없겠다.

 

10. 아무튼, 방콕

- 속지 마시라. 이것은 방콕 여행기를 빙자한 연애담이다전형적인 방콕 여행기처럼 시작하기에 안심하고 가드를 내렸더니만, 은근슬쩍 본색을 드러내더니 어어어 하는 사이에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염장 공격을 날린다.

- 아무튼 시리즈의 여러 권을 읽고 있지만, 재미있으리라 가장 기대가 컸던 택시는 그 거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덤덤했고, 기대는커녕 김병운이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고 읽은 이 책 방콕은 퍽 웃기고 재미있었다. 방콕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1도 생기지 않았지만, 김병운이라는 작가가 쓴 소설이나 한 번 읽어 볼까나, 살짝 마음이 움직였다.

- 그리고, 그렇다면 나도, 8년 넘게 한 사람을 사랑하며 만든 이야기가 적지 않은 나도 어쩌면, 비록 방콕은 가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런 글들을 지을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11. 굶어 죽지 않으면 다행인

- 신촌 인근에서 이후북스라는 작은 책방을 운영하며 쓴 소소한 책방 일기.

- 간결한 문장, 징징대는 척하나 씩씩하고 유쾌한 글투, 모자란 척하나 덧붙일 것이 없는 그림.

- 요즘 부쩍 많이 보이는 책방 책. 책방은 늘어나다가 이제 슬슬 소강상태인 듯하고, 대신 책방 책이 늘어나고 있다. 책방을 열었어요-부터 젠장, 책방을 닫고 말았다-까지.

- 여러분, 굿즈에 눈이 멀어 알라딘에서만 책을 사는 놈(저 아닙니다)이 있다고 합니다. 틈만 나면 굿즈에 투입하는 정성의 1/10만 북플에 좀 투자해 봐라 이 알라딘 시장만능주의자 놈들아!” 하고 외치고 다니면서도(저 같으시겠지만 저 아니에요) 매번 책을 구매할 때마다 어떻게든 5만원을 맞추기 위해 이 책 저 책 주문서에 넣었다 뺐다 하느라 시간을 탕진한다는데요(.....). 그놈이 이 책을 읽고 좀 반성했다고 하는군요.....(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저네요.)

 

12. 철학자 사용법

- 알랭 드 보통이란 영국 놈이 철학을 눈곱만큼 함유한 책으로도 쏠쏠히 해 먹었단 말이지. 그렇다면 나는 좀 더 진한 철학의 맛이 어떤 건지 보여주지, 하는 마음을 먹었다면 한 번 시도해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프랑스 철학자풍의 짧은 글들이 모여 있는 철학책.

- 끝내 이런 문장을 잘 읽어내는 사람이 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불안이라면, 읽기를 넘어 이런 문장을 쓰는 사람이 되면 어쩌지 하는 마음은 공포다. 예를 들면 니체, 프루스트, 바슐라르, 베르그송의 문장을 군데군데 인용하는데, 세상에 걔네들 것보다 뒤따르는 작가 자신의 문장이 더 어렵고 현란하다. 무슨 의도가 있는 것 같지. 에잇, 불란서 놈들, 그야말로 애증의 존재입니다.



13.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해

- 그다지 어렵지도 독특하지도 않지만, 제목에서 발생하는 충격파가 사회를 꽤나 뒤흔들어 놓을(놓았으면 좋을) .

- 책 자체는 술술 넘어간다. 공저자들의 글빨이 다채로워 읽는 재미가 역시 쏠쏠하다. 특히 김현 시인의 글은 읽고 좀 놀랐다. 그의 다른 산문집을 읽고 엄청 실망한 기억이 났기 때문인데. 아니, 이렇게 잘 쓰는데? 조만간 다시 읽어 보리. 역시 글잘잘(글은 잘 쓰는 사람이 잘 쓴다)은 진리.

- 일단은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책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방금 두 문장은 얼핏 읽으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말이지만, 동시에 또 잘 읽어 보면 엄청 말 되는 말입니다. 제가 그렇게 허술한 놈 일리가요...... 죄송합니다

- 퍽 실효적이고 올바른 접근법이 아닌지? syo의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면...... 남중 남고에도 정말 절실하다구요.

- 이 책이 문제제기만 하고 있다는 짧은 서평을 읽었는데, 의아하다. 이 책만큼 대놓고 해결방법을 떠먹여 주는 경우를 별로 못 봤는데. 제목을 한 번 읽어 보세요.....

 

14. 죽음을 이기는 독서

- 나중에 크면 비평가가 될 거예요, 야무진 꿈을 품고 SNS나 블로그에 이런 저런 글들을 올리며 자신을 단련하는 꼬꼬마에게 권하고 싶으면서 권하고 싶지 않은 책. 재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 저자는 그렇게 무결하지만 책 자체의 단점은 있는데, 저자가 비평한 책들이 대부분 국역으로 만날 수 없는 것들이라는 점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책의 단점도 아닌 것 같다. 잘못은 다른 데 있어.

- 그런 이유로 읽을 만한 책이 아닌 것 같다는 편견을 가지실까 봐 덧붙이고자 한다. 비평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비평 자체가 훌륭해야 한다. 그리고 비평의 대상이 되는 작품이나 현상을 독자가 이미 접한 바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가끔씩 우리는 글 자체가 너무 잘 만들어지다 보니 우리가 읽지 않은 책, 보지도 않은 영화를 말하는데도 덜컥 걸려들어 감탄사 제조기라도 된 마냥, 우와, , 대애박, 같은 말들을 대량생산하는 경험을 갖기도 한다. 정말 가끔씩. 아직 그런 적이 없으시다면, 어쩌면 이 책이 해줄지도 모릅니다, 와 같은 말까지 덧붙이는 섣부른 짓이야 하지 않겠으나, 어쨌건 저 솜씨가 참 탐나는 것만은 사실이다.


15. 모든 것이 되는 법

- 하고 싶은 일이 너무도 많은 다능인들을 위해 용기를 북돋아 주고, 그들이 각자 자신의 성향에 맞는 방식으로 커리어를 짜 나가는 데 유용한 4가지의 템플릿을 제공하며, 하고 싶은 일들을 마침내 다 시도할 수 있는 유용한 잔기술과, 인간을 한 분야에서만 최고 효율로 기능하는 분업사회의 부품으로 전락시키고자 하는 다양한 사회적 압박을 시원하게 쌩깔 수 있는 방법도 제안한다.

- 급하게 읽었지만, 희한하게도 은근히 위로가 되는 책이었다. 허허허.

 

16. 잃어버린 임금을 찾아서

- 이민경. 세상에서 제일 귀한 사람. 언어, 계보, 그리고 이번엔 임금이다. 3가지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을까? 있다면 조금만 기다리자. 그것도 곧 이민경이 가져올 것이다.

- 이 책이 통째로 마음에 안 드는 분들 세상에 많을 것이다. 크건 작건 힘을 가진 분들일 것이다. 반면 구구절절 동의하는 syo에게 아무런 힘이 없다는 사실은 서글프다.

 


17. 파스칼 키냐르의 말

- 키냐르, 아 키냐르.

- 처음 읽은 키냐르가 아마도 심연들이었던 것 같다. 옛날에 대하여였을 수도. 몇 년 된 일이다. 몇 주를 투자해 꾸역꾸역 다 읽고 느낀 것은, 왠지 이 책은 반드시 정말 좋았다-고 해야만 하겠다는 부담감과, 그래야만 어디 가서 책 좀 읽는 놈 대접을 받으리라는 예감이었다. 그래서 그랬다. 좋다고 했다. 키냐르 크- 최고지. 솔직히 고백하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랐다. 하나쯤은 알았을 수 있겠다. 그러나 몰라도 좋았다. 하지만 역시 좋아도 몰랐다. 여전히 syo는 모른다. , 키냐르. , 아감벤.

- syo에게 무섭고도 신비로운 일은 키냐르의 알쏭달쏭한 글이 아니라, 그걸 읽어내는 눈 밝은 독자들이 부지기수라는 사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작가로 키냐르를 꼽는다. 그렇다면 나는 그분들의 인생을 아무래도 이해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때가 많았다.

- 이 책도 그렇다. 인터뷰라서 그나마 조금은 읽히는구나, 하는 고마움과 아니 뭔 놈의 인터뷰조차 이따위로 하나, 하는 원망이 겹친다. 여전히 키냐르는 저 높은 곳에 있다. 높고 아름다운 곳에 있다. 나는 이 아래에서 좀 지친다.

 

18. 역사의 천사

- 발터 벤야민의 마지막 가는 길을 조명하여 재구성한 소설

- 기대했던 것에 비해 훨씬 재미가 없었는데, syo가 생각건대 그 이유는 이 책이 절반만 소설이며 나머지 절반인 발터 벤야민 자체가 재미없는 사람이라서다. 시국이 유대인들에게 절체절명의 위기인지라, 소설로만 구성했다면 독자에게 훨씬 더 어필하는 작품이 되었겠으나, 우리의 벤야민, 이 모든 위기 속에서도 아, 어떡하지, 어떡한담, 어떡하면 좋단 말인가, 하며 이곳저곳을 방황하기만 할 뿐이다. 그러다보니 재미가 없을 밖에. 벤야민 하나만으로 책을 꾸려나가는 것이 무리수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을 작가는, 가공의 인물을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이야기를 병렬적으로 만들어나간다. 욕봤다.

- 작가의 문장에 대해 꼭 이야기하고 싶다. 대단하다. 재미없는 플롯과 스토리를 가지고도 이렇게 페이지가 잘 넘어가는 소설을 만드는 힘, 그것은 오롯이 작가의 문장에서 나왔다. 문장은 정말 짧고 간결하다. 한 줄에 마침표가 하나는 반드시 찍히며, 두세 개가 나오는 일도 빈번하다. 그럼에도 전혀 단조롭지가 않다. 묘사는 현란함 없이 신선하고,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어디에서도 보기 어렵다. 조사와 어미를 다채롭게 사용하여 그 짧은 문장들의 신선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독자의 식탁에 올린 번역가의 노고도 새겨볼 만하다.

 

19. 내가? 정치를? ?

- 나는 내가 정치를 개똥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개똥은 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개똥보다 더 많이 아는지 확인하는 일이나, 혹은 개똥보다 더 많이 알게 되는 일 같은 것은 이 책 가지고는 어렵겠다. 괜히 빌렸어.

 

20. 패스워드

- 참신하다. 패스워드를 가지고 이런 책이 될 줄이야. 인문학이란 문어발 기업 같은 존재로군.

- 그러나 이게 12000원이라고. 세상에. 인문학이란 정말 봉이 김선달 같은 존재로군.

 


갑시다, 다음 10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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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해목 2018-08-07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글을 일고 저는 <아무튼, 방콕>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습니다. ㅎㅎ
키냐르는...... 어떤 작품은 알 것 같다가도 또 어떤 작품을 만나면 키냐르는 평생 이해 못할 작가 같고...
저 인터뷰집 꾸역꾸역 읽으며 역자와의 만남을 통해서 그나마 조금 키냐르란 사람을 알 수 있었던 책이네요. ^^;;

syo 2018-08-07 23:49   좋아요 0 | URL
아무튼 방콕 달달합니다. 짜증날만큼요 ㅎㅎㅎ

키냐르는 저한테는 아직 멀고 먼 나라입니다. 10년 뒤쯤 다시 읽어볼까 해요.

북다이제스터 2018-08-07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는 깨달음이 아닌 그냥 레크리에이션이란 생각이 드는 저도 요즘이라... 공감하며 좋아요 슬며시 누르고 갑니다. ^^
세상에 대체 진리는 어디에 있을까요? 훌쩍 ㅠ

syo 2018-08-07 23:49   좋아요 0 | URL
있어도 저같은 무지렁이한테는 잡힐 것 같지 않습니다..... 저한테 포획되는 진리라면 믿지 않겠어요ㅎㅎㅎ

2018-08-08 0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08 0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깨비 2018-08-08 0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앜ㅋㅋㅋㅋㅋ 아무튼 방콕, 방콕 여행기인 줄 알고 샀는데 진정 연애담이란 말입니까! 망했어요 ㅋㅋㅋㅋ 🤣

syo 2018-08-08 08:08   좋아요 1 | URL
방콕여행기가 맞습니다. 맞습니다만.....
방콕연애기 정도로 보면 적당할듯 합니다 ㅋㅋㅋㅋ

다락방 2018-08-08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글을 읽고 [아무튼, 방콕]을 담을까 어쩔까...하고 있다고 합니다. ㅋㅋ

아, 그리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쇼님이 손아람보다 글도 더 잘쓰고 손아람보다 더 페미니스트라는 사실입니다. 이상.

syo 2018-08-08 11:38   좋아요 0 | URL
그건 아닙니다......
다락방님 누굴 보내시려고 이러세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앜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08-08 11:39   좋아요 0 | URL
응 왜요? 나는 나의 발언에 당당하다!! 나 심지어 저 강의도 듣고 온 사람이란 말입니다. 내 말 믿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8-08-08 11:4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은 정말 다 좋은데, 절 너무 과하게 좋아하시는 게 탈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08-08 11:44   좋아요 0 | URL
아 몰라. 과하게 좋아할거야. 흥!!

syo 2018-08-08 11:46   좋아요 0 | URL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네요. 후후후.

stella.K 2018-08-08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책을 읽는 건 적어도 치매에 걸리지 않기위한
작고도 위대한 몸부림이라고 정의해 봅니다.ㅋ

대구에 내려오셨구만요. 이달까지 고시원에 계시지...
어느 고시원인지 소개 받고 싶군요.
올여름은 이럭저럭 다 보내고 내년에도 이렇게 튀김질 해 댈 것 같으면
거기서 지내고 싶군요.ㅎㅎ

syo 2018-08-08 11:37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그야말로 위대한 몸부림이군요 ㅎㅎㅎㅎㅎ
내려 ‘오셨‘다고 쓰셔서 대구 사시는가 했습니다.

stella.K 2018-08-08 12:47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렇게도 이해 될 수 있군요.
저는 어쨌든 대구가 서울 보다는 아랫쪽에
위치한지라...ㅋㅋ

카알벨루치 2018-08-08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방콕이 집에 쿡 쳐 박혀 있는 방콕인줄 첨에는 알았다는 ㅡㅡ암튼 띄엄띄엄 보는게 문제입니다 “아무튼 방콕” 도서관 주문했습니다

syo 2018-08-08 11:35   좋아요 0 | URL
으하하 그런 방콕이라면 저도 꽤 권위가 있는데ㅎㅎㅎㅎㅎ
카알님 즐거운 독서가 되시길 바랍니다 ㅎ

카알벨루치 2018-08-08 11:49   좋아요 0 | URL
고향이 대구세요? 제2의 고향 대구입니다! 지금은 대구 근처 언저리에 ㅎ

syo 2018-08-08 11:51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이놈의 대구ㅎㅎㅎㅎ
가까운 곳에 카알님이 계시는구만요 ㅎ

카알벨루치 2018-08-08 11:57   좋아요 0 | URL
Syo님 독서불패! 오늘도 즐독하세요~아자자!

cyrus 2018-08-08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기세 아끼려고 퇴근 후에는 도서관에 갑니다. 밤 10시까지 운영하는 도서관에 가는데, 집에서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서 아쉬워요. 도서관 문 닫기 전에 집으로 향하면 피로감이 몰려옵니다. 집에 오자마자 씻는 일이 귀찮아요. ㅎㅎㅎㅎ

오늘 아침에 부고를 확인했을 때 허무한 느낌이 들었어요. 황현산 님이 아폴리네르의 소설을 번역해주길 바랐었거든요. 훌륭한 불문학자를 떠나보내게 됐네요.

syo 2018-08-08 16:11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사람들이 자꾸만 스러지는 날들입니다.... 그리고 저는 더워서 쓰러지겠구요. ㅎ

단발머리 2018-08-08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열심히 읽고 쓰는 syo님! 엄지 척!!!
전 더워서 자체 휴업 상태인데, 진짜 걱정은 이 더위가 다 지나가도 책읽기에 게을러질것이라는 불길한 예감.
syo님 글을 읽으면서, syo님이 걸러준 책에서, 걸러가며 읽어가렵니다.

괜히 빌렸어....
인문학이란 정말 봉이 김선달 같은 존재로군...
이런 표현도 눈부시지만....

글잘잘.... 이런 표현은 진짜.... 어디서 배운 거예요? 알려주는 사람이 있어요? 완전 궁금하다.
나도 그 분 가르쳐줘요~~~~~~~~ 영업 비밀 좀 나눕시다! 에애~~~???

syo 2018-08-08 17:23   좋아요 0 | URL
야구요..... 야구판에서 배워온 거지요. 야잘잘....

단발머리님, 그 동네는요, 정말 센스의 미치광이들이 득시글거린답니다.

단발머리 2018-08-08 17:25   좋아요 0 | URL
야잘잘.... 야잘잘.... 야잘잘.....

아, 시작이 거기군요. 야잘잘.... 넘 근사하다, 야잘잘....
 

 

7월의 독서는, 시험 전 20일 간 4, 시험 직후부터 3일간 12..... 일평균 0.2권에서 4권으로 효율이 20배 상승했다. 그리고 다시 의욕이 떡락하여 김태리 나오는 드라마나 몰아서 보고 있는 8월 첫날의 저녁이다. 평생 겪어본 8월 첫날의 저녁 가운데 가장 더운 8월 첫날의 미친 저녁이다. 친구는 그런 말을 하였다. 형은 한참 더운 여름은 기어이 대구에서 보내다가, 제일 추울 때 서울 올라오더라. 또 올해도 8월 되니까 내려가려고 하지. 왜 이렇게 사람이 극단적이야? 극단적으로 겨울이 추운 철원에서 함께 두 번의 겨울을 보낸 녀석의 말이었다. 그러게. syo의 인생은 왜 이런 것인가. 무더운 여름을 하루라도 대구에서 덜 보내기 위해 8월 첫 주를 서울에서 버티기로 하였거늘, 내가 버티는 동안만큼은 서울이 대구보다 더 덥다고 하니, 이쯤 되면 이것은 하늘의 뜻이 아닐까. 왜 이렇게 하늘이 극단적이야?

 

201807 : 16권


1. 법 앞에서

- 카프카의 짧은 글 몇 개를 실어 놓은, 아유 요 작고 이쁘고 기특한 책.

- 표제작 <법 앞에서>도 물론 훌륭하지만, <만리장성을 축조할 때><굶는 광대>는 사실 <변신>만큼이나 훌륭하며 생각할 거리를 뭉텅이로 던지는 작품이다.

- 카프카를 꼼꼼한 눈으로 다시 읽기 시작하면서 느끼는 건데, 이 양반은 정말 모를 양반이다. 자기 이름에서 파생된 형용사 어휘까지 존재하는 대가에게 어울리지 않게끔, 이 역자 저 역자가 번역한 이 책 저 책 가릴 것 없이 여기저기 비문이 눈에 띈다. syo의 눈에 걸렸다면 두 사람 중 한 명은 찾아낸다고 보면 되는데. 주술호응 망하는 건 여사. 이제는 애당초 카프카가 독일어로 그렇게 썼나보다 싶기까지 하다.

- 그러나 그것이 뭣이 중헌디. 프란츠 카프카, 이 구역의 미친 알레고리 지배자. 세상 절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데, 왜 그게 다 내 이야기 같은가.

- 그리고 일단 여러분, 이 책이 이 가격에 나왔다면, 그건 덮어놓고 사야 한다는 말입니다.

 

2. 내 몫의 사랑을 탕진하고 지금 당신을 만나

- 받는 사람이 자꾸 변하는 듯하여 도대체 누구에게 쓴 건지 알 수 없는 편지 다발.

- 하나하나의 문장이 덜 소중하고 마음을 얕게 스친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혹시 다작에 있지는 않을까? 장석주보다 황현산에 더 진득이 머무르게 되고, 그만큼 더 크고 오래 요동하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일까. 하면, 역시 다작인데도 강준만은 더 써주길 바라고 장석주는 덜 써주길 바라는 것은 또 왜일까? 가슴이 뇌만큼 용량이 크거나 관용적이지 못하고 빨리 지치기 때문일까? 이 사람은 코를 후비고 귀를 파도 다 책을 쓰려고 그러는 게 아닐까 하는 근거도 근본도 없는 오해, 편견, 확증편향 따위가 이 작가를 향한 내 오랜 사랑에 작은 파문을 띄우고 있다.

- 어쨌거나 저쨌거나, 시인의 사랑은 참말 아름답구나....

 

3. 차라리 재미라도 없든가

- 책을 둘러싼 다종다양한 사람들 가운데 최근 핫 피플 베스트 10을 뽑는다면 너끈히 안착할 글 쓰는 의사남궁인이 매일 읽고 매일 쓴 독서일기.

- 이런 꾸준함으로 읽고 쓰는 일은 일단 덮어놓고 칭송 받아도 모자람이 없다. 집에서 노는 syo같은 인간에게도 이 정도 두꺼운 책들을 11권씩 꼬박꼬박 읽어가며 독서일기까지 남기며 1년을 채우는 일은 녹록치 않다. 글 하나하나가 다 반짝반짝 빛나기까지 했으면 금상첨화였겠으나, 비록 꽃이 수놓아지지 않아도 비단은 비단인 법. 이 정도의 성취를 이룬 저자에게 경탄의 감정을 보낸다.

 

4. 엔도 슈사쿠의 동물기

-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에 사랑받는 일본 문학의 어떤 거장이 자신의 인생행로에서 만나고 또 헤어진 많은 동물들에 대한 애정을 토로하는 다정하고 쉽게 읽히는 유쾌한 글.

- 표지를 볼작시면, 시바견 한 마리가 여자 속옷을 입에 문 채 살랑살랑 꼬리를 흔드는 모양새는 마치 심부름을 잘 마쳤으니 얼른 칭찬해달라는 듯하고, 그 모습을 보며 흠칫 놀라는 이마까진 중년남(엔도 슈사쿠 선생으로 추정)의 당혹스런 표정에서 우리는 이런 시바.....이라는 말풍선을 발견할 듯하다. 과연. 이런 표지를 만났는데, 집어 들지 않는다고? syo는 그런 매정한 사람 아닙니다.



5. 읽은 척하면 됩니다

6.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각자의 책을 읽는다

- 책 많이 읽는 부부가 한 집에서 이 책 저 책 따로 또 같이 읽어가며 써내려 간 매일 매일의 독서일기.

- 왜 독서일기를 훔쳐보는 일은 '그냥 일기'를 훔쳐보는 일보다 더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야 할까. '읽어 보다' 다섯 권의 저자들은 전부 독자로서, 기록자로서 충분히 칭찬받을 만하긴 한데 별로 재미가 없다. 허용된 지면이 너무 협소하다는 게 문제일 수도 있겠다. , 근데 눈 비비고 다시 보니 지금 나도 이런 재미없는 글을 남기고 있다.....


7.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 장석주/박연준 부부의 앙상블이 빛을 발한다. 왼쪽 페이지에서 장석주가 뿜는 찬바람에 등골이 서늘할 때쯤, 오른쪽 페이지에서 박연준이 많이 추웠죠? 하며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는 느낌이다. 두 사람이 같이 쓴 산문은 오히려 꿀에다 설탕을 뿌린 듯 과하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었는데, 서평에서 절묘하게 어우러질 줄이야.

- ’읽어 본다시리즈 5권 중 딱 한 권을 고른다면, 바로 이 책이겠다. 확실히 여덟 명의 저자 중 장석주가 가장 서평스러운 글을 쓴다. 그리고 박연준이 가장 아름다운 글을 쓴다.

 

8.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 앞쪽 몇 페이지를 읽으며 어, , 하다가 직감했다. 이 사람도 아마 나와 같은 고민을 한두 번쯤 해 본 일이 있을 거라고. ’내가 썼지만, 과연 이게 리뷴가?‘

- syo는 이제껏 요조라는 가수의 노래도 좋아하지 않고, 요조라는 작가의 글도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좋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각 잡고 쓰지 않으면, 그냥 생긴 대로 쓰다보면, 내 이야기로 범벅되어 정체성이 희미한 리뷰가 나오는 사람의 구슬픈 운명을 우리는 공유하고 있는 듯해서.....

 


9.

- 왔으되 미처 다 오지는 못한 온갖 것들의 영전에서 조용히 불러보는 희고 차며 슬픈 진혼곡

- 이제는 명실상부 월드클래스 한글 소설가로 자리매김한 한강. 안심하고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싶은 방식대로 써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라고 보면 어떨까. 파스칼 키냐르의 마지막 왕국연작과도 가깝고, 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과도 멀지 않은 느낌.

- 지금까지도 한강의 한 권은 따라 나올 다음 한 권을 한껏 기대하게 만들어왔지만, 이번에 다시 다음 책을 기다리는 마음은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뭐가 나올지 알 수가 없으므로. 한강이 어디론가 가고 있다. 내 예측하는 시야의 무례함을 피해서.

 

10.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

- ’글 쓴여자와 글 쓰는여자의 미묘한 차이를 생각했을 때, 글 쓰는 여자의 탄생이라는 말이 결코 공치사가 아닐 신여성 나혜석의 문장들, 100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빛이 나는 글들을 모아 놓은 책

-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도, 혹은 여성이 아니라도, 업으로든 취미로든 글을 쓰고 남에게 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는 것이 전혀 쓸모없는 일이 아닐 것이다. 글을 쓰는 이들 가운데 정말 극소수의 선택된 사람만이 널리 읽힌다. 같은 말을 해도 그들의 말만 크게 들린다. 글 쓰는 이의 99%는 널리 읽히지 않는 글을 쓰고 파급력 없는 말을 조용히 하며 산다. 만일 우리의 목소리가 조금만 커지더라도, 그를 불편해 하는 누군가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주의를 줄 것이다. 떠들지 마라. 네가 뭘 안다고. 너는 그런 말을 할 주제가 못 되니까 입을 다물어라. 네가 뭔데. 아마 나혜석이 그랬을 것이다. 지면은 있었으되 지탄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꿋꿋이 자신의 말을 적었고 적의 말을 버텼을 것이다. 99%의 글 쓰는 사람에게는 그게 필요하다. 맞서 버티는 힘. 솟아오르지 못하게 위에서 누르는 손아귀를 정수리로 밀어 올리는 힘. 아파도 가는 힘.

 

11. 기발한 과학책

- ’털은 깎으면 진짜 굵어지나요같은 소소한 과학적 질문들을 소소한 그림과 함께 소소하게 설명하는 소소한 과학책.

- 유튜브에서 이 책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영상을 즐겨 봤다. 처음에는 쏼라말인지라 다 알아들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기발한 그림으로 청각적 허들을 대부분 걷어 주더라. 그러나 종이 위의 그림은 도통 움직일 줄 모르는지라 콘텐츠의 맛이 많이 덜어졌다,

- 애들 읽히기에 좋은 책인 것 같다. 그러나 애가 없는 syo. 물론 남들은 그를 애 취급하지만.....

 

12. 서로의 나라에서

- syo보다 먼저 태어난 소설가 4명과 나중에 태어난 소설가 4명이 이별이라는 다소 범상한 주제를 가지고 범상치 않은 단편을 지어내보자는 취지로 뭉쳐 써낸 8편의 중단편짧은 평으로 끊어 치는 것이 작가의 노고에 저지르는 무례가 될 수 있음을 알지만, 역량부족과 의욕부족 탓에 이렇게밖에 하지 못하는 데 먼저 사죄의 말씀을 구하면서.

- 김유담의 <공설운동장>은 평범하지만 작가로서는 어쩌면 이 글을 쓸 수밖에 없었겠구나 생각한다.

- 박사랑의 <방갈로, 1996>은 쿨하지만 작가로서는 어쩌면 이 글을 쓸 필요는 없었겠구나 생각한다.

- 박서련의 <오직 운전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가 비록 이 소설집 전체에서 가장 좋은 작품은 아니었지만, 만일 이 여덟 사람 각자의 단편집이 새로 출간되고 그 중 딱 한 권만 읽을 수 있다면, syo는 고민 없이 박서련의 책을 고를 것이다.

- 박소희의 <기록 _떨어지는 사람들>은 하고 싶은 말 자체가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않고, 그 말을 실어 나를 장르로써 소설이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않으며, 그런 걸 다 차치하고서 일단 문장 자체가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않다.

- 송지현의 <커튼 콜, 한 번 더 박수>syo의 관점에서 보면 괜찮은 글을 넘어섰어도 멋진 글인지 판단하기는 애매하지만, 이 글을 칭찬할 사람이 많을 거라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예감할 수 있는, 그런 식으로 좋은 글이다. 그런 식으로 윤고은, 손보미의 승승장구를 이해하지 못하고 혼자 그들과 오래 버성겼었다.

- 양동혁의 <안녕, 이별>에서 작가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혹은 작품 전체가 발아하는 씨앗이 되었던 곳은 아마도 마지막 장면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장면까지 가는 길에 배치된 이야기들과 문장들이 너무 성기고 전체적으로 모자람이 있다. 그리하여 마지막 한 문단만 좋다. ’이별이 별을 엮어서 풀어나가는 아이디어는 2017년 발매된 길구봉구의 이 별이라는 노래가 아직도 지니 차트 100위 안에 들어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다지 참신하다 할 상황도 아니다. syo는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더라도 어디 가서 이런 말 절대로 입 밖으로 내뱉는 스타일이 아닌데, 에잇, 말하자. 내가 써도 이만큼은 쓰겠다. 정말로.

- 우다영의 <밤의 징조와 연인들>은 저 혼자 이 책 존재 가치의 5할 지분은 획득하고 있다. 일단 분량. 자기 앞 세 사람 박소희, 송지현, 양동혁이 쓴 글을 합친 것보다 두어 페이지 긴 분량으로 다른 참가자들의 정성을 윽박지른다. 둘째로 밀도. 다른 사람들의 3배나 되는 분량의 긴 글 속에 녹아든 감정의 밀도는 빽빽하다 못해 뻑뻑할 지경이다. 이 작품을 읽는 데에 <기록 _떨어지는 사람들>을 읽느라 소비한 시간의 9배는 든 것 같다. 셋째, 주제. ’이별이라고 간단히 말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종류의 이별이 있을 수 있겠다. 다른 작가들은 우리가 이별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올릴 유형의 이별을 피하고 소재 자체에서 참신함을 획득한 후 글을 펼쳐나가려 했다. 내 인생의 한 시절과의 이별, 인간 세상과의 이별, 이 별과의 이별, 신체 부위와의 이별..... 그러나 우다영은 우직하게도 그야말로 이별하면 떠오르는 그 이별, 연인과의 헤어짐을 주제로 하여 다른 모든 참신한이별들을 입 다물렸다. 마지막으로 문장. 부드럽게 연결되면서도 뭔가 다른 어휘들, 직접 가서 본 게 아니라면 이렇게 쓸 수 없을 것 같은 묘사들. 너무 내 스타일이야..... 그러나 단점도 있다. 등장인물들의 입에서 실제 현실 세계의 인간들이라면 결코 입에 올릴 것 같지 않은, 글로 써도 한참을 썼다 지웠다 한 끝에야 만들어 낼 수 있을 듯한, 너무 정교하게 세공된 말들이 튀어나온다는 것. 과했다는 것. 그러니까 과하게 아름답다는 것, 그게 단점이다.

- 정영수가 이 책의 다른 작가들과는 사이즈가 다른, 이미 평단에서도 위명을 떨치고 있는 위치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보면, 정영수의 <서로의 나라에서>는 좀 힘 빠지는 데가 있다. <밤의 징조와 연인들>에 뒤이어 배치되어서 더 그래 보이는지도.

- 기승전우다영이구만요.

 


13. 뒤르켐 & 베버 : 사회는 무엇으로 사는가?

- 청소년에게 철학/과학/이런학/저런학의 기초지식을 전해주기 위해 구성한 말랑말랑한 시리즈물 가운데 한 권.

그러나 막상 읽어보면, <지식인 마을 시리즈>는 그리 말랑말랑하지 않다. <청소년을 위한~> 시리즈에 비하면 싹싹한 맛이 없다. 오히려 어른들이 좋아하게 생겼다.

- 사회학이라는 것에 기웃거려 볼까 하고.

- 왠지 모르겠지만, 청소년용 책인데도 저자의 야심이 느껴졌다. 뒤르켐과 베버를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는데, 뒤르켐도 베버도 잘 모르다 보니 이 책이 좋은 책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어쨌든 어려움 없이 술술 읽혔다. 사실은 그래서 더 불안하다. 그것 참 희한한 일이로세.

 

14. 소설이 국경을 건너는 방법

- 나는 그 작가는 잘 모르지만 이 번역가가 옮겼다 그래서 한 번 읽어 보는 거야, 하는 식의 다소 특이한 형태로 독서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소수의 번역자 가운데 한 명이, 남이 아닌 자신의 마음을 옮겨 풀어낸 책. 평론과 에세이 가운데 어디쯤 있다.

- 정영목 선생님이 옮긴 수많은 책들, 그 안에서 아름다운 문장들을 무수히 만날 때마다, 이 번역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글의 색채가 궁금했다. 의외로 투명하고 소탈한 문장. 그는 만드는 문장은 채도가 옅다. 그래서 그 위로 다양한 작가들이 지닌 강렬한 색채를 실어 나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15. 모든 것을 제자리에

- 허어, ’불안의 연금술사라니, 이거 너무 거창한 호칭 아냐? 하는 마음으로 펼쳤다가, , 꼴랑 연금술사가지고 되겠어? 뭐 더 크고 번쩍번쩍한 이름표 좀 갖다 주라고, 하는 마음으로 덮은 단편소설집.

- 샬롯 퍼킨스 길먼의 누런 벽지를 트렌디하게 다시 쓰면 이렇게 되려나.

- 독자가 거의 자동적으로 가지다시피 하는 화자에 대한 신뢰를 서서히 무너뜨려나가는데, , 나한테 말을 거는 이 양반이 지금 미쳤구나 싶을 때는 이미 발밑이 무너져 있는 상태이므로, 독자는 속절없이 패닉 구덩이를 뒹군다.

- 눈 크게 부릅뜨고 봐도 소용없다. 소용없다기보다는 부질없다. 왜냐하면, 이 책 안의 모든 주인공들은 이미 첫 번째 활자가 우리 눈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미쳐있기 때문이다. 활자는 알려줄 뿐 미치게 하지는 않는다. 다들 미쳤다는 것이, 그리고 이들이 미쳤다는 것을 곧바로 알아챌 수 없다는 것이, 그렇다면 최종적으로는 내가 미쳤더라도 그것을 내가 바로 알아챌 수 없으리라는 것이, 나를 끊임없이 불안하게 한다.

 

16. 그녀 이름은

- ’김지영은 없다고, 김지영이 겪은 일들을 낱개로 겪은 사람들이야 실재할 수 있지만 그걸 통째로 다 겪은 인간은 없으니까 결국 그 소설은 과장된 설정으로 남자를 공격할 의도가 있다고, 없는 걸 어떻게 아냐고 내가 물으니까 내 주변에 없다, 그 속에 든 일을 다 똑같이 겪지는 않았으나 일부는 더 심한 일을 겪은 사람, 양태가 조금 다르긴 해도 실체가 별반 다르지 않은 일들을 겪은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있다는 내 말에, 그럼 데리고 와 보라고, 어차피 그것도 네 주변아니냐고 말하던 친구야. 오빠가 이 책 속의 남자들 같다는 게 아니라, 그냥 이 책이 여자들의 현실과 그 현실 때문에 생기는 마음의 흉터들을 잘 보여주어서, 내가 너무 공감해서 한번 권한 것뿐이라고, 오해하지 말라며 되레 미안해하던 여자친구에게, 그러면 더욱 이런 걸 추천하면 안 되지! 하고 불편한 소리를 내던 친구야. 이제 네가 말하던, 낱개의 경험이 낱개의 증언이 되고, 그 증언이 다시 낱개의 이야기가 된 책이 나왔구나. 낱개가 되면 뭐가 많이 달라진 걸까? 이제 더 사실에 부합하고, 그게 널 덜 불편하게 하는 걸까? 아니면 너는, 이제 식상하다-는 가장 식상한 반응을 보일까?

- 식상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 권력이다. 아픔은 아무리 오래가도 식상해지지 않는다. 참고 견디는 기술이 늘 뿐이다.

 



너무 짧게 한줄 띡 쓰고 마는 것이 어쩌면 나한테나 저자한테나 다른 독자한테나 골고루 무례한 짓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읽어 본다>시리즈 다섯 권을 읽으며 하게 되었다. 다른 때보다 좀 더 길게 써 보았는데, 그저 짧은 쓰레기가 긴 쓰레기가 된 건 아닌지.

 

더울 때는 도서관이 답이라, 8월의 기온은 8월의 독서량과 비례하는 것이 백수의 경험칙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읽어낸 스스로를 치하해야 하나 물 곤장이라도 패야 하나 고민되는 상황이지만, 어쨌든 읽긴 읽었네.

 

syosyo의 서재친구님들이 모두 8월의 독서를 뻑적지근하면서도 알차게 해나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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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8-08-01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늘 존경의 마음을 담아~ 8월에도 행복하게 읽어요:)

syo 2018-08-01 23:04   좋아요 0 | URL
툐툐님도 더위보다 더 뜨거운 독서로 기억되는 8월을 보내시길^-^

라로 2018-08-02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궁인 씨의 책은 토비님 때문에! 보관함에 담았지만 예전부터 저 난다 출판사의 표지 맘에 안 들어하고 있는 일인.

syo 2018-08-02 02:20   좋아요 0 | URL
사실 그다지 추천하고 다니고 싶은 책은 아니지만요.
표지는 사람들이 죄다 싫어하네요. 저런 패착을 두다니....

단발머리 2018-08-02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법 앞에서, 부터 그녀 이름은, 까지 모두 다 읽고 싶은 책이네요.
이렇게 더운데 syo님은 부지런하셔라~~
앞으로 더더 많이 읽으실테니 나는 syo님 글을 읽으며 피서를 해야겠다, 생각해요 ㅎㅎㅎㅎㅎㅎㅎ
전 마냥 딩가딩가. 아이들이 아니라 제가 방학이예요. 하하하^^

syo 2018-08-02 09:58   좋아요 0 | URL
방학에는 단발머리님, 폭풍 읽는 거죠.

딩가딩가가 아니라 리딩리딩.
......
하하하하하 재미없다.

단발님도 불독8월 되시기를.^-^

단발머리 2018-08-02 10:02   좋아요 0 | URL
와우!
이 유머 나 좀 써먹어도 되나요?

딩가딩가 웬말이냐 리딩리딩 읽어보자!

유머로 한 번 써먹기는 아깝네요.
다음 페이퍼 제목으로다가 ㅋㅋㅋㅋㅋㅋ

syo 2018-08-02 10:04   좋아요 0 | URL
그거야 상관없지만 욕 먹어요 ㅋㅋㅋㅋㅋ 리딩리딩이라니 ㅋㅋㅋ

단발머리 2018-08-02 10:08   좋아요 0 | URL
아.... 모르시나본데요.
저, 인기 알라디너 아니예요.
제목 저렇게 해도 욕할 사람이 없어요.
읽는 사람이 별로 없...ㅠㅠ
갑자기 눈물... 더운데 눈물...

syo 2018-08-02 10:21   좋아요 0 | URL
지금 말씀은 리딩리딩보다 다섯 배는 더 욕을 먹을 말씀이네요. 단발님처럼 사랑받는 알라디너께서......

우리가 이러고 있으면 좀 재수 없어 보이지 않을까요 ㅋㅋㅋ

심지어 재수없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재수없어 보이지 않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8-08-02 10:30   좋아요 1 | URL
제가 syo님 좋아하니까 하는 말이예요.
오늘 방문자 22세요. 서운해 하지 마시구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는 오늘 방문자 8이예요.

재수없어 보일까, 하는 고민은 제게는 너무 사치스러워요.
더운데... 더워서, 더우니까, 덥도록 사치스럽습니다.
저는 다음 페이퍼 무조건 이렇게 갑니다.

딩가딩가 웬말이냐 리딩리딩 읽어보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yrus 2018-08-02 14: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구에 오시면 매주 월요일 스몰토크에 방문하셔도 됩니다. 이번 달 25일에 정희진 님 강연하기로 확정됐어요. 레드스타킹 인스타에 들어가면 신청 링크 있어요. 강연 날에 뵐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syo 2018-08-02 17:0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감사합니다
사이러스님의 열정이 날씨보다 더 뜨겁군요.

stella.K 2018-08-03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사실은 cyrus한테 얼마 전 좋은 일이 생겼어요.
로쟈님이 심사하신 리뷰대회에서 2등을 했거든요.
응모 때 제가 농담삼아 1등 하면 한턱 쏴 했더니
2등을 했는데도 한턱 쏘겠다네요.
사실 1등 같은 2등이죠. 안 그렇습니까?ㅋㅋ

그래서 말씀인데 스요님, 만약에 스요님이 저한테 책을 한 권 권한다면
저 목록 중에 어떤 책을 권해주시겠습니까?
조만간 cyrus한테 책 한 권 찜해서 알려줘야 하거든요.
물론 스요님이 추천한다고 해서 제가 그 책을 읽을 거란 보장은 못하지만 ㅋ
그래도 스요님은 북소믈리에가 되셔도 충분히 잘할 것 같아요.
그래서 한 권 부탁드려 보는 거예요.

시험 결과가 어찌 나올지 모르겠지만
혹시 뜻대로 안 되신다면 알라딘 MD 도전 한 번 해 보시죠.
잘하실 것 같아요.
알라딘이 인재등용을 잘 해야할텐데...ㅋㅋ

syo 2018-08-03 12:31   좋아요 0 | URL
아니 그런 일이 있었군요.
리뷰기계 사이러스님을 이겨먹은 리뷰의 달인이 누구일지가 제일 궁금하네요 ㅎㅎ 세상 참 넓고 고수는 널렸군요.

제가 스텔라님의 독서성향을 잘 몰라서 함부로 추천을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제껏 추천했다가 성공했던 적이 정말 한 번도 없거든요 ㅋㅋㅋㅋ 북소믈리에는 안녕..... 그저 저한테 추천을 요청하신 것만으로도 영광이네요. 것참 ㅎㅎㅎㅎㅎ

안 그래도 어제 <출판하는 마음>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MD는 저 같은 놈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더라구요. 그냥 칭찬말씀으로 듣고 기분이나 좋겠습니다ㅎㅎㅎㅎㅎ


stella.K 2018-08-04 19:33   좋아요 0 | URL
췟! 원래 와인 소물리에도 그 사람을 알아서 권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책도 마찬가지죠.
그냥 읽어 본 중에 가장 괜찮아서 슬쩍 건네보는데
다행히도 입질이 걸려오면 그게 북소믈리에로서 성공하는 거죠.
고객의 입장에서 너무 취향저격이면 흥미가 오히려 반감이어요.
몰랐는데 엇, 이런 책도 있었어...?
그게 더 흥미를 끄는 법이죠.
뭐든 나면서 그 일을 하도록 되어 있는 사람은 없어요.
처음부터 이것저것 찔려보는 거죠. 그러다 보면 관록이 쌓이고,
소위 말하는 무림의 고수가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ㅋㅋ

syo 2018-08-05 10:17   좋아요 0 | URL
추천은 그래도 어려운 법이지요 ㅎㅎㅎ 스텔라님도 그런 경험 있으시지 않으세요?? 추천은 어렵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ㅎㅎㅎㅎ

아니 독서머신 책머신 사이러스님이 버젓이 계시고, 심지어 선물자도 사이러스님인데 왜 저 같은 필부에게 추천을 받으려고 하세요 ㅎㅎㅎㅎ 소 잡는데는 소 잡는 칼을 쓰셔야죠. 커터칼로 잡으려 하신다 ㅋㅋㅋ
 


 

고시생과 공시생의 가운데쯤에 서 있는 인간을 뭐라 불러야 하는가를 고민하였는데, 센스가 폭발적이신 라로님의 조언에 따라 곰시생이라고 부르기로 한다면, 이달은 아직 세 날이 남았지만 곰시생 syo는 아무래도 이제 더는 책을 읽지 못할 것 같다. 읽지 못해야 한다. 이는 양심의 발로이고, 현재 입장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겠다.

 

그리고 알라딘도 이제 안 들어올 거야,

 

 

하고 굳게 다짐을 해봐야 작심삼시간이다. 그럼에도 저 취약한 다짐이 미미하게나마 의미가 있는 것이, 그 다짐이 없던 시기에는 시간 당 세 번 정도 들락날락거렸거든......

 

어흑.

 

201806 : 30


 

1. 시간은 어떻게 돈이 되었는가?

: 어차피 선택의 폭이 한없이 좁긴 하지만, syo가 우리나라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가운데 류동민 선생님을 가장 사랑하는 이유는, 그가 우리를 마르크스에게로 데려가는 게 아니라 마르크스를 우리 옆으로 데려와 앉히는 데 독보적이면서도 균형 잡힌 역량을 보이기 때문이다. 사랑해요 류동민, 우유빛깔 류동민!

 

2. 번역가 되는 법

: 읽고 생각했다. 번역가가 되지 말아야겠다고.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3. 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

: 여행기에 가슴이 쿵쾅쿵쾅 뛴다면 아직 젊은 거라는 말을 하고 다닌 적이 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내 가슴 뛴다고 멋드러지게 말하고 싶었나 보다. 살다보니 가슴을 치는 여행기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내 탓이다. 가슴이 뛸 때 즉시 떠나지 못하게 한 겁과 불안이 켜로 쌓여 딱딱하게 굳은 탓이다. 그리고 오늘도 떠나지 못했다.

 

4. , 건축가 안도 다다오

: 재미없다. 성공기는 좀 지겹지. 그가 독하고 독특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의미 없는 지식이 또 하나 늘어났군. 건축에 대해 관심이 더 있었다면 조금 더 흥미로웠을는지도 모르겠다.....

 


5. 조선 여성 첫 세계 일주기

: 100년이 다 되어가는 글이라 그런지 그다지 재미가 있지는 않다. 풍경 묘사는 평범하고 그림에 대한 설명 역시 요즘 나오는 책들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러므로 이 책은 여행기나 미술관 관람기로는 별로 매력이 없다. 그러나 나혜석이라는 인물에 관심을 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오늘날 우리는 나혜석을 예술가보다 '여성'으로 재조명하는 분위기인데, 그런 관점에서 나혜석이 '우리의 나혜석'으로 싹트는 지점들을 이 책 군데군데서 확인할 수 있다.

 

6. 세상을 바꾸는 언어

: 이런 책은 이것저것 번갈아 가며 자꾸 읽어줘야 한다. 나는 한 번도 내가 언어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 생각은 점점 더 확고해지고 말과 글은 무서움을 더해 가고 있다.

 

7. 왕을 위한 홀로그램

: 카프카를 밭에서 캐고, 베케트를 바다에서 낚아서 훈제된 우엘벡과 함께 설터의 부엌에서 조리한 것 같은 소설이다. 아름답고 서글프다. 작게 아름답지만 크게 서글프다. 이미 자신의 안에서 죽어버린 무언가가 아직도 살아 있음을 끊임없이 증명하려, 혹은 그렇게 자신을 속이려 발버둥치는 남자의 이야기는 대체로 그렇다. 아름다웠다가도(아주 가끔) 서글프다(매우 종종).

 

8. 조용한 삶의 정물화

: 문광훈 선생님의 에세이는 묵묵하고 묵직하다. 다른 개울들이 갖은 모양으로 굽이쳐도 그저 지켜 볼 뿐 자기의 방향을 지켜나가는 강물처럼, 선생님은 쓴다.



9. 인생교과서 칸트

: 두 분 저자 선생님의 지향점이 충돌하는 책이다. 이 책 안에서만 놓고 보면 학자로는 김진 선생님이, 저자로는 한자경 선생님이 각각 상대방을 크게 따돌린다. 칸트에 대해 하나도 모르다시피 하여 이 책을 집어든 독자라면 한자경 선생님이 쓰신 부분만 우선 읽어 최소의 기본기를 확보하도, 쉽게 쓰인 개론서 한두 권쯤 읽고 난 다음, 다시 이 책을 펼쳐 김진 선생님 부분을 읽음으로써 진도를 확인하는 것도 괜찮겠다. 칸트의 저작 자체를 읽을 필요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syo가 이걸로 밥벌이 할 것도 아닌데, 기껏해야 잘난 척 하는 데만 쓰일 것에 너무 큰 품을 들일 필요가 있을까.

 

10. 철학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 내용은 뭔가 있어 보이는데 문장이 망했다. 철학 에세이라고 다 이렇지는 않다. 이런 식이면 철학이 어떻게 저떻게 삶이 되더라도 'syo의 삶'은 되지 못할 것 같다. 작가, 번역자, 그리고 syo. 이 셋 중 최소 누구 하나는 분명히 잘못했다. 누굴까. 범인은 이 안에 있다.

 

11. 호텔

: 표지가 그렇듯 알맹이도 엄청 스타일리시하다. 너무 그렇다. 그래서 내가 뭘 읽었는지 도통 모르겠다. "어젯밤에는 엄청 스타일리시한 글을 읽었거든. 그게 뭐냐면 말이지, 친구. ..... 뭐더라?"

 

12. 생각하는 나의 발견 방법서설

: syo가 무지렁이라 그런지, 아무리 생각해도 데카르트는 허접한 것 같다. 불꽃같은 '회의'를 통해 모든 관념에 다 괄호를 친 다음,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에서부터 시작해서 만들어 낸 결과물이 결국 '자연은 신이 만들었고, 신이 매순간 생명체들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으며, 신은 너무도 선하기 때문에게 인간에게 잘못된 관념을 심어줄 리가 없으므로 인간은 신이 창조한 법칙을 그대로 인식할 수 있다'라는 식이라면, 도대체 저놈의 회의를 해서 어디다 쓴단 말인가.



13. 문맹

: '쓰기'를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이 투명하고 간결한 그녀의 문체와 만나 서늘하게 빛난다. 아름다운 글이다. 아름다운 글인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느긋하게 읽어도 25분이면 끝나는 책을 11000원에 팔다니! 야이, 날도동놈들아.....

 

14.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

: 쉽기로는 메달을 다투는 책이지만 편파적인 경향이 없지 않아 추천할 맛이 안 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막 나는 것도 아니다. 뭐야, 문장이 왜 이래. 하여튼 별로인 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막 좋은 책도 아니라는 말이다.

 

15. 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 읽기

: 몇 번을 읽는지 모르겠다. 위트와 냉소에 대해서라면 혼비에게 배울 것이 참 많지만, 그가 읽고 소개하는 책 대부분이 우리나라에는 번역되어 들어오지 않아서 syo가 공감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은 이 책의 매력을 크게 후려 깎는다. 1년 단위로 교범처럼 몇 번 읽었는데, 이번에야말로 졸업할 때가 되었다는 확신이 생겼다. 책은 중고서점으로 간다. 안녕, 혼비. 고마웠어.

 

16. 수학으로 배우는 파동의 법칙

: 푸리에 급수/변환을 공부할 일이 있어서 다시 펼쳐 봄. 정말 아아아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시작해도(사칙연산과 한글, 아라비아숫자를 알아야 한다) 이 책만 있으면 저 꼴 보기 싫은 수학적 기교를 꽤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필요한 수학 도구는 이 안에 다 있다. 일본 사람들은 참 이런 책 만드는 데는 탁월한 것 같다.



17. 현대 사회를 읽는 질문 8

: 한 사회를 평가/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가 비로소 해결책을 찾아낸 질문이 아니라, 명확한 방향으로 답을 내기 어려워 구성원 전부가 골똘히 생각해 보아야 하는 질문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인물이나 흐름에 맞춰 철학을 서술해나가는 것이 날실이라면, 인물이 아니라 질문에 따라 사상을 배치하는 방법은 씨실처럼 기능한다. 초보자에게 철학의 유용함이 좀 더 촘촘하게 다가선다.

 

18. 문과생을 위한 이과 센스

: 낚시 쩌네. 이걸 읽고 이과 '센스'가 길러지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 이건 그냥 이과 및 이과의 엄지손가락인 과학에 대해 일부 설명하는 그야말로 '정보 전달'용 책일 뿐이다. 제목 가지고 장난치지 말자. 비추.

 

19. 철학의 교양을 읽는다

: 고등학교 시절, 사회선생님은 수업에 들어와 우리의 인사를 받자마자 바로 휙 하고 돌아서서 칠판을 글자로 가득 채우고, 지우고 다시 채우고를 반복하다가 종이 치면 인사를 받고 다시 나갔다. 그걸 수업이라 할 수 있을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는 그 많은 글자들을 열심히 받아 적었다. 그리고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그 공책을 달달 외웠다. 그러면 100점이었다. 교과서를 요약한 것이 바로 그 공책이었으므로 교과서는 볼 필요가 없었다. 이 책은 그때의 그 공책이 생각나게 한다. 그 공책의 가치는 관점에 따라서 달라진다. 이것만 있으면 되는 것 같으면서도, 또 달리 보면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20. 소피의 세계

: 저자는 전 세계적으로 4000만 부가 넘게 팔렸다는 이 책 한 권만으로 한 평생 배불리 먹고 살 양식을 마련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저자를 다음 생 그리고 그 다음 생까지 배부르게 하라.....



21. 철학은 전쟁이다

: 프랑스 철학자들은 전반적으로 문장의 유려함에 애정과잉증상을 보이는데, 그걸 감안하고 읽어내면(혹은 그 현란한 드리블을 간파해냈다는 데에서) 쾌감을 주는 데가 있다. 그들은 만족할 줄 모른다. 실제로 멋진 것보다 더 멋지게 말하려 애쓰긴 하지만 실제로도 멋지다는 점에서 그렇다. 앙리-레비의 철학하는 태도는 철학자가 아니라도 보고 배워 내 삶에 덧칠할 만하다.

 

22. 외로운 도시

: 고독에 대해서, 고독에서 나오는 슬프고 아름다운 많은 것들을, 만질 수도 있을 것 같은 실체감이 느껴질 만큼 선연하게 알려주는 책. 호퍼, 워홀을 비롯해서 외로움을 버티거나 누리거나 하며 살아낸 뉴욕의 예술가들에 대한 애정과 지식이 있다면, 훨씬 더 읽기 좋은 책이 될 것이다. 사실 저자의 문장이 탐나서 읽기 시작했는데, 아름답긴 하지만 그만큼 차고 창백하여 읽는 동안 욕심이 사라졌다.

 

23. 재밌는 건 다 내 꺼

: 뭐야, 좋잖아 이런 소소한 맛.....

 

24. 희망에 미래는 있는가

: , 참 좋은 뜬구름 잡는 소리였습니다.



25.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 멋있다. 부럽다. 이 사람은 확실히 자기가 페미니스트라고 당당하게 밝히고 다녀도 될 만큼은 페미니스트인 것 같다. 그리고 그건 알고 보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자기가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말하는 페미니스트 아닌 남자보다,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지만 페미니스트가 아닌 남자가 수십 배는 더 위험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syo는 아직 페미의 ㅍ도 꺼내지 못하고 사는 중인데 말입니다.....

 

26. 아무튼, 스릴러

: 이쪽 장르에는 정말 무지몽매의 끝을 달리고 있음을 뼈가 저리게 깨달았다. 픽션이고 논픽션이고 가릴 것 없이.... 아니, 세상 재밌어 보이는데 당최 왜 그 동안..... 어우 부끄러.

 

27. 아무튼, 택시

: , 아무튼 이 양반, 역시 이 양반, 대단한 양반. 독특한 양반.

 

28. 카프카의 엽서

: 일기도 그렇지만, 카프카가 생각보다 형편없는 문장을 많이 내놓는다. 아름다운 문장보다 비문이 더 많다. 소설은 그렇지 않았는데. 아니면 번역의 문제일까? 하여간 별로다. 여러모로.



29. 책장의 위로

: 내겐 항상 물음표에 가까운 조안나의 책들. 좋은 글이지만 과연 뛰어난 글일까? 예를 들어, 알라딘에서 이웃 10명을 만든다 치면, 그 중 3명은 이만큼 쓰고, 2명은 이보다 잘 쓰며, 또 이만한 글은 미미하여 써내지 않겠다는 듯 침묵하는 사람도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무서운 알라딘 월드.

 

30. 낭만이 여행자의 일이라면

: , 여행과 영화를 한 번 비벼 보자고. 슥삭슥삭. , 다 비볐으면 이제 한 술 떠 보자고. . , 이게 뭔가, 영화 맛도 아니고 여행 맛도 아니고, 좀 심심한 맛인데, 어쩐다. 뭘 좀 더 뿌리나..... 에라이, 모르겠다. 심심한 맛이라고 하지 말고 삼삼한 맛이라고 하자. 부르기 나름이지.



 

 

안녕~

7월이 끝나는 날 다시 만나요.

 

 

이래놓고 심심하면 또 온다는 데 손모가지를 걸자. 그러나 신체발부 수지부모에다가 가진 거라고는 이 몸뚱이 하나 밖에 없는 처지니까, 내 거 말고 옆방 사는 (친구입니다)의 손모가지를 거는 걸로 하지. 걘 몸뚱이에다 직장도 가지고 있으니 손모가지 하나쯤은 날아가도 괜찮다고 봐야지.

-> 요 부분은 장난으로 썼지만 다시 보니까 친구놈에게도 미안하고 진짜 극혐이라 반성합니다. 확 지워버리려다가, 경계하는 뜻으로 취소선만 그어놓습니다...... 하아, 인격파탄자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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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7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27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27 1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알벨루치 2018-06-27 15: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번째 넘 웃겨요 ㅎ

단발머리 2018-06-27 16: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맹,은 진짜 좋고, 진짜 얇아요.
1년 단위로 교범처럼 syo님이 읽으셨다는 닉혹비 책은 나도 찾아봐야겠어요.
소피의 세계,는 항상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는 책 중의 하나죠.

무섭고도 놀라운 알라딘 월드에 왜 자꾸 빠이~를 하려고 하나요?
이러지 마시고, 내일 또 만나요^^

카알벨루치 2018-06-27 18:10   좋아요 1 | URL
내일 또 만나요! 넘 웃겨요 ㅎㅎㅎ

단발머리 2018-06-27 20:19   좋아요 1 | URL
syo님 공부하셔야 되는데..
그래야 하는데...
내일 만나도 괜찮을까요? ^^

서니데이 2018-06-27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yo님 시험일정이 가까워져서 조금 더 공부를 하실 예정이시군요.
날씨가 더워지는데, 더위 조심하시고, 편안한 하루 되세요.^^

라로 2018-06-29 14: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제 닉네임이 님의 페이퍼 윗부분에 등장하다니 영광입니다, 곰시생님!!!^^
좋은 결과 있을 거에요. 화이팅!!!

독서괭 2018-07-09 2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극혐 아니예요.. 왜 갑자기 이런 댓글들이 달리는지 모를 일이네요.
 

  

이제 많이 읽었니, 적게 읽었니 하며 징징거리는 짓은 그만두자고 다짐했다. 그냥 생긴 대로 사는 것이지. 읽어지면 읽고, 안 읽어지면 안 읽고, 빡치면 치킨도 먹고, 스멀스멀 낭떠러지 쪽으로 기어가고, 그러다 망해지면 망하고...... 인생이란? 인간이란? 탕진과 전진의 차이는? 으아아아. 징징거리고 싶어.....

 

어쨌든 양질의 독서가 이뤄지진 않는 듯. 벼랑 끝 전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805 : 36

1. 당신을 만난 다음 페이지

: 적당히 살갑고 적당히 가까운, 읽기에 평범한, 그러나 이렇게 쓰기는 쉽지 않을 충실한 독후감들.

2.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 누가 뭐래도 제일 쉬운 책이긴 한데, 사실 추천하기는 좀 꺼려진다. 똥 싸다 말고 일어선 느낌이 세다. 한 덩어리 쌌다고 만족하고 바지를 추켜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3. 최소의 발견

: 아름답고 과하다. 과하게 아름답고 아름답게 과하다. 시와 대한 이야기가 시보다 많아지면 독자는 혼란에 빠진다. 그 와중에 아름답다. 아름답다는 것은 알기 쉽고 무슨 말인지는 알기 어렵다. 아무나 읽을 수 있는 책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나 읽으라고 쓴 책이 아님은 알겠다. 나도 이 책을 읽어낼 줄 아는, '발견'할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4. 마르크스의 자본,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 애들 보는 책은 과연 강신준 선생님이 1. '자본가' '노동자' '베짱이' '개미'로 바꾸어 쓰는 저 잔망 좀 보소...... 애교쟁이 강 선생님.



5.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

: 이 책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르크스에 덤벼들었다가 내 멋대로 읽어버려 몽땅 망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쫓아버릴 수 있다. 마르크스를 개인에게. 물론 쉽고 알찬 것도 장점이다.

6. 도쿄의 밤은 빨리 찾아 온다

: 담백하고 눈치 보지 않는 글이지만 그저 그랬다. 이런 심심한 맛을 즐기기에 아직은 애기입맛. 소문난 애기입맛.

7. 정희진처럼 읽기

: 독후감을 쓰는 사람이라면 한번은 꼭 정희진 선생님의 책을 읽어야 한다. 정희진처럼 읽기/쓰기 위해서든 정희진처럼 읽지/쓰지 않기 위해서든.

8. 위험한 자본주의

: 자본주의의 똥냄새를 지적하는 책 가운데 눈에 띄게 다정한 책.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밑줄을 그어댔다. 마르크스는 곁들일 뿐이라서 마르크스주의 카테고리로 묶기는 애매하다. 그래서 더 좋은 것 같다.



9. 책 먹는 법

: 책을 왜 읽어야 하냐는 진부한 질문을 살면서 무수히 받아왔는데, 사실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눈꽃빙수 속의 얼음알갱이만큼 많고 다양하기 때문에 똑같은 대답을 두 번 한 적이 없다. 그러나 내 대답을 듣고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은 눈꽃빙수 속의 눈꽃처럼, 없었다. 그러니까 당신들이 직접 찾아. 먹어 가며 찾아. 눈꽃 빙수 속의 얼음알갱이인지 아니면 눈꽃인지, 직접 먹어 보고 확인 해.

 

10. 10년 동안의 빈 의자

: 시인이 만든 독창적 상징과 싸우는 일은 즐거움이 없진 않으나 고단하다. 양쪽을 비교하여 남는 장사가 되지 않으면 시는 종종 보람 없는 암호풀이로 변질되기도 한다. 은유와 상징에 주파수가 있다. 아주 가끔씩만 맞아 들어간다. 그 가끔을 찾아서 시집을 많이 읽는다. 영 밑지는 장사 같다.

 

11. 그저 좋은 사람

: 그녀는 마술사다. syo가 사랑하는 제임스 설터의 경우, 한 페이지만 뒤져도 탄성을 자아내는 문장이 두 자릿수로 발견된다. 으아, 와우, 우오와, 이렇게 쪽마다 감동받다 보니 페이지가 안 넘어간다. 반면 역시 syo가 사랑하는 줌파 라히리의 경우, 한 작품을 다 읽어도 밑줄을 그을 만한 문장은 고작 몇 개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다 읽고 나면 작품 전체로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설터의 문장은 무슨 약을 빨아도 syo는 끝내 못 쓴다는 강한 확신이 있다. 반면 라히리의 문장은 잘하면 얼마 지나 나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을 부른다. 그러나 그 쉬운 문장들로 만들어진 작품 전체를 놓고 생각해 보면, 역시 syo는 일곱 번쯤 죽었다 깨나도 이렇게 좋은 단편은 만들 수가 없다는 진단이 내려지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12. 독서의 기쁨

: 책 사랑하는 이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면, 아마 이 책 속에 든 이야기들을 하거나 듣거나 할 테지. 소소하고 다정한 독서였다.



13. 파리 일기

: syo는 왜 정수복 선생님의 책과는 이다지도 궁합이 맞지 않는 것일까. 분명히 좋은 말, 나쁘지 않은 글인데도 어느 한 구석도 마음을 울리는 데가 없다. 책만 놓도 보면, 이 책을 좋아할 사람들이 꽤 있으리라는 것이 충분히 짐작되는데도 정작 나에게는, 이 책뿐 아니라 정수복 선생님의 다른 책들도, 정말 그저 활자일 뿐이다...... 이유를 모르겠다.

 

14. 마르크스와 함께 A학점을

: 마르크스주의를 다룬 책 가운데, 2위와 압도적인 차이로 단연 제일 시니컬하고 웃긴 책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본 다른 분이, 이 책은 내가 읽은 책들 가운데 육백오십이만 삼천칠백아홉 번째로 웃긴 책일 뿐인 걸? 하셔도 서운해 하지 않으리. 이렇게까지 순위가 떨어지다니 안타깝긴 하지만, 마르크스주의가 뭐 그렇지. 그러나 쉿, 이건 비밀인데, 사실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 책이라기보다는 미국과 자본주의 비판서에 가깝습니다.

 

15. 코딩책과 함께 보는 코딩 개념 사전

: 진짜 프로그래밍 1도 모르는 사람이 제대로 공부 들어가기 전에 한 번 꼼꼼히 읽고 들어가기에 참 좋은 책. 코딩에 기초적 지식을 가지고 있는 정도만 되어도 이 책은 급격히 쓸모가 없어진다.

 

16. 마르크스, 자본주의의 비밀을 밝히다

: 평타다. 무특색이 특색인 책이다. 실제로 특색이 없기야 하겠는가만은, 수많은 다른 입문서들과 함께 배치하면 분명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위치에 안착할 책이다.

 


17. 나의 친애하는 적

: , 욕심이 사라진다. syo는 영원히 여기 이 작은 서재에서 책을 읽고 그저 몇 사람 읽고 낄낄거릴 수 있는 글을 쓰다가 늦봄 꽃먼지처럼 조용히 사라지면 되겠다.

 

18. 김상욱의 양자 공부

: 양자역학을 이보다 더 쉽게 설명해주는 책은 없으리라는 이야기를 듣는 책이 출간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그래서 읽었다. 그러나 책을 덮으며 syo는 깨달았다. 알고 보니 그건 너무도 슬픈 소식이었다는 사실을.....

 

19. 차별감정의 철학

: 진짜 제대로 된 독자라면 지금 읽는 책 속에 정말 더는 못 봐주겠다 싶은 이야기가 섞여 있더라도 전체적인 시점에서 조망하여 뭐라도 얻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들었다. 역시 syo는 훌륭한 독자도 훌륭한 인간도 못 된다. 자기 권위에 도취되는 데도, 선각자들의 지혜를 끌어다 붙여 맘대로 사용하는 데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백만 년 만에 별 두개 때려본다.

 

20.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 세일즈 포인트가 5배는 높은 이 책이,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보다 나은 점을 단 하나라도 발견할 수 있었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 납득은 했을 텐데. 좋은 책이긴 하지만.



21. 과학자를 울린 과학책

: 과학 대중화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10명의 과학자들을 불러 모아, 과학책 1, 비과학책 1권씩 읽고 리뷰를 쓰게 시켰다. 무난하고 모자람이 없는 리뷰집이다. 그래서 느꼈다. 이 과학자들이 비과학책에 대해 이만한 리뷰를 쓸 수 있다면, 비과학자인 우리도 과학책을 읽고 이들이 쓰는 수준의 리뷰는 써낼 수 있어야 하겠다고. 과학자들이랑 다투자는 게 아니라, 결국은 과학 공부라는 말이다.

 

22. 읽기의 말들

: 잠시 등한시했다고 우리 유유 많이 서운했구나. 이렇게 빨간 얼굴로. 오랜만에 찾아와서 정말 미안해.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감동몽둥이로 실컷 두들겨 팰 것 까진 없었잖아. 사랑해.

 

23. 현대 철학 아는 척 하기

: 언제나 그렇지만 이런 책은 쓸모와 무쓸모의 경계선을 아슬아슬 타넘는다. 입문서나 개론서도 사실 이렇게 십수 명을 한 번에 다루는 책보다는 한 명을 깊이 파는 쪽을 고르는 게 남는 장사다.

 

24. 단단한 삶

: 굉장히 참신한 척 하지만 굉장히 낡았다. 단순한 자기계발서에 가깝고 단 한 줄도 새롭지 않았다.



25. 공부의 말들

: 제목은 이래도 실은 읽기의 말들 part. 2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그 책만 못하다. 하늘이시여, 공부의 말들을 내시고는 왜 또 읽기의 말들을 내셨나이까.

 

26.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

: 하나도 어렵지 않은 심리학책이다. 3에서 고1쯤 보면 참 많은 도움이 되겠다. 지금은 그저 소소히 고개를 끄덕거릴 뿐이다.

 

27. 코끼리를 삼킨 사물들

: 일상적이고 별 것 아닌 듯한 사물이나 사태를 기발한 관점으로 조명하여 남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독창적인 의미를 길어 올리는 신기한 재주를 가진 이들이 많다. 그 재주가 낳은 책들도 역시 많다. 그 책들은 독자가 제 무릎을 탁 치며 감탄하게 만들지만, 독자에게 그 재주를 알려주진 않는다. 그렇게 날름 배울 수 있는 재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책들은 참신하지만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덮으면 대부분 잊을 것이다.

 

28.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 지혜는 지식처럼 전달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어떤 지혜로운 자가 지식의 배를 가르고 헤집어 그 안에 웅크리고 있는 지혜를 끄집어내는 모양을 보면서 체득하는 것이다. 우치다 다쓰루의 거침없는 칼질은 항상 나를 감동시킨다.

 


29. 한나 아렌트의 생각

: 깔끔하다. 한나 아렌트 입문서로 몹시 훌륭하다. 한나 아렌트의 정치사상에 비추어 우리 정치 현실을 풀어낸 데가 챕터마다 짤막짤막 배치된 것도 매력이다. 한나 아렌트에 대한 이해가 짧아서 이 책에 저자 자신의 해석이 얼마나 개입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핵심만 쉽게 꽂아 놓은 점에 비추어 보았을 때 왜곡할 여유는 거의 없지 않나 싶다. 첫 책은 이걸로 시작한다고 하면 말릴 이유를 찾기 어렵겠다.

30. 나의 사적인 도시

: 나는 뉴욕에 살아 본 적은 물론 없고 그곳에서 살고 싶은 생각도 없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나는 뉴욕에서(뉴요커로) 살고 싶어." 라는 말을 한다면, 그리고 그저 '나는 잘 나가고 싶어.' 혹은 '트렌드의 최전방에서 폼 나게 살고 싶어' 라는 식의 부박한 욕망의 우회적인 표현이 아니라, 진짜 '뉴욕'이라는 장소와 '뉴욕에서의 삶'이 가져다주는 매력에 참을 수 없을만큼 끌려서 그 말을 한 것이라면, 아마 이 사람처럼 뉴욕을 살아내야 할 것 같다. 적잖은 책을 뒤지며 타지에서의 삶을 여럿 훔쳐보았는데, 그 중 단연코 이 삶이 가장 멋스럽다.

 

31. 어쨌든 미술은 재밌다

: 이야, 이걸론 정말 아무것도 안 되겠구나....

 

32. 걷기, 철학자의 생각법

: 큼직큼직한 철학자들의 생각들과 '걷기'의 유사성을 들추어내 그들의 사상을 '걷는 것'으로 풀어내는 데 집요하달 만큼 집중한다. 본질은 철학 입문서인데, 거개의 입문서들이 가지는 지루함과 몰개성을 '걷기'라는 독창적 돋보기를 가져다 대어서 태워버린다. 가볍지만 아름답고 좋은 책이다.

 


33. 왜 지금 한나 아렌트를 읽어야 하는가?

: 알라딘에서 입문서 빠돌이로 이름 난 syo가 판단하건대, 한나 아렌트 입문서들은 대개 꽤 괜찮은 것 같다. 한나 아렌트가 마르크스나 프로이트보다 쉽기 때문일까? 그런지 아닌지 사실 잘 모릅니다. 이 책 역시 처음 읽기에 모자람이 없는 좋은 입문서 같다.

 

34. 지금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 분명 그냥 앉은 자리에서 휙휙 가벼운 필치로 써냈을 것이다. 요시다 슈이치 정도 되는 베테랑에게,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은 너무 얇고 가볍다. 그런데도 아쉬움보다는 만족감이 더 큰 이유를 찾자면, 아마 이런 경량의 이야기에 잘 맞물린 요시다의 간결하면서도 청랑한 문체 때문이겠지.

 

35. 한나 아렌트의 말

: 이렇게 어렵게 말해야 했어요? 뒷쪽 이야기는 진짜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단 말예요......

 

36. 우리는 매일 슬픔 한 조각을 삼킨다

: 어차피 syo는 철학자가 될 수도 없고 되고 싶지도 않으니까, syo가 철학으로 빚을 수 있는 최대치의 업적은 이 책 속에 든 글들과 비슷한 것들을 써내는 것이겠다. 이 사람은 확실히 자기가 읽은 철학을 꼭꼭 씹어 삼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머싰쪙.

 

 

 

D-58 인데, 이게 뭐야.

눈 감으면 고향에 계신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어머니, 망했어요. 불효자는 우옵니다.

징징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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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31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31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5-31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징징징징. 징징징 제가 받겠습니다. 받기만 하고 드리진 않을게요.
저는 syo 님이 열심히 공부하기를 바라지만, 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하나만 보면서 갑니까. 이렇게 곁눈질도 좀(많이) 하면서 가야 꾸준히 걸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치지 않고 말이지요.

자, 고고씽!!

syo 2018-05-31 11:0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 가자! 망하러! ㅎㅎㅎ

토큰 2018-05-31 1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좋은 책 많이 보고 가요^^; 화이팅~

토큰 2018-05-31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월이면 좋은 소식이 있겠죠~? 기대합니다!

syo 2018-05-31 16:24   좋아요 0 | URL
있을까요 ㅎㅎㅎㅎ 어쨌거나 감사합니다^^

stella.K 2018-05-31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하십쇼. 쇼님!

syo 2018-05-31 16:2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 호되다 ㅎㅎ

단발머리 2018-05-31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서는 괜찮아요, 징징거려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징징거려도 36권, 장합니다. syo님~~~~
쫌만 더 힘내세요, 뺘샤!!!

syo 2018-05-31 16:26   좋아요 0 | URL
빠샤 뭔가 파워풀하다 ㅎㅎ 빠샤!!

짜라투스트라 2018-05-31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재미있어요

syo 2018-05-31 16:27   좋아요 0 | URL
짜라님 오랜만입니다 ㅎㅎ

2018-06-01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18-06-01 18:12   좋아요 1 | URL
이제껏 받았던 수많은 응원댓글 가운데 그야말로 가장 격려가 됩니다. 엄청나다.....

정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청운의 뜻을 품고 죽은 사람마냥 공부만 하겠다며 서울에 올라와 놓고선 1, 2월 꼬박 한 달에 20권씩 읽었다. 미친 놈. 광탈의 향기. 그리하여 이를 악물고 3월에는 한 권도 읽지 않았다. 3월 말일, 오늘은 독서기록을 남길 일이 없다는 사실에 정말 뿌듯(?)했다. 나도 한다면 하는군. 의기양양하게 4월을 맞이했다. 그러나 자만은 항상 방심을 낳는 법. 어쩐지 정신을 차려보니 4월에는 44권을 읽고 말았다. 444는 무엇을 암시하는가..... 으흑, 하다하다 독서 요요라니, 꺼지라 그래, 지옥으로 꺼져버리라 그래..... syo는 역시, 죽으나 사나 한 달 평균 20권은 읽게 만들어져 있는 인간인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망할 것이다, 내 인생은.

 

201804 : 44

 


1. 아무튼, 서재

: 책이라는 물건이 사람을 적시면 사람은 각기 다른 색깔로 빛난다. 나는 나와 당신이 얼마나 비슷한 사람들인지 알아채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도구로 책을 지목한다. 동시에 나와 당신이 얼마나 제각각의 사람들인지 판별하는 일 앞에서도 책을 제일 먼저 꺼내들 것이다.

 + "일반적인 소설 크기의 책을 간결히 꽂기 위한 칸의 적정 높이는 25m이다."(31) 라는 문장은 롯데월드타워를 한 방에 복층 원룸으로 만들어버린다.

 + "1978년 프랑스 혁명은 세상을 바꾼 대표적인 사건으로 기록된다." (71) 라는 문장은, 자유평등박애를 나보다 몇 살 많긴 해도 이야깃거리가 겹쳐 말이 잘 통하는 형 정도로 취급하게 한다.

 

2. 우리는 모두 예술가다

: 기승전사랑. 예술도 사랑. 사랑도 사랑. 사는 게 다 사랑. 뭐 그럼 또 어때. 사랑 좋잖아. 좋긴 한데, 하늘 위에 둥둥 떠 있는 말들. 무시로 마음 펄럭거리는 청소년들의 가슴에는 착 들어맞겠으나, 좀 살아보면 알게 되지. 이놈의 세상이 사랑에게 무중력 혹은 무균실은 아니라는 것쯤.

 

3. 번역청을 설립하라

: 핵공감. 진짜. 제발.

 

4.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 낄낄 웃다가 끝났다. 확실히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맞춤법 책. 저자의 필력이 예사롭지가 않다. 다른 작품을, 이를 테면 에세이 같은 거, 기대해 본다.

 



5. 신영복 평전

: 신영복 선생님의 높으신 삶에다 나 같은 졸자가 한 마디 더 얹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김삼웅 선생님은 물론 평전으로는 독보적인 존재이시지만, 솔직히 글맛이 좀 고루한 데는 있다. 아무래도 슈테판 츠바이크가 되실 수는 없을 것 같다.

 

6. 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

: 시상식장에서 바로 트로피를 경매 붙여 팔아치운 파격에 비하면 조금은 조용한 글들이지만, 파격을 욕심내지 않는 그 태도에서 오히려 그녀의 파격이 연출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다.

 

7. 아무튼, 망원동

: 나보다 딸랑 두 살 많은 저자는 나보다 무려 두 배는 세심하고 다정한 눈으로 세상을 본다. 자기가 살아온, 자기를 성장시킨 공간에 대해 이만한 글을 쓸 줄 모르는 사람이 작가를 꿈꾸면 안 될 것 같다. 그래서 이미 난 포기했지. 후후.

 

8. 신문이 보이고 뉴스가 들리는 시사인문학

: 책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이런 책이 너무 많아서 인문학이란 단어가 도대체 뭘 가리키는 말인지 알아채기란 점점 힘들어진다.




9. 혼자 하는 공부의 정석

: 너무 절박할 때는 지푸라기라도 잡겠다고 이런 책도 보게 되는 건데, 지푸라기가 너무 지푸라기라서 지금 손에 든 이 지푸라기를 어떡해야 하나 모르겠다.....

 

10. 배우는 법을 배우기

: 뭔가 달인, 구루의 포스가 난다. 에빙하우스 곡선 따라 복습 잘 하고 반복 많이 하고 어쩌고 저쩌고 써 있는 그런 책(위의 책....)하고는 클라스가 다른 느낌. 대증요법이 아니라 체질개선으로 질병을 예방하는 방식이랄지. 밑줄 오지게 그었다.

 

11. 이 짧은 시간 동안

: 시는 금방 잊히겠지만 그래도 단 한 줄은 오래 묵혀 두고두고 곱씹겠다. "이제는 아무도 내 눈물로 소금을 만들지 않는다." -

 

12. 축복받은 집

: 대체 뭘 먹고 뭘 읽고 뭘 어떻게 하면 이런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소담하고 때론 단조롭기까지 한 문체가 날아가 맞히는 자리가 정확하고 적확하여, 특별히 밑줄 하나 그은 것 없어도 감동에 젖는다.




13. 골목 바이 골목

: 장소를 잡아채 이야기로 빚어놓는 능력은 참 부럽다. syo는 사람을 가지고 글을 만들 줄을 겨우 알 뿐이고, 이렇게 공간이 씨앗이 되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을 보면 일단 경탄부터 하고 본다. 그럼에도, 좋은 에세이를 만드는 요소 가운데는 분명히 '읽는 사람의 기분' 같은 것이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이렇게 글을 잘 쓰다니! 하고 시작했는데, 글을 좀 쓰는군, 으로 책을 덮은 것은 아마 내 탓일 거야.

 

14. 만화로 보는 세기의 철학자들 폭력을 말하다

: 이런 만화는 일본에서 잘(그리고 종종) 만드는데. "폭력"이라는 주제를 놓고 몇몇 현대 철학자들의 사상 일부를 잘라내고 요약하여 그림에 버무린 책. 그러나 이렇게 재미가 없을 거면 뭐하러 굳이 만화로 꾸민 걸까. 요약서나 입문서로써도 그다지 쓸모가 있지 않은 허망한 책.

15. 눈앞에 없는 사람

: 아름답다는 생각은 자주 들었지만 한 권을 다 덮을 때까지도 어쩐지 마음자리는 요동 없이 그대로 서 있었다. 주파수? 독해력? 어쩌면 읽는 순간의 감정 상태가 문제일수도. 이런 부분이 좋았느니 싫었느니 말할 수 있을 만큼 읽어내질 못했으니 무슨 평이 가능할까. 아니 어쩌면 읽어내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가 평이 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

 

16. 아무튼, 피트니스

: 몸은 언제나 숙제 같다. 마음이라고 그리 멀리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몸과의 거리가 여실하고, 나이가 들수록 그 거리는 점점 더 벌어진다. 점차 작은 움직임에도 숨이 가쁘다. 그러고 나자, 이렇게는 멀리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겠다. 몸과 마음이 각각 한 마리의 외발짐승이 아니라, 두 발 달린 짐승의 왼발 오른발이라는 것, 그러니까 지금 나는 가랑이가 찢어지는 중이라는 것도.




17. 한 글자 사전

: - 내가 잘 쓰면 어쩐지 웃고 싶어지지만 끝까지 안 웃고, 남이 잘 쓰면 괜히 웃기 싫지만 이내 웃어 본다.

- 나도 두 개 달고 그녀도 두 개 달았는데 보이는 게 세상 다르다.

- 그래서 아무래도 나는 안 되겠다.

 

18. 세상에서 가장 쉬운 회계학

: 책 뒷면에 쓰여 있다. "재무 3표를 전문 용어나 숫자 없이 스토리텔링으로 설명한다!" 이게 곧 이 책의 장점인 동시에 치명적인 단점이다.

 

19. 직장인이여 회계하라

: 저자가 스스로 회계공부의 레벨 0인 책이라고 밝힌 바, 쉽고 간단하긴 하다. 그러나 그 말은 또한 이 책 한 권만으로는 결국 아무것도 되는 게 없다는 말과 동일하다.

 

20. 김상욱의 과학공부

: 그런 카피가 있었다. "과학을 아이들에게 돌려주자." 그러나 이 무지막지한 시대에 과학을 되돌려 받아야 할 것은 아이들만이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이 우리에게 왔다. 저기 골목 모퉁이에, 과학이 수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서 있다. , 이리 와, 같이 놀자.




21. 기억의 몽타주

: 저자 스스로도 인정하듯, 소설이란 단지 필력만으로 잘 만들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무리 syo가 사랑해마지않는 류동민 선생님이라도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론의 번역과 교열을 둘러싼 짧은 회고 소설과 그 소설에 대한 자기 분석으로 이루어진 이 책이 가치 있는 이유는, 마치 현재가 종종 구미에 맞게 (스스로도 눈치 채지 못하게) 기억을 윤색하면서 과거와의 싸움에서 주도권을 잡듯이, 분석이 소설을 알차게 발라 먹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분석 쓰려고 소설 썼다. 그러나 소설과 분석을 동시에 쓰다 보니 그 둘이 서로를 공격적으로 건드렸을 것이다. 침범했을 것이다. 시작과 끝의 경계를 뭉개는 그 침범이야말로 이 책의 독창성이다.

22.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언어

: 재미 1도 없다. 다른 나라 말로 쓰인 시의 운과 율을 이야기하는 바가 많아 의미도 별로 없다. 이 책에서 "보르헤스"라는 이름값에 걸맞는 재미나 의미를 찾아내셨다면 덮어놓고 존경합니다. syo의 눈엔, 보르헤스 빠거나 전집 빠가 아니라면 그다지 추천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23. 말하는 보르헤스

: 앞의 녀석에 비하면 얘는 비교적 친근하다. 우선 강연록이라는 점에서 그런데, 다정한 말투는 물론, 강연이 좀 읽는다 하는 사람이라면 대충이라도 알 만한 것들을 다루기 때문이겠다. 아니, 이걸 이렇게 본단 말이야? 과연 보 선생님, 싶은 부분이 드문드문 있다. 드문드문 있는 이유는 90%syo의 역량부족, 나머지 10%쯤은 번역이 지니는 필연적인 특성 때문이지, 보르헤스의 잘못은 1도 없다. 없을 것이다. 구름을 뚫고 서 있는 거인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나 보려면, 나도 어느 정도까지는 자라줘야 하는 법이다.

24. 문과형 인간을 위한 처음 배우는 과학

: 문과형 인간도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는 내용 정도는 학교에서도 얼추 배우므로 "처음" 배우는 과학이라는 말은 좀 그렇다. 확실히 쉽긴 하다. syo같은 이과 출신이야 한번 툭 읽고 지나가면 끝인 정도의 책.




25.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 이야기 참신하고 교훈도 있지만 문장은 많이 부족하다. 그러나 순전히 이야기의 힘만으로 몇 권의 책을 이렇게 무리 없이 끌어가는데 소설가로서 다른 게 또 뭐가 더 필요한가 싶다가도,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사실 비전문가라고 은근히 아래에 놓은 다음 배려하려는 태도는 아닌가 싶기도 하고 복잡하다.

 

26. 13일의 김남우

: 그렇게 생각했는데 두 권쯤 읽다보니 이젠 이 사람이 문장도 참 좋은 것 같다. 간결하고 중언부언도 없고. 늘었어, 늘었어. 물론 기발함이야 더 말할 것도 없고...... 무릎을 탁탁 치다가 무릎이 부었다. 이런 걸 거의 매일 써내다니, 김동식 씨(동갑이네요), 당신은 대체......

 

27. 다정한 호칭

: 허공은 사실 '사이'. 그래서 그 공간을 더듬는 것이 의미가 있다. 그 공간을 지나는 바람에 이유가 있고, 그 공간에 박힌 별에 근거가 있다. 허공을 잘 만지는 일, 잘 듣는 일, 만지고 들어 결국 허공의 양끝에 놓인 마음들을 청진하고 촉진하는 일, 그런 일들을 하는 시들을 책에 담았다.

 

28. 이슬의 눈

: 오늘날 시 쓰는 이의 시집 한 권과 20년 전 시 쓰던 이의 시집 한 권을 연달아 읽고 나면 두드려 맞은 것처럼 놀랄 때가 있다. 혹시 나도 단지 내가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내게 불편한 시를 이해하거나 느끼기 위해 아무런 수고도 해 보지 않았으면서, 섣부르게 이건 아름답지 않다, 이건 시가 아니다, 하는 따위 오만이나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 90년대 내게 잘 맞으면 그냥 내가 90년대 사람인 거다. 90년대 이후로 시가 다 죽어나자빠진 게 아니라. 내 취향 살리겠다고 멀쩡한 시 죽이는 짓은 하지 말아야지. , 그렇다고 또 이 시집이 나랑 잘 맞다는 건 아닙니다..... 뭐래니 나 지금?




29. 여행의 재료들

: 이만큼 쓸 수 있다면, 그리고 이만큼 쓰기 위하여 이만큼 읽고 노래하고 딱 이만큼만 살 수 있다면, 배부르지 않고 이름 높아지지도 않겠으나 이 정도면 내가 사는 모습으로 적당할 것도, 온당할 것도 같다.

 

30. 읽지 않아도 되는 책의 독서안내

: "지식의 최전선을 5일 만에 탐색한다." 일본은 이런 것 참 좋아한다. 희한할 정도다. 컴팩트하게 필요한(필요하다고 저자가 생각하는) 내용만 압축 제공하는 책들. 나는 썩 좋아하진 않지만, 이런 책의 가치를 인정하는 독자들에겐 꽤나 유용할 것 같다. 복잡계, 진화론, 게임 이론, 뇌과학, 공리주의라는 다섯 마당의 선택 자체도 기발한데다가, 완전히 겉만 핥고 끝내는 수준도 아니다.

 

31. 인생극장

: <세상물정의 사회학>에서 보편성의 그물을 던져 특수성을 낚으려 했던 노명우 선생님의 손길이 깊고 선명해져, 이 책에서는 개인 서사와 영화를 씨실 날실로 엮어 시대가 입을 수 있는 옷을 지었다.

 

32. 곡면의 힘

: 이걸로 뭘 하겠다는 건지 syo는 도대체 모르겠다. , 당신 참 많이 아는구나, 하는 생각만 든다. 다른 시집이라면 해설이 붙어있을 자리에, 시인이 쓴 ""라는 글이 들었다. 내용도 심오하고 문장도 고급진 가치 충만한 글이긴 한데, 읽고 나면 제일 먼저, 시가 이렇게 높고 고상한 물건이니까 사람들이 시를 안 읽지,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 철학도 남 일이고 시도 남 일인 마당에 철학자의 시는 오죽하리. 9000원짜리 시집을 돈 주고 샀을 때 우리는 최소 9000원만큼의 효용을 기대한다. 이건 미시경제학이다. 전문가들이 매긴 이 시집의 문학적 가치가 설령 9000만원에 달한다고 한들, 내가 이걸 어디에 어떻게 써야할 지 모르겠어서 그냥 꽂아놓기만 하고 말 일이라면, 9000원 주고 9000만 원짜리를 사놓고도 나는 못마땅한 것이다. 9000원짜리 시집을 9000만 원짜리로 받아들일 수 있을 역량 갖춘 사람들이 나는 부러울 뿐이다.




33. 리뷰 쓰는 법

: 나는 왜 리뷰를 못 쓰는가, 이건 오래 묵은 고민거리다. 그리고 결론내길, 세상에는 리뷰라는 것을 도대체 써 내지를 못하는 소수의 인간이 존재하는데, syo, 그게 바로 너야. 유익한 책이고 무슨 말인지도 다 알겠는데, 막상 키보드 위에 손가락을 올린 채 아무리 기다려도 당최 그분이 오시질 않는다......

 

34.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자본론 입문서 같은 이름이지만, 실제로는 훌륭한 자본론 활용서다. 흔한 말로 왼손에는 자본론을, 오른손에는 빵을 들고 이 미친 자본주의와 맞서는 용감한 청년의 분투기인 셈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자본론을 공부하기 위해 읽기보다는, 이미 왼손에 자본론을 들고 있는 사람이 오른손에 들 무언가를 찾는 과정에서 들춰보기에 적합하다.

35. 뭐라도 되겠지

: 생각보다 재미가 없다. 역시 코드가 맞아야 웃는 법이다. 그러고 보니 어쩌면, 김중혁이 반드시 "재미있는" 글을 쓸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편견일 수도 있겠다.

 

36. 명치나 맞지 않으면 다행이지

: syo가 추구하는 스타일의 완성형인 것 같다. 웃기기 위해 신랄하고, 신랄하기 위해 웃긴다. 열두 번 쯤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그 중 한번 정도는 이지원 선생님으로 태어나 죽을 때까지 글만 뱉어놓고 가는 것도 심히 보람찰 듯하다.



37.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 '읽기'를 정의하는 수많은 책 가운데, 가장 공격적이고 전투적이라는 느낌. 현란하고 화사하지만 그물코가 촘촘하지는 않다. 무언가 대단한 것을 읽고 들은 느낌이지만 결국 나란 인간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책만 탓할 문제는 아니겠지만, 하여간 딱 그만큼이다. 열심히 읽고 써도 나쁘지 않겠구나, 딱 그 정도였다.

 

38. 아무튼, 계속

: 일상성을 유지하는 방법도 배울 만하지만,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어나가고 싶은 일상을 가졌다는 사실 자체가 부럽다. 책은 뭐, 그저 그렇습니다. 같은 시리즈들 중에서도 좀 밍밍한 축이네요.

 

39. 그들은 어떻게 임원이 되었을까?

: 함량이야 이런 장르의 책이 통상 가지는 딱 그 정도 수준. 상대적으로 평가하면 딱히 칭찬할 부분도 욕할 부분도 없다. 아무리 이런 책이 붐이었던 2006년이라 해도, 한 주 만에 3쇄가 찍힌 것은 좀 뜨악하다. 3쇄는 독자들의 자연스런 선택이 만들었다기보다는, "그들", 이런저런 대기업의 25명 임원들이 책을 낸다는 소식에 부하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폭풍구매하여 이룬 것이 아닐까 싶다.....

 

40. 버티는 삶에 관하여

: 글을 빚어서 내 인생도 빚어보겠다는 꿈을 아직 버리지 못하던 어린 시절, 허지웅 선생님은 내게 경탄과 좌절을 끝없이 선사하는 웅장한 절벽 같은 존재였다. 매일 그의 블로그를 들락날락하며, 쓰는 삶에 대한 욕심을 조금씩 내려놓았다. 깜냥을 알아가는 경로는 아프면서도 상쾌했다. 결국 오늘의 syo가 되었다.



41. 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

: 서경식 선생님의 글은 묘한 매력이 있다. 시종일관 담담하고 심심하다.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절묘한 표현이 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얕게 졸졸 흐르는 개울 같은 글이라 느낀다. 그러나 그 흐름에 맞춰 나도 담담히 읽다보면 슬며시 느껴지는 때가 있다. 진짜 고요하게 흐르는 물은 사실 그 바닥이 깊다는 사실이. 그럼에도 이 책은 어쩐지 좀 흐릿한 느낌......

 

42. 고로, 철학한다

: '가볍고 유머러스하며 사상적 깊이를 잃지 않은 이 책' 이라는 작가 소개 멘트는 그다지 적확하지 않다. 저자나 번역가 둘 중 최소한 한 사람은 개그 센스가 평균 이하다. 웃기려고 용쓰는 모양이 보이지만, 아쉽네요. 실패입니다. 함량은 같은 장르의 다른 책과 비슷하다.

 

43. 가재미

: 정말 뭐라고 말해야 할지...... 문태준입니다. 문태준이에요. 뭘 더 말할까요, 문태준이라니까요.

 

44. 자본론 이펙트

: 마르크스와 관련해 프랜시스 윈의 책은 입문서건 전기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읽어도 좋은 수준이다. 자본론의 매력을 이만큼 똑똑하게 전파하는 책도 드물다.

 

 

 

이러다 반드시 내년에도 백수가 되는데, 그걸 아는데도, 오히려 그걸 알아서 더 그런가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다. 그 와중에 양심은 있었는지, 고른 책들이 뭐 대단히 심오한 놈들도 아닌지라 나중에 읽어도 되는데, 그걸 아는데도, 오히려 그걸 알아서 더 그런가 이놈의 책들이 손에 붙어서 떨어지질 않는다. 이러다 굶는데, 그거 아는데도......ㅋㅋㅋㅋㅋㅋㅋ

 

엄마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차라리 똥개한테 똥을 끊으라고 해라


아, 모든 게 다 똥만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