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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이주의 책'을 꼽아놓곤 하는데, 사실 여유가 있다면 매일 '오늘의 책'도 고를 수 있다. 욕심만 내다가 말지만, 오늘은 저녁 먹고 잠시 쉬는 막간에 만용을 부려본다. 그런 만용을 부추긴 책은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펭귄클래식코리아, 2012)이다.

 

 

 

사실은 지난달에 관심이 생겨서 수집해놓으려고 했던 책인데, 축약본(푸른숲주니어판)만 있고 완역본인 듯싶은 책(어문각판)이 절판된 상태였다. 중고로라도 구하려다가 펭귄본 원서만 구한 기억이 있다. 때마침 구하던 책이 나오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두 도시 이야기>는 어떤 책인가?

 

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찰스 디킨스의 장편소설. <위대한 유산>과 함께 디킨스 후기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이 책은, 디킨스의 작가적 연륜이 원숙한 경지에 이르렀던 무렵에 쓰인 작품이다. 프랑스 혁명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삶과 귀족의 폭압 정치, 복수의 광기 등을 생생하게 묘사한 역사소설이자, 한 남자가 가슴속 깊이 간직한 사랑, 아름답지만 비극적인 희생과 염원을 담은 숭고한 사랑 이야기이다. 1859년 단행본으로 선보인 이래 2억 부 이상 판매되어 오늘날 영어권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중 하나이다. 명성에 비해 국내에서는 그간 축약본이나 일부 누락된 번역본으로만 소개되어 아쉬움을 남겼던 이 작품의 국내 첫 완역 출간은, 기다려왔던 독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론 중학교 때 청소년용 세계문학전집으로 읽었는데, 분량을 보아하니 그때도 완역본은 아니었던 듯싶다. 다시금 관심을 갖게 된 김에 이번엔 완역본을 완독해볼 참이다. <위대한 유산>도 그런 식으로 계산하면 축약본으로 읽었던 듯하므로 이 참에 다시. 여러 번 강조한 바 있지만, 고전 독서는 언제나 '다시 읽기'이니까...

 

 

말이 나온 김에 디킨스를 읽는다면 무얼 더 읽어야 할까. 스크루지 영감이 등장하는 단편집 <크리스마스 캐럴>을 제쳐놓으면, <올리버 트위스트>와 <어려운 시절>까지다. 번역본은 모두 창비에서 나왔다.

 

 

그리고 무려 1120쪽에 달하는 <데이비드 코퍼필드>(동서문화사, 2011). 디킨스 읽기에 몰입한다고 해도 짐작엔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읽을 때쯤이면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릴 만하다. 그래도 시작한다면 일단 <두 도시 이야기>부터...

 

 

12. 0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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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나온 책 가운데 <여성, 거세당하다>(텍스트, 2012) 덕분에 안면을 트게 된 저자가 '20세기 후반의 가장 중요한 페미니스트'로 소개되는 저메인 그리어이다. 저명한 셰익스피어 학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에 놀라 그녀가 쓴 셰익스피어 입문서를 <여성, 거세당하다> 원서와 같이 구입하기도 했다(<셰익스피어의 아내> 같은 책도 소개되면 좋겠다).

 

 

 

<여성, 거세당하다>(1970)는 저메인 그리어의 데뷔작이기도 한데, 국내엔 그보다 먼저 <보이>(새물결, 2004)란 책이 소개됐었다. 이번에 알게 돼 구입한 책인데(2004년에 나왔으니 내가 모를 만하다), '아름다운 소년'이 부제. 일종의 화집 성격의 책이다. 소개에 따르면 "19세기 이후 망각 속으로 사라져버린 '소년들'을 복권해내고 있는 책"으로 저자는 "여성의 벌거벗은 육체가 미의 이상으로 규범화된 것은 19세기 이후의 일일 뿐이라며, 동물의 세계에서 아름답게 치장하는 쪽은 수컷들이듯 자본주의 이전의 문화에서도 남성들이 더 아름다웠다고 말한다. 그리고 수많은 도판자료들을 통해 19세기 이전의 '소년들'을 불러낸다."

 

 

 

한편 <여성, 거세당하다>를 표지에서 구면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바로 <비치: 음탕한 계집>(황금가지, 2003)과 <프로작 네이션>(민음사, 2011)의 저자 엘리자베스 워첼이다. 책의 발문 중 하나를 워첼이 쓰고 있는데, 그녀는 이 선배 페미니스트의 책에 대해서 이렇게 평했다. "이 책이 내 삶을 바꿔놓았다. 저메인 그리어는 무모하리만큼 용감하며 예리하고 도발적이다."(This book changed my life. Germaine Greer is brave and crazy, serious and fun, sharp and sexy.) 워첼의 책은 2004년에 나온 게 신작인 걸 보면 활동이 뜸한 듯하다.

 

여하튼 두 사람이 <여성, 거세당하다>란 책을 통해 엮인다는 걸 알게 됐다. 1970년이면 42년 전에 나온 책인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책에는 1991년판 저자의 서문이 맨앞에 붙어 있는데, 저메인 그리어도 이 문제를 먼저 언급한다. "20년 전 <여성, 거세당하다> 서문에서 나는 이 책이 금방 시대에 뒤처져 사라지리라 생각한다고 썼다. 나는 20세기 후반에 선진국에서 이뤄지고 있던 성 억압에 대한 내 분석과 전혀 무관한 새로운 유형의 여성이 지구에 나타나길 바랐다."

 

 

 

그런 서두라면, 그 다음엔 실제로 새로운 여성들이 많이 등장했지만 성에 대한 억압 또한 여전히 존속하고 있기에 이 책이 던지는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 식의 애기를 자연스레 기대해볼 수 있다. 이 서문의 제목이 번역본에는 '팔라딘 출판사의 21세기 기념판 서문'이라고 돼 있는데, 오류이다. '21st Anniversary Edition'(21주년 기념판)에 붙인 서문이다. '21주년'을 '21세기'로 옮긴 건 나름대로 전략적 판단의 결과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실과는 무관하다. 사실 '21주년 기념판'이란 게 혼동을 낳을 만하다. 보통은 '20주년'처럼 10년 단위로 끊어지니까. 추정컨대, '20주년 기념판'을 내려고 준비했지만 좀 늦어졌던 게 아닌가 싶다.

 

 

 

<여성, 거세당하다>는 다른 책들에서 보통 <거세된 여성>이나 <거세된 여자>란 제목으로 번역됐는데, 찾아보니 크리스티아네 취른트의 <책>(들녘, 2003), 데보라 펠더의 <여성의 삶을 바꾼 책 50권>(부글북스, 2007) 등에서 언급된다. <게코스키의 독서편력>(뮤진트리, 2011)의 한 장도 <거세된 여자>에 할애돼 있는데, 저메인 그리어의 이런 말을 인용하고 있다. “해방 전략의 열쇠는 상황을 까발리는 데 있으며, 그렇게 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더할 나위 없이 뻔뻔한 말과 행동으로 학자와 전문가를 격분시키는 것이다.”

 

 

12. 0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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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강의 공지다. 대구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 9월과 10월 매주 목요일 저녁(19:30-21:10)에 '세계문학 다시 읽기'와 '마이클 샌델 읽기' 두 종의 강의를 번갈아 진행한다(문의는 053-245-4560).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일정은 아래와 같다.

 

 

 

세계문학 다시 읽기

 

1. 9월 6일_ 괴테의 <파우스트>

 

 

2. 9월 20일_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3. 10월 4일_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4. 10월 18일_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마이클 샌델 읽기

 

1. 9월 13일_ 정의란 무엇인가

 

 

2. 9월 27일_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3. 10월 11일_ 민주주의의 불만

 

 

 

4. 10월 25일_ 공공철학과 공화주의

 

12. 0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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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보내는 마지막 주말에 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다섯 권을 고르는 데 1분도 걸리지 않았다(미리 구입한 책들이어서). 타이틀은 <역사의 종말>의 저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야심작 <정치질서의 기원>(웅진지식하우스, 2012)이다. '기원'이란 제목에서 이미 그의 '야심'을 읽을 수 있다(여러모로 일본의 비평가 가라타니 고진을 떠올리게 한다. 고진은 <일본근대문학의 기원>을 쓰고 <근대문학의 종언>을 썼으니 순서가 서로 반대이긴 하지만). 소개를 보니 "후쿠야마는 강력하고 통일되어 있는 국가와 그 국가에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두꺼운 분량이지만 산업혁명 이후의 역사에 대해서는 따로 책이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마저 완간되기를 기대한다.

 

 

두번째 책은 미국의 역사학자 피터 라인보우의 <마그나카르타 선언>(갈무리, 2012)이다. 1215년의 마그나카르타(대헌장) 이후 "수 세기 동안 헌장들이 대양들과 제국들을 가로질러 망각되기도 하고 다시 활성화되기도 했던 과정을 상세히 서술하면서 인종주의의 역사를, 박탈의 이야기를, 계급사회의 형성을, 민주주의 체제들과 공화국들의 헌법사를 다시 이야기한다". 세번째 책은 케빈 베일스 등이 쓴 <끊어지지 않는 사슬>(다반, 2012). 현대의 노예제를 고발하는 책으로 '2천7백만 노예들에 침묵하는 세계'가 부제다. 네번째 책은 셰익스피어 학자이면서 페미니스트인 저메인 그리어의 <여성, 거세당하다>(텍스트, 2012). 1970년에 출간된, 저자의 가장 유명한 책이라고. 그리고 끝으로 이미 알라딘에서 '핫'한 반응을 얻고 있는 도올 김용옥의 <사랑하지 말자>(통나무, 2012). 대선 전망과 후보들에 대한 평가 때문에 또 주목을 받는 듯한데, 제목이 왜 '사랑하지 말자'인지는 아직 모르겠다(책은 어제 받았다 . 책소개는 이렇다. 

여기 “사랑”이라는 말은 서구적 가치의 총화이다. “사랑”은 조선시대 언어에 없었던 단어는 아니지만, 조선말기에나 유행한 말로써 기독교경전이 유입되면서 크게 의미가 왜곡되었다. 이 책은 한자문명권에서 성립한 “천지코스몰로지”(춘추말기에서 진한지제에 걸쳐 성립)를 소개하면서, 그 틀에 따라 청춘의 의미, 그리고 섹스, 사랑, 일상적 삶의 방식, 음식에 관하여 매우 자상하게 그 처방을 소개해 준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정치 질서의 기원
프랜시스 후쿠야마 지음, 함규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8월
30,000원 → 27,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500원(5% 적립)
2012년 08월 25일에 저장
절판
마그나카르타 선언- 모두를 위한 자유권들과 커먼즈
피터 라인보우 지음, 정남영 옮김 / 갈무리 / 2012년 8월
23,000원 → 20,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2년 08월 25일에 저장

끊어지지 않는 사슬- 2천7백만 노예들에 침묵하는 세계
케빈 베일스 외 지음, 이병무 옮김 / 다반 / 2012년 8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6월 3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2년 08월 25일에 저장

여성 거세당하다
저메인 그리어 지음, 이미선 옮김 / 텍스트 / 2012년 8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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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곧바로 개강을 앞두게 됐다(실상은 오늘 저녁부터 강의가 있지만). 내달에 예정돼 있는 한겨레교육문화센터의 강의일정을 소개한다. 9월 18일부터 화요일 저녁에 4회에 걸쳐서 세계문학 고전을 다시 읽을 예정이다. 주제는 '근대 개인주의 신화'로 잡았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http://www.hanter21.co.kr/jsp/huser2/educulture/educulture_view.jsp?category=academyGate8&tolclass=&searchword=&subj=F91243&gryear=2012&subjseq=0001&p_selmenu=01).

 

1. 9월 18일(화)_ 셰익스피어의 <햄릿>

 

 

2. 9월 25일(화)_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3. 10월 9일(화)_  괴테의 <파우스트>

 

 

4. 10월 16일(화)_  티르소 데 몰리나의 <돈후안> 외

 

 

12. 08. 24.

 

 

P.S. 강의의 주제는 이언 와트의 <근대 개인주의 신화>(문학동네, 2004)에서 가져온 것이다. 다만 와트가 다룬 <로빈슨 크루소> 대신에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넣었다. 파우스트 신화와 관련해서는 괴테의 <파우스트> 외에 크리스토퍼 말로의 <파우스투스박사>(문학과지성사, 2002)와 투르게네프의 중편 <파우스트>(작가정신, 2012)를 곁들일 수 있다. 그리고 돈후안 신화와 관련해서는 몰리에르의 <동쥐앙>과 푸슈킨의 <석상손님>(<푸슈킨 선집>에 수록), 그리고 페터 한트케의 <돈후안>(베가북스, 2005)와 존 버거의 <지(G)>(열화당, 2008)까지도 더 다룰 수 있다. 여전히 다시 쓰이고 있는 신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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