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말 방한했던 슬라보예 지젝의 방한 강연문과 대담을 모은 <임박한 파국>(꾸리에, 2012)가 출간됐다. 조만간 그의 신작 <위험한 꿈을 꾼 해(The Year of Dreaming Dangerously)>(2012)가 <멈춰라 생각하라>란 제목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자음과모음, 2011) 이후 '임박한 파국'을 다룬 그의 책들을 모아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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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박한 파국- 슬라보예 지젝의 특별한 강의
이택광.홍세화.임민욱 지음 / 꾸리에 / 2012년 11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6월 4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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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슬라보예 지젝 인터뷰
인디고 연구소 기획 / 궁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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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 세계금융위기와 자본주의
슬라보예 지젝 지음, 김성호 옮김 / 창비 / 2010년 6월
15,000원 → 14,250원(5%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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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빌려온 항아리
슬라보예 지젝 지음, 박대진.박제철.이성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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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주간경향(1002호)에 실은 북리뷰를 옮겨놓는다. 여러 권이 한꺼번에 쏟아진 스테판 에셀의 책들을 거리로 삼았다. 작년 여름에 <분노하라>(돌베개, 2011)에 대한 서평을 쓴 적이 있으니 이번이 두번째이다.

 

 

 

주간경향(12. 11. 27) 세상을 바꾸려면 공감하고 참여하라

 

유럽 국가들의 긴축재정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의 시위가 최근 유럽 전역 23개국에서 벌어졌다. 스페인에서는 수백만이 시위에 참가했고 프랑스에서도 전국 각지에서 시위가 발생했다. 전면적인 경제 위기를 노동 계급의 희생을 통해서 넘어서려는 자본의 시도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새로운 저항 정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을까. 1917년생 레지스탕스 투사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져가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스테판 에셀의 책이 연이어 출간되고 있다. 2010년 그가 펴낸 소책자 <분노하라>는 프랑스에서만 300만부 가까이 팔려나갔고, 30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는 3500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신드롬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열광적인 반응이다. ‘분노하라!’는 간명하고도 시의적절한 메시지가 갖는 호소력이 그러한 반응의 한 요인이라면, 다른 요인은 아마도 그의 발언 자격일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다가 독일군에 체포돼 수용소를 전전하면서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에셀은 1948년 유엔 세계인권선언문 작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전력이 있다. 이 선언문의 1조는 이렇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 모든 인간은 이성과 양심을 가지고 있으므로 서로에게 형제애의 정신으로 대해야 한다.”


<분노하라> 이후의 메시지를 집약하고 있는 <분노한 사람들에게>(뜨인돌, 2012)에서 에셀은 이 조문의 갖는 이상적 성격을 인정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이 ‘특별하고 놀라운 내용’을 아직 온전하게 실현하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이것은 “희망이고, 목표이고, 강령”이다. 분명 아직은 실망스러운 상태이지만 1950년 이래 많은 진보도 이루어냈다는 게 에셀의 평가다. 하지만 2008년 세계경제위기 전후의 상황은 이러한 낙관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는다. 유엔헌장과 세계인권선언을 만들고 유럽에 평화를 정착시킨 세대로서의 자부심이 자칫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절박감이 에셀로 하여금 젊은 시절을 능가하는 활발한 활동에 나서도록 만든다.

 

 


우리는 무엇에 분노하고 또 대항해야 하는가. 되짚어보자면, 에셀은 두 가지를 말했다. 첫째는 세계의 양극화이다. ‘1퍼센트’가 부와 권력을 장악하고 있고, 나머지 절대 다수는 기아와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전 세계 70억 인구 가운데 최소 3분의 1이 비인간적인 조건 아래서 생존하고 있다면 그러한 사실 자체가 특단의 대책을 필요로 한다. 둘째는 환경의 파괴다. 지구라는 행성은 인간의 무차별적인 개발과 착취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것이 우리의 분노를 촉발하는 위험들이다. 물론 분노만으로 충분하진 않다. 에셀은 연이어 펴낸 <참여하라>를 통해서 미래를 짊어질 젊은 세대에게 참여하고 연대할 것을 촉구했다. 이성적으로 용인할 수 없는 세계에 대한 분노와 그러한 세계를 변화시키기 위한 참여는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조건이다.


거기에다 에셀은 ‘공감하라’는 주문을 덧붙인다. 우리는 공감이 별로 필요하지 않았던 옛 세계와 공감이 없이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 새로운 세계 사이의 문턱에 살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공감이란 무엇인가. “다른 사람들의 입장이 되어 보고 그들의 고통과 그들의 행복을 느끼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과 단합하는 것”이다. 변화는 연대 없이 가능하지 않다. 공감은 그 연대를 만들어내는 힘이다. 연대는 물론 개인 간의 연대뿐 아니라 국가들 간의 연대를 포괄한다. 이러한 공감과 연대가 구축되지 않는다면 세계는 증오의 테러리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에셀이 좋아하는 릴케의 시구는 “그대의 삶을 변화시켜야 합니다”이다. 그는 이렇게 호소한다. “여러분들은 여러분의 삶을 바꾸어야 합니다! 무엇 때문에 분노합니까? 여러분이 지금까지 여러분의 삶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2.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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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나오는 신간들을 따라가기도 벅차지만 그걸로도 모자라서 가끔은 무모한 독서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최근에는 역사쪽 아이템들이 수집 목록을 늘려가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셰익스피어의 역사극'이다. 박우수 교수의 <셰익스피어의 역사극>(열린책들, 2012)이 나온 게 시발점으로 가이드북이 나왔으니 이젠 챙겨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이 사극 시리즈 다수는 영화화돼 있어서 맘먹고 수집하자면 상당한 견적이 나온다).

 

 

오래전에 이대석 교수의 <셰익스피어 극의 이해: 사극과 로마극>(한양대출판부, 2002)과 이태주 교수 번역의 <셰익스피어 4대 사극>(범우사, 1999)을 구입하긴 했으나 독서로 진행되진 못했다. 그러던 차에 김정환 시인판 셰익스피어 전집(아침이슬) 가운데 3차분으로 사극(잉글랜드 민족사극) 11권이 출간됐다.

 

 

소개에 따르면 "이번에 출간된 11권은 플랜타저넷→랭커스터→요크→튜더 왕조로 이어지는 잉글랜드 왕조의 전환과 그 과정에서 발생한 장미전쟁, 백년전쟁을 마치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처럼 생생하게 그려낸 사극들이다." 보통은 <존왕>부터 시작하는 사극 리스트를 <심벨린>부터 잡은 것이 이 전집판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보통 비극으로 분류되는 이 작품을 김정환 시인은 사극의 첫머리로 삼았다).

 

 

 

당장은 <리처드 2세>와 <리처드 3세>를 나남출판에서 나온 번역본 등과 같이 구입해놓았지만(이성일 교수의 번역본은 <줄리어스 씨저>까지 세 권이 나와 있다) 장기적으로는 전체 리스트에 도전해볼 참이다. 시리즈의 순서대로 아침이슬판과 기타 다른 번역판들을 모아놓는다(전예원판 외에 일부 사극은 이덕수 교수의 형설출판사판이 나와 있다. 지만지판으로도 <헨리 5세>와 <리처드 3세>가 번역돼 있다).

 

<심벨린>

 

 

<존 왕>

 

 

<리처드 2세>

 

 

<헨리 4세 1부>

 

 

<헨리 4세 2부>

 

 


<헨리 5세>

 

 

<헨리 6세 1부>

 

 

<헨리 6세 2부>

 

 

<헨리 6세 3부>

 

 

<리처드 3세>

 

 

<헨리 8세>

 

 

12.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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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의 '사람과 책'에서 '로쟈, 고전과 만나다' 꼭지를 옮겨놓는다. 러셀의 <행복의 정복>을 골랐다. 행복론에 관한 책들이 여럿 눈에 띄기에 '원조'가 될 만한 책이 무엇일까 생각하다(오래 생각할 것도 없었다) 손에 든 것으로 러셀의 책으론 국내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러셀의 행복철학>(빅북, 2012)이란 책도 출간됐는데, 미리 나왔더라면 도움을 받았을 뻔했다.

 

 

 

사람과 책(12년 11월호) 자신을 벗어나야 얻을 수 있는 행복

 

이달의 고전으로 고른 것은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의 <행복의 정복>(1930)이다. 철학자 러셀을 대표할 만한 저작은 아니지만, <서양철학사>나 <철학의 문제들> 등을 제치고 국내 독자들에게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이다. 프롬의 <사랑의 기술>과 함께 그런 관심의 상당 부분은 제목에 빚지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내용과 무관한 현혹적인 제목이 붙어 있는 건 아니다. 사랑이란 감정의 상태가 아니라 기술이라고 말하는 <사랑의 기술>과 마찬가지로 <행복의 정복>은 행복이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노력을 통해 정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흔한 통념대로 인생의 목표가 행복이라면, <행복의 정복>이야말로 필독의 고전이 될 만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러셀의 책을 처음 만난 건 대학 1학년 때였다. 강의시간에 <서양철학사>(집문당)를 소개받고 두 권짜리 번역본에서 현대철학을 다룬 하권만 읽은 기억이 있는데 시인 바이런을 다룬 장이 인상적이었다. 철학사 책에서 칸트와 헤겔 등과 나란히 바이런을 다룬 건 러셀만의 독특한 안목과 파격을 보여준다. 박영문고로 나온 <결혼과 도덕>, <인간사회개조론> 외에 <종교는 필요한가>(범우사)와 <철학의 문제들>(서광사)이 학부시절에 읽은 책들이다. 그 이후에도 러셀의 책들은 간간히 구입했지만 <행복의 정복>에 대한 특별한 인상은 갖고 있지 않다.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처럼 문고판 대역본을 통해서 접한 기억만 있다.

 

집착을 줄여 얻은 행복
사실 젊은 시절에 행복론을 들먹이는 건 좀 어울리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중학교 때 물리시간에 ‘질량 보존의 법칙’이란 걸 배운 이후로 나는 ‘행복량 보존의 법칙’ 같은 것도 있을 거라고 단정했다. 일정량의 행복이 보존되는 만큼 내가 남들보다 더 행복하면 그만큼 다른 사람은 불행해지는 거라고 생각했다. 굳이 남들보다 불행해지고자 애쓰지는 않았지만 과도한 행복은 경계 대상이었다. 그래서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상태가 적당하다고 여겼다. 러셀의 진단에 따르면 행복이 바람직한 것이라는 확신을 나는 갖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거꾸로 불행에 대해서는 은근한 지적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자기만의 행복 추구를 은연중에 거부하고 무시했기 때문이다.

 


러셀은 잠을 설친 사람들이 그렇듯이 불행한 사람들 또한 늘 자신이 불행하다는 사실을 자랑한다고 꼬집는데, 내가 그런 격이었다. 그는 그런 태도를 꼬리 잃은 여우가 하는 자랑에 비유한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 여우는 다른 여우들에게도 꼬리가 없는 편이 훨씬 낫다고 주장하다가 결국 망신만 당한다.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일부러 불행을 택할 이유가 없다는 게 러셀의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행을 고집하려 한다면 <행복의 정복>은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이다(아니다, 거꾸로 받아들이면 ‘불행의 탐닉’으로도 읽을 수 있다!).    

 

 

 

흥미로운 건 러셀 자신도 젊은 시절에는 행복주의자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애초에 행복하게 태어나지 않았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어렸을 때 즐겨 부르던 찬송가가 ‘세상에 지친 이 몸에 죄로 된 짐을 지고’였고, 다섯 살 때는 만약 일흔까지 산다고 하면 겨우 인생의 14분이 1을 버틴 셈이니 여생이 얼마나 지루할까 고민에 휩싸였다. 삶을 증오하던 사춘기에는 늘 자살을 꿈꾸었지만 수학을 좀더 알고 싶다는 욕구로 버텨냈다고 한다. 나중에 화이트헤드와 공저한 <수학의 원리>나 간추려 쓴 <수리철학의 기초>는 그런 인내가 아니었다면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랬던 그가 노년에 이르러 삶을 즐기게 됐다. 어떤 비결인가. “이렇게 삶을 즐기게 된 비결은 내가 가장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서 대부분은 손에 넣었고, 본질적으로 이룰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깨끗하게 단념했기 때문이다”라고 그는 말한다. 더 압축하면 비결은 자신에 대한 집착을 줄였다는 데 있었다. 그런 직접적인 경험과 관찰을 통해서 러셀은 불행으로 고통 받는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그 믿음이 사람들의 상식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책의 집필 동기다. 

 

외부에 대한 관심이 행복의 비결
물론 모든 불행에 대한 처방을 제안하고 있지는 않다. 러셀은 행복이 부분적으로는 외부적 환경에 달려 있다는 점도 놓치지 않는다. 개인적 심리도 그 외부적 환경에 속하는 사회제도의 산물일 때가 많다. 따라서 행복을 증진시키려면 의당 사회제도의 변혁이 필요하지만 <행복의 정복>은 그 부분까지 다루지는 않는다(그 이 문제에 대해서는 <결혼과 도덕>이나 <사회개조의 원리> 같은 책에서 다루었다). 문제는 외부적 요인이 충족되었을 때에도 행복하지 않은 경우다.

 

“일용할 양식과 몸을 누일 곳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소득, 일상적인 육체활동이 가능할 정도의 건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한 외적 원인이 없이도 불행하다면 어째서 그런가? 러셀은 이런 불행은 대부분 세계에 대한 그릇된 견해, 잘못된 윤리와 생활습관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그런 불행은 사회제도의 변혁까지 가지 않고서 개인의 힘으로도 좌우할 수 있다. 무엇이 불행의 원인인지 깨닫고 개선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 발상에 따라 러셀은 <행복의 정복>을 ‘불행의 원인’과 ‘행복의 원인’, 두 부분으로 구성한다. 그가 보기에 불행의 원인은 단순하다. 아무 이유 없이 불행해 하면서 그 불행의 원인을 우주의 본질로 돌리는 ‘바이런적 불행’에서부터 경쟁, 권태, 피로, 질투, 죄의식, 피해망상, 여론에 대한 공포까지 여러 가지 원인을 제시하고 있지만 불행의 원인을 뭉뚱그리자면 한마디로 자기 자신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몰입이다.

 

러셀에 따르면 자기 몰입에는 죄인과 자기도취에 빠진 사람, 과대망상증에 빠진 사람, 세 유형이 있다. 죄의식에 사로잡혀서 끊임없이 자신을 탓하는 유형이 죄인이다. 자기도취형은 죄인형과는 반대로 자신을 찬미하며 남들에게도 항상 찬미를 받고자 한다. 자기도취형이 남들에게 매력 있는 사람으로 비치길 갈망한다면 과대망상형은 권력을 가진 사람, 그래서 남들이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하지만 이런 자기중심성은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없다. 아무리 역사상의 위인이라 하더라도 전지전능한 존재는 아니므로 언젠가는 극복할 수 없는 장애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러시아 원정에 나섰다가 패배하고 결국엔 세인트헬레나로 유배당한 나폴레옹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자기중심성이 불행의 주된 원인이라면 우리는 열정과 관심을 자기 내부가 아닌 바깥에 쏟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성취할 수 있다. 러셀이 보기에 “행복한 사람은 자유로운 애정과 폭넓은 관심을 가지고 객관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도덕가들이 얘기하듯이 자기부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저 관심을 외부로 돌리기만 하면 된다. 이타적일 필요도 없다. 가령 도덕가들은 사랑은 이기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하지만 러셀은 그것이 어떤 한도를 넘어설 만큼 이기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정도의 제한으로 받아들인다.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고 상대방의 행복을 바라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행복의 비결은 단순하다. 되도록 폭넓은 관심을 가지는 것, 그리고 관심을 끄는 사물이나 사람들에게 되도록 따뜻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세상에 대한 열정 그리고 흥미로운 삶

러셀은 열정과 사랑, 가족, 일, 일반적 관심사, 노력과 체념 등을 ‘행복의 원인’으로 열거하는데,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을 두는 내향성의 극복이다. 왜 내향적인 성향이 문제가 되는가. 러셀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옛날에 소시지 기계가 두 대 있었다. 돼지고기를 원료로 해서 소시지를 만들어내는 기계다. 이 중 한 대는 돼지에 관심이 많아서 엄청난 양의 소시지를 생산했지만, 다른 한 대는 “돼지가 나한테 무슨 소용이람?”이라고 말하며 시큰둥해 했다. 이 기계는 돼지에 대한 관심을 끊는 대신에 자신의 내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기계는 작동을 멈췄다. 하지만 아무리 연구해보아야 이 기계는 자신의 내부가 공허하고 어리석은 것으로 여겨졌다.

 

이 두 기계의 차이가 열정을 갖고 있는 사람과 열정을 잃은 사람 간의 차이라고 러셀은 말한다. 우리의 마음은 소시지 기계와 같아서 외부 세계로부터 원료가 공급되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다. 우리가 열정을 가질 수 있는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다른 조건이 비슷하다면 어느 것 하나에라도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세상에 잘 적응할 수 있고 흥미로운 삶을 살 수 있다. 거기서 더 바란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이상한 행성과 이 행성이 우주 안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을 습득하고 인류사의 원대한 조망 속에서 살아간다면 개인적으로 어떤 운명을 산다고 해도 강한 행복감이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러셀의 행복론이다.

 

12. 11. 17.

 

 


P.S. 행복관의 역사에 관해서는 시셀라 복의 <행복한 개론>(이매진, 2012)가 유용하다. 프로이트의 <문명 속의 불만>과 러셀의 <행복의 정복>을 비교한 장도 포함돼 있는데, 이 두 책은 같은 해에 출간됐다. 제니퍼 마이클 헥트의 <행복이란 무엇인가>(공존, 2012)과 엘리자베스 파렐리의 <행복의 경고>(베이직북스, 2012)도 행복론과 관련하여 참고할 만한 책. <행복의 경고>는 이번주에 주문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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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 아침에 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타이틀은 셸리 케이건의 <죽음이란 무엇인가>(엘도라도, 2012)에서 가져왔다. 저자가 1995년부터 예일대에서 진행해온 교양강좌 '죽음'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비슷한 성격의 책. 조락의 계절에 일독해볼만한 교양서일 듯싶다. 두번째 책은 하이데거의 <사유의 경험으로부터>(길, 2012). 하이데거 연구자이자 번역자였던 신상희 박사의 유작 가운데 하나다(다른 하나는 지난 여름에 나온 <언어로의 도상에서>(나남, 2012)다). 하이데거가 생전에 쓴 최초의 글(1910)에서 최후의 글(1979)까지 다양한 주제의 짧은 글들을 모았다. 가장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하이데거의 책이 아닌가 싶다.

 

 

세번째 책은 피터 브라운의 평전 <아우구스티누스>(새물결, 2012). 아우구스티누스에 관한 책이라면 에티엔느 질송의 <아우구스티누스 사상의 이해>(성균관대출판부, 2010)과 함께 '이 두 권'이라 할 만하다(국내에 별다른 책이 소개돼 있지 않다). 분량과 가격이 좀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리고 네번째 책은 코니 커닝햄의 <다윈의 경건한 생각>(새물결플러스, 2012)이다. 슬라보예 지젝이 적극 추천한 책. "도킨스와 그의 동료들은 종교가 무엇이며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조차 가지지 못했다. 따라서 커닝햄의 이 책은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들의 필독서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은 다윈주의의 과학적 가치를 완전히 받아들이면서도, 다윈주의의 한계에도 빛을 던져준다. 이런 책이야말로 혼란스러운 우리 시대의 일용할 양식"이라는 것이 지젝의 주장. 경건함을 느끼게 할 정도로 묵직한 책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안드레아스 바그너의 <생명을 읽는 코드, 패러독스>(와이즈북, 2012). 정재승 교수의 추천사는 이렇다. "안드레아스 바그너는 이 책에서?모순과 패러독스로 가득 찬 우주와 자연에서 생명체들이 처한 운명을 흥미롭게 기술하고 있으며, 그것이 생명 현상의 원동력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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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무엇인가- 예일대 17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 엘도라도 / 2012년 11월
16,800원 → 15,120원(10%할인) / 마일리지 8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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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유의 경험으로부터
마르틴 하이데거 지음, 신상희 옮김 / 길(도서출판) / 2012년 11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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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티누스- 격변의 시대, 영혼의 치유와 참된 행복을 찾아 나선 영원한 구도자
피터 브라운 지음, 정기문 옮김 / 새물결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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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경건한 생각- 다윈은 정말 신을 죽였는가?
코너 커닝햄 지음, 배성민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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