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마태우스님과 함께, 김두식 교수와 황정은 작가가 진행하는 창비의 북캐스트 '라디오 책다방'(제10회)에 출연한 적이 있다. 이번주에 내용이 올라왔는데(http://blog.changbi.com/lit/?p=17096) 궁금하신 분들은 들어보시길.

 

 

'알라디너'로서 초대받은 것이기 때문에 '알라딘 마을' 얘기도 늘어놓았다. 북캐스트를 평소에 자주 듣는 편은 아니지만 라디오 책다방 출연을 계기로 들어봤는데 몇 편은 아주 재미있었다. 북캐스트만 모아놓은 곳도 이용할 수 있다(http://bookcast.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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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와 몽테스키외, 너무도 친숙한 이름이지만, 그래서 어지간한 책들은 소장하고 있지만 나로선 좀처럼 손에 들지 못하는 저자들이다. 데카르트의 <정념론>(문예출판사, 2013)과 몽테스키외의 <몽테스키외의 로마의 성공, 로마제국의 실패>(사이, 2013)가 비슷한 시기에 번역돼 나왔기에 같이 묶었다.

 

 

데카르트의 더 중요한 저작은 물론 <방법서설>이나 <성찰>일 테지만, 마지막 작품 <정념론>까지 붙여야 왠지 '트로이카' 기분이 난다. 문예출판사판이 실제로 그렇게 구성돼 있다. 이현복 교수가 옮긴 <방법서설>과 <성찰>은 1997년에 나왔으니 꽤나 오래 전이다. 이번에 나온 <정념론>도 프랑스 소르본대학에서 데카르트를 전공한 김선영 박사가 옮겼다. 원제를 직역하면 <영혼의 정념들>인데, <정념론>이라고 굳어진 제목도 본 뜻에 어긋나지는 않는다고.

 

 

 

<정념론>은 물론 처음 번역된 건 아니다. 동서문화사판과 삼성출판사판에 <방법서설>, <성찰> 등과 같이 묶인 전례가 있다.

 

 

데카르트의 핵심 저작으론 <철학의 원리>(아카넷, 2002/2012)와 <성찰>(나남, 2012)가 더 있다. 나남판 <성찰>이 두 권 분량이나 되는 것은 "우리가 보통〈성찰〉이라고 부르는 본문만 출간된 것이 아니라 초판에는 카테루스, 메르센, 홉스, 아르노, 가상디 등의 학자들이 제기한 6개의 반론과 이에 대한 데카르트의 답변이, 재판에는 부르댕의 반론과 이에 대한 데카르트의 답변 그리고 디네 신부에게 보내는 편지가 추가되어" 있기 때문이다. 풀버전이라고 할까. 여하튼 문예출판사판 세 권과 아카넷판 <철학의 원리>, 나남판 <성찰>까지 마련하면 데카르트 컬렉션은 얼추 갖춰진다.

 

 

 

<몽테스키외의 로마의 성공, 로마제국의 실패>는 다른 번역본으론 <로마인의 흥망성쇠 원인론>(범우사, 2007)이란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다(현재는 절판). 몽테스키외의 핵심저작은 물론 삼권분립론을 주창한 <법의 정신>이지만, <페르시아인의 편지>(다른세상, 2002)까지는 국내에 소개돼 있다(예전에 사상전집에 포함됐었다). 이 역시 지금은 절판된 상태. <몽테스키외의 로마의 성공, 로마제국의 실패>는 어떤 책인가.

<페르시아인의 편지>(1721년), <법의 정신>(1748년)과 함께 몽테스키외의 3대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책은 1734년에 <로마의 흥망성쇠에 대한 원인 고찰론>이란 제목으로 암스테르담에서 처음 출간되었으며, 이 책으로 그의 이름이 유럽 전체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는 이 책에서 로마의 멸망에 대해 일반적 통설과는 다른 이유를 제시한다. 즉 로마는 내부의 '분열과 혼란' 때문이 아니라, 정복사업으로 인한 '번영' 때문에 멸망했다고 주장한다.

에드워드 기번과 테오도르 몸젠의 책 등 로마사 관련서들이 다수 소개되고 있는 즈음이라 같이 읽어볼 만하다.

 

 

문제는 법학도들의 필독서라고도 하는 <법의 정신>의 정본 번역본이 아직 없다는 사실이다. 동서문화사판과 홍신문화사판 정도가 번역본이고 책세상판 발췌역 정도가 나와 있다. <법의 정신>을 대중교양서로 읽고 '법의 정신'을 분명히 밝히는 걸 별로 달갑지 않아 하는 세력이라도 있는 것인지, 아직도 말로만 '고전'으로 회자되는 건 좀 유감스럽다. 상황이 호전되기를 기대한다...

 

13. 0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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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상반기 베스트'를 꼽아놓는다. 찾아보니 2008년에 '상반기 베스트'를 선정한 적이 있다. 읽을 만한 책은 많으니 범위를 좁히기 위해선 조건을 다는 수밖에 없는데, 상반기에 리뷰를 쓴 책들 가운데서 골랐다. 예외는 <아주 사적인 독서>(웅진지식하우스, 2013)다. 나로선 베스트이기 이전에 상반기에 낸 유일한 책. 리뷰는 보통 3-4권의 후보작 가운데 한 권을 골라 쓰곤 했으므로 베스트에 값하는 책도 15권 가량은 될 터이다. 리뷰감으로 골라놓고 읽지 못한 책들을 마저 읽을 수 있는 여름이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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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지승호가 묻고 강신주가 답하다
강신주.지승호 지음 / 시대의창 / 2013년 5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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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7년, 근대의 탄생- 르네상스와 한 책 사냥꾼 이야기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이혜원 옮김 / 까치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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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지마 히로시, 나의 한국사 공부- 새로운 한국사의 이해를 찾아서
미야지마 히로시 지음 / 너머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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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 게임- 어떻게 최소의 위험과 비용으로 목적을 이룰 것인가?
다리오 마에스트리피에리 지음, 최호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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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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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시사인(301호)의 '여름의 책꽂이'에 실은 서평을 옮겨놓는다. 상반기 결산 비슷한 모양새가 됐는데, 내가 추천한 책 가운데 하나인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시대의창, 2013)에 대해 적었다. 열일곱 권의 단행본을 펴낸 저자의 책 가운데 한권만 꼽으라면 이 책이 해당할 것이다(거의 모든 것을 집약하고 있기에). 두 권을 더 보태자면 그가 자신하는 대로 <철학 VS 철학>(그린비, 2010)과 <김수영을 위하여>(천년의상상, 2012). 그가 준비중이라는 정치철학에 대한 책과 기독교 비판서도 고대할 만하다.

 

 

 

시사IN(13. 06. 22) 철학자 강신주가 술을 끊은 까닭

 

대중강연과 책을 통해서 독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온 인문학자 강신주가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와 만났다. ‘끝장 인터뷰’라고 할까, 장장 50여 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갈무리한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시대의창)은 강신주표 인문학의 ‘거의 모든 것’을 집약하고 있다.


‘강신주표 인문학’이라고 한 것은 그의 인문학이 무엇보다도 ‘고유명사의 인문학’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모든 사람이 자기 삶과 자기 스타일의 주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삶에서나 글에서나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스타일을 갖고 있느냐가 관건이다. 어째서 자기만의 삶을 살아야 하는가. 그건 우리가 저마다 단독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라는 존재가 천 년 전에도 없었고, 천 년 뒤에도 없을 거라는 자각이 바로 강신주가 말하는 인문정신이다.


그렇게 모든 사람이 자기 스타일대로 살기 위한 조건이 사랑과 자유다. 사랑을 할 때 인간은 자유롭고 강해진다. 자유로운 사람만이 사랑할 수 있고 거꾸로 사랑하는 사람만이 자유를 얻는다. 자유는 독립의 쟁취이기에 혁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가령 한 인간에게 단 한 번의 혁명이 있는데, 그것은 부모로부터 완전히 독립하는 것이다. 인류도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이 주인이 되는 단 한 번의 혁명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혁명의 제스처만 있었지 그런 혁명이 일어난 적은 없다. 우리에게 여전히 인문학이 필요하고 인문정신이 요구되는 이유다.


강신주표 인문학은 어떻게 형성됐을까. 그가 털어놓는 몇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서 엿볼 수 있는데, 일단 인문학자로서는 드물게도 술을 마시지 않는다. 학부시절엔 친구들과 소주를 일곱 병 반씩 비우던 그이지만, 대학원 선후배들이 술자리에서만 교수 욕을 하는 게 싫었다고 한다. 술기운에 의지해 술자리에서만 혁명을 하는 게 못마땅했던 것이다. 당당하게 대놓고 비판하지 못하고 뒤에서만 구시렁거리는 태도는 인문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한 번도 누구한테 의지하면서 공부한 적이 없다는 강신주는 학위논문들을 쓰면서도 매번 지도교수와 싸우고 결국 학교를 나와 대학 바깥에 터전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철학박사 중에서 어디 가서 굽실거리지 않고 이상한 보고서 안 쓰고 살아가는 사람”은 자신이 처음일지 모른다는 게 그의 자긍심이다. 

 

 

 

“모든 인문학은 사랑과 자유에 바치는 헌사”라고 믿는 인문학자가 보기에 한국사회의 공적은 무엇일까. 기독교와 자본과 국가권력, 세 가지다. 강신주는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는 체제를 비판하려면 이 세 가지를 삼위일체로 비판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가와 자본만 공격하면 신한테 몰려가고, 신과 자본만 공격하면 국가로 가기 때문에 한꺼번에 공격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인의 종교적 심성이 원래 원리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무당한테 빌더라도 먼저 작두를 타게 해서 테스트해보는 게 한국적 기복신앙의 건강함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거기서 한걸음만 더 나아가면 신의 노예가 되는 대신에 각자가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와 만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스스로가 주인이 되게끔 교육하는 것이 강신주가 생각하는 자신의 역할이다. 그것이 근본적인 혁명이라고 믿어서다. “사랑해서 스스로 자유를 찾고 주인이 되려는 경향이 정치적인 영역으로까지 확장되는” 것이 바로 혁명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문정신은 정치적 정신이며 민주주의의 정신이다.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가능하다면 그것은 인문정신의 확산을 통해서일 것이다. 당당한 인문정신의 전도사로서 강신주가 우리에게 아직 소중한 이유다.

 

13. 0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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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의 저자 얀 마텔의 신작이 나왔다. <20세기의 셔츠>(작가정신, 2013). 정확하게는 신작이 아니라 재간본이다. <베아트리스와 버질>(작가정신, 2011)의 신판이기 때문이다. 제목이 임의로 바뀐 것은 아니고, 작가가 원래 고려했던 제목이라고 한다(한국어판 서문에 따르면 그렇다). 특이하게도 홀로코스트를 다룬 소설이다. 이야기는 이런 식으로 전개된다.

당나귀 베아트리스와 원숭이 버질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나치에 의해 자행된 유대인 학살, 즉 홀로코스트를 상징적으로 조망한다. <20세기의 셔츠>에서 작가 헨리는 '왜 홀로코스트를 다루는 방식은 역사적이고 사실적인 방식에서 벗어날 수 없는가, 왜 상상력이나 비유를 개입시킬 수 없는가' 하는 데 의문을 갖고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소설을 완성한다. 하지만 출간하기도 전에 관계자들에게 혹평을 받고 글쓰기를 중단한 채 익명의 삶을 살아간다. 어느 날 독자가 보낸 의문의 소포, 뭔가를 감춘 듯한 토막 난 희곡 '20세기의 셔츠'를 받으면서 그의 안온하던 삶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헨리는 이 희곡을 쓴 사람을 만나 그가 희곡을 완성하는 것을 돕게 되고, 어둡고 거칠고 두려운 세계로 점점 더 깊이 끌려들어간다.


눈에 띈 김에 검색해보니 마텔의 책은 5종 가량이 번역됐기에,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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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셔츠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6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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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5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3년 06월 1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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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11월
8,900원 → 8,010원(10%할인) / 마일리지 440원(5% 적립)
2013년 06월 1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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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얀 마텔 지음, 황보석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7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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