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와 몽테스키외, 너무도 친숙한 이름이지만, 그래서 어지간한 책들은 소장하고 있지만 나로선 좀처럼 손에 들지 못하는 저자들이다. 데카르트의 <정념론>(문예출판사, 2013)과 몽테스키외의 <몽테스키외의 로마의 성공, 로마제국의 실패>(사이, 2013)가 비슷한 시기에 번역돼 나왔기에 같이 묶었다.

 

 

데카르트의 더 중요한 저작은 물론 <방법서설>이나 <성찰>일 테지만, 마지막 작품 <정념론>까지 붙여야 왠지 '트로이카' 기분이 난다. 문예출판사판이 실제로 그렇게 구성돼 있다. 이현복 교수가 옮긴 <방법서설>과 <성찰>은 1997년에 나왔으니 꽤나 오래 전이다. 이번에 나온 <정념론>도 프랑스 소르본대학에서 데카르트를 전공한 김선영 박사가 옮겼다. 원제를 직역하면 <영혼의 정념들>인데, <정념론>이라고 굳어진 제목도 본 뜻에 어긋나지는 않는다고.

 

 

 

<정념론>은 물론 처음 번역된 건 아니다. 동서문화사판과 삼성출판사판에 <방법서설>, <성찰> 등과 같이 묶인 전례가 있다.

 

 

데카르트의 핵심 저작으론 <철학의 원리>(아카넷, 2002/2012)와 <성찰>(나남, 2012)가 더 있다. 나남판 <성찰>이 두 권 분량이나 되는 것은 "우리가 보통〈성찰〉이라고 부르는 본문만 출간된 것이 아니라 초판에는 카테루스, 메르센, 홉스, 아르노, 가상디 등의 학자들이 제기한 6개의 반론과 이에 대한 데카르트의 답변이, 재판에는 부르댕의 반론과 이에 대한 데카르트의 답변 그리고 디네 신부에게 보내는 편지가 추가되어" 있기 때문이다. 풀버전이라고 할까. 여하튼 문예출판사판 세 권과 아카넷판 <철학의 원리>, 나남판 <성찰>까지 마련하면 데카르트 컬렉션은 얼추 갖춰진다.

 

 

 

<몽테스키외의 로마의 성공, 로마제국의 실패>는 다른 번역본으론 <로마인의 흥망성쇠 원인론>(범우사, 2007)이란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다(현재는 절판). 몽테스키외의 핵심저작은 물론 삼권분립론을 주창한 <법의 정신>이지만, <페르시아인의 편지>(다른세상, 2002)까지는 국내에 소개돼 있다(예전에 사상전집에 포함됐었다). 이 역시 지금은 절판된 상태. <몽테스키외의 로마의 성공, 로마제국의 실패>는 어떤 책인가.

<페르시아인의 편지>(1721년), <법의 정신>(1748년)과 함께 몽테스키외의 3대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책은 1734년에 <로마의 흥망성쇠에 대한 원인 고찰론>이란 제목으로 암스테르담에서 처음 출간되었으며, 이 책으로 그의 이름이 유럽 전체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는 이 책에서 로마의 멸망에 대해 일반적 통설과는 다른 이유를 제시한다. 즉 로마는 내부의 '분열과 혼란' 때문이 아니라, 정복사업으로 인한 '번영' 때문에 멸망했다고 주장한다.

에드워드 기번과 테오도르 몸젠의 책 등 로마사 관련서들이 다수 소개되고 있는 즈음이라 같이 읽어볼 만하다.

 

 

문제는 법학도들의 필독서라고도 하는 <법의 정신>의 정본 번역본이 아직 없다는 사실이다. 동서문화사판과 홍신문화사판 정도가 번역본이고 책세상판 발췌역 정도가 나와 있다. <법의 정신>을 대중교양서로 읽고 '법의 정신'을 분명히 밝히는 걸 별로 달갑지 않아 하는 세력이라도 있는 것인지, 아직도 말로만 '고전'으로 회자되는 건 좀 유감스럽다. 상황이 호전되기를 기대한다...

 

13. 0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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