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를 조이고 풀고
이야기는 그렇게 쓰는 거지
당신이 유령 이야기를 원한다면
하나도 아니고 둘
그런 걸 원한다면
나사를 한번 더 돌려야 해
한번 더 죄는 거지
아이들을 닦아세우는 거지
그건 심문의 방식
너의 잘못을 알고 있어
추궁하는 거지
나사를 죄는 거지
언제나 한번 더 죌 여지가 있지
자백은 죄면 나온다네
조르면 나오는 거야
도덕은 그렇게 조르는 거
조이고 조르는 거
나사를 죄면서 우리는 앞으로 가
닦달하면서 미래를 열어
가차없는 미래를 열어
잠깐!
아이들은 왜 저기에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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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6-21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량이 많지도 않은데 읽으면서 계속
뭔가 찜찜한 책들이 있는데
(이게 아닌것 같은데 하면서 책장은 넘어가고)
이책이 그랬네요.
손에 뭔가 잡히는게 없는.
제목부터 나사의 회전? 느낌도 없고~
아직 독서 내공이 많이 모질라는듯ㅜㅜ
강의를 안들으면 안되는구나란 생각이 팍팍!

로쟈 2018-06-21 23:39   좋아요 0 | URL
저도 몇년 전에 뭐라고 강의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 소설이에요.^^;
 

여름날 닭 보양식으로
개구리를 잡아 먹이로 주었다
하루에도 수십 마리씩
해부하고 토막내고
나는 개구리 푸주한

개구리를 토막내며
개구리의 사랑도 끝장냈을까
땅바닥에 패대기치면
감전된 듯 부르르 떨던 뒷다리
살 떨리는 사랑이 마침내
뻣뻣하게 늘어지며 나자빠졌던가

하얀 배를가르고
칼끝으로 심장을 도려냈지
모락모락 김이 나지는 않았네
우정은 아니어도
개구리와 살을 맞댄 사이
나는 개구리 푸주한

개구리를 잊은 지 오래
나의 전직도 잊은 지 오래
아무도 내게 과거를 묻지 않는다

단지 몸이 몸뚱이로 느껴질 때
나는 개구리 아닌 개구리
패대기쳐지는 건 일도 아니다

사랑이 끝장나는 건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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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8-06-19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쌤! 설마 쥐, 지네, 송충이 가
차례를 기다리는 건 아니겠죠? ;;;
동생이 유전자 연구원인데, 우아하게^^ 샘플 가지고 실험하다가...가난한 연구소로 옮겨서 쥐를 직접
잡아서 세포 채취하는 일을 하는데,
ㅜㅜ 걔들 몇달간 하루 몇 차례 모이
주고 그러면 애완동물이다, 언니야...
그러며 생명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
작은 화분 키우기도 망설여진다네요.
갑자기 그 생각이 나며...물론 나름
유의미한 기제이겠지만...도마뱀은 그나마 이국적인데^^
바퀴벌레 개구리에선 손가락 터치가
살금살금 ~~~


로쟈 2018-06-19 21:45   좋아요 0 | URL
그래서 이미지는 안 띄우고 있습니다.^^;

로제트50 2018-06-19 21:48   좋아요 0 | URL
>*<
 

바퀴벌레도 세대가 있다면
젊은 바퀴벌레는 바퀴벌레의 보람
다음 세대를 이끌고 갈 미래
우리가 이 고생을 하면서도
생을 포기할 수 없는 희망

바퀴벌레는 왜 바퀴벌레인가
아파트 옥상 물탱크에 숨어 있다가도
젊은 바퀴벌레가 눈앞을 가려
바퀴벌레는 다시 바퀴벌레가 된다
끼약!

바퀴벌레는 침을 삼키고
바퀴벌레는 빗자루를 피해 간다
바퀴벌레는 필사적으로 도주한다
바퀴벌레가 물려줄 수 있는 모든 것
바퀴벌레

어디서건 바퀴벌레
미국 바퀴벌레는 코크러치
러시아 바퀴벌레는 따라깐
그래도 바퀴벌레
어디서건 밟히고

어디서건 죽은 목숨

그래도 바퀴벌레에게 세대가 있다면
젊은 바퀴벌레는 바퀴벌레의 긍지
젊은 바퀴벌레는 대학도 가고
군대도 가지
바퀴벌레는 바퀴벌레를 사랑하지

요즘 뜸한 바퀴벌레
설마 박멸된 것인가
욕실에서도 부엌에서도 자취가 없다
나도 지금은 옥상에 올라가지 않는다
어디서건 포기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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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6-19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 바퀴벌레인가?했더니
카라마조프가의 바퀴벌레~
아닌가요?
암튼 이제 막 까라마조프가의 바퀴벌레를
넘겼네요.(이책도 참 두꺼워요~)

로쟈 2018-06-19 21:46   좋아요 0 | URL
러시아 바퀴벌레도 있지만 그냥 궁금해서요.~
 

마음챙김은 마음 간수지
적들이 알을 품듯이 마음을 품는다
도마뱀은 도마뱀의 마음을
파충류라고 마음이 없나
가오가 없을 뿐이지
우리는 주로 내뺀다네
도마뱀의 마음은 다급한 마음
꼬리가 잘려도 삼키는 마음
형제라고 머뭇거리지 않는다
가끔 욕실벽에 붙어 있다가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만
가슴 더 철렁한 건 우리지
도마뱀의 마음은 얇은 마음
간수하느라
푸르락붉으락 급변한다네
놀라고 내빼는 게 다반사
어쩌다 이런

마음을 간수하는 게
얼마나 힘이 드는지
도마뱀이 도마뱀의 마음을 아는가
알면 챙길 수 없는 마음
도마뱀의 마음
챙기느라 오늘도 바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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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 사이에
유령의 책
이름만 알고 있는 책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책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읽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히틀러의 유령이라고 적는다
히틀러는 죽어서도 죽지 않는군

그토록 유명한 독재자를
그토록 자주 만나는 콧수염을
그러나 저자로는 만나지 않겠다
불길한 투쟁

히틀러의 모델, 미국을 앞에 두고
다시 블랙어스, 암흑의 대지를 떠올리고
2차 세계대전의 마지막 6개월
참호 속으로 들어가려니

다시금 그의 유령이 나타난다
망루가 아닌 식탁에서
글자들 사이에서
금지된 투쟁을 선동한다

읽으면서 부정하고
읽으면서 잊어야 하는 책
나의 투쟁
나는 나의 투쟁을 어디에 두었나

나의 서가에는 크나우스고르만 있지
나의 투쟁
여기서 붙들리다니
얼른 꿈 밖으로 나가야겠다

여기가 역사의 바깥인가
식탁에서 일어나 코드를 뺀다
존재하지 않기에
유령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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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 2018-06-17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리다가 말한 마르크스 유령이 떠오르네요 칼 맑스가 공당산 선언에서 언급한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는 문장도 생각나고 히틀러는 살아있을 때도 신화가 된 인물이지만 죽어서도 더 강하게 신화가 된 인물 그것도 매우 불편하고 어두운 신화로 잊으려고 해도 지우려고 해도 유럽현대사의 히틀러라는 인물은 하나의 형체 없는 유령 처럼 지금도 곳곳에서 출몰하는 느낌 한국에서도 그 유령의 그림자가 언뜻언뜻 보일떄도 있고요 자유한국당과 그 추종세력들을 보면은 그 뿌리 깊은 어두운 유령의 그림자가 보이네요 좋은것이든 나쁜것이든 인류사에 뿌리깊게 내재한 그 파변화 되고 완전히 제거 할수 없는 잔여물이 남아서 떠돌아 다니는 느낌 그게 공산주의가 되었든 민족주의가 되었든 독재가 되었든 유토피아가 되었든~~~

로쟈 2018-06-17 20:52   좋아요 0 | URL
네, 존재론과 유령론은 분리불가능합니다.~

two0sun 2018-06-17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사이의
유령의 책들이야 워낙 많으니
그려려니~
문제는 읽은책마져도 유령의 책 코스프레를~
거기에 속는 멍충이가 되지 말아야는데.
유령 말씀하시니 헨리 제임스의 강의가 기대되네요.
유령에도 여러 유형과 급이 있지 않을까해서.

로쟈 2018-06-17 20:52   좋아요 0 | URL
모든 책은 일단 유령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