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닭 보양식으로
개구리를 잡아 먹이로 주었다
하루에도 수십 마리씩
해부하고 토막내고
나는 개구리 푸주한

개구리를 토막내며
개구리의 사랑도 끝장냈을까
땅바닥에 패대기치면
감전된 듯 부르르 떨던 뒷다리
살 떨리는 사랑이 마침내
뻣뻣하게 늘어지며 나자빠졌던가

하얀 배를가르고
칼끝으로 심장을 도려냈지
모락모락 김이 나지는 않았네
우정은 아니어도
개구리와 살을 맞댄 사이
나는 개구리 푸주한

개구리를 잊은 지 오래
나의 전직도 잊은 지 오래
아무도 내게 과거를 묻지 않는다

단지 몸이 몸뚱이로 느껴질 때
나는 개구리 아닌 개구리
패대기쳐지는 건 일도 아니다

사랑이 끝장나는 건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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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8-06-19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쌤! 설마 쥐, 지네, 송충이 가
차례를 기다리는 건 아니겠죠? ;;;
동생이 유전자 연구원인데, 우아하게^^ 샘플 가지고 실험하다가...가난한 연구소로 옮겨서 쥐를 직접
잡아서 세포 채취하는 일을 하는데,
ㅜㅜ 걔들 몇달간 하루 몇 차례 모이
주고 그러면 애완동물이다, 언니야...
그러며 생명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
작은 화분 키우기도 망설여진다네요.
갑자기 그 생각이 나며...물론 나름
유의미한 기제이겠지만...도마뱀은 그나마 이국적인데^^
바퀴벌레 개구리에선 손가락 터치가
살금살금 ~~~


로쟈 2018-06-19 21:45   좋아요 0 | URL
그래서 이미지는 안 띄우고 있습니다.^^;

로제트50 2018-06-19 21:48   좋아요 0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