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너 좀바르트의 <전쟁과 자본주의>(문예출판사)에 대해서 지난주에 언급한 바 있는데, 제목에서 이미 <사치와 자본주의>(문예출판사)를 떠올리게 한다. 우연이 아닌 게 좀바르트의 주저 <근대 자본주의 발전사에 대한 연구>의 1권이 <사치와 자본주의>이고 2권이 <전쟁과 자본주의>다.
거꾸로 의아한 것은 <전쟁과 자본주의>가 늦게 소개된 이유다. <사치와 자본주의> 번역본 초판이 나온 게 1997년이므로 무려 22년만에 속편이 나온 셈(<사치와 자본주의> 재간본이 나온 게 2017년인 것으로 보아 그제서야 <전쟁과 자본주의>가 기획된 게 아닌가 싶다).
좀바르트는 막스 베버와 동시대인으로 그 못지 않은 명성을 당대에는 누렸다는 학자다. 말년에 나치에 동조하면서 학문적 성취까지 평가절하된 듯싶다. 그러나 근대 자본주의 형성에 관한 베버의 관점(<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과 비교해보더라도 ‘사치‘와 ‘전쟁‘을 키워드로 내세운 좀바르트의 설명이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오히려 더 와닿는다고 해야겠다).
근대문학의 전개과정이 자본주의 발달사와 밀접한 상관성을 갖는다는 보는 것은 특별한 관점이 아니다. 내가 근대문학 강의에서 취하고 있는 관점이다. 다만 설명과 해명을 좀더 세밀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는데 이번 가을부터가 내게는 그런 작업의 시간이다. 비유컨대 초벌구이에 뒤이은 재벌구이. 영국문학과 프랑스문학을 다시 강의하면서 미비한 대목들을 메워나가려 한다.
자연스레 근대 자본주의 발전사도 다시 훑어봐야 하는데 때마침 <전쟁과 자본주의>가 번역돼 <사치와 자본주의>도 다시 구했다. 부르주아 문화에 대한 몇 권의 책들도(두꺼운 책들이 꽤 된다) 작가론들과 함께 참고할 생각(최근의 관심작가는 스탕달과 위고다). 초벌구이에 3-4년이 소요되었으므로 재벌에도 그 정도 걸리지 않을까 싶다. 마무리될 즈음에는 몇 권의 문학강의책이 나와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