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동계급의 사회사, 1910-2010'을 부제로 갖고 있는 셀리나 토드의 <민중>(클, 2016)을 '이주의 발견'으로 꼽는다. 이 분야의 고전인 에드워드 톰슨의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창비)이 1780년대부터 1832년 사이의 노동계급 형성과정을 다룬 것에 견주면, 비록 19세기 후반이 비긴 하지만 그 뒷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다.

 

"20세기를 살아온 노동계급의 숨겨진 역사를 생생한 증언과 세밀한 기록으로 되살려낸 책. 노동계급 출신 역사학자인 저자 셀리나 토드는 영국 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계급이 1910년부터 현재까지 어떻게 이 불평등한 상황에 적응하고 저항하고 현실을 극복해왔는지를 다루고 있다."

아무래도 산업혁명의 발상지이자 자본주의 선진국인 터라 노동계급의 사회사에 있어서 영국은 여러 모로 모델이 된다.  

 

 

덧붙여, 엥겔스의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라티오, 2014), 홉스봄 등의 <노동의 세기>(삼인,2000) 등도 같이 읽어볼 만하다. <노동의 세기>는 " '노동 운동 - 근대의 실패한 기획?'이라는 주제 아래 1999년 9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국제노동사학회'(ITH)의 학술대회 논문들을 이 대회에 참석했던 임지현 교수가 각 발표자들의 동의를 얻어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인데, 현재는 절판된 상태. 구해근의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창비, 2002)는 톰슨의 노동계급 형성론을 한국 상황에 적용한 책이다. 1960년 최초로 도시 임금노동자가 등장하는 시기부터 다룬다.

 

<제르미날>에 대해 강의하다 보니 프랑스 노동계급의 형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는데, 마땅한 책이 나와 있지 않은 듯싶다. 러시아 노동계급의 사회사도 마찬가지다. 문학은 문학이고, 이런 주제를 다룬 역사서가 궁금하다...

 

16. 08.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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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은 티머시 라이백의 <히틀러의 비밀 서재>(글항아리, 2016)다. '한 독서광의 기이한 자기계발'이 부제. 제목과 부제만으로도 어떤 내용일지 어림이 되는 책이다.

 

"'히틀러라는 사람'을 만든 책들에 관한 이야기다. 히틀러의 상승과 몰락에 영향을 끼친 여러 요인 중 그의 독서 습관은 무시 못 할 퍼즐 조각이다.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것으로 악명 높고, 거침없는 장광설과 끝없는 독백을 대화로 알던 그가 중간중간 멈추어 글과 교류하며 단어와 문장을 음미한 것이다. 일찍부터 정치에 열중한 야심가, 그러나 결국 쉰여섯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독재자가 남긴 1만6000권의 장서 가운데, 정서적.지적으로 그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친 책 열 권을 집중적으로 파헤쳐 히틀러를 파악해보고자 한다."

히틀러는 분류하자면 소위 '책벌레'였다. 1만 6000권의 장서 수가 적지 않을 뿐더러 그는 하룻밤에 적어도 한 권씩, 때로는 더 많은 책을 읽어치웠다. 그렇다고 '책이 히틀러라는 괴물을 만들었다'는 결론을 내려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저자는 특별히 10권의 책이 히틀러에게 미친 영향을 면밀히 추적한다. 그의 편독에서 히틀러가 가졌던 망상의 기원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금서로 지정돼 있다가 독일에서도 비판적 주석이 붙은 특별판으로 다시 나온 <나의 투쟁>을 읽어볼 필요가 있는 건 아니다. <히틀러의 비밀 서재>를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거기에도 의의를 두고 싶다.

 

 

 

아직 여름나기용 책을 못 고른 독자라면 이언 커쇼의 <히틀러>(교양인, 2010)가 후보가 될 만하다. 책에 몰입한다면, 일주일은 오싹할 것이다. 제바스티안 하프너의 <히틀러에게 붙이는 주석>(돌베개, 2014)는 시간이 없는 사람도 읽어야 하는 교양 필독서. 히틀러를 이해했다는 느낌을 갖게 해주는 책이다...

 

16. 0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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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으로 재런 러니어의 <미래는 누구의 것인가>(열린책들, 2016)를 고른다. 저자는 <디지털 휴머니즘>(에이콘출판, 2011)으로 먼저 소개됐던 컴퓨터 과학자이자 철학자(에다 시각예술가, 작곡가, 영화감독 그리고 저술가)다. 이 분야에서는 '구루'로 꼽히는 인물이라고.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빅데이터를 가공하여 돈을 버는 세이렌 서버가 인간의 삶과 경제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보여준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어떻게 네크워크를 장악하고 막대한 돈을 벌게 되었을까. 경제가 점차 기술과 정보 위주로 돌아가는 것이 어떻게 중산층의 몰락과 관계가 있을까.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지금의 '정보 경제'를 어떻게 바꾸어야만 할까. 이런 질문들에 대한 '실리콘 밸리의 선지자' 재런 러니어의 답은, 기계의 들러리가 아닌 가치의 주인으로서 인간 존재를 돌아보게 한다."

이런 소개만으로는 감을 잡기 어려운데, "기술, 디지털화, 〈빅데이터〉의 유익함에 대한 반대 견해를 제시하며, 도발적이고 논쟁적이다."(워싱턴 포스트) 같은 추천사가 그래도 참고가 된다. '디지털 자본주의'가 불가피한 현실이 된 상황에서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심지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를 돌아보게 한다니 일독할 만하다.

 

 

더불어 <우리는 어떻게 포스트휴먼이 되었는가>(플래닛, 2013)의 저자 캐서린 헤일스의 <나의 어머니는 컴퓨터였다>(아카넷, 2016)도 눈길을 끈다.  

"캐서린 헤일스는 20세기 말인 1999년에 나온 <우리는 어떻게 포스트휴먼이 되었는가>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듀크 대학의 영문학 교수다. 화학 석사와 영문학 박사 학위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독특한 학력의 문학 비평가이자 인문학자인 헤일스는 이 책에서 20세기 중후반에 발전한 사이버네틱스의 역사를 추적하면서 탈체현된 포스트휴먼 판본을 비판했다. 6년 후인 2005년 헤일스는 <나의 어머니는 컴퓨터였다>를 출간하면서, 앞의 책에서 다루었던 자유주의적 휴머니즘 주체와 포스트휴먼 간의 상호작용은 이미 20세기의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기 시작했다고, 21세기에 들어선 현재 논쟁의 초점은 자유주의 휴머니즘의 전통과 포스트휴먼 사이의 긴장보다는 지능형 기계와 함께 계속 진화해 나가는 포스트휴먼의 각기 다른 판본들에 맞추어지고 있는 듯하다고 말한다."

영문학자이면서 포스트휴먼 이론의 선구자라는 점이 이채로운데, 이 책 역시 '포스트휴먼 총서'의 하나로 출간되었다. 2005년이면 벌써 오래됐다는 느낌을 주기까지 하지만 어쩌면 지금 더 실감나게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주문한 책을 기다리는 중이다...

 

16. 7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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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으로 안드레아 울프의 <자연의 발명>(생각의힘, 2016)을 고른다. 부제가 '잊혀진 영웅 알렉산더 폰 훔볼트'이다. 훔볼트라는 이름에서 독일의 자연과학자 혹은 지리학자를 떠올릴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동시대인들은 '나폴레옹 다음으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나이'라고 여겼다니까 우리에게도 '잊혀진 영웅'이 맞다. 사실 훔볼트란 이름은 내게도 언어학자 '빌헬름 폰 훔볼트'를 우선적으로 떠올리게 한다. 알고 보니 둘은 형제이고 빌헬름(1767-1835)이 형, 알렉산더(1769-1859)가 동생이다. 요컨대 '어느 훔볼트'인지 확인해야 하는 것(베를린의 훔볼트 대학은 누굴 기념하여 세워진 것일까? 둘다?).

 

 

알렉산더 폰 훔볼트의 존재는 재작년에 나온 울리 쿨케의 <훔볼트의 대륙>(을유문화사, 2014) 덕분에 알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책을 구입하고 나서 곧 이사를 하는 바람에 책의 소재를 알 수 없다.

 

 

독서할 기회가 있었다면 그해 여름 베를린 여행중 훔볼트대학에 들어섰을 때 뭔가 생각나는 게 달랐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내게 훔볼트는 언어학자 빌헬름이었다. 찾아보니 틀린 건 아니다. 빌헬름 폰 훔볼트가 베를린대학 설립에 크게 기여했고, 이 대학이 나중에 훔볼트대학으로 개칭되었다는군.   

 

 

아무튼 형 빌헬름 폰 훔볼트의 책, 혹은 그에 관한 책도 몇 권 갖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은 훔볼트란 이름을 알렉산더에게 내주어야 할 것 같다. 그에게로 관심이 이동한 탓이다. 게다가 이번에 소개된 전기가 꽤 수작이다.

"아마존.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이코노미스트 올해의 책, 코스타 어워드 전기 부문 수상작. 알렉산더 폰 훔볼트의 발자취를 따르는 환상적인 여행 속에서, 이 잊혀진 영웅을 재조명한다. 훔볼트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자 했으며, 시대를 너무나 앞서 나갔던 그의 아이디어는 오늘날에는 누가 제시했는지 모를 정도로 상식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훔볼트는 자연을 상호연결된 전체로 바라보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당시에는 급진적이었던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자연’을 발명한 것이다." 

 

겸사겸사 원서와 함께 두 형제의 학문세계를 모두 다룬 김미연의 <훔볼트 형제의 통섭>(역락, 2014)도 주문했다. <식물지리학 시론 및 열대지역의 자연도>(지만지, 2012)는 장바구니에만. 지리학 공부에까지 나설 건 아니지만, 올 여름의 여행은 훔볼트의 여정을 따라가보는 걸로 대신해볼 참이다.  

 

그의 일생은 여행과 연구로 점철되었다고 하는데, 그러면서도 생애의 상당 기간을 '과학계의 허브' 노릇을 하는 데 할애했다고 한다. 무려 5만 통의 편지를 보내고 그 두 배가 넘는 편지를 받았다고. 18-19세기 학자/작가들의 편지 쓰기는 못 말리는 구석이 있다. "지식은 공유하고, 교환하고, 만인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믿음이었다고 한다(이 대목이 마음에 들어서 사실 이 페이퍼도 적게 되었다). 그는 1829년 11월에는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도 방문하여 강연을 했는데, 알렉산드르 푸시킨이 직접 그 강연을 듣고 매혹되어 이렇게 격찬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매혹적인 음성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왕궁의 대폭포분수에 있는 대리석 사자상이 뿜어내는 물줄기 같다."(345쪽)

 

 

이 구절은 뒷표지에도 실려 있는데, 본문에는 이름이 '알렉산드로 푸시킨'으로 잘못 표기되었다. '알렉산드르'를 '알렉산드로'로. 아마도 역자가 러시아어를 스페인어 비슷하게 상상했던 모양이다...

 

16. 0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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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련 뉴스가 매일 빠지지 않듯이 중국 관련서도 매주 출간된다. 최근에 나온 유력한 책은 원톄쥔의 <여덟 번의 위기>(돌베개, 2016)이다.'현대 중국의 경험과 도전, 1949-2009'가 부제. 49년 건국 이후 60년의 중국 현대사를 다룬 책. 그런데 그렇게만 소개하기에는 저자가 너무 거물급이다.

 

 

책은 전작 <백년의 급진>(돌베개, 2013)에 이어서 두번째로 소개되지만, 중국 런민대(인민대) 교수인 저자는 현재 중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식인의 한 명이라고 한다.

"<여덟 번의 위기>의 저자 원톄쥔은 중국의 지식계에서 매우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는 인물이다. 대학 졸업 이후 현장의 정책 연구에 20년 이상 종사했는데, 이를 통해 이론과 현장을 결합하는 실사구시의 실천적 태도를 견지할 수 있었으며, 이데올로기적 선입관 없이 중국 경제의 실상과 발전 경로를 통찰할 수 있게 되었다. 2003년 CCTV(중국중앙텔레비전)가 선정하는 경제부문 올해의 인물로서 조명받았다. 중국 경제와 발전 방향에 대하여 혁신적인 논의를 펼치면서도 농민과 민중의 삶에 뿌리내린 성찰의 결과를 내놓고 있다."

 

추천사에 인용된 대담에서 유시민은 원톄쥔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경제사의 시각으로 중국 현대사를 설명하는 독법은 놀랍고 충격적이다. 하지만 그의 의견에 수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원톄쥔은 근래 최고의 지적 긴장감을 안겨주었다." 곧 중국 현대경제사에 관한 책으로는 단연 '이 한권'에 해당하는 책(유시민 전 장관과의 인터뷰 기사는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10202223105&code=210100). 찾아보니 안희경의 석학 인터뷰집 <문명, 그 길을 묻다>(이야기가있는집, 2015)에도 인터뷰가 수록돼 있다(지면 기사는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6092151435&code=210100 참고). 두 편의 인터뷰를 미리 참고하여 일독해보아도 좋겠다...

 

16. 07. 12.

 

 

 

P.S. 덧붙이자면, 김명호의 <중국인 이야기5>(한길사, 2016)도 출간되었다. 1년에 한권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데, 몇 권까지는 가는지 모르겠지만 이 또한 '장정'에 값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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