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그대로다. <위대한 여성 예술가들>(을유문화사). "지난 500년간 위대한 작품을 남긴 여성 예술가 400여 명과 그 대표작을 가장 광범위하게 발굴하고 집대성한 책." 원저는 지난해에 나왔는데, 그런 시도가 없었을까, 잠시 의문을 갖게 되지만 거의 없었던 모양이다(초점은 다르지만 페미니즘 미술사 책이 몇 권 있었다). 설사 비슷한 종류의 책이 있었다고 해도 이번에 나온 파이돈 편집부판이 가장 방대해 보인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1002/pimg_7537481532690348.jpg)
"이 책은 ‘페미니즘 미술사’가 아니며, 여성의 수난이나 여성적 주제에 관한 작품 모음집도 아니다. 그보다는 재료, 기법, 형태, 주제 등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여성 예술가들의 작품을 수십 년간 연구해 온 대규모의 기록이자,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꾸준히 창작 활동을 펼치는 여성 예술가들을 기념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여성 예술가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최근에 나온 로런 엘킨의 <도시를 걷는 여자들>(반비), 그리고 예전에 나왔던 클라시커50 시리즈의 <여성 예술가>, 플라비아 프리제리의 <단숨에 읽는 여성 아티스트> 등도 같이 볼 수 있겠다. <단숨에 읽는 여성 아티스트> 표지 때문에 생각이 났는데, 동시대 사진작가로 신디 셔면(여성을 다룬 사진작가로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에 관한 책이 아직 한권도 안 나왔다는 사실에 놀란다(친숙해서 뭔가 나와 있는 줄 알았다).
영국 여성 작가들을 가을학기 강의에서 읽고 있어서 문학 쪽으로도 시선을 돌려보면, 정전 작가들만 하더라도 몇 사람의 이름이 고정적이다. 여성 시인은 에밀리 디킨슨과 실비아 플라스, 라는 식.
디킨슨의 시집은 최근 몇년간 계속 나오고 있다.
실비아 플라스의 경우에도 시 전집은 물론, 일기와 소설, 동화, 드로잉집까지 나와 있는 상태. 동시대 시인으로는 에드먼드 리치가 있지만, 여성시의 두 모델이 되는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