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강의 공지다. 푸른역사 아카데미의 여름강좌로 6-7월에 '문학속의 정치'를 진행한다(http://cafe.daum.net/purunacademy/8Bko/241). 부제는 '유토피아를 찾아서'. 주로 유토피아 문제를 다룬 저작들을 읽어보려고 한다. 6월 1일부터 7월 20일까지 8주간 매주 월요일 저녁 7:30-9:30분이다. 구체적인 커리는 아래와 같다(참고로 1강 <국가>는 간략하게 다루며, 나머지 강의의 작품들은 자세히 읽고 검토할 예정이다).

 

어떤 유토피아인가

 

1강 플라톤, <국가>

 


2강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이갈리아의 딸들>

 

 

유토피아의 꿈


3강 윌리엄 모리스, <에코토피아 뉴스>

 


4강 허균, <홍길동전>

 

 

유토피아의 악몽


5강 조지 오웰, <1984>

 


6강 아서 케슬러, <한낮의 어둠>

 

 

유토피아의 딜레마


7강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8강 이청준, <당신들의 천국>

 

 

15. 05. 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번주 시사IN(398호)에 실은 리뷰를 옮겨놓는다. 가라타니 고진의 <철학의 기원>(도서출판b, 2015)을 읽고 적었다. <세계사의 구조>(도서출판b, 2012)에 대한 보유로 <자연과 인간>(도서출판b, 2013) 등과 함께 묶일 수 있는 책이다. 그러고 보니 가라타니의 책에 대해서는 매번 서평을 쓰게 되는군...

 

 

 

시사IN(15. 05 02)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숨은 이유

 

인문 독자라면 가라타니 고진의 책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국내에 이미 스무 권이 넘는 책이 출간되었고, 선집 시리즈인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만 하더라도 열세 권에 이르렀다. <철학의 기원>이 그 열세 번째 책이다. 가라타니를 사상가로서도 자임하게 해준 대표작은 <세계사의 구조>였다. 그의 이후 작업은 자신의 주저를 보충하고 심화하는 것인데, <철학의 기원>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사의 구조>에서 자세히 다룰 수 없었던 “그리스의 정치와 철학”에 대해 논한다. 주안점은 이오니아 자연철학의 의의를 새롭게 조명하고 그와 연관하여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재평가하는 것이다. 


흔히 서양철학의 기원을 소크라테스로 간주한다.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을 ‘자연철학자’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그들의 관심이 주로 자연에 두어졌기에 그 의미를 축소한 것이다. 가라타니는 이러한 통념을 정확하게 뒤집고자 한다. 그는 제자인 플라톤에 의해 소크라테스의 진의가 왜곡되었다고 보며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사상을 분리하고자 한다. 플라톤은 이오니아의 정신과 철학에 대한 비판을 ‘소크라테스’의 이름으로 수행했지만(플라톤 대화편의 주인공이 대부분 소크라테스다) 정작 소크라테스는 이오니아의 사상과 정치를 회복하려고 한 마지막 인물이었다는 게 가라타니의 핵심 주장이다.


이오니아란 소아시아 서부의 좁은 해안과 에게 해 동부의 섬들로 이루어진 지역을 가리키는  고대 지명으로 현재는 터키와 그리스의 일부다. 이오니아의 도시국가(폴리스) 시민들은 아테네와 그리스 본토에서 건너온 이민자들로 구성돼 있었는데, 이들은 씨족과 부족적인 전통에서 떨어져 있었기에 혈연적 유대나 구속에서 자유로웠다. 그래서 자신이 속할 도시를 자발적으로 선택했고, 도시는 이들 간의 사회계약을 통해 성립되었다. 그러면서 시민이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분화되지 않는 ‘무지배’ 형태가 탄생했는데, 이 무지배를 ‘이소노미아’라고 불렀다.


이소노미아는 구성원들의 실질적인 평등에 근거하는데, 이오니아에서 이 평등의 바탕은 시민들의 자유였다. 토지가 없는 자는 타인의 토지에서 일하는 대신에 다른 도시로 이주했기에 대토지소유나 부의 독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말하자면 ‘자유’가 ‘평등’을 강제했다. 이와는 달리 그리스 본토에서는 화폐경제 발달의 심각의 부의 불균형과 계급 대립을 가져왔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스파르타에서는 자유를 희생하는 대신에 교역을 폐지하여 경제적 평등을 강화하고자 했다. 반면에 아테네에서는 시장경제와 자유를 유지한 채 다수인 빈곤층이 소수의 부자로 하여금 부의 재분배를 강제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아테네의 데모크라시(민주정)이다. 우리가 전체주의와 민주주의라는 이분법에만 익숙한 것은 또 다른 정치형태로서 무지배(이소노미아)가 억압 또는 망각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가라타니는 철학의 기원으로서 이오니아의 철학이 이오니아의 정치(이소노미아)와 분리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자연철학이란 인간과 세계를 일관되게 ‘자연’으로 파악하려는 것이었고, 이것은 인간을 지배와 피지배 같은 사회적 관계를 배제하고 이해한다는 뜻이다. 가령 히포크라테스는 어떤 집을 방문하든지 자유인이냐 노예냐를 묻지 않고 의술을 행해야 한다고 말했고, 오늘날 이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포함되어 있다. 가라타니가 보기에 이러한 태도는 노예와 외국인을 경시하고 배제했던 아테네 데모크라시에서는 나올 수가 없다. 뒤집어 보면 ‘자연철학’이라고 부당하게 축소되었지만 이오니아의 자연학은 인간에 대한 탐구와 윤리적 물음까지 포함한 것이었다.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데모크라시에 위협으로 간주돼 사형을 선고를 받은 것은 그가 의식하진 않았더라도 이오니아의 이소노미아를 아테네에 다시금 복원하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게 가라타니의 재해석이다.

 

15. 04. 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월간 다솜이친구(173호)에 실은 '감각의 도서관' 연재를 옮겨놓는다. 매달 두 권의 책을 비교해서 읽는 꼭지인데, 이번에 다룬 건 <이슬람 전사의 탄생>(한겨레출판, 2015)과 <현대 중동의 탄생>(갈라파고스, 2015)다. 최근에 나온 <이슬람 제국의 탄생>(책과함께, 2015)도 현대사는 아니지만 이 지역의 역사를 다룬 책으로 주목할 만하다. IS를 다룬 책들도 앞다투어 여럿 출간돼 있다.

 

 

 

다솜이 친구(15년 5월) 중동의 어제와 오늘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 지역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쟁과 내란에서 소요와 시위에 이르기까지 온갖 유형의 분쟁을 제외하면 오늘의 중동을 그려볼 수 없다. 특히 최근에 와서는 이슬람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의 만행이 거의 매일 국제면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일상화되다시피 한 중동의 분쟁은 왜 시작되었으며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길잡이가 될 만한 책 두 권을 통해서 중동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본다.


한겨레신문 국제부 정의길 기자가 쓴 <이슬람전사의 탄생>(한겨레출판)은 ‘분쟁으로 보는 중동 현대사’를 부제로 내걸고 있다. “지난 70년 동안 전쟁으로 점철된 중동 지역의 역사”를 살펴보는 게 책의 의도다. 중동과 이슬람권 분쟁의 본격적 시작은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과 함께 벌어진 1차 중동전쟁부터다. 이스라엘의 건국에 반대한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은 1970년대 중반까지 네 차례의 전쟁을 치르며, 이스라엘이 모두 승리했다. 아랍 국가들의 패배는 이슬람권 대중들이 세속주의 근대화 대신에 이슬람주의에 더 끌리도록 만들었다. 게다가 세속주의 근대화 세력이 독재정권화 되어감에 따라 ‘아랍 대 서방 및 이스라엘’이라는 투쟁 구도는 ‘이슬람주의 대 세속주의’, ‘민중 대 권위주의 정권’의 구도가 되었다.


그리고 1979년에 일어난 이란의 이슬람 혁명은 이러한 구도를 더 강화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그해 아프가니스탄의 사회주의 정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하자 이슬람은 더 결속된다. 미국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아프간의 무장 게릴라 조직인 무자헤딘을 지원했고, 오랜 전쟁 끝에 아프간의 군벌 세력과 무자헤딘은 결국 소련을 물리친다. 전쟁이 끝나자 무자헤딘 전사들은 본국으로 돌아가서 이번에는 ‘불경한’ 세속주의 정권과 미국 등 외세에 맞선 무장투쟁을 전개한다. 나중에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도 아프간 전쟁이 키운 인물이다.  


1980년에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이란을 상대로 전격적인 전쟁을 벌였고, 이때 미국은 이란 혁명을 전복하기 위해 이라크를 지원했다. 하지만 1988년까지 지속된 이란과의 전쟁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자 후세인은 1990년 쿠웨이트를 갑자기 침공해 점령하고 이는 미국과 서방 다국적군이 참전한 걸프전을 야기했다. 이어서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사회주의권 내 이슬람 지역 민족들이 분리 독립을 요구하면서 ‘포스트소비에트 분쟁’을 낳았다.

 

 

2001년의 9.11 테러는 테러와의 전쟁을 촉발하면서 다시금 이슬람권의 분쟁을 국제전으로 확장시켰다. 지금도 시리아와 이라크에서의 내전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당초 알카에다의 지부로 출발했던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이슬람국가’는 세력을 확대해 IS로 조직을 바꾸고 잔인한 학살과 무력충돌을 주도하고 있다.


이렇듯 끊이지 않고 있는 분쟁의 원인은 무엇인가. 저자는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착취와 미국 과 서방의 잘못된 대외정책에서 비롯한 이슬람권의 저개발이 주된 원인이라고 본다. 게다가 내부적 요인으로는 이 지역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건조화와 가장 역동적인 인구 성장을 든다. “실업이 만연한 이슬람권 국가에서 혈기방장한 젊은 인구층의 들끓는 에너지가 오늘날 이슬람권 분쟁과 이슬람주의 확산의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역사가 데이비드 프롬킨의 <현대 중동의 탄생>(갈라파고스)은 ‘중동 문제의 바이블’로 일컬어지는 고전이다. 저자는 중동 문제의 기원이 제1차세계전 도중에, 그리고 종전 뒤에 연합국이 내린 결정에 있다고 주장한다. 기간으로는 1914년에서 1922년 사이다. 이 기간에 중동의 국가들과 국경선이 유럽에 의해 결정되었다.

 

지도에 선을 그어 이라크와 요르단을 구분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의 경계를 정한 것이 영국 관리들이었다. 문제는 이들이 이 지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근시안적인 결정을 밀어붙인 데 있었다. 영국은 프랑스, 러시아와 함께 중동을 분할하는 데만 관심을 가졌을 뿐, 전쟁 이후 중동 사람들의 필요와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는 등한시했다. 오늘날 중동이 겪고 있는 정치문명의 위기는 그 씨앗이 1922년 유럽 국가들에 의해 뿌려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15. 04. 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이 '세계 책의 날'이었다. 책의 날을 맞아 어제 뉴스1에서 질문을 보내와 답한 바 있는데, 오늘 기사로 떠서 옮겨놓는다. 아래가 질문 문항이다.

 

23일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뜻깊은 날이다. 원래 스페인의 한 지방에서 책을 읽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던 세인트 조지의 축일이었던 이 날은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가 사망한 날이기도 하다. 유네스코는 매년 이날을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로 지정했고 우리나라도 자치단체 및 출판계와 서점계가 이날을 기념해 다양한 행사를 연다. 책의 날을 맞아 책으로 꿈을 키웠고 책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답을 얻었다.

1. 가장 어렸을 때 본 책은 무엇인가(태어나서 최초로 본 책이랄까)? 그때 어떤 느낌을 가졌나?
2. 지난 1년간 읽은 책 중 가장 좋았던 책은?
3. 책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예를 들어, 책이 어떤 형태를 가질 지 등)
4. 책과 관련해 아쉬운 점과 개선돼야 할 점은? (책값에 대한 불만이나...등등)

△로쟈(본명 이현우, 출판평론가)

1. 소파 방정환의 '사랑의 선물'과 계림문고 위인전 시리즈가 첫기억이다. 글자들의 세계로 입문하면서 재밌고 멋진 뭔가 다른세계를 경험하는 느낌을 받았다.

2. 제바스티안 하프너의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과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

3. 모든 사람이 저마다 자기 책의 저자가 될 수 있다. 일인 미디어가 활성화되는 것처럼. 그건 거꾸로 '저자'의 의미를 반감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저자'라는 신화에서 벗어나겠지만 그게 긍정적일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4. 책은 여전히 재화로서 저렴하다. 너무 많은 책들이 나오고 있어서 문제일 뿐. 누구도 다 읽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좋은 책은 결코 드물지 않다. 다만 오늘의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게 해주는 날카로운 비평과 사려깊은 성찰을 담은 책은 부족하게 여겨진다. 우리는 아직 우리를 알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좋은 장편소설과 논픽션이 여전히 부족하다.

 

15. 04. 23.

 

 

P.S. 이번주 신간으로 경향신문의 '뉴파워라이터' 연재가 단행본으로 묶여 나왔다. 부제는 '파워라이터 24인의 글쓰기 + 책쓰기'. '서평가'라는 직함으로 인터뷰를 한 적이 있으니 이 또한 내게 책이란 무엇인가를 말해주는 의미가 있겠다. 소개는 이렇다.

각 분야 파워라이터 24명에게 배우는 글쓰기와 책쓰기. 과학, 경제, 평론, 요리, 미술, 서평 등 어느 분야든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개성 있게 써낼 수 있다면 당신도 작가 될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셈이다.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당신을 위해 이 시대 파워라이터들이 털어놓는 글쓰기 속살을 낱낱이 공개한다.

덧붙여, 뉴스1 설문에서 기사화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1년간 읽은 책 중 가장 좋았던 책은?'이란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제바스티안 하프너의 <히틀러에 붙이는주석>. 길지 않은 분량으로 얼마나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는지 보여준 실례. 히틀러의 모든 것을 알게 해준다.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 '책의 인간' 스토너의 일생은 책을 읽는 인간의 표준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강의공지다. 5-6월에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12시한우리 독서토론논술 광명지부(한우리독서 작은도서관)에서 인문교양 강좌를 진행하는데, 8주간 8권의 책을 읽어나갈 예정이다. 유료 강의이며 관심이 있는 분들은 누구든 참여하실 수 있다(문의는 02-897-1235/ 010-8926-5607). 구체적인 일정은 아래와 같다.

 

1. 5월 07일_ 가라타니 고진, <철학의 기원>(도서출판b, 2015)

 

 

2. 5월 14일_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변명>(이제이북스, 2014)

 

 

3. 5월 21일_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와이즈베리, 2014)

 

 

4. 5월 28일_ 유시민, <국가란 무엇인가>(돌베개, 2011)

 

 

5. 6월 04일_ 고종석, <언어의 무지개>(알마, 2015)

 

 

6. 6월 11일_ 유종호, <문학은 끝나는가?>(세창출판사, 2015)

 

 

7. 6월 18일_ E. H. 카, <역사란 무엇인가>(까치, 2015)

 

 

8. 6월 25일_ 데이비드 버스, <욕망의 진화>(사이언스북스, 2007)

 

 

15. 04. 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