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세계 책의 날'이었다. 책의 날을 맞아 어제 뉴스1에서 질문을 보내와 답한 바 있는데, 오늘 기사로 떠서 옮겨놓는다. 아래가 질문 문항이다.
23일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뜻깊은 날이다. 원래 스페인의 한 지방에서 책을 읽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던 세인트 조지의 축일이었던 이 날은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가 사망한 날이기도 하다. 유네스코는 매년 이날을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로 지정했고 우리나라도 자치단체 및 출판계와 서점계가 이날을 기념해 다양한 행사를 연다. 책의 날을 맞아 책으로 꿈을 키웠고 책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답을 얻었다.
1. 가장 어렸을 때 본 책은 무엇인가(태어나서 최초로 본 책이랄까)? 그때 어떤 느낌을 가졌나?
2. 지난 1년간 읽은 책 중 가장 좋았던 책은?
3. 책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예를 들어, 책이 어떤 형태를 가질 지 등)
4. 책과 관련해 아쉬운 점과 개선돼야 할 점은? (책값에 대한 불만이나...등등)
△로쟈(본명 이현우, 출판평론가)
1. 소파 방정환의 '사랑의 선물'과 계림문고 위인전 시리즈가 첫기억이다. 글자들의 세계로 입문하면서 재밌고 멋진 뭔가 다른세계를 경험하는 느낌을 받았다.
2. 제바스티안 하프너의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과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
3. 모든 사람이 저마다 자기 책의 저자가 될 수 있다. 일인 미디어가 활성화되는 것처럼. 그건 거꾸로 '저자'의 의미를 반감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저자'라는 신화에서 벗어나겠지만 그게 긍정적일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4. 책은 여전히 재화로서 저렴하다. 너무 많은 책들이 나오고 있어서 문제일 뿐. 누구도 다 읽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좋은 책은 결코 드물지 않다. 다만 오늘의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게 해주는 날카로운 비평과 사려깊은 성찰을 담은 책은 부족하게 여겨진다. 우리는 아직 우리를 알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좋은 장편소설과 논픽션이 여전히 부족하다.
15. 04. 23.
P.S. 이번주 신간으로 경향신문의 '뉴파워라이터' 연재가 단행본으로 묶여 나왔다. 부제는 '파워라이터 24인의 글쓰기 + 책쓰기'. '서평가'라는 직함으로 인터뷰를 한 적이 있으니 이 또한 내게 책이란 무엇인가를 말해주는 의미가 있겠다. 소개는 이렇다.
각 분야 파워라이터 24명에게 배우는 글쓰기와 책쓰기. 과학, 경제, 평론, 요리, 미술, 서평 등 어느 분야든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개성 있게 써낼 수 있다면 당신도 작가 될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셈이다.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당신을 위해 이 시대 파워라이터들이 털어놓는 글쓰기 속살을 낱낱이 공개한다.
덧붙여, 뉴스1 설문에서 기사화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1년간 읽은 책 중 가장 좋았던 책은?'이란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제바스티안 하프너의 <히틀러에 붙이는주석>. 길지 않은 분량으로 얼마나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는지 보여준 실례. 히틀러의 모든 것을 알게 해준다.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 '책의 인간' 스토너의 일생은 책을 읽는 인간의 표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