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가 없는 주말은 (물론 집안일도 없어야 하지만) 휴식의 시간이다(휴식의 느낌을 준다는 뜻이다). 평일보다 한 시간 이상 더 잠을 자고 간단히 아침을 먹은 뒤 책정리(다운받은 책들 정리)와 강의자료 만들기, 유튜브(주로 시사나 잡담) 듣기를 병행한다. 매일의 주된 일과는 강의준비와 강의이기에 이제 전투 모드로 들어가야 하지만, 잠시 시간을 내서 (한때는 주된 일과에 속했던) 서재일을 한다. 새로 나오거나 구입한 온갖 책들의 앞뒤 얘기를 늘어놓는 것.
어제 배송받은 책의 하나가 프레더릭 코플스턴('코플스톤'으로도 표기)의 <프랑스.독일의 계몽주의와 칸트>여서 코플스턴 철학사에 대해 정리해두려 한다.<칸트>는 꽤 유명한 코플스턴 철학사(전9권)의 제6권에 해당하는 책인데, 따로 <칸트>라는 제목으로만 나오기도 했다. 코플스턴(1907-1994)은 영국의 철학사가로 예수회 신부이면서 런던대학의 교수였다.
안 그래도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작가들을 강의에서 다루면서 자연스레 독일 계몽주의와 칸트로도 관심이 넘어가던 중이었다(추이로 보면 영국 계몽주의에서 프랑스 계몽주의로, 그리고 독일 계몽주의로 넘어가는 과정이 관심사다).
코플스턴의 철학사는 앞서 <그리스로마 철학사>(제1권)나 <중세철학사>(제2권) 등이 철학과현실사나 서광사 같은 철학전문 출판사에서 나온 적이 있었지만 절판되고 더 이어지지 않았다. 2008년에 <18.19세기 독일철학>(제7권)이 나오고 그만이었는데(나도 네댓권을 영어판을 구하고 접었던 것 같다). 북코리아에서 2015년에 펴낸 <그리스로마 철학사>도 앞서 나온 번역본의 재간 정도였다.
추세가 바뀐 건 재작년부터로 보이는데, 북코리아에서 양장본으로 제3권 <후기 스콜라 철학과 르네상스 철학>을 펴낸 것. <그리스로마 철학사>와 달리 크라운판 양장본이고 이게 이번에 나온 제6권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연 현대철학까지 완간할 계획인지는 알 수 없지만(현재로선 8권과 9권이 남았다), 아무려나 그래서 기대를 접었던 <코플스턴 철학사> 컬렉션을 다시 시도해본다. 전9권의 목록이다. 아직 번역되지 않은 건 원서로 대신했다.
제1권 <그리스로마 철학사>
제2권 <중세철학사>
제3권 <후기 스콜라철학과 르네상스 철학>
제4권 <합리론>
제5권 <영국경험론>
제6권 <프랑스.독일의 계몽주의와 칸트>
제7권 <18.19세기 독일철학>
제8권 <영미 현대철학>
제9권 <프랑스 현대철학>
'코플스턴의 철학사'라지만, 정확히는 '코플스턴의 서양철학사'다. 현재 소개된 서양철학사 가운데서는 가장 방대한 분량. 그만큼 자세하다는 게 강점이겠다.
다른 선택지로는 여러 차례 번역본이 나온 러셀의 <서양철학사>가 대표적이고, 기타 몇종의 철학사가 더 나와 있다(옥스포드대학 철학교수 앤서니 케니의 서양철학사 시리즈는 따로 리스트로 묶은 적이 있다).
그리고 이제 보니, 작년에 다시 나왔는데, 독어권 서양철학사로는 힐쉬베르거의 책이 가장 두껍고 자세하다(영어판 요약본도 나와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