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김포공항 2층 스타벅스.
7시 30분 비행긴데 너무 일찍 왔다.
울산에 시험을 보러 가는 길이다. Black Belt가 되기 위하여!
오...제발 합격하기를!

어제 시험공부를 하러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학기 초라 도서관에 자리가 있을 줄 알고(너무 도서관의 현실을 몰랐다!)
점심 먹고 어슬렁 거리며 갔다가 1시간 넘게 기다려 열람실에 들어갔다.

처음 가본 평촌도서관의 열람실은
칸막이가 없는 네모난 테이블에 6명씩 앉는 구조였다.

좌석표를 들고 두리번거리다 내 자리를 찾았을 때,
난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 했다.

내 옆에 앉은 남자는 너무도, 너무도....
개콘 <현대생활백수>의 고혜성과 똑 같았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 남자는
파란 츄리닝 바지에 하얀 면티, 커다란 엄지 발가락이 도드라지게 튀어 나온 샌달 차림으로
오른쪽 다리를 흔들며 책에 밑줄을 치고 있었다.

<9급 공무원 행정법총론>을 펼쳐 놓고
그 남자는 "기계적"으로 밑줄을 치고 있었다.
(그 남자는 조사를 제외한 모든 단어에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쳤다.)

공부를 한다기 보다는
끊임 없이 동그라미를 치며 낙서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끔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그 남자랑 눈이 마주치면
그 남자는 한번 씩~ 웃어주기도 했다.
약간 느끼하기도 하고, 어찌 보면 순진무구해 보이기도 하는 알쏭달쏭한 미소였다.

그 남자는 핸드폰 진동이 울릴 때 마다 잽싸게 나가 30분 넘게 들어오지 않았고,
저녁을 먹으러 나가서는 2시간 넘게 들어오지 않았다.

9시가 되었을 때,
그 남자는 보람찬 하루를 마감하며 짐을 쌌다.
그때 또 눈이 마주쳤는데 그 남자는
"나 먼저 갈께요!" 하는 표정으로 고개까지 까딱하며 나갔다.

집에 와서 친구랑 전화를 하다
"그 남자는 합격할 수 있을까?
요즘 공무원 시험 경쟁률 장난 아니라고 하던데..." 했더니
친구는 바로 잘라 말했다.
"너나 시험 잘 봐! 공부는 많이 했냐?"
맞다. 노닥거릴 시간이 있으면 책을 한번 더 봐야 하는데...지금도!

아...비행기 탈 시간이 됐다!

오늘도 그 남자는 도서관 한쪽에 앉아 다리를 흔들며 동그라미를 칠 것 같다.
그 남자, 그 파란 츄리닝맨을 응원하고 싶다.

힘내세요, 홧팅!

또 나의 BB시험 턱걸이 합격을 위해서......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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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6-09-11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합격하세요!!

프레이야 2006-09-11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울산까지 오셔서 시험 보시는군요. 합격하시길 기원할게요^^ 꼭~~
파란추리닝의 그분은 어찌 될까나, 궁금^^

마늘빵 2006-09-11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아니 무슨 시험을 보시길래 울산까지...? ^^ 잘 보내세요.

혜덕화 2006-09-11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험 잘 보시고, 활짝 웃는 글 기대할게요.^^_()_

바람돌이 2006-09-11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랙벨트라뇨? 태권도 검은띠 말인가요? ^^;;
도서관에서 오래 공부하다보면 다들 그 사람같이 되는것 같던데....
사실은 저도 옛날에 도서관에서 한 2년을 죽쳤는데 뭐 비슷했던것 같아요. ^^

바람돌이 2006-09-11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태권도 검은띠 시험 꼭 합격하세요. ㅎㅎㅎ

드팀전 2006-09-11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권도 검은때 맞는거 같은데...앞으론 까불지 않겠슴돠.!!
태권@@ 근데 6시그마가 뭔지...언젠가 누가 한 권 가져다 준 적 있었는데 당최 경영 뭐이런거랑은 초등학교 때 부터 친하지 않아서...

hnine 2006-09-11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남자 덕분에 도서관에서의 하루가 그닥 지루하지 않으셨겠어요.
울산, 잘 다녀 오세요.

BRINY 2006-09-11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시그마 시험도 있군요. 시험이란게 몇번을 봐도 대범해질 수 없네요. 그런데 점점 저는 배째라 모드로 가는 중^^ 시험 잘보고 오세요~

비로그인 2006-09-11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늦었지만 벌써 시험 잘 보셨겠죠?^^

잉크냄새 2006-09-11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하하,,,드디어 검은띠에 도전하시는군요. 전 시험은 합격하고 수료증은 땄는데, 정식 검은띠가 되기 위하서는 2번의 프로젝트를 더 실행하고 표준협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고 합니다. 전 올해는 물건너 간듯 합니다....시험 잘 치르시길...

끼사스 2006-09-11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학교 다닐 때 늘 중도 앞에서 일장연설을 하고 있던 '링컨 아저씨'를 퇴근길 잡지 읽으러 갔던 정독도서관에서 조우하는 진기한 경험을 했다는….(열정적인 혼잣말은 여전하시더군요) 꼭 합격하실 거예요. 몇 년 후엔 수선님 이름을 뉴스에서 자주 볼 수 있으리란 예감이 듭니다요.

마태우스 2006-09-11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수선님이 검은띠라니 더 멋져 보이는군요. 저도 뭐 합기도 초단이긴 합니다만....^^ 검은띠끼리 친하게 지내요!

moonnight 2006-09-11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험 잘 보셨나요? 항상 바쁘게 지내시네요. 흐으. 파란 추리닝의 그분도 일이 잘 풀리셨음 좋겠네요. 수선님 글을 읽으니 왠지 응원하고 싶어지는. ^^;
 

오늘 헬스 탈의실에서 있었던 일.

친구로 보이는 30대 초반 두 거구 여자의 대화.

A : (빗질을 하며) 야....너무 배 고파.
B : (얼굴에 스킨을 바르며) 나두. 진짜 배고프다.
그래도 참자. 힘들게 운동한게 아깝쟎아.
(눈밑에 아이크림을 바르며) 근데...뭐 간단히 먹을까?
A : (드라이로 머리를 말리며) 정말...갈등되네.
야...있쟎아, 우리 냉면 하나만 시켜서 나눠 먹자!
B : (완전히 고개를 돌려 A를 쳐다보며) 그럴까?
야! 기왕 먹는거 차라리 한 그릇씩 먹자.
A : (드라이를 잠시 끄며) 냉면 한그릇씩?
그러면 차라리 고기를 먹는게 낫지 않을까?
고기는 단백질이쟎아.
그래, 탄수화물 보다는 단백질이 나을 것 같아.
B : (양손으로 볼을 탁탁 치며 로션을 바르며)
그래! 차라리 고기를 먹자!

그녀들은 이런 대화 끝에 사이 좋게 탈의실을 나섰다.

집에 오는 버스에서 이런 생각을 했다.
' 지금쯤....그녀들은 고기를 다 먹고 입가심으로 냉면을 먹고 있지 않을까? '

나도 그녀들처럼 마음 맞는(?) 친구랑 함께 운동을 했다면
머리가 젖은 채로 버스를 타는 대신
어디선가 감자탕 속의 푹 익은 고기를 공격적으로 뼈째 뜯어 먹고
"언니! 밥 볶아 주세요!"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역시 운동은...혼자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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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9 0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6-08-09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그래서 저는 운동을 안한다지요.
이런 말도 안되는 변명을.... ^^;;

kleinsusun 2006-08-09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정말....말도 안되는거 아시죠?!? ㅎㅎㅎ

마태우스 2006-08-09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동하고 나서 먹는 재미가 또 얼마나 큰데요^^

마늘빵 2006-08-09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흐. 저도 요새 자꾸만 꾸역꾸역 먹어대는 통에 운동 효과를 못보고 있다는.

다락방 2006-08-09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미치겠다. 너무 웃겨요. ㅋㅋ 저는 어차피 운동안해도 먹는거, 하고 먹으면 안하고먹는것보단 낫겠지, 하면서 먹어요. 하하. 저여자들 너무 재밌어요. ㅋㅋ

kleinsusun 2006-08-09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맞아요. 특히 샤워하고 개운한 상태에서 차가운 맥주가 넘아가는 바로 그 맛! 정말 쵝~오!^^

아프님, 네....전 술이 문제예요. 술만 안 마시면 몸짱되는데...ㅎㅎㅎ

다락방님, 저도 그녀들의 대화가 생각나서 오늘 아침까지 끼득거렸어요.
얼마나 진지했는데요!!! 담에 탈의실에서 마주치면 웃음이 터질 것 같아 살짝 걱정되요.ㅎㅎ

nada 2006-08-09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한 명은 칼같이 짤라야 하는데, 두 분이 마음이 심히 잘 맞나 봐요. 그래도 귀여워 보이네요~

로드무비 2006-08-09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지금쯤....그녀들은 고기를 다 먹고 입가심으로 냉면을 먹고 있지 않을까? '

시원한 맥주까지 곁들여서......
안 봐도 뻔합니다.ㅎㅎㅎ

잉크냄새 2006-08-09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들은 고기를 먹고 입가심으로 냉면을 먹고...
무더위에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고 빈속에 위장버릴까 안주로 땅콩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서로의 얼굴을 보고 킥킥대며 "내일은 참자"라고 격려하겠네요.^^ㅎㅎ

kleinsusun 2006-08-10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한 명이 칼같이 짜르기는커녕 대화를 할 수록 상황이 진전되던데요. ㅎㅎㅎ
저도 이런 경험 있어요. 오늘까지만 먹자! 먹고 죽은 귀신이....하며 배 터지게 먹은 행복한 기억들^^


로드무비님, 네...안 봐도 비디오예요.
"여기 시원한 맥주부터 한병 주세요!" ㅋㅋ

잉크냄새님,
1차에서 삼겹살에 소주를 배 터지게 먹고,
2차에서 맥주를 마시는 거. 요게 젤로 살찌쟎아요.
근데 제가 어제....그랬어요. 지금 얼굴이 보름달 같아요. 우째...... ㅎㅎㅎ

다락방 2006-08-11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차에서 삼겹살에 소주를 배 터지게 먹고,
2차에서 맥주를 마시는 거. 요게 젤로 살찌쟎아요

--->제가 제일 잘 하는거예요 ㅜㅜ
 

어제 "미니 회식"을 했다.
※ 미니 회식 : 전원이 모이는 공식 회식은 아니지만, 불참하기엔 약간의 의무감이 느껴지는 자리.할 일 없는 S과장이 지어낸 말임.

삼겹살을 먹고(맨날 다이어트, 다이어트 하면서 미친 듯이 먹었다. "처음처럼" 도 정말...처음 마셔 본 것처럼 많이 마셨다.), 맥주나 한잔 더 하자며 호프집에 갔다.

인원은 다섯 명이었다.
상무님, K차장, K과장, S과장, 이제 막 신입사원 딱지를 뗀 2년차 사원 Y.

원래 맥주 한 병씩만 가볍게 마실 생각이었기 때문에 곧 끝날지 알았는데
얘기가 길어지고, 그래서 한병 더 시키고,
얘기가 길어지고, 그래서 또 한병 시키고 하다보니
꽤 오래 있게 되었다.

Y는 예상 외로 시간이 길어지자 초조하게 시계를 봤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여친 생각에 안절부절 못하며...
※ Y의 여친은 회식할 때 마다 데리러 온다.

그런데....곧 끝날 것 같은 분위기에서
화장실에 갔는지 알았던 Y가 여친을 데리고 들어왔다.
Y는 좋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씩씩하게 말했다.
" 상무님, 제 여자친굽니다."

난 순간....짜증이 났다.
Y의 여친은 전에도 본 적이 있지만,
상무님도 계신데 신입사원이 여친을 데리고 오는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너무 수직사회에 익숙해졌나?
내가 이상한 건지, Y가 대담한 건지....

밖에서 여친이나 남친이 기다리고 있는데
회식이 곧 끝날 듯 끝날 듯 하면서 길어지는 상황.
아주 흔하디 흔한 일이다.
물론....나도 겪어 봤다. 옛날 얘기지만...

이런 경우에 난

1. "회식이 끝날 듯 끝날 듯 하면서 안 끝나.
미안한데 좀 더 기다려 줘. 미안미안!"
이렇게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하고, 회식이 끝나고 나간다.
2. "회식이 이상하게 길어지네.
미안해, 기다리지 말고 먼저 가."
정말 미안해서 먼저 가라고 하지만(빈 말 아님), 대부분 기다린다.
3. 화장실 가는 척 슬쩍 사라져 도망간다.

1~3 중 하나의 방법으로 대처했다.
Y가 택한 "기다리지 말고 들어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쩌면....난 Y처럼 상대방에 대한 확신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날 잡고, 결혼식장까지 예약한 Y는 온 세상 사람들에게 여친을 소개하고 싶어한다.
만약 나도 그런 "확실한" 상황이었다면 Y처럼 "자기야, 기다리지 말고 들어와!" 그랬을까?
음....겪어 보지 않아서 알 수 없다.

어쨌거나...
어제 Y가 여친을 데리고 들어 왔을 때는 그닥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것도 거의 파장 분위기였는데
"new face"가 등장하니까 어쩔 수 없이 과일 안주도 하나 시키고,
돌아가면서 Y의 여친에게 뻔한 질문도 하고 하는 썰렁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 지금 박사과정이라고 하던데, 전공이 뭐예요? "
" 논문만 쓰면 된다구요? 얼마나 걸리는데요? "
" 집은 어디예요? " 등등.

나도 말을 시켜야 한다는 의무감 및 부담감에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아...한참 어린 후배의 여친까지 접대해야 하나....이런 생각을 하면서...

화제는 두 사람의 우여곡절 "결혼 성공기"로 이어졌다.
처음에 반대하던 여친 아버지께 어떻게 허락을 받았는가?
신나서 침이 튀게 말을 하는 Y를 보면서 슬금슬금 짜증이 났다.

K차장이 말했다.
" 성과장은 언제 보여주실 꺼예요? 그런 날 빨리 오길 바래요."

오늘 아침, 친한 Bruce 과장한테 어제 기분 안 좋았었다고 얘기했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 좋아 죽겠다는데 어쩝니까? 우리가 이해해야죠.
성과장님이 기분 안 좋은거 티 내면,
오히려 성과장님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는거 아시죠? 허허허"

무슨 말인가 곰곰 생각해 보니...
그렇게 직접적인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내가 어제 일에 짜증내는걸
"노.처.녀의 히스테리"로 주변에서는 받아 들일 수 있다...는 말이다.

아......
아......
막 억울하고 그런게 아니라, 그럴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어떤 경우에도 절대 기분 나쁜 티를 내면 안되겠다.

그런데....
설마 내가...
어제 짜증났던 게....진짜 그런 이윤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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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6-04-27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아직 사회물을 덜 먹은건가요... 제 또래지 싶은 Y가 귀여워 보이는데요.
여자친구 손 잡고 술집 문 다시 열 때, 많이 떨렸을 거에요.
속 넓은 누나니깐 그 밝은 얼굴 보고 구여운 것. 하고 그냥 한 번 웃어주세요.
한 발자욱만 물러서면 뭐. 구엽잖수. 맘넓은 수선누나 화이팅 ㅎㅎ

2006-04-27 1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4-27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츠녀의 히스테리 맞아요, 수선님.=3=3=3

사실 저 상황은 저도 잘 이해 안되네요.
수선님과 비슷한 마음.^^

드팀전 2006-04-27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Y의 여자친구가 와서 회식이 길어진게 열받겠네요.전 회식하면 앉을때 부터 갈 생각만 하는 -그래서 가끔 술 취한 부장에게 상당히 기분나쁜 소리도 듣는-그런 사람이라서 여자를 데려오던 어머니를 데려오던 상관은 없는데 파장 나는 분위기에 다시 시작이라니..이건 좀 짜증나죠...전 그럴때 이래요..."자...여자친구도 왔구.제가 폭탄주를 한 잔 드리고 저두 쭈욱 먹고....저 먼저 나갈께요."

릴케 현상 2006-04-27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번 맘에 드네여^^ 파장인데, 다시 시작하는 거 정말 싫죠~소개하고 싶어서 그런 것 같지만

코마개 2006-04-27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저는 그냥 이뻐보이는데. 저 같은 경우는 "어머 어서와요~~"그럼서 막 먹이는데요. 별로 경우 없어 보이지도 않고...나만 그런가?
그런데 회식때 마다 와서 기다리는건 좀 엽기네요. 미저리가 연상됩니다.

플레져 2006-04-27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친을 무지 소개하고 싶었나봐요. 남자건 여자건 확신있는 사람만 소개하게 되니까^^ 결혼전에 저도 남편 회사 회식자리에 본의아니게 낀 적 있어요. 고맙게도 저한테 많은 질문을 안해서 편했습니다 ㅎㅎ 저라면, 밖에서 기다리는 거 안해요. 그냥 회식해라, 다음에 만나자! 미래를 위해선 이 방법이 더 좋지 않을까요? 결혼 후에도 그런 일 생기면?? 으... 암튼, 수선님, 그냥 그러려니 하세요. 예민한 사람 취급당하면 엄청 골치아파져요.

kleinsusun 2006-04-27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야, 난....밴뎅이 속인가봐.ㅎㅎㅎ
맞어, 마음을 넓게 가지고, 귀여워 해야지.^^

속삭이신님, 이해해 주시는군요. 오늘 그 후배 보니깐 괜히 미안하더라구요.ㅎㅎㅎ

로드무비님, 노츠녀의 히스테리 맞는거예욤? 우째.... ㅎㅎㅎ

드팀전님, 어제 Y의 여친은 차를 가지고 와서 술도 한 방울도 안마셨어요.괜히 과일 안주를 시켜서 또 제가 먹고 말았다는...ㅎㅎㅎ

kleinsusun 2006-04-27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님, 3번은 제가 자주 하는거예욤. ㅎㅎ 님도 잘 하시나요?

강쥐님, Y의 여친은 거의 맨날 회사 앞으로 와서 Y를 태워가요.
어쩔 땐 Y랑 같은 동네에 사는 회사 사람들까지 다 태워다 주는 모범운전사랍니다.ㅎㅎ 지극정성이죠?

플레져님, 저요...이미 "예민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어요.ㅠㅠ

다락방 2006-04-28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저도 말이죠.
웬만한 일에는 화를 내기보다 참게되요. 주변에서 노처녀히스테리 라고 할까봐.
그말을 듣기는 또 어찌나 싫은지요.
정말 싫다, 이런 현실이. 그쵸?

kleinsusun 2006-04-28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다락방님이 제 맘을 아시는구나.....^^
나름대로 "정당하게" 화를 낼 사유가 있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말했다가 오히려 귀찮은 일이 생길까...해서 차라리 침묵하자...는 마음.ㅎㅎㅎ

그런데요...오늘을 견디면 3일 연휴예요. Let's be happy!

2006-04-28 1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외로운 발바닥 2006-04-28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전 남자고 애인도 있지만, 공감이 많이 갑니다. ^^;;

kleinsusun 2006-04-29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ㅎ

2006-04-29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주 수요일 오후 2시쯤.
우체국 택배로 책이 한아름 도착했다.

"보내는 사람" 란엔 또박또박하고 이쁜 글씨로
"최종규"라고 써 있었다.

충주 무너미마을에서 최종규님이 보내준 소포였다.
순간...감동했다.
시골 우체국에 직접 가서 소포를 보냈을 종규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항상 소포를 받으면,
(그 소포가 내가 주문한 알라딘 택배라도)
상자를 뜯으며 살짝꿍 가슴이 뛴다.

소포를 뜯고 짧은 환호성을 질렀다.
최종규님이 갈무리한 이오덕 선생님 책들이 가득 있었다.

신나서 책들을 넘겨 보다가 쪽지를 발견했다.
과장 승진을 축하하며 책을 몇권 보낸다는 짧은 편지.

아.....까잇 과장됐다고 너무 떠들었나?
부끄럽기도 했고, 동시에 넘넘 고마웠다.
일년 넘게 서로 연락이 없었는데,
잊지 않고 선물까지 보내준 정성에 짜~안했다.

짧은 편지에는 이번에 두번째 책을 냈고,
토요일 5시에 숨책에서 작은 기념 파티가 있다는 소식도 있었다.

그리하여...
어제 신촌으로 나들이를 갔다.

출판 기념 파티.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던 터라
뭘 사가야 하나...? 혼자 생각했다.
꽃을 사가는 것도 이상하고,
맨손으로 가는 것도 뭔가 뻘쭘하고...
생각하다가 답이 안나와서 그냥 갔다.

신촌에 늦게 도착한 난(그것도 한시간 반이나...ㅠㅠ)
어디로 가야 하냐고 전화를 했다.
장소가 애매해서인지,
종규님이 현대백화점 앞으로 데릴러 왔다.

같이 걸으며 얘기했다.
" (머쓱하게) 저...제가 이런데 와보는게 처음이라서요.
뭘 사와야 하는건지 몰라 그냥 왔어요."

종규님이 웃으며 말했다.
" 아무것도 사오는거 아니예요.
출판 기념회 때 제일 좋은 건 책을 사주는 거죠."

난 기분 좋게 대답했다.
" 그래요? 그럼 제가 다섯권 살께요."

이어지는 종규님의 대답.
" 다섯권요? 못들고 가실텐데...."

난 뭔 말인가 했다.
시끄러운 대로변을 벗어나
연대 지하도 옆 모퉁이에 있는 주점에 도착했을 때,
종규님의 책을 보고서야....무슨 말인지 알았다.

책이...사전 같이 두꺼웠다.

요즘...이렇게 두꺼운 책을 오랜만에 봤다.
자그만치.... 895page. 우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혼자 기분이 좋아서 5권을 산다고 큰 소리를 쳤던 난,
슬그머니 책값이 걱정되었다.

슬~쩍 책을 뒤로 돌려 책 가격을 보니...29,000원.
헉.... 어쩌지?
책값도 책값이지만 들고 가기도 힘들 것 같았다.

난 꼬리를 내리며 말했다.
" 저... 세권 싸인해 주세요! ㅎㅎ"

내꺼 한권, 그리고 선물하고 싶은 사람 두명의 이름을 말하고
싸인을 부탁했다.

주점에는 cy "함께살기" 회원들, 출판사 그물코 사장님, 또 대양서점 젊은 사장님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내가 늦게 도착해서 그런지
이미 빈 소주병들이 꽤 보이고,
분위기가 얼큰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아는 사람은 종규님 한명 밖에 없었던 난,
싸인 받은 두꺼운 책 세권을 안고 먼저 나왔다.
종규님에게 다시 한번 축하 인사를 하고서....

자신의 책을 세상에 내놓고 지인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
잠깐 있다 나왔지만, 흐뭇함이 느껴졌다.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돌잔치 보다 100배 기분이 좋았다.
난 왜 돌잔치를 부페며 호텔에서 떠들썩하게 하고,
왜 회사 사람들까지 다 부르는지(그것도 일요일 오후에) 이해를 못하겠다.

두번째 책을 낸 종규님의 소박한 파티에 다녀 오며,
이런 생각을 했다.

나도....이런 소박한 파티에 친구들을 초대했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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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3-26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책 괜히 보고 싶어지는데요. 흠. 거의 <젠틀 매드니스>에 맞먹는 두께일 듯. 이 책이 1111쪽이니, 대량 얼핏 보면 비슷하겟어요. 와우. 세권을 어캐 들고가셨대요.

물만두 2006-03-26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부럽습니다. 너무 두꺼워서 저는 못읽겠네요^^;;;

stella.K 2006-03-26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좋으셨겠습니다. 부러워라! 과장 승진 축하드려요.^^

프레이야 2006-03-26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진도 축하드려요. 좋은 만남이 책으로 내내 이어지시길...

2006-03-26 2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6-03-27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정말 멋지게 살고 계시는군요!
수선님도, 수선님의 지인분들도!

kleinsusun 2006-03-27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책이 너무 무거워서....택시를 탔어요. 그날 출혈이 컸죠.ㅎㅎㅎ

물만두님, 그죠...디따 두껍죠? 저도 깜짝 놀랐어요.^^

stella님, 감사합니당^^

혜경님, 감사합니당.^^

속삭이신님, 격려 감사합니다. 출판 기념 파티를 하게되면 꼭 초대할께욤^^

다락방님, 멋지게 산다....고 자신있게 말할 순 없는디요.ㅎㅎㅎ
 

오늘 아침, 난 "손절매"를 했다.
아팠다.마~니 아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이를 악물고 팔았다.

1월 초, 난 이름도 잘 모르는 코스닥 종목 OOO을 샀다.
정말....무모하고 대담하고 무식하다.
어떻게 이름도 모르는 회사의 주식을 샀을까?
당근 그 회사에서 뭐를 생산하는 지도 모르고, 그래프 한 번 보지 않았다.

1월 초 어느 날,
K과장이 확실한 소스가 있다며 OOO을 좀 사라고 했다.
곧 무슨 발표를 한다고...

K과장이 어떤 사람이냐?
돈 천원도 아끼는 사람이다.
재정적인 면에서 확실하게 보수적인 사람이다.
그런 K과장이 쌈짓돈을 털어 OOO을 샀다.

재테크의 대가 K2 과장도 OOO을 샀다.
K2 과장은 IMF 때 산 우량주를 아직도 갖고 있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K과장과 K2 과장이 둘 다 사기에,
난 기회를 놓칠세라 급하게 OOO을 샀다.

며칠 후, 그 회사는 정말 무슨 발표를 했고,
상한가를 치지는 않았지만 10% 정도 올랐다.
며칠만에 10% 먹었는데 팔아 버릴까...했으나,
잠시 더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발표 다음 날부터 쭉쭉 빠지기 시작했다.
거기다 조정을 받는지 뭔지 시장 전체가 흔들리면서,
특히 코스닥이 무너지면서,
OOO도 마이너스 25%~30% 사이에서 왔다갔다 했다.

난 K과장과 K2과장에게 물었다.
"어떻하죠?"

둘 다 똑 같은 대답을 했다.
급한 돈도 아니고, 당장 대책이 없으니 그냥 묻어 두자고....
시장 자체가 하락한 거니까 기다리자고...
K과장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 밑지고 팔 수는 없쟎아요."

그래서....나도 그냥 묻어 두려 했었다.
액수가 크지는 않지만, 손해 보고 팔기 싫다는 생각에...
묻어 두고 있으면 회복되겠지 하는 생각에...

그런데...
주말에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참말로 멍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남의 말을 듣고 이름도 모르는 회사의 주식을 산 것이나,
그 주식을 매도하는 것까지 남의 의견에 기대는 것이나,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래 이렇게 "묻지마 투자"를 하는 건 아니다.
작년에 장이 워낙 좋다 보니 펀드와 ETF에서 짭짤한 재미를 봤다.
1200까지 갔을 때 "차익실현"을 위해 다 털고 나왔다.
그러고는 만족할만한 수익률 실현에 스스로 대견해 하며 기뻐했다.

그런데.... 주가가 1400을 넘어 계~속 쭉쭉 올라갔다.
난 "괜히 팔았다"고 발을 동동거리며, 더 먹을 수 있는데 미리 나온 걸 후회했다.
주가가 너무 올라서 또 뭘 하기는 겁나고, 뭐 괜찮은 거 없나...하던 차에
K과장의 말 한마디에 귀가 솔깃해서 OOO를 샀던 것이다.

어제....일요일 오후 내내 고민했다.
묻어 둘 것인가? 손절매를 할 것인가?
나름대로 그래프도 보고 한참을 생각했다.

난 "손절매"를 하기로 했다.

그냥 묻어 두고 있으면 몇달 후면 회복될지도 모른다.
아니 매수가 보다 더 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이런 식의 한심하고 무식한 투자를 근절하는 뜻에서
깨끗이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남의 말 듣고 산, 뭔지도 모르는 종목 갖고 있는 것도 자존심 상했다.

오늘 아침 손절매를 하면서 생각했다.
다시는 이렇게 "멍청한" 일을 하지 말자고....
이런 경솔함은 내 자신의 시간과 노동과 자산을 존경하는 일이 아니라고...

그래도....소심한 성격 탓에 많이 사지 않아서 다행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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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2-07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험. 전 주식은 하지 않을래요. 거 신경쓰여서 자꾸. 주변에 주식으로 대박 난 사람도 없고 죄다 망했으니.

kleinsusun 2006-02-07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주식 신경 많이 쓰여요.그래서 저도 개별종목은 잘 안하는데, 오랜만에 들어갔다가 마음고생을 했네요.ㅎㅎ 오늘 눈이 정말 많이 와요.출근하셨나요?^^

2006-02-07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마개 2006-02-07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 주식을 하시는 구나. 저도 회사법 배울때 주식 열심히 배웠지만 시험이 끝나는 순간 하얀 백지가 되어서 암것도 몰라요. 그냥 적게 벌어서 적게 먹고 적게 싸며 살아야지.ㅋㅋㅋ

야클 2006-02-07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주식, 참 어려운 거죠. 사는 타이밍 보다는 파는 타이밍을 잘 못 잡아서요.
주위의 정보 듣고 사는 급등주 보다는 그냥 수익률 낮더라도 잘 아는 우량주에 투자하는게 안전빵이지요. 물론 사람투자도. ㅋㅋ

BRINY 2006-02-07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월말에 해외나갔다 왔더니만, 귀국편 비행기 안에서 집어든 경제신문 헤드라인이 '2달동안 번 돈 1주일만에 날리다'였어요. 같이 간 친구는 마중나온 남편 보자마자 주식 물어보면서 다시는 안한다고 하더라구요. 저같은 사람조차 솔깃하게 만들었던 상황이 이렇게 끝나버리다니 참.

moonnight 2006-02-07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고하셨어요. 시원섭섭하시겠어요. 많이 사지 않아서 다행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는 건 역시 수선님 ^^ 전 주식의 주자도 몰라요. -_-; 가끔 제 자신이 답답하기도 하고 요즘같은 재테크시대에 한참 뒤떨어지는 인간인 거 같아서 한심하기도 하고 그런데... 그냥 맘편하게 살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