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친하게 지내는 또래 대리 P가
요즘 슬럼프에 빠졌다고 고민을 말했다.

어제 오랜만에 출근한 난
시차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일에
축 늘어져 있었다.

그래도 슬럼프에 빠졌다며 한숨 짓는 P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딴에 생각나는대로 말했다.

"있쟎아...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싫지? 그치?
그럴 때 5분만...5분만...하고 계속 누워 있으면
시간은 시간대로 가고 잠은 잠대로 못 자쟎아.

그럴 때 미친 척 하고 벌떡 일어나서 샤워를 하면
기분이 좋아지쟎아.

슬럼프도 그렇게 잠에서 깨는 것처럼 벌떡 일어나서 나와봐.
축 늘어져 있다가도,
도저히 못 일어날 것 같다가도,
샤워를 하면 개운해 지는 것 처럼
미친 척 하고 한번 기분을 up시켜 봐."

말이 되는건지...?
착한 P는 "고마워.힘이 되었어.일해!" 하며 어깨를 툭툭 치고 갔다.

오늘 아침....
도저히 일어나기가..... 너무도... 힘들었다.
5분만....5분만....하며 5분 단위로 계속 울리는 핸드폰을 부여잡고
침대에 축 늘어져 있었다.
그러다 겨우 겨우 일어났을 때,
어제 내가 P한테 한 말이 생각나 웃음이 나왔다.

미친 척 하고 일어나 샤워를 하면 기분이 좋아지쟎아?

참....그걸 누가 모르나....
그건 누구나 알고 있다.
미친 척 하고,
힘들지만 벌떡 일어나 샤워하면 된다는 것을....
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을....

아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다.
그런데 슬럼프에 빠졌다고 한숨 짓는 P에게
그런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 같은 말을 했으니...

P한테 밥이라도 한끼 사줘야 겠다.
삼계탕 같이 영양가 높은 걸로....쓸데 없는 말 대신.

어제 그런 맹한 말을 듣고
"고맙다"고 말한 P.

고민을 나누어줘서 고마워.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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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5-09-21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근데 정말 그렇게 슬럼프가 벗어나지면 얼마나 좋겠어요.

야클 2005-09-22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격려와 위로의 말은 실질적인 도움 여부를 떠나 고마운거예요. ^^

글샘 2005-09-22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에 님의 말씀처럼 일어나서 샤워를...
하려고 했는데 또 5분더...를 했답니다.^^
우울할 때, 전 요즘 금강경을 읽는답니다. 마음 비우는 데는 그만인 거 같애서요..^^(전 절에 구경할 때 말곤 가 본적도 없는 사람입니다만...)

코마개 2005-09-22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자학한답니다.ㅋㅋ 원래 시니컬 하기도 하지만 슬럼프에 빠지면 스스로 마구 자학하죠. 사람이라는게 원래 자기 못난 점은 혼자생각만 하는건데도 감추고 싶고 다른 핑계를 대고 싶잖아요. 그런데 그러지 말고 정말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대면하고 나면 뭔가 다른게 보이더라는.

클리오 2005-09-22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분만...의 유혹은 정말 달아요. 일찍 자면 되는데... 흐~

2005-09-24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9-25 0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5-09-27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의 진심을 알기 때문에 P께서는 정말 고마우셨을 거에요. ^^ 누군가의 위로와 격려가 눈물이 핑 돌만큼 마음에 다가올 때가 있더라구요.
 

이틀 전,
그러니까 2005년 5월 26일 목요일,
이사를 했다.

84년부터 쭉 한 아파트에서 살았다.
20년 넘게 살아온 집을 떠난다는 것...

실감나지 않았다.
아침 7시 반,
이삿짐 센터에서 올 때 까지만 해도....

월~수 중국 출장이었다.
목요일 하루 휴가를 내려고
수요일 저녁에 인천공항에서 막바로 사무실로 가 일을 했다.

힘들고 빡센 일정이었지만 덕분에 감상에 빠지지 않았다.
중국 출장이 없었다면

아.... 이 집에서 잘 날이 이제 사흘 남았네, 이틀 남았네 하며,
아..... 이 놀이터를 언제 또 지날까 하며,
아..... 술 취하면 나도 모르게 이집 벨을 누르지 않을까 하며

온갖 감상에 빠져 힘들어 했을지도 모른다.

이사를 앞두고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책"이었다.
머리를 쥐어 뜯으며 고민했다.

다 들고 갈 것인가,
일부를 해방시킬 것인가?

결국 커다란 상자 두개 만큼의 책을 미련 없이 버리고
쓰레기통에 퉁 던져버리기엔 차마 아까운 책들은
헌책방 책창고 사장님께 드렸다.
책창고 사장님이 직접 오셔서 두 상자의 책을 가져 가셨다.

책창고로 보낸 책들은
30권이 넘는 아빠의 라즈니쉬 콜렉션과 남회근 선생의 책들,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 10권(완전 새 책이다),
중고등학교 때 읽은 문고판 책들,
신경숙과 조경란 등 요즘 소설가들의 책들
(나는 다신 읽지 않을꺼지만 헌책방에선 잘 팔리는 책들),
책 값이 비싸 버리긴 아깝지만 필요없는 법규집 등....

쓰레기통에 퉁 던져 버린 책들은
한 때 공부했던 PR 관련 책들,
온갖 구라와 잘난 척으로 가득한 MBA 안내서들,
(Top 5 합격자들의 수기는 "국영수를 중심으로 학교 수업에 충실했어요" 하는
서울대 수석의 9시 뉴스 인터뷰 멘트랑 똑 같다.)
허접한 재테크 책들, 영화 개론서 등....

그렇게 버리고도 책들이 참으로 많았다.

몇몇 친구들이 책이 너무 많으면
박스째 자기 집으로 보냈다가
결혼할 때 가져가라고 친절한 배려를 했다.

난 씩 웃으며 대답했다.
" 됐어. 결혼 언제 할지도 모르는데 뭐."

어짜피 포장이사이기에 짐을 싸는건 어렵지 않았다.
숙련된 이삿짐 센터 아저씨들이 일사천리로 박스에 물건들을 척척척...
씨름선수 같은 덩치 큰 아저씨가 내 책들을 우악스럽게 잡아서
박스에 퉁 던져 버릴 때는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막내동생이 말했다.
" 이사가 이렇게 스트레스 쌓이는 일인지 몰랐어."

그랬다.
노가다 보다 힘든건
온갖 허접한 감상들과
한때 소중하다고 껴안고 있었던 물건들을
쓰레기통에 퉁 던져 버릴때의 낯설음,
익숙한 곳을 떠난다는 서운함과 두려움,
애써 덮어두었던 기억을 들추는
구석구석에서 튀어나오는 빛바랜 사진과 쪽지들,
쓸데 없이 쏟아지는 눈물....
이런거였다.

어제 출근할 때 정신이 없었다.
난장판으로 어질러진 방에서 옷을 찾아 입고
화장품 상자를 못찾아서 엄마 스킨을 바르고
허겁지겁 집을 나섰다.

탈진할 만큼 피곤하고 허했다.
출근시간 30분 전에 도착.
회사앞 라면집에서 라면 한그릇을 게걸스럽게,공격적으로 먹었다.
왜 그렇게 허한지....

어디 콕 짱박혀서 좀 자고 싶었다.
그러나...8시부터 상무님이 호출하셨다.
성.대.리!

오랫만에 출근해서 아침부터 깨졌다.
"영업사원이 말이야........(기타생략).....생각이 있는거야?......."
말대답할 기운도 없었다.
그냥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낯선 집으로 돌아와 늦은 저녁을 먹었다.며칠 굶은것 처럼....
왜 이렇게 허할까?
캔맥주를 하나 마시고 엎어져서 잤다.

술 취하면 나도 모르게 그집으로 갈 것 같다.
동생도 같은 얘기를 했다.
"그러니....당분간 만취하지 말라구!"

오늘 아침,
나의 멘토 송홍지 선생님께 만보기를 선물받았다.
"하루에 15,000보를 꼭 걷기로 약속해요.걸으면서 생각도 정리하구요!"

네....네...네....
허접한 감상은 오늘까지.딱 오늘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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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5-05-28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년을 살았군요. 한 집에서... 오래 정들었던 것을 바꾼다는 것은 낯선 환경으로 간다는 것은 낯설고 불편한 감정이지요. 아니, 누가 우리 성대리를 저렇게 무시한답니까. 아마 저 사람은 성대리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 <격려>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지요. 알고 보면, 세상에 멘토 아닌 것은 없다니까요.

바람돌이 2005-05-28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의 20년정도를 산 친정집을 두고 결혼하고 첫날 내 집(이제는 부모님의 집이 아닌 전셋방일망정 내집이었죠) 으로 퇴근하던 날이 생각나네요.

로드무비 2005-05-29 0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분간 만취하지 마세요.^^

kleinsusun 2005-05-29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세상에 멘토 아닌 것이 없어요.
어떤 사람에게서도 뭔가를 배우니까요.
아직도 제 방은 난장판이랍니다. 오늘은 꼬박 방정리를 하려구요.
20년간 이사를 안해서 그런지 짐이 넘 많네요.

바람돌이님, 결혼하고 환경 바뀌면 당분간 힘들지 않나요?
무척 피곤할 것 같아요. 저도 체험해 볼 날이 있겠죠.^^

로드무비님, 방명록에 다독다독 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동!
 

퇴근 후 헬스에 갔다.
40분 동안 헉헉 거리며 자전거를 탔다.
30분만 타고 싶었지만,
트레이너가 유산소 운동은 40분은 해야 살이 빠진다고 해서
힘들지만 참았다.

헬스를 갈 때는 참 귀찮지만,
그래서 툭하면 안 갈 생각을 하거나, 실제로 안 가지만,
땀 흘리고 나서 샤워할 때 기분이 좋다. 개운하다.

오늘 오랫만에 후배 남생이랑 같이 운동을 하고 저녁을 먹었다.
고딩들처럼 분식집에서 라면을 먹고,
라면 보다 비싼 커피랑 티라미슈를 먹었다.

자전거 40분을 헉헉거리며 숨차게 탔을 때
소모된 칼로리가 겨우 200 이었는데,
라면 + 주먹밥(이름하여 "러브" 주먹밥) + 티라미슈 반쪽을 먹었으니, 도대체 몇배인지?
40분 운동하기는 힘들어도 낼름 먹기는 쉽다.
그래도 안 움직이고 안 먹느니,
운동하고 먹는 것이 생산적이라고 "굳건히" 믿는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말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에세이에서 말한건지, 소설 속 주인공의 말인지 헛갈린다.)

맥주를 마시기 위해 수영을 한다고...

이 말에 깊이 공감한다.
시원한 맥주를 한병 들이킬 때가 가장 행복한데,
체중조절을 위해 맥주를 마시지 않는다는건
자신의 행복을 제어하는 일이다.

수영하면서 몸을 움직이는 기쁨, 운동 에너지도 얻고,
좋아하는 맥주도 마시고....
맥주를 마시지 않고 운동을 하지 않는 것 보다 얼마나 생산적인가?

사랑하는 후배 남생이 얘기를 하려 했는데 말이 넘 길었다.

언젠가 사주를 봤을 때 점장이가 말했다.
"인덕이 참 많네요.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항상 많아요."

그렇다.난 옆에서 도와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항상 많다.
내가 넘 어리부리해서 그런가...

어렸을 때 내 별명은 "배삼룡"이었다.
항상 엎어지고 자빠지고 했기 때문이란다.
요즘도 가끔 자빠지긴 하지만...

난 길눈도 아주 어둡다.
모르는 길을 운전할 때면,
택시 아저씨들께 길을 20번은 큰 소리로 물어서
집에 들어올 때면 목이 잠긴다.

언젠가 한 친구가 말했다.
"너를 보면 물가에 내논 어린애 같아."

어리부리한 나.
고맙게도, 다행히도,
옆에서 도와주고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길을 헤메긴 하지만 잃지는 않는다.

지금 내 주위에 있는 고마운 사람중의 한명이 바로 후배 남생이다.

작년 가을,
내 꼬임에 빠져 추석 연휴 상하이로 함께 여행갔던 남생이.
상하이에서 내 31번째 생일을 함께 보낸,
한국에서부터 챙겨온 선물을 멋쩍어 하며 준 남생이.

얼마 전 내가 힘들어 할 때,
오늘 술은 내가 사겠다며,
이런거라도 쫌 하게 해달라며
부득부득 우겨서 계산을 한 남생이.

지하철역에서 헤어질 때
"언니, 힘내!" 하고 꼭 껴안아 준 남생이.

그러고도 마음이 안 놓였는지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긍정의 에너지를 가득 담은 문자를 날려준 남생이.

아침마다 좋은 하루 보내라고 메신저를 날려주는 남생이.

인터뷰 사진이 못생기게 나왔다고 나 보다 더 흥분한 남생이.

남생아! 정말 고마워.
너가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아까 커피 마시다가 이 말을 할까 했는데...쑥스럽더라.

오늘 니가 말했지?
"언니는 안친한 사람들이 보면 놀랄만한 엉뚱한 짓을 많이 해."

이런 엉뚱한 나를,
어리부리한 나를,
선배랍시고 따라주고,사랑해주고, 다독다독거려 줘서 정말 고마워.

고마워, 남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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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2-22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덕이라는 작가의 소설 중에 <남생이>가 있어서 리뷰 쓰셨나 했어요.
아, 그 남생이라는 후배 정말 예쁘고 든든하네요.
나에게도 언제 그런 친구나 후배가 한 명쯤 있었던 것 같은데......
수선님이 부럽습니다.
남생 씨에게 추천 한 표 날립니다.^^

moonnight 2005-02-22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으시겠어요. 수선님. ^^
후배분 참 착하네요. 그만큼 수선님도 후배에게, 친구에게 잘하시겠지요. 그러니 주변에 그리 좋은 분들 많이 가지시는 거 같아요. 부럽습니다. ^^
운동해야지 결심한 게 언제부턴데 전 아직입니다. ㅠㅠ 원래 움직이는 걸 너무나 싫어하는지라.. 요가를 생각했었는데 것두 귀찮네요. -_-;;
헬스는 작년에 석달 끊어서 한달밖에 안 가고선 다시 할 엄두가 안 나구 ㅠㅠ
봄 되면 강가에 산보나 살살 나가볼려구요. (할머니 -_-;)
운동 열심히 하시고 맛있는 것도 맘껏 드시고 행복하고 건강한 하루하루 보내시길 바래요. ^^


야클 2005-02-23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후배분 이름을 보니 장금이를 도와주던 착한 연생이가 생각난다는.... -_-;

kleinsusun 2005-02-23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하.남생이는 후배 애칭이예요.
남씨거든요, 글쿠 자기 닉을 "生이"라고 써요.
그래서 제가 "남생아!"라고 부른답니다.
대장금을 한번도 안봐서 연생이가 누군지 모르겠는데, 울 남생이도 디따 착해요.ㅋㅋ
 

금요일(2/18)에 인터뷰 기사가 떴다.

" 인기 잡지도 아니고,
그룹 사보에 나오는거니깐 별로 보는 사람 없겠지."
생각했다.

또.... 제발 사람들이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터뷰 기사가 뜨기 하루 전,
홍보팀에서 기사를 보여주었다.
난 기사를 보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기분이 좋지 않아 그날 저녁에 술까지 마셨다.

인터뷰 기사는 특이하게도 "일인칭"이었다.
평소 인터뷰 기사를 자주 읽는건 아니지만
일간지나 잡지에서 보아 온 그 많은 인터뷰 기사 중
"일인칭"은 정말 처음 봤다.

하루 먼저 보내준 인터뷰 기사.
그 기사는 인터뷰 기사 같지가 않고,
나 아닌 사람이 "나"를 대신해서 쓴 "어설픈 일기" 같았다.
인터뷰 기사를 동료 몇명한테 보여 줬더니,
모두 내가 우려했던 반응을 보였다.

" 이게....인터뷰 기사야?
모르고 읽으면....성대리가 썼는지 알겠다..."

심지어 이렇게 묻는 사람도 있었다.

S 과장 : 원고료는 받았어요?
수선 : 네? 그거 인터뷰 기사예요.제가 쓴게 아니라...
S 과장 : (놀라며) 그래요? 난 성대리가 쓴건지 알았네...

후배 하나는 이렇게 말했다.
"차라리 언니가 써서 주지 그랬어?"

난 화가 났다.
내 "짝퉁" 일기가 돌아 다니는 느낌이었다.

인터뷰 기사를 쓴 기자에게 전화를 해서
각주를 달아 달라고 말했다.
기사를 읽는 사람들이 내가 쓴 글로 오해를 하니,
"인터뷰 내용을 일인칭으로 재구성했다" 는 각주를 달아 달라고...

* 위 기사는 <삼성월드>에서 성수선 대리와의
인터뷰를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결국... 인터뷰 기사 끝에 이런 각주가 달렸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다보면 짜증이 날지도 모른다.
" 도대체 어떤 기사냐? 무슨 불만이 그렇게 많냐?
기사도 보여주지 않고 그렇게 횡설수설하면 어쩌냐?"

이런 고객불만사항이 예상되는 바,
진정 부끄럽지만 기사전문을 공개한다.

좌충우돌 성대리의 비밀일기
( 인터뷰 제목 "좌충우돌 성대리의 비밀일기"를 클릭하면 인터뷰 기사로 링크됩니다.)

인터뷰 기사를 읽고 많은 사람들에게 전화가 왔다.
모두 "최초의 인터뷰"를 축하해 주었다.
한 장애인 복지 관련 협회에서 "후원"을 해 달라는 전화가 오기도 했다.

인터뷰 기사를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
인터뷰 기사는 기자의 개별적인 작품이다.

소설가가 영화 제작사에 저작권을 팔았으면 거기서 끝이다.
영화가 원작에 충실하지 않다고 불평을 해서는 안된다.
영화는 "독립적"인 창작물이니까...

인터뷰도 마찬 가지다.
물론 기사에 왜곡된 사실이 있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인터뷰 기사의 스타일이나 표현 방식은 인터뷰 기자의 권한인 것이다.

그러니 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투덜투덜하는건 성숙하지 못한 태도라 할 수 있다.

인터뷰 기자는 내 홈페이지에 있는 수많은 글들을 읽으며
"30대 싱글의 일기"라는 컨셉을 잡았고, "브리짓 존스"를 떠올렸으며
"브리짓 존스의 일기"처럼 "일인칭" 시점으로 인터뷰 기사를 쓴거다.

기자 또한 "일인칭 시점"으로 기사를 쓰기가 쉽지 않았을 테고,
상당한 시간을 기울여 내가 쓴 글들을 읽었을 꺼다.
비록 내 맘에 꼭 들진 않지만,
인터뷰 기사에서 취재기자의 성의와 고민을 느낄 수 있다.
(세라님! 고맙습니다. 술 한잔 해요!)

내 좋은 후배 은영이 말했다.
"언니...최초의 인터뷰 자체를 축하하자구요. 아무나 인터뷰 하나요?"

그렇다.
선물처럼 주어진 이벤트를 즐기자.

기왕 한국의 "브리짓 존스"가 된 김에 이런 바람을 가져본다.

휴 그랜트, 콜린 퍼스 이런 쿨한 남자들이랑 연애 한번 멋있게 해 보자! 브리짓 존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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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5-02-20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미인!!! 나는 퍼진 아줌만데....
올해는 꼭 멋진 남자랑 연애하게 제가 기를 불어넣어 드릴께요 (슉- 슉-)

kleinsusun 2005-02-20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기를 불어넣어 주세요! 화끈하게 연애 한번하게...ㅋㅋ

로드무비 2005-02-20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정말 예쁘네요.
브리짓 존스 배우보다 훨씬 참하고 유능하고 섹쉬해 보여요.
우와우와우와^________^
(1인칭으로 구성한 인터뷰 기사는 좀 그렇네요. 그런데 아무렴 어때요.
수선 대리가 멋지게만 보이는걸.)

kleinsusun 2005-02-20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르네 젤위거 보다 제가 섹시해 보인다니....
황송하옵니다. 뭐 드시고 싶은건 없으신지요? ㅋㅋ
네...1인칭 인터뷰 기사는 정말 마음이...아파요.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아시죠?
지금 춤추고 있답니다.ㅋㅋ

야클 2005-02-20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인터뷰라....멋지시네요. ^^ 의자에 팔베게하고 있는 3번째 사진이 자연스럽게 잘 나왔네요. 아마도.... 실물이 더 낫겠죠? *^^* 그나저나 기사보고 팬들이 부쩍 늘겠는데요?

kleinsusun 2005-02-20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세번째 사진이 젤 낫다 그래요.
첫번째 사진은 최악이고.... 첫번째 사진 바꿔달라고 했었는데 안된데요.흑흑.

LAYLA 2005-02-20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피부가 장난이 아닌걸요?

플레져 2005-02-20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르네 젤위거와 비슷하세요. 르네 젤위거의 미소와 흡사한 미인이세요, 물론 수선님이 훠얼씬~~~ 더 이쁘지만요 ^^ 검정색 정장이 하얀 피부에 잘 어울려요. 인터뷰 기사는, 귀엽게 봐주죠 모...호호~~

날개 2005-02-21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나왔군요..^^* 사진도 다 이쁘신데요.. 뭘..

마냐 2005-02-21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핫. 수선님 피부가 장난이 아니라는 라일라님에게 한표!
하지만, 나름 공들였을 인터뷰가 기대치와 다르면 좀 그렇죠. 암튼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수선님은 일인칭이 아니더라도 훨 재미났을텐데..싶기두 하구요. 일인칭은 사실 쓰기 어려운데...그 기자분도 대단하시네요.

nemuko 2005-02-21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하셨다던 인터뷰의 결과물이군요. 기분이 좋지 않으셨다면서도 또 기자분을 이해하시는 수선님의 어른스러움에 한번 감탄하고, 세련된 미소에 한번 더 감탄합니다.^^

marine 2005-02-21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의 얼굴을 실제로 보니까 제가 수선님을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알라딘 이웃들과의 친교를 위해서라도 가끔 제 사진도 올려야겠네요 (실은 저도 SBS에서 우연찮게 인터뷰를 하게 됐어요 ^^) 삼성에서 근무하고 계셨군요 프로패셔널함이 느껴지는 사진입니다

kleinsusun 2005-02-22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AYLA님, 부끄러버요.ㅋㅋ
플레져님, 가까이 있으시면 모닝 커피라도 대령하고 싶네요. 호홋.
날개님,고맙습니당.
마냐님, 그죠? 일인칭으로 쓰는게 Q&A 형식의 인터뷰 기사를 쓰는거 보다 훨씬 어려울 텐데요. 덕분에 아직도 "원고료는 받았어요?", "글을 잘 쓰네요." 이런 인사를 듣고 있답니다.ㅋㅋ

kleinsusun 2005-02-22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emuko님, "어른스러움"이란 말에 부끄러워요. 제가 쫌 유아적이라...ㅋㅋ
나나님, SBS에서 어떤 인터뷰하세요? 우와~ 방송시간 알려주세용!
 

오늘 한시간 동안 인터뷰를 했다.
사진기자가 쉴새 없이 셔터를 누르며 100장은 될 듯한 사진을 찍고, 인터뷰 담당자는 많은 질문을 했다.

그러니까, 오늘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터뷰를 당했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모처럼 부지런을 떨어서
내 이름이 들어간 크리스마스 카드 200장을 제작했다.
아는 업체에 내 사진을 보내서 캐리커쳐가 들어간 엽서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큼직한 글씨로
"New Year's Greeting from Susan" 을 넣고
작은 글씨로
" Thank you for everything you did for me.
Wish you a merry Christmas & very happy new year!
New year is full with "Fun"!"
을 넣었다.

파란 빤짝이 배경에 눈이 내리고,
산타 모자를 쓴 나는 활짝 웃고 있다.
옆에 작은 글씨로 홈피 주소랑 핸드폰 번호, 이메일 add를 넣었다.

해외거래선들한테도 보내고,
친구들, 회사 동료들에게 직접 손으로 쓴 카드를 보냈다.
정말 오랜만의 "부지런함"이었다.
몇년만에 손으로 쓴 카드를 받은 사람들이 감동했다.

이 카드를 본 홍보팀의 장주임님, 내 홈피를 방문하고 뜻밖의 제안을 했다.

" 우와....성대리님. 정말 대단한 홈피네요.
회사생활하면서 어떻게 이런 홈피를...정말 대단해요.
삼성월드에 한번 출연하셔야겠어요."

반쯤 농담인지 알았는데, 며칠 후 인터뷰 섭외가 되었다며 제일기획에서 전화가 올꺼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난, 최초의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2시 30분에 방문하기로 한 인터뷰 담당자와 사진기자가
2시 15분쯤 사무실에 도착했다.
아침까지 아무 생각 없었는데 살짝꿍 긴장이 되었다.

인사를 나눈 인터뷰 담당자가 말했다.

" 인터뷰 준비를 위해서 성대리님 홈피에 들어갔었거든요.
그러다 재미있어서 에세이에 있는 글들을 몽땅 읽었어요.
저 성대리님 보다 두살 어리거든요. 정말 어찌나 공감이 되던지..."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인지 알았는데,
정말 인터뷰 담당자는 그 수많은 글들을 다 읽었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글들 얘기까지 했다.
안 그래도 감동 잘 하는 난, 인터뷰 담당자에게 대박으로 감동했다.

인터뷰 담당자와 난,
술자리에서 얘기를 나누듯이 편하게 얘기를 주고 받았다.
우리는 곧 술한잔 하자고 약속을 했다.
어쩌면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건강하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맘에 딱 드는 여자였다.

인터뷰의 컨셉은
내 글에서 회사원들이 느끼는 "공감"과 조직생활 속에서 느끼는
"여자"로서의 정체성이란다.

인터뷰를 하고 나서
<삼성월드>에 들어가서 지난 인터뷰들을 보니,
기술명장, 신라호텔 주방장 등 대단한 업적을 쌓으신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후속 인터뷰로 내 기사가 나간다고 생각하니 쑥스럽기도 하고 멋쩍다.

인터뷰 담당자는
오늘의 인터뷰 내용과 내 홈피의 글들을 버무려서,
"이쁜" 브리짓 존스의 일기 형태로 재미나게 글을 쓸 예정이라고 한다. 살짝꿍 기대된다.

약간 걱정되는건,
워낙 글들이 솔직해서 회사 사람들에게 홈피가 알려지는게 좀 부담스럽다. 설마....상무님이 방문하지는 않으시겠지...ㅋㅋ

최초의 인터뷰.
두고 두고 산뜻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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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1-28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야~! 인생에서의 멋진 추억 하나... 남기셨네요~! 성댈님 축하햐요~~!!

2005-01-28 2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5-01-28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끄부끄.감사합니다. 2월 셋째주 금요일에 올라온데요.ㅋㅋ

릴케 현상 2005-01-28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축하

kimji 2005-01-28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 오는 날 있으면, 해 반짝인 날도 있다고, 맞지요?
좋은 일 있으셨으니, 한동안 활짝활짝 웃으시며 지내세요-
더불어 축하의 인사도요! ^>^

세벌식자판 2005-01-28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러다가 대박(?) 터트리는거 아닙니까?
사람 일이라는게 모르는거잖아요.
박경림도 한 때는 평범한 고교생이었는데 작은 일이 디딤돌이 되어서 지금까지 왔다고 하던데.... ^^;
아무튼 좋은 일이 계속 생기길 빌겠습니다.

날개 2005-01-29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근데, 홈페이지는 어디세요? 구경 가면 안될까요?

2005-01-29 0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01-29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그 글 퍼다놓으시면 좋을 듯. ^^ 축하합니다!
수선님, 책 계획 세우신 건 잘 진행되시죠? ^^

nemuko 2005-01-29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드려요. 이러다 수선님이 책까지 내시면 더 유명한 분이 되실테니^^ 잘 써달라고 하세요........

로드무비 2005-01-29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인터뷰 꼭 보고 싶네요.
수선님께 올 크리스마스엔 카드도 받고 싶고......
(고마워요, 수선님. 뭘? 아시죠?)

kleinsusun 2005-01-29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http://people.samsung.co.kr
삼성 인터넷 가족보 <삼성월드> 2월 3주 사람과 사람들 인터뷰 코너에 업데된답니당. 사진이 잘 나와야 될텐데...두근두근.
날개님, 제 홈피는 www.kleinsusun.com이랍니다.
모두모두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당.

moonnight 2005-02-14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수선님. 이제야 이 글을 봤어요. 지각입네당^^; 우선 무지무지 축하드려요. 2월 3주면 이번주 금요일이네요. 저도 살짝 구경갈께요. 역시 수선님의 솔직한 글은 모든 사람들 마음을 움직이는군요. 물론 님의 예쁜 마음두요. 수선님의 정성이 담뿍 들어간 크리스마스 카드.. 받는 사람들 참 많이 행복했을 거 같아요. 올해, 수선님께도 full with "Fun"일 거 같습니다. ^^

사고뭉치 2005-03-06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간만에 답방왔는데 이 글이 눈에 띄어 들어왔다가 적혀진 주소로 찾아가 인터뷰 기사 읽고 왔어요. 치열하게 사는 게 부럽구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