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적 아름다움 - 언캐니로 다시 읽는 초현실주의
핼 포스터 지음, 조주연 옮김 / 아트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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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서구 지식인들은 과연 자신들이 신뢰했던 인간의 이성에 근거한 진보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서구 문명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반동적 미술을 추구한 이들이 ‘초현실주의자’들이다. 이 움직임의 중심에서 살바도르 달리는 꿈과 환상의 세계를 회화로 재현하는 데 몰두했다. 그는 이성적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무의식을 파헤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매료되어 그의 개념과 용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품을 남겼다. 그러나 정작 프로이트는 초현실주의자들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초현실주의 운동의 중심적 인물이었던 앙드레 브르통은 프로이트와 정신분석학의 조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꿈과 현실의 관계 및 예술의 의미를 둘러싼 프로이트와 브르통의 견해가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달리와 브르통, 두 사람은 각각 실제로 프로이트를 만난 적이 있다. 두 초현실주의자는 프로이트가 초현실주의에 대해 뭔가 긍정적인 평가를 해주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이트는 이성과 합리성을 부정하는 초현실주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초현실주의는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의 영향을 받아 무의식의 세계, 꿈의 세계를 지향하는 사조로 흔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면 초현실주의와 정신분석학은 서로 밀어내는 상극의 관계인가? 미국의 미술사학자 핼 포스터는 두 진영의 입장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 초현실주의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그는 이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프로이트가 제시한 ‘언캐니(uncanny)’라는 개념을 선보인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언캐니는 익숙한 대상에게서 어느 한순간 감지되는 낯선 불안감을 의미한다.

 

프로이트는 《쾌락원리 너머》(부북스, 2013)라는 책에서 리비도(Libido, 성 욕동) 탐구에만 집중됐던 자신의 기존 정신분석학 이론을 뒤엎고 ‘죽음 욕동’ 개념을 도입한다. 따라서 인간은 리비도가 포함된 삶 욕동뿐만 아니라 죽음 욕동, 즉 자신을 스스로 파괴하고 싶은 충동에 시달린다. 삶 욕동과 죽음 욕동은 대립 관계가 아니라 서로 맞닿아 있다. 언캐니는 죽음 욕동과 관련 있는 필연적 요소이다. 프로이트는 거세와 죽음을 떠오르게 하는 억압 상태를 언캐니의 형태로 봤다. 즉, 불안은 거세와 죽음의 위협에 대한 반응이고, 억압의 형태로 나타난다. 내적 불안과 두려움이 일상의 친숙한 사물들을 낯설게 느껴지는 공포(언캐니)로 돌변하는 상황으로 만든다.

 

초현실주의자들은 프로이트의 죽음 욕동 개념에 큰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핼 포스터는 초현실주의자들도 죽음 욕동 개념을 감지했으며 언캐니가 몇몇 초현실주의 작품(앙드레 브르통, 조르조 데 키리코, 막스 에른스트, 자코메티 등) 속에 녹아들었다고 주장한다. 초현실주의자들은 사랑과 죽음, 쾌락과 고통과 같은 주제에 몰두했다. 자살과 사디즘(Sadism)은 각각 자신과 타인을 죽음으로 이르는 행위다. 이 두 가지 행위는 억압을 해소하려는 과격한 분출이다. 초현실주의자들은 자살 또는 사디즘의 형태로 발현된 죽음 욕동을 직감했다.

 

초현실주의자들은 합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자연계 질서에 일어난 파열을 ‘경이’라고 표현했다. 자연계 질서, 즉 기존 현실이 파괴되면 혼란이 극에 달하고, 혼란에 빠진 세계가 향하는 파멸의 길은 곧 죽음의 길이다. 여기서 초현실주의자들은 ‘경이로운 과정’ 속에서 억압된 것(죽음)이 주는 섬뜩한 것(언캐니)에 아름다움을 반복적으로 느낀다. 핼 포스터는 언캐니가 일으키는 반복적이고 강박적 성질‘강박적 아름다움(또는 발작적 아름다움)’이라고 명명한다. 그는 초현실주의자들이 남긴 텍스트와 각종 미술작품을 분석하면서 그 속에 함축된 죽음 욕동, 외상, 강박적 아름다움 등을 찾아내고 있다. 초현실주의자들은 언캐니의 공포를 '강박적 아름다움'으로 변주하여 죽음에 대한 외상을 다스리려고 했다

 

핼 포스터는 초현실주의의 지도를 다시 그리기 위해 세 가지 나침반을 준비한다. 세 가지 나침반이란 앞서 언급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마르크스주의 문화론, 그리고 초기 인류학이다. 이 세 가지 나침반은 초현실주의에 지대한 영향을 준 담론이다. 예술을 좋아하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사람들에게 현대미술은 여전히 어렵다. 특히 현대미술로 분류되는 초현실주의 미술은 더더욱 그렇다. 따라서 초현실주의 미술을 새로 해석한 핼 포스터의 책은 어렵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초현실주의 미술의 특징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브르통이 ‘우연히 발견된 오브제’로 명명한 골동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과정을 설명한 2장, 관절 인형을 소재로 작품을 제작한 한스 벨머를 분석한 4장의 주요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 주는 글(『벼룩시장에서 태어나다: 마티스의 ‘영감’에서 네자르의 ‘작품’까지』, 『죽음과 사랑: 벨머의 인형과 섹슈얼리티』)이 《진중권 미학 에세이》(씨네21북스, 2013)에 수록되어 있으니 참고가 될 것이다. 이번에 나온 《강박적 아름다움》은 십여 년 전에 나온 《욕망, 죽음 그리고 아름다움》(아트북스, 2005)의 개정판이다. 새롭게 번역한 개정판은 읽기 쉽지 않은데, 오역이 있는 구판 번역본을 읽었던 독자들은 오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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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8-04-03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어려워요. ㅜㅜ; 역시 cyrus님.@_@; (슬그머니 도망-_-;;;;;)

cyrus 2018-04-04 12:22   좋아요 0 | URL
리뷰를 썼을 때 머리에 쥐가 났습니다... ㅎㅎㅎ

sprenown 2018-04-03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쉬! 미술평론 수준의 고급진 글. 좋아요. 초현실주의 하면 르네 마그리트를 빼놓을 순 없죠^^ .

cyrus 2018-04-04 12:23   좋아요 0 | URL
미술평론 수준까진 아니에요.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쓴 건데요. 이 책은 정말 어렵습니다. ^^;;
 

 

 

 

레드스타킹 독서모임이 있는 날이 되면 놀랄만한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두 달 전에 제가 처음으로 독서모임에 참석했던 날에 서지현 검사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하여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그다음 달에 독서모임이 있었던 월요일에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성폭행 혐의를 받았습니다. 오늘은 김생민이네요. 김생민이 방송 스태프를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했다는군요.

 

 

 

 

 

 

 

 

 

 

 

 

 

 

 

 

 

오늘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마지막으로 읽는 날입니다. 책 한 권 다 읽고 나니 한 달이 금방 지나가버렸네요. 독서모임에 참석하지 못했으면 학술적인 페미니즘 책을 혼자서 다 못 읽었을 거예요. 지난주에 이미 완독했지만, 오늘 모임을 위해 6장과 7장을 다시 읽었어요. 4, 5장을 함께 읽었던 지난주 모임의 공식 후기를 공개합니다. 여성이라면 이 글을 꼭 읽어보셔야 해요. 이 글의 마지막 부분이 제일 중요해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세 번째 모임!! 4,5장을 함께 읽었습니다. 그리고 충주에서 페미니즘 활동을 시작하려고 하는 두 분을 이나영 교수님 강연장에서 만나서 급! 모임을 참관하러 오셨답니다. 인스타에서 보고 저희 모임을 알고 계셨다고 하셔서 신기하고, 너무 반가웠어요. 말씀하셨던 여성 인터뷰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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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4장의 내용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자본이 제3세계 여성을 발견하였다.”라는 것입니다. 국가가 ‘포주’처럼 나서서 “아시아 여성은 고분고분하고, 손이 야무지고, 순종적인 노동자들입니다.”라고 다국적 기업에 홍보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과거 상황과 연결되었어요. 저희 어머니 세대만 해도 오빠와 남동생을 공부시키기 위해 딸들은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채 공장에 가야 했습니다.

 

 

 

 

 

 

 

 

 

 

 

 

 

 

 

 

 

* [읽을 예정인 책] 실비아 페데리치 《혁명의 영점》 (갈무리, 2013)

 

 

이 책은 예전에 읽었던 <혁명의 영점>과 공통되는 부분도 많지만, 마리아 미즈는 소위 말하는 ‘제3세계 여성’과 ‘1세계 백인 여성’의 연대를 더 고민하는 것 같다고 한 분이 말씀하셨습니다.(다들 3세계라는 표현이 싫다고 했지만, 대체할 언어가 부족한 것이 슬프네요.) 미즈는 1장에서 ‘자매애’로 모든 여성을 퉁쳐 버리는 것에 굉장히 회의적이었는데요. 4장을 읽으니 결국 중요한 건 각각 다른 위치에 있는 여성들 간의 차이나 공통점 그 자체가 아니라 페미니즘이 어떻게 이 모두를 떠안을 수 있는 정치 운동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성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억압받지만, 결국 우리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우리나라는 제3세계와 1세계 어딘가에 끼여 피해자이자 가해자의 위치에 서 있습니다. 어머니 세대는 ‘제3세계 여성 노동자’로 불리다가 지금 우리 세대는 ‘번식자’이자 ‘소비자’로 강요당하는 급격한 변화가 아이러니했어요.

 

그리고 여성은 전 세계 노동의 2/3를 해내지만, 언제나 일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당합니다. 남편과 같이 식당을 운영하는 경우 여성은 무보수로 일하며 노동통계에 잡히지 않습니다. 또 한 분의 할머니는 평생을 농사일, 자녀 양육으로 허리가 휘어지도록 일했지만 직장에 안다녔기 때문에 “나는 평생 일해본 적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신다고 합니다. 책에 나오는 사례들에서 전부 여성은 끊임없이 노동하고, 남자들은 빈둥거리고, 자본은 착취하고.....무한 반복. 또 미군 기지촌에서 한국 여성이 빠져나가고 그 자리를 필리핀, 러시아 여성들이 채운다는 것에 다들 절망했어요. 제조업 공장도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또 베트남으로.... 과연 끝이 있을까요? 자본은 언제까지, 어디까지 여성들을 착취할 수 있을까요?

 

5장에서는 인도의 결혼 지참금 살해 이야기가 가장 충격적이었습니다. 돈을 더 가져오지 않는다고 불태우고, 자살로 위장하고, 독살하고. 여성이 심지어 ‘돈을 내고’ 결혼해서 평생을 일하고, 학대받으며 고작 얻는 건 ‘아내’라는 허울뿐인 지위라는 게 어이가 없었습니다. 결혼 지참금 살해는 ‘근대화되지 않은’ 인도의 시골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도시에서도 발생하고 우리나라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결혼정보 회사도 여자들 돈으로 굴러가고, 혼수 문제도 심각하니까요.

 

마지막은 역시나 ‘미투’ 이야기였습니다. 가해자 처벌 강화와 정책 변화도 물론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변해야 할 건 가정, 직장, 사회에서 저평가 되고 있는 여성노동입니다. 은○씨가 나영 님이 이어말하기 대회에서 하신 발언을 적어 와서 읽어주셨어요.

 

“놀고먹는 아내, 집에서 가사노동을 하는 모습이 그렇게 놀고먹는 아내로만 계속 여겨지는 사회에서 어떻게 여성들이 자신의 위치를 이야기하고 그런 성적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저평가되고 있는 여성노동, 또 사회 곳곳의 보이지 않는 노동들에 대한 인식 변화가 시급한 것 같습니다. 여성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일하는 존재였습니다. 취집한다, 남자들 군대 가는 동안 여자들은 쇼핑하고 논다, 집에서 남편 돈으로 브런치나 먹으며 수다 떠는 아줌마들 타령하는 새끼들아! 제발 이 책 좀 읽어라!

 

다음 주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마지막 시간입니다. 6, 7장 읽고 만나요. 제가 책 안 읽어온다고 막 너무 뭐라고 해서 죄송해요...... 안 읽어도 오세요! 여러분 ㅋㅋㅋㅋ

 

 

 

 

 

 

 

 

 

 

 

지난주 토요일에 진행된 ‘본격 월경 토크’는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이날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참석자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고 합니다.

 

 

 

 

 

 

 

 

 

 

 

 

 

 

 

 

 

 

 

* 김보람 《생리 공감》 (행성B, 2018)

* 레이첼 카우더 네일버프 《마이 리틀 레드북》 (부키, 2011)

 

 

 

저는 이 행사 준비에 많이 한 건 없지만, 《생리 공감》(행성B, 2018)《마이 리틀 레드북》(부키, 2011)을 기증했습니다. 《생리 공감》 속표지에 책의 저자인 김보람 감독님의 친필 사인이 있습니다. 《마이 리틀 레드북》은 지금도 저랑 친분이 있는 알라디너가 제게 직접 주신 선물입니다.

 

 

 

 

 

 

 

이번 달 선정도서와 레드스타킹 내부 행사 일정이 확정되었습니다. 4월 9일 월요일에 영화 상영회가 있습니다. 상영작은 미정입니다. 레드스타킹이 ‘봄맞이 페미니즘 강좌’를 주최합니다. 강좌명은 ‘꽃보다 페미니즘’입니다. 잘 지었죠? :)

 

 

 

 

 

 

 

 

 

 

 

 

 

 

 

 

 

 

 

 

*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성의 변증법》 (꾸리에, 2016)

* [읽을 예정인 책] 앨리스 에콜스 《나쁜 여자 전성시대》 (이매진, 2017)

* [읽을 예정인 책] 수전 팔루디 《백래시》 (아르테, 2017)

 

 

 

4월 16일 월요일 오후 7시에 권김현영 님의 강연이 있습니다. 이 날 강연에 맞춰서 《성의 변증법》(꾸리에, 2016), 《나쁜 여자 전성시대》(이매진, 2017), 《백래시》(아르테, 2017)를 미리 읽고 오신다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강연이 될 것입니다. 얼른 신청하세요!

 

4월 28일 토요일 오후 3시에 나영 님의 강연이 있습니다. 이 날 성, 노동, 동의, 권력, 폭력 등 다섯 가지 주제로 성폭력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강연 장소는 대구 시민공익활동 지원센터입니다. 각 강좌 당 수강료는 1만 원입니다. 16일, 28일 두 강연 모두 신청하면 5천 원 할인된 1만 5천 원의 수강료를 내면 됩니다. 수강 신청은 ‘레드스타킹 공식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하면 됩니다.

 

 

 

* 강연 신청하기

https://www.instagram.com/feminism_talk/

 

 

 

 

 

 

 

 

 

 

 

 

 

 

 

 

 

 

 

 

 

 

 

* [레드스타킹의 선택]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교양인, 2018)

 

 

 

책은 4월 23일 월요일부터 읽습니다. 레드스타킹이 선정한 4월의 책은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교양인, 2018)입니다. 요즘 많이 주목받고 있는 책이죠. 벌써부터 이 책을 사서 읽고 있는 레드스타킹 멤버들이 있어요. 저도 곧 이 책을 읽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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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2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4-03 16:41   좋아요 0 | URL
결혼해도 배우자를 하대하는 언행을 할 것 같아요. 사람은 완벽할 수 없잖아요. 머리와 입에 밴 잘못된 사고방식과 말버릇은 쉽게 지워지지 않아요. ^^;;

sprenown 2018-04-02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금과 일자리문제, 상품의 가격 등으로 1세계와 3세계의 여성들간 자매애로 뭉치기가 어려운 상황인거 같아요.소비자 불매운동도 이런 문제와 관련되고...

cyrus 2018-04-03 16:46   좋아요 0 | URL
어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마지막 모임 중에 그런 얘기가 나왔어요. 저자가 내세운 대안은 좋은데, 현실적으로는 어렵다고요. 자급 중심의 경제를 긍정하는 사람들이 많이 강조하는 것이 공정 무역입니다. 그런데 이 공정 무역에 문제가 많다고 합니다. 공정 무역도 제3세계 여성을 착취하는 구조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어요.

독서괭 2018-04-03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줌마들 타령하는 새끼들아! 제발 이 책 좀 읽어라! - 이 부분 아휴 통쾌하네요!!>O<

cyrus 2018-04-03 16:48   좋아요 0 | URL
이 후기를 읽은 레드스타킹 멤버들도 열광했습니다.. ㅎㅎㅎㅎ

AgalmA 2018-04-04 1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OECD 전체에 걸쳐 상근직의 남녀 보수 격차가 가장 큰 국가는 대한민국이며(36.6퍼센트)에서 격차가 가장 작은 국가는 뉴질랜드(5.6퍼센트)로 조사됐다. OECD 국가의 경우, 비슷한 상근직에 대한 성별 보수 격차는 감소했지만, 여성은 유급직을 가질 확률이 16퍼센트 더 낮았고, 비정규직에서 일하는 남성의 비율은 25퍼센트이지만 여성은 40퍼센트다. 또한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의 유형을 제한한 법을 가진 국가가 79개국이며, 15개국에서는 남편이 아내가 외부에 나가서 일을 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할 수 있다.
빈민구호 단체 옥스팜Oxfam International은 현재의 속도로 진전이 이루어진다면 G20 국가에서 남녀가 동일한 직업에 동일한 보수를 받게 되는 데까지 75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ㅡ 박영숙, 제롬 글렌 <세계미래보고서 2018> 내용 중

이렇다고 합니다. 아이고, 한숨이야....

cyrus 2018-04-04 12:27   좋아요 1 | URL
의미 있는 자료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75년이라... ㅠㅠ 비관적인 생각이지만, 백 년 더 걸릴 것 같습니다.. ^^;;

AgalmA 2018-04-04 12:29   좋아요 1 | URL
사회나 생각들이 질 나쁜 이데올로기에 젖어들지 않게 함께 노력해야 될 일이죠....
요즘 빅데이터, 알고리즘 맹신도 문제가 있어요. 사유의 폭이 는다고 보기 어려워요.

레삭매냐 2018-04-04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투 활동의 활발한 전개와 확산에는 대찬성입니다.

다만 왜 타이밍이 항상 어느 기업의 비리가
드러날 때마다 기가 막히게 딱 맞아 떨어지는지
미스터리입니다.

cyrus 2018-04-04 19:03   좋아요 0 | URL
정치인 비리 같은 사건들이 터질 때면 연예계에서도 굵직한 사건들이 동시에 일어나거나 알려지죠. 미디어 선동이 아닌 이상 우연히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는 상황은 설명하기 어렵네요.. ^^;;

kiddie 2018-04-04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기 잘 봤습니다^^

cyrus 2018-04-05 15:09   좋아요 0 | URL
긴 글을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3일 전 목요일에 봄을 시샘이라도 하듯 쌀쌀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잠깐만! 아니지. 요즘 대구 날씨는 봄 날씨라기보다는 예비 여름날씨예요. 여름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점점 보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저녁에 시작되는 독서모임에 참석할 때 겉옷이나 조끼를 입고 와야 합니다. 밤공기가 여전히 차갑기 때문입니다.

 

 

 

 

 

 

 

 

 

 

 

 

 

 

 

 

 

 

 

 

 

* 제인 오스틴, 류경희 역 오만과 편견(문학동네, 2017)

* 제인 오스틴, 김정아 역 오만과 편견(펭귄클래식코리아, 2009)

* 제인 오스틴, 윤지관, 전승희 공역 오만과 편견(민음사, 2003)

 

 

 

우주지감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3월 선정도서는 제인 오스틴오만과 편견입니다. 저는 민음사 판본으로 읽었고요, 문학동네 판본과 펭귄클래식 판본을 가지고 온 분들도 있었어요. 이번 달 중순부터 페미(니즘) 에 취해버려서 오만과 편견을 못 읽을 뻔했어요. 오만과 편견줄거리와 소설 주요 등장인물의 성격 및 특징을 먼저 파악한 뒤에 소설 본문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겠지만, 저는 오만과 편견을 끝까지 다 읽지 않았어요. 소설 결론을 이미 다 알고 있었고 등장인물을 분석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설에 접근했기 때문에 절반만 읽어도 작품의 진가를 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은 오만과 편견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어요. 이번 달 초에 공공도서관 여러 곳에 신청한 희망도서들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바람에 이 책 저 책 챙겨 보느라 분주했습니다.

 

오만과 편견남녀 간의 연애를 주제로 한 소설이라서 우주지감 멤버들 모두 아주 재밌게 읽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발제의 주제 중 하나가 사랑의 속성 : 결혼에 이르는 길목이었습니다. 오전 독서모임 때와 마찬가지로 저녁 모임도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열띤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미혼인 저는 그저 가만히 듣기만 했습니다. ‘부부가 되어야 찾아오는 결혼의 세계는 제겐 여전히 낯설기만 합니다.

 

오만과 편견에 나오는 등장인물에 대한 멤버들의 생각이 무척 다양했습니다. 결혼을 미루는 엘리자베스 베넷에게 지나치게 걱정하는 베넷 부인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웠지만,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졌다는 분이 있었습니다. 자식을 둔 부모가 돼서 오만과 편견을 읽는다면 베넷 부인의 애타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소설 초반부에 묘사된 다아시의 언행을 보면서 점잖은 꼰대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저도 엘리자베스처럼 다아시의 첫인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하지만 겉모습으로 상대방을 판단하는 첫인상은 편견을 일으킵니다. 다아시가 마음에 들었다는 남성 멤버가 있었습니다. 그 분은 다아시의 귀족적 품위가 성숙미가 물씬 드러나는 으로 느껴졌다고 합니다. 소설에서 엘리자베스의 친구 샬럿 루카스는 결혼이 행복한 삶을 위한 필수적인 관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엘리자베스는 윌리엄 콜린스의 재산을 보고 그와 결혼하기로 한 친구에 실망합니다. 그러나 멤버들은 안정적인 삶을 누리고 싶어서 결혼을 간절하게 바란 샬럿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샬럿이 엘리자베스보다 현실적 감각이 뛰어나며 이 소설에서 그녀가 가장 현명한 인물이라고 말한 분도 있었습니다.

 

저는 소설 결말이 아쉬웠어요. 결혼이 인생의 행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니까요. 저처럼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었어요.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에 실망했다는 분이 있었고,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의 청혼을 완강히 거부해서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는 제2의 결말을 생각해 봤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멤버들은 이 소설의 제목으로 사용된 오만편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실 이 두 단어는 한 가지 의미로 이해하기 힘듭니다. 우리도 엘리자베스처럼 상대방의 첫인상만으로 판단하는 편견을 가집니다. 상대방의 첫인상이 좋다고 해서 그 사람의 성품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입니다. 이런 편견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준 대표적인 인물이 안희정입니다. 그 사람의 실체가 밝혀진 이후로 저는 좋은 첫인상이 주는 편견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됐습니다. 자정이 될 때까지 멤버들은 살면서 경험한 편견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마주치는 편견이 생각보다 아주 많았어요.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4월 선정도서

   

 

 

 

* 오전 모임 : 2018424일 화요일, 오전 11

 

* 오후 모임 : 2018426일 목요일,

오후 730

 

* 장소 : 책방 <서재를 탐하다> (오전 모임, 오후 모임)

 

 

 

 

 

 

 

이번 달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선정도서는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동아시아, 2017)입니다. 책방에서 이 책을 잠깐 훑어봤는데요, 내용이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책을 읽기 전에 플라톤파이돈데카르트성찰을 먼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의 저자인 김재인 씨는 들뢰즈의 책을 번역한 분으로 유명합니다. 설마 이 책에도 들뢰즈를 언급할까요? 아무튼 이번 달에도 읽어야 할 책들이 많군요.

 

지금 얘기할 수 없지만, 5월 선정도서도 만만치 않습니다. 책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책 제목을 얘기하면, 그 사람은 ~”하고 탄식하면서 표정이 찡그려질 것입니다. 5월 선정도서는 완독하기 쉽지 않은 책으로 유명합니다. 저도 이 책을 읽느라 꽤 고생했어요. 5월 선정도서의 정체는 우주지감네이버 카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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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8-04-02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공지능의 시대>에 들뢰즈 비중은 약하고요. 자세에서 들뢰즈가 더 엿보이죠. 들뢰즈처럼 모두까기 시전하시죠ㅎ; 플라톤부터 데카르트, 리처드 도킨스, 호프스태터 모두모두 비판당함ㅎㅋㅎ)... 이 책은 좀 인문적이라 비슷한 시기에 나온 이종관 <포스트 휴먼이 온다>가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를 더 현실적으로 진단하고 있지 않은가 했습니다.

cyrus 2018-04-02 16:03   좋아요 0 | URL
책의 저자가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장까지 이해하려면 곁다리로 읽어야 할 참고도서가 늘어나겠군요... ^^;;

서니데이 2018-04-01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낮에 버스에서 라디오방송을 들었는데, 오늘 날씨가 5월 초의 기온에 가깝다고 하더라구요.
낮에 최고기온이 여기는 21도나 되었다고 해요.
아마 대구는 조금 더 따뜻한 날이었을것 같습니다.
오늘부터 4월입니다. 좋은 일들 가득한 즐거운 시간 되세요.^^

cyrus 2018-04-02 16:04   좋아요 1 | URL
4, 5월의 대구 날씨는 히터 1단계 가동 중인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6월부터 히터 3단계 이상의 뜨거움을 느낄 수 있어요.. ㅎㅎㅎ

페크pek0501 2018-04-02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만과 편견을 읽고 -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라는 걸 가장 크게 느꼈던 것 같아요.
그 시대의 결혼에 대한 생각. 속물근성. 이런 것도 거리를 두고 보니까 객관적으로 보이고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고요.
지금 읽어도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은 작품 같아요.

cyrus 2018-04-02 16:11   좋아요 0 | URL
저는 처음에 소설의 시대적 배경에 몰입하지 못해서 읽다가 포기한 적이 있어요. <이성과 감성> 읽기를 도전한 적이 있는데, 실패했어요. 이번에는 제대로 오스틴 전작 읽기에 도전하고 싶어요. ^^

oren 2018-04-03 2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은 아주 다채로운 관점에서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소설 같아요. 아주 냉정한 시선으로는 ‘개인의 가치관이나 소신 내지는 편견(?)이 가족을 포함한 여러 사회 제도와 빚는 마찰이나 갈등‘을 다룬 작품으로도 읽을 수 있겠고요. ‘오만과 편견‘이 생긴 근본 이유가 바로 가족 구성원들의 출신과 신분 차이 때문이었으니까요. 어쨌든 독자들의 ‘독법‘에 따라 아주 다채롭게 다가오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제가 기억하고 있는 두 비평가의 견해를 덧붙여 봅니다.

* * *

˝개인 생활의 행복이 걸려 있는 아주 사소한 일들.˝ 그녀는 자신이 묘사하는 특별한 작은 세계의 회전축이 고상한 사상, 강렬한 야망, 비극적 절망 등이 아니라 금전, 결혼(사랑 때문에 복잡하게 꼬이기도 하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다), 사회적 계급의 유지 등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그녀는 이런 평범한 사람들의 활동을 하나의 코미디로 관찰하고 있다. 마치 대가족의 동정을 잘 살펴보는 똑똑하고, 눈 밝고, 의견 표명 잘하는 나이든 고모처럼 말이다.
- 클리프턴 패디먼, <평생독서계획>

오스틴은 존슨 박사만큼 현명한 작가였다. 오스틴은 존슨 박사와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마음에서 ‘위선‘을 없애라고 충고한다. ‘위선적‘이라는 것은 진부한 어투, 지나치게 경건한 표현과 집단적인 사고들을 가리킨다. 위선의 제거라는 점에서 그녀는 우리에게 모범이 된다. 오스틴의 작품을 ‘정치적으로‘ 읽는 사람들은 그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 헤럴드 블룸, <교양인의 책읽기>

cyrus 2018-04-04 12:31   좋아요 0 | URL
<오만과 편견>에 나오는 인물들에 대한 멤버들의 생각이 다양했어요. 그 날의 기억들을 온전히 기록하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모임 다음 날에 모임 후기를 쓰는데, 자고 일어나면 전날 기억들이 사라져요. 생각나는 대로 쓰고 싶어도 글이 쓸데없이 길어지는 것도 문제예요. ^^;;
 
책 읽다가 이혼할 뻔
엔조 도.다나베 세이아 지음, 박제이.구수영 옮김 / 정은문고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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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각각 다른 공간에서 살던 남녀를 하나의 공간으로 합쳐 놓는다. 사람만 결합하는 게 아니다. 남자가 수집한 피겨(figure)는 공동의 공간으로 오고, 여자와 함께 살던 반려동물이 이사 온다. 취미가 같은 사람들의 경우엔 어떨까. 둘 다 작가인 남편 엔조 도와 아내 다나베 세이아는 독서를 좋아하는 부부이다. 결혼하면서 각각 소장하고 있던 책을 모두 공동의 공간으로 가져왔다. 그러나 책은 부부의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서로 완전히 다른 독서 취향이 문제가 된 것이다.

 

 

독서 취향이 전혀 맞지 않는다. 타니스 리의 은빛 연인이란 소설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인데 남편에게 읽으라고 추천해봤지만 표지 일러스트만 보는 등 마는 등하더니 얼렁뚱땅 넘겨버렸다. 용서 못 해! (다나베 세이아, 14쪽 각주)

 

 

아내는 괴담, 도시 전설, 환상 괴기 소설 등을 선호한다. 반면 남편은 순수문학, 과학, 역사, 인문학 등 제목만 봐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분야의 책들을 읽는다. 남편은 괴담, 도시 전설을 잘 믿지 않는다. 아내가 괴담과 도시 전설 등을 모을 때마다 싸늘한 눈빛을 보낸다. 부부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부부 교환 독서를 시작한다. 부부는 번갈아 가며 상대에게 권하고 싶은 책 한 권을 정한다. 상대가 권한 책을 읽고 서평을 쓴다. 책 읽다가 이혼할 뻔(정은문고, 2018)은 책 읽는 부부가 서평을 주고받으면서 부부 싸움 하는 과정을 엮은 책이다. 서평으로 부부 싸움을 하다니. 이 말이 선뜻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부부는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면서 부부 싸움을 하고 있다. 이 책의 제사(題詞)는 부부 교환 독서가 지향하는 바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글은 부부가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

서로에게 책을 추천해온 격투의 궤적이다.

 

 

책 읽다가 이혼할 뻔은 부부가 공동으로 집필한 서평집이 아니다. 극과 극으로 나뉘는 독서 취향을 둘러싼 전쟁의 경과를 기록한 책이다. 남편은 무서운 그림을 싫어한다. 남편의 말에 따르면 무서운 표지의 책이 눈에 띄지 않게 딴 곳에 숨기거나 책을 뒤집어 놓는다고 한다. 남편이 스스로 폭로(요샛말로 자폭이라고 한다)한 약점을 파악한 아내는 서평 말미에 남편에게 가벼운 선전포고를 날린다.

 

 

이전 연재에서 남편은 표지가 무서운 책이 싫다고 폭로한 바 있다. 그렇다면 내가 아는 한 가장 무서운 표지의 책을 골라야지. 참고로 현재 남편은 아파서 이불 안에서 끙끙거리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읽는 쿠조(스티븐 킹의 소설-cyrus )는 또 다른 맛이 있지 않을까. (다나베 세이아, 43)

 

 

부부는 상대의 독서 취향에 볼멘소리하는 전쟁 같은 글쓰기로 서평을 연재하기 시작한다. 특히 서평 본문 밑에 부부가 각주를 달면서 아웅다웅하는 모습이 이 책의 백미. 그러나 어차피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 부부 교환 독서의 목적은 상대를 이해하기. 부부에게 책은 자신의 분신이다. 부부는 애지중지하게 여기면서 읽은 분신과 같은 책을 서로 바꿔 읽는다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거로 믿는다. 릴레이 서평이 거듭될수록 부부는 함께 살면서 알지 못했던 상대의 새로운 면을 조금씩 확인한다. 아내는 친분이 있는 편집장으로부터 처음으로 남편이 닭똥집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남편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살아왔다는 사실에 적잖이 당황스러워한다. 그녀는 복잡한 감정을 서평에 솔직하게 드러낸다.

 

 

남편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자신이 없어졌다. 그런 관계라고 생각한 건 나뿐인가. 결혼식 피로연 때 한 편집자의 엔조 씨 하면 닭똥집을 좋아하는 분으로…‥라는 말을 듣고서야 남편이 닭똥집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으니, 어쩌면 남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지도. 이 연재로 부부 사이가 나빠졌다는 것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때때로 남편은 아무 말 없이 기분이 나빠져 있는데, 그것도 분명 원인이 있겠지. 아무튼 되도록 빠른 시일 내 사과해야겠다. 미안해. (다나베 세이아, 87)

 

 

각자 오랜 취향에 익숙했던 두 사람에게 이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공통의 취미를 가진 사람들의 결합은 마이너스보다는 플러스가 많은 법이다. 부부는 상대의 취향을 이해하기보다는 인정한다. 직업이 같고, 취미도 같은 부부도 여느 부부와 다를 것 없이 크고 작은 갈등이 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결혼으로 맺어진 부부는 안 통하는 것이 정상이다. 공통의 취미만으로 서로를 사랑하면서 살아갈 수 없다는 건 결혼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부부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임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는 존재이다. 부부가 인생을 함께 걸어가려면 서로 다름을 받아들여야 한다. 결혼이 가슴에 와 닿지는 않는 비혼주의자에게 부부 생활은 남의 나라 일처럼 느껴진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편하게 이 책을 읽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 책이 독서라는 공통분모로 하나가 되고 싶은 애서가 부부에게 유용한 책이 될 거로 생각한다. 이 책에 부부가 언급하는 일본 서적 대부분이 국내 독자 입장에선 상당히 낯설다. 부부가 읽는 책 내용을 아는 게 중요한가? 책 읽다가 이혼할 뻔》은 서평집이 아니다. 이 책을 '서평집'이라고 생각하면서 펼치치 마시라. 부부가 책과 서평을 매개로 어떻게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는지 살펴보시라. 이 책 제목을 처음부터 책 읽다가 더 사랑할 뻔이라고 정했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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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8-04-01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리보기가 없어서 내용이 많이 궁금했었는데 사이러스님 덕분에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재밌을 것 같아요. 일단 보관함으로 모셨습니다. ㅎㅎ

cyrus 2018-04-01 19:26   좋아요 1 | URL
이 책에 대한 독자들의 평가가 좋지 않아요. 부부가 언급한 책 중에 번역된 것이 많지 않아서 우리나라 독자 입장에서 보면 서평에 공감하기 어려워요. 사서 읽는 것보다는 도서관에 빌려서 읽는 것이 좋습니다. ^^

북프리쿠키 2018-04-01 18: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고유의 영역을 침범하지 말고 더욱더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러한 실천들이 무관심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면요.흔히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취향‘조차 닮아야 된다는 건 넌센스고 욕심아닐까요^^

cyrus 2018-04-01 19:27   좋아요 1 | URL
네, 맞습니다. 배우자의 취향을 무시하는 것도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어요.. ㅎㅎㅎ

AgalmA 2018-04-01 19: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앤 패디먼 <서재결혼시키기>랑 또 다른 책이네요^^
이곳 다른 분들도 그렇겠지만 책을 그냥 물성으로 보지 않는 터라 같은 책이어도 다른 사람 책은 다른 사람 책이죠! 분명 읽은 책이어도 남의 책으로 보면 정말 낯설어요;;

cyrus 2018-04-01 19:33   좋아요 1 | URL
저도 앤 패디먼의 책이 생각났어요. 가까이 지내는 부부도 서로 추천한 책들을 읽지 않는다고 해요. 예전부터 그래왔지만 저는 상대가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제가 읽은 책은 추천하지 않아요. 저도 상대가 추천한 책을 잘 안 읽어요. 결국, 애서가는 본인 알아서 책을 읽는 사람들입니다. ^^

stella.K 2018-04-02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장)읽게될 것 같지는 않지만 재밌을 것 같네.ㅋ

cyrus 2018-04-02 16:15   좋아요 0 | URL
부부가 소개한 책들이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것이라서 서평 내용에 공감하기 어려울 거예요. ^^;;


페크pek0501 2018-04-02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과 저도 책 취향이 달라서 각자 사 보는 편입니다. 가끔 둘 다 읽는 책이 낄 때가 있으면 반갑지요. 책 취향이 같다면 책 값 절약이 될 터인데, 하고 생각한 적 있지만
어찌 보면 서로 다른 게 좋은 것 같아요. 각자 고유의 영역이 있는 게 좋기도 하고
나만의 책, 이란 게 좋기도 하거든요.

cyrus 2018-04-02 16:20   좋아요 1 | URL
독서 취향이 같은 사람끼리 계속 만나면 지루해요. 그리고 책을 고르는 선택의 폭이 좁아져요. 알라딘 서재/북플 활동에 익숙하면 낯선 사람과의 친밀도를 유지하기가 수월해요. ‘좋아요‘와 ‘댓글‘을 서로 주고 받는 사람끼리 친해지기 쉽죠.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늘 좋은 것만 아니에요. 요즘 독서모임을 하면서 독서 편력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온라인 관계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리비우스 로마사 1 - 1000년 로마의 시작 리비우스 로마사 1
티투스 리비우스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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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만큼 다양한 인간 군상이 스쳐 지나간 시대는 많지 않다. 에드워드 기번《로마제국 쇠망사》(민음사, 2008~2010)테오도르 몸젠《로마사》(푸른역사, 2013~2015, 현재 3권까지 출간)처럼 통사를 다룬 책도 유용하겠지만, 로마의 생생한 모습에 접근하고 싶다면 티투스 리비우스《로마사》를 읽어보면 어떨까. 로마를 이해하려면 리비우스의 책부터 먼저 시작해야 한다. 리비우스는 142권이라는 어마어마한 분량으로 이루어진 《로마사》를 썼다. 그는 열권씩 묶어 순차적으로 집필했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문헌은 1~10권과 21~45권이다. 이번에 첫선을 보인 《리비우스 로마사 1 : 1000년 로마의 시작》(현대지성, 2018)은 원서 1~5권을 번역한 것이다.

 

로마의 역사는 바구니에 담겨 테베레 강물에 버려진 쌍둥이 형제 로물루스와 레무스부터 시작된다. 목축업자 파우스툴루스는 어미 늑대가 쌍둥이 형제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을 발견하고, 그들을 데려가 키운다. 목축업자 아내의 보살핌 속에 성장한 형제는 형제는 테베레 강 하구에서 점령한 지역을 분할해 통치한다. 그러나 형제 사이는 나빠졌고 형이 동생을 죽여 오늘날의 로마를 건국한다. ‘로마’라는 국호는 건국자 로물루스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것이다.

 

‘오만왕’ 타르퀴니우스의 아들 섹스투스 타르퀴니우스는 자신과 친분이 있는 콜라티누스 장군의 아내 루크레티아에 흑심을 품었다. 콜라티누스가 집을 비운 사이에 타르퀴니우스는 루크레티아를 위협하여 성폭행했다. 루크레티아는 남편과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난 뒤 자살하고 말았다. 오만왕의 폭정에 불만을 품은 백성들은 섹스투스 타르퀴니우스의 만행까지 전해 듣자 분노를 터뜨렸다. 오만왕이 폐위되면서 왕정은 무너졌고 공화정이 수립되었다. 리비우스는 루크레티아 사건의 경위와 급박하게 조성된 혁명의 분위기를 잘 묘사하고 있다.

 

로마를 지탱해 온 정의와 공정, 그리고 희생이라는 도덕적 가치들은 초대 집정관 루키우스 유니우스 브루투스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50여 년 동안 익숙해진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이행한 대개혁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브루투스는 무엇보다 왕정복고 시도라는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브루투스의 두 아들이 왕정복고를 시도한 타르퀴니우스 가의 음모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난다. 브루투스는 두 아들의 사형 집행을 지시하고 지켜본다. 공화정으로 이행한 직후의 로마 내에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만약 집정관이 로마 내부 결속에 힘을 쏟지 않았으면 막 싹이 튼 공화정이 뿌리째 뽑혀버렸을 것이다. 사익보다 공익의 논리를 앞세운 브루투스의 지도력에 감화된 로마인들은 단결했다. 공적인 의무 앞에 사욕을 엄격히 분별해내고 자제하는 로마인의 도덕적 엄정함과 희생정신은 현대 독자들에게 공명을 불러일으킨다.

 

리비우스는 역사 속 인물 각각의 개성을 살리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의 전개 과정을 극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인다. 《로마사》를 번역한 이종인은 리비우스의 위대함을 ‘예술적 서술 방식’이라고 평가한다. 실증주의 역사관을 고집한 몸젠의 ‘과학적 서술 방식’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가이우스 무키우스는 혼자서 에트루리아 왕을 암살하려다가 적군에 잡히고 만다. 그는 왕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오른손을 불에 그슬려 고통을 참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이우스의 용기 있는 행동에 감탄한 왕은 그를 풀어주고 로마와 휴전 협정을 맺는다. 가이우스의 오른손은 큰 화상을 입은 바람에 영영 쓸 수 없게 되지만, 그의 용기에 감탄한 로마인들은 그에게 ‘무키우스 스카이볼라’라는 명예로운 호칭을 부여한다. ‘스카이볼라’는 왼손잡이를 뜻하는 단어이다. 원서 2권에서 무키우스 스카이볼라의 말은 리비우스의 손에 거쳐 이렇게 살아난다.

 

 

 “나는 로마인이다. 내 이름은 가이우스 무키우스. 나는 나의 적인 당신을 죽이려고 여기에 왔다. 나는 남을 죽이려고 하는 용기 못지않게 기꺼이 죽을 용기도 있다. 용감하게 행동에 나서고 그에 따라 고통을 당하는 것이 우리 로마인의 행동 방식이다.” (141쪽)

 

 

권력이든 부든 모든 것은 세월과 함께 스러지고 만다. 그리고 인간은 삶의 유한성을 벗어나기 힘들기에 리비우스는 로마 제국의 영광을 기술하는 일에 자신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는 필생의 역작을 남기려는 자신의 업적이 잊힐지도 모른다고 고백한다. 리비우스가 로마의 역사에 매료된 까닭은 무엇일까. 그 역사 속에는 ‘무한히 다양한 인간 경험’(원서 1권 서문, 17쪽)이 있고, 역사가는 그것을 기록한다. 그래서 리비우스는 인간 경험을 상당히 현실적으로 그린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자신과 함께 살았던 로마인들에게 묻는다. “로마의 과거를 보면서 지금의 우리(로마인)는 잘살고 있는가?”

 

리비우스는 초창기 로마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면서 교훈을 얻으려고 한다. 초기 로마의 성장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무엇일까. 그는 로마인의 정신에 스며든 도덕적 가치에 주목한다. 정의와 공정, 희생은 로마 초기부터 쇠락하기 직전까지 로마의 진정한 강점이었다. 탐욕과 부패한 권력에서 나오는 악덕은 미풍양속을 해칠 뿐만 아니라 사람을 병들게 만든다. 번영한 국가도 앓는 병을 로마도 예외 없이 경험한다. 리비우스는 병든 사람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약이 ‘역사의 연구’라고 말한다. 악덕은 로마뿐 아니라 초기의 고성장을 경험한 거의 모든 국가가 앓는 병이다. 지금의 우리 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책의 서문에는 로마사와 로마인에게 배우는 교훈이 적혀 있다. 이런 점에서 리비우스가 들려주는 역사에 대한 통찰은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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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1 2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4-01 15:42   좋아요 1 | URL
로마는 농사지을 땅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심각했어요. 귀족과 평민은 땅을 더 가지려고 신경전을 벌였어요. 땅 때문에 계급 갈등이 생긴 거죠. 그래서 정치하는 기득권층은 내부 갈등을 잠재우려고 로마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단결심을 강화했어요. 그 당시 로마는 이웃 나라의 침략에 시달리고 있었거든요. 우리나라 상황과 비슷해요. 우파는 자신들의 문제점이나 자신들에게 향한 비판을 숨기려고 ‘북한’과 ‘애국’을 항상 내세우잖아요. 이런 식으로 내부 부패와 불만을 잠재우는 거죠.

oren 2018-04-03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마의 전설적인 역사가 티투스 리비우스의 <로마사>가 드디어 국내에도 번역되어 나왔군요. 저는 리비우스의 명성을 『몽테뉴의 수상록』을 통해 처음 접했었는데, 나중에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 마키아벨리의 『로마사 논고』, 셰익스피어의 작품 『루크리스의 강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등에서 거듭 반복해서 ‘로마사 이야기‘를 접하면서 리비우스의 대단한 명성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답니다.(☞ http://blog.aladin.co.kr/oren/9163630)

cyrus 님이 이 글에서 사례로 소개한 ‘오만왕‘ 타르퀴니우스의 아들에 의해 저질러진 ‘루크레티아 성폭행 사건‘은 셰익스피어조차 『루크리스의 능욕』이라는 방대한 설화시로 재탄생시킬 만큼 유명한 사건인데, 이 또한 셰익스피어가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는 하나, 결국 해당 이야기의 원전은 역사가 리비우스로부터 전해졌던 셈이겠지요.(셰익스피어는 『루크리스의 강간』의 줄거리를 같은 작가 오비디우스, 그러나 그의 다른 작품인 「로마 달력」제2권에 실린 루크리스 관련 이야기에서 빌려 왔다. 물론 리비우스의 『로마사』제1권에도 같은 사건과 인물을 다루는 기록이 있는데, 이는 인물들의 심리를 파고드는 오비디우스의 시 형식의 이야기 전개와 달리 산문체 역사 서술의 일부다. - 최종철,『셰익스피어 전집 10』, <루크리스의 강간>, 역자 서문)

한편, 무키우스 스카이볼라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도 등장하는데, 이 또한 톨스토이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열심히 읽은 덕분이 아니었나 싶더군요.^^( ☞ http://blog.aladin.co.kr/oren/8974716)

유니우스 브루투스가 ‘공화정‘을 수호하기 위해 아들 둘을 죽인 끔찍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마키아벨리의 『로마사 논고』에 여러 차례 등장하는데(☞ http://blog.aladin.co.kr/oren/9429341), 제가 가장 최근에 읽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에도 그 이야기가 여러 차례 거듭 언급되어 있어서 아주 흥미로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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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영국인들이여, 로마의 브루투스(로마를 배반한 두 자식을 사형에 처한 루키우스 브루투스를 말함-역자주)는 자기 자식을 사형시키지 않았습니까? 오, 승리를 눈앞에 둔 친구들이여, 스파르타의 어머니들은 도망가는 자식들을 적군의 칼끝으로 내몰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조상님들과 찬양하는 동료들과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후손들까지 있는 우리가, 신성하고 거룩한 명분을 좇아 세운 텐트 바깥으로 배반자들을 집어던지는 것이 코크타운 노동자들의 신성한 사명 아니겠습니까? 공중의 바람도 그렇다고 대답하고 그 대답을 동서남북 사방으로 퍼뜨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노동자총연맹을 위해 만세삼창을 합시다!
- 찰스 디킨스, 『어려운 시절』, <제2권 4장 노동자 형제들> 중에서


cyrus 2018-04-04 12:38   좋아요 0 | URL
그 전에 읽은 몸젠의 로마사를 지루하게 느껴져서 그런지 리비우스의 로마사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인물들의 대화 장면을 묘사한 부분을 읽었을 때 역사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마키아벨리의 <로마사 논고>를 안 읽어봤는데, 오히려 그게 잘 된 것 같아요. <리비우스 로마사>를 읽지 않고 <로마사 논고>를 읽는 것과 번역된 <리비우스 로마사>와 <로마사 논고>를 비교하면서 읽는 것에 느낌의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