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준지 컬렉션 5화 첫 번째 이야기

또 하나의 나, 그리고…

 

 

 

 

 

 

 

‘오시키리 시리즈’ 중 한 편으로 오시키리 토오루라는 소년이 나오는 이야기다. 원제는 『오시키리 이담』이다. ‘이담(異談)’이 국내에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라서 그런지 국내 정식 발매 판인 구판(《이토 준지 공포만화 콜렉션 7 : 벽》)에는 『또 하나의 나, 그리고…』라는 제목으로 번안되었다. 신장 완전판인 《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9》에서는 원제를 그대로 옮겼으나 ‘이담’이 아닌 ‘괴담(怪談)’으로 번안되었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9 : 오시키리의 괴담 & 프랑켄슈타인》 (시공사, 2008)

* [구판, 품절]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만화 콜렉션 7 : 벽》 (시공사, 1999)

 

 

 

 

오시키리 토오루는 으리으리한 집에 혼자서 산다. 그러나 오시키리의 집에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다. 그곳에 2차원의 세계로 갈 수 있는 길이 있다. 어느 날 오시키리는 자신의 집 복도에서 동급생 후지이 미오를 만난다. 그러나 후지이는 오시키리를 보자마자 겁에 질린 채 도망치고, 투명 인간이 되듯이 사라져버린다. 다음 날 학교에서 만난 후지이는 전날 밤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한 듯하다.

 

‘오시키리 시리즈’가 처음에는 2차원을 주제로 한 작품이 아니었다. 2차원 세계에 있는 오시키리가 처음으로 등장한 작품이 ‘오시키리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 『침입자』다. 그 다음으로 나온 이야기가 『오시키리의 괴담』이다. ‘오시키리 시리즈’는 옴니버스 구성을 취하고 있으나 『오시키리의 괴담, 벽』(‘오시키리 시리즈’ 마지막 편)은 『침입자』와 이어지는 작품이다.

 

 

 

 

 

 

 

 

이토 준지 컬렉션 5화 두 번째 이야기

봉제교사

 

 

 

 

 

 

<이토 준지 컬렉션> 1화 첫 번째 이야기인「소이치의 제멋대로 저주」 에 이어 소이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다. 소이치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이토 준지 컬렉션> : 이토 준지의 그로테스크 만화’(2018년 1월 9일 작성)를 참고하면 된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6 : 소이치의 저주일기》 (시공사, 2008)

* [구판, 품절]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만화 콜렉션 9 : 소이치의 즐거운 일기》 (시공사, 1999)

 

 

 

신장 완전판에 수록된 작품명은 ‘인형 교사’다. 소이치의 저주를 받은 야나기다 선생님은 인형으로 변한 모습으로 학교에 출근한다. 같은 반 학생이자 반장인 코이치를 질투하는 소이치는 코이치에게도 저주를 걸어 그를 괴롭히려고 한다. 『봉제교사』는 공포보다 개그에 치중한 작품이다.

 

 

 

 

 

 

 

 

이토 준지 컬렉션 6화 첫 번째 이야기

이웃집 창문

 

 

 

 

 

 

그로테스크식 결말이 인상 깊은 작품. 히로시가 사는 집 바로 옆에 창문이 하나밖에 없는 집이 있다. 이웃집의 창문은 2층에 있는데, 히로시의 방에 달린 창문을 마주 보고 있다. 2층에 ‘누마게’라는 이름의 여자가 살고 있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누군지 잘 모른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8 : 백사촌 혈담》 (시공사, 2008)

* [구판, 품절]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만화 콜렉션 13 : 괴기 서커스》 (시공사, 1999)

 

 

 

한밤중에 히로시는 이웃집 2층에서 자신을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를 듣는다.

 

 

“도련님~ 도련님~ 안녕하세요. 주무시고 계시나요?”

 

 

잠이 깬 히로시는 밖에서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목소리를 확인하기 위해 창문을 연다. 그는 이웃집 2층 창문에 있는 흉측한 모습의 누마게를 보고 화들짝 놀란다. 매일 밤이 되면 누마게는 히로시를 부르면서 그에게 접근하려고 시도하는데…‥.

 

 

네이버 검색창에 ‘이토 준지 이웃집 창문’을 입력하면 누메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누마게는 히로시를 유혹하려고 시도하는 존재로 등장하는데, 양팔에 목걸이들이 주렁주렁 걸려 있다.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괴상하게 생긴 누마게는 ‘화려한 외모’로 남성을 유혹하는 팜므 파탈(Femme fatale) 이미지를 뒤집는 캐릭터다. 한편으로 누마게의 모습이 MTF트랜스젠더(male-to female transgender)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목걸이들을 지나칠 정도로 걸고 다니는 누마게의 행동은 ‘여성성’을 과도하게 연출하려는 MTF트랜스젠더의 모습으로 볼 수 있다. MTF 트랜스젠더는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여성성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길 원한다. 그러나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트랜스젠더의 여성성 수행이 전통적인 여성성을 강화한다고 비판한다.

 

 

 

 

 

 

 

 

이토 준지 컬렉션 6화 두 번째 이야기

느린 이별

 

 

 

 

 

단편집 《마의 파편》에 수록된 작품. 이 이야기에는 이토 준지식 ‘그로테스크 연출’이 없다. 이토 준지의 괴이한 설정을 무서워하는 사람도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슬픈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 이토 준지 《마의 파편》 (시공사, 2015)

 

 

리코는 토쿠라 가문의 후손인 토쿠라 마코토와 결혼하여 함께 산다. 리코는 토쿠라 가문의 집에서 영혼들을 만난다. 그들은 이미 세상을 떠난 토쿠라 가문의 구성원 또는 조상들의 영혼이다. 마코토의 말에 의하면 토쿠가 가문의 영혼들은 10년이 지나면 이승을 떠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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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세계 여성의 날이 올해로 11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이 뜻깊은 날을 기념하기 위해 대구 페미니즘 북클럽 레드스타킹영화 상영회를 마련했습니다.

 

 

 

 

 

 

켄 로치(Ken Loach) 감독의 <빵과 장미>(Bread And Roses, 2000년 작)입니다. 이 영화는 미국 LA에 사는 불법체류자들의 노동 운동을 통해 인종차별과 빈부격차의 실상을 보여줍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마야로사는 미국으로 밀입국한 멕시코인 자매입니다. 마야는 언니 로사의 도움으로 빌딩 청소부로 일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녀의 근로 환경은 너무나도 열악했습니다. 의료보험 적용과 휴가 등은 꿈꿀 수조차 없었습니다. 열악한 업무환경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당하는 상황을 목격한 마야는 미국인 노동운동가 샘을 만나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투쟁에 나섭니다.

 

 

 

 

 

다음 주 월요일인 35, 스몰토크에서 <빵과 장미>가 상영됩니다. 영화를 보고 싶은 분은 저녁 7시까지 스몰토크에 오시면 됩니다. 참가비는 없습니다. 스몰토크에 커피, 차 등 음료를 주문할 수 있습니다(음료값은 개인 부담). 일찍 오셔서 영화 상영 전에 음료를 주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영화관 내부처럼 실내를 어둡게 합니다. 상당히 어둡기 때문에 이동하기가 불편할 수 있어요. 그리고 영화 상영 도중에 음료를 주문하면 크고 작은 소음이 생깁니다. 그러므로 맛 좋은 커피를 음미하면서 영화를 시청하려면 스몰토크에 일찍 도착하는 것이 좋습니다. 640~45분까지 장소에 도착하면 여유롭게 음료를 주문하면서 좌석에 앉을 수 있습니다.

 

이날 많은 인원이 올 거로 예상하기 때문에 좌석이 부족할 수 있어요. 지난번 영화 상영회에 레드스타킹 정회원과 외부 손님 모두 합한 스무 명 넘은 인원이 참석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좌석을 많이 배치할 예정입니다. 35일에 스몰토크에 오실 수 있는 분은 늦어도 다음 주 월요일 오전까지 댓글을 남겨주셔도 좋습니다. 영화를 앉아서 볼 수 있도록 좌석을 마련하겠습니다.

 

 

 

 

    

 

 

다음 내용은 영화와 관련된 곁다리 정보, 책 소개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에 관심이 없으면 안 보셔도 됩니다.

 

 

 

 

영화 제목인 빵과 장미세계 여성의 날의 기원이 된 1908년 미국 여성운동에서 유래된 단어입니다. 190838일 여성 노동자들이 참정권과 노동조합 보장을 요구하며 뉴욕에서 대규모 파업 시위를 벌였습니다. 대부분 역사학자와 페미니스트들은 1912년에 일어난 미국 매사추세츠 로렌스 직물공장 노동자들의 파업을 여성 노동운동의 시초로 보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 당시 노동자들이 외쳤던 구호가 바로 빵과 장미입니다. 빵은 생존권을, 장미는 인간의 존엄성을 의미합니다.

 

 

 

 

 

 

 

 

 

 

 

 

 

 

 

 

 

 

 

* [품절] 리처드 에번스 페미니스트 : 비교사적 시각에서 본 여성운동 1840~1920(창비, 1997)

* [No Image, 품절] 아우구스트 베벨 여성론(까치, 1990)

 

 

 

 

20세기 초 미국 여성운동의 중심에는 부르주아지 페미니스트들이 있었지만,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의 투쟁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1890년대에 독일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이 마르크스주의를 전파했습니다. 그러나 독일 이민자 출신의 남성 노동운동가들은 부르주아지 페미니스트와의 협력을 거부했고, 여성 문제를 외면했습니다. 미국 여성의 사회주의 운동 참여율이 낮았습니다. 그러나 1901년에 미국사회당이 결성되면서 노동계급 여성들이 사회운동에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여성 노동운동가들로 구성된 사회단체가 하나둘씩 생겨났고, 독일 사회주의 여성운동과 비슷한 방향으로 당 운동을 펼쳤습니다. 미국 여성 노동운동가들이 필독한 책은 아우구스트 베벨(August Bebel)여성과 사회주의였습니다. 베벨은 사회민주당을 창설한 독일 출신의 사회주의자입니다. 그가 쓴 여성과 사회주의는 독일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이 꼭 읽어야 할 이론서로 알려졌습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 (아주 뒤늦게) 소개되었는데요, 여성과 사회(보성출판사, 1988) 여성론(까치, 1990)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은 프롤레타리아 여성 문제를 소극적으로 보는 부르주아지 페미니스트와의 협력을 거부하는 노선을 지향합니다.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은 부르주아지 페미니스트들이 주도한 참정권 운동에 동참했지만, 그들과 통하는 접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참정권 운동을 둘러싼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의 대립은 미국 사회주의 여성운동의 기세를 약화하는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 [절판] 사빈 보지오-발리시 저속과 과속의 부조화, 페미니즘(부키, 2007)

* 정진희 엮음 마르스크주의자들의 여성해방론 : 콜론타이 · 체트킨 · 레닌 · 트로츠키 저작선 (책갈피, 2015)

* 마르퀴 드 콩도르세 인간 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책세상, 2002)

 

 

 

재미있게도 38일이 세계 여성의 날로 지정되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들 모두 사회주의자였습니다. 독일 출신의 여성 운동가인 클라라 체트킨(Clara Zetkin)1910년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여성 운동가 대회를 열었습니다. 그녀는 1908년 미국 여성 노동자 파업 시위가 벌어진 날을 세계 여성의 날로 지정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체트킨이 주도한 여성운동가 대회에 영향을 받은 프랑스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들은 여권 신장을 옹호한 계몽사상가 콩드르세(Condorcet)의 사망일인 75일을 여성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1921레닌(Lenin)1917년 상트페테르부르크 노동자 시위를 기념하기 위해 여성의 날을 38일로 정했습니다. 두 차례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사회주의자들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 전 세계로 알려지게 되었고, 1981년에 프랑스도 3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선포했습니다.

 

 

20세기 초 파업에 참여한 미국 여성 노동자들은 부르주아지 페미니스트들의 주변부에 머물렀지만, 그들의 투쟁은 빵과 장미라는 불후의 구호로 남아 있습니다. ‘빵과 장미를 외칠 수 있는 날이 오면 110년 전 광장에 나섰던 강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기억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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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천성 인권 결핍 사회를 아웃팅하다 - 두려움에서 걸어나온 동성애자 이야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지승호 지음 / 시대의창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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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받지 않고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에서 평범한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길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남들과는 조금 달라서, 혹은 다른 처지에 놓여 있어서 같은 사회 구성원이면서도 수많은 편견과 혐오에 부딪힌다. 성 소수자들은 ‘최소한의 도덕’인 법적 장치를 통해 기본적인 인권이라도 보장받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동성애에 대한 편견에서 많이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정신이상으로 생각하거나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해로운 존재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타인에 의해 본인이 동성애자인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아우팅(outing, 아웃팅)’이라고 부른다. 우리 사회에서는 자신이 동성애자임이 밝혀지는 순간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어렵사리 마련한 직장에서 쫓겨나고,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한다. 개인적인 능력이 무시당하고 그 순간부터 동성애자는 ‘역겨운 호모 새끼’로 취급받는다. 삶의 기반을 빼앗기고 모든 인간관계가 무너진다.

 

《후천성 인권결핍 사회를 아웃팅하다》(시대의창, 2017)는 동성애자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통해 아우팅의 실상을 조명하고, 그들의 인권을 짓밟는 우리 사회의 호모포비아(homophobia, 동성애 혐오)를 고발한다. 이 책은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가 2010년 말부터 2011년 초까지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약칭 ‘행성인’, 구 동성애자인권연대)’ 소속 성 소수자 운동가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작년 12월에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2011년 구판과 2017년 개정판의 차이점이 있다. 구판과 개정판 각각에 다양한 성 소수자 인권 문제를 다룬 칼럼 7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글쓴이와 내용이 완전히 다르다. 성 소수자 인권 운동에 앞장선 사회단체 이름이 달라졌다. 2014년까지 ‘동성애자인권연대(동인련)’라는 이름으로 활동했고, 2015년에 ‘행성인’으로 변경되었다.

 

이 인터뷰집은 다름을 부정하고, 다름을 이유로 차별하는 이들에게 작지만 큰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성 소수자의 목소리를 당사자들이 직접 표출하려는 욕망은 진작부터 강했다. 성 소수자들이 타인의 시선을 피해 벽장 속에 숨어서 지낸 것도 있지만, 성 정체성을 드러낸 성 소수자들은 기피 대상 또는 우스꽝스러운 존재로 취급받아왔다. 동성애자 4명의 커밍아웃 스토리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종로의 기적>과 용산 참사를 다룬 <공동정범> 등을 연출한 이혁상 감독은 미디어를 이용해 ‘성 소수자들이 성 소수자임을 드러내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는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다.

 

‘바른 성문화를 위한 전국연합’과 같은 기독교 극우단체는 동성애를 혐오한다는 광고를 내고 호모포비아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성애 가족을 강조하고, 정상 · 비정상을 구분할수록 호모포비아는 심해진다. 특히 극우 기독교계는 에이즈(HIV/AIDS)가 동성애를 포함한 성적 타락에 대한 신의 형벌이라는 인식을 퍼뜨리는데 재난이나 괴질이 발생했을 때 희생양을 찾음으로써 책임을 전가한다. 곽이경 씨는 교회에 다니는 레즈비언이다. 그녀는 동성애자를 이성애 중심 가족 제도를 붕괴하는 적으로 몰아세우는 극우 기독교의 낡은 혐오 공학을 비판한다.

 

 

이 사회의 가족 제도는 이성애 중심이잖아요. 동성애자들은 가족 제도에 편입되고 싶어하는 것이지, 가족 제도를 붕괴시키고 싶어하지 않거든요. 붕괴시키려고 마음먹었다면 ‘혁명 세력’일 텐데,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개신교나 가톨릭계는 동성애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 같아요. 동성애자들이 우리 사회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얘기하는 거죠. (곽이경, 79쪽)

 

 

인터뷰에 참여한 민수 씨(가명)‘군형법 92조 6항’에 의해 억울하게 피해를 본 동성애자다. 군형법 92조 6항은 ‘군인 또는 준군인에 대하여 동성 간 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강제성과 공연성이 없는 합의된 성적 접촉까지 형법으로 처벌한다는 이유로 비판 받아왔다. 성 소수자들은 동성애자 차별을 정당화하는 군형법 제92조 6항 폐지를 주장하지만, 국방부와 극우 기독교계는 병영 내 동성애가 지휘체계의 문란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조항 폐지를 반대한다. 그러나 미국, 유럽에서는 병영 내 동성애가 군의 기강과 사기를 저해한다는 주장에 반박하는 연구 결과들이 나왔다. 민수 씨는 군형법이 ‘동성애자를 잠정적인 성범죄 가해자 또는 감염자로 낙인찍는 규정’이라고 지적한다. 군대 내에서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이들은 일단 ‘치료’라는 명목으로 병원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에이즈 검사, 독방생활 등을 경험하게 된다. 군대에선 여전히 동성애가 정신 장애이고 범죄 행위로 여겨진다. 이런 편견이 사라지지 않는 한, 군인의 사생활 보호가 아무리 철저해도 동성애자 차별은 해소될 수 없다.

 

청소년 성 소수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이중으로 고통을 겪는다. ‘동성애자’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이 “아니, (정신적으로 미숙한) 학생이?”라는 편견과 맞물리면서 더욱 냉혹하게 증폭된다. 성인 동성애는 인권 논의 대상이 되지만, 청소년 동성애는 한때의 ‘치기’나 단순한 ‘성적 호기심’으로 치부된다.

 

 

청소년 성소수자는 청소년이란 것과 성소수자라는 이중적 약자잖아요. 사회는 사회대로 그렇고, 집에서는 집대로 통금 같은 거 두고, 그러면 이중으로 뭔가에 가로막히는 기분이죠. 당장 부모님이 무언가 강요하면 그것을 지키지 않고 나갈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니까요. 일을 해서 돈을 벌 수도 없고요. (김우주, 202쪽)

 

 

우리 사회는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청소년들에 질타와 비판만 가하고 있다. 청소년 동성애를 ‘비행’, ‘일탈’로 치부되는 것은 기성 사회의 일방적 시각이다. 학교 안에서 아우팅 당한 청소년 동성애자들은 왕따를 당하고, 이를 견디지 못해 자퇴를 결심한다. 아우팅 당한 동성애자는 자살을 선택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 적어도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되고, 불이익을 겪거나 심지어 자살로 몰고 가는 폭력적이고 차별적인 인식이 사라져야 한다.

 

동성애자에 대한 억압은 생각보다 교묘하고 그 뿌리가 깊을 뿐 아니라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성애만이 인간이 나눌 수 있는 유일무이한 사랑이고, 정상적인 삶의 모습이라고 배운다. 이렇게 뿌리 깊은 가치관은 동성애자들을 ‘비정상’으로 규정해 버린다. 소외당한 사람들은 자신들에 향한 억압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들은 그 억압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또한, 자신의 삶과 인간적 권리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만다. ‘행성인’ 소속 성 소수자 운동가들은 일반(동성애자를 뜻하는 ‘이반’의 반대말, 이성애자)들의 동성애 편견을 바꾸기 위해서는 성 소수자들의 자발적인 사회적 연대가 감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려면 성 소수자들이 벽장에 나와 일반 세계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왜곡된 형태의 동성애가 아닌 진짜 동성애가 뭔지, 현실의 동성애자는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주고 알려야 한다. 일반은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성 소수자를 받아들인다는 것, 그것은 우리 사회의 이성애 중심주의와 남성 중심주의에 균열을 내는 것이다. 사회에 실금이 갔다고 해서 와르르 무너지진 않는다. 작은 틈 위에 여섯 색깔 무지개(동성애자를 상징하는 깃발 디자인)가 생긴다면 그 사회는 성 소수자들이 원하는 세상, 무지개처럼 다양성이 공존하는 세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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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2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3-02 19:09   좋아요 0 | URL
동성애를 바라보는 기독교의 시선을 알 수 있는 책을 참고하고 싶은데 뭐부터 읽어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잘 되지 않겠지만, 기독교의 주장을 신중하게 살펴보고 싶어요.

sprenown 2018-03-02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련 군형법조항은 위헌소지가 많은것 같아요
최근 북부지법에서도 무죄판결이 나왔네요
헌재에 위헌제청신청이나 헌법소원을 통해 위헌판결이 나야할것 같은데 보수종교계에서 극렬반대하고있어 귀추가 주목됩니다.

cyrus 2018-03-02 19:12   좋아요 0 | URL
극우 종교계, ‘바른 성문화를 위한 전국연합‘의 반응이 너무 셉니다. 그런데 이들이 동성애를 반대하는 주장들이 어이없을 정도로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동성애를 옹호하면 빨갱이라고 욕하기도 하던데 저는 ‘김정일, 김정은 개새끼‘라고 여러 번 외칠 수 있습니다. ㅎㅎㅎ

sprenown 2018-03-02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그러니 이들을 ‘수구꼴통‘이라고 하죠.자신들의 가치에 조금만 벗어나도 빨갱이. 그동안 반공이데올로기로 기득권 유지하며 잘살아왔잖아요^^.

cyrus 2018-03-02 19:2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 책이 2011년에 나온거라서 MB 졸라 까는 내용들이 나옵니다.. ㅎㅎㅎ

AgalmA 2018-03-04 14: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이즈가 신의 형벌이라면 인간의 모든 질병도 마찬가지겠죠. 실제로 무슨 사건사고만 있으면 그런 식. 세월호 때도 그렇게 말하는 모진 종교인(이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은 인간)이 있었죠. 모두를 신의 노예로 만드는 이상한 인식. 마조히즘적인 게 인간의 무슨 기질인가 싶을 정도라니까요. 자기가 어떤 이데올로기에 지배되고 있는지 자성 좀 하고 다른 이들에게 훈장질 좀 했으면 싶습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말이라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양날의 칼인지 알텐데....
더불어 신을 무슨 만능 해결 보자기처럼 쓰는 거 참 못마땅한 점입니다. 그걸 다시 사회 구조로 끌어들이고.
성경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의 차별, 죄악 등 다 인간이 만든 알레고리고 이데올로기죠.

cyrus 2018-03-04 11:11   좋아요 2 | URL
무교인 저는 기독교가 안 좋은 상황을 ‘신의 형벌’, ‘재앙’으로 주장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이성적으로 따지고 보면 말이 안 되잖아요. 모 기독교계 대학교는 페미니즘 강연을 ‘영적 지진’으로 표현하면서 페미니즘 강연을 주최한 학생에게 무기정학 징계를 내렸어요. 앞뒤 꽉 막힌 일부 기독교는 페미니즘을 사회에 혼란을 주는 재앙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

기득권에 위치한 종교는 정치권력과 손을 잡으려고 합니다. 그들이 숭배하는 신은 예수가 아니라 최고 권력자들입니다. 권력자들의 적폐 행위에 눈 감고, 자신보다 낮은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사회악으로 취급합니다.
 
랑베르 씨
장 자끄 상뻬 지음, 윤정임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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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랑베르 씨》(열린책들, 1999)장 자크 상뻬(Jean Jacques Sempe)의 초기작에 속하는 작품이다. 상뻬의 첫 번째 그림책인 <쉬운 일은 아무것도 없다(Rien n’est simple, 국내 미출간)이 1962년에 발표되었고, 《랑베르 씨》는 1965년에 발표된 네 번째 그림책이다. 《랑베르 씨》는 상뻬의 대표작 《얼굴 빨개지는 아이》(별천지, 2009)보다 넉 달 늦게 국내에 출간되었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는 1969년에 발표된 그림책인데, 우리나라에선 이 책이 큰 인기를 얻었다. 이렇다 보니 《랑베르 씨》를 주목한 독자의 리뷰가 많지 않다.

 

 

 

 

 

 

랑베르 씨는 그림책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주인공인데도 말이 거의 없다. 그림의 절반이 ‘피가르 식당’에서 수다를 떠는 단골손님들의 말들로 채워져 있다. 단골손님들은 매일 늘 같은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1936년 프랑스 좌파 정권이 수립한 인민전선에 대해서 열띤 토론을 하는 손님들이 있고, 다른 쪽 식탁에서는 1950년대에 활약한 축구선수들과 당시 최고의 성적을 거둔 축구팀들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손님들이 앉아 있다. 랑베르 씨는 항상 자신과 함께 식탁에 앉은 동료들의 대화를 경청한다. 랑베르 씨도 식당을 자주 찾는 단골손님이지만, 존재감이 없다. 가끔 랑베르가 제시간 늦게 식당에 도착하면 단골손님들이 그의 안부를 묻곤 한다. 그러나 손님들은 랑베르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손님들의 관심 대상은 랑베르가 아니라 ‘정치’와 ‘축구’였다. 랑베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손님들은 정치와 축구에 대해 말하느라 바쁘다.

 

어느 날부터 랑베르는 플로랑스라는 여성과 사귀게 된다. 랑베르의 연애 사실을 알아차린 손님들은 다시금 조용한 사내에 주목한다. 동료들은 플로랑스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고, 식당에 온 랑베르에게 다가가서 그녀가 누군지 알려달라고 재촉한다. 평소에 랑베르를 알고 지낸 동료들은 축구 얘기를 접어두고, 자신들이 연애하면서 만났던 여자들을 주제로 대화한다. 재미있게도 연애하는 랑베르가 주변 사람들의 대화 주제를 바꿔놓은 것이다. 확실히 단골손님들은 ‘연애꾼’ 랑베르에 주목했고, 그가 식당에 나타날 때마다 반갑게 맞아준다. 그러나 랑베르의 행복한 시간은 오래 가지 못한다. 랑베르의 결별 소식을 들은 동료들은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예전처럼 축구 얘기를 한다. 그렇게 랑베르는 자연스럽게 ‘존재감 없는 평범한 사내’로 돌아온다.

 

알라딘에 공개된 《랑베르 씨》의 책 소개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평범한 월급쟁이들의 진부한 일상에 새콤한 양념처럼 곁들여진 랑베르의 에피소드. 여기에 그의 식당 동료들의 은근한 우정이 짭잘하게[1] 가미된 감칠맛 나는 이야기.

 

 

상뻬는 그냥 지나치기 쉬운 사소한 풍경과 얼굴들에 집중한다. 《랑베르 씨》는 별다를 것 없는 일상 속에 미세한 변화를 느끼는 그 사소한 일들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깨닫게 해준다. 그렇지만 나는 ‘식당 동료들의 은근한 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들의 우정은 여성을 ‘남성보다 못한 존재’로 분류하는 남성 간의 연대, 즉 ‘호모소셜(Homosocial)’에서 이루어지는 ‘쉰내 나는 우정’이다. 남성들은 호모소셜 속에서 여성들은 품평과 희롱의 대상으로 소비한다. 호모소셜은 ‘내(남성)가 너를 남자로 인정한다’는 남성 사이의 유대감을 형성한다. 존재감 없던 랑베르가 연애하기 시작하자 동료들은 그를 ‘남자’로 인정하고, 그(의 연애)에 호기심을 느낀다.

 

자, 지금부터 나오는 말이 당신의 분노를 유발하고, 당신의 뒷목을 잡게 만들 수 있으니 주의하길 바란다.‘시대착오적인 언어들’식당 손님들이 사적으로 나눈 대화체, 남성우월주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뻬의 문장에서 나온 것이다.

 

 

“아버지들은 딸 단속 잘 하라고!”, “여자들은 그저 처신만 잘하면 돼!” (75쪽)

 

 

“난 항상, 여자들은 정복해야 한다는 걸 원칙으로 삼았지.” (83쪽)

 

 

랑베르는 별말 하지 않았지만 그가 우리의 우정으로 기운을 되찾고 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남자들 사이의 우정은 중요하니까. 게다가 우정, 그것밖에는 없다. 인생의 온갖 크나큰 골칫거리는 여자들로부터 비롯한다는 건 누구나 뻔한 얘기다. (90쪽, 상뻬)

 

 

축구는 언제나 우리의 삶이었다. 그건 무엇보다도 단결심을 필요로 한다(여자들은 그 단결심이란 걸 이해하지 못한다). 축구란 늘 함께 모여 경기를 벌이는 걸 좋아하는 열한 명의 친구들이다. (100쪽, 상뻬)

 

 

지금으로 보면 상당히 수준 떨어지는 발언들이다. 이 절판된 책이 재출간되지 않아서 다행이다. 상뻬는 여성이 축구가 필요로 하는 단결심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썼는데, 지금까지 프랑스 여자축구가 거둔 뛰어난 성적을 생각하면 여성을 무시하는 발언이다.

 

 

 

 

* 프랑스 여자축구 대표 팀 최고 성적

 

2008년 FIFA 칠레 U-20 여자 월드컵 4위

2011년 FIFA 독일 여자 월드컵 4위

2012년 FIFA 아제르바이잔 U-17 여자 월드컵 우승

2014년 FIFA 캐나다 U-20 여자 월드컵 3위

 

 

 

 

올해 8월 5일부터 한 달간 프랑스에서 FIFA U-20 여자 월드컵이 치러진다. 내년에 있는 FIFA 여자 월드컵의 개최국도 프랑스다. 상뻬 할아버지는 지금도 정정(亭亭)하신데 조국에서 치러지는 여자축구 경기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경기를 보고 나서 본인의 펜에서 나온 시대착오적인 언어를 정정(訂正)했으면 좋겠다.

 

상뻬 할아버지, 정정(亭亭/訂正)하세요!

 

 

 

 

 

[1] ‘짭잘하게’라고 되어 있는데, 정확한 표현은 ‘짭짤하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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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8-03-01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을 무시하는 발언을 한 사람들 중에서 위대하다고 평가되는 (외국의 옛) 철학자도 있어서 놀랐던 적이 있지요. 그 시대 문화의 영향 탓일까요? 어째서 글은 훌륭하게 쓰면서 여성 비하를 하는 (우리나라) 작가가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요즘 미투 운동을 보면서, 인간은 알 수가 없도다, 그랬네요.

cyrus 2018-03-02 08:01   좋아요 1 | URL
시대가 변하면 인물, 문화에 대한 평가는 달라집니다. 이제는 여성 차별, 여성 비하와 연관된 발언 및 행위들에 문제 삼아야 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제 ‘스몰토크’에서 《젠더 무법자》 읽기 마지막 모임이 있었습니다. 어제 모임에도 새로운 한 분이 참석했지만, 독서모임에 꾸준히 참석하신 정회원 세 분이 개인적인 일로 다른 곳으로 가게 되었어요. 그래서 잠시 레드스타킹의 곁을 떠나시는 분들을 위한 송별회도 마련했어요.

 

레드스타킹 정회원 중에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제는 특별히 트랜스젠더를 주제로 한 독립영화 한 편을 봤어요.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 각자 영화에 대한 소감을 밝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저는 《젠더 무법자》와 연관 지어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점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분은 트랜스젠더 영화가 어떤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기보다는 비트랜스섹슈얼(Non-transsexual) 관객들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트랜스젠더 영화를 재미있게 시청한 분이 있었지만, 영화 속 대사나 연출 장면 등이 산만해서 영화에 나오는 트랜스젠더들의 삶에 감정 이입하기 어려웠다고 말한 분도 있었습니다. 영화 속 장면과 등장인물들의 대사 및 행동을 독창적으로 분석한 분들의 의견이 많이 나왔습니다. 이 모든 의견들이 영화 줄거리와 관련이 있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겠습니다.

 

 

 

 

 

 

 

 

 

 

 

 

 

 

 

 

 

 

* 수잔 스트라이커 《트랜스젠더의 역사》 (이매진, 2016)

* 애너매리 야고스 《퀴어 이론 : 입문》 (여성문화연구소, 2012)

 

 

 

영화에 나오는 트랜스젠더들은 유색인종 MTF트랜스젠더입니다. 어떤 분은 유색인종 트랜스젠더가 백인 MTF트랜스젠더보다 궁핍한 삶을 살고 있으며 극심한 차별을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스톤월 항쟁(Stonewall riots)’에 참여했던 유색인종 트랜스젠더들의 암울한 현 상황을 안타까워했습니다.

 

스톤월 항쟁(Stonewall riots)’이란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LGBT 운동의 역사를 설명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대사건입니다. 스톤월은 미국 뉴욕에 있는 게이 바 ‘스톤월 인(Stonewall Inn)’에서 따온 것입니다. 뉴욕에서는 동성애자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뉴욕시가 공공시설이 동성애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주류사회로부터 배척당한 성 소수자들이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스톤월 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스톤월 인은 경찰의 단속을 피해 불법으로 운영하는 게이 바였습니다.

 

1969년 6월 28일 새벽 1시 경. 경찰들이 게이 바를 불시에 단속했고, 경찰의 단속에 크게 반발한 성 소수자들은 몸싸움을 불사하며 격렬하게 저항했습니다. 이 사태에 자극받은 수천 명의 성 소수자들은 7월 3일까지 거리시위를 벌였습니다. 스톤월 항쟁 이후로 성 소수자들은 자신들에 향한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대중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시작했고,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스톤월 항쟁 이전에 게이, 레즈비언들은 자신들이 사회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목적으로 사회단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단체가 ‘메타쉰 협회(Mattachine Society)’와 ‘빌리티스의 딸들(Daughters of Bilitis)’입니다. 메타쉽 협회는 1951년에 설립된 게이 남성 중심의 단체였고, ‘빌리티스의 딸들’은 레즈비언 운동 단체입니다. 이 두 단체는 주류사회로 편입되기 위한 동성애 옹호 단체였을 뿐 ‘동성애 해방’을 위한 단체로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한동안 정체되었던 성 소수자 해방 운동에 다시 불을 지핀 사람들이 바로 ‘스톤월 인’에 난동을 부린 성 소수자들이었습니다. 따라서 스톤월 항쟁은 이성애 섹슈얼리티 중심 주류사회에 혼란을 주고, 동성애를 ‘질병’으로 규정하는 사회제도를 거부하는 적극적인 정치적 운동입니다.

 

 

 

 

 

스톤월 항쟁을 주도한 성 소수자 중에 유색인종 트랜스젠더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투쟁은 너무나도 쉽게 잊혔습니다. 롤랜드 에머리히(Roland Emmerich) 감독은 스톤월 항쟁을 다룬 영화 <스톤월>를 제작했는데요, 이 영화가 백인 게이 남성, 백인 트랜스젠더 중심의 스톤월 항쟁을 묘사한 것에 대해 성 소수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레드스타킹을 널리 알리기 위해 레드스타킹 로고가 있는 스티커가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책 두 권에 레드스타킹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스몰토크’에 페미니즘 책들만 모은 작은 책장이 있어요. 책장 안에 《퀴어페미니스트 펢》 2017년 11월호 특별판을 발견했습니다. ‘특별판’이다보니 대구 서점, 책방에 팔지 않는 책입니다. 이런, 알라딘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군요. 서울에 있는 페미니즘 강연에 참석한 레드스타킹 정회원이 직접 구입한 책입니다. 이 한 권의 책은 페미니즘 독서문화와 퀴어 문화가 척박한 대구에 ‘단비’ 같은 존재입니다. 집에 가서 읽어보려고 챙겨왔습니다. 이 책에 관심 있으신 분은 ‘스몰토크’를 찾아주세요!

 

 

 

 

 

 

 

 

 

 

 

 

 

 

 

 

 

 

* 마리아 미즈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갈무리, 2014)

 

 

 

3월 레드스타킹 선정도서마리아 미즈(Maria Mies)《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갈무리, 2014)입니다. 드디어 이름만 듣던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3월 12일 월요일부터 첫 모임이 시작되고요, 1장까지 읽으면 됩니다. 어딘가에 혼자서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대구 시민 여러분, ‘스몰토크’로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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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8-03-01 1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구에 사는 친구에게 알리겠습니다.

cyrus 2018-03-02 08:02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페크님. 네이버 검색창에 ‘북클럽 레드스타킹‘이라고 입력하면 레드스타킹 트위터, 인스타그램이 나옵니다. 트위터, 인스타그램에 모임 일정, 페미니즘 관련 행사 소식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