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예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알라디너 ㄱ 님께서 선물해주셨다.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와, 이거 진짜 심장이 벌렁벌렁 거린다. 너무 가슴이 뛰어. 흥분된다.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해서(그런 게 있나?? 궁극적으로는 다른 이들을 위하게 되지 않나??)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가는 사람을 보는 것도 신나는데, 이 책의 저자 '엘리자베스 워런'은 심지어 그것을 빈곤한 삶을 사는 사람들과 나누고자 한다. 파산법을 공부하고 연구하고 강의함으로써, 실제로 파산한 사람들이 그렇게 방탕하거나 게으른 사람들이 아니라,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보고자 했던 성실하고 착한 사람들임을 알리려하고(미야베 미유키의 [화차] 생각났다), 그들의 삶을 어떻게 하면 더 바닥으로 내려가지 않게 도울까를 끊임없이 생각해보며 바쁘게 산다. 앞으로 엘리자베스 워런이 어떤 식으로 정치에 들어가게 될지 너무 궁금하다. 아직 100쪽까지 밖에 안읽었는데 벌써 정치권과 닿아있기는 하다. 


아, 진짜 읽는 내내 너무 흥분 돼서 뒤에 남은 내용이 어떨지 막 기대된다. 아 너무 멋지다. 


내가 진짜 어느 정도로 흥분되냐면, 길에서 현빈을 만나 현빈과 손을 잡아도, 이 책을 읽는 만큼은 흥분되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진짜 어느 정도로 흥분되냐면,


'너 재이슨 스태덤하고 10년 같이 살면서 책 안읽을래' 

'너 재이슨 스태덤 만나보지도 못하는 채로 책 읽으면서 살래' 


라고 물어보면 진짜 1초도 고민안하고 후자의 삶을 선택할 정도로 흥분된다.

(제발 선택지에 '재이슨 스태덤하고 살면서 책도 읽을 수 있다'는 거 넣진 말자. 그러면 멘붕이 시작된다.-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지!!-)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내가 어떤 부분에 흥분하는지 알게됐다. 책 읽는 건 이렇게나 좋은 것이야. 궁극적으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게된단 말이다. 



여러분, 이 책 같이 읽자.

우리 같이 심장 벌렁거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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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곰 2016-11-29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다락방님의 글을 아침마다 확인하기전 설렘에 두근두근합니다~ 오늘은 또 어떤 멋진글이 써있을까 하는 맘에서요 :)

다락방 2016-11-29 08:43   좋아요 0 | URL
어머, 노란곰님. 이건 너무나 설레이는 댓글이에요!! ♡ (두근두근)

transient-guest 2016-11-29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대선에서 그 역량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던 이 분 약력이 정말 대단한 듯..

다락방 2016-11-29 09:16   좋아요 0 | URL
읽다보면 서민들을 곤경에 빠뜨리는 파산법을 저지하고자 한 사람중에 하나가 힐러리 클린턴 이더라고요. 영부인이었을 때부터 파산법을 반대했다고요. 빌 클린턴 대통령도 마찬가지고요. 많은 상원,하원 의원들이 파산법을 밀어부칠 때, 클린턴 대통령이 막고 있었더라고요. 아주 흥미롭게 읽고 있어요. 이렇게 연구하고 설득하고 힘을 쓰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막 너무 신나는 거 있죠! 진짜 좋아요!!

단발머리 2016-11-29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니까 이 책이 재이슨 스태덤을 이겼다는 거예요?
열심히 공부하고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고, 그리고 그 지식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사람의 이야기가,
재이슨을 이긴다는 거예요?
그 남성미를... 그 팔뚝을...
저도 급.... 설레이는대요. 도대체 무슨 책인데~~~~
재이슨을 이기냐~~~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6-11-29 09:51   좋아요 1 | URL
네, 그렇습니다, 단발머리님.
공부하고 미래를 개척하고 그 지식으로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가
멋진 등을 가진 재이슨을 이깁니다. 더 흥분시켜요. 단발머리님, 저는 이런 이야기가, 이런 삶을 살고자 하는 이런 여자가 진짜 너무 좋습니다. 짱이에요!! >.<

레와 2016-11-29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깐 조만간에 내가 장바구니를 비울텐데, 그때 이 책 꼭 사서 읽을게요! (다짐, 수정)



다락방 2016-11-29 09:54   좋아요 0 | URL
네, 읽읍시다, 레와님. 이런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뛴다는 사실이 진짜 너무 좋아요!! 우리 함께 읽어요!! >.<

blanca 2016-11-29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이런 책을 이제야 알다니.. 또 책 한권을 팔아야겠네요. 이 책을 사기 위해...

다락방 2016-11-29 10:01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다른 책을 팔아서 살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입니다!!

책읽는나무 2016-11-29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책!!!
ㄱ님의 서재에서 본 듯합니다
저두 읽어봐야지!!! 해놓구선 돌아서면서 까묵까묵ㅜㅜ
다락방님의 흥분된 어조는 절로 책제목을 기억하게 하는군요^^
가슴을 뛰게 하는 책이라니~~~~저도 나중에 도서관 가서 검색해봐야겠어요^^

다락방 2016-11-29 10:55   좋아요 2 | URL
네, 너무 좋아요, 책나무님. 오죽하면 겨우 100쪽 남짓 읽었을 뿐인데 후다닥 페이퍼를. 어머, 이 책은 다같이 읽어야해!! 하는 생각에 신나서 뛰어왔죠. 아, 정말 너무 좋아요. 스스로 잘나고 또 그 잘남을 세상이 좋아지는 데 쓰려는 사람을 보는거요. 그러면 진짜 너무 신나서 미치겠어요, 책나무님. 우리 함께 읽어요!! >.<

자강 2016-11-29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너무 감명깊게 봤고요 그보다 더 감동받은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 라는 다락방님의 자성에서입니다

다락방 2016-11-29 11:51   좋아요 1 | URL
자강님은 이미 읽으신 책이로군요!
앞으로 남은 부분들이 정말 기대됩니다. 상원의원이 되기까지의 과정이랄지, 되고난 후의 일들이랄지 말이죠.

좋은 댓글 감사드려요.
책을 읽고 내가 어디에서 기뻐하고 어디에서 슬퍼하는지, 어디에서 분노하고 어디에서 흥분하는지를 가만 들여다보면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게 되잖아요. 제가 지금의 저를 잘 알고 파악할 수 있었던 건 책의 도움이 큽니다. 자강님 댓글, 고맙습니다.
:)

자강 2016-11-29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다시 들어도 감동적인 말이에요

다락방 2016-11-29 14:52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 ㅎㅎ

몬스터 2016-11-29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그렇게 가슴을 뛰게 한다는 말이지요?

아직 없네요. e서점에 lol. 적어 뒀다가 나중에 사보께요.

다락방 2016-11-30 08:15   좋아요 0 | URL
네, 몬스터님. 저는 참 좋더라고요. 근데 아직 절반도 못읽었어요. 어제는 술마시느라 못읽고 ㅠㅠ

몬스터님은 운동 엄청 열심히 하시는데..음주는 안하시나요? @.@

비연 2016-11-30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슝~ 넣었습니다~

다락방 2016-11-30 08:15   좋아요 0 | URL
네네 슝슝~

블랙겟타 2016-12-02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을 읽으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ㅎㅎ 마침 학교도서관에 아무도 빌려가지 않아서 조만간 빌려서 읽어봐야겠어요 ^^

다락방 2016-12-02 09:33   좋아요 1 | URL
우앙 블랙겟타님이 읽으실 거라니, 몹시 신나요! 이 책 두꺼워서 저 아직도 다 못읽었어요. 근데 너무 신나요!!

종이달 2022-03-19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9
제임스 M. 케인 지음, 이만식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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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이라는 아주 단단한 기둥을 붙들고 살고 있는줄 알지만,
사랑은 그저 아주 얇고 가느다란 끈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한 쪽이 놓기도 전에 그만 끊어져버릴 수도 있을 정도로 아주 약한 실.
그것은 거친 바람 한 번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
존재한 적도 없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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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6-11-28 2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었던 수많은 사랑 얘기들 속에서 이 책은 뭔가 현실적인 느낌이 강렬했어요. 꼭 불륜이 아니더라도, 어긋난 만남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일상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부서질 거 같은 믿음이랄까요...

다락방 2016-11-29 08:30   좋아요 1 | URL
자신들의 사랑을 믿고 그것을 더 확고히 하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지만, 결국은 상대가 나를 죽이진 않을까 의심하게 되잖아요. 나쁜 감정으로 시작한 일은 나쁜 다른 감정들을 불러오는 것 같더라고요. 의심과 불안 초조함...
그렇다면 사랑이란 건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원 플러스 원 - 가족이라는 기적
조조 모예스 지음, 오정아 옮김 / 살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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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포 유』에서도 그러더니, 왜 조조 모예스는 여자 캐릭터는 작고 가난하고 한 가정을 책임지면서 한없이 밝고 긍정적으로 그려놓고, 남자는 상처 입었지만 돈 걱정 없는 캐릭터로 그려놓을까?
그리고 왜 이 여자는 대시보드에 발을 올릴까? 싫어..


재미도 없고 매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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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11-28 0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상 최고의 여자 캐릭터는 역시 수키인듯..

보슬비 2016-11-29 01:19   좋아요 0 | URL
수키짱!! 애니타도 짱!!! ㅋㅋ

다락방 2016-11-29 08:12   좋아요 0 | URL
맞죠! 저는 수키랑 애니타가 좋아요. 진짜 캐릭터 오브 캐릭터인듯 ㅋㅋㅋ 언제 날잡고 방안에 수키 시리즈 쌓아두고 한 번씩 다시 읽어야겠어요. ㅎㅎㅎㅎㅎ

애니타는 세 권밖에 안나와서 슬퍼요 ㅠㅠ 장끌로드 보고 싶은데 ㅠㅠ

유부만두 2016-11-28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서 읽다 말았...

다락방 2016-11-28 09:23   좋아요 0 | URL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가 하나도 안나오더라고요.

책읽는나무 2016-11-28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다락방 2016-11-28 09:23   좋아요 0 | URL
재미없었어요, 책나무님 ㅎㅎ

비연 2016-11-28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 비포 유는 그래도 읽을 만 했는데. 갈수록 떨어지는 모양이네요, 재미가 ㅜ

다락방 2016-11-28 09:48   좋아요 0 | URL
더이상 이 작가의 책은 안읽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캐릭터가 미 비포 유랑 별다를 바가 없더라고요.

고양이라디오 2016-11-28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ㅎ 저는 <미 비포 유>읽고 <원 플러스 원>을 읽을까 하다가 이럴꺼 같아서 안 읽었어요ㅎ
다락방님 평이 안 좋으니 앞으로 조조 모예스씨를 만난일이 없을 것 같기도 하네요ㅠ 그래도 <미 비포 유>는 읽을만했는데요ㅠ

다락방 2016-11-28 14:52   좋아요 0 | URL
저도 미 비포유는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래서 쭉쭉 빨아들이겠구나 싶어 이 책을 사놓고 있었던건데 영 별로네요. 미 비포 유 후속편 나왔던데...그걸 읽을까 읽지 말까..고민중입니다.

 

‘다락방님‘ 이라 부르시며 첫 눈 오는데 따뜻하게 마시라고 커피 보내주신 분! 보낸 이 번호나 이름이 전혀 뜨지 않아 제가 누구신지 알 수가 없어요. 감사히 잘 마시겠습니다만, 누구십니까!!!
이거 보시면 누구신지 문자 하나 넣어주세요. 댓글도 좋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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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6-11-26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기만해도 달달~

다락방 2016-11-26 12:49   좋아요 0 | URL
좋아죽겠지 말입니다 ㅋㅋㅋㅋ

2016-11-26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27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6-11-26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인기쟁이 다락방님 부러워요♡

다락방 2016-11-27 10:23   좋아요 0 | URL
제가 참...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문나잇님. 히힛 :)

2016-11-26 2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26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27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alummii 2016-11-27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아닙니다 ㅋㅋ첫눈오는날 받으셨네요

다락방 2016-11-28 07:56   좋아요 0 | URL
네, 첫 눈오는 날 커피를 받았습니다. 히힛.
 
여름의 끝
윌리엄 트레버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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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떠날 테고, 매일 아침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그가 떠났다는 사실이 될 것이다. 지금 아침에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그가 있다는 사실인 것처럼. (p.185)



이 책, 『여름의 끝』의 원제는 『LOVE AND SUMMER』이다. 번역된 제목은 원제와 좀 다르지만, 그러나 그것이 품고 있는 속뜻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는, 사랑이 언제나 여름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사랑이야말로 여름에 제격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어쩐일인지, 여름과 사랑을 떠올리노라면, 가장 근사하면서 끝이 보이는 것이라는 느낌이 확- 왔다. 그러니 여름의 끝, 이라는 제목도 적절하리라. 만약 이 책의 제목이 가을의 끝이었다거나, SUMMER 대신 WINTER 혹은 SPRING 이 들어갔다면, 나는 이 책을 읽진 않았을 것 같다.

소설책을 대할 때, 첫 책장을 넘기면서, 나의 경우는, 누가 어떤 이야기를 펼쳐 나갈까, 이 책은 분명 사랑 이야기인데, 여기선 누가 누구와 사랑을 하는걸까 궁금해한다.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설명을 차례대로 읽으면서, 그러다가 이 책의 엘리가 이 비극적인 사랑의 주인공이 된다는 걸 짐작했을 때, 나는 책장을 덮고 말았다. 

세상이 흔히 말하는 사랑이라는 것을 경험해보지 않았던 여자, 홀아비의 집에 가정부로 들어갔다가 그 남자와 결혼한 여자, 단조로운 일상과 평안한 삶을 살고 있던 여자, 이 젊은 여자가 이 뜨거운 여름의 사랑을 대체 어떻게 감당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자신이 새로이 빠질 사랑, 처음 빠지게 될 사랑, 유일하게 빠진 사랑이 떠날 것을 알고 있다면, 이 여자 엘리가 대체 어떻게 견딘단 말인가. 나는 엘리가 들어가버린 그 사랑의 끝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읽어낼 수 있을 것인가, 종국엔 펑펑 울어버리는 게 아닐까, 책장을 덮고 한참을 망설였지만, 망설임 끝에는 결론이 내려져야 한다. 다시 책을 펼쳤다.


그림을 그리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플로리언은, 자신의 예술적 재능이 없음을 한탄하다가 부모가 다 돌아가시고난 뒤, 사진에 취미를 갖게 된다. 그런 그가 이웃 마을로 사진을 찍으러 가고, 거기서 농부의 아내인 엘리를 만난다. 플로리언에게는 잊지 못하는, 계속 기억 속에 함께 하는, 못 다 이룬 사랑의 여자가 있는데, 그러면서 엘리에게 다가간다. 엘리는, 자신과 남편의 부부생활이 평안했고 또 익숙했지만, 그래서 뭔가 이 낯선 기운에 저항하려고 하지만, 속절없이 플로리언에게 빠져든다. 매일 그와의 비밀 만남을 조용히 유지하다가, 그로부터 집을 팔고 떠날 것이란 말을 듣는다. 아, 플로리언, 진작 말했어야지. 매일 '오늘은 말해야지' 하다가도 말하지 못한 채 그렇게 시간을 보내서 엘리의 감정을 크게, 더 크게 만들어놓고, 이제와서 나는 떠날 거에요, 다른 나라로 갈겁니다, 라고 말을 해버리면, 엘리한테 남아서 뭘 어쩌라는건지... 


이 수줍고 조용한 여자가, 그러나 나보다 낫다. 그녀는 플로리언에게 떠나지 말아달라고 말한다. 이런 제안 혹은 부탁-떠나지 말아요-은,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렇게 입밖에 냈을 때, '안돼'라는 부정의 대답을 들을 확률이 큰데, 그 말을 듣고 대체 어떻게 감당한단 말인가. 차마 내가 입밖으로 내지 못하는 말을, 엘리는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떠난다고 한다. 조금 더 시간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단다. 여자는, 남자의 집이 팔리고 다른 나라로 가는 그 일들이, 어딘가 흐트러지고 잘못되기를 바랐다. 어쩌면 그의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그러나, 그 모든 일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엘리는 속절없이 이제, 이별을 받아 들여야 한다. 

물론 엘리는, 같이 떠나고 싶었다. 같이 떠나기 위해서 새로 캐리어도 장만 했었다. 그런데...



나는 앞으로 엘리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눈을 뜨면 이제 그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고, 그녀의 곁에는 늘 일상을 함께 해오던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짧았던 여름을 자꾸 떠올릴텐데, 겨울에도 여름은 떠오를 것이고, 다시 다가오는 여름에도 역시 지난 여름이 떠오를 것이다. 플로리언은 밤에 떠나서, 낮을 지나, 그리고 다른 시간을 지나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곳에 다다를텐데, 엘리는 이곳에서, 마치 그가 존재한 적 없었던 것처럼, 살아야 한다. 그가 존재했음이 자신에게 너무나 선명한데, 그런데 마치 그렇지 않았던것처럼 ....


엘리가 얼마나 아플지 알아서, 그래도 그렇게 사랑을 해보는 게 나았다고는, 차마 말해줄 수가 없다. 평소의 내 신념이 그렇다해도. 그녀에게 남은 건 이제, 다음 여름을 무사히 보내는 것, 그 다음 여름도, 그 다음 여름도.... 그리고 가슴 속엔 계속 그 여름을 간직하는 것, 그것 뿐이다. 


엘리, 당신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당신은 잘못하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이 판단해줄 건 아니지만, 그렇지만 그 편이 더 나았던 걸수도 있어요. 그게 여름을 여름으로 남겨둘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럼 엘리 딜러핸에게는 이게 끝이로군, 코널티 양은 혼자 중얼거렸다. 모두 끝난 것이다. (p.288)







"플로리언 킬데리." 그가 말했다. "기억하세요?"
그는 구둣방 옆 폐업한 가게 창문 앞에 자전거를 두고 서 있었다. 머리에는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가 엘리에게 미소 지었다. "기억 못하시는군요." 플로리언이 말했다.
엘리는 그때처럼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때처럼 머릿속이 뒤죽박죽되었고 도저히 제 것 같지 않은 비뚤어지고 생소한 생각들이 가득 찼다. 물론 기억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가 궁금했고, 궁금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궁금해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가 안녕하세요, 하고 말했을 때 누구인지 바로 알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커피 한잔하실래요?" 그가 제안했다.
"아뇨." 엘리의 대답은 의도보다 훨씬 날카로웠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p.111)

그는 떠날 테고, 매일 아침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그가 떠났다는 사실이 될 것이다. 지금 아침에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그가 있다는 사실인 것처럼. 눈을 뜨면 분홍색으로 칠한 벽과 빈 벽난로 위의 성화, 그리고 창가에 놓아둔 자신의 옷이 지금 처럼 보일 것이다. 그는 사라질 것이다. 죽은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처럼. 그가 떠났다는 사실은 부엌에서도, 마당에서도,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 테고, 레이번 스토브에 넣을 무연탄을 부엌으로 옮길 때도, 교유기를 끓일 때도, 암탁에게 모이를 줄 때나 토탄을 쌓을 때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들판에서도, 달걀을 들고 사제관 문이 열리길 기다릴 때도, 코널티 양이 동전을 세는 동안에도, 보천기를 낀 남자가 단열용 전기제품 보호구나 소젖 패드 등을 찾을 때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남편 옆에 누워 있을 때도, 그를 위해 음식을 만들고 빵을 자를 때도, 올드타임 춤곡이 흘러나올 때도.
"떠나고 싶어요?" 엘리가 물었다.
"이제 나한테 아일랜드에 남은 게 없어요."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p.185-186)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가진 것을 놓기가 힘들어지죠. 그래서 더더욱 놓아야 하고요." (p.205)

"저 사람은 누구지?" 자전거를 탄 사람이 지나가자 딜러핸이 물었다. 엘리는 플로리언 킬데리라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 이름을 소리 내어 말하고 싶었고, 지금 리스퀸 저택 뒤편의 관리인 주택으로, 두 사람이 자주 만나던 장소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선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가 자신이 남긴 쪽지를 발견할 거라고, 그걸 찾으러 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누군지 모르겠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또다시 그 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p.211)

매매가 성사되지 않으면 엘리는 고해성사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었다. 속죄와 순종을 결심했었다. 일생 동안 하루하루를 순종의 명령에 따르겠다고 결심했었다.
"다음 달 17일에 넘겨요." 그가 말했다.
한세월 걸릴 거다, 그는 전에 그렇게 말했었다. 서류 절차가 굉장히 복잡하니까. 아마 10월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엘리는 그가 아직 이곳에 있는 동안 앙상해질 가을 나무와 엷은 11월의 안개를 상상했었다. 9월 17일까지는 3주도 채 남지 않았다. (p.216-217)

하는 말마다 내뱉는 순간 실수처럼 들렸다. 플로리언은 자신이 스스로 창조한 포식자 세계이ㅡ 일원이 된 것 같다고, 그런 무자비한 포식자의 한 변종 같다고 잠시 생각했다. 그는 자기 앞에 놓인 것을 취했고, 그렇게 다시 한 번 자신을 놓아주지 않는 유령을 쫓아내려 했다. 비록 다정했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여자에게 애정을 느끼긴 했지만, 그렇게 하면서 결국은 그녀에게 지옥을 만들어주고 말았다. (p.219)

"안 먹어도 돼요." 엘리는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자른 빵을 그가 잘랐기 때문에 먹었고, 그가 따른 차도 마셨다. (p.221)

코널티 양이 그녀에게 인사했음이 분명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으로 보아 무슨 말잉ㄴ가를 했음이 분명했다. 그리고 어찌된 노릇인지 알 수 없지만, 코널티 양이 갑자기 그녀의 귀에 대고 사랑은 미친 짓이라고 속삭였다. (p.261)

엘리가 집 밖으로 나간 것은 단지 암탉에게 모이를 주고 토탄 창고 방수포 밑에서 꾸러미를 꺼내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포장지를 벗겨냈고, 강가 들판 근처의 담에서 주운 돌을 여행용 가방에 채운 뒤 가방이 탁한 물속으로 가라앉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p.276)

그녀가 이 집에 온 뒤로 모든 게 더 편해졌다, 그날 저녁 남편은 그렇게 말했다. 그녀와 결혼한 뒤로 모든 게 더 나아졌다.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말했다. (p.281)

그녀는 플로리언이 어둠 속에서 자신을 응시하며 제대로 보려고 한다는 것을 느꼈다. 왜 왔는지 다시 묻자 그는 기다렸다고, 그녀가 알아주었으면 했다고 대답했다.
"당신이 준 사랑은 잊지 못할 거예요." 그가 말했다. "날 미워하지 마요, 엘리. 제발 날 미워하지 마요." (p.283)


이기적인 새끼네..

"어떤 사람들은 혼자가 되려고 달아나요." 그가 말했다. 혼자여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p.283)

"당신을 어떻게 미워하겠어요."
그녀는 더 이상 말이 없었고,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p.284)


미워해, 그냥.

그럼 엘리 딜러핸에게는 이게 끝이로군, 코널티 양은 혼자 중얼거렸다. 모두 끝난 것이다. (p.288)

코널티 양은 침대 맡의 등을 끄고 몇 분 뒤 눈을 감았지만 잠이 들지는 않았다. 큰 응접실 카펫 위에서 아기가 그녀를 향해 기어왔다. 그곳에는 나무블록도 있었고 구석 벽장에는 인형이나 장난감 병정도 보관되어 있으며 헝겊으로 만든 책과 숫자놀이판도 있었다. 엘리 딜러핸 인생의 은밀한 사랑이 큰 응접실을 뒤덮었고, 나중에는 코널티 양 자신이 어린 시절 좋아했던 스냅과 루도 카드게임이나 핀볼게임 등도 나타났다. 불가능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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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11-25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친구가 보내준 영상에서는 스트레스에 스쿼트가 제격이란다. 자, 스쿼트를 하러 가자꾸나.

blanca 2016-11-25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엘리의 앞으로가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하네요.. 저도 스쿼트 해야 되는데...

다락방 2016-11-25 17:44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엘리가 선택에는 분명 장단점이 있을 거에요. 만약 도피를 선택했다해도 온전히 행복했을지 모를 일이니까요. 그 선택이 이해가 되면서 또 너무나 가슴이 아팠어요.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가 선택하는 것은, 그게 무엇이든, 그 결과에 대한 것까지 가져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넘치면 넘치는대로,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너무 아파요, 블랑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