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이 살았던 시대에는 여자가 먹고 살려면 아버지나 남편에게 의존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남편이 죽고나자 수잔은 먹고 살 돈이 없었고 그렇게 이집 저집 옮겨다니며 폐를 끼치고 있는데, 그런 그녀가 목표로 하는 게 있다면 '돈많고 늙은' 남자를 만나서 여유롭게 사는 거다. 그래서 매력적인 남자를 하나씩 둘씩 사귀면서 둘 다 놓지 않고 있는데, 자신의 외동딸인 '프레데리카'에게도 그래서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할 것을 강요한다. 딸은 엄마가 결혼하라고 강요하는 남자가 멍청해서, 정말이지 너무나 멍청해서 싫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는 그 사람의 매력이 있고, 만약 사촌이었다면 사이좋게 지냈을 수도 있고 어느 정도 좋아했을 수도 있겠지만, 결혼은 평생 함께 살아야하고, 그러므로 나는 저 멍청한 남자와 결혼하지 않겠다!! 고 한다. 그러나 수잔은 얄짤없이 엄마말 들으라며 딸에게 그 멍청한 남자와의 결혼을 강요한다. 돈이 진짜 많은 남자였으니까.


여자가 직업을 가질 수도 없고, 그렇게 가족인 남자에게 기대 살아야만 한다면, 나라고 뭐 별 수 있었을까. 물론, 그나마 수잔은 상류계급이라 저런 방법을 택하지, 그 시대에도 노동자들은 일도 하고 집안 살림도 했을 거라는 것을 안다. 또 수잔이 자신 마음대로 매력적인 남자 1과 매력적인 남자 2를 동시에 만나면서 상대를 속이고 기만하는 것도, 뭐, 수잔 자신의 삶이다. 자신의 매력으로 그들을 구워삶아 자신에게 미치게 했다는데, 내가 뭐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연애문제는 오롯이 당사자의 몫이니, 자기들끼리 알아서 잘 진행하고 해결할 일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빡이쳤던 건, 수잔이 자신의 딸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멍.청.한' 남자와의 결혼을 강요한 것이다. 당연히 돈이 없으면 살아가는 일이 힘이 든다. 여러가지로 자존감이 떨어지게 되고 기도 죽는다. 당장 불편하기도 하고. 그러니 딸이 더 편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누가 봐도 편한 길이긴 하다. 맞다. 그렇지만, 딸은 그걸 원하지 않는다. 그렇게나 멍청한 남자와는 도무지 살아갈 자신이 없다. 그렇다면 수잔은, 그 결혼을 딸에게 강요하면 안되는 거다. 그때가 아니라 언제라도, 지금이라도, 딸에게 엄마인 자신이 선택한 남자와의 결혼을 강요해서는 안되는 거다. 그래서 너무 짜증이 났다. 영화 보는 내내 너무 짜증이 나서, 같이 보는 친구에게 '아 너무 짜증난다' 하고 귓속말도 했더랬다. 자기 삶이야 자기가 사는거니 알아서 할 일이지만, 딸 삶을 이래라 저래라 자신이 정한 행복의 기준에 맞추는 거는 안되는거잖아... 그러지마, 수잔.



그래서 수잔 캐릭터가 굉장히 비호감이었다. 일전에 '제인 오스틴'의 소설 『엠마』를 읽으면서, 엠마가 다른 사람들 막 엮어주려고 하고 그러는 거 보면서 너무 비호감이라 짜증났었는데, 이 영화속의 수잔도 마찬가지. 그래서 이 소설 읽고 싶었다가 안읽기로 결심했다. 세상에 읽을 책이 얼마나 많은데 비호감 캐릭터까지 찾아가며 읽고싶진 않아. 아, 정말 비호감이었다. 내가 딱 싫어하는 캐릭터.


영화 카피에는 '제인 오스틴이 만든 유일한 악녀' 인가, 뭐 그렇게 써있던데, 수잔이 비호감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악녀는 아니다. 악녀라니, 무슨. 수잔이 강간을 하길 했냐 살인을 했냐 폭행을 하길 했냐. 그냥 부자 늙은 남자 만나기를 바랐고, 그러다가 그 남자가 자신의 명이 다해 일찍 죽기를 바란 것 뿐인데, 그걸 가지고 악녀라니. 그냥 비호감일 뿐. 



어쨌든 영화는 재미없었고 캐릭터는 비호감이었다.



오늘은 이 영화속 수잔이 너무나 생각나고 이해됐는데, 그건 내가 또(!!) 퇴사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퇴사 넘나 하고 싶은 것... 퇴사하고 싶다. 돈 벌기 싫다. 돈 버는 거 너무 힘들다. 오늘은 그래서 아침에 멍하니 멍때리면서, 가능하다면 나도 완전 돈 많고 늙은 남자 만나서 돈 그만 벌고 살고싶다....는 생각도 했다. 섹스는 안해도 사는거니까, 이왕이면 돈은 많고 섹스는 안되는 늙은 남자였으면 좋겠다. 그냥 나 회사 좀 안다니게 해주는, 나를 먹여살려주는 남자였으면 좋겠다. 나는 이미 엄마가 먹여살릴테니 언제든 그만두라고 했지만, 우리 엄마를 힘들게 할 순 없지. 울엄마가 돈이 어딨다고 ㅠㅠ 내가 엄마한테 빌붙어서 나 먹여살려라, 이럴 순 없지. 나 좀 먹여살려도 재정상태에 별 영향이 없는, 그런 남자 만나서 빌붙어야지... 아아, 나는 수잔이 너무나 이해되는 것. 그래, 수잔, 당신이 뜻하는대로 살아요. 일 안하고 살 수 있다면, 안하고 살면 된다!! ㅠㅠ



그렇지만 나는 오늘도 회사에...어제처럼, 십년전처럼....... 인생................Orz



















이 책을 내가 몇 년전에 읽었다면 엄청 깜짝 놀라며 신선하게 읽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읽으니 딱히 재미는 없더라. 의도는 충분히 알겠지만, 좀 회의적인 생각도 들고.... 어차피 이 책을 읽는다고 남자들이 뭔가 다른 생각을 할까? 자기가 지금 기득권의 삶을 누리고 있으며 부당함과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걸, 이 책을 읽고 깨달을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이갈리아에서는 현재 가부장제에서의 성역할이 완전히 뒤바뀐, 쉽게 말해 가모장제인 생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온갖 직종에 높은 직위는 다 여자들(움)이 차지하고 있고, 남자들(맨움)은 치마를 입고 고추를 받치는 옷을 입고 사회활동에 제약이 있으며, 집에서 살림과 육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남자들이 여자들로부터 '부성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외모가 당연히 유리한데, 그 기준은 고추가 작고 몸은 뚱뚱하고 키가 작은 것이다. 이 책속에서 이런 사회제도에 의문점과 불만을 가지게된 우리의 주인공 '페트로니우스'는, 산책을 나갔다가 여자 세명으로부터 강간을 당하는데, 집에 돌아와 부모님에게 얘기하니, 그건 니가 그 야심한 밤에 산책을 나갔기 때문이라는 말을 듣는다. 이게 밖으로 알려지면 너는 부성보호를 받을 수가 없어,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고 신고하지도 말아라, 가 그의 엄마로부터 듣게 되는 말이다.



「보고하지 말자, 페트로니우스. 모두 잊자. 그게 더 나아. 왜냐하면, 더럽혀진 맨움을 누가 원하겠니? 이번에는 그냥 내버려두겠어. 그렇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해. 이제 더 이상 해 진 다음에 바닷가에 가선 안 돼!」(p.94)



이 책 한 권은 내가 작년인가 재작년에 링크했던 동영상 <억압당하는 다수>를 떠올리게 한다. 프랑스 단편 영화인 <억압당하는 다수>는 이 책의 압축판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미안하지만, 페트로니우스, 그러나 그건 정말 생각할 수도 없어! 네가 나를 보수적이라고 보는 것은 옳아. 그리고 나는 권력 관계를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유지하고 싶단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음, 나는 내 자신이 권력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지. 오, 여신이여! 그러나 나는 올바른 결정을 하고 있다는 신념을 갖고 그 자리에 있는 거란다.」(p.347)


347페이지의 위 인용문은, 성추행과 성폭행이 빈번히 일어나는 모든 직장과 학교에서, 알면서도 묵인하는 많은 남자들의 생각을 대변할 것이다. 일전에 영화 『방자전』에서도 변사또가 사또가 되기 위한 것이, 여자들에게 마음껏 변태짓을 할 권력을 갖기 위해서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권력을 가진다는 건 자신이 가진 힘을 자기 멋대로 사용한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그들은 이미 가진 권력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그 위치에 가서, 그걸 휘두르고 싶어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하는 짓이 얼마나 나쁜지에 대해 생각하려 하진 않고, 오히려 자신이 올바르고 냉정하고 객관적이라고 생각한다.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참에 이갈리아에서 장관이란 직급을 달고 있는 페트로니우스의 엄마는, 너무도 솔직하게 그 욕망을 대변한다. '내가 권력의 위치에 있는 이 시스템을 바꾸고 싶지 않다' 고.





 













신중의 신이라는 제우스 신이 이 여자 저 여자 바람피고 다닌 걸로도 모자라 강간까지 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얘기. 이 책에서 그런 부분을 읽으면서 다시금 생각했다. 아니, 신중의 신이라는 존재도 강간하고 다녔는데, 남자인간들이 어떻게 각성하고 살겠는가...왜 고추를 달고 있으면 신이든 인간이든 강간하고 지랄인가.....


'준 조단'의 <여자 그리고 남자의 침묵> (W.B. 예이츠의 「레다와 백조」를 참조하여) 이란 시를 옮겨보겠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안다: 그녀의 얼굴을 산산이 부순 거대한 주먹을.
그 위, 하늘은 달의 슬픔을 감추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모든 흔적들을 등지고 창문들은 불을 켜고
문들은 닫힌다. 그녀는 여성 파멸의 폭력 안으로 쓰러진다.



그의 성욕의 돌진에 항거하여 어떻게 그녀가 일어나야만 했을까?
그녀는 이빨을 토해낸다. 그는 그녀의 가느다란 다리들을 찢어버렸다.
그의 분노의 털난 토르소는 그녀의 믿음의 마지막 보루를 파괴했다.
그는 그녀의 가슴을 찢었다. 그녀 가슴을 할퀴고 짓이겼다.


그녀는 수련들과 백조가 있는 습지 연못 안으로 가라앉는다.
그녀는 나무들에서 나오는 음악의 오후 위로 표류한다.
그녀는 사람들이 밟고 걸어가는 피처럼 사라진다.
그녀는 다시 나타난다: 이성이 잡을 수 없는 한 마리의 미친 암캐:
강물과 곡식들을 마르게 하는 고열:
그녀의 잔인한/고열로 빛나는 에너지로 보호받는 사랑스러운 소녀.



이 시에 대해 이 책의 저자 '김승희'는 이런 해설을 덧붙였다.


W.B. 예이츠의 ”레다와 백조」라는 시를 되받아쳐서 전복시킨 작품. 예이츠는 「레다와 백조」라는 시에서 백조로 변신한 제우스가 레다를 겁탈하는 장면을 극화 하면서 그 겁탈의 순간을 '어떻게 그 질려 맥빠진 손가락이/맥풀린 허벅지로부터 그 깃털로 뒤덮인 영광/을 밀어낼 수 있으랴?' 라고 쓰고 있다.
스파르타의 아름다운 여왕 레다는 왕 틴다레우스의 아내로서 아들 카스터와 딸 클리템네스트라를 두었다. 레다는 우연히(항상 지배자-남성의 눈길을 끌게 되는 재난이 발생하는 것은 우연에 의해서가 아닌가?)올림푸스 신전의 최고 신인 제우스의 눈길을 끌게 되었고 제우스는 백조의 모습으로 변하여 지상에 내려와 그녀를 강간한다. (p.100)


강간이 얼마나 좋으면 백조의 모습으로 변하여 내려와서까지 강간하냐, 제우스여..... 당신들에게 강간은 무엇입니까?




- 어제부터 치즈가 쭉쭉 늘어나는 따뜻한 것을 먹고 싶었다. 집에 가면서 피자를 포장해갈까, 생각하다가 참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 부지런히 집을 나섰다. 양재역에 내려서 버스를 타고서는 스타벅스에 사이렌오더로 샌드위치와 커피를 주문해 놓았다. 그리고 배도 고프고, 따뜻하고 맛있는 게 간절했던 나는, 준비된 음식을 들고 테이블에 앉았다.



사실, 짐작하다시피, 책은 그저 장식일 뿐. 아침엔 먹는 데에만 열중했다. 그래서 배부르다. ㅎㅎ




- 지난 주말에 여동생네 식구는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고 했다. 온가족이 함께 가면서 사야할 것을 칠살 조카에게 메모하게 시켰는데, 칠 살 조카는 '킨더조이'를 사달라고 했단다. 그래서 여동생이 '킨더조이' 맞게 쓸 수 있으면 사줄게, 했는데 조카가 적어놓은 것은 '키더조이' 였단다. 땡~ 틀렸어~ 사줄 수 없어~ 라고 했더니 조카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엄마, 나 빼빼로는 쓸 수 있어.



그리고 수첩에 빼빼로를 쓰고나서 보여주더니, 빼빼로 맞게 썼으니까 빼빼로 사줘~ 라고 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아, 조카야, 너는 누굴 닮았니, 누굴 닮아 그렇게 똑똑하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네 이모를 닮은 게 틀림없구나!!! 그래, 건강하게 자라고, 이모처럼 자라라. 언제나 물어뜯을 자세로 두 눈 부릅뜨고 살아!!!




-  어제는 친구로부터 내가 빨래강박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는데, 나는 맞다고 수긍했다. 그런데 오늘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빨래강박만 있는 게 아니라, '잘 지내는 것'에 대한 강박도 있는 것 같다고. 잘 지내고 남들에게 폐 안끼치고 사는 것에 대한 강박이 있는 것 같다고. 나는 줄곧 이것이 옳다고 확신하면서 살아왔는데, 오늘은, 어쩌면, 이 강박이 없는 쪽이 낫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그저 나만의 생각이 아닌가.... 




- 어제는 봄에 헤어진 애인과 오래 통화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는 내게 왜 헤어지자고 했는지에 대해 얘기했고, 나는 거기에 대해서 나의 생각을 말했다. 이미 지난 일이고, 언급해봤자 부질없지만, 그렇게 지난 시간에 대한 일을 얘기하는 것은 분명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오늘 아침에는 출근하면서, 이것은 마치 애프터 세일즈 서비스(After Sales Service) 같다, 고 생각했다. 헤어진 당시와 또 헤어진 후에 헤어짐을 받아들이면서 보냈던 그 긴 고통의 시간에 대한 A/S 같다고. 그것이 고장나고 망가진 것을 고쳐주는 것을 의미한다면, 그렇다면, 나는 모든 헤어진 연인들이 이런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사람은 다 다른 모습으로, 다른 생각으로 존재하니 모두가 다 나같은 경험을 할 순 없는것이겠지만, 지금 헤어져서 아프고 고통스럽고 힘든 사람들이, 어쨌든 지금을 무사히 이겨내고 난 다음에, 그런 A/S 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좋겠다. 각자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 자신의 일상을 받아들이고 살면서, 그렇게 잘 지내면서, 지난 시간의 고통에 대해서 조금 시간이 흐른 후에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조금쯤 보상이 되지 않을까. 조금쯤 고쳐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릴없이, 했다. 



한 친구는 내게 '과거의 연애는 현재의 연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 그럴 수밖에 없다. 과거의 연애에서 학습된 걸로 나는 현재의 연애를 대할 것이고, 또 현재의 연애가 과거의 연애가 되는 순간, 다시 다가오는 연애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는 그것이 나를 더 나은 연인이 되게 했다고 믿고, 또한 나에게 더 잘맞는 최상의 상대를 선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연애를 경험하면서 하나씩 혹은 그 이상으로 스스로를 더 잘 알게 된다. 스스로의 바닥을 보게 되고, 나 자신이 견딜 수 없어하는 것과, 나 자신이 너무나 좋아하는 것에 대해 알게된다. 나를 겪었던 옛 애인들은, 아마도 새로 시작하게 될 연애에서 나보다 더 자신에게 잘 맞는 사람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만약 내가 누군가의 '과거'가 되었다면, 나는 그 사람에게 '과거'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자, 나를 겪고 더 나은 사람을 만나라, 고. 나 역시 마찬가지. 그가 나를 스쳐갔다면, 그가 스쳐간 까닭이 있을 것이다. 






















바닥

 

괜찮아, 바닥을 보여줘도 괜찮아

나도 그대에게 바닥을 보여줄게, 악수

우린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위로하고 위로받았던가

그대의 바닥과 나의 바닥, 손바닥

 

괜찮아, 처음엔 서툴고 떨려

처음이 아니어서 능숙해도 괜찮아

그대와 나는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핥았던가

아, 달콤한 바닥이여, 혓바닥

 

괜찮아, 냄새가 나면 좀 어때

그대 바닥을 내밀어봐,

냄새나는 바닥을 내가 닦아줄게

그대와 내가 마주앉아 씻어주던 바닥, 발바닥

 

그래, 우리 몸엔 세 개의 바닥이 있지

손바닥과 혓바닥과 발바닥,

이 세 바닥을 죄 보여주고 감쌀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겠지,

언젠가 바닥을 쳐도 좋을 사랑이겠지







그런데, 내가 어제 나의 과거의 글을 무슨 이유에선가 찾아 읽다가 깨달았는데, 


나 진짜 글 잘쓰는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나같은 사람은 세상에 나밖에 없을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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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11-24 1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거의 연애는 현재의 연애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그 문단 너무 좋네요.

저는 연애의 ‘경험‘이 많다고 해서 스스로를 발견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랑이란 것이,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극적이고 강렬한 경험이고, 그런 사랑의 경험이 사람을 성숙하게 하기도 하지만, 사랑의 경험 속에서도 많은 것을 배우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아는 사람만, 사랑하는 사람을 관찰할 줄 아는 사람만, 사랑의 경험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가는 것 같아요. 다락방님은 사랑할 줄 알고, 받은 사랑을 즐겁게 누릴 줄도 아는 사람이라 다락방님 글을 읽을 때마다 사랑이 하고 싶어져요. ㅎㅎㅎ

어떤 글의 매력이란건 결국 글쓴이의 매력에 근거할 수 밖에 없잖아요.
다락방님의 매력 때문에 이런 멋진 글이 나오네요.
당신에게 이런 훌륭한 글빨을 선물한 당신 자신의 무한한 매력에 감사하시길^^

다락방 2016-11-25 08:15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저는 제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게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란 게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에 알라딘에 가입했고 글을 썼고 그래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이렇게, 단발머리님처럼, 애정 가득한 눈으로 보아주는 친구를요! 게다가 저에게 있는지도 모르는 제 매력을 일깨워주시니, 정말이지 얼마나 감사한지요. 고맙습니다, 단발머리님. 나쁜 일이 백 개 일어나도, 이렇게 여기 와서 친근한 이들의 댓글을 보면 좀 풀어지고요, 제 스스로 글을 쓰면서도 저를 많이 다독다독합니다. 저는 가끔, 제가 쓸데없이 강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제가 강한 사람이란 사실이 참 좋습니다.

언급하신 것처럼, 저는 지난 사랑에서 앞으로 더 나은 사랑으로 발전시켜 나갈 가능성을 그런 찾는 사람이에요. 그러니 저와 연애한 모든 이들은 제게 큰 깨달음을 준 고마운 이들이죠.

암튼 이 댓글의 결론은 단발머리님을 사랑한다는 겁니다, 제가.

LAYLA 2016-11-25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글 보고 레이디 수잔 상영관 찾아보니 서울에 단 2개...엉엉엉 내일 밤 25시 35분에 메가박스 코엑스로 달려가야 할까요? 고민이 됩니다...

다락방 2016-11-25 08:16   좋아요 0 | URL
아니, 시간대가 뭐 그리 메롱입니까. 그러면 누가 보러 온다고...
전 경험주의자라서 자기가 보고, 자기가 읽고, 자기가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라일라님, 그 시간에 달려가서 볼 만큼 재미있진 않습니다 ㅠㅠ

cobomi 2016-11-25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 읽을 때마다 뭐랄까, 위로, 설렘, 충만, 소소함, 즐거움 느껴요. 혼자 웃을 때도 많고요.(다른 사람이 보면 미친X인줄...ㅋㅋㅋ) 다락방님 생각을 엿보는 것도 제겐 공부 좀 더 해야겠다는 의욕을 불러오고요. 글이 참 좋습니다. 단발머리님 댓글에 무척 공감해요. 저도 어떤 ‘좋은‘(완전 제 기준ㅋㅋ) 글을 보면 글쓴이가 궁금하고 좋아지고 설레고(?) 그렇거든요. 다락방님 분명 매력 넘치는 분인 거 같아요. 글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 2016-11-26 09:18   좋아요 0 | URL
아이코, 칭찬 감사합니다. 저는 글 쓰는 게 너무 좋은데, 제가 제 기분 좋자고 쓰는 글이 이렇듯 다른 분들에게 기쁨을 준다니, 그것도 너무 좋아요. 제가 더 열심히 읽고 생각하고 쓰도록 하겠습니다! 코보미님도 열심히 와서 읽어주시고 이렇게 댓글도 남겨주세요. 함께 책을 읽고 생각하고 이야기나눈다는 것은 큰 기쁨이잖아요. 히힛. 또 만나요!!
 



여자1과 여자2가 우연히 만나게 됐고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됐으며 그렇게 사랑하게 됐다. 여자2는 친구에게 '이제야 (사랑이) 어떤건지 좀 알 것 같다'며 시종일관 설레임과 미소를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여자2의 사랑은 이성애가 아니었으므로, 오래 함께 지낸 룸메이트로부터 '난 불편해'란 말을 듣게됐다. 실질적으로 여자2가 룸메이트한테 어떠한 피해를 입힌 게 없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동성이란 이유만으로 '불편해'란 말을 듣게 되다니, 여자2로서는 황당할 뿐이다. 여자2는 가끔 이성의애인을 데려오는 룸메이트에게 불편하다고 한 적이 없는데.


인상적인 건 여자1이었다. 여자1을 보는 건 곧 나를 보는 것 같았는데, 그녀가 너무나 매력적이어서도 그렇지만(응?), 그녀가 자신의 연고가 없는 서울에서는 보란듯이 연인과 스킨쉽을 하는 과감한 사람인 것에 비해, 자신의 가족이 있고 자신이 나고 자란 곳에 가서는 자신의 연인과 거리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건 마치 외국에 여행가는 나를 닮아 있었다. 이곳에서의 나는 행동에 제약을 느끼는데 반해, 외국에서의 나는 헐벗고 다니고 노브라로 다니고.....킁킁.


여자1은, 여자2와 사랑했고 연인이었고, 그래서 붙어다니면서 다정함과 달콤함을 공유했지만, '여기서 어떻게 이러냐'고 했는데도 공개적인 자리에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으면서 키스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지만, 자신이 사는 곳에 와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니 여자2로서도 당황한다. 이건 뭐지, 얘는 왜 나에게 거리를 두지...


여자1에게 내가 닮은 점을 느꼈던 건, 자신의 불편함을 견디지 못한다는 거였다. 말없이 찾아오는 여자2가 싫고, 차 끊기기 전에 가라고 분명히 말했고 그렇게 버스정류장에서 헤어졌는데, '차 끊겼어' 하면서 집앞이라고 말하는 여자2를 도무지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와, 이런 건 진짜 나같아서... 그때의 불편함과 빡침이 확- 다가오더라. 결국 여자1은 굳은 표정으로 여자2를 데리고 모텔로 가서는 '문단속 잘하고 자' 라고 하고는 자신의 연인을 혼자 두고 가버린다. 다음날 혼자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여자2는, 자신들의 관계가 끝났음을 받아들이고 그날 술에 취해 운다.



둘이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때는 너무 설레어서, 아아, 맞아, 연애는 이렇게 시작되지, 진짜 좋지, 나조차도 히죽 웃었더랬다. 자신에게 찾아온 사랑과 관계가 너무 벅차고 행복했던 여자2가 결국 참지 못하고 자신의 친한 남자사람친구에게 말할 때는, 그 기분이 오죽했을까.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랑이 너무 행복하고 좋아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너무 뿌듯해서 막 말하고 싶어지니까. 가난과 사랑은 숨길 수 없는 것이라고 했던가. 나도 한때 사랑을 했을 때, 가만 있으려고 했지만, 조용하고 싶었지만, 종일, 내내 세상을 향해 내가 사랑하고 있다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근사하다고, 수시로 외쳐대고 싶기도 했던 거였다. 크- 





그러나 줄리언 반스의 말처럼, 모든 사랑은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 결국 이 둘에게도 다른 연인들처럼 관계가 식어가고 헤어지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그 온도차는 역시 대단한 것이어서, 한 쪽은 굳어버렸는데 한쪽은 여전히 뜨겁고, 한쪽은 돌아서버렸는데 한쪽은 되돌리고 싶은 순간순간들을 보는 것은 굉장히 서늘한 일이었다. 차라리 시작이나 하지 말것을. 아,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오는데 어찌나 서늘하던지. 


한 번도 사랑한 적 없는 것보다 사랑을 잃어보는 게 낫다는 오래된 격언이, 나는 늘상 맞다고는 생각하지만, 이렇게나 서늘하고 가슴이 아플라치면, 정말 그런가... 사실 아무것도 모르고 사는 게 낫지 않나...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경험론자이고, 그게 무엇이든 내가 경험해보고 판단해보자 생각하는 사람이므로, 나는 그 불구덩이 속으로, 나중에 이별이 온다는 걸 알면서도 뛰어들고 말았을 것이다. 



설레이고 서늘한 영화였는데, 와, 여기에서 여자1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진짜 내 가슴이 콩닥콩닥 했다. 이 여자, 뭐가 이렇게 매력적이지? 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게 가물가물하다. 필모그라피 보니 내가 아는 게 하나도 없던데... 어디서 본 것 같은 이 느낌은 대체 뭘까.... 근데 진짜 초매력적임. 친구랑 극장을 나서면서 '와 이 여자 매력이 대단하다' 했다. 








와, 이 영화 진짜 재미있는데 캐릭터들도 매력적이다. 특히나 극중에서 '홀츠먼' 역을 맡은 '케이트 맥키넌'이 너무 멋있었는데, 영화 끝무렵에 유령들한테 총을 쏴대고나서 총을 핥는 장면은 진짜 짜릿한거다. 등장부터 멋지더니 끝까지 매력폭발. 갈수록 매력을 더하는 홀츠먼! 너무 멋있어서 나중엔 홀랑 반해버렸다. 


이 멋진 영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아, 그동안 이 멋진 걸 남자들이 다 하고 있었구나. 영화에서 영웅을 그리는 이상, 그 영웅은 대체적으로 멋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걸 그동안 남자들이 다 하고 있었고, 그래서 우리는 은연중에 남자들은 지구를 구하는 사람들이며 멋있다는 환상을 가질 수밖에 없었구나... 나만해도 배트맨을 얼마나 좋아했던가. 오, 마이클 키튼! 게다가 남자 혼잣몸으로 지구를 구해내는 [아마겟돈]의 브루스 윌리스를 보면서 나는 얼마나 울었던가... 


이 멋진 영웅 역할을 지들이 다 해쳐먹고 있었군.....



어제 여동생하고 통화하면서 이 영화 조카 보여주라고 막 흥분했는데, 칠 살 조카가 자막을 읽을 수 없을텐데...하는데에 생각이 미쳤다. 음...... 자막 따라가기 벅찰텐데....... 음....... 어쩌지...............


아무튼 재미있는 영화였다.






주말에 주문한 책들이 배송되었는데, 여동생은 이 사진을 보고 '그걸 언제 다읽누...' 했다. ㅎㅎㅎㅎ 그러게나 말이다 동생아. 대체 이걸 언제 다 읽을까?





아 맞다. 나 알라딘 이벤트 당첨돼서 내일 영화 시사회 보러 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꺄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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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후 2016-11-21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래 책이라는 게 언제 읽을 지는 모르면서 일단 사놓고 보는 게 어쩔 수 없는 속성 아니겠습니까...?
라고 말하는 게 자랑도 아니고 ; 저도 책 그만 사고 좀 읽어야지 ㅜㅜ 읽으려고 샀으면서 왜 안 읽고 또 사는지 영원한 미스테리에요. 대체 남의 떡이 커 보이고 남의 애인이 멋있어 보이고 안 산 책이 더 재밌을 것 같은 건 왜때문인지 ㅋㅋㅋ
미스테리는 미스테리로 남겨두고,, 그저 부지런히 읽읍시다 다락방님. 부지런히부지런히. ^^

다락방 2016-11-21 13:28   좋아요 0 | URL
저는 남의 애인이 더 멋있어 보인 적은 거의 없는데요, 캐나다 총리는...많이 부러워요. 저런 남자는 대체 어떤 여자랑 사귀고 사랑하고 결혼할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안되겠지... 저런 남자는 저 남자 밖에 없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그렇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동생이 저 책들 언제 다 읽냐고 했을때, 그러게...싶더라고요. 저거 언제 다 읽죠? 저것들만이라면 도전!! 할텐데, 집에 안읽은 책들이 수두룩....하아- 저는 왜 사는 걸까요, 건조기후님? 인생은 뭘까요? 뭐죠? 네? 대답해봐욧! ㅎㅎㅎㅎㅎ

책 부지런히 팔고 있어요. 책 살 돈은 책 판 돈으로!

유월 2016-11-22 2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취미가 ‘책구매‘입니다. 어디가서도 독서라고는 하지 않아요 ㅋㅋㅋ ㅠㅠ

다락방 2016-11-23 08:29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저도 취미를 책구매로 해야겠네요. 아니, 특기를 책구매..로 해야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인 오스틴의 연애수업 - 31편의 명작 소설이 말하는 사랑과 연애의 모든 것
잭 머니건.모라 켈리 지음, 최민우 옮김 / 오브제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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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지침서를 읽는 것은 매우 따분한 일이고, 그것이 뭐 내게 별로 쓸모도 없지만, '연애에 관한 수다'라면 얘기가 다르다. 여자사람을 만나든 남자사람을 만나든, 연애에 관해 수다를 떠는 것은 너무나 재미있는 일! 원제는 『MUCH ADO ABOUT LOVING』인데 『제인 오스틴의 연애수업』이라는 다소 부끄러운 제목을 가진 이 책은, 연애지침서인가?? 했다가, 연애에 관한 수다로구나, 싶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발랄한 '모라 켈리'라는 여자사람과 굉장히 감성적인 '잭 머니건'이란 남자사람이 이 책의 저자들인데, 아아, 나는 이 책을 읽다가 '잭 머니건'한테 홀랑 반해버리고 말았다. 나는 언제나 잘생긴 남자보다는 똑똑한 남자한테 끌리는데, 여기서 똑똑이란 아이큐 198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생각할 줄 아는 걸 의미한다. 잭 머니건은, 그런 남자다. 제대로 보고 제대로 생각하고 제대로 행동하는 사람! 그는 연애에 관련된 이 글을 쓰면서, 그러나 자신이 아직 싱글임을 밝히고 있는데, 아아, 내가 달려가서 연애하자고 물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내가 또, 좋아하면 또, 대시를 어마무시하게 하는 스타일이거든. 적극적 애정공세로 결국 연애에 이르게 만드노니, 잭 머니건이라면 나의 적극적 구애를 받을 수 있는, 그런 남자인 것이다. 그간 나의 적극적 구애를 받았던 애인을 돌이켜보면, 정말 잘생김과는 관계가 1도 없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안) 매력이 푱푱 터졌었는데, 잭 머니건은 그런 남자인 것 같다. 게다가 스윗트하고 따뜻할 것 같아. 제인 오스틴의 책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톨스토이를 읽으면서도 그 안의 인물들이 되고 상황을 이해하려는, 그런 남자인 것이다. 게다가!! 내가 진짜 가장 반했던 건, 그의 '바람' 혹은 '불륜'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는데, 얼마전에 '미야모토 테루'의 『금수』에서 '바람기는 남자의 본능 같은 것'이라는 구절을 읽고 대단히 빡이 쳤던 나로서는, 미야모토 테루에게 잭 머니건하고 얘기 좀 해보라고 하고 싶은 것이다. 


자, 보자.



남자들은 바람을 피우게 마련이야.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안 그래? 우리는 여전히 직립원인과 더 비슷한지라, 치마만 두르고 있으면 다 쫓아가라는 생물학적 명령을 따르고 있을 뿐이라고. 전형적인 논리는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말도 안 되는 책임 회피다. (p.221)



얼쑤~ 말 잘한다. 잭 머니건은 남자사람이다. 그는, 바람을 피우는 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말도 안되는 책임회피라 일갈한다. 크- 그래, 그거야, 그거라고!

이 바람을 다룬 꼭지에서 그의 모든 말들이 보석처럼 빛난다. 죄다 밑줄 긋고 싶어졌달까.



설사 사회생물학자들이 주장하듯, 남자들이 여전히 몸에 생가죽을 걸치고 있던 시절에는 연애관계 같은 것도 없었고 종의 생존이 가능한 한 많은 여성 호미니드 들을 임신시키는 데 달려 있던 게 사실이라 쳐도, 그게 뭐 어쨌다고. 똑같은 얘기로, 내가 오늘 버팔로 버거를 생으로 먹는 대신 석쇠에 구워 먹는 쪽을 택하는 건, 그리고 그렇게 해서 더 즐겁게 식사를 한다는 건, 교양 있는 남자라면 선사 시대적 충동에 그냥 굴복할 수는 없다는 얘기 아니겠는가. 우리는 섹스가 그저 유전 물질을 전달하기 위한 행위보다는 훨씬 더 많은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며 그래야만 하는 지점까지 진화해 온 것이 아니었나?

오해 마시라. 나는 일부일처제로 살아가는 게 목탄 그릴에 불을 붙이는 것보다 훨신 더 어렵다는 사실쯤 잘 알고 있다. 고백건대 나 또한 전형적인 남자에다 얄팍한 욕망의 소유자다. 나도 눈이 있고, 가끔은 뱃속이 부르르 떨리며, 내 자아의 일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 여자나 저 여자랑 자면 어떨까 하는 궁금증을 어쩔 수 없이 품는다. 우린 대부분의 남자들이 이렇다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우리중 문명화된 인간들은 가능한 한 자기 자신에게 이런 점에 대한 면역을 걸어둔다. (p.221-222)



그러니까 설사 바람을 피우는 게 본능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진화해왔잖아?



물론, 잭이, 단순히 진화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말해 뭐해. 그는, 그 이면을 보고, 알고 있다.



우리는 남자로서 자기 자신이 되길 원하지만, 그 일에 타인들이 아니라 단 한 사람이 얼마나 큰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깨닫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 아마도 우리 대부분은 오로지 단 한 사람의 파트너와 함께, 누군가와 더불어 살아가야만 쌓을 수 있는 편안함, 친밀함, 신뢰, 그리고 역사를 누리며 인생을 보내길 꿈꾼다. 하지만 그 목록에는 '자기self'라는 이득이 빠져 있다. 그리고 그게 모든 일의 열쇠다. 우리는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유혹하고 행위하고 만들어가고 얻어가면서 자아를 획득한다고 믿는데, 많은 남자들은 인생의 동반자와 함께 온갖 시련과 승리를 겪는 와중에 나누고 소통함으로써 획득할 수 있는 더욱 깊고 의미 있는 자아를 결코 경험하지 못한다. (p.223)



진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자기 자신에게 물어 보는 게 우선이다. 새로 알게 된 사람이 꽤 매력적이고, 그 사람에게 홱 잡아 채인 느낌이 드는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이 품은 환상이 그게 현실이 되었을 때보다 훨씬 더 멋진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라. 새로 만나는 그 사람을 안 지 오래되었나? 좋다. 그건 좀 힘든 케이스다. 하지만 왜 이제 와서? 어쩌면 그건 당신이 현재 맺고 있는 관계에서 섹스가 침체돼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그게 당신 잘못일까, 아니면 파트너의 잘못일까? 게으름 때문일까, 아니면 더 깊은 문제가 있는 걸까? 이런 점들을 모두 살펴봐야 한다). 만약 그런 경우라면, 당신은 아마도 그저 육체적 쾌락이 그리운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먼저 당신의 현재 파트너와 함께 성생활을 되살려보려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파트너와의 성생활은 괜찮은데도 유혹이 주는 스릴이 그리울 수도 있다. 그건 당신이 여전히 유혹이라는 것을 당신의 자아를 떠받치는 데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고, 따라서 당신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당신 생각이 필요한 만큼 믿음직스럽거나 안정적이지 않다는 소리다. 그러니 이 지점에서도 당신은 자신이 뭔가 필요한 행동을 하고 있지 않은 건지, 혹은 파트너가 당신이 필요한 걸 해주지 않고 있는 건지 물어야 한다. 아니면 둘 다 물어야 하거나. 누군가를 유혹할 필요를 느낀다는 건, 당신의 삶이 다른 영역에서 자아에 관한 필요한 만큼의 만족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는 신호가 돼야 한다. 그러니 당신이 사랑하는 파트너를 속이기 전에,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p.225-226)



자, 잭 머니건의 가치 있는 말은 바로 이제 나온다.



부정은 증상이지 해결책이 아니다. 바람을 피우고자 하는 충동이 결국 당신을 나쁜 관계에서 빼내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는 건 그 관계가 애초에 고수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점이다. 한 번에 한 사람만 만나는 원칙은, 현재 직면한 어려움에 맞섬으로써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얻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된다. 사실 그것만이 제대로 된 방법이다. (p.226-227)



우리 중 많은 사람들에게 남은 평생 오직 한 사람하고만 섹스를 한다는 건 생각만 해도 벅찬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사실은 과연 섹스가 뭘 뜻하는 건지를 다시 생각해보기를 요구하는지도 모른다. 장기간의 성적 행복을 누리는 열쇠는 섹스를 유혹, 에고, 힘이라는 상징적 감각보다는 쾌락, 느낌, 친밀함의 표현에 더 많이 연관짓는 것이다. 그런 사고방식에 따르면 최고의 섹스는 당신이 알고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섹스이고, 또 그것은 점점 더 좋아지게 돼 있다. 나는 섹스를 하는 데는 정말 많은 방법이 있고, 당신이 가끔은 지금의 섹스가 판에 박힌 것 가다고 생각할 수 있음을 이해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파트너와 함께 그동안의 습관들에서 벗어나고, 편안함을 느끼던 지점에서 떠나고, 한 사람으로서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도전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매번 더욱 충만한 성생활에 도전함으로써 당신은 더 나은 사람, 더 창조적이고, 더욱 자신을 잘 표현하고, 잘 인식하는 사람이 된다. 오직 한 사람과 섹스하는 건 힘든 길이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를 가장 알찬 사람으로 성장시키고 발전시키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다. (p.227-228)



와- 외국으로 성매매 원정을 떠나기도 하고, 접대로 성매매하는 것을 당연한 문화인듯 얘기하고, 배우자가 있음에도 회사및 거래처 여직원들을 성희롱하고 폭행하는 게 너무 만연한 이 세상에서, 이렇게 한 사람과 지속된 관계 및 섹스에 관한 가치를 알고 있고 이렇듯 말하는 남자사람이 있다는 것이 너무 좋다. 당연한건데, 이건 너무 당연한 건데, 이런 남자가 너무 드물지 않나. 물론 나는 많은 남자들이 이렇게 제대로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안다. 그러나 그들이 제대로 발언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카톡에서 성희롱 대화가 벌어지고 있을 때, 분위기에 휩쓸려서 자신의 생각이 달라도 말하지 못하는 남자들이 많고, 그걸 또 자신의 변명이나 핑계로 삼는데, 이렇게 어딘가에서 어떤 남자들은 '제대로 된 건 한 사람과의 지속적인 관계야' 라고 힘차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건강한 생각을 가진 남자의 글을 본다는 것은 오랜만이다. 반갑고 좋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거침없이 발언을 해줬으면 좋겠다. 단톡방에서도 '니네 그렇게 말하는 거 잘못된거야' 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면,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안되는 건 아닐까' 라고, 멍청한 발언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지 않을까. 여자들이 만나야 하는 남자, 여자들이 만날 가치를 느끼는 남자는, 여자들의 가치를 후려치고 성적 대상으로만 보는 그런 남자가 아니라, 충실하게 옆에 있어줄 수 있는 그런 남자인 것이다. 



또 한 명의 저자 '모라'는 잭의 이 글을 읽고 이렇게 자신의 글을 덧붙였다.



얼마 전, 나는 잭이 여기서 계속 던지는 질문을 내가 데이트하던 남자에게 해봤다. 인간 남자는 생물학적으로 바람을 피우도록 프로그램 돼 있나요? 그의 대답은 이랬다. "우연히 마주치는 여자 중 5~10% 정도와는 진짜로 자고 싶기는 해요. 하지만 진화한 인간으로서 저는 그 욕망을 통제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것에 굴복하지 않는 쪽을 택한답니다. 왜냐하면 내가 아무나와 하는 섹스보다 더 원하는 건 당신과의 관계이고, 당신과 맺는 신뢰거든요. 내가 만약 다른 사람과 자면 당신은 상처받고 즉시 날 차버리겠죠. 그러니 충실한 남자가 되는 편이 훨씬 쉬워요." (p.229)



아, 건강한 남자다. 모라는, 건강한 남자와 데이트하고 있구나. 바람직한 현상이다. 우리는 건강해야 하고, 건강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 내 안에 어떤 욕망이 생기든,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건강한 게 아닌가. 



잭 머니건은 제인 오스틴부터 시작해서 톨스토이, 프루스트, 플로베르, 버지니아 울프, 주노 디아스 등 많은 소설 책들을 읽었다. 그가 지금처럼 건강한 사고방식을 갖고 건강한 관계를 원하는 사람이 된 것은, 그가 그동안 읽어온 소설들의 영향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소설을 읽는 남자라니, 게다가 거기에서 이렇게 연애에 관해 제대로 된 생각을 하고 표현할 수 있는 남자라니. 잭 머니건 은 정말 멋지다. 


너무 길어서 인용문은 그만 넣고 싶은데, 이 멋진 잭 머니건은, 완벽한 관계에 대해서도 보란듯이 글을 쓴다. 디킨스의 『황폐한 집』을 읽고 완벽한 결혼에 대해 얘기하는데, 그가 그 책에서 인용한 문장이 글쎄, 이런 문장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훌륭한 여자야. 그런 고로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같은 사람이지. 살아갈수록 점점 더 좋아져. 할멈만 한 사람을 본 적이 없어." (p.288, 황폐한 집, 재인용)



아, 이런 문장을 좋다고 인용하는 사람이라니. 진짜 온몸이 짜릿짜릿해지지 않나. 책의 본문에서는 싱글임을 밝히던데, 책날개를 보면 '여자친구가 있다'고 되어있다. 그런 그가 사귀는 여자라면 또 얼마나 건강한 여자일까. 크- 건강한 상대를 만나는 것은 축복이 아닌가. 그러나 건강한 상대를 만나기 위해서는, 나부터 건강해야 한다. 살아갈수록 점점 더 좋아진다는 문장을 인용하는 남자라니, 참 기쁘기 짝이 없다. 이런 남자를 보는 것은 너무 즐겁다!!









관계란, 좋은 부분이 얼마나 좋은가를 근거로 판단하면 안 돼. 긴 안목으로 볼 때 나쁜 부분들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계를 오래 지속하게 하는 거야. (p.41, 잭)

길고 풍요로운 역사를 되짚어 보면, 여성들은 자신의 삶에 카리스마 넘치는 난봉꾼이 출현했다는 사실을 늘 부정해 왔다. 하지만 그런 전통이 존재한다 해서 우리가 현실을 부정하려는 본능에 항복해야 하는 건 아니다. 불만족스럽거나 비참한 대접을 받은 경우라면, 그 푸대접 자체보다는 우리 자신의 감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일이 벌어질 때, 남자들이 우릴 좌절시킨 이유를 이리저리 꼬아 가며 억지로 만들어내려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어떤 놈이 당신을 바람맞혔다면, 그의 행동이 어째서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경솔하고, 실망스럽고, 부적절하며 노골적으로 무례한게 아닌지에 대한 변명을 만들어내느라 그에게 호의를 베풀지 마라. 호의는 당신 자신에게 베풀어야 한다. 그에게 예의 바르고 조용히 물어라. 왜 전화한다고 해놓고선 전화하지 않았는지, 답메일을 보내는 데 어째서 거의 일주일이나 걸렸는지, 저번 휴일 파티 때 당신이 옆에 서 있는데도 왜 다른 여자애 번호를 땄는지. 마찬가지로 남자들을 그저 성gender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진짜 로 답이 없다고 여기면 안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p.63-64, 모라)

물론 남성다움이라는 것은 데이트 능력이라는 컵케이크 위에 뿌리는 설탕장식 같은 것이다. 데이트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여전히 따뜻한 마음, 소통하려는 욕망과 능력, 신중함과 공감 능력, 다른 사람과 함께하려는 진실한 욕구다. 이런 자질들은 마초들에게서는 드문 것이고-까놓고 말하자면 남자 전체에서 드물다-, 아마도 마초들은 대개 그들이 그런 자질들을 소유하거나 보여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그럴 수 있다. 그러니 당신이 내유외강의 미덕을 갖춘 남자를 발견하게 되면, 꽉 잡아라. (p.121-122, 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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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6-11-20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화 속에서 인간은 경험의 유용성, 짜릿함을 좋은 것, 이익이라고 생각해 온 거 같아요. 종족 보존이라는 DNA 성격과 성적 자유도 그 연장선이 된 거 같고요. ˝자아˝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개인의 성적 만족도 더 중요시되었고 개인화되었다고 하겠죠. 요즘의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변화도 저는 개인의 행복 추구 권리가 커지면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이끌어낸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속궁합 이야기도 있지만, 관계에서 두 사람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노력하느냐 문제겠죠. 사람은 정말 다종다양해서 잘 맞춰 함께 좋은 삶을 누릴 수 있는 인연을 만난다는 건 확실히 행운.

다락방 2016-11-21 08:5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아갈마님. 세상에 진짜 나같은 사람은 나밖에 없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같은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서 함께 지낼 수 있다는 건 행운인 것 같아요. 저는 그간의 경험들을 다 돌이켜보고 저에 대한 판단을 내렸어요. 저는 혼자 살아야 하는 사람이란 걸요. 저는 이기적이라서 남에게 잘 맞춰주지를 못하겠더라고요. 그러면서 저와 다르면 걸리적거리고요. 이런 사람은 누구랑 짝이 되느니 그냥 혼자 사는 게 장땡인 것 같아요. 세계 평화를 위해서도 혼자 사는 게 나은 사람이 있는것 같고, 저는 제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저 고독을 즐기는 사람이 되렵니다. 하핫.
 
















에스텔라가 결국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 말하자면…… 음, 너무 많은 얘기를 누설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 그녀와 핍은 다시 마주치게 되는데, 그녀는 꽤 극적으로 바뀌어 있다. 젊음의 알음다움은 사라졌지만, 잠시 생각한 후 핍은 그녀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위엄과 매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녀는 핍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시련은 다른 어떤 것보다 더 강력한 교훈을 줬고, 그때 네 마음이 어땠을지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줬어. 나는 휘어지고 부서졌지만 희망컨대 더 나은 모양으로 그렇게 됐길 바라. 전에 그랬듯 내게 동정싱과 너그러움을 베풀어 줘. 그리고 우리가 친구라고 말해 주렴."

핍은 그녀에게 그러마고 약속한다. 그들은 결국 친구 이상이 되는 걸까? 더 말하지 않으련다. 다만 나는, 좋은 친구 사이보다 더 좋은 사랑이란 없지 않나 가끔 생각할 때가 있다. (p.39-40)




내가 얼마전에도 말했지만,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을 읽으면 앞으로 읽을 많은 문학작품들에서 수시로 언급되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위의 『제인 오스틴의 연애수업』이라는 제목도 요상한 책은, 이 책 말고도 다른 많은 책들을 소개하며 인용하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제목이 이게 뭐냐, 제인 오스틴의 연애수업...지하철 안에서 읽는데 챙피하다.. 내가 책 제목이 뭐든 그렇게 딱히 가리고 싶고 그런 사람은 아닌데, 그래도 제인 오스틴의 연애수업이라니..너무해. 내가 연애수업 같은 거 받을 나이도 아니고, 연륜과 경험으로 치자면 연애수업을 한 권 써도 모자랄 판이다..


어쨌든 위대한 유산을 읽다가 훌쩍 훌쩍 울었던 기억이 난다. [두 도시 이야기]보다 위대한 유산이 훨씬 재미있었어. 아, 내가 울던 기억이여... 그래서 내 지난 페이퍼를 뒤져보니, 위대한 유산을 2012년에 읽고 두 차례나 페이퍼를 썼더라. 에스텔라와 핍의 사랑에 대해서도 구구절절 써놓았을 것 같아 뒤져보니, 크, 기록은 이렇게나 의미 있다. 뜻깊어. 주옥같은 인용문이 있더라.



















"널 마음속에서 잊는다고! 너는 내 존재의 일부야, 나 자신의 일부야. 거칠고 천한 소년이었던 내가 처음 여기 온 이래로, 너는 내가 읽는 글 한 줄 한 줄마다 그 안에 존재하고 있었어. 물론 그때도 너는 이미 내 가련한 가슴에 상처를 입혔지. 너는 그 이후로 내가 본 모든 풍경 속에, 강이든, 배의 돛이든, 습지대든, 구름이든, 햇빛이든, 어둠이든, 바람이든, 숲이든, 바다든, 길거리든, 그 어떤 것이든 그 속에 존재하고 있었어. 너는 내 마음이 그 후로 알게 된 모든 아름다운 상상의 화신이었어. 네 존재와 영향력은 나에게 런던에서 가장 튼튼한 건물의 육중한 돌들보다도 더 실감 있는 것이며, 그걸 바꾸는 것은 그 돌들을 네 손으로 옮겨 놓는 것보다 훨씬 더 불가능한 일이야. 그리고 그것은 언제 어디서든 변함없을 거야. 에스텔러,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너는 내 인격의 일부분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어. 얼마 안 되는 내 안의 좋은 면의 일부이자 나쁜 면의 일부로서 말이야. 하지만 오늘 이 이별의 순간에 나는 너를 오직 좋은 것하고만 연결 짓겠어. 그리고 언제나 충실하게 그것에 비추어 너를 기억하겠어. 왜냐하면 내가 지금 너 때문에 아무리 쓰라린 고통을 느낀다 하더라도, 너는 나에게 해로움보다는 이로움을 훨씬 더 많이 주었음에 틀림없기 때문이야. 아, 하느님이 너를 축복하시기를, 그리고 하느님이 너를 용서해 주시기를!" (위대한 유산2, p.206-207)





그건 그렇고, 제인 오스틴의 연애수업에서 내가 위에 인용한 부분을 보면, '좋은 친구 사이보다 더 좋은 사랑이란 없지 않나'라고 저자는 가끔 생각한다는데, 내가 누누이, 아주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행동에 옮기려고 노력했듯이, 너무 사랑하는 사람과는 사귀지 않는 게 좋은 것 같다. 사귀다 헤어지면 끝이잖아. 역시 좋은 사람은 친구로 둬서 계속 가야되는 것 같아...

라고 쓰고 보니, 위대한 유산에서 이런 문장 생각난다.



모든 게 끝장났고, 모든 게 사라졌다! (위대한 유산2, p.207)



그냥 아침부터 나는 왜 씨씨를 해본 적이 없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너무 아쉽다. 신은 내게 왜 여중,여고,여대를 주셔서....이성애자인 나로 하여금 씨씨를 못하게 했는가............다음 생에선 남녀공학 대학교 들어가고 싶다. 그래서 졸라 피터지게 공부해가지고 공부로 남자들 다 눌러버리고, 그러면서 씨씨도 하고 싶다. 아..이렇게 쓰고 났는데 왜이렇게 가슴이 아프지....씨씨 못한 게 이렇게나 가슴 아픈 일인건가....슬프다.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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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화 2016-11-16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여대 아니어도 씨씨 못해본 자, 여기 있습니다..................

다락방 2016-11-16 10:21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제가 남녀공학 간다고 해서 씨씨를 했었겠는가....라고 돌이켜보면 아마도 아닐 것 같아요. ㅎㅎ

단발머리 2016-11-16 0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위대한 유산, 다락방님 페이퍼 보고 읽었는데... 좋았는데... 참 좋았는데... 리뷰를 안 써놓았더니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다시 읽고 싶어요, 역시나. 디킨스!!

다락방님은 남녀공학이었다면 씨씨는 할 수 있었겠지만 공부를 잘 할수는 없었을듯 해요. 사귀자고 아우성치는 남자애들이 너무 많아서 그 애들 줄세우고 다독이고 하다보면 4년이 훌쩍~~~ ㅋ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6-11-16 10:22   좋아요 1 | URL
저는 아마도 씨씨를 못하고 공부를 잘하지 않았을까....혼자 생각해봅니다. 어린 시절의 저와 사귀고 싶어했을것 같은 남자는 아마도..어....제가 그 당시엔 또래 남자들한테 인기가 별로 없었어요. 아하하하하. 전 이를 악물고 공부해서 공부를 잘하지 않았을까....라고 혼자 생각해봅니다.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냥 아름답게 상상하기. 공부 잘하는 나로 ㅋㅋㅋㅋㅋ

아무개 2016-11-16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년 동안 세명 사귀어 봤는데 뭐 걍 그랫어요. 자랑아닌거 알죠???????
진짜 걍 그랬다니까요. 별것 아니오. CC 따위!

2.일전에 소설책 대출받았다고 자랑했을때 위대한 유산도 있었지요.
반납했습니다. 한페이지도 못읽고요. 왜이렇게 소설 읽기가 힘이 드는걸까요.
분명 책일기를 소설로 시작했는데 소설읽기가 너무나 어려워요. 하아....

단발머리 2016-11-16 10:15   좋아요 0 | URL
자랑이예요~~~ 이건 자랑이 분명합니다.
속지 마세요, 다락방님~~~ ㅎㅎㅎㅎㅎㅎㅎ

from 아무개님의 씨씨 과거가 부러운 단발머리^^

다락방 2016-11-16 10:28   좋아요 0 | URL
걍 그렇든 후회를 하든, 저는 제가 경험해서 알고 싶어요! 그러다보면 아 이 남자 구려, 씨씨라는 건 구려, 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걸 제가 직접 경험해서 알고 싶습니다!!
해봤다는 것 만으로도 저는 부러운걸요... ㅎㅎㅎㅎㅎ


소설이 언젠가 읽히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요? 지금은 소설읽는 정체기...이고, 또 막 읽고 싶어질 때가 올거라고 생각해요. 그때까지 초조해하지 말고, 지금 잘 읽히는 책을 읽으면서 때를 기다립시다. 한숨 쉬지 말고요!

차트랑 2016-11-16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도시 이야기, 를 읽으셨다는데 감히 한 표를 드립니다

다락방 2016-11-16 10:43   좋아요 0 | URL
하하 차트랑님, 한 표를 일단 넙죽 받긴 하겠습니다만, 이 댓글이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핫;;
그러니까 두 도시 이야기를 읽었다는 것을 격려해주시는 건가요??

차트랑 2016-11-16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모바일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북플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대글을 쓸 일도 자연스럽게 줄어들더군요. 그런데 아까전에 대글을 모처럼 쓰다가 키를 잘 못 눌러 도중에 글이 입력되었지 뭡니까. 결국 쓰다가 만 대글이 되었지만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방금 전에도 또 같은 실수를 하여 수정을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못다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가 읽었던 소설을 되돌아보니, 작가들 중 생존에 계신 분들이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동시대 작가의 작품을 거의 접할 기회가 없는 저로서는 ‘두 도시이야기‘ 에 대한 언급 자체만으로도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그 작품에 대단히 큰 인상을 받았지요 당시에요.

제가 대단히 멋진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책을 언급하시니 감회가 새로웠다고나 할까요.
작품에대한 언급만으로도 반갑기도 하고요.

사정이 이러하오니 혹여 다른 오해는 없으셨으면 합니다.
실수로 키를 잘못 누르지만 않았어도, 또는 수정을 제때 하기만 하였어도 오해의 여지는 전혀 남기지 않았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님~~

다락방 2016-11-16 12:27   좋아요 0 | URL
네, 알겠습니다!! ㅎㅎ

라고 써놓고 저도 덧붙이겠습니다. 대략적으로 그렇다고 이해는 하고 있었지만, 언급하셨다시피 저렇게 짧게 끝나버려서, 긴가민가 했었습니다.
물론 두도시 이야기는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제게도 큰 인상을 준 작품이고요. 그렇지만 제가 예전에 한 번 페이퍼에 언급한 적이 있는데, 디킨스가 두도시 이야기에서 프랑스혁명을 언급하는 방식이 좀 불편했어요. 디킨스는, 보수적인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그 작품을 읽으면서 했었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그런 걸리적거림이 느껴지지 않았던 위대한 유산 쪽이 훨씬 더 좋았고요. 위대한 유산은 진짜 읽다가 막 눈물을 흘렸거든요. ㅎㅎ

차트랑님, 오해는 없고요, 저는 차트랑님이 이렇게 가끔 제 글을 읽어주시고 댓글을 남겨주시는 게 정말 좋습니다! 차트랑님 댓글 읽는 거 좋아요!!! >.<

차트랑 2016-11-16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을 덧붙여 주시니 훨씬 더 좋군요. 저도 애초에 그랬어야했다 생각하게 합니다

오해가 없으시다니 제게는 무척 다행한 일입니다. 좋은 말을 하고 살아도 모자라고, 사랑하며 살기에도 모자란 것이 시간이고 인생이라는 생각을 가끔합니다.
그러할진데 어찌 제가 좋은 글을 읽고 오해를 자초하겠어요.

저는 위대한 유산은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기회가 닿을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관심속에 간직하고 싶습니다.

아, 그리고
댓글은 정말 정말 가끔이지만 읽는 것은 꼬박꼬박입니다.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싶지는 않았는데... 에구궁~

다락방 2016-11-16 15:42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솔직하게 말씀해주시니 제 기분이 더 좋은걸요! 페이퍼를 쓰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 하나는 이렇게 기분 좋은 댓글을 받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또 글을 쓸 힘이 나고 말이지요. 아하하핫.

위대한 유산은 오늘 이 페이퍼 쓰면서 다시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좋은 책들은 정말 다시 읽고 싶어지잖아요. 위대한 유산도 그런책들중 하나입니다. 두 번째 읽을 때도 울게 될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눈물콧물 다 뽑은 책으로는 [레미제라블]이 최고인데, 레미제라블 역시 다시 읽어보고 싶습니다. 아, 세상에는 진짜 좋은 글을 쓰는 작가들이 많아요. 행복합니다!! (뜬금없는 마무리네요 ㅎㅎ)

차트랑 2016-11-16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용기를 내어 댓글을 쓰기를 정말 잘했다 생각합니다.
사실 댓글을 남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더라구요.
그러나 아주 가끔 오늘 처럼 댓글을 달기도 하지만요.
제게는 큰 맘을 먹어야 할 정도입니다.

다시 읽고 싶을 정도라면 대단히 훌륭한 책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분명하게 느낀 점은 다시 읽었을 경우 첫 번째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발견해 낼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위에서 말씀해주신 위대한 유산을 읽었을 경우 눈물을 흘리게 될지 저 자신이 궁금해질 정도이군요. 읽어보라는 한마디 말보다 훨씬더 강력한 추천인거 아세요?

그리고
제가 댓글을 남기지 않는다거나
로그인 추천을 하지 않는다하여
다락방님의 글을 읽지 않을거라고 생각하지는 말아주세요 ^~^

아무쪼록 오늘 남은 시간은
더 행복하고 더 즐거운 시간 되시기바랍니다 다락방님~!!

다락방 2016-11-17 09:31   좋아요 0 | URL
용기를 내어 댓글을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차트랑님. 그 용기가 저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네, 차트랑님이 제 글을 계속 읽고 계신다는 걸 제가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벌써 어제는 지나고 오늘 하루가 새로이 시작되었으니, 차트랑님도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세요!

차트랑 2016-11-17 10:1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즐겁고
더 행복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다락방님~!!

유월 2016-11-16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그 생각으로 공학을 갔는데...크흑.. ㅠㅠ

다락방 2016-11-17 09:32   좋아요 0 | URL
아 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랬군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는 어릴 적에 [내일은 사랑] 뭐 이런 드라마보고 남녀공학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었죠.........

유월 2016-11-18 19:44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그거 보고 ㅋㅋ 그런데 내 이상형 범수형은 이제 그런 이미지가 되었고 ㅠㅠ

다락방 2016-11-21 08:49   좋아요 1 | URL
저도 내일은 사랑 보면서 이병헌 완전 이상형이었는데 ㅋㅋㅋㅋㅋ 지금은 ..... 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사람일은 모르는건가봐요. 미래는 예츨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ㅋ

책읽는나무 2016-11-16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씨씨ㅋㅋㅋ
그게 뭐가 중할까요??

다락방 2016-11-17 09:3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그러게요 뭐 딱히 중한 건 아니여요. 그쵸? ㅋㅋㅋㅋㅋ

시이소오 2016-11-17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대한 유산 쓰셨군요. 아 저도 쓰고싶어라. 씨씨 해본 사람은 씨씨 못해본 사람의 심정을 몰라요. 저도 씨씨 느무느무 하고 싶었는데, 이게 하고싶다고 할수 있는게 아니잖아요?

과거로 돌아갈수 있다면 대학시절로 돌아가 씨씨의 한을 풀고 싶네요. ㅋ

다락방 2016-11-17 16:3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저도 과거로 돌아간다면 일단 남녀공학에 들어가서 씨씨를 해보고 싶은데, 이건 안되니까 다음생에 다시 태어나는 걸로.....해도 역시 씨씨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게 아닌것이죠...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꼬마요정 2016-11-18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졸업하고 공부하면서 학교 다니고 있던 지금의 신랑을 만나서... 결혼 했어요 ^^;; 중요한 건.. 공통으로 아는 사람이 많아 헤어지면 골 아파진다는 거...

두 도시 이야기.. 저 완전 좋아해요 ㅎㅎ 우리도 광화문에서 뜨개질 해야할까봐요.. 새눌당에 돈다는 살생부처럼 ㅎㅎ

다락방 2016-11-18 16:1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공통으로 아는 사람...씨씨는 아니지만 어쨌든 공부하다 만난거군요. 저는 제 성격에는 씨씨가 잘 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매일 학교에서 보는 연애란....별로 안좋았을 것 같다고 막연히 생각하지만, 그래도 또 해보는 게 낫지 않았나 싶고요 잉. ㅋㅋㅋㅋㅋㅋㅋㅋ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기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안나 카레니나 1』,문학동네



안나 카레니나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도 안나 카레니나의 첫문장 만큼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안나 카레니나의 첫문장은 알아두면 아주 쓸모가 많다. 내가 인용하기에도 쓸모가 많겠지만, 외국 작품들을 읽다보면 숱하게 인용되기 때문이다.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도 읽어두면 우리는 번역된 많은 작품들 속에서 핍과 미스 해비셤을 만날 수 있다. 아, 이런 얘기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고...
















'할런 코벤'의 책, 『홀드 타이트』는 안나 카레니나의 첫문장을 아주 많이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다. 우리 모두가 나름의 고민을 끌어안고 살고 있다는 걸 아주 잘 보여주는데,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열한살(열두살이었나..) 여학생에게, 남교사가 순간적으로 화가나서 학생의 신체적 특징을 언급한다. 이에 많은 학생들이 이 여학생을 놀리게 되고, 여학생은 전학과 이사를 생각할 정도로 학교생활을 괴롭게 하고 있으며, 놀림이 됐던 코 밑에 거뭇거뭇한 수염은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여학생은 가끔 이 선생님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하며 아이의 아버지 역시 이 선생에게 복수할 방법은 없을까를 생각한다. 정말이지, 너무 절망적인 고통 속에서 아이가 살고 있으니까. 그러나 이 교사 역시 마찬가지. 이 교사는 '좋은 교사'가 되고 싶었고, 그렇게 열심히 교사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아이들의 편이 되고자 늘상 노력했다. 그러나 그 날은 자신의 피곤함과 짜증을 숨기지 못하고 그렇게 '실수'를 해버렸고, 그 이후 지금까지 쭉, '내가 학생에게 그러는 게 아니었는데', '왜그랬을까' 하며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자기가 만든 감옥에 갇혀버렸달까...



학생은 학생대로 괴로운데 '이제 그만 교사를 용서하라' 말할 수가 없고, 교사는 교사대로 괴로워 미치겠는데 '이제 그만 괴로워하라'는 말은 소용이 없다. 크- 



물론 이 책에서 나오는 갈등이 이뿐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내가 그 모든 갈등들을 다 언급하고 갈 순 없다. 나도 일을 하는 사람이니까... 어쨌든 '아, 이걸 어떡해야 하지' 하는 과연 정답은 있는지 의문나는 상황들이 속속 등장한다. 그래,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그렇지만 정말 그게 옳은 일일까????? 하게 되는 일들. 




사춘기 아들이 위험에 빠진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부부가 나오는데, 그러다가 아버지 역시 위험에 빠지게 된다. 어쩌면 남편을 잃을 상황이 될지도 모른 여자는, 남편의 병실 안에서 남편의 회복을 바란다.


티아는 자신의 손을 남편의 팔뚝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의 남편이었다. 잘생기고, 훤칠하며, 강인한 남편이었다. 그녀는 다트머스에서 이 사람과 사랑에 빠졌다. 이 사람과 침대를 함께 쓰고, 아이를 낳고, 평생의 동반자로 선택을 했다. 환상 속에 그리던 백마 탄 왕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멋진 사람임에는 틀림없었다. 실제로 누군가를 인생의 동반자로 선택한다는 건 참으로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둘 사이가 조금이라도 벌어지지 않도록 애를 써야만 한다. 두 사람의 사이를 일분일초마다 더 좋아지고 더 열정적으로 만드는 모든 일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도록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당신을 정말 사랑해." 티아는 속삭였다. (p.230-231)



티아와 마이크는 둘 사이가 벌어지지 않도록 애를 썼기 때문일까, 사이가 좋다. 아니 어쩌면 애를 썼기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다. 애를 써도 잘 되지 않는 것들도 있으니까. 

반면, 허셀은 아내인 아일린에게 별거를 제안했다. 자신들의 사이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고 하면서. 아일린은 자신의 분야에서 엄청나게 능력을 인정받은 여자였지만, 자신은 모든게 다 잘 되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는가 보다. 자신은 아직도 왜 남편이 별거를 하자고 했는지 잘 모르겠고, 어느틈에 이것이 자기에게 닥친 건지도 잘 모르겠다.



아일린은 부부로서의 사랑이 더 남아 있지 않은 남편 허셀에 대해 생각했다. 혹시 남편의 썰렁한 농담에도 폭소를 터뜨리며 기분을 맞춰주던, 최근에 이혼한 그 깜찍한 접수원과 허셀이 바람을 피운 게 아닌가 의심했고,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뭐가 더 남아 있다는 거지, 아일린……." 그런 질문을 던진 사내는 이미 오래전에 두 사람의 결혼생활에서 하차해버렸다. 아일린은 남편이 하차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차렸을 뿐이다. (p.341)



아...너무 슬프다. 한쪽은 이미 하차했는데, 다른 한쪽은 상대가 하차했다는 사실조차 늦게 알아차리다니. 이 시간차와 온도차는 대체 왜 발생하는걸까. 이별은 항상 이런 식으로 오는 것 같다. 시간 차로, 온도 차로. 한 쪽은 마음을 접고 있는데, 다른 한 쪽은 여전한 마음이어서. 나중에야 상대가 이미 하차했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다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 생각해보기도 한다. 내가 놓친 게 어느 부분이었을까? 그때 이 말은 그런 뜻이었을까?, 그때부터 그는 하차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걸까? 나는 아직 여기 있고 앞으로 더 가려고 했는데, 왜 갑자기 혼자가 된거지? 어디서부터 잘못된거지? 우리는 같이 타서 같이 내리기로 했던 게 아니었던건가?


이게 이별이 오는 방식인 것 같다. 한 쪽이 먼저 하차해버리는 것, 그리고 상대는 그걸 늦게 알아차리는 것. 아 슬프다.....






어제 퇴근길에는 Lauren Christy 의 <The Color of The Night>을 들었다. 요즘 왜인지 이 노래가 생각나서 퇴근길과 출근길에 반복해 듣고 있는데, 어제 퇴근길에도 반복해 들으면서 한껏 감정이입을 했더랬다. 나는 늘 어두울 때만 그를 보는 여자가 되어서,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널 밝은 곳에서 보는 것 뿐이야, 이러면서 흐윽- 흐느끼고, 신이여 구해주세요, 이러면서 막 흐윽흐윽 흐느끼면서 곧 울 것 같은 심정이 되어 갓, 세이브 미~ ♪ 하고 있는데, 아 글쎄 전화가 오는 게 아닌가!!! 아...너무 기분 잡쳤어.... 업무상의 간단한 전화였다. 

전화는 이래서 나쁘다. 나의 가장 완벽한 시간을 방해할 확률이 매우 높다. 나는 진짜 책 읽을 때 방해받는 것도 싫지만, 글을 쓰거나 음악 들으면서 한껏 머릿속에서 혼자 상상하고 있는데 무언가가, 어떤 것이, 누군가가 똭- 하고 끼어들어 방해하는 게 너무 싫다. 어제 음악을 들으면서 한껏 비극적인 사랑을 하는 여자가 되어 흐느끼고 있는데 그렇게 똭- 방해를 하면, 하아, 내 공상의 리듬이 깨지잖아... 그러지마... 내가 이래서 전화를 싫어해...왜 그렇게 마음대로 전화해? 어제 전화를 끊고 다시 음악을 들으면서, 다시 공상 속으로 들어가면서, 삐삐를 살까.... 생각했다. 나는 삐삐를 사는 것에 대해 몇 년전부터 계속 고민을 하고 있는데, 고민'만'하고 있긴 하다. 삐삐라면.... 이렇게 음악 들으면서 흐느끼다가 방해받는 일 없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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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and I moving in the dark
Bodies close but souls apart
Shadowed smiles
And secrets are unrevealed
I need to know the way you feel

I'll give you everything I am
And everything I want to be
I'll put it in your hands
If you could open up to me
Oh can't we ever get beyond this wall

Cause all I want is just once
to see you in the light
But you hide behind
the color of the night

I can't go on running from the past
Love has turned away this mask
And now like clouds, like rain
I'm drowning and I blame it all on you
I'm lost, God save me

I'll give you everything I am
And everything I want to be
I'll put it in your hands
If you could open up to me
Oh can't we ever get beyond this wall

Cause all I want is just once
to see you in the light
But you hide behind
the color of the night

God save me

Everything I am
And everything I want to be
Oh can't we ever get beyond this wall
Cause all I want is just once
Forever and again I'm waiting for you
I'm standing in the light

But you hide behind
the color of the night 
Please come out
from the color of the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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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데 로렌 크리스티 이 노래 진짜 슬프지 않나.... 오죽하면 신한테 구해달라 그러고 막 ㅠㅠ 단 한 번만이라도 당신을 밝은 곳에서 보고 싶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거 들으면 혼자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 다드는데, 아니, 왜 어두운 곳에서만 사랑을 하는겁니까, 대낮에도 사랑을 해야죠, 하는 생각이 막 들고, 어두운 곳에서만 숨어서 사랑해야 하는 그 사정이란 것은, 결국, '해서는 안되는 사랑' 이 아닌가 싶고.... 그렇게 상대가 나를 낮으로 데려가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계속 사랑하는 그 마음은 어떤걸까.... 미치겠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너는 항상 밤에 전화하지, 나는 수화기를 들지



하는 캐서린 맥피의 노래가 생각나는 것이다. you call me at night and i pick up the phone 하는 노래. <over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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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over your lies
And I’m over your games.
I’m over you asking me when you know I’m not ok

You call me at night,
And I pick up the phone
And though you’ve been telling me, I know you’re not alone

And that’s why your eyes,
I’m over it.
Your smile,
I’m over it.
Realized
I’m over it, I’m over it, I’m over.

Wanting you to be wanting me
No, that ain’t no way to be.
How I feel, read my lips
Because I’m so over, I’m so over
I’m so…

Moving on, and it’s my time.
You never were a friend of fine
Hurt at first, a little bit
And now I’m so over,
So over it
I’m over your hands
And I’m over your mouth.
Trying to drag me down and fill me with self doubt

Oh and that’s why your world
I’m over it.
So sure,
I’m over it.
I’m not your girl
I’m over it, I’m over it, I’m over.

Wanting you to be wanting me
No, that ain’t no way to be.
How I feel, read my lips
Because I’m so over, I’m so over
I’m so…

Moving on, and it’s my time.
You never were a friend of fine
Hurt at first, a little bit
And now I’m so over,
So over it
I’m so over it

Don’t call,
Don’t come by.
Ain’t no use
Don’t ask me why.
You never change;
There'll be no more cryin'in the rain

Wanting you to be wanting me
No, that ain’t no way to be.
How I feel, read my lips
Because I’m so over, I’m so over it

Moving on, and it’s my time.
You never were a friend of fine
Hurt at first, a little bit
And now I’m so over,
So over it.
I’m so over it

Wanting you to be wanting me
No, that ain’t no way to be.
How I feel, read my lips
Because I’m so over, I’m so over it

Moving on, and it’s my time.
You never were a friend of fine
Hurt at first, a little bit
And now I’m so over,
So over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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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나이 먹어서 느낀 건 밀당을 하지 말자는 거다. 피곤해...그런 거 하지 않고 그냥 좋다좋다 예쁘다예쁘다 쓰담쓰담 해주고 우쭈쭈 해주면서 지낼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장땡이다. 게다가 저렇게 밤에만 전화해서 불러대는 새끼들은 짤라내야 한다. 물론, 말이 이렇지 그게 쉽지 않다는 것도 안다. 좋아 죽겠는데 어떡해. 자꾸 밤에만 부르는데 어떡해 ㅠㅠ 그렇지만, 밤에만 나를 불러내는 사람은, 나를 자신의 옆에 있을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을 확률이 크다. 밤에만 불러내서 쾌락만 같이 나누거나, 밤에만 불러내서 술값 대신 내달라고 하거나..... 나를 나 자체로 존중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일 수 있다. 나의 경우에도, 낮에는 말고 밤에만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사랑하지 않았지.... 어둠 속에서 빠져나와, 어둠 속에서 빠져나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 나같은 여자를 만나지마!!!!!


그렇지만...빛속에서 만나면 뭐하나...다 부질없지.....낮에 만나면 뭐하나........한 쪽이 먼저 하차해버리면 그것도 끝인데....



그냥 살고 싶은 대로 살자..밤에 부르면 밤에 텨나가고 낮에 부르면 낮에 텨나가고...텨나올 수 있는 사람 부르고 싶으면 아침에도 부르고 낮에도 부르고, 밤에만 부르고 싶으면 밤에만 부르고..... 섹스만 하고 싶으면 섹스만 하고 술만 마시고 싶으면 술만 마시고...죄다 부질없지 뭐.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만 편지이고, 미래는 예측불허이고... 밤에만 전화오면 밤에만 전화 받으면 되지 뭐..받기 싫으면 안받게 되겠지..... 근데 캐서린 맥피가 저 부분 부를 때 발음이 진짜 끝내준다. 너무 좋아. 유 콜 미 앳 나잇 앤 아 '피컵 더 뽄' 할 때. 진짜 발음 너무 좋아.


살고 싶은 대로 살자, 에헤라디여~

바닥까지 치고 올라오면 되지 뭐...........



그냥 나는 별로 욕심이 없다. 좋은 노래 들으면서 머릿속에서 막 상상하고 이야기 만들어가고 있을 때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수화기를 들지, 하니까... 또 공일오비 노래 생각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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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곁에 머물러줘요 말을 했지만
수많은 아픔만을 남긴채 떠나간 그대를
잊을수는 없어요 기나긴 세월이 흘러도

싸늘한 밤 바람속에
그대 그리워 수화기를 들어보지만
또다시 끊어버리는 여린 가슴을
그댄 이젠 알수 있나요

유리창 사이로 비치는 초라한 모습은
오늘도 변함없지만 오늘은 꼭 듣고만 싶어
그대의 목소리 나에게 다짐을 하며

떨리는 수화기를 들고 너를 사랑해
눈물을 흘리며 말해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야윈 두손에 외로운 동전 두개뿐
라라라~~~~~~~~

난 수화기를 들고 너를 사랑해
눈물을 흘리며 말해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야윈 두손에 외로운 동전 두개뿐
떨리는 수화기를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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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이제 공중전화에 동전 몇 개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삐삐를 사용한다면 알았을텐데...역시 삐삐가 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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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y95 2016-11-15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과 음악이 잘어울려요.^^

다락방 2016-11-15 15:28   좋아요 0 | URL
크크크 그렇지요? 하나같이 다 좋은 노래들입니다.

감은빛 2016-11-15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공일오비!
90년대에 노래방에서 정말 많이 불렀던 노래네요.
동전 숫자가 점점 많아질 수록 그 부분만 바꿔 불렀던 기억이 나요. ㅎㅎ

로렌 크리스티 1집 앨범을 참 좋아했어요.
다른 곡들은 요즘도 가끔 듣는데, 이 노래는 정말 오랫만에 듣네요.

다락방 2016-11-16 08:0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님 저랑 연배가 비슷하셔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공일오비 반가워 하시네요 ㅋㅋㅋㅋㅋ저도 노래방에서 동전 갯수 바꿔가며 불렀던 기억 나네요. 사람 사는 거 다 비슷비슷한가봐요. ㅎㅎ

로렌 크리스티는 1집을 들어보고나 한 건 아니고, 이 노래만 알고 들어봤어요. 이 노래 너무 좋아요. 가사가 너무 슬프고 애절해서 막 듣다가 흐느끼면서 울고 싶어지죠. 어흐흐흑 하면서. ㅎㅎ
굿모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