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는 남동생과 함께 여동생 집에 다녀왔다. 여동생 부부가 다 외출해야 해서 남동생과 내가 조카들을 봐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남동생의 차를 타고 가는데, 차 안에서 남동생은 <김어준의 파파이스>를 틀어두었다. 언젠가 남동생이 퀴어퍼레이드에 왜 그렇게 과격한 표현들이 등장하는지 물은 적이 있었는데 나는 제대로 답을 해주지 못했었다. 마침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김조광수'가 게스트로 나와서는 퀴어 퍼레이드와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오호라, 그렇다면 내가 설명해주지 못한 것을 설명해줄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에 신이 나서 들었다. 한편으로는 남동생이 운전하면서 이런 걸 듣고 있다고 생각하니 '혼자 알아서 잘 하는 애를 내가 괜히 따라다니면서 잔소리 했구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런데, 듣다보니, 김어준의 발언들 몇 개가 턱턱 걸리더라. 왜 이렇게 말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어준은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했다. 어떻게 존재 자체를 반대하냐는 거다. 그건 존재인데, 그걸 누가 반대할 수 있냐고, 그건 말이 안된다고 했다. 오, 그렇지, 그렇게 말해줘, 라고 생각하며 듣는데, '싫어할 수는 있죠' 라고 하더라. 싫어할 수는 있고, 난 동성애 싫어! 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걸 반대하는 건 아니라고, 말도 안되는 거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자꾸 '싫다는 감정은 가질 수 있다', '싫다는 말은 할 수 있다' 라고 하는 거다. 아, 그 말이 너무 불편한거다. 이에 김조광수는 '그래, 싫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싫다고 말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라고 하더라. 나는 이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생각에 자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감정에도 마찬가지로 자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현상을, 어떤 사람을 싫어하거나 미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을 입밖에 꺼내어 '싫다'고 말하는 것은, 김조광수의 표현대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상대가 소수자일 때는 더하다. '난 이성애자 싫어'라고 말할 때 듣는 이성애자들이 받아들일 상처와 '난 동성애자 싫어'라고 말할 때의 상처가 같을 순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소수자임을 스스로 알고 있는데, 거기에 대고 '나는 네가 싫어'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감정에 자유가 있으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해도 되는 말일까? 그 말이, 상대방에게는 '그저 싫다'라는 말로만 들릴까?


이를테면, 걸그룹 멤버에게 '애교를 부려보라'고 방송에서 말하는 것이, 남성 아이돌에게 '애교를 부려보라'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을까? 레드카펫의 여배우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는 행위가, 남배우들에게 하는 그것과 같은 크기, 같은 의도로 보일 수 있을까? 이미 애교는 여성들이 타고나야 할 미덕 같은 게 되어버렸고, 여성들의 외모를 품평하는 것이 사회적인 문화가 되어 있는데, 그것이 같은 크기나 같은 의미가 될 수 있을까? 일전에 한 티븨 프로그램에서 걸그룹 멤버에게 '애교를 부려보라'고 하는 걸 보고 진짜 토가 나와서 쌍욕을 내뱉었던 적이 있다. 어쩌면 그런 걸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면서 시킬까. 동성애(자) 싫어! 라고 말하는 것이, 그들 앞에서 자유로워도 되는 걸까? 뭣보다, 동성애자를 싫어한다는 게, 감정이므로 괜찮은걸까? 그건 '내가 동성애를 하진 않아, 나는 동성애에 취향이 없어' 라고 고쳐 말해야 하는 건 아닐까? 내가 이미 '이런' 사람인데, 거기다 대고 '내 감정은 자유니까 그런 사람 싫어'라고 말하는 게, 조심성 없이 나와도 되는걸까? 아니면,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것 자체가 동성애자를 약자로 보는 차별인걸까? 



그리고 김조광수에게 물었다. 퀴어 퍼레이드에서 그렇게 과격한 노출을 하는 이유가 뭐냐고. 나 역시 그것에 대해 명확한 이유를 알지 못했던 터라 왜일까 궁금했었고, 그래서 관심있게 들었다.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퀴어 퍼레이드는 성에 대한 금기를 깨자는 것이므로 그렇게 표현된다고 하더라. 일 년에 한 번, 우리가 세상에 우리의 존재를 드러내면서 금기를 깨자고 말하는 것이므로 그런 표현 방식을 선택한다고. 그래서 아 그런 것이었구나, 그래 어떤 이유가 있었을거야, 하고 고개를 끄덕이려는데, 김어준이 이렇게 말했다.


"난 살이 많이 보일 수록 좋아요."



....아.....저 드립이..... 이 상황에서 칠 드립인가? 너무나 개저씨스러워서 깜짝 놀랐다. 나는 [닥치고 정치]를 재미있게 읽었지만 [나는 꼼수다]를 듣지는 않았다. 내가 아는 김어준은 정치에 대해 그리고 사회문화에 대해 넓고 날카로운 시야를 가진 사람이었는데, 농담이 너무 후지다. 그가 그런 프로그램을 진행해준다는 것에 대해 일종의 고마움을 갖고 있었는데, 저렇게 툭툭 뭔가 불편한 말들이 들리니까 혼란스러웠다. 내가 한 인간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건가....




페미니즘을 공부하면 할수록 한숨이 나고 남자들이 미워지는 게 사실이다. 그런 한편 소수자에 대한 내 생각과 시야 자체가 달라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페미니즘 공부가 필요하다. 약자인 나를 더 잘알고 이 차별을 없애자고 시작한 공부가, 다른 소수자에 대해서도 보는 눈을 다르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다른 소수자의 존재에 대해서도 알게 됐달까. 나 역시 어떤 소수자에게는 이미 기득권인 사람일 수 있는 거다. 나는 세상에 더 많이 존재하는 '이성애자' '어른' 여성이니까. 세상에는 똑똑한 남자들이 정말 많다. 그만큼 똑똑한 여자들도 많다. 그러나 똑똑한 남자들이 세상을 보고 받아들이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자신이 기득권임을 인정하지 않는한, 똑똑한 여자들이 그러는 것처럼 세상에 존재하는 소수자에 대한 시선이 달라질 수가 없다. 그토록 우러러 보였던 남성 지식인들이 페미니즘 앞에서 자꾸 실망하게 만든다. '학문적으로만' 페미니즘을 공부하고서는 전문가처럼 '여성'에게 가르치려 든다. 여성들은 실제로 차별받는 삶을 살았는데, 그 삶을 산 존재들에게 페미니즘을 가르치려 든다. 요즘에는 '공감능력'없는, '배려와 이해가 없는' 지식이란 얼마나 무용한가에 대해 생각한다. 그건 정말이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일전에 나는 남성들이야말로 로맨틱한 영화를 더 많이 봐야한다고 글을 쓴 적이 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로맨틱한 영화를 보면서 남자와 여자 사이의 감정의 교류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 사이의 대화와 눈빛 그리고 태도등을 보면서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공부해야 하는건 남자들에게 더 시급한 것 같다. 로맨틱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더 많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로맨틱한 여성에서는 대부분 여성이 주인공이고, 그 여성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느끼는 것들이 드러난다. 그런 것들을 보지도 않은 채로 무턱대고 여자들에게 '나는 진심이야'라는 식으로 들이대기만 해대면, 그런 남자를 '진심이니까' 받아줄 여자는 없다. 마찬가지로, 페미니즘이 '성평등'에 대한 것이니만큼, 남성들이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나를 잠재적 가해자라고 생각하느냐'고 빼애액 거리기보다는, 대체 여자들이 왜그러는걸까, 를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중립이야' 같은 개소리 하지말고,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중립이 어딨어??



페미니즘 공부를 아직 시작하기 전의 사람들에게,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치마만드 응고지 아디치에'의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가 가장 접근하기 쉬운 책인 것 같다. 특히나 책을 많이 읽지 않았던 사람들이라면 입문서라 생각되는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도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낯선 용어들 때문에 책장이 넘어가기 쉽지 않을 터. 그러나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만으로는 당연히 부족하다. 그런데, '토마 마티외'가, 만화로 그려줬다. 고맙습니다.
















이 책에서는 모든 남성이 '악어'로 그려진다. 나쁜 남성과 그렇지 않은 남성들 모두가 '악어'로만 그려진다. 악어 대신 여자 인간처럼 남자인간을 그려둔다면, 많은 남성들이 '가해자'인 남자 입장이 되어 변명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의도가 있다.



결국, 남성만 악어로 표현한 것은 작가의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악어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점은 여성의 관점이 충분히 보이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여성 또한 특정 이미지로 표현했다면 이 만화는 중립적인 관점에서 그려졌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도 중립적인 상태에 있지 않다.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준 여성도, 그것을 그림으로 옮긴 작가도, 그것을 읽는 남성 독자 혹은 여성 독자도(아니면 하나의 성으로 명백히 구분할 수 없는 사람도. 하지만 그들 역시 자신이 살아온 삶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 따라서 내가 봤을 때, 아무도 중립적이지 않으므로 중립적인 입장을 갖는 체하는 것은 별 소용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중립적이지 않은' 우리가 자신에게 조건으로 주어진 제약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흔히들 자기는 '자기 자신'이며, 외부의 조건에 영향을 받거나 이상하고 잘못된 행동을 하는 이는 타인이라고 생각한다. (로랑 플륌, p.156)



이 만화를 보는 일은 불편하다. 세상 천지에 널린 숱한 성희롱과 성폭력을 대면하는 일이 어떻게 편하겠는가. 나는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성희롱과 성추행, 성폭행의 피해자였다. 아마 앞으로도 몇 번 더 그런 일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버스안에서, 지하철안에서, 길거리에서, 택시 안에서, 학교에서.. 얼마나 많이 더러운 농담과 손짓 앞에 노출되어 있었던가. 물론 어떤 여성들은 한 번도 그런 피해를 당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성들이 더러운 경험 몇 개를 가지고 있다. 이런 좋지도 않은 경험을, 대체 왜 대부분의 여성들이 가져야만 하는가. 그 경험이 얼마나 무섭고 수치스러웠는지를 알기에 이 만화를 보는 일이 불편하다. 그리고 아프기까지 하다. 몇 번이나 책장을 덮고 한숨을 쉬어야 한다.










오늘 아침 아빠는 뉴스를 보시다가 밤에 귀가하다 남자가 쫓아아서 위험하면 공중전화 박스로 들어가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 안에 들어가면 비상경보가 울리게 만들어놨다고 참고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알겠다고 했는데, 아빠는 결국 쓸데없는 말을 덧붙이셨다.


'하긴 뭐 너를 누가 따라오겠냐'



......아 너무 지저분한 발언이라 빡이 쳤지만, 번번이 싸우는 것이 너무 힘겨워 오늘 아침엔 기운 빼지 않기로 했다. 얼마전에도 아빠의 개념없는 발언으로 엄청 싸운 적이 있는데, 내가 싸워야할 것은 이 거대한 세상과 집단이기에 앞서 내 집안의 내 아버지부터인 것 같다. 여자가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한남충이 자신의 아버지가 아닐까... 가장 먼저 여성혐오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도 자신의 아버지로부터가 아닐까. 그렇지 않은 아버지들도 있다는 걸 알지만, 나의 아빠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빠가 미개한 발언을 하는 것까지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계속해서 아빠가 하는 말이나 생각을 고치려고 해보지만, 갈 길이 너무나 멀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니까. 아빠도 그런 환경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피해자일 수도 있다. 교육과 환경의 피해자.



『악어 프로젝트』는 남성을 악어로 그림으로써 일반적인 이야기와 차별성을 갖는다. 여성은 사람으로 그려지고 남성만 동물로 표현되었으므로(게다가 내레이션은 경험담을 들려주는 여성의 '주관적인' 시점이다), 독자는 여성에게 자신을 투영하게 된다. 사실 남성은 자신을 여성과 동일시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럴 기회가 거의 없기도 하거니와 공감 능력은 남자답지 않은 영역으로 간주하고, 소년들에게 그것을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공감 능력을 키우는 것은 중요하며 근본적인 일이다. 만약 '악어'들이 잠깐만 멈춰서 2분 정도만 자신의 성희롱 또는 성폭력을 가하려는 여성의 입장이 되어본다면 절대 악어들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이 남성의 공감 능력 향상을 방해하는 것 같다.(로랑 플륌, p.159)




머릿속으로 수많은 것들에 대해 '싫다'는 감정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머릿속에서 그보다 더한 어떤 감정에 대해 생각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을 입밖으로 내는 것은 다른 문제다. 만약 내가 상대에게 '싫어요' 라고 말을 해야할거라면, 그것은 '잘못된' 것에 대해서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당한 것, 잘못된 것, 내가 원하지 않는 것에 대해 그렇게 말해야 한다고. 버스안에서 내 엉덩이를 움켜 잡는 사람에게 '싫어요'라고 말하고,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나를 이용하려는 사람에게 '싫어요' 라고 말하는 것은 옳다. 이것은 내가 반드시 싫어요라고 말해야 하는 부분인 것이다. 물론 싫다고 말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그렇게 말함으로써 분위기가 망가질까봐, 그리고 혹여 더 큰 위험이 올까봐 참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고, 실제로 나도 그런 적이 있으니까. 그러나 상대의 존재에 대해 '싫어요'라고 말하는 것은 이런 것과 다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상대가 그렇게 존재하는데, 거기에 대고, '싫어요'라고 말하는 일이, 그냥 내 감정이라고 퉁칠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대가 동성애를 하는 것이 내게 어떤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거기다대고 어떻게 '싫어'라고 말하는 것이 '그래도 되는 것'이 된다는 건가. 그것은 내가 인정하고 말것도 아니고, 좋아하고 싫어할 것도 아니다. 그건, 그냥 그 사람이 사는 삶이다. 




싫어요, 를 말할 때는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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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6-06-20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마리 악어로서 공감
합니다. 저도 김어준 좋아합니다만
ᆢ 저런 무뇌아적 발언은 실망스럽네요. 그렇지만 김어준에게 실수를 지적하면 금세 인정할것같습니다. 문제는 아예 대화가 불가능한 경우겠죠.

넵, 공부하겠습니다^^
악어에서 인간으로 진화하기위해 ~

다락방 2016-06-20 17:28   좋아요 0 | URL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네, 실수를 지적하면 인정하고 고치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좋겠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아예 대화가 불가능한 경우가 문제가 되겠죠. 그럴 경우엔 누가 뭐라 해도 귀에 닿질 않을테니까요.. ㅠㅠ

공부는 끝이 없는 것 같아요. 계속 하고 하고 또 해도 모르는 게 참 많은 것 같아요. 우리 같이 공부합시다!

낭만인생 2016-06-20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은 인간이 갖추어야할 최대 덕목. 또는 기본인 듯합니다.

다락방 2016-06-20 17:28   좋아요 0 | URL
네, 낭만인생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감을 갖추지 못한 채로 지식만 쌓는 건 정말 무용한 것 같아요.

rosa 2016-06-20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스북에서 이 책 소개글을 보고 나서 무조건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근데 동성애에 있어서는 제 주변의 남성들 대부분이 적대적이었어요. 이상하게도 많은 여성들은 동성애자를 소수자의 문제로 인식하는데 말이죠. (물론 그렇지 않은 여성들도 있지만요.)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겠어요.

다락방 2016-06-22 10:02   좋아요 0 | URL
로사님, 저도 그 생각 했어요. 대체적으로 남자사람들이 동성애를 더 싫어하고 끔찍하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더 극단으로 치닫는 표현도 하는 것 같고요. 김어준도 남자들이 동성애를 `더` 싫어하는 것 같다고 하면서 `남성들은 다른 남성이 나를 성적으로 건드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무서워하는 거다` 라고 하던데(정확히 이런 워딩은 아니었고요 이런 뉘앙스였어요) 그런건가? 싶기도 하고요. 그런가, 하다가 사실 저는 일반적인 남자사람들이소수자에 대해 그동안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기득권이라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들이야말로 더 페미니즘을 공부해야 되는 게 아닌가 싶어졌어요. 페미니즘을 공부하면 자연적으로 소수자에 대한 시야도 넓어질테니 말이죠. 아무것도 공부하지 않고 아무것도 알지 못하니까 누군가의 존재에 대해 `반대한다` 라든가 `싫다`라는 말을 고민없이 함부로 내뱉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블랙겟타 2016-06-22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어프로젝트` 이 책 저도 읽어볼께요 !! 다락방님.

다락방 2016-06-22 08:24   좋아요 1 | URL
블랙겟타님이 이 책을 읽어본다 하시니 기분이 조크든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꼬 2016-06-22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수자에 대한 감수성이 달라지는 것. 과거의 무지했던 내가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릴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게 공부의 미덕이라고 생각해요. 열공합시다. 평생! (같이 합시다!)

다락방 2016-06-22 11:39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래서 요즘엔 공부가 되게 재미있게 생각돼요. 더 많이 공부해서 좀 더 접근이 쉬운 책을 내가 한 번 써보는 건 어떨까, 하는 무모한 욕심 같은 것도 생기고요. 그래요. 우리, 계속 같이 공부해요! 과거의 나를 부끄러워하고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 수 있다는 거, 그게 바로 성장인 것 같아요! >.<

감은빛 2016-06-22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다락방님과 같은 이유로 김어준의 팟캐스트는 듣지 않습니다.
김조광수 감독님을 손님으로 불러놓고 자꾸 `싫다는 감정`에 대해 언급하는 건 예의가 아니네요.

김조광수 감독님은 참 멋진 분이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인권 조례 토론회 기획 회의와 녹색당 선본 뒤풀이 자리 등
서너번 술 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고,
바로 앞에 앉아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오랫동안 차별에 맞서온 세월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만화책 보관함에 담고 갑니다.
비록 한 마리의 악어지만,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다락방 2016-06-22 17:07   좋아요 0 | URL
저 방송만 듣고 판단한거지만, 김어준은 본인이 되게 똑똑하고 배려있고 이해한다는 자신감이 과잉되어 있는것처럼 보였어요. 그런 자신감이 다른 이들에게 쫄지마! 라고 말하게 만든거긴 하겠지만, 전 좀 듣기가 불편하더라고요. 저는 앞으로도 또 듣게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렇게 걸리는 부분은 계속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한편, 참, 완벽한 사람도 없고 내 입맛에 딱 맞는 사람도 없는 것인데 내가 너무 김어준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갖고 있는건가 싶기도 하고요... 감은빛님 말씀대로 예의도 없게 느껴졌고 고민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늘 잘 읽어주시고, 잘 대꾸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요즘에는 리액션이 좋은 사람이 너무 좋더라고요. 리액션 없으면 너무 사람을 김빠지게 만들어요 ㅜㅜ
 
내가 원하는 시간
파비오 볼로 지음, 윤병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왜 이 책을 샀는지 역시 모르겠지만, '파비오 볼로'라는 이름을 보는 순간, 이 작가의 작품을 읽어본것 같은데, 하고 저자의 약력을 보니 [아침의 첫햇살]이 이 작가의 책이더라. 그렇다면 이 책은 아주 좋지는 않겠지만 뭐 딱히 나쁘지도 않은 책이겠구먼,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재미가 없었고......그래도 오랜시간 등돌려 지냈던 아버지와 화해하는 과정을 보고 싶었고, 헤어진지 1년쯤된 사랑했던 여자의 마음을 다시 자신에게로 돌리는 게 정말 가능한지 보고 싶었기 때문에 끝까지 읽고자 했는데...이야...세상에...병맛도 이런 병맛이 없다.


아버지가 변하고 움직이길 바랐으면서 막상 아버지가 감정을 표현하는 순간 어쩔줄을 모르는 것도 찌질해보였는데, 이새끼가, 헤어진 애인이 한달 반뒤에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1년만에 다시 전화를 걸고, 그녀를 사랑했었는데, 진짜 사랑했었는데 놓쳤다고 아쉬워하면서, 도대체 어떤 남자랑 결혼하나, 그 남자의 회사 앞에서 기다리다 그 남자를 보기도 한다. 아 진짜 짜증난다. 사랑한다고 여자가 말했을 때는 제대로 사랑도 못했으면서, 이제 자신 안에 그녀에 대한 사랑을 스스로 깨닫고서 하는 짓거리는 스토커 짓이다. 사흘 내내 여자 집앞에서 기다렸는데 여자를 만날 수 없자 '그녀는 그랑 동거를 하나보다' 이런 생각을 하는데, 와, 내가 여자였으면 무서워서 울었을 뻔. 이 작가의 전작 [아침의 첫햇살]을 읽을 때는, 어쩌면 남자 작가가 이렇게 여성의 섬세한 심리를 잘 그렸을까, 감탄했던 기억이 나는데, 남자는 병신으로 그려놨네. 게다가 마지막에 우연히 옛 연인을 마트에서 마주치고 자신의 집으로 가서 아이스크림 먹자고 조를 때부터 뭔가 짜증났는데, 그 집에 가서 함께 커피를 마시고 집에 돌아가겠다는 여자에게 나는 언제나 너만을 사랑했다가 졸 고백한다. 너무 무서웠다. 여자는 자신이 곧 결혼을 할거고, 너의 이 고백은 너무 늦었다고 하는데, 남자는 그녀에게 입을 맞추고 자신에게 돌아오라고 오천번 얘기하고, 그녀에게 키스를 시도한다. 여자도 키스를 거부하지 않아 그들은 섹스에 이르게 되는데, 여자도 자신을 사랑한다고 굳게 믿는 남자는 여자에게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라고 계속 애원하고, 여자가 말해주지 않자 뺨을 때린다.


막판에 토나오는 이야기였어..



"날 보내줘……."

"날 사랑한다고 얘기해."

"그만해. 날 내버려둬. 난 네가 미워. 밉다고 그랬잖아."

나는 그녀의 뺨을 향해 손바닥을 날렸다.

"사랑한다고 말해."

"그만해……. 난 널 사랑하지 않아. 난 네가 미워."

나는 다시 그녀 안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했다. 그녀의 다리가 열리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한 번 따귀를 날렸다.

"다리 벌려."

"제발 그러지 마!"

또 한 번 따귀가 날아가고 다시, 그리고 또다시……. 어느 순간엔가 그녀가 저항을 포기했다. (p.380)



결국 여자는 그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참..좋기도 하겠다. 뺨을 날리고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서.

여자는 남자를 사랑했었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그와 사랑하는 동안 충분히 노력했었고, 자신의 감정을 토로했었다. 그러나 남자는 그녀를 붙잡지도 않았었다. 이제 다른 사람과 살겠다고 자신의 미래를 결정한 그녀를, 한달반뒤에 결혼하겠다는 그녀를, 집에 보내는 대신 나는 너를 사랑해, 너도 나를 사랑하잖아, 윽박지르는 새끼를 보노라니.. 진짜 구역질이 난다. 참, 이걸 뭘 보자고 끝까지 읽었나 싶다. 다른 남자랑 결혼하겠다는 여자한테 계속 자기랑 살자고 말하는 남자라니...있을 때 잘할것이지....... 어휴.. 왜 남자랑 연애를 하는 것도 힘들고 헤어진 뒤에도 힘들어야 되는걸까. 헤어진 뒤에도 이렇게 다른 남자 있는 거 뻔히 알면서, 아니 아니까 더 미쳐가지고, 연락하고 찾아가고 기다리고 .. 게다가 사랑한다고 울부짖고 너도 나를 사랑하잖아, 같이 살자, 이런 얘기를 하는 남자라니. 대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어디서부터 잘못된거야?


뺨까지 때린 남자가 또 어떤 행동을 할지 어떻게 아나, 여자가 집으로 돌아가 접근금지 명령 같은 거 신청하고 스토커라고 경찰에 신고했으면 좋겠다. 개새끼. 헤어지고 나서까지를 걱정해야 하다니. 아, 사는 거 너무 힘든 것 같다. 저런 놈을 사랑했었다니. 한숨만 난다.



기분이 너무 나빠서 오늘 먹을 스테이크랑 와인만 계속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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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6-06-17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친 ㅅㄲ 네요!
제가 읽고 욕했던 필용이 보다 몇배 더 썩은 놈

루쉰P 2016-06-18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짜증나 날도 더운데 짜증나 토욜인데도 알바하고 있느데 짜증나 ㅋ 정말 지저분한 새끼에요 제기랄 기분 더러워졌어 주성치를 생각해야지

singri 2016-06-18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ㄱㅅㄲ 네요 . 수박 18통 ㅡ
 















주변의 굉장히 많은 사람들도 좋아했던 책이라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 1도 안나와서 너무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몇 번이나 그만 읽을까, 를 생각하다가, 에이 그래도 절반 넘게 읽었는데 끝까지 읽고 팔자, 하고는 계속 읽어나갔다. 중간에 참을 수 없어 북플에 '읽고있어요' 표시를 하고는 '재미없다'고 댓글을 달았었고. 그런데 그 댓글을 달고나서 이 책이 급격히(!!)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아니, 글쎄, 이게, 뒤통수를 후려치는 반전이 있네요???? 식상한 표현이지만 뒤통수를 후려치는 반전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역자후기에 역자도 그렇게 써놨더라. 그 반전부터 갑자기 재미있어지고, 반전을 읽다보니 전의 내용들이 머릿속에서 차례대로 지나가면서 아, 그래서 그때 그랬구나, 아, 그게 그 말이었구나, 하게 되더라. 오..소름... 역시 책은 중간에 덮으면 아무 의미도 아니지만 끝까지 읽고나면 생각할 게 많아지는구나. 물론 여전히,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 1도 나오지 않고, 이해되는 인물도 없어서 이 책이 내게 좋은 책은 아니지만, 흥미로운 책임에는 틀림없었다.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될지도 궁금하고.


이게 젊은이들에게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쳤는지, 유사 파이트클럽이 세계 곳곳에 생겼다고 한다. 나는 내 안에도 폭력성이 있다는 걸 알지만, 그 폭력성을 바깥으로 내보이는 걸 두려워한다. 맞으면 아픈데 어떻게 다른 사람 아프라고 때릴 수 있단 말인가. 비단 육체적 폭력뿐 아니라 정신적인 폭력도 내 스스로 절제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이 파이트클럽의 회원들은 어느 하나가 질 때까지 미친듯한 주먹질과 발길질을 해댄다. 이런 내용을 읽어나가는 건 쉽지가 않다. 아니, 나는 이걸 본다고 해서 이렇게 하고 싶질 않은데, 어떻게 세계 곳곳에서 유사 파이트클럽이 생길 수 있단 말인가. 대체 그 젊은이들은 뭔가,, 왜때문에 책을 따라하나,, 하다가....



내가 얼마전에 베트남 국수여행 책 읽고 베트남에 국수 먹으러 다녀왔던 일이 떠올랐다. 음...나도 책 따라 했구먼...내가 남을 이해 못한다고 하면 안되는거구먼... 아마 파이트클럽 따라한 사람들은 베트남 여행가서 국수 먹는 걸 따라하진 않겠지..우리 사이엔 그렇게 머나먼 간극이 있는거겠지.


간극에 대해 얘기하다보니 지난 여름에 스페인 여행 다녀온 친구가 생각난다. 스페인에서 매일매일 클럽에 가 놀았다고 한다. 애초에 거기에 간 목적이 클럽이었다고. 나는 진짜 이말을 듣고 어마어마하게 놀랐는데, 나는 외국에 가서 클럽에 갈 생각을 진짜 1도 못해봤고, 외국에 가서 누군가 클럽에서 놀거란 생각도 1도 안해봤기 때문이었다. 내 주변의 다른 친구들 모두 외국에 가면 서점에 가고 싶어하는데, 나 역시 서점은 어디있을까, 하면서 서점 찾아가기에 바쁜데, 누군가는 내가 서점을 찾고 관심있는 것처럼 클럽에 관심있고 또 외국에서도 클럽에 가려는거구나. 그러고보면 그 친구는 한국에서도 클럽에 자주 가는 친구긴 하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관심있는 분야로 움직이게 되는거구나. 나는 우물안의 개구리였어. 내 관심으로만 주변을 생각했어. 우리 사이의 간극. 그러니 파이트클럽을 만들었던 사람들은 베트남에 국수 여행을 안가겠지...



어쨌든 충격먹은 책인데 마지막에 이 책이 나오고나서의 후기가 있다. 작가 후기. 작가 후기에 유사 파이트클럽에 대한 얘기들이 나오는데, 내가 또 놀랐던 건 바로 이 얘기.



몇 년 후 런던 출간 기념회에서 젊은 남자가 나를 한쪽으로 불러 냈다. 그는 별 다섯 개짜리 레스토랑의 웨이터였다. 런던에서 별 다섯 개를 받은 레스토랑은 달랑 두 곳뿐이라고 했다. 그는 내가 음식에 몹쓸 짓을 해대는 웨이터들을 묘사한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내 책을 읽기 훨신 전에 그는 동료들과 유명 인사들에게 서빙할 음식에 장난을 친 적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 음식을 먹은 유명인사가 누구였는지 묻자 그가 고개를 저었다. 절대 얘기할 수 없단다. 

그럼 책에 사인을 해주지 않겠다고 하자 그가 가까이 와보라고 손짓한 후 속삭였다.

"마가렛 대처가 내 정액을 먹었습니다."

그가 한 손을 들어보였다. 그리고 손가락을 쫙 펴며 말했다.

"최소한 다섯 번 이상……." (작가 후기, p.279)




책의 본문에 주인공이 웨이터로 일하면서 음식에 성기를 삽입하는 부분이 있다. 삽입한 뒤에 빼고 그 음식을 내가는 장면. 그 장면을 읽으면서도 '으윽, 어쩌면 이런 일이 진짜로 있을 수도 있을텐데..' 싶어서 이래가지고 레스토랑(외의 숱한 식당들) 음식을 어떻게 먹나 살짝 걱정했었는데, 저 일화까지 읽고나니, 아이쿠야,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가지지 않는 이상 어딘가에서도 어떻게든 살 수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먹는 음식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는채로 먹는다는 것은, 신뢰가 없이는 안되는 일 아닌가. 아무리 장사하는 음식점이라고 해도 음식에 무슨 짓을 할지 어떻게 알어. 아이쿠야.. ㅠㅠ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갈 곳은 없다. 저 일화, 쓰지 말지 그러셨어요 ㅠㅠ 

그러고보니 여러차례, 나는 처음 만나는 남자와 술을 마시다가 '설마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내 술에 약을 타는 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휴...



어쨌든 중간을 넘어서 재미있어지는 책이었다. 어휴.. 끔찍하지만 ㅠㅠ






어제는 자다가 새벽 세시에 깼다. 세시 무렵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겠다. 어쨌든 그래서 화장실을 다녀오고 물을 마시고 다시 침대에 누웠는데, 잠깐 스마트폰을 들고 만지작 거리다가, 하릴없이 트윗에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같은 거 써놓고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런데...잠이 오질 않더라. 일전에 어딘가에서 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보면 잠을 못자게 되니, 가급적 자기 전에는 보지 말라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아아, 내가 괜히 쓸데없는 트윗은 작성해가지고... 잠을 못자 ㅠㅠ 어제는 정말 지친 하루였는데 ㅠㅠ


어제는 이래저래 진짜 너무 지쳐서 곧장 쓰러져 자고 싶었지만, 일단 집에 가자마자 밥을 먹었다. 엄마가 해준 닭볶음탕이 너무 핵좋은맛이라 두 그릇이나 먹고, 지난주에 대전에서 만난 친구가 준 약과도 먹고, 치즈도 먹고, 오렌지도 먹고, 아아, 이대로 잠들고 싶었지만, 중고주문 두 권 들어온 게 있어서 포장해 편의점에 가 택배를 보내고, 들어와 샤워를 하고, 그냥 자고 싶었지만, 빨래를 해놓고 자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아서 세탁기를 돌렸다. 아아, 빨래만 아니면 얼마나 좋았을까. 세탁기 버튼을 눌러놓고 샤워를 하고, 내가 먹은 그릇을 설거지 하고, 마른 빨래를 걷어서 개고, 다 된 빨래를 빨아 널었다. 빨래만 아니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는데 뭐가 힘드냐' 하는 사람들한테 저주를 내리고 싶다. 콧털 삐져나와라. 삼년동안 내내 콧털 삐져나와라.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세탁기의 버튼을 작동시키고, 다 된 빨래를 세탁기에서 꺼내어 빨랫대에 너는 것은, 사실 그 과정 자체가 힘이 드는 노가다는 아니지만, 분명 가사노동이고, 이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일 경우에는 분명 스트레스를 받는다. 휴..


설거지가 제일 싫었는데 빨래도 싫어..가사노동 싫어, 싫어!! 해봤자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야 ㅠㅠ




나는 내 몸을 좋아해서 그다지 다이어트에 대한 의욕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이별 후에 살이 쪄버려서... 어휴, 이제 정신차리고 좀 빼야지, 생각은 했는데, 아아, 의욕이 1도 안생긴다 진짜. 그냥 내 몸을 사랑하며 사는 게 답인듯.. 언제나 내 다이어트에 신경쓰는 남동생한테 '야, 다이어트 해야되는데 진짜 못하겠다, 생각하는 순간부터 졸 스트레스야' 라고 하니, '누나 이제 뺄 생각은 하지말고 그냥 유지라도 할 생각해, 근육 운동 조금씩 해주고, 그렇게 살자' 한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누나 이제 동기부여되는 게 하나도 없으니 못하는 게 당연하지..' 라고...  


다이어트는 ... 뭐에영?


안해, 그딴 거. 나는 자유롭게 살거야. 어제 그랬고 지난 달에 그랬던 것처럼.




엊그제 생활의 달인을 보다가 식빵 달인을 봤는데, 밤식빵을 반으로 딱 가르니까 밤이 진짜 엄청 많더라. 그걸 보는 순간부터 밤식빵이 너무 먹고 싶어져서, 오늘 출근길에는 양재역에 일찍 도착했겠다, 사무실까지 걸어가면서, 도중에 있는 파리바게트에-파리바게트 싫은데 이 제과점 밖에 없다 ㅠㅠ 파리바게트 넘 싫어 ㅠㅠ- 들렀다. 그러나 밤식빵이 없었다. '밤식빵은 이 시간에 안나와요' 하더라...아 일찍 출근하는 자에게는 밤식빵이 주어지질 않아.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면서?? 말짱 헛소리다. 일찍 일어나면 졸리기만 해. 먹고 싶은 걸 먹을 수도 없어. 엿같다...역시 아침형 인간 좋을 거 하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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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6-15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형 인간 좋아요~
그 빵집이 잘못된 거예요.
아침이라면 밤식빵을 가져다 놔야죠!!! ㅎ

저는 이 책의 별미 올려주신 작가 후기(우웩!) 읽었으니 이 책은 패쓰할래요~
파이트 클럽이라... 흐흠..

주사 맞은 양쪽 엉덩이 어쩌신지...
궁금해요~~ 이제 괜찮으신건지....

다락방 2016-06-15 11:27   좋아요 0 | URL
점심에 밤식빵을 사먹어야겠어요. 물론 점심 먹고 실실 걸어서 사가지고 와서 간식으로 먹어야지요. 히힛. 아 너무 먹고싶어요.

이 책은 패쓰해도 될것 같아요. 사실 흥미롭기도 하고 반전 때문에 재미있기도 하지만, 읽기에 힘들거든요. 저도 몇 번이나 접을까 생각했던 책이라...무엇보다 저는 몰입하고 공감해야 소설에서 재미를 찾는 사람인데 이 책은 그게 불가해서.. 하아-

주사 맞은 양쪽 엉덩이는 무사한데, 목은 낫질 않네요. 어제 다른 병원도 퇴근 후에 들러서 바르는 약도 받아왔어요. 돋보기로 보고서는 알러지라고 하는데, 대체 어디에서 온 알러지인데 이렇게 낫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오늘 아침에 싹 없어졌다가 열시이후에 다시 생겼는데, 커피..도 영향이 있나 싶고요. ㅠㅠ

singri 2016-06-15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가후기 읽으니 웩 ㅡ 영화로만 만족하고 패스 ㅋㅋㅋ저같은 경우는 빨래를 개는거까진 문제가 없는데 아이옷 남편옷 종류별로 옷장에 넣는게 정말 귀찮아요ㅡ ㅜ

다락방 2016-06-15 11:27   좋아요 0 | URL
저도 빨래 개서 엄마옷 남동생옷 아빠옷 내옷 따로 장에 넣는 게 너무 싫어요. 짱싫어! 그래서 저는 개서 소파에 올려둬요. 알아서들 가져가라고. 아니 빨아서 개주기까지 했는데 가져가는 거 못하냐? 싶은 마음에 그냥 둬요. 제것만 쏠랑 가져가고요 ㅋㅋㅋ 남동생이 결국 아빠옷 엄마옷 제옷, 다 제자리를 찾아주곤 하죠. ㅎㅎㅎ

건조기후 2016-06-15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식빵은 부산에 겐츠라고 맛있는 빵집이 있는데 여기 밤페스츄리가 짱입니다 ㅜㅜ 소시지빵도 정말 맛있고요. 갑자기 무지하게 땡기지만 사러 가기는 또 귀찮.. 일단 가서 막 쓸어담으면 정말 행복할텐데 가는 거까지가 행복하지가 않네요 ㅋㅋㅋ

파이트클럽은 내용이 생각보다 훨씬 어둡고 더럽군요. 옛날에 이 영화 브래드 피트랑 에드워드 노튼이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때리는 거 싫어서 안 봤던 기억이 나요. 폭력적인 걸 못 보는 건 아닌데 그냥 때리기 위해서 때리는 걸 봐서 뭐하나 싶고. 때리는 거 정말 싫어요 다락방님. 내가 아픈 것도 남이 아픈 걸 보는 것도.

다락방 2016-06-15 14:38   좋아요 0 | URL
전 점심을 맛없게 먹고(기분나빠ㅜㅜ) 들어오면서 밤식빵 사왔거든요. 배가 부르지만 조금 뜯어 먹었더니 너무 맛있어서, 오오, 밤식빵 좋다! 했어요. 그렇지만 밤 잔뜩 넣은 맛있는 밤식빵을 먹어보고 싶어요. 파리바게트 밤식빵은 밤이 걍 몇 개 박혀있는 수준이네요. 싫어.. 밤 좀 더 넣어!! 비가 내리고 천둥이 치는데도 굳이 밤식빵 사다 먹었어요. 오늘 먹지 않으면 먹을 때까지 계속 생각날테니깐요..

저는 파이트클럽 관심 안가졌었는데, 책 읽고나니까 관심 안가졌어도 되겠다 싶고요. 정말 죽이 되도록 때려요 ㅠㅠ 말씀하신 것처럼 내가 아픈 것도 남이 아픈 걸 보는 것도 너무 싫어요. 책의 반전이 참 재미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폭력이 폭력이 아니었다, 이런 게 아니고 폭력은 여전히 그 자리에 폭력으로 있으므로 좋아할 순 없는 작품이에요. 꽤 세서 ㅠㅠ 권하고 싶은 책은 아니에요. ㅠㅠ

2016-06-16 1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17 0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6-06-17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건 영화가 더 좋은 것 같아요. 전 영화를 먼저 보고, 나중에야 원작소설이 있다는 걸 알았고 최근에 읽었어요. 맞고 때리는 건 일종의 오브제 같고,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좀 다른 듯. 영화가 나오던 당시의 개똥철학도 적절하구요..9-11이후라면 나오지 못했을 영화가 아닌가 싶네요.ㅎ

다락방 2016-06-17 08:36   좋아요 0 | URL
네, 분명 맞고 때리는 건 이 책에 등장하긴 하지만 그것이 주제는 아니지요. 파이트클럽 멤버들이 세상에 대한 테러를 저지르면서 그러잖아요. 우리의 존재를 알지도 못하게 하는것보다는 이렇게라도 우리를 드러내는 게 낫다고요. 소외된 사람들, 하층민의 사람들의 어떤 울부짖음 같은 게 보였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말씀하신 것처럼 더 늦었다면 영화화되기 힘들었을 거란 생각도 들어요. 억울한 사람들,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파이트클럽을 자신들도 만들고 싶어한 것은 그만큼 그 사람들의 울분을 잘 반영한 게 아닐까 싶어요. 그렇다해도 저는 정말이지 너무 잔인하고 ㅠㅠ 보고 있기가 괴로웠어요. 이걸 영상으로 보면 더 힘들지 않을까 싶어서 영화를 볼 생각을 못하겠어요 ㅠㅠㅠ

감은빛 2016-06-22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로만 봤어요. 영화는 제법 명작이라고 소문이 났던데요.
한때 맞고 때리는 일이 일상이었던 저는 제법 재밌게 봤어요.
이 영화에는 아주 짧은 시간동안 특정 이미지를 삽입해서 무의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요.
마지막에 브래드 피트의 성기가 잠깐동안 화면을 가득 채웠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황당했던 기억이 나네요.
원작이 있는 지는 몰랐습니다.
영화의 반전과 책의 반전이 같다면 굳이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영화를 재미있게 본 저로서는 책이 궁금하기는 하네요.

다락방 2016-06-22 16:29   좋아요 0 | URL
책의 반전이 저는 정말 놀라웠고 그때문에 재미있었는데, 영화의 반전이라면, 음, 아마도 같지 않을까요? 혹시 다를까봐 반전을 언급할 수가 없네요. ㅎㅎㅎㅎㅎ
책도 영화도 명작이란 말을 엄청 많이 들었거든요. 왜 그렇게들 부르는지 알것 같긴 하지만, 저로서는 명작이라고 부를 수가 없네요. 절반을 지나서까지 진짜 불쾌하기만 했는데 ㅠㅠ 반전을 맞닥뜨리고 나서부터 재미있어진 건 사실이에요. 그나저나, 영화로 보셨군요!

잘 지내고 계십니까?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 경제학 고전에 공동체의 행복을 묻다
조형근.김종배 지음 / 반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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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시절 이야기를 하시니까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생각나는데요. 베블런이 10대 중반 농장에서 자라던 시절에 동네 친구인 여자아이와 함께 소떼를 돌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황소 한 마리와 암소 한 마리가 갑자기 격렬한 사랑을 나누는 광경을 보고 마음이 뜨거워졌나 봅니다. 그래서 옆에 있던 동네 여자친구에게 ˝저걸 보니 한번 해보고 싶어지지 않니?˝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여자친구가 ˝하고 싶으면 해. 저거 너희 집 소잖아.˝ 라고 대답했다고 하네요. 이게 좌절이라면 좌절인데, 이런 실패를 겪으면서 후에 반성하고 분발해서 여성편력을 쌓아가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소스타인 베블런, p,340)



저기서 오는 좌절(?)과 여성편력이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자친구의 말이 사이다 ㅋㅋㅋㅋㅋ

"하고 싶으면 해. 저거 너희 집 소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가 찬미한 돈벌이는 쾌락과 현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돈벌이였습니다. 그래서 케인스는 버는 만큼 엄청나게 썼습니다. 반면 혐오한 돈벌이는 소유물로서 돈을 사랑하는 행위였습니다. 축적을 위한 축적, 돈을 벌기 위한 돈벌이는 "구역질나는 병적 상태"이고, "범죄적 성향과 질환의 성격을 보여주기 때문에 정신병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라고까지 주장했습니다. 역작 [고용, 이자,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의 마지막 대목에서는 소유물로서 돈을 사랑하는 계급인 금리생활자들을 안락사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개인의 저축이나 기업의 현금 보유, 긴축정책 ㄸ위를 매우 비판적으로 바라본 것입니다. 케인스는 오로지 버는 데만 집착하는 경제활동을 오늘의 즐거움을 희생해서 내일의 풍요를 기약한다는 피가학적, 마조히즘적 정신병에 비유했습니다. 그 결과 경제가 파괴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오늘을 즐기고 삶의 창조성과 쾌락을 마음껏 누리기 위해 경제생활을 할 때 비로소 우리는 경제와 삶,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가요, 매력적이지 않나요? (존 메이너드 케인스, p.220)

다른 친구들은 평화주의 관점에서 전쟁을 반대했다고 해요. 즉 이 전쟁은 제국주의 전쟁이고 여기 나가서 목숨을 버려봐야 아무런 애국적 가치도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반면 케인스는, 자신의 병역 거부와 평화 주의가 아니라 자유주의에 기반한 행동임을 상당히 강조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어떤 개인도 근본적으로 전쟁에 함전하지 않을 권리가 있으며, 이에 대해서 이유를 물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반전 평화주의 보다는 양심의 자유를 강조한 거라 할 수 있죠. (존 메이너드 케인스,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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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6-15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 나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대의 여자아이에게서 이런 센스라니^^
훌륭해요, 진짜~~~

다락방 2016-06-15 09:41   좋아요 0 | URL
짱이죠! 써먹고 싶은데 써먹을 일이 없을 것 같아요. 남자랑 둘이 소 교미하는 일을 볼 일이 없을테니. ㅋㅋㅋ

단발머리 2016-06-15 09:43   좋아요 0 | URL
예전에 사자들이 사랑하는 거 tv에서 봤는데.. 그러게요. 소는 아무래도 보기 어려울듯해요.
날이 꾸물꾸물한데 아침부터 Hot!!! ㅋㅎ

다락방 2016-06-15 09:45   좋아요 0 | URL
저는 십년쯤 전인가 여자셋 남자둘이 서울대공원 갔다가 곰들이 사랑하는 거 직접 봤어요. 아 진짜 멘붕이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6-06-15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하철에서 빵터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6-06-15 09:4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읽다가 웃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양이라디오 2016-06-15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이네요ㅎㅎ
재미있는 부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ㅋ

다락방 2016-06-15 15:29   좋아요 0 | URL
재밌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블랙겟타 2016-06-22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베블런 부분에 이런부분도 있었나요? ㅎㅎㅎ저 이거 팟캐스트를 재밌게 들어서 책으로도 읽었었는데 다시 한번 찾아봐야겠네요ㅎㅎㅎ

다락방 2016-06-22 08:24   좋아요 1 | URL
사람이 참 독서를 해도 말이지요, 자기가 관심 있는 것만 눈에 띄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마트폰을 처음 사게 된 이유는, '스마트폰을 살까말까' 고민하는 게 싫어서였다. 사고나니, 살까말까 하는 고민이 사라지더라. 오늘은 책을 살까말까 아침부터 고민했다. 내가 지금 장바구니에 넣어둔 그대로 주문하면, 도라에몽 테이프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하나를 받아 조카를 주면 다른 조카 한 명이 서운해질거라는 데 있다. 그러면 나는 하나를 더 받아야 하는데... 그러므로 한 번 지르면 두 번 지를 수밖에 없는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맞닥뜨리게 되는 거다.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는 제목 너무 좋다. 싸워야 이길 수 있는 게 사실이니까. 로또를 '사야' 당첨될 확률이 생기듯이, 싸워야 이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소개팅을 해야 남자를 만날 수 있고, 로또를 사야 당첨을 기대할 수도 있고, 내 마음을 표현해야 상대가 알 수 있고, 싸워야 이길 수 있다. 가만히 앉아서 아, 로또 당첨이 희망이야...라고 해봤자, 그렇게 백 년 빌어도 우주는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 로또를 사지 않으면, 천 년을 기도해도 안돼.. 


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그러니까, 이걸 살까말까 살까말까 졸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느 분이 트윗으로 본인은 아침부터 상큼하게 지르고 시작했다 하신다. 으음...내가 지금 일에 몰입할 수 없는 이유는, 이 책들을 아직 사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야..그렇다면...지르는 게 답일 것이야. 질러 놓으면 지를까말까 고민.. 더이상 안하게 되지 않을까....



인생은 뭘까, 지름은 뭘까?



오늘은 새벽에 응급실에 갔다가 출근했다. 어젯밤에 목이 벌겋게 올라오면서 화끈거렸는데, 자고 일어나면 낫겠지, 하고 그냥 잤더니 아침에 일어나니까 완전 심하게 피부가 일어난거다. 게다가 간지럽고 화끈거려, 아, 이거 좀처럼 진정되지 않겠구나, 하고 응급실로 달려갔다. 나는 어떤 약이나 음식에 알러지가 있고, 간혹 그래서 이렇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벌겋게 일어나는 경우가 있어서 그때 응급실에 가서 주사를 맞으면 바로 가라앉곤했다. 오늘도 그렇구나 싶어서, 뭐가 문제였을까 생각해보며 응급실에 갔는데, 진료전 접수와 수납을 하는 과정에서 수납하는 간호사님이 '지카 바이러스 의심 지역 다녀오셨다고 뜨네요' 한다. 아...


그제서야 내가 베트남에 다녀오고 입국하던 날 받은 메세지가 생각났다. 보건부였나 외교부였나... 여튼, 지카바이러스 생길 수 있는 지역에 다녀오는 것이므로 입국 후 한달동안 병원에 간다면 거기에 내가 그런 의심이 드는 사람이라는 사항이 뜬다는 문자였다. 그래서 내가 간호사분께 맞다고 했고, 간호사님은 갑자기 어딘가로 인터폰을 해서 다른 간호사님 한 명을 부르더니 이분 지카 바이러스 발진일 수도 있다고 하고....아아, 나는 단순히 알러지로 생각했다가 갑자기 식겁해서 쫄고... 그렇게 혈압을 재고 체온을 재고 닥터를 만났다.


닥터는 내게 몇 가지 물어보고(예전에도 이래서 왔었죠 등등), 오늘 주사 두 방 맞고 가시라고 한다. 내가 '지카바이러스는요?' 라고 묻자 '그거 관계 없어요, 이건' 이런다. 그래도 뭔가 안심이 되지 않았던 나는 다시 마지막에 한 번 더 묻는다. '저 지카 바이러스랑은 상관없는 거 맞죠?' 그러자 닥터는 '네, 아니에요' 란다. 휴.... 


그렇게 왼쪽 엉덩이에 한 방, 오른쪽 엉덩이에 한 방 주사를 맞았는데..나는 주사맞는 거 겁 안나고 어릴 때부터 쳐다보면서 맞는 부류의 인간이었는데(음..변태인가?), 아, 이 주사..아프다. 나는 맞으면서 나도 모르게 '으윽-' 했고, 간호사는 내게 '아파요?' 물었다. 나는 네... 했어. 두 번이나 으윽- 했다. 어쨌든 이 마법의 주사는 뭔지 대체, 지금은 다 가라앉았고 괴로움이나 화끈거리는 고통도 없다...휴...아침부터 응급실 다녀왔어.



어쨌든 나는, 곧 점심을 먹을 예정이고, 친구가 먹고 힘내라고 보내준 캬라멜마끼아또를 마셔야겠다. 그리고..역시.. 지르는 게 답인 거겠지...하고 체념하며, 오후에.. 질러야겠다. 이걸 지르지 않고서는 하루종일 일을 하지 못하고 살까말까 고민만 할 것 같아. 그렇게 살 순...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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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16-06-14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픈게 있어요. 주사 약 중에서요.

이제 괜찮아 지셔서 다행이네요.^^ 저도 주사바늘이 들어가는 걸 보지 않으면 더 불안한 스타일이라 뚫어져라 쳐다봐요.

다락방 2016-06-14 13:37   좋아요 0 | URL
예전에도 맞아본 주사인데 오늘따라 유독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그만 으윽- 하고... ㅎㅎㅎㅎㅎ

시이소오 2016-06-14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픈 주사를 두방 씩이나 맞으시다니! 제 심장이 쪼그라드네요.

그래도 지카 바이러스 아니시라니
불행 중 다행입니다 .
뭐니뭐니 해도 건강이 장땡 입니다.
저는 이빨 치료하러 치과에 갑니다
어우, 무서위요 ^^;

다락방 2016-06-14 13:38   좋아요 0 | URL
뭐에 이렇게 알러지 반응이 일어난건지 알아야 다음에 그걸 피할텐데, 그동안에는 이거구나 싶은 게 있었는데 이번에는 잘 모르겠어요 ㅠㅠ 그래서 저도 지카 바이러스란 말에 쪼그라들었고요.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저도 심장을 쓸어 내립니다. 엉엉 ㅠㅠ

치과... 저도 진짜 무서워하는데 말이죠. 으윽. 잘 다녀오세요. 부디 아프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ㅠㅠ

2016-06-14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14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6-06-14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지셨다니 다행입니다. 지카 아닌것도 다행이구요@_@;;; 알라딘에서 살까말까는 의미가 없더라구요. 매번 지르게 되는..마성의 굿즈ㅠㅠ;(체념-_-;)

다락방 2016-06-14 15:28   좋아요 0 | URL
네 ㅠㅠ 도라에몽 굿즈만 나오면 조카들 얼굴이 아른아른. 그런데 조카들이 도라에몽 받고 좋아하는 것보다 제가 조카들이 좋아할거란 것 때문에 기대하는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ㅠㅠ
아하하하하하하하하 굿즈 때문이라는 변명...은 우리에게 영원히 끝나지 않을것 같죠? ㅋㅋ

레와 2016-06-14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급실이라니.. 그러고 출근을 했단 말이오??!! ㅠ_ㅠ
아.. 인생..

흠.. 뭐가 알러지를 일으키는걸까..
난 계속 변을 시원하게 못보네.. 뽱 싸고 싶은데..ㅎㅎㅎ;;;

다락방 2016-06-14 15:28   좋아요 0 | URL
응 불편하고 고통스러웠지만 병원 가면 또 금세 나아지는 거니까. 출근했지. ㅋㅋ

아침에 쏙 들어갔다가 지금 다시 텨나오고 있는데, 오늘은 일단 지어준 약 다 먹어보고 내일도 이러면 다시 무슨 수를 내야겠어요. ㅠㅠ

붉은돼지 2016-06-14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양쪽 엉덩이에 한방씩, 사이좋게 한방씩 그렇게도 주사를 주는군요... 호호호호
처음 알았어요...저는 항상 한쪽 궁뎅이에 한방만 맞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혹시 <터키 과자> 다 읽으시면 책 제목이 왜 `터키과자`인지도 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제는 `터키 과일` 인데 왜 터키 과자로 번역되었는지....혹시 그 터키쉬 딜라이트라는 터키 젤리과자를 말하는 것인지도요...
그냥 개인적으로 좀 궁금해서요.. 어쨋든 지카가 아니라서 다행이에요 ^^

다락방 2016-06-14 15:30   좋아요 0 | URL
어머. 붉은돼지님, 저랑 같은 궁금증을 가지셨네요. 저도 터키 프룻트가 왜 터키 과자로 번역되는걸까 싶더라고요. 일전에 영화 <나니아 연대기>에서 등장인물 중 한 명이 터키 과자를 주는 꼬임에 넘어가서 마녀에게 충성하게 되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는데, 정확한지는 모르겠어요. 어쨌든 제가 사서 읽게 되면 왜 터키 과일이 터키 과자가 되었는지 꼭!! 말씀드릴게요. ㅎㅎ

버벌 2016-06-14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터키과자 고민하다가 보관함에 넣어두고 주문은 안했는데... 어떤지 말해주어요~ 읽으시고 ^^ (저는 주사, 침.. 너무 싫어요 ㅠㅠ)

다락방 2016-06-14 18:03   좋아요 0 | URL
저는 주사도 침도 안 싫어서 ㅋㅋㅋ 은근한 변태인가.. 스스로 생각해보게 돼요 ㅋㅋ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16-06-14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제목을 보고 원의 지름 공식을 떠올리고마는 제가 싫어요... 저도 문학적이고 싶다...

다락방 2016-06-14 20:05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그 지름 말씀이십니까! ㅎㅎㅎㅎㅎ

건조기후 2016-06-15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사랑 침 안 싫어요 ㅋㅋㅋㅋㅋ 띡 꽂히면 아 낫는구나 건강해지는구나 싶어서 막 기분 좋아지더라고요. 침 꽂고 전기 연결할 때 찌리리리릿 하는 것도 좋고 ㅎㅎㅎ

저는 주말에 주문하고 봤더니 마일리지가 10000점이 다 됐더라고요. 마이너스 10000점 ㅋㅋㅋㅋㅋ 이거 갚으려면 또 질러야하니 질러야겠다 질러버려야지... 하고 있네요 ㅋ

다락방 2016-06-15 14:55   좋아요 0 | URL
저는 오전에 한차례 질렀습니다. 한차례 더지를까..가 지금의 고민입지요. ㅎㅎㅎㅎㅎ 도라에몽 테이프 선택했어요. 우리 귀요미 조카들 주려고요. 전 정말 조카에게 선물 주고 싶어서 지른거에요. 저때문이 아니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몇 권 안되기 때문에, 몇 권 더 사고 싶어요. 그래야 흡족할 것 같아. 아직 씅에 안차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사를 좋아한다는 건 어쩐지 약간 변태삘이 나는데, 그렇지 않나요? ㅋㅋㅋ 물론 저는 그 변태삘이 싫지 않더라고요. 저는 변태인 자신을 인정하고 긍정하고 사랑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졸지에 건조기후님까지 변태로 만들어서 미안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조기후 2016-06-15 15:52   좋아요 0 | URL
남한테 피해주는 것도 아니고 혼자 주사맞고 침맞고 좋아한다는데 변태삘 좀 나는 거 뭐 어때요 ㅋㅋㅋ 예전에 카페에서 칡차 주문하고 친구들한테 변태라고 욕먹은 기억이 나네요 ㅋㅋㅋㅋㅋ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에 변태 한 두 사람쯤은 키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암요. ㅋㅋㅋ

다락방 2016-06-16 09:02   좋아요 0 | URL
칡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조기후님 짱멋지네요! ㅎㅎㅎㅎㅎ

네, 저도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에 변태끼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가끔은 그게 발현되기도 하는 것 같고요 ㅋㅋㅋㅋ저는 이미 발현한 적도 있어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인생..... 어떤 변태끼는 차마 숨기지 못할 때도 있으니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고양이라디오 2016-06-15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좋게 양쪽 엉덩이에 한 방씩 주사를 맞은 건 조카들에게 사이좋게 도라에몽 테이프를 하나씩 주라는 계시가 아니었을까요?
붉은돼지님이 지름신과 지르지 못하는 고통을 접신과 무병으로 비유하셨는데 너무 적절한 것 같습니다ㅎ

아무튼 지카가 아니라서 천만다행입니다ㅎ

다락방 2016-06-16 08:58   좋아요 0 | URL
저 오늘 책 받을 수 있는데 도라에몽 테이프가 4입짜리인가 보더라고요? 한 번 더 안질러도 조카들에게 나눠줄 수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우히히히. 만약 두 명에게 나눠줄 정도가 안된다면, 어쩌겠어요, 한 번 더 사야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지카가 아니라서 정말 다행입니다. 엄청 쫄았었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