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시간
파비오 볼로 지음, 윤병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왜 이 책을 샀는지 역시 모르겠지만, '파비오 볼로'라는 이름을 보는 순간, 이 작가의 작품을 읽어본것 같은데, 하고 저자의 약력을 보니 [아침의 첫햇살]이 이 작가의 책이더라. 그렇다면 이 책은 아주 좋지는 않겠지만 뭐 딱히 나쁘지도 않은 책이겠구먼,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재미가 없었고......그래도 오랜시간 등돌려 지냈던 아버지와 화해하는 과정을 보고 싶었고, 헤어진지 1년쯤된 사랑했던 여자의 마음을 다시 자신에게로 돌리는 게 정말 가능한지 보고 싶었기 때문에 끝까지 읽고자 했는데...이야...세상에...병맛도 이런 병맛이 없다.


아버지가 변하고 움직이길 바랐으면서 막상 아버지가 감정을 표현하는 순간 어쩔줄을 모르는 것도 찌질해보였는데, 이새끼가, 헤어진 애인이 한달 반뒤에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1년만에 다시 전화를 걸고, 그녀를 사랑했었는데, 진짜 사랑했었는데 놓쳤다고 아쉬워하면서, 도대체 어떤 남자랑 결혼하나, 그 남자의 회사 앞에서 기다리다 그 남자를 보기도 한다. 아 진짜 짜증난다. 사랑한다고 여자가 말했을 때는 제대로 사랑도 못했으면서, 이제 자신 안에 그녀에 대한 사랑을 스스로 깨닫고서 하는 짓거리는 스토커 짓이다. 사흘 내내 여자 집앞에서 기다렸는데 여자를 만날 수 없자 '그녀는 그랑 동거를 하나보다' 이런 생각을 하는데, 와, 내가 여자였으면 무서워서 울었을 뻔. 이 작가의 전작 [아침의 첫햇살]을 읽을 때는, 어쩌면 남자 작가가 이렇게 여성의 섬세한 심리를 잘 그렸을까, 감탄했던 기억이 나는데, 남자는 병신으로 그려놨네. 게다가 마지막에 우연히 옛 연인을 마트에서 마주치고 자신의 집으로 가서 아이스크림 먹자고 조를 때부터 뭔가 짜증났는데, 그 집에 가서 함께 커피를 마시고 집에 돌아가겠다는 여자에게 나는 언제나 너만을 사랑했다가 졸 고백한다. 너무 무서웠다. 여자는 자신이 곧 결혼을 할거고, 너의 이 고백은 너무 늦었다고 하는데, 남자는 그녀에게 입을 맞추고 자신에게 돌아오라고 오천번 얘기하고, 그녀에게 키스를 시도한다. 여자도 키스를 거부하지 않아 그들은 섹스에 이르게 되는데, 여자도 자신을 사랑한다고 굳게 믿는 남자는 여자에게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라고 계속 애원하고, 여자가 말해주지 않자 뺨을 때린다.


막판에 토나오는 이야기였어..



"날 보내줘……."

"날 사랑한다고 얘기해."

"그만해. 날 내버려둬. 난 네가 미워. 밉다고 그랬잖아."

나는 그녀의 뺨을 향해 손바닥을 날렸다.

"사랑한다고 말해."

"그만해……. 난 널 사랑하지 않아. 난 네가 미워."

나는 다시 그녀 안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했다. 그녀의 다리가 열리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한 번 따귀를 날렸다.

"다리 벌려."

"제발 그러지 마!"

또 한 번 따귀가 날아가고 다시, 그리고 또다시……. 어느 순간엔가 그녀가 저항을 포기했다. (p.380)



결국 여자는 그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참..좋기도 하겠다. 뺨을 날리고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서.

여자는 남자를 사랑했었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그와 사랑하는 동안 충분히 노력했었고, 자신의 감정을 토로했었다. 그러나 남자는 그녀를 붙잡지도 않았었다. 이제 다른 사람과 살겠다고 자신의 미래를 결정한 그녀를, 한달반뒤에 결혼하겠다는 그녀를, 집에 보내는 대신 나는 너를 사랑해, 너도 나를 사랑하잖아, 윽박지르는 새끼를 보노라니.. 진짜 구역질이 난다. 참, 이걸 뭘 보자고 끝까지 읽었나 싶다. 다른 남자랑 결혼하겠다는 여자한테 계속 자기랑 살자고 말하는 남자라니...있을 때 잘할것이지....... 어휴.. 왜 남자랑 연애를 하는 것도 힘들고 헤어진 뒤에도 힘들어야 되는걸까. 헤어진 뒤에도 이렇게 다른 남자 있는 거 뻔히 알면서, 아니 아니까 더 미쳐가지고, 연락하고 찾아가고 기다리고 .. 게다가 사랑한다고 울부짖고 너도 나를 사랑하잖아, 같이 살자, 이런 얘기를 하는 남자라니. 대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어디서부터 잘못된거야?


뺨까지 때린 남자가 또 어떤 행동을 할지 어떻게 아나, 여자가 집으로 돌아가 접근금지 명령 같은 거 신청하고 스토커라고 경찰에 신고했으면 좋겠다. 개새끼. 헤어지고 나서까지를 걱정해야 하다니. 아, 사는 거 너무 힘든 것 같다. 저런 놈을 사랑했었다니. 한숨만 난다.



기분이 너무 나빠서 오늘 먹을 스테이크랑 와인만 계속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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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6-06-17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친 ㅅㄲ 네요!
제가 읽고 욕했던 필용이 보다 몇배 더 썩은 놈

루쉰P 2016-06-18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짜증나 날도 더운데 짜증나 토욜인데도 알바하고 있느데 짜증나 ㅋ 정말 지저분한 새끼에요 제기랄 기분 더러워졌어 주성치를 생각해야지

singri 2016-06-18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ㄱㅅㄲ 네요 . 수박 18통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