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는 친구를 만났다.
우리는 좀 일찍 만나 공원엘 갔다. 처음 가보는 공원이라 지도를 보면서 공원을 찾아갔고, 공원에 도착해서는 이 길로 가볼까 저 길로 가볼까 하면서 땡볕아래 걸었다. 공원은 너무 좋지 않냐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걸었다. 친구는 오전에 달리기를 하고 나왔다 했고 나는 오전에 요가를 하고 나왔다. 한동안은 공원 내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다 삼겹살을 먹으러 갔다. (응?)
소주..
그리고 익어가는 고기들
고기는 맛있었다. 우리는 둘이서 고기 3인분에 된장술밥 그리고 소주 세 병을 마시고 식당을 나섰다. 삼겹살을 먹으러 가기 전 호기롭게 '2차는 치킨!' 이라고 외쳤었는데 배가 불러서 치킨을 먹을 수가 없었다. 나는 친구에게 먹태 어때, 하고는 치킨집에 갔다. (응?) 상황봐서 가능하면 치킨을 먹자는 계산도 내 안에 있었다.
나는 술 중에 맥주를 가장 싫어한다. 배부르고 화장실 자주 가서 싫어하기도 하지만, 숙취가 가장 심하게 남는게 내게는 맥주다. 맥주를 마시면 다음날 세상 피곤해진다. 그게 가급적 맥주를 멀리하는 이유다. 그런데 이 날은 낮에 땡볕에 걸어서인지 시원한 맥주 생각이 났다. 맥주보다는 하이볼이 나을 것 같은데 싶었지만, 메뉴판에 하이볼은 없더라. 좋았어. 친구랑 나는 생맥주를 시켰다. 나 생맥주 진짜 오랜만이야, 하고 친구와 둘이 나란히 일단 생맥주 500cc 고고!! 그렇게 내 앞에 놓인 시원한 생맥주 두 잔. (feat. 친구 상반신. 친구에게 이 사진 보여주고 맥주 찍다 너 나왔는데 이거 인터넷에 올려도 돼? 물으니 괜찮다고 했다.)
여러분, 지금은 생맥주 500이 한 잔에 5,000원인 거 알고 있었어요?
나는 너무나 놀랐다. 세상에. 한 잔에 오천원 이라니! 나는 맥주를 주문하며 친구에게, "봤어? 한 잔에 오천원이야! 내가 한창 마실 때는 한 잔에 1,700원 이나 1,800원이었는데!!" 했다. 친구는 내게 "그게 언젯적이야!" 했고, 아아, 나 라떼는..을 하는 꼰대가 되어 버렸구나 했다. 아니 그런데 생맥주 한 잔에 오천원 넘나 심하지 않나요. 물가 무슨일이야. 이렇게 비싼데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술을 자주 마시는가, 나여. 왜지.. 그만 마셔라.
나 대학 때는 대학로에 가면...
그만두자, 이런 얘긴. 이런 얘긴 해서 뭐해. 다 부질없다. 내가 이런 얘기 한다고 물가가 내려가는 것도 아니고...(먼 산)
아무튼 친구와 달리기 얘기도 실컷 하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했는데, 잭 리처 이야기도 했다! 친구가 아마존에서 드라마 조금 봤는데 지루해서 안 보고 있다고 해서 그 얘기 좀 하고, 그런데 내가 재미없어 하는 이유와 네가 재미없어 하는 이유는 좀 다르네? 하다가, 내가 잭 리처를 왜 좋아하는지에 대해 실컷 얘기했다. 친구는 드라마를 보다 말았고 잭 리처 책은 한 권도 안읽었다고 해서, 나는 잭 리처의 큰 특징들을 말해주었다. 잭 리처는 일단 무조건 약자의 편이다. 어린이와 여자를 건드리는 걸 참을 수 없어한다. 그리고 많이 먹는다. 그 덩치를 유지하려면 많이 먹는건 너무나 당연하다. 먹는 거 잘 먹어서 너무 좋다(그런데 이건 누구나 다 그런건 아니다. 사람이 싫어지면 먹는것부터 꼴보기 싫어지고, 그렇게 되면 다시 좋았던 시절로 결코 되돌릴 수 없다). 그리고 나는 무엇보다 잭 리처와 나의 윤리감각이 비슷하다 느낀다, 그는 내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고 생각한 선을 넘지 않는다. 그 선의 기준이 그와 내가 같다는 생각을 한다. 아마존 프라임에서 잭 리처 시즌2는 무척 재미있게 다 보았는데, 그건 국내 책 [1030]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오래전에 읽어 드라마랑 어느만큼 같고 어느만큰 다른건지 잘 모르겠는데, 기본적인 스토리는 같다.
잭 리처가 특수부대에 있던 시절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살해당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래서 살아있는 동료들이 모여 이 사건을 추적하는 것. 그 동료들 중에는 '딕슨'이라는 여자 동료가 있는데, 잭 리처는 부대에 있던 시절 딕슨에게 성적 매력을 느꼈다. 책에서 그가 딕슨과 섹스하는 게 나오긴 했는데, 그러나 그가 부대에 있었을 때에는 그녀에게 매력을 느꼈어도 섹스를 하지 않았던 일이 언급된다. 드라마에서도 니글리가 '너 그녀랑 잤었지?' 물었더니 잭 리처는 아니라고 말한다. '너 그녀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았는데?' 하자 잭 리처는 '누가 그녀로부터 눈을 뗄 수 있겠냐, 그러나 자지 않았다' 라고 한다. 니글리가 어째서 자지 않았느냐 물었더니 '나는 그녀의 상사였다' 라고 말하는 거다. 잭 리처는 그가 이끄는 특수 부대의 보쓰였다.
오랜만에 딕슨을 재회하고 여전히 매력을 느끼는데, 딕슨과 둘이 되었을 때 딕슨이 묻는다. 그 때 왜 나랑 자지 않았냐, 내가 수없이 사인을 보내지 않았냐, 하는 것이었다. 이 때도 역시 마찬가지, 잭 리처는 답한다.
"나는 너의 상사였어. 그건 부적절한 일이지."
크- 나는 이런게 너무 좋다. 잭 리처 읽으면서 '그건 하지마' 라고 속으로 말하고 있노라면 잭 리처는 그걸 안한다. '그건 말해야 돼, 그게 맞아' 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잭 리처는 그걸 말한다. 내 기준에서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잭 리처와 같은 것 같다. 아마도 내가 평범한 인간이고 그래서 나같은 윤리 감각을 다수가 가지고 있을 터. 그래서 잭 리처가 인기 많은 시리즈가 된 것이겠지. 아무튼 딕슨과 잭 리처의 그 다음 이야기는 딕슨의 이런 대답으로 이어진다.
"더이상 내 상사가 아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네,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잭 리처 너무 좋다.
잭 리처 시즌2 너무 재미있어서 다 봤는데 시즌 3 찾아보니 올해 말에 나오는가 보았다. 빨리 나와라!!
잭 리처랑 삼겹살 한 번 같이 먹어보고 싶다. 내가 사긴 할건데... 할부로 결제하게 될까? 흐음..
잭 리처 어쩐지 순댓국 되게 좋아할 것 같다. 수육 함께 먹으며 소주 한 잔 하자, 잭 리처. 그동안 읽은 시리즈를 보노라면, 아직 한국에서는 어떤 여자도 만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책을 샀다.
리 차일드의 [인계철선]은 사두고 당장 읽고 싶었는데, 내가 저걸 펼치는 순간 잠을 다 잔 것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펴들지는 않았다.
[태풍의 계절]은, 그만 얘기하자. 슬프니까.
[우리 패거리] 도 샀다. 필립 로스 니까.
이메일 친구에게 일전에 필립 로스 얘기를 하면서 [네메시스]를 적극 추천한 적이 있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나는 필립 로스 책 중에서 제일 좋아하고, 그런데 필립 로스의 책중에서 그 책이 제일 훌륭한 건 아니다, [휴먼 스테인]이 감탄할만하다, 페미니스트를 그 안에서 그려놓은 거 정 떨어지는데 그런데 그 책 정말 잘 썼다, 이런 얘끼를 했었었는데, 그 친구는 아니나 다를까, [네매시스]를 먼저 읽고서는 큰 감흠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휴먼스테인] 읽고 감탄이 나왔다고 했다. 역시 필립 로스의 네메시스를 가장 좋아하는 건 나 뿐인가. 책을 읽는 건 읽는 자에게 달린 일이다. 나는 네메시스 너무 좋아서 원서도 샀는데, 최근에 집에 안 읽은 책이 물론 너무나 많지만(안읽은 책이 천 권일 것 같다) 원서 역시 안 읽고 쌓아두고 있다는 생각에, 안 읽었고 안읽을 것 같은 원서 죄다 빼사 팔려고 했더니, 얼라리여~ 매입가 측정되는 원서가 별로 없더라고요.. 눈물이 났죠. 요즘 많은 책들을 동네 그 뭐더라... 그.. 이름이 생각 안나네, 여하튼 거기에 기부하고 있는데, 원서..도 기부해도 될까? 흐음..
어젯밤에 또 장바구니에 잔뜩 책을 담아두었는데 이대로 계속 사면 안되는 것 같은데 왜 자꾸 이대로 계속 사는건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