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처음 사게 된 이유는, '스마트폰을 살까말까' 고민하는 게 싫어서였다. 사고나니, 살까말까 하는 고민이 사라지더라. 오늘은 책을 살까말까 아침부터 고민했다. 내가 지금 장바구니에 넣어둔 그대로 주문하면, 도라에몽 테이프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하나를 받아 조카를 주면 다른 조카 한 명이 서운해질거라는 데 있다. 그러면 나는 하나를 더 받아야 하는데... 그러므로 한 번 지르면 두 번 지를 수밖에 없는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맞닥뜨리게 되는 거다.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는 제목 너무 좋다. 싸워야 이길 수 있는 게 사실이니까. 로또를 '사야' 당첨될 확률이 생기듯이, 싸워야 이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소개팅을 해야 남자를 만날 수 있고, 로또를 사야 당첨을 기대할 수도 있고, 내 마음을 표현해야 상대가 알 수 있고, 싸워야 이길 수 있다. 가만히 앉아서 아, 로또 당첨이 희망이야...라고 해봤자, 그렇게 백 년 빌어도 우주는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 로또를 사지 않으면, 천 년을 기도해도 안돼.. 


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그러니까, 이걸 살까말까 살까말까 졸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느 분이 트윗으로 본인은 아침부터 상큼하게 지르고 시작했다 하신다. 으음...내가 지금 일에 몰입할 수 없는 이유는, 이 책들을 아직 사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야..그렇다면...지르는 게 답일 것이야. 질러 놓으면 지를까말까 고민.. 더이상 안하게 되지 않을까....



인생은 뭘까, 지름은 뭘까?



오늘은 새벽에 응급실에 갔다가 출근했다. 어젯밤에 목이 벌겋게 올라오면서 화끈거렸는데, 자고 일어나면 낫겠지, 하고 그냥 잤더니 아침에 일어나니까 완전 심하게 피부가 일어난거다. 게다가 간지럽고 화끈거려, 아, 이거 좀처럼 진정되지 않겠구나, 하고 응급실로 달려갔다. 나는 어떤 약이나 음식에 알러지가 있고, 간혹 그래서 이렇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벌겋게 일어나는 경우가 있어서 그때 응급실에 가서 주사를 맞으면 바로 가라앉곤했다. 오늘도 그렇구나 싶어서, 뭐가 문제였을까 생각해보며 응급실에 갔는데, 진료전 접수와 수납을 하는 과정에서 수납하는 간호사님이 '지카 바이러스 의심 지역 다녀오셨다고 뜨네요' 한다. 아...


그제서야 내가 베트남에 다녀오고 입국하던 날 받은 메세지가 생각났다. 보건부였나 외교부였나... 여튼, 지카바이러스 생길 수 있는 지역에 다녀오는 것이므로 입국 후 한달동안 병원에 간다면 거기에 내가 그런 의심이 드는 사람이라는 사항이 뜬다는 문자였다. 그래서 내가 간호사분께 맞다고 했고, 간호사님은 갑자기 어딘가로 인터폰을 해서 다른 간호사님 한 명을 부르더니 이분 지카 바이러스 발진일 수도 있다고 하고....아아, 나는 단순히 알러지로 생각했다가 갑자기 식겁해서 쫄고... 그렇게 혈압을 재고 체온을 재고 닥터를 만났다.


닥터는 내게 몇 가지 물어보고(예전에도 이래서 왔었죠 등등), 오늘 주사 두 방 맞고 가시라고 한다. 내가 '지카바이러스는요?' 라고 묻자 '그거 관계 없어요, 이건' 이런다. 그래도 뭔가 안심이 되지 않았던 나는 다시 마지막에 한 번 더 묻는다. '저 지카 바이러스랑은 상관없는 거 맞죠?' 그러자 닥터는 '네, 아니에요' 란다. 휴.... 


그렇게 왼쪽 엉덩이에 한 방, 오른쪽 엉덩이에 한 방 주사를 맞았는데..나는 주사맞는 거 겁 안나고 어릴 때부터 쳐다보면서 맞는 부류의 인간이었는데(음..변태인가?), 아, 이 주사..아프다. 나는 맞으면서 나도 모르게 '으윽-' 했고, 간호사는 내게 '아파요?' 물었다. 나는 네... 했어. 두 번이나 으윽- 했다. 어쨌든 이 마법의 주사는 뭔지 대체, 지금은 다 가라앉았고 괴로움이나 화끈거리는 고통도 없다...휴...아침부터 응급실 다녀왔어.



어쨌든 나는, 곧 점심을 먹을 예정이고, 친구가 먹고 힘내라고 보내준 캬라멜마끼아또를 마셔야겠다. 그리고..역시.. 지르는 게 답인 거겠지...하고 체념하며, 오후에.. 질러야겠다. 이걸 지르지 않고서는 하루종일 일을 하지 못하고 살까말까 고민만 할 것 같아. 그렇게 살 순... 없잖아?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넷 2016-06-14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픈게 있어요. 주사 약 중에서요.

이제 괜찮아 지셔서 다행이네요.^^ 저도 주사바늘이 들어가는 걸 보지 않으면 더 불안한 스타일이라 뚫어져라 쳐다봐요.

다락방 2016-06-14 13:37   좋아요 0 | URL
예전에도 맞아본 주사인데 오늘따라 유독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그만 으윽- 하고... ㅎㅎㅎㅎㅎ

시이소오 2016-06-14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픈 주사를 두방 씩이나 맞으시다니! 제 심장이 쪼그라드네요.

그래도 지카 바이러스 아니시라니
불행 중 다행입니다 .
뭐니뭐니 해도 건강이 장땡 입니다.
저는 이빨 치료하러 치과에 갑니다
어우, 무서위요 ^^;

다락방 2016-06-14 13:38   좋아요 0 | URL
뭐에 이렇게 알러지 반응이 일어난건지 알아야 다음에 그걸 피할텐데, 그동안에는 이거구나 싶은 게 있었는데 이번에는 잘 모르겠어요 ㅠㅠ 그래서 저도 지카 바이러스란 말에 쪼그라들었고요.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저도 심장을 쓸어 내립니다. 엉엉 ㅠㅠ

치과... 저도 진짜 무서워하는데 말이죠. 으윽. 잘 다녀오세요. 부디 아프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ㅠㅠ

2016-06-14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14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6-06-14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지셨다니 다행입니다. 지카 아닌것도 다행이구요@_@;;; 알라딘에서 살까말까는 의미가 없더라구요. 매번 지르게 되는..마성의 굿즈ㅠㅠ;(체념-_-;)

다락방 2016-06-14 15:28   좋아요 0 | URL
네 ㅠㅠ 도라에몽 굿즈만 나오면 조카들 얼굴이 아른아른. 그런데 조카들이 도라에몽 받고 좋아하는 것보다 제가 조카들이 좋아할거란 것 때문에 기대하는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ㅠㅠ
아하하하하하하하하 굿즈 때문이라는 변명...은 우리에게 영원히 끝나지 않을것 같죠? ㅋㅋ

레와 2016-06-14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급실이라니.. 그러고 출근을 했단 말이오??!! ㅠ_ㅠ
아.. 인생..

흠.. 뭐가 알러지를 일으키는걸까..
난 계속 변을 시원하게 못보네.. 뽱 싸고 싶은데..ㅎㅎㅎ;;;

다락방 2016-06-14 15:28   좋아요 0 | URL
응 불편하고 고통스러웠지만 병원 가면 또 금세 나아지는 거니까. 출근했지. ㅋㅋ

아침에 쏙 들어갔다가 지금 다시 텨나오고 있는데, 오늘은 일단 지어준 약 다 먹어보고 내일도 이러면 다시 무슨 수를 내야겠어요. ㅠㅠ

붉은돼지 2016-06-14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양쪽 엉덩이에 한방씩, 사이좋게 한방씩 그렇게도 주사를 주는군요... 호호호호
처음 알았어요...저는 항상 한쪽 궁뎅이에 한방만 맞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혹시 <터키 과자> 다 읽으시면 책 제목이 왜 `터키과자`인지도 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제는 `터키 과일` 인데 왜 터키 과자로 번역되었는지....혹시 그 터키쉬 딜라이트라는 터키 젤리과자를 말하는 것인지도요...
그냥 개인적으로 좀 궁금해서요.. 어쨋든 지카가 아니라서 다행이에요 ^^

다락방 2016-06-14 15:30   좋아요 0 | URL
어머. 붉은돼지님, 저랑 같은 궁금증을 가지셨네요. 저도 터키 프룻트가 왜 터키 과자로 번역되는걸까 싶더라고요. 일전에 영화 <나니아 연대기>에서 등장인물 중 한 명이 터키 과자를 주는 꼬임에 넘어가서 마녀에게 충성하게 되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는데, 정확한지는 모르겠어요. 어쨌든 제가 사서 읽게 되면 왜 터키 과일이 터키 과자가 되었는지 꼭!! 말씀드릴게요. ㅎㅎ

버벌 2016-06-14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터키과자 고민하다가 보관함에 넣어두고 주문은 안했는데... 어떤지 말해주어요~ 읽으시고 ^^ (저는 주사, 침.. 너무 싫어요 ㅠㅠ)

다락방 2016-06-14 18:03   좋아요 0 | URL
저는 주사도 침도 안 싫어서 ㅋㅋㅋ 은근한 변태인가.. 스스로 생각해보게 돼요 ㅋㅋ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16-06-14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제목을 보고 원의 지름 공식을 떠올리고마는 제가 싫어요... 저도 문학적이고 싶다...

다락방 2016-06-14 20:05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그 지름 말씀이십니까! ㅎㅎㅎㅎㅎ

건조기후 2016-06-15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사랑 침 안 싫어요 ㅋㅋㅋㅋㅋ 띡 꽂히면 아 낫는구나 건강해지는구나 싶어서 막 기분 좋아지더라고요. 침 꽂고 전기 연결할 때 찌리리리릿 하는 것도 좋고 ㅎㅎㅎ

저는 주말에 주문하고 봤더니 마일리지가 10000점이 다 됐더라고요. 마이너스 10000점 ㅋㅋㅋㅋㅋ 이거 갚으려면 또 질러야하니 질러야겠다 질러버려야지... 하고 있네요 ㅋ

다락방 2016-06-15 14:55   좋아요 0 | URL
저는 오전에 한차례 질렀습니다. 한차례 더지를까..가 지금의 고민입지요. ㅎㅎㅎㅎㅎ 도라에몽 테이프 선택했어요. 우리 귀요미 조카들 주려고요. 전 정말 조카에게 선물 주고 싶어서 지른거에요. 저때문이 아니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몇 권 안되기 때문에, 몇 권 더 사고 싶어요. 그래야 흡족할 것 같아. 아직 씅에 안차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사를 좋아한다는 건 어쩐지 약간 변태삘이 나는데, 그렇지 않나요? ㅋㅋㅋ 물론 저는 그 변태삘이 싫지 않더라고요. 저는 변태인 자신을 인정하고 긍정하고 사랑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졸지에 건조기후님까지 변태로 만들어서 미안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조기후 2016-06-15 15:52   좋아요 0 | URL
남한테 피해주는 것도 아니고 혼자 주사맞고 침맞고 좋아한다는데 변태삘 좀 나는 거 뭐 어때요 ㅋㅋㅋ 예전에 카페에서 칡차 주문하고 친구들한테 변태라고 욕먹은 기억이 나네요 ㅋㅋㅋㅋㅋ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에 변태 한 두 사람쯤은 키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암요. ㅋㅋㅋ

다락방 2016-06-16 09:02   좋아요 0 | URL
칡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조기후님 짱멋지네요! ㅎㅎㅎㅎㅎ

네, 저도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에 변태끼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가끔은 그게 발현되기도 하는 것 같고요 ㅋㅋㅋㅋ저는 이미 발현한 적도 있어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인생..... 어떤 변태끼는 차마 숨기지 못할 때도 있으니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고양이라디오 2016-06-15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좋게 양쪽 엉덩이에 한 방씩 주사를 맞은 건 조카들에게 사이좋게 도라에몽 테이프를 하나씩 주라는 계시가 아니었을까요?
붉은돼지님이 지름신과 지르지 못하는 고통을 접신과 무병으로 비유하셨는데 너무 적절한 것 같습니다ㅎ

아무튼 지카가 아니라서 천만다행입니다ㅎ

다락방 2016-06-16 08:58   좋아요 0 | URL
저 오늘 책 받을 수 있는데 도라에몽 테이프가 4입짜리인가 보더라고요? 한 번 더 안질러도 조카들에게 나눠줄 수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우히히히. 만약 두 명에게 나눠줄 정도가 안된다면, 어쩌겠어요, 한 번 더 사야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지카가 아니라서 정말 다행입니다. 엄청 쫄았었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