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학때 꿈이 고향의 도서관장이었다. 올해 소박한 꿈을 이루면서 출근하니, 20년전 신규로 발령받아 이곳으로 첫 출근했을때의 날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또각또각 구두소리를 내며 정문을 지나 2층을 올려다 보았을때 호기심어린 눈으로 내려다보던 이용자와 직원들......

 

신규로 2년 9개월 동안 근무하면서 자료실은 내 담당이니 청소도 하라는 소리에 혼자 문 닫아 놓고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끌어들인 모래 쓸어내는 청소하다가 '대학 나와서 이게 뭔 고생이람' 하면서 설움에 복 받쳐 울기도 했고, 컵을 씻다가 세면대에 커다란 구멍을 내기도 했다. 아이들 대상 독서교실을 직접 운영하면서 '선생님, 선생님' 하는 소리에 내심 보람도 있었고, 엄마들 대상 주부독서회를 만들어 책 읽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어느 비 오는 날, 독서회원중 한 엄마가 전화해서는 음악을 들려주며 '음악 듣다가 정선생님과 어울리는 음악이라 들려주고 싶었다'는 기분좋은 추억도 떠오른다. 떠날 무렵엔 지역의 엄마들 전화가 하루에 열 통화는 와서 업무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땐 핸드폰이 없었으니 오로지 사무실 전화에 의지했다.

 

그런 추억이 있는 곳에 관장으로 오니 감회가 새.롭.다! 올해 33살이 되는 사서는 나만 보면 엉거주춤한 자세로 어쩔줄 몰라하며, 아침에 출근하면 모닝 커피를 한잔 타준다. 식당에 가면 안쪽 가운데는 내 자리이고, 수저 세팅은 기본, 컵에 물도 가득 따라준다. 찌개라도 먹으려하면 떠드린다는 예의바름까지......나를 처음 본 이용자들은 '관장님이 예쁘고 젊으시다며' 칭찬 일색이다. 그저 '누려~~~' 하면 되는 걸까?

 

불과 2년전까지 중앙도서관 가장 바쁜 자리에서 일을 하다 자체 승진하는 바람에 승진의 기쁨을 채 누리지도 못했는데, 이제야 진정으로 승진한 느낌이 난다. 2년 근무하다 다시 중앙도서관으로 발령나면 '계장'으로 실무일을 할수도 있지만 당장은 여유를 만끽하면 될듯. '누~~려!'

 

도서관이 어느 정도는 리모델링이 되어 현관과 로비 정도만 손보면 될듯 하다. 따뜻한 봄이 되면 도서관 전체를 꽃밭으로 만들어 '오고싶은 도서관, 찾고 싶은 도서관'으로 만들어야지. 한달은 잔소리하기 보다는 꼼꼼히 점검하고 불편사항을 바꿔나가야 겠다.            

 

여우꼬리) 승진때보다 더 많은 화분이 도착하고 있다. 자료실 책상위에 디스플레이하고, 직원들, 지인들 하나씩 나눠주고도 아직 남았다. 오늘도 난 화분 도착! 이제 화분은 그만 받고 싶다!! 

 

 

 

2.

 

도서관에서 받은 첫 알라딘 박스는 수퍼남매맘님의 깜짝 선물이다. 고맙게도 책을 한권 보내주신다고 했고 난 이 책을 골랐다. 읽을수록 무언가 정리되는 느낌이다. '심플하게 살자'가 내 삶의 한 모토이기도 한데 책 스타일도 마음에 든다. 마음을 비우고, 주변을 정리하면 삶도 잘 풀릴듯.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습관도 어릴적 트라우마라고 하니 열심히 버리며 살자!

수퍼남매맘님 감사합니다. 잘 읽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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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1-06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새해 출발이 참 좋으네요, 세실님. 꿈을 이루셨고, 무엇보다 꿈을 이뤘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잘 알고 계시니 말예요. 꿈을 가지고 있다면 그 꿈에 정확히 이르지는 못해도 그 근처라도 가게 되는것 같아요. 그걸 향해 나아가니 말이지요.

지금의 마음을 그대로 쭉 이어나가신다면 분명 행복한 도서관 생활을 하실 수 있을겁니다. 박수를 보냅니다.
:)

세실 2014-01-07 09:46   좋아요 1 | URL
대학때는 공무원이, 관장이 된다는것이 참 높아보였는데 이루고보니 소박합니다. 부끄러워요~~~
이제 새로운 꿈을 꾸려고 합니다.

당장 사무실 위치 바꾸고, 삭막한 로비를 무언가로 채우려고 고민중입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아자 아자~~~

hnine 2014-01-06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상했던 일입니다 ^^ 그 도서관 앞으로 반짝반짝 빛이 나겠군요. 축하드려요!

세실 2014-01-07 09:46   좋아요 0 | URL
호호호 어제 휴관일에 청소 열심히 했답니다. 남자만 넷이라 걸레질은 제가......
뭐 관장이라 오히려 즐겁게 할 수 있네요^^ 반짝반짝! 놀러 오세요~~~

순오기 2014-01-06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모의 관장님이 멋지게 운영하셔서 주민들이 문턱이 닿아지도록 다니겠어요~^^
축하드립니다~~~~~~ 세실 관장님!!
언제 구경하러 가겠어요~ 불끈!!

2014-01-06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4-01-07 09:47   좋아요 0 | URL
제발 문턱이 닳도록 다녀야 하는데 사림들이 책을 읽지 않아요. ㅜㅜ
가두 캠페인이라도 해야 겠어요.
꼭 오세요~~~~ 기다릴게요^^
맛집, 커피숍, 반기문 생가 이미 코스 완벽합니다!!

순오기 2014-01-08 03:29   좋아요 0 | URL
닳아지도록~~ 오타 수정!^^

하이드 2014-01-06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와 - 멋집니다!

세실 2014-01-07 09:4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봄이 되면 도서관을 꽃밭으로 가꾸려고 합니다^^

글샘 2014-01-06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
계장과 관장의 차이는 크겠죠?
계장이 더 씀씀이가 큰 직위일 수는 있지만,
마음의 씀씀이는 아무래도 기관장인 직책이 클테니깐요.

재밌게 관장님 생활 잘 하시기를...

세실 2014-01-07 09:4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어감부터 확연히 다르죠^^
지역 주민에게는 관장이라는 직함이 제법 있어보이는듯 합니다. 사실 별거 아닌데....ㅎㅎ
벌써부터 예산을 어떻게 딸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즐기면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착한시경 2014-01-06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세요~^^ 아름답고 따뜻한 도서관이 될 듯 싶네요~ 혹 청주에 있는 도서관인가요?? 구경가고 싶네요~

세실 2014-01-07 09:5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아름답고 따뜻한 도서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청주에서 차로 40분 걸리는 음성도서관이랍니다.
아직은 오시면 안되어요! 봄에 놀러 오세요. ㅎㅎㅎ

수퍼남매맘 2014-01-06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근무하시던 곳에 도서관장으로 가시게 되어 감회가 남다르시겠어요.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높은 분한테는 알아서 서비스를 하는군요. 어쩐지 씁쓸하네요.
이런 문화는 좀 고쳐졌으면 해요. 학교도 아직 이런 문화들이 잔재하거든요.

님도 행복하고, 함께 근무하는 분들도 행복하고, 도서관에 오는 분들도 행복한, 행복 팡팡 도서관 만들어 주세요.

세실 2014-01-07 09:54   좋아요 0 | URL
네. 수퍼남매맘님도 신규 발령지에 관리자로 가실 날이 곧 오겠지요. 감회가 새롭습니다.
아련한 추억처럼 그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음...까마득한 후배라 아직 순수해서 그래요. 제가 나름 포스 있는(?) 선배로 통했거든요.ㅎ
조금 지나면 자연스럽게 없어즐듯요. 제가 그런걸 좋아하지 않으니깐요.

행복 팡팡 도서관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당분간 자료실에 자주 나가있으려고 합니다.


무스탕 2014-01-06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 반가운 소식이에요!
나 '도서관장님이랑 알고 지내는 사이' 됐어요 ^^
정말 축하축하해요~
아.. 정말 조타!!!

세실 2014-01-07 09:56   좋아요 0 | URL
호호호 에이...'내 친구중에 도서관장 있어' 이러셔야죠~~~~
님이 이리도 기뻐해주시니 저도 덩달아 좋아집니다.
아웅 사랑스러운 무스탕님!!
우리 만나야해^^ 음성으로 놀러오세요.

꿈꾸는섬 2014-01-06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세실님 멋진 꿈 이루신 것 축하드려요.^^
미모의 관장님 맞으시죠.ㅎㅎ
우리 동네 도서관장님은 할아버지신데 인자하셔요.^^ 대신 부관장님이 깐깐하시구요.ㅜㅜ
세실님 도서관은 너무 좋겠다는 부러움이 생기네요.ㅎㅎ

세실 2014-01-07 13:4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나이 사십대 후반에도 미모 소리 듣고.....ㅎ
시골일수록 훨씬 관대하죠.
할머니 관장님도 어울리겠죠?
음 예산이 부족해서 제가 몸(?)으로 떼우려고요. 앞치마 하나 사야하나? 호호호

잘잘라 2014-01-06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을 이룬 세실님! 멋져부러~!!! 축하드립니다.
관장님으로서 새로운 꿈도 멋지게 이루어내시기를 응원합니다. ^^

세실 2014-01-07 13:4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참 소박한 꿈이예요. 시간이 흐르면 가능한 꿈^^
그저 생각만 가득합니다. 잘 되겠죠?

qualia 2014-01-07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세실 님 정말 축하드립니다.
알라딘에서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한테 모범이 되어주는 세실 님이시네요.
짝짝짝~ 박수 크게 쳐드립니다.
음, 세실 관장님이 꾸려나가시는 도서관은 어떤 도서관일까요?
아, 정말 궁금한데요.
거기 가서 책 읽으면 뭔가 포근하고 아늑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왜 그럴까요?
아, 거기가 어딜까요?
알라딘에 우연한 계기로 블로그 둥지를 틀고 나서
한 7~8년, 모르는 사이에 훌쩍 지나갔는데요.
그동안 정말 존경스런 분들, 하나 둘씩 뭔가 성취하시는 장면을 많이 봅니다.
정말 훌륭한 분들이십니다.
아, 부러워요. ^^
따스하고 아름다운 도서관, 세실 님 닮은 그런 도서관...
멋지게 잘 운영해나가시길 빌어요~

세실 2014-01-07 13:5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음 예산이 부족해서 아직은 고민만 하고 있습니다. 제가 앞치마 입고 나가서 이용자를 맞이해야 할까 하는?ㅎ
이용자가 원하는게 뭔가를 잘 파악하고 눈높이에 맞추려고 합니다.
프로그램도 심사숙고해서 추진하고.....
따스하고 아름다운 도서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울 2014-01-07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관장님!! 축하드려요^^ ㅎㅎ

음 멋진 도서관이 되겠는걸요.

알라디너들 방 따로 음성돗관에 생겼으면 좋겠네요..수다도 토론도 있는 방들로 들썩거렸으면 좋겠어요.


다시 한번 꿈이루신 것 축하드리구요.

세실 2014-01-07 13:5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이곳에도 알라디너가 계시겠죠? 활동하는 분이면 좋겠네요.
일단 알라디너 오공주를 오시게해서 떠들석하게 만들어야겠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소박한 꿈입니다. 새로운 꿈을 꿀때죠~~~

mira 2014-01-07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릴적 꿈이었는데 ㅎㅎ , 사실 도서관 사서보다는 연인이랑 나란히 따스한 햇살아래서 공부하는 꿈이 더컸지만요. 어째든 이쁜 도서관 만들어 주세요

세실 2014-01-07 13:52   좋아요 0 | URL
그러셨구나~~~ 연인이랑 나란히 공부하는 꿈도 좋죠. 저도 대학때 해봤지요. ㅎㅎㅎ
예산이 수반되는거라 힘들겠지만 노력하겠습니다.
꽃으로 빈 부분을 채우죠뭐~~~~

섬사이 2014-01-07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축하드려요. 새해 첫 좋은 소식이네요. ^^
좋은 관장님을 맞았으니 음성도서관은, 운수대통이네요.
혹시라도 그 부근을 지날 일이 생기면
음성도서관, 기억하고 있다가 들러볼랍니다.

세실 2014-01-07 13:5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섬사이님이 들려주시면 대환영입니다.
맛집, 커피숍 이미 접수했거든요^^
꼭 들러 주세요~~~~ 일부러라도요^^

oren 2014-01-08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는 이런 놀라운 소식을 지금에야 발견했네요. 정말 축하드려요.

저는 어릴 적이나 지금이나 도서관장을 꿈꿔본 적은 없었는데, 이런 저런 책들을 읽어 보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가운데 제법 많은 분들이 '도서관장'으로 일하면서 나중에 훌륭한 작가로 발돋움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세실 님께서 이제 소박한 꿈 하나를 이루셨으니 나중엔 중앙도서관장으로 취임하는 더 큰 꿈도 꼭 이루시길 빌께요~

세실 2014-01-08 23:50   좋아요 0 | URL
음 지역의 작은 도서관 관장은 진짜로 별거 아닙니다. 제가 좀 오버했나요? ㅎㅎㅎ
훌륭한 작가.....의 소질은 전혀 없으니 중앙도서관장으로?
그러나 저는 6급, 중앙 관장은 3급. 최소 소요연수가 12년. 제 잔여기간은 14년. 산술식만 가능합니다 ㅜ
지금부터 꿈을 꾸면 4급까지는 갈까요? 감사합니다^^

2014-01-08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08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09 0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12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4-01-10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도서관에 가고 싶어요. 서울이면 기회가 되면 가 볼 터인데 너무 아쉽네요. 축하드려요.
사십 대 후반에 미모 소리 듣는 게 진짜지요. ^^

세실 2014-01-12 20:30   좋아요 0 | URL
시골 놀러간다 생각하고 한번 오세요^^
사십대 후반으로 보지 않아서 그저 감사할 따름!
맘속으로 '대체 몇살로 생각하는걸까?' 하는 의문도 갖는 답니다. ㅎㅎ

어머 2014-01-16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드려요. 정말 멋지십니다. ^^

세실 2014-01-17 09:2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앞으로 자주 뵈어요~~~

희망찬샘 2014-02-27 0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예쁜 관장님 뵈러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찾아 오는 것은 아닐지...
몰랐습니다. 발령나신 거~
관장님, 축하드립니다!!!
똑부!!! 이야기 며칠 전 들었는데, 세실님이 그러시다니~
더 좋아질 거예요. 도서관이 말이지요.
 
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월이다.  

다행히 새해 첫날에는 아이와 찬란히 떠오르는 해를 보며 한 해 소망을 빌었다. 아이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1년이 될수도 있는 올 한 해 좋은 결과가 있기를 희망한다. 요즘 한, 두권씩 사놓았던 책을 읽고 있는데 구입할 당시에는 꼭 읽고 싶었던 책이었지만 시간이 지나고나니 '이 책을 왜 샀을까'하는 후회가 되는 책이 몇권 있다. 보다 신중한 선택이 필요한 때이다. 그런 마음으로 1월에 꼭 읽고 싶은 에세이를 골랐다.    

 

1. 눈물 / 최인호 유고집.

 

 

이 책은 최인호 선생의 유고집으로, 스스로 ‘고통의 축제’라고 이름 지었던 긴 암 투병의 시간을 이겨내며 담담히 써내려간 에세이 모음이다. 카톨릭 신자로, 따뜻한 아버지로 기억되는 그가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까지 글을 쓴 열정, 집념에 숙연해진다. 이 책을 읽고 신앙심, 삶의 자세, 비움......을 조금이라도 배우고 싶다.   

 

“오늘 자세히 탁상을 들여다보니 최근에 흘린 두 방울의 눈물 자국이 마치 애기 발자국처럼 나란히 찍혀 있었습니다. 이상한 것은 가장자리가 별처럼 빛이 난다는 겁니다.
부끄러운 마음에 알코올 솜을 가져다 눈물 자국을 닦았습니다. 눈물로 탁상의 옻칠을 지울 만큼 저의 기도가 절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탐스러운 포도송이 모양으로 흘러내린 탁상 겉면의 눈물 자국도 제게는 너무나 과분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알코올 솜으로 닦으면 영영 눈물 자국이 없어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알코올이 증발해 버리자 이내 눈물 자국이 다시 그대로 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p.13

 

 

2. 오늘 수고했어요 / 이수동 저.

 

 가끔은 긴 글보다 울림을 주는 짧은 글을 읽고 싶어진다. 가방에 넣고 다니다 버스안이나 친구를 기다리는 시간에 아무 페이지나 열어 마음속으로 소리내어 읽고 싶다. 아름다운 그림도 함께였으면 좋겠다. 이런 요구조건에 이수동 화백의 책은 맞춤이다. 화려하면서 정돈된 색채의 그림과 울림이 있는 짧은 글은 오래 여운이 남으며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연리지……
두 나무가 서로 아끼고 사랑하여
천 송이 꽃을 피웠습니다.
사랑은 참으로 변화무쌍하여
안타깝고 아프거나, 혹은 즐겁고 행복한
천 가지의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결국 다, 아름답습니다.
꽃처럼 아름답습니다.

 

3. 비울수록 가득하네 / 정목스님 저. 

 

 가끔 마음이 심난해서 나 자신을 통제하기 어려울때 정목스님의 방송을 들었다. 단아한 목소리로 조분조분 이야기 하시는 소리가 참으로 듣기 좋았다. 힐링캠프에서 화를 다스리는 법을 보며 코를 한 손으로 누르며 숨을 쉬기도 했다.  '비울수록 가득하네'라는 제목이 마음에 든다.

 

 

 

책을 열며_찻잔을 비우듯 삶을 비우네

1. 온전히 깨어나기
걸을 때 걷는 것을, 먹을 때 먹는 것을 알아차리기
진정으로 혼자 있어본 적 있나요?
인도의 꼬마 성자
재잘거리는 마음을 비우는 ‘초침 바라보기’
들숨 날숨의 기적 ‘호흡 명상’

2. 분노와 함께 숨 고르기
마음의 도둑고양이, 분노
기다리면 사라지네
맡겨놓은 화
분노 응급 처방 1 쿰바카 호흡법
분노 응급 처방 2 반응하지 않겠다
분노 응급 처방 3 감정에 이름표 붙이기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화 내려놓기 명상’

3. 좌절과 우울의 터널 지나가기
무엇이 부족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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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 2014-01-05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른 무엇보다도 책욕심이 많아서 이 책을 두고두고 꺼내볼 것인지 구입할 당시에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저도 그렇거든요. 사고 싶으면 덥썩 집고 보는 거죠. 그러다 후회하고...ㅎㅎ

세실 2014-01-06 11:09   좋아요 0 | URL
사서임에도 책 욕심이 많아요. 도서관은 아무래도 신간 구입이 늦고 내 맘대로 낙서하고, 포스트잇 붙이기 어려우니 개인적으로 구입합니다......그리고 다 읽은책은 아낌없이 선물합니다. ㅎㅎ
새해엔 책 구입을 좀 자제하려고 하긴 합니다^^

수퍼남매맘 2014-01-05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는 수필이 별로 끌리지 않았는데 요즘은 수필을 읽으면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기분이 들어요.
쉼을 얻고자 할 때 시나 수필을 읽으면 마음이 좀 평온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세실 2014-01-06 11:44   좋아요 0 | URL
오홋 표현이 예뻐요~~ 수필=아메리카노^^
가끔은 가벼운 책읽기도 필요하지요. 신간평가단 덕분에 수필 많이 읽었네요.

여울 2014-01-06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세실님....이수동 그림에세이 챙겨야겠네요. 톡톡 끊어지는 시간들...챙겨넣으면 좋을 것 같은 생각..책이군요. ㅎㅎ. 음 제 아이도...신경많이 쓰는 한해가 되는군요. ㅜㅜ

세실 2014-01-06 11:47   좋아요 0 | URL
여울마당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시지요? 짧지만 울림이 있는 책읽기 필요하지요. 요즘 말 보다는 생각을 키우는 중입니다. 고 3이 되는군요. 좋은 결과 있으시길 빕니다. 아자 아자!!!
 

1. 일요일 근무중

 

내 업무도 한해를 마무리 하고 있다. 1년중 한가한 달인 12월에는 프로그램 결과 보고 결재 그리고 내년도 프로그램 계획만 세우면 된다. 1년 단위로 업무의 바쁜 정도를 나누면 12월은 레! 도는 왠지 정지되어 있는 느낌이라 pass.  

잿빛 하늘이 뿌옇게 내려앉은 오후 4시. 도서관에는 주말임에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책을 보고 있다. 시험이 끝난 학생들은 모처럼 여유롭게 책을 읽거나, 밀린 봉사 활동을 하느라 바쁘다. 예쁘장하게 생긴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눈에 띈다.

나   : 학생 공부 잘하지? 

학생 : 잘 못해요. 중간 정도.

    : 어떤 과목이 어려워?

학생 : 국어랑 역사가 어려워요.

나    : 오늘 도서관에서 봉사활동하길 참 잘했다. 이제 한달에 두번씩 봉사활동 오렴. 봉사활동 열심히 하고, 끝날때 책을 빌려가는 거야. 방학때 한국단편문학, 단편수필, 과학, 우리나라 역사 관련 책 열심히 읽으렴. 교과연계도서 중심으로 읽으면 좋아. 그러면 3학년때 국어랑 역사 90점 이상 맞을 수 있어.

학생 : 정말요? 엄마한테 봉사활동 계속해도 되나 여쭤 볼게요.

    : 그래. 꼭 여쭤보고, 선생님이 얘기해준거 그대로 말씀드려!!

(과연 그 애 엄마는 지속적인 봉사활동 허락 할까? 혹시 귀찮아서 하지 말라로 할수도 있겠지)

내년에 지역도서관 관장으로 나가면 하루에 1시간은 자료실에 근무하면서 아이들에게 독서지도를 하려고 한다. 학교에 가서 직접 해도 좋고,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에게 상담겸 독서지도를 해주면 좋을듯하다. 얼마전 보림이 학사자모회를 했는데 '엄마의 정보력'이 참 무색하더라. 아이가 독서활동사항을 어떻게 기록하는지,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를 전혀 모르고 있다. 작은 도움이 될수 있겠지.  

 

2. 읽고 있는 책

 

 <사월의 미, 칠월의 솔 / 김연수>

 

  제목이 이렇게 예뻐도 되는거야?

 

  " 함석지붕집이었는데, 빗소리가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우리가 살림을 차린 사월에는 미 정도였는데, 점점 높아지더니 칠월이 되니까 솔 정도까지 올라가더라." 

                                                               p.81

 

 

 

혹시 날이 밝으면 이 사람이 감쪽같이 사라지는게 아닐까 걱정이 되어 자다가 깨고, 또 자다가 깨서 얼굴을 들여다보고, 그러다가는 다시 잠들지 못하고, 또 움직이면 그가 깰까봐 꼼짝도 못하고 듣던, 그 빗소리 말이다. 바로 어제 내린 비처럼 아직도 생생한, 하지만 이제는 영영 다시 들을 수 없는 그 빗소리.

                                                                                            p. 90   

 

3. 보림양이 주문한 책

 

1학년때는 전과목 모두 별볼일 없는 성적을 내던 보림양은 2학년때 문과로 진로를 정하면서 언어 1등급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내신은 턱걸이 1등급이지만, 모의고사는 전교 1등의 성적을 내기도 한다. 언어에 이렇게 탁월 했던거야? 문학과 독서에서 각 1개씩 틀리니 열 받나보다. 언어 만점을 맞고 싶단다. 기특한 딸!

언어는 학원에 다니는 대신 독서평설을 꾸준히 구입해주기로 했다. 규환이도 지금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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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12-23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이곳 자녀들은 다 공부를 잘하는 것인가요? 님의 딸도 그렇고 순오기 님의 아들도 그렇고...
우리 둘째 딸은 그렇지 못한데... 흐흐~~
그나마 큰딸이 잘하고 있어 위안을 삼지요. (둘 중 하나가 공부 잘하면 됐지 뭐... 이러면서...ㅋ)

바쁘신데도 서재 활동도 게을리하시지 않는 님...
언제나 열심히 활력 있게 사시는 님... 새해엔 저도 좀 활력 있게 살아야겠어요.
(님을 보면서 힘을 내야지!!!!!!!)

세실 2013-12-25 21:29   좋아요 0 | URL
우리 딸은 지극히 평범하답니다. 언어만 1등급이어요^^ 오기님 딸내미랑 비교하심 안되어요. ㅜㅜ
큰 따님 잘한다니 부럽습니다. 우린 둘다 평범 ㅜㅜ. 아빠보다 못한듯.

알라딘은 제 놀이터랍니다. 잠시 쉬어가는 곳이죠.
이렇게 페크님도 방문해 주시고~~~
새해엔 더 자주 뵈어요^^
얼마남지 않았지만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수퍼남매맘 2013-12-24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평설>이란 잡지가 눈에 확 들어오네요. 어떤 잡지인가요?

세실님! 제 서재 댓글 3위 하셨어요.
자주 방문해 주시고, 댓글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책 선물 하나 하고 싶으니 댓글 남겨 주세요. 주소와 함께요.

세실 2013-12-25 21:33   좋아요 0 | URL
독서평설에는 NIE, 우리나라, 세계고전 읽기, 토론, 세계여행등 다양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답니다. 초등, 중등, 고등과정이 있어요. 알라딘에서 다달이 살 수 있으니 초등용 한번 구입해 보세요.
이 책 한달동안 몇번정도 읽으면 국어 공부에 큰 도움이 될듯요^^

와 감사합니다! 어떤 책을 고를까요? 고민하고 님 서재에 댓글 남기겠습니다.

수퍼남매맘 2013-12-27 11:13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한 번 구입해 봐야겠어요.
전에 <고래가 그랬어> 일 년 구독했는데 딸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더라구요.

고민하신 후 꼭 댓글 달아 주세요.

세실 2013-12-30 09:41   좋아요 0 | URL
님 서재에 비밀 댓글 달았어요. 감사합니다^^

꿈꾸는섬 2013-12-28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독서평설 찜했어요. 초등용도 있다니 한번 주문해봐야겠어요. 세실님 건강하고 행복한 날들 되시길 바래요.^^

세실 2013-12-30 09:42   좋아요 0 | URL
네. 알라딘에서 매월 구입하셔도 좋을듯요^^
감사합니다^^
한해 마무리 잘 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희망찬샘 2013-12-29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시지요?
방학이 좋긴 좋아요. 서재 마실도 다닐 여유를 주네요.
우리 도서관에도 정기 간행물을 6종 정도 보고 있는데, 내년 4월이면 정기구독 마감이 되거든요.
아이들이 즐겨 보는 책으로 어린이 과학 동아를 이번에 넣어볼까 하는데, 독서평설도 괜찮을까요?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정기간행물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어린이 신문같은 것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까요? 세실님의 도서관에서는 어린이 신문을 받아보시나요?

세실 2013-12-30 09:45   좋아요 0 | URL
선생님께 제일 부러운 부분이 바로 방학입니다. 내 아이들과 함께 할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요~~~
아이들은 어린이 과학동아, 생각쟁이, 수학동화, 과학쟁이 좋아하죠~~
독서평설도 참 좋은 잡지예요^^ 샘이 활용하실 부분도 많고요.
신문도 도움되죠. 혹시 중앙지 보시면 어린이신문은 공짜로 끼워주기도 해요. 행정실에 말씀해 보세요.
소년 조선일보, 소년 동아일보 있어요!

꼼쥐 2013-12-31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주 들르기는 하지만 댓글을 남기는 건 아직도 영~~ 어색하네요.
늘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2014년에도 행복한 하루하루 되시길...^^

세실 2014-01-01 16:4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한 한해 되시길 빕니다^^
새해엔 더 자주 뵈어요~~~

착한시경 2014-01-02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글만 읽고 가다가,,,이제야 인사 남겨요^^ 어렸을때 사서가 되길 꿈꿨는데...세실님 너무 부러워요~ 특히 대전이랑 가까운 청주에 계신것도 반갑더라구요...새해 더 건강하시고 서재에서 자주 뵈어요~

세실 2014-01-06 10:38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구나. 지금이라도...ㅎㅎ 요즘 공공도서관에서 사서를 제법 뽑더라구요.
대전에 계세요? 더 반갑습니다. 재작년까지 충남대 대학원 하느라 일주일에 세번씩 다녔지요.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한 한해 되세요~~~

하양물감 2014-01-05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어만 1등급이라는 말에 우리집 딸래미의 미래를 보는 것같습니다. (^^)

세실 2014-01-06 10:45   좋아요 0 | URL
영어, 수학은 꾸준히만 하면 고딩때 나오더라구요.
언어는 역시 독서의 힘!!
하양물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시미즈 레이나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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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서점으로는 휴 그랜트와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노팅힐의 배경이 된 런던의 서점과 영화 비포 선셋에서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9년만에 재회한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가 생각난다. 특히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는 센 강을 사이에 끼고 노트르담 대 성당이 보이는 곳에 위치에 있으며 앙드레 지드, 스콧 피츠제럴드, 폴 발레리, 헤밍웨이 같은 대문호가 드나들던 공간이다. 기회가 된다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서점에는 작가 지망생에게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는 조건으로 공짜로 그곳에 머물게 해주는 전통이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작은 사진과 이름, 주소, 자기소개 글을 적은 종이를 받아서 그것을 차곡차곡 앨범에 간직한다. 조지는 그렇게 서점을 통해 많은 남녀가 만나고 연인으로 맺어지는 것 또한 즐거워했다고 한다.

                                                                                    p.160    Shakespeare and company

 

 

 

이 책에는 그리스, 영국, 이탈리아, 브라질, 멕시코, 벨기에, 네덜란드, 미국, 포르투갈, 중국, 타이완, 프랑스, 아르헨티나, 일본의 아름다운 서점을 소개하고 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서점은 한곳도 소개되지 않았다. 청주에서는 어린이전문 서점 서당이 그중 떠오른다. 햇살 가득한 환한 풍경,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낮은 책꽂이와 중간 중간 놓여있는 앙증맞은 파스텔톤 의자, 눈에 익은 스테디셀러 그림책, 초록의 크고 작은 식물들. 그리고 주인이 직접 내려주는 핸드드립 커피 한 잔은 여유를 갖게 한다. 그러나 어린이 책 위주의 한정된 책 비치는 아쉬움이 남는다. 청주의 랜드 마크로 기억될 멋진 서점이 생겼으면 좋겠다.

 

책에 나오는 서점들은 마치 잘 꾸며진 도서관처럼 아름답다. 런던의 돈트 북스는 책을 좋아하는 런던 사람들에게 가장 이상적으로 꼽히는 책방으로 나라별로 정리된 책장이 인상적이다. 그 나라의 소설, 전기, 안내서, 사진집, 요리책까지 그 나라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책이 모두 구비되어 있다. 오크 나무 소재의 고급스러운 원목 책상과 책장이 아름답다. 식사와 독서를 함께 할 수 있는 브뤼셀의 '쿡 앤 북'은 부부변호사였던 이곳의 대표가 '언젠가 작은 레스토랑과 서점이 함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꿈을 이야기했는데 그 꿈이 이루어진것이다. 다섯개의 레스토랑과 아홉개의 서적 판매 코너가 혼재하는 공간이라니 상상만으로도 흐뭇해진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엘 아테네오 그랜드 스플렌디드 서점은 특이하게도 극장을 개조한 서점이다. 의자가 놓여있던 양 옆의 공간은 빼곡히 채워진 책장으로 멋지게 탈바꿈했다. 35만권이나 되는 책을 보유한 이곳은 영화에 나오는 멋진 풍경이다.

 

 

 

 

 

몇년전 유럽 출장길에 들른 아름다운 도서관 풍경이 오버랩된다. 햇살 가득한 창가에서 햄버거 입에 가득 물고 콜라 마시면서 책을 넘기던 그 손가락 긴 청년은 아직도 도서관에 다닐까? 
얼마전 후배와 커피를 마시며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의 꿈은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볼 수 있는 도서관 카페를 운영하는 것! 만여권의 책을 서가에 비치해놓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읽다가 가져 가고 싶은 책은 중고로 살 수 있고,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를 먹을 수 있는 곳. 햇살 가득한 통유리에 오크로 만든 책장과 책상, 어깨까지 기댈 수 있는 편안한 의자가 있는 곳. 청주의 랜드 마크가 되어 여행자들이 찾고 싶은 공간으로 만드는 것. 단지 꿈에 불과할까?
로또를 사야겠다.   

 

내 눈으로 돌아볼 수 있고 내 몸으로 파악할 수 있는 만큼만 꽂혀 있던 그 작은 서점의 책들이 나의 세계관을 만드는데 중요한 존재가 되었던 것 같다.

 

서점이 가진 가장 중요한 역할은, 상투적인 말일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책이든 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보다는 책과 조우하거나 혹은 자신의 세계관에 접근할 수 있는 공간 기능을 조성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p.41

 

아름다운 서점이란 독자가 그 책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고 싶을 만큼 엄선한 책을 진열해야 해요. 열정과 지식을 겸비한 안내원들이 자신을 찾아주기를 기다리는 책과 독자와의 만남을 돕는, 생동감 넘치는 곳이 바로 아름다운 서점이죠.

                                                                                      p.108

 

꽃의 생명은 짧다. 만약에 꽃의 수명이 사람의 수명보다 길다면 어떻게 됐을까. 꽃가게는 돈벌이가 어렵겠지만 꽃을 대하는 태도는 역시 달라졌겠지.

서점이란, 수명이 긴 꽃을 취급하는 꽃집이다.

 

여행길에서 걷다가 지쳤을 때 문득 찾아 들어가는 곳이 서점이기도 하다. 추운 겨울날, 낯선 외국의 어느 거리에서 갑작스레 소나기를 만나 뛰어 들어갔던 서점의 온기는 잊기 어려울 것이다. 종이와 잉크의 축축한 냄새를 맡으면 마음이 누그러지면서 죄다 읽지도 못하는 글로 쓰여진 책인데도 책장을 펼쳐 들고 보게 된다. 책은 성급하게 읽기보다는 일단은 바라보며 즐기는 것도 좋다.

                                                                                      p.155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지 않아도 된다. 단 한사람이면 충분하다. 그 한 사람이 날마다 오고 싶어하는 그런 서점을 이 다이칸야마에 만들겠다고.라고. 하지만 그런 불안은 기우였다. 이곳은 주말이면 2만 명이나 되는 인파가 모이는 도쿄의 새로운 명소가 되었다. 이곳 책의 숲으로 매일 많은 사람들이 마치 빨려들 듯 몰려드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책은 인류의 보물이다. 책을 대하는 그러한 존경 어린 시선이 서점을 아름답게 만든다. 라는 말이 다시금 생각난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경의가 담뿍 담긴 그 말이 이곳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게 하는지도 모른다.

                                                                                      p.192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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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3-12-22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멋진 책을 그새 페이퍼 올리시는군요.
책이 무척 탐스럽더라구요. 신간평가단은 할만하다도다!! 세실님, 팥죽 드셨나요?^^*

세실 2013-12-23 09:45   좋아요 0 | URL
영혼의 미술관과 더불어 애장 도서로 간직하려고 합니다.
어쩜 서점이 도서관보다 더 멋있어요~~~
호호호 에세이 평가단은 부담도 없고 괜찮아요. 계속할까 생각중! (뽑아줄까요?)
어제 점심, 저녁을 팥죽으로 해결했답니다^^ 팥죽 좋아해요~~~

꼬마요정 2013-12-22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ㅎㅎ

로또를 사야겠다...에 확 눈길이 꽂힙니다. 만여 권의 책이 있고 커피가 있고 맘에 드는 책을 살 수 있는 곳이라니.. 정말 지상 낙원이겠는데요.. 그러기 위해서 일단 로또를...^^;;

세실 2013-12-23 09:51   좋아요 0 | URL
꼬마요정님 반갑습니다~~

이 책 읽으면서 든 생각! 전문 건축가의 도움을 받아 건물도 지어야하고, 책도 구입해야하고, 커피 머신도 구입하고 하면....음 최소 10억?은 있어야 겠더라구요. 최선은 로또예요!!!! ㅜㅜㅜ

순오기 2014-01-06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도서관장님이 쓴 가장 아름다운 서점 리뷰!!
눈내리는 그날 보여주었던 책이죠?
하나 사두고 싶은 책으로 찜!!

이런 멋진 책을 서평도서로 받으면 정말 대박!!@@

세실 2014-01-09 00:05   좋아요 0 | URL
호호호 맞습니다. 그날 보여드렸던 책!
신간평가단의 큰 수확이었습니다.
두고 두고 보면 좋을듯요^^
오늘 즐겁고 행복했답니다.
순오기 언니 굿 나잇!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 이윤기가 말하는 쓰고 옮긴다는 것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고등학교에 다닐 때 영어에 흥미가 있어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고, 영어 영문학과 지망을 염두에 두고 번역가의 꿈을 키웠다. 담임선생님의 '여자는 도서관학과가 최고다. 시집도 잘 갈 수 있어!' 하는 말씀에 얼떨결에 급선회하기는 했지만 대학에 가서도 영자신문사를 기웃거렸다. 용기를 내어 기자부문에 지원했다가 외국인 인터뷰어 앞에서 우물쭈물하던 나는 보기 좋게 탈락했고 번역가의 꿈은 과감히 포기했다. 그러나 마음 한 켠에는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과 로망이 있다.

 

우리나라 번역가 중 이윤기, 김남주, 김화영을 좋아한다. 김남주, 김화영이 프랑스문학을 번역했다면 이윤기는 그리스 로마신화를 중심으로 한 그리스, 이탈리아 문학을 주로 번역했다. 그는 소설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글쓰기와 번역, 언어, 문학에 대한 에세이로 최고의 번역가가 되기 위한 그의 노력, 철학을 담고 있다. ‘길을 따르지만 길에 갇히지 않는 말, 정교하고 섬세하면서도 살아 펄떡이는 말에 대한 집착을 읽었다’는 서문의 표현처럼 한편으로는 자유로운 영혼인 그리스인 조르바를 닮았다. 이 책의 제목에 그가 번역한 조르바가 포함된 이유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지요, 라는 질문에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싶은 대로 쓰면 초단은 되며, 유식해 보이고 싶어서 폼 나는 어휘를 고르고,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 제 생각을 비틀다 생각을 놓쳐버릴 수 있다는 글쓰기의 기초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노벨 문학상의 유력한 후보자로 거론되던 고은 시인이 탈락했을 때, 수상자가 될 경우 관련 글을 두 신문사에 써 보내야하는 중압감에서 벗어났다는 솔직한 표현이 인상적이다. 3,40대에게 외국에 나가라고 등 떠밀기 한다는 유연한 사고가 신선하다. 좋은 번역이란 무엇인가, 질문에 사전을 자주 보라는 사전과의 싸움, 우리말의 어구와 어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단문으로 만들며, 살아 있는 표현, 전부터 우리가 써왔고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말을 찾아내는 일임을 강조한다. ‘장미의 이름’이 출간되고 오역과 넘겨짚기 해석의 오류를 인정하고 개역을 통해 바로잡은 일화는 그의 철저한 자기 반성을 엿볼 수 있다. 외래어의 남용을 걱정하면서도 청소년들이 사이버공간에서 쓰는 문법 파괴 글에 대해서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내가 부리는 말, 내가 부릴 말은, 되도록 많은 사람이, 되도록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필요하다고 느껴지면 한자나 영어를 병기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극소수의 독자에게나마 정확한 의미를 전달할 필요를 느낄 때만 그렇게 한다. 하지만 한글 표기만으로도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져서 그럴 필요를 느낄 때가 점점 줄어가고 있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p.273. 

 

이 책은 전문적인 글쓰기 책은 아니지만 우리가 말과 글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말의 의미를 올바르게 전달하는지 묻는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통해 그의 글을 접하기는 했지만 우리 말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한 줄의 번역을 위해 고심하는 그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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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13-12-13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구입해서 읽었어요.
저는 한국어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많은 공감을 했어요.

세실 2013-12-15 20:24   좋아요 0 | URL
글쓰기책 보다는 에세이적 성격이 강하지만 참 멋진 이윤기님 이죠^^
전문 번역가로서의 책임감, 마인드가 대단해요!

다크아이즈 2013-12-18 0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르바의 두목, 두목 기억나네요.그치요? 주인님, 주인님 따위의 문어체 번역과는 확연히 달랐던...
한 분야에 성공한 사람은 모두 열심히 살았거나, 살고 있다는 증거가 되는 책이네요^^*

세실 2013-12-18 09:53   좋아요 0 | URL
그치 언니. 조르바가 주인님 하면 절대 안 어울리죠^^
박웅현도 그렇고, 이윤기, 김화영 자기 분야에서 참 열심히 살고 있는 분들.....
전 아직 멀었네요.
하루 하루 좀더 열심히 살아야 겠어요!

페크pek0501 2013-12-20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기와 관련한 책이라면 무조건 흥미롭지요. 더욱이 이윤기 님이 저자라면...
저도 한자나 영어를 병기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아요. 더 세련되어 보일 때가 분명히 있거든요. ^^

세실 2013-12-22 15:08   좋아요 0 | URL
저도 글쓰기에 대한 어려움으로 글쓰기 책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참 열정적으로 살았던 이윤기님이네요.
한자와 영어를 병기하는 것은 좀 더 숙련이 되면 쓸 수 있겠지요. 저는 초보 단계!ㅎㅎ

프레이야 2013-12-22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찜해두고 있는 책 중의 하나. 공감^^

세실 2013-12-22 15:10   좋아요 0 | URL
읽어야 할 책이 참 많아요~~~
프야님 여유로운 주말 보내고 계신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