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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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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출장으로 스톡홀름시립도서관덴마크왕립도서관암스테르담도서관 등 유럽의 아름다운 도서관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다. 8박 9일 동안 매일 2~3개의 도서관을 방문하고 현지 사서들과 차담 또는 만찬을 하는 고된 일정이었지만 행복했다도서관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그동안 도서관의 서가와 책상은 나무색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유럽의 도서관은 대부분 화이트 서가와 책상이었다또한 층별 공간 구획 없이 전체가 열린 공간이었다큰 규모의 도서관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있어 쾌적하고 접근이 용이했다.




우리 지역의 교육도서관들도 공간혁신 사업으로 아름답게 재탄생했다폐쇄적인 공간에서 벽을 허물고 서가나 소파바닥색으로 공간을 구획해 개방감 있는 열린 공간이 되었다서가책상의자는 공간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디자인컬러로 변화를 주었다. 도서관은 책을 빌려가는 공간에서, 오래 머무는 공간 되었다. 특히 학생들은 도서관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음악을 듣거나, 보드게임을 한다. 



이 곳에 근무하기 전, 도서관 공간혁신 사업을 담당하면서 공간 구성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선진도서관을 견학하고미술관을 관람하면서 공간을 자세히 관찰했다대형 카페도 도서관 공간 구성에 도움 된다노출 콘크리트 벽을 처음 접했을 땐 미완성인가 했는데 어느덧 자연스럽고 멋스러움을 발견하니 조금은 보는 눈이 생겼나 보다어렵게만 느껴졌던 건축 관련 책에도 호기심이 생겼다.


건축가 유현준의 도서 '인문건축기행'은 재미있게 읽었다이 책은 유명 건축가들이 지은 세계 여러 나라의 건축물을 소개한다.

"이 한 권의 책 속에 내가 건축을 공부하면서 감명받은 서른 개의 근현대 건축물을 모아 보았다세계 곳곳에 숨겨져 있는 보물 같은 건축물들이다이 건축물들을 통해 독자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썼다.”


첫 번째로 소개하는 건축물은 파리 외곽에 위치한 주택 빌라 사보아스위스 출신의 건축가인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이다그는 철근과 콘크리트를 사용했다또한 근대 건축의 5원칙을 만들었는데 필로티자유로운 평면과 입면가로로 긴 창옥상 정원이다.‘빌라 사보아는 5원칙이 총결집된 결정체라고 한다.



두 번째는 파리에 있는 퐁피두센터 미술관이다이탈리아 건축가 렌초 피아노와 영국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 작품이다각종 설비 파이프라인이 노출된 미완성 같은 작품이다. 1970년대 건물이 지어진 당시에는 프랑스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지만현재 프랑스 국민이 사랑하는 현대 건축물 2위라고 한다우리나라에도 2025년에퐁피두센터 한화 서울미술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르 코르뷔지에의 다른 작품 유니테 다비타시옹은 주상복합아파트이며 노출 콘크리트로 지어졌다아파트 1층에 필로티가 있고화가 몬드리안의 작품을 닮은 빨강파랑 노랑에 초록까지 사용한 입면이 아름답다.



그 외에도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독일 국회의사당을 리모델링하면서 돔을 유리로 지어 전망대로 활용한 점도 신선하다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도 독특하다리처드 마이어의 더글러스 하우스는 요즘 트렌드인 백색 인테리어다.

르 코르뷔지에를 존경하고 영향을 받은 안도 다다오의 빛의 교회’ 도 가보고 싶은 공간이다.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 이 책에서 소개한 아름다운 건축물을 관람하는 여행도 좋겠다. 파리에 가야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건축계의 아인슈타인이라는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을 봐야 겠다. 


르 코르뷔지에는 창문, 경사로, 천창, 색깔, 공간 나눔, 바닥의 기울기, 제단 제기의 디테일, 음의 잔향, 공간의 형태 등등 건축가가 다룰 수 있는 모든 요소를 현란하게 사용하여 사람의 마음을 디자인하는 경지에 이른 공간 교향곡의 작곡가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진정한 마스터다. 

요즘 다락방님 덕분에 '내게 공돈이 생긴다면 뭘 할까?' 생각했다. 일단 직장에 휴직계를 내고 (완전히 그만두는건 놀아본 다음에 선택해야지) 대한항공 비즈니스석을 타고 파리를 직항으로 간다. 한달 계획으로 에펠탑이 보이는 5성급 호텔을 예약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에펠탑 야경을 감상하며 스텔라 장의 '아모르, 바게트, 파리'를 듣는다. 

그리고 다음날엔 르 코르뷔지에를 연구한 박사급 가이드를 수소문해 렌트한 차를 타고 관광을 다닌다.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 음 방값만 3천만원, 비행기 티켓이랑 여행경비 더하면 최소 5천만원은 들텐데.... 이런 사치 여행 괜찮은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면서 행복했다. 건축에 대해 조금은 아는척 할 수 있겠다. 광고 기획가 박웅현은 "인문학을 배우면 밥이 나오는가? 하는 질문에 밥이 맛있어진다"고 우문현답을 했다. 책을 맛있게 읽은 느낌이다. 자연을 담은 건축과 인문학의 어우러짐은 지적 욕구를 충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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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09-21 1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 그러네요!ㅋㅋㅋㅋ 밥이 맛있어 지는 것은 무엇보다 삶의 질에 관한 문제죠. 저 틈날 때마다 해외 한달살기
영상 찾아보는데 비즈니스 타고 싶고 호텔 말고 작은 아파트에서 한 달 살고 싶어요. 세실님의 럭셔리 한 달도 멋질 것 같아요 ^^

세실 2023-09-22 21:35   좋아요 1 | URL
럭셔리 한달 살기 이루려면 로또라도 사야 하겠죠?
전 호텔 스위트 룸~
영상도 찾아봐야 겠습니다.
전 무조건 파리거든요^^

페크pek0501 2023-09-22 15: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외국 출장 가셨던 세실 님! 멋집니다. 능력자이십니다.
여행과 독서를 하며 사는 것이 멋지게 사는 거라고 알고 있어요. 사랑하는 자식이 생기면 책을 많이 읽히고 여행을 많이 가게 해라, 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공부한 적은 없지만 저도 건축물 보는 걸 좋아해요. 감상만으로도 눈이 즐겁거든요. 사진 잘 봤어요.^^

세실 2023-09-22 21:39   좋아요 1 | URL
우린 잘 통한다니까요. 건축물 보는 즐거움~~
뮤지엄 산이랑 호암미술관 추천합니다!
외쿡 출장 십년도 넘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꿈 같은 기억입니다.
여행과 독서는 힐링됩니다.
아이들에게 강조하는데, 둘째는 저를 안닮았는지 해외 가는걸 좋아하지 않아요. 특이하게...
 

돈을 인격체로 받아들이고 깊은 우정을 나눈 친구처럼 대하면 된다. 그렇게 마음먹은 순간, 돈에 대한 태도는 완전히 바뀌기 시작한다. 작은돈을 절대로 함부로 하지 않게 되고 큰돈은 마땅히 보내야 할곳에 보내주게 된다. 사치하거나 허세를 부리기 위해 친구를이용하지 않고 좋은 곳에 친구를 데려다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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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8 15: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21 0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3-08-18 15: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돈을 쓸 만한 곳에 잘 쓰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요즘 돈에 관한 책이 많은 것 같아요.
돈이 우리생활에 밀접한 만큼 읽어 볼 만한 것 같아요. 좋은 곳에 친구를 데려다 주는 마음으로 써야겠군요.^^

세실 2023-08-21 07:55   좋아요 1 | URL
오십부터 돈을 모을수 있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그동안은 교육비가 상당했다는....
요즘 투자에 관심 갖고 요리저리 고민하고, 조금씩 투자하고 있습니다.
자기개발서 느낌도 나지만, 요즘 제게 필요한 책입니다^^

2023-08-21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22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 사랑한 화가들 - 살면서 한 번은 꼭 들어야 할 아주 특별한 미술 수업
정우철 지음 / 나무의철학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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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우리 기관에서 전시해설가 정우철 강사를 초빙해 내가 사랑한 화가들’ 을 주제로 예술공감 인문산책 과정을 진행했다. 대상은 북부지역 교원 및 학부모로 일회성 강좌가 아닌 주제가 있는 인문학 강연으로 총 3회로 진행하였다. 1강은 '마르크 샤갈의 혼란의 시대 사랑을 색칠하다', 2강은 '클로드 모네의 인생의 빛을 그리다', 3강은 '알폰스 무하의 프라하의 별이 된 화가' 였다. 교원 연수도 열어 놓았는데 선생님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도슨트계의 아이돌로 불리는 강사는 오랜 경험과 성실함에서 보여주는 해박하고 진솔한 강의로 차시마다 감동을 주었다. 얼마 전 TV 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박수근, 샤갈, 모네 등에 대해 설명하는데 복습하는 느낌이었다.


도서 '내가 사랑한 화가들(정우철 저)' 은 저자가 많은 사람들이 미술을 쉽고 친근하게 접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썼다고 한 것처럼 화가들의 삶에 집중했다. 마르크 샤갈, 앙리 마티스, 아베데오 모딜리아니, 프리다 칼로, 구스타프 클림트, 폴 고갱 등 대부분 익숙한 화가들을 다루었는데 몇 명은 생소한 화가들도 있다.

우리는 왜 미술관을, 전시장을 찾을까? 저자는 "그림이나 작품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얻고 싶어서, 힘겨운 일상을 위로 받고 싶어서라고 했다.

삶이 버겁고 힘들 때 우연히 만난 그림에서 위로를 얻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저 그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라 앉았던 기분이 나아지죠. 특히 밝고 따뜻한 색채로 가득한 그림을 볼 때면 소진됐던 에너지가 다시 차오르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그림이 가진 특별한 힘이 아닐까 싶어요. p. 40


샤갈을 좋아하는 저자는 강연 때처럼 책에서도 첫 번째로 샤갈을 이야기한다. 샤갈은 유대인으로 태어나 1, 2차 세계대전을 겪고 나치에 잡히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러시아의 비테프스크에서 태어난 샤갈의 그림에는 어릴 적 살던 비테프스크 배경의 그림이 자주 등장한다. 평생 아내 벨라를 사랑한 샤갈의 그림에는 꽃도 단골 소재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꽃다발인 이유란다.



마르크 샤갈, <창밖으로 보이는 파리 풍경>, 1913

이번에는 또 다른 작품인 <창밖으로 보이는 파리 풍경>을 함께 볼게요.

이 작품에서 또 주의 깊게 살필 부분은 배경색입니다. 특이하게도 하늘이 빨간색, 파란색, 흰색이죠. 눈치 채셨나요? 프랑스 국기 색입니다. 앞의 그림에서처럼 에펠탑도 보이고요. 역시 이 배경은 현재 자신이 몸담고 있는 현실의 공간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오른쪽 하단에 있는 샤갈의 얼굴을 좀 보세요. 반으로 나뉘어 있죠? 오른쪽은 창문 밖 현실을 직시하는 얼굴, 왼쪽은 공상하는 얼굴입니다. 공상하는 얼굴은 기차를 타고 고향인 비테프스크로 떠나는 모습을 보고 있네요. 

이 그림에는 벨라를 향한 샤갈의 마음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왼쪽 하단에는 그녀에게 줄 꽃다발이, 그의 손에는 하트가 보여요. 요즘 유행하는 손가락 하트의 원조가 샤갈이었나 봅니다. 사랑꾼이라는 별명을 얻을 말하죠? P.23


두번째로 소개한 화가는 앙리 마티스다. 마티스는 대표적인 야수파인데, 야수파와 인상파에 대한 설명이 재미있다. 조각상이 마치 야수들에 둘러싸여 있는 것 같다고 한 명칭이 야수파이며 강렬한 표현과 색을 선호한다. 인상파는 모네의 <일출, 인상>을 본 평론가가 "이 그림은 정말 인상만 그렸군하며 비아냥거린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인상파는 빛과 함께 시시각각으로 움직이는 색채의 변화 속에서 자연을 묘사한 그림을 말하며 대표적인 화가는 모네, 르누아르, 고흐 등이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시대적 배경이 되었던 벨 에포크는 프랑스어로 아름다운 시기라는 뜻이다. 그 시기와 어울리는 화가는 알폰스 무하다.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그림을 보며 당연히 여류화가라 생각했는데 남자다. 순정만화, 그리스 로마신화의 여신 같은 그의 그림은 아름답다. 알폰스 무하를 유명 화가로 이끈 <지스몽다> 포스터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저자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물어보니, 파리 시내 오랑주리미술관에 있는 모네의 수련을 꼽는다. 이 책에서 다룬 화가들은 대부분 파리에 머물렀다. 내게도 파리는 늘 동경의 대상이다. 지금 가고 싶은 여행지 한곳을 정하라면 파리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도서 '파리는 날마다 축제'에서 만약 당신에게 충분한 행운이 따라 주어서 젊은 시절 한때를 파리에서 보낼 수 있다면, 파리는 마치 '움직이는 축제'처럼 남은 일생에 당신이 어딜 가든 늘 당신 곁에 머무를 거라고. 바로 내게 그랬던 것처럼."

당장 파리행 비행기 티켓을 끊어야겠다.

책은 그림처럼 무료한 일상에 활력소가 되고 새로운 도전을 꿈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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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6-28 16: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리로 여행 가십니까? 세실 님이 파리 여행을 하시면 멋질 것 같습니다.
우리 애는 한두 달 전에 파리로 여행 갔다 와서 좋다고 하더라고요. 폰으로 보내 온 사진을 보니 좋긴 하더라고요.
저는 가고 싶은 맘이 없어 안 따라 나섰어요. 비행기를 오래 타는 것도 부담스럽고 여행 동안 친정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제가 먼 여행을 안 좋아하나 봅니다. 제주도 여행은 좋아합니다.ㅋㅋ
고흐를 좋아해서 전시회가 있을 때 갔었고 관련 책도 많이 사서 보고 읽고 그랬어요. 고흐의 그림을 따라서 스케치도 했던
기억이 나네요.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의 내용도 생각나네요.
멋진 여행이 되시길... 꼭 사진과 함께 여행기도 올려 주세요.^^

세실 2023-06-29 07:28   좋아요 1 | URL
페크님 저도 제주 좋아합니다.
파리 관련 에세이를 읽으면서 에펠탑의 낮과 밤, 몽마르뜨언덕,지베르니를 눈에 담았지요. 올해 버킷 리스트입니다. 요렇게 설레발을 해야 더 갈듯 해서요.
나이가 드니 좋은 일보다 좋지 않은 일이 더 많아지는 느낌?
고흐의 아를도 꼭!
가게 되면 여행기 올리겠습니다^^

그레이스 2023-06-28 1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았겠습니다. 부러워요
게다가 파리 여행도...!

세실 2023-06-29 07:29   좋아요 1 | URL
강연은 참 좋았습니다. 특히 샤갈!
아직 티켓도 안끊었는걸요^^
 
방구석 미술관 2 : 한국 - 가볍게 시작해 볼수록 빠져드는 한국 현대미술 방구석 미술관 2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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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가족여행중에 부산시립미술관에 다녀왔다. 젊은 작가들이 참여한 기획전시가 신선했다. 우리 기관에도 전시하면 좋겠다는 원대한 꿈도 꾸었다. 담당자와 통화하면서 예산의 다름에 깊이 좌절했다.

미술관 별관엔 화가 이우환 공간도 있다. 입구 작은 매장에 있던 BTS 멤버 RM의 친필 사인이 반가웠다. 세계적인 K-POP 가수가 우리나라 화가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미술관을 찾는 모습은 매력적이다. 이우환의 힘 있는 붓 터치 작품 '점으로부터'는 생성과 소멸을 뜻한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야외 정원에 있는 이우환의 작품 회의’ 는 네 개의 돌이 철판에 둘러 앉아 마치 회의를 하는 듯한 재미있는 모습이다.


여행지에 가면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찾는다. 우연히 찾아간 원주 뮤지엄 산’ 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에 감동했고, 제주에서 만난 물방울 화가 김창열 미술관’ 의 단아함과 고풍스러움에 전율했다. 우리나라 현대 화가에 대해 알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도서 방구석 미술관은 우리나라 현대 미술가 10인의 삶, 사랑, 가족, 작품에 대해 알기 쉽고 흥미로운 사실을 들려준다. 에필로그의 소제목은 반 고흐는 아는데 왜 김환기는 모를까? 이 책이 그 시작을 도울게요” 이다.

지인들과 하는 3월 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다루었다. 각자 인상 깊은 화가 한 명씩 선정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선택한 인물은 한국에서 가장 비싼 화가 김환기’ . 김환기 작가는 화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안락한 지주의 삶을 포기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다. 또한 아버지에게 떠밀려 혼인한 아내와 이혼한다. 지인의 소개로 만난 동림(김향안)과 결혼하며 아름다운 부부로 평생을 함께한다. 동림은 작가 이상의 아내로 사별하였다. 두 사람은 결혼 후 일본, 파리, 뉴욕에 거주하며 세계적인 화가로 거듭난다. 김환기 화가의 작품 특징은 추상적이면서도 한국적인, 조선의 미를 추구한다. 그는 백자의 아름다움에 반해 작품에 달과 항아리가 많다. 고향인 안좌도를 떠났지만 섬을 그리워한 마음이 작품‘ 섬 이야기’ 에 담겨 있다. 항아리를 머리에 이고 있는 여인들, 알록달록한 빛의 해와 달, 자연을 닮은 초록 부채들은 포근함과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온다.


소를 사랑한 화가 이중섭은 한국전쟁 때 제주도로 내려간다. 춥고 배고픈 시절이지만 서귀포 앞바다의 풍경을 보며 평화롭고 소박한 일상, 그것이 낙원이라는 부제의 서귀포의 환상’ 그림을 완성한다. 오랜 피난 생활로 생활고에 시달린 부인과 두 아들은 친정이 있는 일본으로 떠나고 평생 생이별을 한다. 가족을 다시 만날 생각에 하루종일 작업에 몰두하지만 결국 정신병원을 전전하다 무연고자로 생을 마감한다.

지난 주말 다녀온 대전 이응노미술관에서 거대한 군상’ 을 보았다. 5.18 민주화운동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한 작품으로, 그림 속 사람들의 움직임은 역동적이다

그 외에도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 단순함을 추구한 장욱진, 국민화가 박수근, 독보적 여인상을 그린 화가 천경자,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백남준 등을 다룬다.

작가의 삶을 들여다보고, 작품의 배경을 알면 그림이 친근하게 다가오고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책을 읽는 이유다.


원주 뮤지엄 산에서 '안도 타다오-청춘' 제목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뮤지엄산은 안도 타다오가 설계했다. 세계 여러나라에 존재하는 안도 타다오의 작품 설계과정, 작품 모형들을 보여준다.  높은 산 위에 우뚝 솟은 건물 주변엔 온통 초록이다. 자작나무 새 잎, 한껏 꽃 피울 준비를 마친 연산홍, 시들어가는 마지막 벚꽃, 고풍스러운 소나무, 자연을 닮은 카페까지.... 그 곳에선 공간과 자연이 하나가 된다. 우리 기관에서 추진하는 중원예감톡 4월 관리자 연수는 그 공간에서 진행한다. 신청 하루 만에 마감이다.


이 책에도 소개한 김구 선생의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라는 글이 새삼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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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04-13 1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는 이중섭 박수근 천경자만 있는 줄 알았던 때가 엊그제 같습니다.ㅎㅎ
우리나라 그림 컬렉션하면서 김환기, 박서보, 이우환, 손상기, 유영국, 하인두, 오지환, 오윤 등등 쟁쟁한 화가들이 많다는 사실을 새삼 느낍니다. 이외에도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리가 모르는 실력있는 화가들도 많지요. 고재권, 한미키, 차일만, 등등
신동권, 김종학, 김종하, 박영 등등 일일이 열거하려면 한도끝도 없는 거 같습니다.ㅎㅎ

세실 2023-04-15 07:57   좋아요 0 | URL
굿굿! 저도 이 책 읽으며 그동안 무지했구나 생각했지요. 고흐, 고갱보다 더 멋진 김환기, 이우환, 유영국...
이제부터 알아 가려구요^^
야무님은 역시 먼저 아셨군요!
비 오는 주말 커피 한잔과 시작하시는 여유. 저는 이미 마시는 중입니다^^

페크pek0501 2023-04-20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구 선생의 저 문구를 좋아합니다!!!

세실 2023-04-21 15:54   좋아요 0 | URL
역시 저랑 잘 통하시는 페크님^^

hnine 2023-04-30 0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뮤지엄 산은 좀 멀긴 하지만 저도 조만간 다시 가보려고 하고 있어요.

세실 2023-04-30 09:2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좀 멀죠. 그래도 그쪽 방향 고속도로는 안 막히니깐^^
연산홍이랑 꽃들, 자작나무 잎이 좀 더 풍성해졌을거예요.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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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좋아한다. 사무실에 출근해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잠들어있는 뇌세포를 깨운다. 특히 핸드드립 커피를 좋아한다. 오래전 제주 송악산 가는 길 해안도로 근처의 풍경 좋은 카페에서 마셨던 드립커피는 여행의 여운을 오래 간직한다. 갓 볶아낸 커피 알갱이를 그라인더에 갈 때 퍼지는 커피 향도 좋다. 커피 맛은 산미가 있고 부드러운 에티오피아 커피를 선호한다.


퇴직 후 작은 공간에서 핸드드립 커피와 책을 파는 상상을 한다. 지인들과 정기적으로 독서 모임을 하고 좋아하는 작가의 강연회도 여는 동네 사랑방 같은 공간을 꿈꾼다. 실현 가능성은 적지만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도서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는 나의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마법 같은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간접경험의 기쁨을 누렸다책의 첫 장엔 서점이 없는 마을은 마을이 아니다. 스스로 마을이라 부를 수는 있겠지만 영혼까지 속일 수는 없다는 것을 자신도 알 것이다. (닐 게이먼 소설가)” 라고 적혀 있다. 여행을 가면 그 지역에 있는 서점에 간다. 작은 마을이지만 서점이 있으면 그 마을이 지적으로 보인다. 온라인서점보다 직접 책을 보고 구입하면 실패 확률이 적다. 베스트셀러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방법이기도 하다.


휴남동 서점에는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모인다. 서점 대표 영주는 이혼의 상처가 있다. 딸의 이혼을 이해하지 못한 엄마와는 몇 년째 연락을 끊었다. 이혼 후 서점을 차렸지만 하루종일 책만 읽었다.

서점에 바리스타로 취업한 민준은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했지만 면접에서 번번히 실패했다. 오랜 백수 생활로 힘들 때 서점 문 앞에 붙어있던 바리스타 구합니다’ 라는 공고문을 보고 취업했다. 서점의 단골손님 민철 엄마는 사춘기를 심하게 겪으면서 학원에 가지 않겠다는 민철에게 일주일에 한 번 서점 방문을 요구한다. 민철은 영주, 민준과 대화하고 관심 있는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일어서는 힘을 키우고, 미래를 꿈꾼다

커피 납품업체 대표 지미, 서점에서 뜨개질을 하는 정서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의 등장인물이다.


영주는 다양한 책을 읽고,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위로받고 상처를 치유해간다. 독서 모임을 만들고, 좋아하는 작가의 북 콘서트를 열며, 큐레이션을 하면서 휴남동 서점은 활기 넘치는 새로운 공간이 된다.

흔히들 현재를 살라고 말하잖아요. 그런데 말이 쉽지 현재에 산다는 게 도대체 무슨 뜻이죠현재에 산다는 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그 행위에 온 마음을 다해 집중한다는 걸 말해요. 숨을 쉴 땐 들숨 날숨에만 집중하고, 걸을 땐 걷기에만 집중하고, 달릴 땐 달리기에만, 한 번에 한 가지에만 집중하기.”


작년에 출퇴근이 힘들다는 이유로 현재를 즐기지 못하며 취미도 없는 단조로운 삶을 살았다. 책도 제대로 읽지 못했다. 머리가 텅 빈 느낌이다. 올해 목표는 월 3권 이상의 책을 정독하고 독서 모임도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나를 성장시키는 일이 있고, 좋은 사람들과 의미 있는 대화를 하면서 조금씩 채워가면 어제보다는 성장해 있겠지.

퇴직 후에 서점을 운영하는 것보다 하루 세 시간만 북큐레이터와  바리스타로 아르바이트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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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3-04-06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 2년은 일 때문에 너무 지쳐서 글 쓰는 일을 미뤘어요. 책을 잔뜩 사놓고 읽기만 했는데, 정작 끝까지 다 읽은 책이 그리 많지 않아요.. 이러니 리뷰를 쓰질 못했어요.. ㅎㅎㅎ

세실 2023-04-07 07:30   좋아요 0 | URL
일에 지치면 여유가 없어 책 읽기 힘들지요. 더구나 리뷰는 더...
책, 리뷰도 마음, 육체가 건강해야...ㅎ
자주 뵈어요^^

페크pek0501 2023-04-13 2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파트 타임 알바를 하고 싶단 생각을 한 적 있어요. 지금은 바쁘고 애들 다 결혼해 나가고 집안일이 줄고 그러면 말이죠.
걸어서 가는 거리에 있는 곳이면 좋겠고 주1~2회 정도의 출근. ㅋㅋ 몸 건강, 정신 건강에 좋을 듯해요. 기분 전환에도...
그런데 그런 알바가 찾기 힘들겠죠. 제 친구의 딸이 토욜과 일욜만 일한다고 해서 아, 나도 그런 일이면 운동 삼아 하고 싶다, 그랬네요.ㅋㅋ

세실 2023-04-15 08:02   좋아요 1 | URL
페크님 반갑습니다~~
파트 타임 알바는 지인 찬스를?
아는 동생 김밥집 알바는 예약했는데 3일만에 두손 들듯 해요^^
주택가 조용한 북카페가 딱 좋은데~~ 월, 수, 금 오후 4시간 정도만? ㅎㅎ
퇴직후 활력소는 확실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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