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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 이윤기가 말하는 쓰고 옮긴다는 것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고등학교에 다닐 때 영어에 흥미가 있어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고, 영어 영문학과 지망을 염두에 두고 번역가의 꿈을 키웠다. 담임선생님의 '여자는 도서관학과가 최고다. 시집도 잘 갈 수 있어!' 하는 말씀에 얼떨결에 급선회하기는 했지만 대학에 가서도 영자신문사를 기웃거렸다. 용기를 내어 기자부문에 지원했다가 외국인 인터뷰어 앞에서 우물쭈물하던 나는 보기 좋게 탈락했고 번역가의 꿈은 과감히 포기했다. 그러나 마음 한 켠에는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과 로망이 있다.

 

우리나라 번역가 중 이윤기, 김남주, 김화영을 좋아한다. 김남주, 김화영이 프랑스문학을 번역했다면 이윤기는 그리스 로마신화를 중심으로 한 그리스, 이탈리아 문학을 주로 번역했다. 그는 소설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글쓰기와 번역, 언어, 문학에 대한 에세이로 최고의 번역가가 되기 위한 그의 노력, 철학을 담고 있다. ‘길을 따르지만 길에 갇히지 않는 말, 정교하고 섬세하면서도 살아 펄떡이는 말에 대한 집착을 읽었다’는 서문의 표현처럼 한편으로는 자유로운 영혼인 그리스인 조르바를 닮았다. 이 책의 제목에 그가 번역한 조르바가 포함된 이유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지요, 라는 질문에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싶은 대로 쓰면 초단은 되며, 유식해 보이고 싶어서 폼 나는 어휘를 고르고,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 제 생각을 비틀다 생각을 놓쳐버릴 수 있다는 글쓰기의 기초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노벨 문학상의 유력한 후보자로 거론되던 고은 시인이 탈락했을 때, 수상자가 될 경우 관련 글을 두 신문사에 써 보내야하는 중압감에서 벗어났다는 솔직한 표현이 인상적이다. 3,40대에게 외국에 나가라고 등 떠밀기 한다는 유연한 사고가 신선하다. 좋은 번역이란 무엇인가, 질문에 사전을 자주 보라는 사전과의 싸움, 우리말의 어구와 어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단문으로 만들며, 살아 있는 표현, 전부터 우리가 써왔고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말을 찾아내는 일임을 강조한다. ‘장미의 이름’이 출간되고 오역과 넘겨짚기 해석의 오류를 인정하고 개역을 통해 바로잡은 일화는 그의 철저한 자기 반성을 엿볼 수 있다. 외래어의 남용을 걱정하면서도 청소년들이 사이버공간에서 쓰는 문법 파괴 글에 대해서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내가 부리는 말, 내가 부릴 말은, 되도록 많은 사람이, 되도록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필요하다고 느껴지면 한자나 영어를 병기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극소수의 독자에게나마 정확한 의미를 전달할 필요를 느낄 때만 그렇게 한다. 하지만 한글 표기만으로도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져서 그럴 필요를 느낄 때가 점점 줄어가고 있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p.273. 

 

이 책은 전문적인 글쓰기 책은 아니지만 우리가 말과 글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말의 의미를 올바르게 전달하는지 묻는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통해 그의 글을 접하기는 했지만 우리 말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한 줄의 번역을 위해 고심하는 그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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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13-12-13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구입해서 읽었어요.
저는 한국어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많은 공감을 했어요.

세실 2013-12-15 20:24   좋아요 0 | URL
글쓰기책 보다는 에세이적 성격이 강하지만 참 멋진 이윤기님 이죠^^
전문 번역가로서의 책임감, 마인드가 대단해요!

다크아이즈 2013-12-18 0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르바의 두목, 두목 기억나네요.그치요? 주인님, 주인님 따위의 문어체 번역과는 확연히 달랐던...
한 분야에 성공한 사람은 모두 열심히 살았거나, 살고 있다는 증거가 되는 책이네요^^*

세실 2013-12-18 09:53   좋아요 0 | URL
그치 언니. 조르바가 주인님 하면 절대 안 어울리죠^^
박웅현도 그렇고, 이윤기, 김화영 자기 분야에서 참 열심히 살고 있는 분들.....
전 아직 멀었네요.
하루 하루 좀더 열심히 살아야 겠어요!

페크pek0501 2013-12-20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기와 관련한 책이라면 무조건 흥미롭지요. 더욱이 이윤기 님이 저자라면...
저도 한자나 영어를 병기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아요. 더 세련되어 보일 때가 분명히 있거든요. ^^

세실 2013-12-22 15:08   좋아요 0 | URL
저도 글쓰기에 대한 어려움으로 글쓰기 책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참 열정적으로 살았던 이윤기님이네요.
한자와 영어를 병기하는 것은 좀 더 숙련이 되면 쓸 수 있겠지요. 저는 초보 단계!ㅎㅎ

프레이야 2013-12-22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찜해두고 있는 책 중의 하나. 공감^^

세실 2013-12-22 15:10   좋아요 0 | URL
읽어야 할 책이 참 많아요~~~
프야님 여유로운 주말 보내고 계신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