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학때 꿈이 고향의 도서관장이었다. 올해 소박한 꿈을 이루면서 출근하니, 20년전 신규로 발령받아 이곳으로 첫 출근했을때의 날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또각또각 구두소리를 내며 정문을 지나 2층을 올려다 보았을때 호기심어린 눈으로 내려다보던 이용자와 직원들......

 

신규로 2년 9개월 동안 근무하면서 자료실은 내 담당이니 청소도 하라는 소리에 혼자 문 닫아 놓고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끌어들인 모래 쓸어내는 청소하다가 '대학 나와서 이게 뭔 고생이람' 하면서 설움에 복 받쳐 울기도 했고, 컵을 씻다가 세면대에 커다란 구멍을 내기도 했다. 아이들 대상 독서교실을 직접 운영하면서 '선생님, 선생님' 하는 소리에 내심 보람도 있었고, 엄마들 대상 주부독서회를 만들어 책 읽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어느 비 오는 날, 독서회원중 한 엄마가 전화해서는 음악을 들려주며 '음악 듣다가 정선생님과 어울리는 음악이라 들려주고 싶었다'는 기분좋은 추억도 떠오른다. 떠날 무렵엔 지역의 엄마들 전화가 하루에 열 통화는 와서 업무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땐 핸드폰이 없었으니 오로지 사무실 전화에 의지했다.

 

그런 추억이 있는 곳에 관장으로 오니 감회가 새.롭.다! 올해 33살이 되는 사서는 나만 보면 엉거주춤한 자세로 어쩔줄 몰라하며, 아침에 출근하면 모닝 커피를 한잔 타준다. 식당에 가면 안쪽 가운데는 내 자리이고, 수저 세팅은 기본, 컵에 물도 가득 따라준다. 찌개라도 먹으려하면 떠드린다는 예의바름까지......나를 처음 본 이용자들은 '관장님이 예쁘고 젊으시다며' 칭찬 일색이다. 그저 '누려~~~' 하면 되는 걸까?

 

불과 2년전까지 중앙도서관 가장 바쁜 자리에서 일을 하다 자체 승진하는 바람에 승진의 기쁨을 채 누리지도 못했는데, 이제야 진정으로 승진한 느낌이 난다. 2년 근무하다 다시 중앙도서관으로 발령나면 '계장'으로 실무일을 할수도 있지만 당장은 여유를 만끽하면 될듯. '누~~려!'

 

도서관이 어느 정도는 리모델링이 되어 현관과 로비 정도만 손보면 될듯 하다. 따뜻한 봄이 되면 도서관 전체를 꽃밭으로 만들어 '오고싶은 도서관, 찾고 싶은 도서관'으로 만들어야지. 한달은 잔소리하기 보다는 꼼꼼히 점검하고 불편사항을 바꿔나가야 겠다.            

 

여우꼬리) 승진때보다 더 많은 화분이 도착하고 있다. 자료실 책상위에 디스플레이하고, 직원들, 지인들 하나씩 나눠주고도 아직 남았다. 오늘도 난 화분 도착! 이제 화분은 그만 받고 싶다!! 

 

 

 

2.

 

도서관에서 받은 첫 알라딘 박스는 수퍼남매맘님의 깜짝 선물이다. 고맙게도 책을 한권 보내주신다고 했고 난 이 책을 골랐다. 읽을수록 무언가 정리되는 느낌이다. '심플하게 살자'가 내 삶의 한 모토이기도 한데 책 스타일도 마음에 든다. 마음을 비우고, 주변을 정리하면 삶도 잘 풀릴듯.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습관도 어릴적 트라우마라고 하니 열심히 버리며 살자!

수퍼남매맘님 감사합니다. 잘 읽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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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1-06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새해 출발이 참 좋으네요, 세실님. 꿈을 이루셨고, 무엇보다 꿈을 이뤘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잘 알고 계시니 말예요. 꿈을 가지고 있다면 그 꿈에 정확히 이르지는 못해도 그 근처라도 가게 되는것 같아요. 그걸 향해 나아가니 말이지요.

지금의 마음을 그대로 쭉 이어나가신다면 분명 행복한 도서관 생활을 하실 수 있을겁니다. 박수를 보냅니다.
:)

세실 2014-01-07 09:46   좋아요 1 | URL
대학때는 공무원이, 관장이 된다는것이 참 높아보였는데 이루고보니 소박합니다. 부끄러워요~~~
이제 새로운 꿈을 꾸려고 합니다.

당장 사무실 위치 바꾸고, 삭막한 로비를 무언가로 채우려고 고민중입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아자 아자~~~

hnine 2014-01-06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상했던 일입니다 ^^ 그 도서관 앞으로 반짝반짝 빛이 나겠군요. 축하드려요!

세실 2014-01-07 09:46   좋아요 0 | URL
호호호 어제 휴관일에 청소 열심히 했답니다. 남자만 넷이라 걸레질은 제가......
뭐 관장이라 오히려 즐겁게 할 수 있네요^^ 반짝반짝! 놀러 오세요~~~

순오기 2014-01-06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모의 관장님이 멋지게 운영하셔서 주민들이 문턱이 닿아지도록 다니겠어요~^^
축하드립니다~~~~~~ 세실 관장님!!
언제 구경하러 가겠어요~ 불끈!!

2014-01-06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4-01-07 09:47   좋아요 0 | URL
제발 문턱이 닳도록 다녀야 하는데 사림들이 책을 읽지 않아요. ㅜㅜ
가두 캠페인이라도 해야 겠어요.
꼭 오세요~~~~ 기다릴게요^^
맛집, 커피숍, 반기문 생가 이미 코스 완벽합니다!!

순오기 2014-01-08 03:29   좋아요 0 | URL
닳아지도록~~ 오타 수정!^^

하이드 2014-01-06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와 - 멋집니다!

세실 2014-01-07 09:4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봄이 되면 도서관을 꽃밭으로 가꾸려고 합니다^^

글샘 2014-01-06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
계장과 관장의 차이는 크겠죠?
계장이 더 씀씀이가 큰 직위일 수는 있지만,
마음의 씀씀이는 아무래도 기관장인 직책이 클테니깐요.

재밌게 관장님 생활 잘 하시기를...

세실 2014-01-07 09:4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어감부터 확연히 다르죠^^
지역 주민에게는 관장이라는 직함이 제법 있어보이는듯 합니다. 사실 별거 아닌데....ㅎㅎ
벌써부터 예산을 어떻게 딸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즐기면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착한시경 2014-01-06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세요~^^ 아름답고 따뜻한 도서관이 될 듯 싶네요~ 혹 청주에 있는 도서관인가요?? 구경가고 싶네요~

세실 2014-01-07 09:5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아름답고 따뜻한 도서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청주에서 차로 40분 걸리는 음성도서관이랍니다.
아직은 오시면 안되어요! 봄에 놀러 오세요. ㅎㅎㅎ

수퍼남매맘 2014-01-06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근무하시던 곳에 도서관장으로 가시게 되어 감회가 남다르시겠어요.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높은 분한테는 알아서 서비스를 하는군요. 어쩐지 씁쓸하네요.
이런 문화는 좀 고쳐졌으면 해요. 학교도 아직 이런 문화들이 잔재하거든요.

님도 행복하고, 함께 근무하는 분들도 행복하고, 도서관에 오는 분들도 행복한, 행복 팡팡 도서관 만들어 주세요.

세실 2014-01-07 09:54   좋아요 0 | URL
네. 수퍼남매맘님도 신규 발령지에 관리자로 가실 날이 곧 오겠지요. 감회가 새롭습니다.
아련한 추억처럼 그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음...까마득한 후배라 아직 순수해서 그래요. 제가 나름 포스 있는(?) 선배로 통했거든요.ㅎ
조금 지나면 자연스럽게 없어즐듯요. 제가 그런걸 좋아하지 않으니깐요.

행복 팡팡 도서관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당분간 자료실에 자주 나가있으려고 합니다.


무스탕 2014-01-06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 반가운 소식이에요!
나 '도서관장님이랑 알고 지내는 사이' 됐어요 ^^
정말 축하축하해요~
아.. 정말 조타!!!

세실 2014-01-07 09:56   좋아요 0 | URL
호호호 에이...'내 친구중에 도서관장 있어' 이러셔야죠~~~~
님이 이리도 기뻐해주시니 저도 덩달아 좋아집니다.
아웅 사랑스러운 무스탕님!!
우리 만나야해^^ 음성으로 놀러오세요.

꿈꾸는섬 2014-01-06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세실님 멋진 꿈 이루신 것 축하드려요.^^
미모의 관장님 맞으시죠.ㅎㅎ
우리 동네 도서관장님은 할아버지신데 인자하셔요.^^ 대신 부관장님이 깐깐하시구요.ㅜㅜ
세실님 도서관은 너무 좋겠다는 부러움이 생기네요.ㅎㅎ

세실 2014-01-07 13:4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나이 사십대 후반에도 미모 소리 듣고.....ㅎ
시골일수록 훨씬 관대하죠.
할머니 관장님도 어울리겠죠?
음 예산이 부족해서 제가 몸(?)으로 떼우려고요. 앞치마 하나 사야하나? 호호호

잘잘라 2014-01-06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을 이룬 세실님! 멋져부러~!!! 축하드립니다.
관장님으로서 새로운 꿈도 멋지게 이루어내시기를 응원합니다. ^^

세실 2014-01-07 13:4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참 소박한 꿈이예요. 시간이 흐르면 가능한 꿈^^
그저 생각만 가득합니다. 잘 되겠죠?

qualia 2014-01-07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세실 님 정말 축하드립니다.
알라딘에서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한테 모범이 되어주는 세실 님이시네요.
짝짝짝~ 박수 크게 쳐드립니다.
음, 세실 관장님이 꾸려나가시는 도서관은 어떤 도서관일까요?
아, 정말 궁금한데요.
거기 가서 책 읽으면 뭔가 포근하고 아늑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왜 그럴까요?
아, 거기가 어딜까요?
알라딘에 우연한 계기로 블로그 둥지를 틀고 나서
한 7~8년, 모르는 사이에 훌쩍 지나갔는데요.
그동안 정말 존경스런 분들, 하나 둘씩 뭔가 성취하시는 장면을 많이 봅니다.
정말 훌륭한 분들이십니다.
아, 부러워요. ^^
따스하고 아름다운 도서관, 세실 님 닮은 그런 도서관...
멋지게 잘 운영해나가시길 빌어요~

세실 2014-01-07 13:5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음 예산이 부족해서 아직은 고민만 하고 있습니다. 제가 앞치마 입고 나가서 이용자를 맞이해야 할까 하는?ㅎ
이용자가 원하는게 뭔가를 잘 파악하고 눈높이에 맞추려고 합니다.
프로그램도 심사숙고해서 추진하고.....
따스하고 아름다운 도서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울 2014-01-07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관장님!! 축하드려요^^ ㅎㅎ

음 멋진 도서관이 되겠는걸요.

알라디너들 방 따로 음성돗관에 생겼으면 좋겠네요..수다도 토론도 있는 방들로 들썩거렸으면 좋겠어요.


다시 한번 꿈이루신 것 축하드리구요.

세실 2014-01-07 13:5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이곳에도 알라디너가 계시겠죠? 활동하는 분이면 좋겠네요.
일단 알라디너 오공주를 오시게해서 떠들석하게 만들어야겠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소박한 꿈입니다. 새로운 꿈을 꿀때죠~~~

mira 2014-01-07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릴적 꿈이었는데 ㅎㅎ , 사실 도서관 사서보다는 연인이랑 나란히 따스한 햇살아래서 공부하는 꿈이 더컸지만요. 어째든 이쁜 도서관 만들어 주세요

세실 2014-01-07 13:52   좋아요 0 | URL
그러셨구나~~~ 연인이랑 나란히 공부하는 꿈도 좋죠. 저도 대학때 해봤지요. ㅎㅎㅎ
예산이 수반되는거라 힘들겠지만 노력하겠습니다.
꽃으로 빈 부분을 채우죠뭐~~~~

섬사이 2014-01-07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축하드려요. 새해 첫 좋은 소식이네요. ^^
좋은 관장님을 맞았으니 음성도서관은, 운수대통이네요.
혹시라도 그 부근을 지날 일이 생기면
음성도서관, 기억하고 있다가 들러볼랍니다.

세실 2014-01-07 13:5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섬사이님이 들려주시면 대환영입니다.
맛집, 커피숍 이미 접수했거든요^^
꼭 들러 주세요~~~~ 일부러라도요^^

oren 2014-01-08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는 이런 놀라운 소식을 지금에야 발견했네요. 정말 축하드려요.

저는 어릴 적이나 지금이나 도서관장을 꿈꿔본 적은 없었는데, 이런 저런 책들을 읽어 보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가운데 제법 많은 분들이 '도서관장'으로 일하면서 나중에 훌륭한 작가로 발돋움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세실 님께서 이제 소박한 꿈 하나를 이루셨으니 나중엔 중앙도서관장으로 취임하는 더 큰 꿈도 꼭 이루시길 빌께요~

세실 2014-01-08 23:50   좋아요 0 | URL
음 지역의 작은 도서관 관장은 진짜로 별거 아닙니다. 제가 좀 오버했나요? ㅎㅎㅎ
훌륭한 작가.....의 소질은 전혀 없으니 중앙도서관장으로?
그러나 저는 6급, 중앙 관장은 3급. 최소 소요연수가 12년. 제 잔여기간은 14년. 산술식만 가능합니다 ㅜ
지금부터 꿈을 꾸면 4급까지는 갈까요? 감사합니다^^

2014-01-08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08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09 0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12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4-01-10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도서관에 가고 싶어요. 서울이면 기회가 되면 가 볼 터인데 너무 아쉽네요. 축하드려요.
사십 대 후반에 미모 소리 듣는 게 진짜지요. ^^

세실 2014-01-12 20:30   좋아요 0 | URL
시골 놀러간다 생각하고 한번 오세요^^
사십대 후반으로 보지 않아서 그저 감사할 따름!
맘속으로 '대체 몇살로 생각하는걸까?' 하는 의문도 갖는 답니다. ㅎㅎ

어머 2014-01-16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드려요. 정말 멋지십니다. ^^

세실 2014-01-17 09:2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앞으로 자주 뵈어요~~~

희망찬샘 2014-02-27 0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예쁜 관장님 뵈러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찾아 오는 것은 아닐지...
몰랐습니다. 발령나신 거~
관장님, 축하드립니다!!!
똑부!!! 이야기 며칠 전 들었는데, 세실님이 그러시다니~
더 좋아질 거예요. 도서관이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