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요일 근무중
내 업무도 한해를 마무리 하고 있다. 1년중 한가한 달인 12월에는 프로그램 결과 보고 결재 그리고 내년도 프로그램 계획만 세우면 된다. 1년 단위로 업무의 바쁜 정도를 나누면 12월은 레! 도는 왠지 정지되어 있는 느낌이라 pass.
잿빛 하늘이 뿌옇게 내려앉은 오후 4시. 도서관에는 주말임에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책을 보고 있다. 시험이 끝난 학생들은 모처럼 여유롭게 책을 읽거나, 밀린 봉사 활동을 하느라 바쁘다. 예쁘장하게 생긴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눈에 띈다.
나 : 학생 공부 잘하지?
학생 : 잘 못해요. 중간 정도.
나 : 어떤 과목이 어려워?
학생 : 국어랑 역사가 어려워요.
나 : 오늘 도서관에서 봉사활동하길 참 잘했다. 이제 한달에 두번씩 봉사활동 오렴. 봉사활동 열심히 하고, 끝날때 책을 빌려가는 거야. 방학때 한국단편문학, 단편수필, 과학, 우리나라 역사 관련 책 열심히 읽으렴. 교과연계도서 중심으로 읽으면 좋아. 그러면 3학년때 국어랑 역사 90점 이상 맞을 수 있어.
학생 : 정말요? 엄마한테 봉사활동 계속해도 되나 여쭤 볼게요.
나 : 그래. 꼭 여쭤보고, 선생님이 얘기해준거 그대로 말씀드려!!
(과연 그 애 엄마는 지속적인 봉사활동 허락 할까? 혹시 귀찮아서 하지 말라로 할수도 있겠지)
내년에 지역도서관 관장으로 나가면 하루에 1시간은 자료실에 근무하면서 아이들에게 독서지도를 하려고 한다. 학교에 가서 직접 해도 좋고,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에게 상담겸 독서지도를 해주면 좋을듯하다. 얼마전 보림이 학사자모회를 했는데 '엄마의 정보력'이 참 무색하더라. 아이가 독서활동사항을 어떻게 기록하는지,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를 전혀 모르고 있다. 작은 도움이 될수 있겠지.
2. 읽고 있는 책
<사월의 미, 칠월의 솔 / 김연수>
제목이 이렇게 예뻐도 되는거야?
" 함석지붕집이었는데, 빗소리가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우리가 살림을 차린 사월에는 미 정도였는데, 점점 높아지더니 칠월이 되니까 솔 정도까지 올라가더라."
p.81
혹시 날이 밝으면 이 사람이 감쪽같이 사라지는게 아닐까 걱정이 되어 자다가 깨고, 또 자다가 깨서 얼굴을 들여다보고, 그러다가는 다시 잠들지 못하고, 또 움직이면 그가 깰까봐 꼼짝도 못하고 듣던, 그 빗소리 말이다. 바로 어제 내린 비처럼 아직도 생생한, 하지만 이제는 영영 다시 들을 수 없는 그 빗소리.
p. 90
3. 보림양이 주문한 책
1학년때는 전과목 모두 별볼일 없는 성적을 내던 보림양은 2학년때 문과로 진로를 정하면서 언어 1등급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내신은 턱걸이 1등급이지만, 모의고사는 전교 1등의 성적을 내기도 한다. 언어에 이렇게 탁월 했던거야? 문학과 독서에서 각 1개씩 틀리니 열 받나보다. 언어 만점을 맞고 싶단다. 기특한 딸!
언어는 학원에 다니는 대신 독서평설을 꾸준히 구입해주기로 했다. 규환이도 지금부터 시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