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처럼 유난히 지치고 피곤할 때가 있다. 구름 가득한 날이나 바람 부는 날이면 더욱 그렇다. 마치 물 먹은 솜처럼 몸이 점점 무거워진다. 이런 날엔 기분 전환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세부 다녀온뒤 얼굴에 심한 트러블이 일어나 큰 맘 먹고 끊어놓은 마사지샵에서 얼굴, 등 관리를 받았다. 여전히 피곤하고 흥이 나지 않는다. 뭘할까 고민하다 전부터 하고 싶었던 프렌치 네일아트를 했다. 잦은(?) 집안일에 네일아트가 채 일주일도 견디지 못하지만 당장의 기분 전환엔 최고다.

 

요즘은 매니큐어보다는 젤이 대세라는데 두배 가격의 젤을 할 용기는 나지 않는다. 8시간 정도 조심하라니 집에 도착해서는 마치 보이지 않는 피아노가 있는 것처럼 손만 내밀고 공주처럼 앉아 있었다. 퇴근한 옆지기에게 "나 손톱 때문에 밥 못해" 하니 선뜻 "만두나 먹지뭐, 내가 준비할께" 한다. 오홋 네일아트 덕분에 저녁도 편하게 해결하는구나~ 밤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른쪽 엄지 손가락이 무언가에 쓸려 엉망이 되었다. 

에잇, 딱 4시간의 행복이었다.

 

 

 

 

 

 

 

 

 

 

 

 

5월(아 벌써 5월이라니....) 인문학 서평쓰기 토론도서는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다.

나이 일흔에 사소한 언행으로 고발 당하고, 법정에 서며 결국 사형을 당한 소크라테스의 삶이 참 기구하다. 형을 선고할 501명의 재판관을 추첨으로 선정하고, 그들의 참석율을 높이기 위해 알바비까지 줬다니.....직업은 대부분 한량이란다.

눈부시게 찬란한 봄날, 이 책 읽으려니 더 마음이 아프네.   

 

변명은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신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발당한 소크라테스가 법정에서 한 변호 연설이다.   p.15
소크라테스는 매력 만점의 사나이였다. 그의 주변은 늘 지체 높은 집안의 미소년들로 가득했고, 그와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은 최고의 유명인사들이었다.   p.17

소크라테스의 죄명은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국가가 인정한 신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금으로 친다면 풍기문란죄와 국가보안법 위반 정도가 될 듯싶다.   p.35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5-04-07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생일선물로 젤네일 셋트를 선물 받았거든요, 세실님. 홈쇼핑에서 파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좋다고 발랐는데 이게 지울 때 너무 번거로워요. 샵에서 젤로 관리 받으면 나중에 지울 때도 따로 돈 받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젤이 아닌 평범한 매니큐어가 나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오른쪽 엄지 손톱이 쓸렸다니. 흑. 슬퍼요. 좀 더 오래갔다면 좋았겠지만, 그 네시간이라도 어디에요, 세실님. 그렇지만 네일이 아닌 다른 걸 찾아서 또 행복해집시다.

세실 2015-04-08 15:2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젤은 지울때도 돈을 받더라구요. 아깝긴 하죠? 문제는 요즘은 대부분 젤을 한다네요. 매니큐어 비율은 10%이며 주로 아줌마가 한다는....대학생은 젤하고, 엄마는 매니큐어하는 슬픈 현실.
왼쪽 엄지도 쓸렸어요. ㅜㅜ 양쪽 네손가락은 건재한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어요.

지금은 `소크라테스의 변명`읽고 있는데 재미있네요. 소크라테스가 불쌍하기도 하고.....
역시 늘 한결같은 건 책뿐!!

자몽 2015-04-07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기분전환으로 손톱 관리가 받고싶지만...몸이 안따라주는 관계로다가
미루고 있었는데 세실님 프렌치 네일보니
다시 자극받네요^^

세실 2015-04-08 16:50   좋아요 0 | URL
기분전환엔 네일아트가 최고네요.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누립니다.
대부분 예약제라 하고 싶을때 즉시 할수는 없지만 조금 기다리면 가능합니다.
서둘러 보세요~~~~~

Breeze 2015-04-07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젤 한번 해보고 싶던걸요. 세실님 프렌치 네일도 이뻐요.

세실 2015-04-08 16:51   좋아요 0 | URL
젤은 수명이 오래가며, 바로 활동이 자유로운 장점이 있지요.
단점은 지울때도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
한번쯤은 해도 좋겠지요.
감사합니다^^ 아 캔디와 나의 테리우스~~

cyrus 2015-04-07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월 초인데 오늘 겨울인 줄 알았어요. 어제 비가 내린데다가 바람도 같이 부는 날씨 때문인지 몸이 찌푸듯합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

세실 2015-04-08 16:52   좋아요 0 | URL
오늘도 역시 썰렁한 날씨. 따뜻한 봄은 아직 먼 걸까요? 날씨가 이리 왔다갔다 해서야.....
햇빛 쨍쨍한 날이 그립기만 합니다.
님도 감기 조심하세요요요요~~~

무스탕 2015-04-07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기분 전환이 필요하실땐 `내 나이가 어때서`를 틀어 놓고 궁둥이를 흔들며 크게 노래불러 보세요. ㅎㅎㅎ

세실 2015-04-08 17:09   좋아요 0 | URL
푸하하. 뭐야. 무스탕님. 우리 아직 그럴 나이 아니잖우?
난 주얼리의 원모아타임을 들으면서 흔들겠어요~~~~~ ㅎㅎ

라로 2015-04-08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손톱은 프렌치 스타일이 젤로 좋아~~~! 좀 비싸더라도. 여긴 돈을 더 받드라고~~~~! 어제 손톱을 바짝 잘랐는데 세실 사진보니 좀 후회되넹~~~~ㅋㅎㅎㅎ
그나저나 기분전환 할 줄 아는 세실은 멋쟁이!!!
이제 겨우 4월인데 5월 준비를 하는거임?? 스트레스 받겠네~~~. 난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힘든뎅~~~ 화이팅!!!!

세실 2015-04-08 17:17   좋아요 0 | URL
언니가 좋아할줄 알았어요~~~ 요거 언니도 했었죠? 이뻤어요^^
저도 손톱 그다지 길지 않아요. 짧아도 귀여울듯요.
가끔은 기분전환 필요해요. 네일아트는 최고!!!
책은 늘 한발 앞서가네요. 덕분에 소크라테스의 변명도 읽고. ㅎ
이런. 하루 하루 살아가기도 힘드시긴.....도쿄랑 스페인이 기다리고 있는걸?
전 아무런 여행 계획도 없어요. ㅜㅜ

blanca 2015-04-08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손톱이 귀해 보입니다. 예쁜데요.

세실 2015-04-08 17:1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와 멋진 표현.....
맞아요. 키보드 치는 제 손이 예뻐보여요. 손가락도 우아하게 움직입니다.
행복감이 며칠간은 지속될듯요^^

수퍼남매맘 2015-04-09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죠. 네일 하고 나면 웬지 기분이 업되더라구요.
언젠가는 빨간 네일에 도전해 보고파요. ㅋㅋㅋ
저도 여름에는 발톱에 화장을 하곤 한답니다. 발톱은 손톱보다 오래 가서 좋아요.

세실 2015-04-09 15:16   좋아요 0 | URL
그쵸? 행복해지는 법 중 하나로 올려봅니다.
오홋 빨간 네일? 샘이? 신선합니다. 좋다요~~~
전 열 손가락 따로 따로 네일에 도전해 볼래요.
발톱은 먼 여행가기전 필수로 해요. 여름 한달은 행복하죠^^

희망찬샘 2015-04-16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매니큐어가 하나도 없는데, 희망양은 한가득 있네요. (누가 사 줬는지 원... 아마도 저인 듯도 하고요. ㅎㅎ~)
그거 바르면서 행복해합니다. 그걸 보며 엄마는 에고에고~ 하고요. (아까운 시간에 뭘 하나...)
앞뒤 맞지 않는 엄마의 행동이지요?
열심히 솜씨 갈고 닦으면 엄마도 좀 해 주지 않을까 하고 기다려 봅니다.

세실 2015-04-19 00:11   좋아요 0 | URL
저도 딸아이가 열심히 솜씨 갈고 닦아 해주길 바랬는데 기회는 오지 않더라구요.
의외로 매니큐어에 관심이 없네요. 손재주 없는 엄마 닮아 그런듯요.
희망양 꼭 기대해보세요^^

앞뒤 맞지 않는 엄마의 행동, 우리집도 비일비재 하답니다~~~
 
하루 10분 독서의 힘 - 인생을 바꾸는 순간 몰입 38법칙
임원화 지음 / 미다스북스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우리도서관은 요즘 무면허 부모 탈출하기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나도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라 호기심에 가끔 수업을 듣는데 공부는 왜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선뜻 대답을 못했더니 사회생활을 잘 하기 위해서, 사회에 나가는 준비를 하는 것이라는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신선한 충격이다. 그러면 인문학 관련 책은 왜 읽을까? ‘책은 도끼다의 저자 박웅현은 어느 라디오 방송에서 인문학을 하면 밥이 나옵니까? 라는 짓궂은 질문을 물으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했던 답이 뭐냐 하면 인문학을 해서 밥이 나오는 직업도 있고 그렇지 않은 직업도 있다. 근데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인문학을 하면 밥이 맛있어진다. 라고 그랬습니다. 그러니까 인문적인 촉수가 생긴 사람들은 똑같은 24시간을 더 풍요롭게 산다는 얘기거든요. 그게 인문의 의미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요즘 주말이면 아이를 학원에 픽업하고 인근 카페에서 책을 읽는다. 집보다는 카페에서 책을 읽으면 집중이 잘된다. 특히 대형 카페를 선호하는데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진한 커피는 머리를 맑게 한다. 2시간이면 어렵지 않은 책 한 권은 읽을 수 있다. 얼마 전 서울 출장길에 지하철을 탔는데 대부분의 사람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책을 읽던 풍경은 사라졌다. 독서하지 않는 사람의 뇌는 점점 가벼워지고 열린 사고보다는 단편적인, 폐쇄적인 사고에 머무른다. 독서는 하루하루 견디는 삶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열정적으로 하는 가슴 뛰는 삶을 살 수 있다.

 

하루 10분 독서의 힘(임원화. 미다스북스)’ 의 저자는 대학병원 간호사이며 책으로 꿈을 디자인하는 의미의 책 꿈 디자이너로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녀는 3교대 근무로 심신이 극도로 지쳐갈 무렵 책을 읽으며 위로 받고, 삶의 고난을 극복할 용기와 해결책을 찾았다. 이 책에서 강조한 하루 10분 몰입독서는 10분의 준비과정, 10분의 몰입, 10분의 정리과정으로 이루어진 30분의 집중 독서를 말한다. 바쁜 일상이지만 하루 30분의 독서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루 30분의 독서는 1년에 50권의 책을 읽을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항상 책을 가지고 다니고, 월급의 일정액을 책을 구입하며, 주변사람에게 책을 선물하는 습관은 스스로를 변화시킨다. 집에 나만의 독서공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가끔 이용자가 아이가 책을 읽지 않는다며 조언을 구한다. 아이가 책을 읽게 하려면 엄마가 먼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 거실, 화장실, 주방 등 집안 곳곳에 책을 두는 것도 효과적이다. 아이와 정기적으로 도서관을 방문해서 함께 책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저자는 책을 읽으며 무한한 상상력으로 특별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세상을 나에게 맞춰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세상을 나에게 집중시키고 세상에 두루두루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는 포부를 가졌다. 수동적인 삶을 능동적인 삶으로 전환시켰다. 책을 읽는 사람의 공통점은 어떤 형태로든 기록하는 생활을 하고, 남들과 차별화된 생각과 행동을 하려고 하며,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대체적으로 자존감이 높고 정체성이 강하다고 한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봄날, 가족과 함께 인근 공원 벤치에 앉아 책 읽는 마음의 여유를 갖자.


댓글(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5-04-02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달에 도서관 주간 행사가 많이 열리던데 제 연령에 적합한 프로그램이 많이 없어요. 거의 부모님과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맞춰져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나마 남녀노소 모든 연령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독서 퀴즈나 영화 시청이 전부인 것 같아요. 젊은 세대도 참여할 수 있는 도서관 행사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

세실 2015-04-07 09:32   좋아요 0 | URL
호호호 도서관에 주로 이용하는 고객이 엄마와 아이니까요^^
작가강연회도 할텐데요~~ 그나마 도시는 예산이 많아 다양한 행사 추진이 가능한데 시골도서관은 열악하네요. 우리도서관에선 선착순 대출이용자에게 마이 보틀 줘요~~ 알라딘에서 힌트^^
그외 독서퀴즈, 이영경작가 강연회.....청년층(?) 프로그램은 역시 없네요.

페크pek0501 2015-04-03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는 사람들은 그게 습관인 것 같아요. 읽는 사람만 읽는 이유입니다.
책이 있어 밥만 맛있는 게 아니라 휴식 시간도 달콤해지죠.
책은 어려운 삶도 견디게 해 주는 약이이에요.
그런 점에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축복받은 인생을 사는 것이에요. ^^

세실 2015-04-07 09:36   좋아요 0 | URL
그동안 산만한 독서를 했는데 이 책 읽고는 의식해서 몰입독서를 하게 됩니다.
진도가 훨씬 빨리 나가요~~~~~
달콤한 휴식시간....따분한 일상은 우리에겐 없는거죠^^
축복받은 인생, 암만요^^ ㅎㅎ

요즘은 캘리그라피 하느라 책읽는게 조금 소홀해지긴 했지만, 그만큼 몰입독서를 하려구요.
캘리도 재밌고, 독서도 재밌고~~~~
 
날마다 하나씩 버리기 - 아무것도 못 버리는 여자의 365일 1일 1폐 프로젝트
선현경 지음 / 예담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햇살 가득한 봄이 오니 집안을 정리하고 싶어졌다. 오랫동안 이사를 가지 않아 책, , 이불, 그릇, 화분 등 온갖 물건들로 넘쳐났다. 집안에 살림 도구가 너무 많다. 서랍에는 아이들 어릴 적 쓰던 크레파스, 필통 등 학용품이 즐비하다. 물건을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버릴 방법을 찾다가 도서 '날마다 하나씩 버리기(선현경. 예담)'를 읽었다. 만화가 이우일의 부인이기도 한 선현경의 글은 간결하고 담백해서 좋다. 일본의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인 마스다 미리와 닮았다.

 

이 책은 저자가 1년 동안 실천한 '하루에 1가지씩 버리기' 프로젝트다. 물건을 버리며 추억을 꺼내기도 하고 글과 그림으로 남기며 자신만의 이별 의식을 치른다. 지인에게 선물 받은 양말, 과월호 잡지, 유행 지난 옷, 굽 높은 구두, 더 이상 쓰지 않는 모자, 색색의 원석들이 박혀 있는 목걸이 등 저자는 매일 하나씩 버리며 추억을 이야기한다. 여행하면서 산 목걸이, 티셔츠, 장식품들은 그 당시엔 예뻐 보이지만 일상에서 하기는 대부분 부담스럽다. 그녀는 여행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친구를 만날 때 주렁주렁 매달고 나가 예쁘다고 하는 사람에게 기꺼이 선물한다. 내게는 더 이상 필요 없지만 누군가에게 유용한 물건이 된다면 소소한 기쁨이다.

 

저자는 지금은 입지 않는 빈티지 패딩 점퍼, 회색 개더스커트를 정리하며 친구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학창시절에 이 옷을 좋아해주었고, 늘 붙어 다니며 모든 걸 공유하던 관계지만 몸이 멀어지면서 마음도 멀어짐을 슬퍼한다. 친구라도 서로 노력하지 않으면 관계는 서서히 멀어진다. 헤어지고 만남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지만 가슴 한 구석에 아린 기억으로 남는다.

얼마 전 우리 집 거실을 정리했다. TV 거실장 옆에 놓여있던 2단 책꽂이는 서재로 옮겼다. 책꽂이가 있던 자리에 원목 책상을 놓고 나만의 공간으로 꾸몄다. 늦은 밤 그 곳에서 성경 필사를 하거나 일기를 쓴다. 책상위에 놓여있던 빈 화병 두개는 도서관으로 가져가 허전한 공간에 두었더니 도서관이 조금 더 따뜻해졌다몇 년 전, 도서관 행사 진행을 위해 큰 맘 먹고 산 원피스는 길이가 짧고 입을 때 마다 불편해서 과감히 친구에게 주었다. 피아노 위, 책장 위에 놓여있던 오래된 액자들은 사진만 보관하고 액자틀은 버리고 나니 공간이 쾌적해졌다. 

 

내게 필요 없는 물건은 기꺼이 다른 사람에게 주어야겠다. 조만간 악세서리도 정리해서 하나씩 떠나보내야겠다. 저자처럼 사람들 만날 때 주렁주렁 달고 나가 예쁘다고 하면 선뜻 내어줄까? 언젠가 선배의 팔찌가 예쁘다고 하니 즉석에서 선뜻 내어주는 그 마음에 감동했는데 나도 지인에게 기쁨과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하나씩 버리기 시작하면서 식료품 외에는 물건을 사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최소한의 도구만 소유하고 욕심내지 말아야겠다. 한 권의 책이 내 삶의 방향을 제시할 때가 있다. 책속에 길이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가슴에 와 닿는다.

 

 


댓글(13) 먼댓글(1)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세실님이 준 진주 팔찌
    from You Held My Heart 2015-03-28 08:46 
    세실님이 기억 못 하는 것 같아서. 이번 한국 여행에서 오공주를 만났을 때(프야님은 스페인 가고 없어서 안타깝;ㅠㅠ) 세실님이 하고 나온 팔찌를 보고예쁘다고 했더니 흔쾌히 벗어서 준 것.그날 이후로 늘 착용하고 다닌 다우~~~.^^세실이 착용하던 것이라 그런지 더 애착이 간다는!!고마와, 세실님!! 알랴뷰!! ♥♡❤ (아이콘 인터넷에서 찾아서;;;ㅋ)
 
 
세실 2015-03-27 1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와 페이퍼를 정리하다가 리뷰로 옮겨 놓고 싶어서.......읽는 분들은 식상하겠다^^

yamoo 2015-03-27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리기를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럽습니다. 전 잘 버리지 못하거든요~ㅜㅜ
책도 그렇고, 옷도 그렇고, 신발도 그렇고...차고 넘치는 데 버리질 못하니...이사할 때 헬이됩니다..ㅜㅜ

저도 가볍게 살고 싶습니다...^^;;

세실 2015-03-27 16:44   좋아요 0 | URL
전 이 책 읽고 잘 버리게 되었어요. 이번주엔 옷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1년동안 입지 않은 옷, 신발은 과감히 버려주는.....ㅎ (말은 이렇게 하지만 조금 비싼 옷은 아까워서 버리지 못해요)

야무님 우리 함께 노력해요^^

하늘바람 2015-03-27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버리고 정리하기 시작했는데요
티가 안나요님

세실 2015-03-27 16:46   좋아요 0 | URL
티가 날 정도로 버리긴 저도 힘들어요.
언니가 울집에 오면 하는 말......`좀 정신없어! ` 합니다. 미워!! ㅎㅎ

페크pek0501 2015-03-27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상하지 않사옵니다. ^^

세실 2015-03-27 16:46   좋아요 0 | URL
호호호 페크님 감사해요^^ 책 한권을 가지고 몇번 쓴거 같아서요~~

꿈꾸는섬 2015-03-27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버리는 연습도 필요한 것 같아요. 저도 버리기습관을 들여야겠어요.

세실 2015-03-27 16:48   좋아요 0 | URL
잘 버리는 연습 중요하죠. 단 버리고 후회하지는 말아야겠지요.
버리기 습관....같이 해요^^

cyrus 2015-03-27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에서 법정 스님의 무소유 사상의 향기가 느껴져요. 스님도 하나씩 비우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정작 저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

세실 2015-04-01 16:25   좋아요 0 | URL
그렇죠~~ 법정스님이 우리에게 진정으로 바라셨던....무소유^^ 우린 참 많은 것을 소유하고 살죠.
조만간 이사갈듯한데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오늘부터 열개씩은 버려야할듯 합니다.

마녀고양이 2015-03-30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봄 맞네요.
이상하게도 봄이 되면 대청소하고 싶어요, 언니도 그러시군요! ^^

그러게요, 저도 즉석해서 제 것을 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싶다가도
제 물건에 애착이 하도 심해서 어렵겠다 싶기도 하고. 나비 언니의 페이퍼와 엮어서 보니 더욱 따스하네요.

세실 2015-04-01 16:27   좋아요 0 | URL
맞아요. 대청소.....옷, 이불, 베란다, 구석 구석...(쓸데없는) 물건이 참 많더라구요.

전 읽은 책에 대한 애착도 덜 해지긴 합니다. 주위에서 읽고 싶어하면 잘 줘요.
읽고 나면 다시 읽지 않으니 최소(10권) 권수만 빼면 다 줘도 좋을듯요.
물론 아직은 다 주지는 못합니다^^ ㅎㅎ
 

*

 

도서관은 1년에 한번 운영위원회를 연다. 지역의 저명(?) 인사를 위촉해 도서관의 주요업무와 현안 사업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 형식적인 행사로 치우칠까봐 나름 도서관에 실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분으로 위촉했다. 교육청에서 도서관 및 평생교육을 담당하는 장학사, 군청의 도서관, 평생교육 담당 팀장, 인근 초등학교, 중학교 교장선생님, 신문 기자, 지역청소년지원센터장, 문인협회 지부장, 어린이집 원장 등이 위원이다.

 

이번 회의의 주요 안건은 '영유아실 설치 및 현관 리모델링'과 '향토자료코너 설치'이다. 우리도서관은 안타깝게도 영유아실이 없다. 유모차에 태워 온 아기들이 편하게 앉아서 책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것이다. 어린이실에 작은 의자가 있기는 하지만 5분도 앉아 있기 어려운 아이들에게는 불편한 대상이다. 군수님과 교육장님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만족할 만한 예산을 받아 올해 8,9월에는 공사가 시작된다. 어제 운영위원들은 장기적인 비전으로 규모를 크게 할 것을 주문했다. 전면 통유리로 할 예정이라는 제안에 통유리는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우니 잘 생각하라는 조언과 선진 도서관 견학을 통해 알찬 도서관으로 거듭나길 바란다는 주문도 했다.

 

향토자료코너 설치는 작년 건국대 글로컬캠퍼스에서 열린 추계학술대회에 토론자로 참석하면서 관심을 가졌다. '향토문화콘텐츠와 도서관'이라는 주제로 열렸는데 우리나라 도서관의 향토문화콘텐츠를 살펴보고는 도서관에서의 향토문화 콘텐츠는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2013년 일본 나가사키 도서관에 갔을때 사서가 자랑스럽게 보여주던 서고의 보존자료를 보고 깜짝 놀랐다. 수백년전 자료가 비치되어 있고 행사 리플렛, 도서관 안내지까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모습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가고 현재를 보려면 시장에 가며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에 가라'는 말이 있지만, 도서관은 과거, 현재, 미래를 알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나는 도서관내 향토자료코너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공간이 협소해 소량만 비치 가능함을 안타까워 했다. 위원들은 문화의집이나 군청보다는 도서관에서 향토자료를 볼 수 있는게 바람직하다면서 전적으로 나의 의견에 동조했다. 공간 부족은 많은 자료를 비치하기보다는 꼭 필요한 자료를 구비하면 된다는 위로의 말도 한다. 군지, 각 읍.면지, 지역의 향토축제 관련 백서를 비치하라고 제안한다. 기증도서를 받는 방법부터, 자신들의 집에 있는 자료를 제공한다는 고마운 분도 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이 와 닿는다. 혼자의 힘보다는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가 모일때 큰 힘을 발휘한다. 나 혼자만의 생각이 함께 나누면서 실현 가능한 결과로 다가온다. 나비 효과속 나비의 날개짓처럼 작은 움직임이 큰 변화를 가져온다. 어제는 사서라서 행복한, 의미있는 하루였다. 이제 잠시 쉬면서 다음 일을 생각하자. 나는 직장에서는 일할때 비로소 행복해진다.

 

알라딘 박스를 받는 순간부터 설레임은 시작된다!

 

 

 

 

**

 

네이버를 검색하다 읽은 박웅현의 서재에서,

 

인문이란 삶을 대하는 촉수

 

삶을 대하는 촉수라고 생각해요. 저는. 지금 제가 얘기하는 인문은. 그러니까 '평범하기 짝이 없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속에서 가슴의 울림판의 울림을 가져올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인문적인 훈련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예요. 저는. 그러니까 그런 면에서는 어떤 일을 하건 우리가 살아나가는 데서 인문적인 훈련은 되게 중요하다라는 거죠. 그 인문적인 훈련을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촉수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죠. 카잔차키스입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나는 온몸이 촉수인 동물이 되고 싶다'라는 얘기를 했어요. 그러니까 그러면서 하는 말이 단순히 그 시각만이 아니라, 시각, 청각, 후각 다 포함해서 똑같은 멜론을 만져도 이 멜론을 만지는 이 손이 더 민감하고. 뭐 똑같은 와인을 마셔도 그 와인을 소믈리에처럼 더 예민하게 볼 수 있고. 똑같은 바람을 맞아도 이 바람이 축복인지를 알 수 있고. 똑같은 계절의 변화를 겪으면서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인문적인 촉수가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그게 생활의 인문적인 태도 같고요.

 

그런 면에서 저는 인문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고 그렇게 본다면 자명하죠. 인문이 왜 중요하냐?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니까 중요한 거죠. 그래서 이게 더 제일 쉬운 예 같은데, 어느 라디오 방송에서 '인문학을 하면 밥이 나옵니까?'라는 짓궂은 질문을 물으셨습니다.' 하며 물었어요. 그래서 제가 했던 답이 뭐냐하면 "인문학을 해서 밥이 나오는 직업도 있고 그렇지 않은 직업도 있다. 근데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인문학을 하면 밥이 맛있어진다."라고 그랬습니다. 그러니까 인문적인 촉수가 생긴 사람들은 똑같은 24시간을 더 풍요롭게 산다는 얘기거든요. 그게 '이 인문의 의미다'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라로 2015-03-27 0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정갈하고 잘 정리된 세실의 글을 아침부터 만나니 바쁘게 우왕좌왕 했던 마음이 차분 해지는 듯~~~.땡큐^^
그나저나 인형이 제법 크네??? 보림이 주면 좋아하겠네??(자기를 위해 산 것일 거란 생각을 부정하며;;;;ㅋㅎㅎㅎㅎㅎ)

세실 2015-03-27 09:48   좋아요 0 | URL
늘 힘을 주는 아롬님이 참 좋아요.
어제 늦은 밤 투썸 플레이스에서 `하루 10분 독서의 힘`을 몰입해 읽으며 제 미래를 설계했다요^^
기대하세용^^
저 인형은? 울 도서관 예쁜 이용자 주려고 뒀는데 보림이 줄까요?ㅎㅎ
절 위해 산건? 아 그 생각 못했다. 전 이제 저보다 아이들을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어요. ㅜ

페크pek0501 2015-03-27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유리, 말인데요. 제가 아파트 살아서 아는데 여름에 더운 건 맞지만 (그런데 맞바람 때문에 괜찮아요.)
겨울엔 (남향일 경우) 따뜻하답니다.
저도 유리가 추울 줄 알았는데 겨울에 찜질방처럼 덥더라고요. 햇볕 열이겠지요. 난방 효과 있어요. 참고하시길...

인문학을 하면 밥이 맛있어지는 것, 그걸 저도 잘 아는 1인이어요. 랄라~~ ^^

세실 2015-03-27 16:51   좋아요 0 | URL
여름에 자외선이 좀 걱정되더라구요. 유아들 햇빛에 과도하게 노출될까 하는 우려가 있어요. 두꺼운 암막을 달아야 하나 고민도 해봅니다. 겨울에 찜질방처럼 더운 아파트에 살고 싶어라~~~~ 전 아침, 저녁으로 집에 들어가니 좀 추워요. ㅜ

밥이 맛있어지고, 감성도 살아난다는거~~~~~우리는 잘 알지요^^ 랄라 룰루~~ㅎㅎ
 

 

*

모임을 하는 여러 명 중에 더 정이 가는 사람이 있듯이 도서관 이용자 중에도 유난히 정이 가는 사람이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강사, 수강생과는 대체적으로 잘 지내지만 개인 공부하러 오는 취업 준비생과 친해지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 만나면 고개 숙이며 인사하는 직원과 이용자의 보편적인 관계에 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와 K는 다르다. 대학을 졸업한지 1-2년이 지났지만 고등학생 또는 대학 신입생 같은 풋풋함으로 나를 만나면 큰 소리로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이 신선하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B와 경찰시험을 준비하는 K는 초, 중, 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단짝친구로 대학때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났다. 밥도 같이 먹고, 화장실도 같이가며 운동도 함께 하는 둘은 마치 고등학교때 짝꿍처럼 늘 깔깔거리며 소리내어 웃는다. 조용한 도서관이 시끌 시끌하다. 가끔, 오후 네시면 직원들과 간식 타임을 하는데 둘을 데려와서 함께 먹는다. 햇살이 따가운 오후 2시쯤 졸릴때면 슬쩍 불러내어 인근 카페에서 라떼를 마시며 휴식의 시간을 갖는다. B와 K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조언을 해주고, 나는 조급해 하지 말고 공부를 즐기라고 당부 한다. "관장님 봄이 되니 초록이 보고 싶어요. 도서관에 식물 놓아 주세요" 하는 말에 당장 2층 로비에 나무를 들여 놓았다. 사시사철 푸른 조화 한 그루를 놓으니 싱그럽다. 시험에 합격하면 떡 돌리라고 하니 '당연하죠' 하는 말에 미소 짓는다. 때로는 딸처럼, 동생처럼 대하며 힘을 실어준다. 올해는 꼭 합격해서 맛있는 떡 먹어보자.

 

 

 

**

 

그런가 하면 안타까운 이용자도 있다.  

지적 장애가 있고 심하게 말을 더듬는 스물 셋의 L은 도서관 디지털자료실에 컴퓨터 하러 온다. 잘 씻지 않아 몸 냄새가 심하고, 다른 이용자의 ID를 이용해 하루종일 컴퓨터를 한다. 다행히 요즘은 장애인 복지회관에 나가 오후 5시 이후에 온다. 자료실에 근무하는 직원이 '머리 감고 샤워하고 와라, 다른 사람 ID쓰지 말라' 해도 집에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는다거나 비누가 없다고, ID는 모르는 일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안쓰러운 마음에 직원이 비누도 주고, 가끔은 머리를 감겨 주기도 했지만 늘 제자리걸음이다. 

 

해드셋을 사용하고나면 냄새가 심해 이 친구를 위한 전용 해드셋도 준비해 두었다. 얼마 전, 심하게 냄새를 풍기며 온 L에게 직원은 씻고 오라고, 안 그러면 컴퓨터 못한다고 강한 어조로 이야기 했다. L은 그 길로 교육청으로 쫒아가 도서관 직원이 불친절하게 대했다며 신고하러 왔다고 했단다. 내가 L을 불러다 놓고 어르고 달랬지만 소용이 없다. 결국 교육청 계장님에게 전화해서 L이 오면 혼내주라고 했다. 그후로 L은 교육청에 가지 않는다.

 

오늘, L은 장애인협회에 가서 도서관 직원이 불친절하다고 해고 시킬 방법은 없냐고 물었단다. 직원이 비누와 샴푸를 제공하고, 개인 이어폰까지 주며 친절하게 대해준것은 잊고, 냄새 난다고 씻고 오라고 말한것만 서운해하는 L의 태도가 안타깝다. 교육청과 장애인협회에 가라고 부축인 사람도 아쉽다. 아이 몸에서 냄새가 나고 씻지 않는걸 방치하는 부모도 참.....
민원인 상대하기 힘들어하는 직원도 안쓰럽다. L이 오면 내가 상대한다고 했지만, 지금까지의 전적으로 볼때 내 말도 무시할듯. L은 저 하고 싶은대로 한다. 옆에 다른 이용자기 있어도 자기 말을 들어줄때까지 책상을 손으로 '통통통통' 계속 치며, '저....저....저....저' 하는 L이 오늘은 참 밉다. 마음 같아서는 집에 컴퓨터 한대 놓아주고 싶네. (그럴 여유가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L을 어찌해야 좋을까?  직원들은 남과 다름이 안쓰러워 웬만하면 원하는 걸 들어주려고 노력하지만, 열번 친절하다 한번 불친절하면 서운함을 강하게 표출하는 그의 사고가 참 실망스럽다. 도서관에서 무작정 다 받아주어야 할까?       

 

***

 

오후 4시, 내일 진행할 도서관 운영위원회 일이 마무리 되었다. 위원들 앞에서 소개할 주요업무계획 PPT를 만들고, 인사말을 작성했다. 대학원에서 매주 PPT 만들던 노하우는 아직 녹슬지 않았다. 결재만 하기 보다는 일을 할때 나는 엔돌핀이 생긴다. 리더보다는 참모 스타일인가?

   

가끔 도서관에서 여유가 있을때 1시간 정도는 책을 읽는다. <하루 10분 독서의 힘>은 내 책꽂이에 꽂혀 있던 책이다. 언제 이런 책이 있었지? 저자 임원화는 간호사 출신으로 현재 책꿈 디자이너로 활동한다. 10분 몰입독서를 강조하는데 10분 독서가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책꿈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신선하다. 강의 들어보고 싶네. 마치 자기개발 강사인듯(?)도 하다.   

 

나도 새롭게 시작할 때.   

 

 

  책 읽기 가장 좋은 곳은 침상, 말 안장, 화장실이다.

  책을 읽고자 하는 뜻이 진실하다면 장소는 문제될 게 없다.

          - 구양수 (중국 송나라의 정치가, 문인)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로 2015-03-24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완전 감동!! 머리까지 감겨주는 관장님이라니!!! 이거 신문에 나야 하는 스토리 같은 걸??? 그나저나 좋은 점도 있지만 관장하기 쉽진 않구만요!!! 그래도 이쁜 관장님이 마음까지 알훔다우니 음성 도서관이 유명해 지는 건 시간 문제!!!! 싸랑해 세실님~~~~자랑스럽다 !!!!!!❤️

세실 2015-03-25 13:19   좋아요 0 | URL
어머나....주어가 빠져서 그렇구나. 에이 저는 스물세살의 총각 머리를 감겨줄 수 있는 너그러움을 갖고 있진 않죠. ㅎㅎ 울 직원이 감겨주었어요. 혼돈 드려서 죄송!!!!!
이 총각 엄청 미워요.......이따 5시에 자료실에 가보려구요.

2015-03-24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25 1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5-03-24 2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타까운 상황이네요. 최선을 다하는 세실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세실 2015-03-25 13:4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요런 이용자가 2명 있어요.
도서관이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이용자도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태도가 필요하죠.

개인주의 2015-03-24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직업인 이십니다. ^^

세실 2015-03-25 13:42   좋아요 0 | URL
음 때로는 고생스럽기도 합니다. 사서고생하는 사람=사서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3-24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이 글을 읽으니 옛날 일이 생각나네요. 아마 그 친구도 L 과 비슷하고 씻지 않고 다니는 점. 그리고 시끄럽게 구는 것도 그 친구와 같군요. 제가 그 친구를 알게 된 계기는 휴게실이었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데 누가 와서 담배 하나만 빌려달라곻ㅏ더군요. 깜짝 놀랐던 이유는 대개 무엇을 말할 때 보통 1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말하는 데 이 친구는 30센티미터 앞까지 오더군요. 그래서 알게 됬는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습니다.이 친구는 지리`만 공부했습니다. 신기했죠. 까만볼펜으로 페이지 하나 전체를 지우는 방식으로... 왜 그러냐고 물으니 자기는 지리`를 잘 모른다는 겁니다. 내용인 즉슨. 대입시험 후 면접 볼 때 지방대 면접볼 때 상행선을 타야 하는데 거꾸로 하행선을 탔다는 겁니다.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눈 뜨니 부산쪽으로.. 그때 가슴이 아프더니 사람들이 자기를 미쳤다고 말하더라고... 하여튼 세실 님 글 읽다가 문득 그 친구생각이 났네요...


세실 2015-03-25 14:17   좋아요 0 | URL
음 그 친구는 한마디로 기인(?)이네요. ㅎㅎ
시골 도서관에 근무하니 기인 또는 도인들이 몇분 계시네요.
1년내내 옷은 갈아입지 않아 냄새 심하고, 머리는 산발을 하고, 고무신 신고 댕기며 도서관에 와서 어려운 책 옆에 두고 빡빡이 하시는 분, 오전, 오후 6시간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여자 아이돌 그룹 공연 보면서 고개 끄덕이는 분......참 다양한 사람이 있네요.

우리네 삶은 너무! 똑똑해도 안될거 같아요.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것도 필요할듯요^^
그저 건강함에 감사하는 하루 하루 입니다. 애들도 혼 내키지 말아야지. ㅎㅎ

yamoo 2015-03-25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관장님이십니다!!!

그리고 L은....뭐시냐...닥치고 족쳐야 하는데....에휴~ 그럴수도 없고...난감한 캐릭터입니다..ㅎㅎ

세실 2015-03-25 14:18   좋아요 1 | URL
호호호 제 자랑 아닌데요^^ 감사합니다.
L은 마음 같아서는 안보이는데 끌고 가서 막 때려주고 싶더라니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에게는 절대 그러지 말라고 했습니다. ㅎㅎ

페크pek0501 2015-03-27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일을 하든지... 어떤 직업을 갖든지... 스트레스는 따르기 마련인가 봐요.
힘내시라고 파이팅 외쳐 드리고 갑니다. ^^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앞으로 100번...

세실 2015-03-27 16:52   좋아요 0 | URL
스트레스는 늘 도처에 있는듯요. 그걸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겠지요.
이 친구는 정말이지.....앞에서는 네네 하고 뒤에서는 교육청을 쫓아가니....
목하 고민중입니다. 근데 답이 없어요.
고집이 쎄서 남의 말을 듣지 않네요.

아....백번 좋아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