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인생의 베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7
서머셋 모옴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을 하늘이 투명하다. 가을에는 딱딱한 책 보다는 말랑말랑한 소설이 좋다. 그동안 세계문학전집은 지루하다는 고정관념으로 멀리 했는데 요즘 책의 깊이와 읽는 맛이 느껴지는 고전문학이 끌린다. 주말에 가끔 중고서점에 들러 전집을 수집하는 즐거움도 누리고 있다. 책 표지와 형태가 동일한 전집은 책장에 꽂아두면 빛이 난다. 최근에 서머싯 몸의 인생의 베일(민음사)’을 읽었다. 서머싯 몸은 의학을 전공했지만 소설가의 꿈을 키웠다. 그의 대표작은 달과 6펜스’, ‘인간의 굴레’, ‘면도날’ 등이 있다.

 

철학자 강신주는 감정수업에서 잔혹함에 대한 감정을 다루면서 이 소설을 예시로 들었다. 주인공 키티는 바람둥이 찰스와 외도한 사실이 들통 나자, 남편 월터에게 그동안 당신을 사랑한 적이 없다고 도리어 화를 낸다. 아내의 외도와 당당함에 화가 난 월터는 그녀에게 잔인한 말을 한다. “나는 당신에 대해 환상이 없어. 나는 당신이 어리석고 경박한 데다 머리가 텅 비었다는 걸 알고 있었어. 하지만 당신을 사랑했어. 당신의 목적과 이상이 쓸데없고 진부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 당신이 이류라는 것도 알고 있었어. 하지만 당신을 사랑했어.” 결국 월터는 키티에 대한 복수와 잔혹함으로 콜레라가 발생한 도시로 데려가고 의사로서의 사명감에 충실한다.

 

삶이 무료했던 키티는 사람이 죽어가는 도시에서 수녀원의 고아들을 돌보며 의미 있는 삶을 시작한다. 동료 수녀와 환자들이 죽어가는 그곳에서 늘 한결같이 고아를 챙기는 원장 수녀의 모습을 보면서 키티는 숭고한 사랑의 감정도 느끼게 된다. 원장수녀는 키티에게 마음을 얻는 방법은 딱 하나입니다. 자신이 사랑을 주고 싶은 대상처럼 자신을 만들면 되지요.” 라는 말을 남긴다. 시간이 흐르고 키티는 월터과의 관계를 회복하지만 그는 콜레라에 전염되어 죽는다. 키티는 늦게나마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홀로 남겨진 아버지와 남은 여생을 보낼 준비를 한다.

 

이 책은 허영과 욕망이라는 인간의 굴레를 극복해가는 주인공 키티의 아픈 성장을 통해 진정한 사랑, 용서와 화해, 그리고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성장소설이며 러브스토리다. 사랑 없이 나이에 떠밀려 결혼한 키티에게 찰스는 불꽃같은 사랑을 깨닫게 해준 존재로 생각했다. 그러나 키티가 손을 내밀 때 찰스는 망설임 없이 외면한다. 사랑이라고 굳게 믿었던 관계는 한때의 어긋난 욕망이었다작가는 주인공 키티의 관점에서 여자의 일생을 다루면서 감정이 다양하게 변화하는 과정을 다뤘다. 첫 만남의 설렘, 결혼, 배신, 갈등, 용서, 화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소설은 페인티드 베일이라는 제목으로 세 번씩이나 영화화 되었다. 얼마 전, 배우 나오미 왓츠와 에드워드 노튼 주연의 오래된 영화를 봤다. 영국의 고풍스러운 풍경과 결혼 후 살게 된 중국의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펼쳐진다. 소설과 영화는 다른 빛깔로 여운을 남긴다. 소설이 주인공의 심리에 주안점을 두었다면, 영화는 주인공의 절제된 감정과 시각적 풍경의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췄다. 대부분 원작보다 영화가 못하지만, 인생의 베일은 소설 읽는 즐거움과 영화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충족시킨다. 깊어가는 가을, 깊이 있는 한 권의 고전 소설을 읽고 동명의 영화로 만나는 즐거움을 만끽해도 좋겠다.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15-10-02 16: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우리 삶은 베일에 가려져 모호하지만 다채로운 감정들, 경험들이 그려지지요. 고통과 행복의 색채까지도 어쩌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감각 영역의 안팎에서 제 빛을 내고 있을지도‥ 삶이 내게 복수를 하고있다면 나를 돌아보고 재정비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성장하는 키티(나오미 와츠까지도)의 모습이 아프기도하고, 아름다웠어요. 다시 보고싶은 책과 영화^^ 이 영화 속 에드워드노튼 참 인상적이지요. 다른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특히나.

세실 2015-10-03 17:54   좋아요 0 | URL
다채로운 강정, 경험들이 삶을 더 성숙하게 하겠지요. 강신주가 뭐든지 직접경험을 많이 하라는 말이 요즘 제 맘에 맴돌고 있습니다.
키티보다 현명하고 지적인 월터의 복수가 야속하지만, 그냥 현재에 머무를수는 없겠지요.
대가를 크게 치른 둘이지만, 키티의 미래는 좀더 따뜻하고 흔들리지않는 삶이 될듯합니다.
에드워드 노튼! 많이 불쌍했어요~~ 자기만의 색이 있 는...

페크pek0501 2015-10-02 1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읽으셨군요. 저도 이 소설을 읽고 페이퍼를 올린 적 있어요.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지 않나요?
독자를 지루하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사색적인 문장을 쓰는 작가지요.
영화로는 못 봤는데 보고 싶군요.
같은 책을 읽는 우리, 참 좋습니다. ^^

세실 2015-10-03 17:58   좋아요 1 | URL
페크님 글과 강신주 감정수업 덕분에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한편의 드라마처럼 흡입력 굉장했어요~~
영화도 따뜻합니다. 풍경 스케치가 아름다워요~~~ 참 우아한 나오미 와츠! 허리는 늘 꽂꽂하게 세워주는 센스^^

라로 2015-10-03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깔끔하고 세련된 리뷰 덕분에 안 읽었어도 읽은 것 같다는!!!!! 영화도 찾아봐야지!!

세실 2015-10-03 18:02   좋아요 0 | URL
늘 힘이 나는 댓글 감사합니당~~ 책은 벌써 읽었는데 리뷰 쓰기는 참 힘들었어용. 요즘 에너지가 고갈된 느낌?
영화 굿이어요~~~

라로 2015-10-04 04:20   좋아요 0 | URL
이사 갈 때가 된 거야!!!
암튼 내년 올거지???? 나도 돈을 모아야겠다~~~~ㅎㅎ 신난다!!👍😆❤️

세실 2015-10-04 08:16   좋아요 0 | URL
이사....팔려고 내놓은 땅도 아파트가 들어선다니...
참 희한하게 꼬여요.
내년 8월말 9월초! ㅋ

moonnight 2015-10-03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에드워드노튼주연의 그 영화가 무려 오래된ㅠㅠ;;;세번이나 영화화된 건 몰랐어요@_@; 세실님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세실 2015-10-03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7년도에 나왔으니... 시간 참 빠르죠?
중국의 작은 강을 배경으로한 풍경이 참 예뻤어요~~ 어디서나 꽂꽂하게 서있는 나오미 왓츠도 그렇고ㅎ
가을에 어울리는 책이랑 영화네요~~~

yamoo 2015-10-03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 님의 <리뷰>로 읽는 <인생의 베일> 좋군요!

세실 2015-10-04 08:16   좋아요 0 | URL
이번 리뷰는 쓰기 힘들었지만 이렇게 힘을 주시니 용기가 생깁니다. 리뷰는 책 읽고난 직후 바로 써야...ㅎ

2016-04-05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참 좋아요. 최근에 인생의 베일 추천받고 읽어보려구요. 페인티드베일은 저도 참 인상깊게 봤어요.나오미왓츠의 원피스가 하나같이 멋지더군요.^^
 
소크라테스의 변명 - 진리를 위해 죽다 주니어 클래식 2
안광복 풀어씀 / 사계절 / 200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도서관에 인문학 서평쓰기 모임이 시작된 지 8개월이 지났다. 처음엔 가벼운 책 읽기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깊이 있는 독서 모임으로 자리 잡았다. 인문학이라는 주제답게 문학, 역사, 철학 관련 책을 읽고 있다. 회원들은 선정도서를 미리 구입해서 정독하며 느낀 점을 진지하게 발표한다. 대부분 난이도 있는 책을 선정해서 걱정했는데 밑줄까지 그어가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5월 토론도서는 소크라테스의 변명, 진리를 위해 죽다(안광복 풀어씀. 사계절)’ 이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제목은 수없이 들었지만 정작 읽어본 적이 없다. 고전은 누구나 그 가치를 인정하는 책이지만 누구도 읽지 않는 책이라는 말이 있다. 접하기는 어렵지만 오랜 세월에도 가치를 잃지 않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삶의 진리를 닮고 있다.

저자인 안광복은 고등학교 철학교사다. 그는 청소년이 읽을 수 있는 쉬운 문체로 변명에 대해 알기 쉽게 해석했다. 전문은 40페이지 내외로 짧고 쉽게 읽힌다.

 

변명의 큰 흐름은 소크라테스가 멜레토스라는 인물에게 고발당해 500명의 재판관 앞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변호 연설이다. “소크라테스라는 현자가 있다. 그는 하늘의 일을 고민하고 땅의 온갖 것들을 탐구하며, 약한 논증을 강한 논증보다 더 강하게 한다.” 소크라테스는 일흔의 나이에 법정에 서게 된다. 죄명은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신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다.

소크라테스는 재판관을 향해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정의로운 판단을 해야 한다며 일침을 가한다. 다른 나라로 추방당해도 젊은이들을 양심적으로 가르치는 일은 멈추지 않는다는 다소 도전적인 변론을 한다. 결국 유죄 선고를 받고, 선고 후에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아 사형집행을 받는다.

 

그는 정의로운 사회 구현과 젊은이의 무지를 깨우치려 노력했던 현자였다. 스타덤에 오르고 싶은 젊은이들이 유명 인사를 큰 죄명을 걸어 고소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 상황에서 사형집행은 참으로 가혹한 형벌이다. 변론은 많은 이야기를 제공한다. 외적으로는 500명의 재판관이 여러 차례의 변론을 듣고 최종 판단을 내린다고 하지만 대부분 저명인사가 아닌 아르바이트로 고용된 사람이었다. 그들의 별 볼일 없는 자질은 위대한 철학자를 잃은 것이다. 250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당시 재판관들에게 불명예를 안겨주고 정의롭지 못한 사람들로 낙인 찍었다.

 

소크라테스는 비판적 지식인이었다. 사회는 예스맨보다는 비판적 지식인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그대들 스스로를 최대한 훌륭하게 만드는 것입니다라는 자신과 사회를 훌륭하게 만들려는 귀 기울임과 노력이 필요하다.

 

변명의 핵심은 첫째, 먼저 무엇이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것이다. 둘째, 넓은 안목을 가지고 과연 자신이 제대로 살고 있는지를 반성해 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변 여건에 휘둘리지 말고 냉철하게 자신의 길을 찾으라고 말한다. 스티브 잡스는 소크라테스와 한나절을 보낼 수 있다면 애플이 가진 모든 기술을 그것과 바꾸겠다는 말을 남겼다. 아름답고 올바르게, 현명하게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냉철한 이성이 나의 삶의 모든 부분을 통제할 때 우리는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 이성이 제대로 작동하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동정심에 호소할 필요도 없다. 그는 동정심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다. 만약 이성적 판단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렇다면 더더욱 동정심 같은 감정에 호소해서는 안된다. 용기와 만용을 구분하지 못하는 친구처럼 그는 정의로움과 동정심을 구분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릇된 행동에 대해 관용을 베푸는 것은 처벌할 때보다 그 사람을 더욱 망칠 수도 있다. 후진국일수록 법과 원칙보다는 동정과 인정이 더 판친다는 점을 명심하라. 그렇다고 그 나라들이 더 살기 좋은 나라인것도 아니다.

소크라테스의 철학은 주지주의로 분류된다. 주지주의란 이성적 앎과 판단이 어떤 것보다 소중하다고 여기는 주장을 말한다. '변명'은 머리로만 읽는 책이 아니다. 가슴을 울리는 감동도 있다. 그러나 그 감동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까지도 던져 버릴 수 있는 냉철한 이성에서 온다. 이성이 올곧게 인도하는 감정, 이것이 소크라테스가 생각하는 '호소력 있는 감정'이다. 소크라테스는 차고도 명료한 이성의 아름다움을 극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15-05-08 15: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문학서평쓰기 아주 잘 이어지고 있군요. 회원들도 열심이지만 현명한 관장님 역할도 클 거라 생각돼요. 굿!

세실 2015-05-09 07:00   좋아요 0 | URL
굿모닝, 프야언니! 어제 새벽 2시에 잠들었는데 이 시간에 깼다니ㅜ 늦잠도 못 자는 직장인의 비애. (습관이 무서워요)
회원이 열명은 고정 멤버가 되었어요^^
저도 조금 도움이 되겠지만, 멘토 역할을 하는 남자가 한명 계셔서ㅎㅎ

양철나무꾼 2015-05-08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아요.
변명 안읽어도 될 정도로 명료한 리뷰인걸요.
저 아무래도 세실님 도서관 있는 동네로 이사가야할까봐요~^^

세실 2015-05-09 07:01   좋아요 0 | URL
신문에 쓸 서평이라 내용도 충실히 썼어요^^ 늘 땡큐!
여기로 오시면 제 주치의도 되주시고 생각만으로도 행복합니다^^

라로 2015-05-09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당한 길이의 훌륭한 글입니다요~~~^^ 멋진 관장님이라니!!!

세실 2015-05-09 17:56   좋아요 0 | URL
늘 감사해요. 언니~~
잘 지내시는거죠? 요즘 카톡방에도 안들어오시궁... 보고싶다요!

페크pek0501 2015-05-10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릇된 행동에 대해 관용을 베푸는 것은 처벌할 때보다 그 사람을 더욱 망칠 수도 있다.˝

세실 님 덕분에 배우고 갑니다. 이 책 읽었는데 기억이 나질 않아 낯선 책 같군요.
책은 긴 시간을 두고 두 번은 읽어야 할 것 같아요.
노년엔 책을 사지 않고, 읽었던 책을 재독하며 보내야겠어요.

세실 2015-05-11 09:46   좋아요 0 | URL
페크님 굿모닝~~~
주말이 짧은 이유는 평일(월-금)이 길어서래요.ㅎㅎ

틀린것은 틀리다고 하는 용기가 필요한데.... 쉽지 않아요.

전 그래서 처음에 한번 읽고, 밑줄 그은 부분 한번 더 읽어봅니다. 그리고 다음엔 밑줄 그은 부분만.......
페크님 말씀 굿인걸요. 근데 우리같은 책욕심쟁이는 신간도 궁금할듯요. ㅎㅎ
 
논어정독
부남철 역주 / 푸른역사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서로 근무하면서 마음먹은 일중 하나는 도서관에 학부모 독서회를 만드는 것이다. 도서관이 바뀔 때마다 독서회를 조직하고 리더 역할을 하면서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은 보람된 일 중 하나다. 지난 9, 우리도서관에 인문학 서평쓰기 모임을 개설했다. 제목이 거창해서 신청자가 없을까 걱정했는데 12명이나 모였다. 개강 첫날 참여하게 된 동기를 묻는 질문에 인문학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귀농해서 답답했는데 도서관에 독서토론 프로그램이 생겨서 좋다는 뜨거운 반응이다. 첫 책으로 다소 무거운 도올 김용옥의 중용, 인간의 맛을 선정했는데 책에 밑줄 긋고, 포스트잇을 붙이며 읽는 모습에 감동했다. 지난 모임에는 친분 있는 김이설 작가에게 재능기부를 부탁하고 강연회를 열었는데 미리 책을 읽고 온 회원들의 질문과 사인회, 각자 준비한 음식을 나누는 시간은 따뜻했다.

 

금년 마지막 토론도서는 동양철학의 고전인 논어정독(부남철 역주/ 푸른역사)’을 선정했다.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의 저자 신정근은 공자의 논어는 커피로 치면 부드럽고 여러 맛을 깊게 느끼게 하는 카페모카의 맛이라고 했다. 논어에는 절차탁마”,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과유불급등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했던 글이 나온다. 그저 어렵게만 느껴졌던 논어가 의외로 쉽게 읽히는 이유다. 동양철학의 기본은 논어라는 말에 수긍이 간다. 동양철학은 딱딱하고 어렵다는 편견을 잊게 해주었다.

 

공자는 제자들과 중국의 여러 나라를 다니며 자신을 등용해줄 왕을 찾았으나 아무도 불러주는 이가 없었다. 정치에 뜻을 두고 끊임없이 정계 진출을 꿈꿨지만 결국 이루지 못했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고 잘하지 못함을 근심하라고" 이야기했지만  정작 본인은 “나를 알아주지 않는 구나하며 한탄하는 모습은 안타깝다. 어느 현명한 왕이 공자를 등용해서 함께 정치를 도모했다면 태평성대를 누렸을텐데......

 

논어의 핵심은 인()이다. “공자가 생각하는 인은 글자 그대로 두 사람이 완전히 하나가 되는 것이다. 서로 피가 통하고 신경이 통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하나의 몸이 될 수 있도록 사랑하는 것이다. 그런 사랑을 자기가 주도하는 것이다. 그 사랑의 일차적 대상이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기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자존심, 자신감, 자기 몸과 명예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등이 그런 것이다사랑의 대상은 일차적으로 자기 자신이며, 부모님과 가족, 나아가 타인을 사랑하는 것이다. 공자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행위가 공부이며 첫 장이 학이(學而)로 시작하는 이유라고 한다

 

나이가 들어가지만 여전히 가치관이 혼란스럽고 뚜렷한 자기관을 정립하기 어렵다. 친구, 이웃, 사회생활의 관계 맺음에 어려움을 느낀다. 논어를 읽으면서 관계맺음, 직장생활의 애매모호했던 것들이 정돈되는 느낌이다. "제가 원치 않는 것을 다른 사람이 저에게 하지 말아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저도 다른 사람이 원하지 않는 것을 가하는 일이 없게 하겠습니다."는 선배 또는 상사로서 아랫사람에게 지켜야 할 예의다. "관직이 없음을 근심하지 말고 직무를 맡아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근심하라. 다른 사람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고 알아줄 만한 실력을 구비하라."는 조금은 나태해져 있는 나를 채찍질하는 말이다. 직장생활에서 특정한 일을 하고 나면 누군가 나를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고 때로는 알아주지 않음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묵묵히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면 나를 들어내지 않아도 보상이 따르는 것을 경험했음에도 조급할때가 있다. 논어를 읽으며 나의 부족함을 채워 나간다. 이제는 매사에 좀 더 느긋해지고, 좀 더 이해심이 많아질 것을 믿는다.     

 

<근사록>에 보면 '공자의 논어를 읽어서, 읽기 전과 읽은 후나 그 인간이 똑같다면 구태여 읽을 필요는 없다.' 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논어를 읽으면서 참 행복했고 몇 구절은 기억하려고 포스트잇을 붙여가면서 소리내어 읽었다. 카프카의 도끼처럼 논어는 내 머리를 주먹으로 쳐서 잠을 깨운 책이다. 당분간 논어에서 헤어나지 못할듯 하다. 만나는 사람마다 논어를 추천하며, 논어의 글들을 인용해서 아는 척을 할 것이다. 내 지인들은 어쩌면 지겨워 할수도.....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물선 2014-12-06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서 시구나. 제 옛 직업이네요. 김이설 작가랑 지인이시구나. 페북에서 잠못자고 올라가신다 했던 그 일인가도 싶구요.

세실 2014-12-06 23:13   좋아요 1 | URL
그러셨어요? 지금은 어떤 직업이실까요?
전 가끔은 가지 않은 길을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저 천직이려니 하고 좋아하려고 애쓰며 산답니다.

라파엘 2014-12-06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사록까지 읽으셨군요 ~ 멋지세요 ㅎㅎ

세실 2014-12-06 23:14   좋아요 0 | URL
읽은건 아니고, 이 구절만 기억하고 있답니다^^
요즘 제 수준보다 나은 책을 읽으려고 노력중입니다. ㅎㅎ

보물선 2014-12-06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공회의소 입사를 자료실 사서로 했죠. 전공이었구요. 2002년쯤 자료실이 축소되서 일반부서로 전직했어요. 정보화팀, 행사팀 거쳐, 지금은 유통조사해요. 전공과는 멀어졌지만, 견디어낸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세실 2014-12-06 23:22   좋아요 1 | URL
그러셨구나.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대학도 가끔 도서관이 아닌 일반부서에 근무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전 그저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답니다^^

보물선 2014-12-06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서직이 다소 지루함도 있지만, 좋은점도 많죠. 퇴직후엔 봉사활동 갈라구요.

세실 2014-12-07 07:25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긴 하죠~~~
전 퇴직하면 놀러다니고 취미생활할거예요^^ ㅎ

책을사랑하는현맘 2014-12-07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동네에도 그런 독서모임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런거 건의하면 보통 관장님이 참고해 주시나요? ㅎㅎ

세실 2014-12-07 07:26   좋아요 0 | URL
당연하죠~~ 혹시 유사한 독서모임이 있을수도 있구요^^
꼭 건의하세요~~~

순오기 2014-12-07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논이 읽는 엄마들~ 그림만 떠올려도 즐거워요.
실제로 본 그녀들은 더 멋졌고...^^
리더가 어떤 마인드냐에 따라 동네나 도서관도 많이 달라지는 걸 체감하며 살아요!!

세실 2014-12-07 07:29   좋아요 0 | URL
실시간 댓글^^
일어나자마자 북플 보는 저!ㅎ
논어에 대해 간단히 강의해준 분이 있어서 도움도 되었답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조금씩 변화하겠죠?

순오기 2014-12-07 14:40   좋아요 0 | URL
논어~를 논이라고~~내가 오타를~^^
다음 화욜밤 조국 교수가 광주에 와요~ 아이 좋아라!!

세실 2014-12-09 10:08   좋아요 0 | URL
넘 부러워서 울고 싶어요. ㅜㅜㅜㅜㅜㅜ
역시 앞서가는 광주!!!
my 조국교수^^ ㅎㅎㅎ

말리 2014-12-07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도서관에도 독서모임이 세개 있어요. 두개가 주부독서모임 하나는 주말의 직장인 모임. 전 주부 독서모임인데 요즘 좀 고민이 있어요. 다양한 내력을 가지신 분들이라 수위조절이 힘들어요. 인문학책은 좀 힘들어 하고, 그렇다고 여행서나 계발서를 줄창 읽을수는 없고. 소설도 주로 현대소설을 좋아하고 고전은 무거워하고. 전 혼자 읽기 조금 버거운 책을 함께 얘기 나누며 읽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고요. 선호하는 분야별로 모임이 각각 있으면 좋겠다 싶은데 여기 상황이 그러기에는 좀 힘들것 같고요. 관장님이 함께하는 모임은 어떨까 궁금하네요 ^^

세실 2014-12-07 10:43   좋아요 1 | URL
주부독서회가 두개면 내년에 하나는 인문학 책읽기로 하자고 건의하심이...
책은 자신의 수준보다 조금 높게 읽어야 발전하거든요.
저도 혼자 읽기 버거운 책을 선정합니다. 아직은 제맘대로 선정하고 회원들은 따라옵니다.
조금 힘들다 싶을때 세계문학을 다루려고요. 개츠비나 오만과편견으로.. 회원들께 상의드려 보세요^^

말리 2014-12-07 16:15   좋아요 0 | URL
전 1년 반 정도 되었는데 대부분은 몇년씩 되었어요. 반은 친목, 반은 독서, 뭐 그런 분위기. 다른 독서회는 더 오래된 회원들로만 되어 있어 신입은 잘 어울리기 힘든 구조라고 하더군요. 공적모임이 너무 돈독한 관계로 인해 사적으로 살짝 변한것 같아요. 올 한해 책이나 발제,토론을 약간 변형시켜 보았는데 많이들 힘들어해서 자꾸 빠지는 부작용이;; 어떤 모임이든 들어오고 나가고 순환구조가 되면서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하고 있습니다. 역사도 필요하지만 신선한 피와 새로운 바람이 조직을 살아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세실 2014-12-09 10:06   좋아요 0 | URL
맞아요. 큰 도서관에는 오래된 독서모임이 있어요. 전에 근무하던 도서관에도....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도 배척하고, 고인 물....그나마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수준있는 독서모임으로 성장하느냐, 그냥 계모임이 되느냐가 관건이죠. 그럴땐 담당사서가 관여하는것도 좋을텐데.....

우린...제가 사회를 봅니다. 책 선정도 제가 하고요.
그동안, `중용, 인간의 맛`, `책은 도끼다`, `선화(작가강연회)`, `논어정독` 읽었어요.
1월엔 `백석평전` 하려구요.
다들 어렵다고는 하지만 나름 즐기고 있습니다^^ 소장하는 즐거움도 누리네요.

간단하게 책 소개 하고 돌아가면서 느낌 나눠요.
마지막으로 해박하신 한분이 계셔서 논어에 대해 써머리를 해주시네요.
다들 포스트잇 붙이고 밑줄 긋고...의욕이 많아요.
내년엔 서평에 주력해서 지역신문에 글도 내려고 합니다.
그리고 차후에는 책도 한권 발간해야겠죠? ㅎㅎ

섬사이 2014-12-07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 생각보다 꾸려나가기 힘들던데, 유능한 관장님이 이끄시니까 잘 되나봐요. ^^
예전에 주부들이 모여서 독서모임을 했었는데, 책들을 잘 안 읽어오시더라구요.
밑줄 긋고, 포스트잇까지 붙여가며 책을 읽어오신다는 구절에서 저도 같이 감동했어요.

세실 2014-12-07 10:45   좋아요 0 | URL
전 사서로 들어오면서 주부독서회를 만들어 부담은 없답니다. 회원들 수준을 고려해서 한달은 철학, 한달은 문학으로 해요.
한달에 한권의 책은 꼭 읽어야될텐데...
두분 정도만 성실하면 나머지는 따라오던걸요^^

수이 2014-12-07 1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겨워도 좋으니까 이렇게 좋은 책 권해주는 지기가 옆에 있다면 그거야말로 행복한 일 아닐까 해요. 세실님. 이 책은 이래서 좋고 저 책은 저래서 좋고 이 책도 읽어봐, 저 책도 읽어봐_ 하면서 말이죠. 마흔이 되면 공자를 읽을 때, 더 늦추면 손해_ 라고 남편 친구가 이야기해서 그렇다면 난 딱 마흔 되면 읽을래! 한 말이 어쩐지 민망해지는걸요. 아 그나저나 세실님이 계시는 도서관 주부독서회에 가입하고 싶은걸요. :)

세실 2014-12-07 19:55   좋아요 0 | URL
울 독서회원들이 아직은 야나님 맘 같더라구요. 제가 추천해준 책은 다 좋다구ㅎ 흐뭇하긴 합니다.
논어 기회되면 꼭 읽어보세요. 관계맺기에 큰 도움되실거예요.
야나님 오심 두 팔 벌려 환영할털데요. 저도 아쉽네요.
이번에 두명이 몸이 아파 쉰다고 해서 살짝 침체되었거든요. 열다섯명 유지가 목표예요^^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지음, 김정아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새롭게 출간한 펭귄클래식판 '오만과 편견'은 한정판으로 발간했고, 표지가 빨간 꽃무늬 천의 하드커버로 되어 있어 소장 가치가 있다. 책을 들기만 해도 신입생때 몇 권 가슴에 끼고 다닐때의 우월했던 감정이 떠오른다. 얼마전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영화를 보면서 책을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표지에 끌려 한정판이라는 유혹으로 망설임없이 구입했다.         

 

상당한 재산을 소유한 독신의 남자는 아내가 필요하게 마련이다. 이것은 다들 인정하는 진리입니다. 이러한 진리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으므로, 이런 남자가 어떤 동네에 이사를 오면, 그 남자가 무슨 마음을 먹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고 해도, 동네 사람들은 그 남자를 자기 딸 자식이 차지하기에 마땅한 재산으로 여깁니다.

 

소설 '오만과 편견'은 고전으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역사적, 시대적 배경이 없다. 대부분의 고전은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나 '안나 카레니나' 처럼 시대적 상황과 어우러져 내용이 전개되는데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베넷가 자녀의 결혼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저자의 생몰 연대를 참고하면 18세기 말인데 이 즈음 영국은 평온한 일상이 이어진듯 하다. 베넷 부인의 최대 목표는 좋은 집안, 돈 많은 집안에 자녀를 결혼시키는 것이다. 베넷가 딸들의 일상은 공부하느라 찌들기 보다는 그저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 파티에 참석하고 친척집으로 장기간의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나도 이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단순하면서 지금보다 훨씬 만족도 높은 삶을 살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물론 엘리자베스처럼 부르조아 계급에 태어나야 하는 전제가 따르겠지만.

 

다섯명의 딸은 제인과 엘리자베스, 메리와 캐서린, 리디아로 양분된다. 제인과 엘리자베스가 외모도 아름답고, 지적 수준도 있는데 반해 메리는 오로지 책만 읽거나 캐서린과 리디아는 남자와 외모에만 관심있는 우둔한 아이들로 묘사된다. 베넷씨와 베넷씨의 아내는 상반되는 성격으로 베넷씨가 교양을 갖춘 온화한 아버지라면 부인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푼수 아줌마다.

 

베넷 씨는 재기 발랄함과 냉소적인 기질, 내성적인 기질, 충동적인 기질이 묘하게 뒤섞인 인물이라 23년을 같이 산 아내도 베넷 씨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아내의 머릿속을 이해하기는 비교적 쉬웠습니다. 베넷 씨의 아내는 머리도 나쁘고, 아는 것도 없고, 변덕스러운 여자였습니다.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자기가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라고 믿었습니다. 평생의 일은 딸들 시집보내기였고, 평생의 낙은 이웃집에 놀러 다니면서 소문 퍼뜨리기였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다. 엘리자베스의 소탈함과 활달함, 다아시의 오만함 뒤에 보이는 판단력과 학식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기폭제가 된다. 연인 관계의 시작은 나의 부족한 면을 상대가 갖고 있을때 시작된다. 옆지기와 처음 만났을때 '태백산맥', '장길산', '토지'를 읽었다는 말에 반해 밤 12시까지 책 이야기를 하며 결국 헤어질때는 손까지 잡았던 그때가 떠오른다. 나보다 똑똑하다는 선망이 결혼까지 이어지게 했다. 베넷 부인의 푼수 기질과 남자 꽁무니만 쫓아 다니는 동생들의 방탕한 행실은 결혼에 걸림돌이 되지만, 다아시의 오만과 엘리자베스의 편견이 무너지면서 해피앤딩의 결말이 된다.

 

'오만과 편견'은 우아하면서 아름다운 로맨스 소설이다. 자칫 통속적으로 흐를 수 있는 사랑이 주제이지만 여류 소설가의 섬세함이 묻어있는 등장인물의 세세한 성격 변화는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고전으로 자리매김하는 자양분이 되었다. 경어로 번역된 문체는 신선함과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어 읽는내내 행복했다. 나라면 그 상황에서 이렇게 했을텐데 하는 감정 몰입이 되어 마치 소설속 주인공으로 빠져드는 느낌도 들었다.  

 

곧 대학생이 될 딸은 이제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간다.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 스스로 판단하고 대처해야 하지만 현명한 판단을 하리라 믿는다. 특히 연애에 있어서는 준비없이 시작하기 보다는 관련 책을 읽어 넓은 시야와 유연한 사고를 가졌으면 한다. 이 책 외에도 서두에서 언급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안나 카레니나', '위대한 개츠비', '사랑의 기술'을 추천했다. 엄마의 바람과는 달리, 딸은 요즘 그동안 보지 못한 TV와 스마트폰에서 떠날줄을 모르며 가끔 베르나르의 '개미'를 읽고 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퍼남매맘 2014-11-19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따님이 이번에 수능 봤지요. 좋은 결과 있기를 기원합니다.

세실 2014-11-20 17:37   좋아요 0 | URL
넵 감사합니다.
벌써 발표 났어요. 약한 곳에 합격해서 그저 아쉽기만 합니다.....

프레이야 2014-11-25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만과 편견, 표지부터 사랑스러워요. 펭귄클래식^^

세실 2014-11-25 14:41   좋아요 0 | URL
그쵸? 헝겊이라 감촉도 부드러워요^^ 지난주 집 책장 정리하다보니 민음사 오만과 편견도 있네요. ㅎ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4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에 군대에 있는 조카에게 책을 선물했다. 박웅현의책은 도끼다와 톨스토이의안나 카레니나그리고 밀란 쿤데라의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골랐다. 도서 선택은 이모의 개인적인 취향을 담았지만 조카가 삶의 지침서가 되는 좋은 책을 읽고 제대 후 이성과의 만남에 혜안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 작용했다. 대학에 다니면서도 책을 거의 읽지 못했던 조카는 이모 덕분에 책을 읽는다며 다음에 보내줄 책을 기대하고 있다

 

조카에게 책을 보내면서 우리 집 책장 안쪽에 꽂혀 있던 빛바랜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저)’을 다시 읽었다. 대학 때 이 책을 읽기보다는 전시용으로 겨드랑이에 끼고는 자랑스럽게 걸어가고는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그녀는 겨드랑이에 책을 끼고 거리를 산책하는 것을 즐겼다. 책은 그녀에게 19세기 멋쟁이들이 들고 다녔던 우아한 지팡이와도 같았다. 책을 통해 그녀는 남과 자기를 구분 지었다.’가난한 과부의 딸이며 시골 레스토랑의 종업원이었던 테레사에게 책은 희망이자 미래를 밝혀줄 한줄기 빛과 같았다.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토마스가 읽고 있던 책안나 카레니나는 테레사가 어제 읽던 책이었고, 도시에서 온 묵묵히 책만 읽던 눈빛과 지적인 모습의 토마스는 테레사를 영혼이 있는 세계로 데려다줄 운명의 남자가 된다.

 

사랑의 역사는 그 후에나 시작되었다. 그녀의 몸에서 열이 나는 바람에, 그는 다른 여자에게 그랬듯이 그녀를 돌려 보낼 수 없었다. 그녀의 머리맡에 무릎을 꿇고 앉아 불현듯 그녀가 바구니에 넣어져 물에 떠내려와 그에게 보내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은유가 위험하다는 것을 나는 이미 말한적이 있다. 사랑은 은유로 시작된다. 달리 말하자면, 한 여자가 언어를 통해 우리의 시적 기억에 아로 새겨지는 순간, 사랑은 시작되는 것이다.                                  p.324

 

이 책은 제목에서 오는 무게감과 두께로 읽기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토마스와 테레사, 사비나와 프란츠의 사랑이야기가 중심축을 이룬다. 돈후안적인 인물이며 이상주의자였던 토마스는 테레사에게 연민을 품게 되고, 테레사를 위해 의사라는 안정된 직업을 버리고 트럭 운전사로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게 된다. 시골에서 소박한 생활을 하는 토마스와 테레사는 서로를 의지하며 삶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넘어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토마스의 연인이었던 사비나는 소설에서 자주 거론된보이는 것,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편협한 시선인 키치의 세계를 싫어했지만 어느 순간 테레사와 토마스의 순수한 사랑을 부러워하며 키치의 세계를 인정한다. 사비나의 새로운 연인이었던 프란츠는 소련의 침공으로 혁명, 변화, 투쟁이 한창인 체코의 프라하를 동경하며 안정된 교수직을 버리고 혁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든다. 그렇게 네 사람은 각자 자신이 머물고 있던 삶에서 간절히 원했던 새로운 세상으로, 또는 원하지 않았으나 자연스럽게 또 다른 세상으로 흘러갔다.

 

내용의 큰 흐름은 사랑이야기이지만 소련의 침공을 받고, 레지스탕스들이 지하운동을 하며 투쟁을 하는 프라하의 소용돌이 속 정치, 역사, 니체의 영원회귀사상까지 아우르는 묵직한 주제도 다루고 있다.

 

책은 도끼다의 저자 박웅현은이 책이 왠지 어렵고 부담스러웠다면 단 한 가지, 토마스와 테레사의 사랑만 기억해도 좋을 책입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결코 가볍지 않은 사랑이야기이니 말입니다.’라고 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4-05-03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07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