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알라딘 헌책방 순례는 수년 전 종로에서 시작되었다. 그리하여 많은 헌책방을 전전하였다. 물론 내가 사는 산본에는 거의 매일 같이 들른 적도 있다는 건 비밀도 아닐 것이다.

 

오늘은 인천 계산점을 털었다. 시간이 없어 들르기 전에 정한 딱 4권의 책만 사리라고 결심하고 달려갔다. 언제나 그렇지만 나에게 시간은 항상 부족하다. 느긋하게 서가를 훑을 만한 그런 여유는 눈꼽만큼도 없다. 빨리 사서 총알 같이 튀어 나와야 한다. 오래 전 배다리 헌책방을 누비던 시절이 참으로 그립구나.

 

사진 속 비루는 이웃 설해목님의 여행 블로그를 보고 나서, 답사 다니던 시절 생각이 나서 냉큼 편의점에 뛰어가 한 깡통 사왔다. 예전에 하룻 저녁에 그리스식 하프 치킨을 안주 삼아, 식스팩 정도는 가비얍게 해치우던 시절 생각이 나는구나. 사실 식스 팩이라 쓰고 열두병 짜리 팩이었다고 고백하는 바이다. 뭐 그 땐 그랬지.



세계문학마다 편애하는 출판사가 있는데, 나의 경우에는 을유문화사가 그렇다. 아니 그리고 보니 오늘 산 세 권의 책 모두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책이로구나. 일단 나는 하드커버다. 최근 문동에서 세문 하드커버를 없애서 참으로 아쉽기 짝이 없다. 그동안 문동세문은 항상 하드커버로만 사들였었는데, 나의 낙이 하나가 사라졌도다.

 

다행히 을유문화사에서는 고전적 스타일의 하드커버판을 계속해서 내주기 때문에 내 애정하지 않을 수가 없고나. 알프레트 되블린의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은 민음사 그리고 시공사 버전도 있었지만 나는 을유문화사 버전을 기다렸고 마침내 사냥에 성공할 수가 있었다. 다만 이렇게 묵직한 책일 줄은 미처 몰랐네. 자그마치 711쪽이나 된다. 하지만 나는 두 번 생각할 것 없이 바로 도전에 나섰다. 왠지 모르게 하인리히 뵐의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렇다. 꼴랑 50쪽 정도 읽어서 전반적인 썰을 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느낌이다. 여튼 주인공 프란츠 비버코프란 녀석이 문제적 인간이긴 한 것 같다.

 

나는 열심히 비루를 흡수하고 있는 중이다. 아주 열심으로.



자자 다음은 아시아 제바르의 <프랑스어의 실종>이다. 뒤늦게 인스타에서 을유문화사 서평단 진행하는 걸 알고서는 어찌나 아쉬웠던지. 그런데 그 다음에 신청하는 족족 떨어지는 바람에 앞으로 을유문화사 서평단은 신청하지 않는 것으로. 내가 또 포기는 기가 막히게 빠르지 아니한가. 그냥 이렇게 헌책으로 나올 때까지 기다린 다음에 사서 보거나 아니면 도서관에서 보는 것으로. 예전에는 책에 낙서 하나 없이 보곤 했었는데 요즘에는 톰보우 4B 연필로 밑줄을 좍좍 긋고, 메모도 왕창한다. 지난 달 달궁모임에서 우리 두목 삽하나님은 앨리스 먼로의 <거지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구절마다 밑줄 긋고, 메모한 것을 보고 비슷한 느낌을 받으셨다나 어쨌다나...

 

어쨌든 이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도서관에서 아시아 제바르의 다른 소설 <사랑, 판타지아>를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기 시작했는데 애석하게도 끝까지 못 다 읽었다는 것. 내가 또 프랑스 역사에서 아픈 상처라고 할 수 있는 베트남 전쟁과 알제리 전쟁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아니하던가. 전자에 대해서는 그나마 다양한 자료가 있지만 후자는 정말 자료도 관련 서적도 빈약하다. 이번 참에 좀 해갈이 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알제리 전쟁>도 봐야 하는데...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도 구해서 초반을 조금 보았는데 어찌나 선동적이든지 이 영화를 보면 당장 거리로 뛰쳐 나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마지막 주자는 바로 <티토 : 위대한 지도자의 초상>이다. 재스퍼 리들리라는 작가가 쓴 책이러고 하는데 절판된 책이다. 그러니 상태에 상관없이 바로 업어왔다. 당연히 두 번 생각할 필요 없이.

 

내가 티토를 알게 된 것은 한국일보-타임 라이프에서 나온 <2차 세계대전> 시리즈를 통해서였다. 내가 전쟁사에 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아니한다. 중학생 시절엔가 아버지를 따라서 청계천 책방거리에서 10권 짜리 셋트를 사온 것을 계기로 죽어라고 그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시리즈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불과 십년 전만 하더라도 그 책들을 헌책방에서 권당 5,000원에 살 수 있었다. 지금은 시세가 어떤지 알 수가 없다. 친구네 집에 놀러 가서 그 녀석이 보지도 않은 책들을 자랑하는 걸 보고는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진 것이 있었다. 정말 그 녀석이 부러웠다.

 

암튼 그 시리즈를 통해 알게 된 지금은 없어진 나라 유고슬라비아의 국부로 추앙 받는 전설적인 빨치산 두목 티토에 대한 책이라고 하니 사지 않고 배길 재간이 있나 그래. 몇 달 전부터 노리고 있던 책인데 다행히 오늘까지 팔리지 않아 내 손에 넣을 수가 있었다. 바로 이런 게 헌책 사냥의 즐거움이 아니었던가.

 

서문을 조금 읽어 보았는데 걸출한 공산주의자 티토의 족적을 호치민과 저우언라이의 그것에 비유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러시아 혁명을 비롯해서 대독일 빨치산 투쟁 그리고 비동맹 노선을 걸으면서 부르주아 자본주의에 반대하면서 동시에 붉은 악마 스탈린의 소련에도 반대한 깡다구 넘치는 정치 지도자의 초상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적이면서도 동시에 위대한 정치적 파트너로 인정한 처칠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흥미진진만 독서가 될 거라느 느낌이 빡 온다.

 

나의 5월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뱀다리1] 알라딘에서도 봉투값을 받기 시작했다. 100원 더 내고 봉투를 샀다.

 

[뱀다리2] 2만원 이상 사면 뽑기로 적립금 받는 행사에서 1,000원 당첨이 됐다. 나랑 뽑기랑은 정말 인연이 없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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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_Bird 2019-05-07 0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 노리던 책이 절판본인데 득하는 쾌감은 설명이 불가하죠. 득템, 아니 득책 축하드립니다! XD

레삭매냐 2019-05-07 10:2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어른이날 선물이었네요.

설해목 2019-05-07 0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놔~~ 정작 저는 어제 비루를 마시지 못하고 그냥 뻗었스니다. ㅎㅎㅎ;;;
한동안 알라딘 중고에는 잘 안갔는데 간만에 저도 알라딘 중고 나들이 해야할 것 같아요.
절판된 책을 만나게 되는 그런 행운이 저에게도 있기를 바라며~~ ^^

레삭매냐 2019-05-07 11:12   좋아요 0 | URL
예전에 매장에 구하던 책이 있다는 걸
온라인으로 확인하고 갔는데도 그 사이에
누군가 사가셨더라는...

빅토르 위고의 책을 사고 싶었는데 세상에
진중문고 장서인에 도서넘버까지 떡하니
붙어 있는데도 팔리고 있더군요.

제가 그런 책 가져 갔으면 바로 검수요원
에게 뻰찌 먹었을 텐데 말이죠 흠...

비루는 참으로 시원했습니다.

coolcat329 2019-05-07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ㅋ순간 웃음이 나왔습니다. 얼마전 책정리하면서 당분간 책은 그만사고 묵은책 읽겠다는 글을 읽었는데요
또 다시ㅎㅎ

레삭매냐 2019-05-07 13:26   좋아요 1 | URL
네 제가 그런 닝겡이랍니다...

나는야 도리? ㅋㅋㅋ

coolcat329 2019-05-07 1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을유문화사 세문은 몇 권 없지만 저도 참 마음이 가더군요^^

레삭매냐 2019-05-07 13:26   좋아요 1 | URL
오늘 아침부터 아시아 제바르의
<프랑스어의 실종> 읽고 있는데
참 정감이 가네요...

모르고 있던 나라 알제리에 대한
이야기가 감칠맛이 나네요.

cyrus 2019-05-07 15: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제야 알라딘이 봉투 값을 받기 시작했네요. 봉투가 필요 없는데, 자연스럽게 봉투를 꺼내드는 직원들의 행동을 볼 때마다 불편했어요. 직원에게 ‘봉투 필요 없어요!’라고 반드시 말해야지 직원이 봉투를 꺼내지 않아요. 여태까지 알라딘 서점에 가면서 직원이 먼저 ‘봉투 필요하세요?’라고 물은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어요.

레삭매냐 2019-05-07 15:35   좋아요 1 | URL
예전에는 그냥 비닐 봉투를 주었는데
어제 보니 종이봉투 100원짜리는 그런 대로
쓸만하더군요. 어제는 가방을 가져 가지 않
아 하나 구입하게 되었죠.

저는 주로 낱권 구매를 하기 때문에 봉투는
안 사용하려고 한답니다. 그냥 집어오죠.

카알벨루치 2019-05-07 17: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키보드가 맘에 듭니다 어쩌죠? 현란한 키보드!!!!

레삭매냐 2019-05-07 17:43   좋아요 1 | URL
씨잘데기 없는 고퀄 게임용 키보드입니다 -

이제 피씨 게임은 하지도 않는데 말이죠 :>

카알벨루치 2019-05-07 18:13   좋아요 0 | URL
한동안 pc에 대해 무관심했더니 어떻게 돌아가는지 참 둔해졌더래요 불 반짝거려 고퀼인줄 알았죠 ㅎ레삭매냐님의 취향에 매력을 느끼네요 고퀼 겜용 키보드에 중고책이라 ㅋㅋㅋ멋집니다!!! ㅎ

뒷북소녀 2019-06-03 1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루는 역시... 나마비루가 최고죠^^

레삭매냐 2019-06-03 13:10   좋아요 0 | URL
격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
 


대망의 2019년 시리즈 오픈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21년 응원한 팀인 레드삭스가 올해도 작년에 이어 월드시리즈를 제패했으면 좋겠다.

문제는 전력이 작년만 못하다는 게 흠이지만.

 

가장 문제는 불펜이다. 마무리 킴브럴을 비롯해서 조 켈리도 다저스로 떠나지 않았던가. 예전에 집단 마무리 시스템으로 개막전을 맞았다가 채드 팍스가 탬파베이에게 마지막 순간을 넘기지 못하고 박살이 난 걸 기억하는지.

 

당장 그 다음날 신문에 ‘채드의 목을 매달아라’는 살벌한 기사가 뜨지 않았던가. 뭐 그 당시에는 그놈의 밤비노의 저주를 풀지 못해 그랬다 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개막전 말아먹기는 어쩌면 레드삭스의 전통인 지도 모르겠다. 아마 작년에도 그런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강력한 마무리 투수 없이 거친 한 시즌 운행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싶다. 맷 반스에게 마무리를 맡기기에는 좀 그렇지 않나. 걱정이다. 더군다나 숙적 양키즈의 막강한 불펜에 비하면 더 걱정이 된다.

 

작년에 모든 걸 다 이룬 무키 베츠가 과연 작년의 성적을 올해에도 이룰 수 있을까. 베츠가 프리에이전트 시장에 나오겠다는 선언을 했는데, 대세인 연장계약에 반하는 게 아닌가. 팀에 충성하지 않겠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트레이드하는 게 낫지 않나. 난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의 코어 전력으로는 아마 올해와 내년 정도가 월드시리즈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지 싶다.

 

피디가 지금 주장이던가? 캡틴 베리텍 이후 레드삭스에 주장이 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제는 인저리 프론이라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게 된 레드삭스의 심장 피디가 올해에도 개막전을 인저리 리스트에서 보내야 한다고 하니 한숨만 나온다. 작년에도 부상으로 결국 월시에서 뛰지 못하지 않았던가. 부상 때문에 하세월을 보내는 우리의 피디가 너무 안돼 보인다.

 

모쪼록 내일 선발 등판하는 우리의 에이스 크리스 세일이 시애틀을 박살내 주길. 아, 페드로의 대 시애틀 전 무패 기록은 깨졌나? 아니면 무패로 은퇴했나 고것이 난 궁금하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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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3-28 15: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일은 정말 넘사벽인 듯 합니다

레삭매냐 2019-03-28 15:48   좋아요 1 | URL
모쪼록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잘 보내고
싸이영 위너의 위업을 달성하길 바랄
뿐입니다. 아프지 마요 세일 ~~~

붕붕툐툐 2019-03-28 1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야구 좋아하시구나~
매력 터져요!!

레삭매냐 2019-03-28 17:56   좋아요 0 | URL
저 다른 스포츠는 하나도 모르고...
오로지 야구만 본답니다 헷 -

moonnight 2019-03-29 0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아이디 뜻이 뭔가 최근에 움찔하며 혹시 이거? 하며 깨달았어요 제가 생각하는 게 맞겠죠?^^;;; ㅎㅎ 제가 모르는 심오한 문학 속 -_-한 줄인가 했다는^^;;;;;; 저도 크리스 세일 좋아합니당 오늘 멋진 피칭 보여줬으면^^ 다저스 타자들이 류현진 투수 도와줘서 너무 기쁜 아침입니다 호호^^ 조 켈리 선수가 다저스에서 던지는 걸 보고 깜놀(&환희@_@;;;) 했는데 킴브럴도? 아직 팀을 못 찾았다는 기사 봤는뎅@_@;;;;;

레삭매냐 2019-03-29 08:02   좋아요 0 | URL
하하 아마도 문라잇님이 생각하시는
바가 맞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

오늘 류현진 정말 잘 던졌네요. 게다가
다저스 타자들도 애리조나 그레인키를
넉다운시켜 주었구요.

조 켈리는 작년 아키라이벌과의 라이벌
전에서 벌인 난투극의 주인공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moonnight 2019-03-29 08:10   좋아요 1 | URL
넹 저는 그렝키에 애정도 있어서ㅠㅠ; 맘이 아팠지만 어쨌든 기쁘군요 호호^^ 조 켈리 멋지죠 남자다잉 ㅎㅎ
 


어디 보자 관객이 얼마나 들었는지. 네이버로 검색해 보니 자그마치 16,253,795명이나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다고 한다.

 

영화를 보기 전에 하도 여기저기서 들은 게 많아서 정작 본 영화는 기존에 들은 이야기를 확인하는 정도였다. 뭐 그래도 철저하게 오락영화로 만들어진 영화라 그런지 재미는 있었다. 그 정도면 되는 거 아닌가. 관객수가 천만이 넘으면 그건 영화가 좋다거나 그런 게 아이라는 말을 들었었는데 확실히 영화 <극한직업>은 그랬던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즐길 영화를 만든다는 이병헌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고 한다. 예전에는 영화라면 눈에 불을 켜고 보곤 했었는데, 어쩌면 반은 의무적으로(그건 마치 내가 요즘 책 읽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이제는 철저하게 상업성 오락영화만 즐겨 본다. 그건 마치 마틴 스코시즈가 더 이상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같은 영화 대신 상업영화만 만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해야 할까. 그냥 책 말고는 다 시큰둥한 그런 느낌.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스토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마포서 마약반 만년반장 고상기(류승룡 분)는 항상 범인 검거에 실패한다. 이번에도 마을버스의 도움으로 간신히 용의자를 잡았다. 그러니 서장에서 잔소리를 들을 수밖에. 게다가 후배 반장은 보기 좋게 승진가도를 달리지 않은가. 이렇게 나가다가는 마약반에 해체될 판이다. 후배 반장의 정보로 마약 계의 거물 이무배(신하균 분) 일당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감지하고 잠복근무에 나서게 된다.

 

고반장 팀은 모두 다섯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얼굴 밖에 볼 게 없는 마봉팔(진선규 분), 격투기에 능한 장연수(이하늬 분), 이동휘가 분한 김영호 그리고 막내 공명이 맡은 김재훈 형사다. 5인조는 이무배 일당의 아지트 바로 앞 <형제호프치킨> 집에서 장기간에 걸친 잠복근무에 들어간다. 장사가 안되니 잠복근무에 얼마나 좋은가. 다만 주인장이 마음씨 좋게 1+1으로 치킨을 마구 준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랄까. 결국 장사를 접으려던 순간, 고반장과 일당은 퇴직금과 결혼자금까지 털어 치킨집을 인수하기에 이른다.

 

문제는 이놈의 치킨집이 너무 장사가 잘된다는 거다. 가히 치킨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한 대한민국에서 대환영할 일이 아닌가. 하지만 그들의 본업은 어디까지나 범인을 검거하는 형사가 아니었던가. 닭도 튀겨야 하고, 범인도 잡아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다른집 치킨으로 박스갈이를 하던 왕갈비 양념으로 범벅을 치던 <수원왕갈비통닭>으로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이번에는 서민음식인 치킨값을 눈딱감고 2만원 올려 3만 6천원으로 올렸는데도 이번에는 황제치킨으로 더더욱 인기다. 결국 일일 50마리 한정으로까지 갔던가. 골목식당 컨설턴트인 백종원 아저씨도 울고 갈 정도의 인기를 끄는 비결은 바로 될 놈은 뭘 해도 된다는 거다. 그게 모두에게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이병헌 감독은 오락영화로서 갖추어야할 모든 요소들을 적절하게 배합해서 수원왕갈비통닭, 아니 <극한직업>의 양념을 잘 만들어냈고 관객들은 시간과 지갑을 열어 그의 연출에 보답했다. 영화 개봉 타이밍도 적절했던 것 같다. 비수기에 혜성처럼 등장해서 경쟁작과의 라이벌전도 없이 무난하게 스크린을 지배했으며, 명절 특수까지 맞아 그야말로 대박이 난 거다. 조금 늦게 개봉해서 만약 마블의 영화들과 맞붙었다면 이런 성적을 거둘 수 있었을까? <캡틴 마블>이나 <엔드게임>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병헌 감독이 군데군데 심은 개그 코드나 코미디 서사보다 이무배를 집요하게 추적하며 결국 좀비처럼 살아나 그를 깨물기 전에 고반장이 던진 대사가 더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그러니까 극한의 생존경쟁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현실 말이다. 그의 절규를 들으며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던 것 같다. 이제 반장이 되어 학급비 빵꾸도 메꾸어야 하고, 이런저런 비용을 삥 뜯는 딸에게 용돈도 넉넉하게 쥐어 주어야 하고, 구찌 종이백이 아닌 진짜 구찌백에 현금을 가득 담아주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오늘도 열심히 닭을 튀기고, 수백개의 테이블을 닦으며 홀서빙을 하고, 눈물 콧물 흘리며 왕갈비 통닭 양념을 제조해야 하며 또 배달의 민족이 되어야 한다는 거다. 이 어찌 슬프지 않은 서사가 아닌가 말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총기로 무장한 마약반 악당 이무배 일당을 상대해야 하는데 달랑 5명으로는 역부족이 아닐까 하는 걱정일랑은 붙들어 매어 두시라. 개떼처럼 달려드는 악당들 앞에서 고반장 5인조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이어지는 최 반장의 내레이션을 들어 보라. 고반장과 장연수, 마봉팔 등등 다들 한자락씩 하는 선수들이었다. 오히려 고반장들이 아니라 이무배 일당의 안녕을 걱정해야 한다는 거다. 이무배의 보디가드로 등장해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킬러에 가까운 선희(장진희 분)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고기잡이배를 타고 도주하던 이무배와 선상에서 격투를 벌이던 고반장이 이무배의 총에 맞고 신나게 얻어터지고서도 그야말로 ‘좀비’처럼 부활한 장면은 넷플릭스 조선 좀비 드라마 <킹덤>을 연상시켰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써먹을 수 있는 건 모두 써먹고, 패러디할 수 있는 건 모조리 패러디한다는 감독의 한방이라고 해야 할까.

 

마지막까지 감독은 패러디와 개그를 멈추지 않는다. 홍콩 느와르 <영웅본색>에서 장국영이 부른 노래를 틀고, 연수와 얼굴 밖에 볼 게 없는 봉팔이 눈이 맞아가 주디가 빠지게 입박치기하는 장면을 본 고반장들은 총을 빌려 달라며, 쏘라고 외치지 않던가.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본 장면이었다.

 

모두 그랬겠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치킨이 먹고 싶어지더라. 오늘 회식인데 고기 먹고 나서 치킨 먹는 건 아무래도 무리겠지. 쩝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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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9-03-21 15: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입가심으로요.ㅎㅎㅎㅎ

뭐 웃기면 된 거죠.
출연진들이 괜찮은 것 같더군요. 게다가 류승룡을 좀 좋아하는지라...
저는 종영 드라마 챙겨 보느라 영화는 거의 못 보고 있습니돠.
봄이 돼서 그런지 잠은 왤케 쏟아지는지.ㅠㅠ

레삭매냐 2019-03-21 16:08   좋아요 1 | URL
입가심은 하이볼이나 수제 맥주로 하기
로 결의했답니다 ㅋㅋㅋ

류승룡이 예전에 <광해> 이후 한참
전성기를 구가했었는데 그놈의 <도리
화가> 이후 죽을 쑤다가 반전의 기회
를 ㅇㅇ

밤이 되면 왜 이리 잠이 오는지 책장
펼치면 바로 잠이 솔솔...

서니데이 2019-03-22 1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영화 개봉초기부터 보고 싶었는데, 아직 못봤어요.
이제 극장에는 상영이 거의 끝났을 것 같은데, 아쉽네요.
레삭매냐님, 주말에도 차가운 날씨가 이어져서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다고 해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레삭매냐 2019-03-23 09:39   좋아요 0 | URL
괜히 천만 영화가 아니더군요...
재미도 있고, 뭐 또 생각할 거리도
툭툭 던져주는 그런 느낌이었답니다.

주위 분들에게 강력하게 추천 중이에
요. 뭐 이미 다들 보셨겠지만요 헷 ~!

오늘 춥다 해서 잔뜩 긴장했는데 어제
보다 덜 추운 듯하네요. 그래도 역시나
추워요 아이 추워 !

즐거운 주말 되세요~~~
 

 

드디어 언제나 오나 고대하던 <파리 에코>가 도착했다.

 

이거 사이즈가 제법인데 그래. 지난 3월 5일에 주문했는데 딱 열흘 만에 도착했다. 내가 애용하는 북디파지토리로. 가격은 19.31달라.

 

올해 처음으로 알게 된 시배스천 폭스의 책에 반해 버렸다. <바보의 알파벳>은 가히 인생책이라 부를 만한 정도다. 자신의 시원을 그리는 동시에, 여러 장소와 시간을 교차하며 전개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국내에 나온 책들도 몇 권 없는데 절판의 운명이다. 게다가 신간은 아예 나올 생각도 없는 모양이다. 그리하여 가장 최근에 나온 책인 <파리 에코>를 원서로 주문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대략 살펴 보니 모두 22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서문에 메트로를 언급한 카프카의 썰이 등장하는 점과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볼 때, 챕터의 제목은 아마도 파리 메트로 이름을 딴 게 아닌가 추론해 본다.

 

지금 얼핏 보았는데 6장의 가흐 드 노르는 나도 가본 곳인데. 베를린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도착한 곳이 아마 그곳이었지. 나중에 떼제베를 타고 마르세유로 출발하던 곳도 그곳이었고. 긴 기차여행을 대비해서 매점에서 당시 한창 흥미를 가지고 있던 스도쿠 게임도 산 기억이 난다. 파리에 두 번 가보았더니 나름 추억이 많구나.

 

메트로 화장실에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쎅시함을 신나게 이야기하는 나르시시즘에 빠진 남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영국 펭귄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라 그런지 “humour"라고 표기하는 방식이 눈에 띈다. 출발이 나쁘지 않군.

 

설레는 마음으로 시배스천 폭스의 책을 읽기 시작한다.

 

[뱀다리] 아, 워킹 데드 책갈피는 뽀너스.
같이 세 권의 책을 주문했는데 세 권 모두 따로따로 발송될 모양이다.
타리크 알리의 이슬람 5부작 가운데 4-5권도 주문했다.
한 권은 아직 출고 작업 중이라고 한다. 책이 없는 모양이다.
참고로 나는 무조건 하드커버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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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9-03-15 1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서 ㄷㄷㄷ; 존경합니다. 다시 한 번. (_ _);;;;;;

레삭매냐 2019-03-15 11:52   좋아요 0 | URL
과연 완독할 수 있을 진 모르갔습니다 ㅇㅇ

moonnight 2019-03-15 1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옹 도르의 여인> 작가였네요@_@;;; 제가 십년도 더 전에 사 놓고 세 페이지만 읽은. 먼 산(˝ )( ˝);;;;; 레삭매냐님의 인생책 저도 주문하고 십몇년만에 다시 리옹 도르도 도전해볼까 합니다 호호^^(과연-_-)

레삭매냐 2019-03-15 13:55   좋아요 0 | URL
올해 초에 제가 처음으로 읽은 시배스천
폭스의 책이 바로 <리옹 도르의 소녀>였답니다.

이런 우연이 있나요 기래.

아주 마음에 들어서 또 중고책으로 만난 것이
두둥, 바로 <바보의 알파벳>이었죠.

<새의 노래>도 구해서 읽어야 하는데 말이죠.

도전! 응원하는 바입니다.

설해목 2019-03-15 1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서 읽기 못하는 저는 <바보의 알파벳>만 우선 애정하렵니다. ㅎㅎㅎ
즐거운 독서 하셔요.~ ^^
근데 원서 읽으면 리뷰도 영어로 쓰는건가요? ㅋㅋㅋ

레삭매냐 2019-03-15 15:14   좋아요 0 | URL
허허... 읽는 것도 버거운디 어찌
리뷰까정 - 숙제하는 것도 아니...

1년 잡고 하루 한 장 읽기 이 정도
면 완독할 수 있지 않을까요 *^^*

cyrus 2019-03-15 17: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르시시즘에 빠진 남자 주인공’과 소설 제목의 ‘에코’의 연관성을 생각한다면 남자 주인공이 떠드는 말들이 메트로 화장실 안에서 울려 퍼지는 메아리(에코)로 해석할 수도 있겠어요. ^^

레삭매냐 2019-03-15 18:13   좋아요 0 | URL
이야~ 대단하십니다.

그런 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꼴랑 두 쪽 읽어서요.

거북이 걸음으로 완독에 도전해 볼랍니다.

coolcat329 2019-03-15 2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정이 대단하시네요! <바보의 알파벳> 꼭 읽어봐야겠어요. 완독 꼭 성공하시길!

레삭매냐 2019-03-17 10:53   좋아요 1 | URL
지금 페이스로는 과연 가능할런지...

응원 감사합니다.
 

 

 

이달에는 23권의 책을 읽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좋은 책을 많이 만난 달로 기억될 것 같다.

 

인생책으로 꼽을 만한 시배스천 폭스의 <바보의 알파벳>을 필두로 해서, 애타게 찾던 멤포 지아르디넬리의 <뜨거운 달>, 놀라운 발견이었던 구드룬 파우제방 작가의 <보헤미아의 우편배달부>,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쥴퓨 리반엘리의 <살모사의 눈부심> 그리고 알라 알아스와니의 <시카고>까지.

 

권수는 많지만 사실 그 중 반절 정도가 만화다. 로맹 위고 작가의 그래픽 노블들은 도서관에서 빌려다 단박에 읽어 버렸다. 한 권이 더 남았는데 그 책은 도서관에 없더라. 다른 곳에 가서 빌려다 읽어야 하나.

 

이사를 하고 나서 사들이는 책이 늘어난 모양이다. 지난 가을에 제법 많이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책방에 책이 마구 쌓여 가는 꼴을 보니 좀 답답하다. 예전에는 책을 하나하나 비닐로 쌓고 낙서도 하지 않고 그랬는데 언제부터인가 2B 연필을 죽죽 그어가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예전 책들을 보면 정말 컨디션이 좋더라. 이제는 중고책으로 팔지도 못하고 그냥 동네 곳곳에 포진해 있는 거리문고에 슬그머니 책을 놓아둔다. 아침에 넣으면 저녁 정도엔는 휙 사라져 버린다. 하도 책동네라고 선전을 해대서 그런지 사람들이 책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어떻게 하면 책 욕심을 덜어낼 수 있을까. 사무실에도 계속해서 책이 쌓인다. 작년에 책 때문에 사쪼에게 욕도 먹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걷어 내고 그랬었는데. 1층 창고에 두 상자는 짱 박아 두었다. 더 욕먹기 전에. 집에도 가져 가지 못하고. 그 상자 속에는 어떤 책들이 들어 있는지 궁금하다. 3년 전에 사무실 늘릴 적에 가둬 놓은 녀석들인데. 오늘 그 상자나 한 번 까볼까나. 필요 없는 녀석들은 팔던지 기증하던지 해서 치우던지 해야지. 이것도 말로만일까.

 

지난번에 갔던 중고서점에 또 가보고 싶어졌다. 연말정산으로 용돈이 좀 생겨서 말이지. 도끼 선생의 <죄와 벌> 걷어 오고 싶다. 그리고 다시 읽고 나서 이번에는 리뷰도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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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2-28 1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로맹위고의 그래픽노블 나가리 먹었네요 내용이 그렇다고...아~아쉽네요! 2월에도 수고하셨어요👏👏👏

레삭매냐 2019-02-28 10:10   좋아요 1 | URL
아직 못 읽은 로맹 위고의 책은 <엔젤 윙스>
네요. 요것도 재밌어 보이던데...

감사합니다.
쉬엄쉬엄 읽는다고 했는데도 마음 대로
되지 않았네요 ㅋㅋㅋ

카알벨루치 2019-02-28 10:24   좋아요 1 | URL
<엔젤윙스>만 읽었네요 ㅎㅎ

레삭매냐 2019-02-28 10:34   좋아요 1 | URL
아놔 나가뤼...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은 참말로
기적이었나 봅니다.

선뜻 희망도서 신청을 못하겠습니다
정말 !

카알벨루치 2019-02-28 10:38   좋아요 1 | URL
레삭매냐님이 읽은 로맹위고의 다른 그래픽노블의 내용이 어떠했는지, 청소년관람불가급이라는 이야길 하시는데 제가 할말이 없던데요 그래도 매냐님은 독서에 대한 만화기에 성공하셨나보네요 자꾸 나가리당하면 신청할때도 위축되는데 ㅋㅋㅋㅋ그래도 계속 해야지 ㅎㅎㅎㅎ

초딩 2019-02-28 0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옷~ 저 칼랜도는 어떤거에요? 서비스가 있는 거에요?

레삭매냐 2019-02-28 10:11   좋아요 1 | URL
아, 그건 인터넷에 떠다니는 엑셀
파일 잡아다가 제가 임의 대로 만들
어서 사용하는 거랍니다 :>

100% 수작업이지요.

설해목 2019-02-28 0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월의 발견도 기대하겠습니다. ㅎㅎㅎ
그나저나 날수가 적은 2월에도 저렇게나 많이 읽으시다니!!!
그 사장에는 정말이지 무슨 책이 있을지 제가 다 궁금합니다. 언능 공개해주세요! ㅋㅋ

레삭매냐 2019-02-28 10:12   좋아요 0 | URL
저도 놀랐습니다.
결산하고 나니 지난 달보다도 더 많이
읽었다니...

읽다만 책들도 마무리 지어야 하는디.

빡스는 오후에 한 번 뜯어 보겠습니다.

꽃핑키 2019-03-03 0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록달록 책 달력 너무 예쁘게 채우셨네요~ 넘나 부럽습니다~!!!
저도 몇 년 전만해도 1달에 7권 정도는 읽었는데요; 나이 들면서 책 읽는 근육도 확 늙어 버렸는지? 이제 1달에 1권도 못 읽겠어요 ㅠㅠㅠ
상쟈 개봉샷 저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당!!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