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달마다 꼬박꼬박 독서 정산을 하곤 했었는데...

나이도 들고 무엇보다 귀차니즘의 압박으로 언제 부터인가 결산을 하지 않았다.

 

버뜨... 이달에는 예전에 일년에 300권 읽던 시절만큼 읽은 것 같아 간만에 정산을 해보려고 한다.

 

일단 이달에 무려 26권의 책을 읽었다. 아마 최근 이렇게 책을 많이 읽었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다. 물론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로맹 가리 전작 읽기 선언 때문일 것이다.

 

7월에만 로맹 가리의 책을 무려 10권이나 읽었다. 오늘 막 읽고 리뷰까지 쓴 <징기스 콘의 춤>까지 숨막히게 달렸다. 집에 소장하고 있던 로맹 가리의 책들도 다수여서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아무 책이나 집어서 읽으면 됐으니까.

 

지금 <솔로몬 왕의 고뇌>도 상당 부분 읽었는데, 마저 다 읽어야겠다. 나머지 신간과 없는 책들은 도서관을 이용했다. <징기스 콘의 춤>은 도서관에 신간이 입고됐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바람같이 달려가서 빌려다 읽기 시작했다.

 

독서모임으로 연초에 읽다만 조해진 작가의 <빛의 호위>도 좋았다. 일단 완독하지 못하고 반납하게 되면 다시 빌려서 보지 않게 되더라구. <징기스 콘의 춤> 반납하러 갔다가 김금희 작가의 신간 <경애의 마음>도 예약도서로 업어왔다. 읽을 책들이 많구나.


신간도 제법 읽었고, <새벽의 약속>처럼 수년간 읽다 포기하다를 반복하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완독에 성공한 의미있는 책도 있었다. 일단 사면 언젠가는 읽게 된다는 걸 증명했다고 해야할까. 아마 앞으로 살 책에 대한 변명일 지도 모르겠지만, 책쟁이의 숙명이려니 생각하기로 했다.

 

역시 나에게 여름은 절대적으로 독서의 계절이다. 확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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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7-31 1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달에 26권.
저에겐 반년치쯤 되는 독서량입니다.
부끄럽군요.ㅠ

레삭매냐 2018-07-31 20:48   좋아요 1 | URL
저도 아주 가끔 있는 일이랍니다...

예전에는 정말 무식하게 많이 읽었던 같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마음을 비우고 욕심 내지 않게 되더라구요.

얄리 2018-07-31 2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대단하세요. 저는 이제야 읽었던 책들을 기록해보네요. 진작 이럴것을... 8월부터는 꼭 목록 작성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레삭매냐 2018-07-31 20:49   좋아요 0 | URL
정말 예전에는 꼬박꼬박 기록했던 적이
있었답니다.

최근에 싸이월드를 다시 살렸는데 싸이
월드에 그 기록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
더라구요.

책기록 빠이팅!~ 입니다.

설해목 2018-07-31 2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레삭매냐님 이 더운 여름에 책만 읽으신거에요?
진짜 엄지척!입니다.
벌써부터 8월 독서기록장이 기대됩니다! ^

레삭매냐 2018-08-01 09:09   좋아요 0 | URL
날이 덥다고 잠이 안와서 책만 읽었나 봅니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좀 줄였더니 책을 더 많이
보게 되었네요.

8월에는 쉬엄쉬엄 가려구요.

cyrus 2018-07-31 2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매달 한 작가 전작 읽기 계획을 생각해본 적이 있었어요. 레삭매냐님은 꾸준히 실천하고 계시네요.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

레삭매냐 2018-08-01 09:10   좋아요 0 | URL
작년에 이언 매큐언을 읽었다면 올해는 로맹
가리였네요 :>

매달 정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로맹 가리의 책들이 스무권 가까이
되니 읽을 맛이 나더라구요. 다양한 맛이라고
나 할까요.

blanca 2018-08-01 0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은 책은 어떤 형식으로든 꼭 정리해야 되더라고요. 저도 엑셀 표에 입력만 해야지, 한 게 벌써 몇년째 미루고 있는지.. 대단하세요.

레삭매냐 2018-08-01 09:11   좋아요 0 | URL
전 그전에는 싸이월드 일기장을 애용했었는데
싸이월드가 없어지면서 안하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작년부터인가 엑셀로 정리하기 시작
했죠. 리뷰 쓰기와 읽을 책 정리, 응원합니다 ~
빠이팅!!!

페크(pek0501) 2018-08-01 14: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십니다. 저의 젊은 날이 생각납니다. 저는 한 달에 열 권을 읽던 시절이 있었죠. 그 이상은 무리로 생각됩니다만... 지금은 너무 적게 읽어서 님과 비교가 불가능하나... 어쨌든 독서 덕분에 더위를 잊을 수 있었던 것만은 확실한 1인입니다.

레삭매냐 2018-08-01 15:45   좋아요 1 | URL
양이 문제가 아니라 질이라고 하면서도
양에 집착하게 되는 1인이었습니다 :>

무더위를 독서로 날려 버릴 수 있다면
얼매나 좋을까요. 너무 덥습니다.
 

로맹 가리 전작읽기 돌입

2018년 7월 6일 이래

 

내가 지금까지 읽은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의 책들은 다음의 네 권들이다.

1.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2010.1.19)

2. 유럽의 교육 (2010.3.5)

3. 그로 칼랭 - 에밀 아자르 (2010.7.21)

4. 별을 먹는 사람들 (2018.7.11)

 

그 외에 가지고 있는 책들도 제법 된다. 아무래도 작품도 많이 발표해서 그런지 헌책방에 갈 때마다 한 권씩 데려와서 당분간 따로 사지 않고 있는 책만 읽어도 될 법하다.

 

 

아마 내가 로맹 가리의 책을 처음 알게 된 건 정혜윤PD의 어느 책 소개에서 <새벽의 약속>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였지 싶다. 물론 <새벽의 약속>과 공쿠르상에 빛나는 <하늘의 부리>는 샀다. 다만 아직까지도 읽지 못했을 뿐. 소설가 김영하의 팟캐를 듣고서도 <새벽의 약속>에 도전했건만 번번히 완독에 실패했다. 이렇게 불운한 책이 다 있나 싶을 정도로 완독을 못하고 있다. 이번 여름에야 완독을 성공시키고야 말리라.

 

이상한 게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의 책들은 국내에서 마음산책, 문학과 지성사 그리고 문학동네 세 출판사에서 따로따로 나오고 있는 중이다. 뭐 독자의 입장에서 출판만 되면 문제는 없지만. 아마 저작권 이슈 때문이겠지 싶다. 그중에서도 요즘에는 마음산책이 독보적으로 로맹 가리의 나머지 저작들을 꾸준하게 펴내고 있다. 제임스 설터의 표지 때문에 그렇게 증오하는 곳이지만, 로맹 가리 책들은 계속해서 내주고 있으니 내 맘대로 용서해 주련다. 표지는 그럭저럭 마음에 든다네.

 

 

2010년에만 세 권의 로맹 가리를 읽고 나서는 아예 읽을 생각도 하지 않고 살았다. 지난 주에 중고서점에 가서 <별을 먹는 사람들>이랑 <인간의 문제>를 사서 읽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묵혀 두었던 로맹 가리 전작읽기 숙제에 나서게 되었다. <별을 먹는 사람들>은 내가 좋아라하는 주제들인 중남미 독재, 콘키스타도르 같은 주제들이 등장해서 그나마 쉽게 완독에 성공할 수 있었다. 아메리칸 희극 시리즈에 해당하는 <게리 쿠퍼여 안녕>도 바로 읽기 시작했는데, <별>만한 몰입감은 생기지 않는다.

 

 

해서 역시나 몇 번이나 표제작만 죽어라 읽었던 소설집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오늘 아침 뒷간에서 펴들었다. 아 역시 흥미진진하고 재밌었다. 내친 김에 두 번째 <류트>까지 내달려 읽었다. 모두 15편의 단편들이 들어 있는 책인데, 표지갈이를 하고 나온 양장본이라 더 마음에 든다. 그전에 나온 책은 사고 싶지가 않더라. 재작년에 사서 쟁여 두었던 책이다.

 

<솔로몬 왕의 고뇌>도 역시나 제법 읽고 나서, 아마 반절 정도, 결국 완독하지 못했다. 주인공 남자가 예전에 한자락하던 할머니 배우(맞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하고 관계하는 장면까지 읽고 나서 무언가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끝까지 못다 읽은 기억이 난다. 왜 이렇게 다 읽지 못한 책들이 많은 건지. 유난히 로맹 가리의 책들이 나에겐 그런 책들이 많아 문제다. 아예 읽지 않은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 읽다 말아서 기시감은 드는데 또 리뷰로 마무리짓지 못한 그런 느낌적 느낌이랄까.

 

뭐 어쨌든 소장하고 있는 책들부터, 그리고 오래 밀린 숙제들부터 하나씩 풀어나갈 계획이다. 그 첫 출발은 나쁘지 않다.

 

이후 업데이트


5. 새벽의 약속 (2018.7.16)

6. 마지막 숨결 (2018.7.16)

7. 레이디 L (2018.7.18)

8. 이 경계를 지나면 당신의 승차권은 유효하지 않다 (2018.7.19)

9.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2018.7.23)

10. 흰 개 (2018.7.23)

11. 내 삶의 의미 (2018.7.23)

12. 여자의 빛 (2018.7.25)

13. 징기스 콘의 춤 (2018.7.31)

14. 솔로몬 왕의 고뇌 (2018.8.3)

 

이번에 로맹 가리 전작읽기에 도전하면서 좋았던 책 둘

 

하나, 별을 먹는 사람들 - 영어제목 탤런트 스카웃(책을 읽어 보면 그 이유를 단박에 알 수 있다)

 

드디어 로맹 가리의 책을 읽는데 성공했다. 알라딘 북플 이웃분들의 의견은 내가 무려 세 번이나 완독하는데 실패한 <새벽의 약속>이 진입장벽이 높은 책이라는 거다. 그랬구나, 적잖이 위로가 된다.

 

콘키스타도르 이래 억압과 착취 받은 쿠혼 인디언 출신 독재자 호세 알마요가 지배하는 중앙 아메리카 어느 나라에 대한 희비극적 설정이 어찌나 웃겼는지 모르겠다. 잘 나가는 TV전도사, 복화술사, 속임술사, 오토 스코르쩨니를 사칭한 가짜 군사 고문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서 자신만의 별(마스탈라 혹은 환상)에 대한 이야기들을 떠들어 댄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알마요의 여자 친구라는 미국 여자, 그녀가 강력하게 주장해서 만든 전화망과 도로 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이 체제 전복에 전면에 나서 독재자를 권좌에서 끌어 내린다.

 

물론 놀라운 기인들의 재능에 굶주린 알마요는 집단 최면의 대가 잭을 자신이 운영하는 나이트클럽 <엘 세뇨르>에 올리기 위해 적들에게 쫓기는 와중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역시 로맹 가리의 책답게 군데군데 책을 놓을 뻔한 위기도 있었지만, 올 하반기 로맹 가리 전작주의에 도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그 첫발을 내딛었다.

 

둘, 레이디 L - 나의 로맹 가리 읽기 그 일곱 번 째 책

 

요즘 마구 달리고 있는 중이다. 8년 전에 세 권 밖에 안 읽의 작가의 책을 이달에만 무려 네 권이나 읽었다. 오늘 아침에 회사 컴퓨터가 안된다는 핑계에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레이디 L>도 마저 읽을 수가 있었다. 진도가 쑥쑥 나가는구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만난 로맹 가리 책 중에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입문서로도 이만한 책이 있을까 싶다. 영국 귀족 부인인 레이디 L이 자신의 여든번째 생일날 계관시인인 퍼기 로다이어 경에서 들려주는 지난 60년 동안 꽁꽁 숨겨 왔던 아나키스트 동조자, 테러리스트였던 자신의 과거는 쇼킹 그 자체였다.

 

아네트 부댕이라는 아가씨는 모든 인류를 위해 싸우는 혁명적 전사 아나키스트이자 이데올로그 아르망 드니의 애인이 되어 이중혁명으로 서구 사회의 실질적 지배자가 된 부르주아지 계급에 선전을 포고한다. 실존했던 아나키스트 아르망 드니에 대한 전설적인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이런 멋진 이야기를 빚어낸 로맹 가리에게 다같이 박수 쨕쨕쨕.

 

너무 재밌게 읽었다. 내가 좋아라하는 19세기 말 혁명시기가 등장하는 것도, 도도한 역사의 물줄기에 도전한 공상적 사회주의자/아나키스트들에 대한 에피소드들에 대해서도 한 수 배웠다네. 나의 다음 타겟은 소설집 <새페죽>이다. [뱀다뤼] 이 소설은 정말 오래 전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소피아 로렌, 폴 뉴먼 그리고 데이빗 니븐이 주연으로 나온다나.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1965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감독은 무려 피터 유스니노프. 한 번 구해서 보고 싶네. 소피아 로렌은 올해로 연세가 83세라고 한다. 언제까지나 나에게는 영화 <해바라기>의 주인공으로 기억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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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7-13 14: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저는 <자기 앞의 생>은 읽었으니
<새페죽>부터 읽으면 좋을 것 같네요.ㅋ
암튼 홧팅입니다!^^

레삭매냐 2018-07-13 14:53   좋아요 1 | URL
전 새페죽 오늘 아침에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 좋네요 캬하

다른 책들도 하나씩 읽도록 하겠습니다.

syo 2018-07-13 15:24   좋아요 1 | URL
새페죽ㅋㅋㅋㅋㅋㅋㅋ
본죽 신메뉴 같은 느낌이네요.
삼계죽에 인삼 대추 대신 남미 향신료를 잔뜩 넣은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

stella.K 2018-07-13 17:04   좋아요 1 | URL
ㅎㅎ 아니 스요님 이렇게 좋아하실 줄 몰랐습니다.
근데 스님 댓글도 만만찮게 웃겨욧!ㅋㅋㅋㅋㅋ

라로 2018-07-13 15: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응원합니다! 저는 로맹 가리와 에밀 아자르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의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지요. 저도 첨엔 진도가 안 나갔는데 어느새 그의 스타일을 좋아하고 있더라고요. ㅎㅎㅎㅎ
좋은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레삭매냐 2018-07-13 15:48   좋아요 0 | URL
책 읽기가 생각보다 억지로 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

이제 바야흐로 로맹 가리의 책을 읽을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카알벨루치 2018-07-13 15: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자기 앞의 생>을 빌렸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 알고보니 에밀 아자르가 아니고 한국소설가의 책이더라구요 ㅎ 좀 읽다 반납했다는 ㅎ

레삭매냐 2018-07-13 15:49   좋아요 0 | URL
아하 - 한국 작가의 동명의 책도 있었군요.

한 때 우리나라 영화판에서도 외국 명작들의
제목을 베끼는 게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는데
쫌 그러지 않았으면 합니다.

특히나 아주 유명한 작품의 경우에는 말이죠.

물론 <자기 앞의 생>이 그렇다는 건 아니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7-13 15: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로맹가리 좋죠. 페루에도 좋고 새벽의.. 도 좋고.... 자기앞은 물론 좋고....ㅎㅎㅎ

레삭매냐 2018-07-13 17:46   좋아요 0 | URL
지난 3월달에 시작한 <새벽의 약속>
부터 마저 읽어야겠습니다.

1부까지 읽었네요. 고고씽 -

shinok 2018-07-24 1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응원해요~ 완독하지 못한 일인으로... 로맹가리 책은 저도 여러권을 가지고있는데
‘자기앞의 생‘ 완독 후 여러권 구매 후 저는 아직도 ‘새들은 페루에가서 죽다‘에 바닷가에 여러번 가보았지요... 세번정도 초반부를 읽고 완독하지 못해 항상 바닷가에서만 머무는 신세입니다.
그래서 더욱 응원하게 됩니다.

저 또한 이번 여름에 어서 읽던걸 마무리하고 읽어봐야지!하는 생각을 합니다~

레삭매냐 2018-07-24 15:23   좋아요 0 | URL
아아 - 저도 새페죽 바닷가에서 수도 없이
회군하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그런데 한 번 작정하고 읽기 시작하니 마구
달리게 되더라구요. 반환점을 돌았네요.

이제 좀 긴 호흡으로 가야지 싶습니다.
 

앤트맨 VS 와스프

 

나만 불편했던 거야?

 

어제 요즘 핫하다는 <앤트맨 VS 와스프>를 감상했다. MCU 10주년이라고 아예 뽕빨을 내려고 하는지 <블랙 팬서>부터 시작해서 <인피니티 워>를 거쳐 <앤트맨 VS 와스프>에 이르기까지 정말 쉴새없이 몰아 붙이는 구만 그래. 그렇지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표현 대로 아주 지대로 작업 중인 마블 스튜디오 짝짝짝.

 

계속해서 마블에서 찍어내는 실사 영화들을 보고 있지만, 연관성은 잘 모르겠더라. 사실 <앤트맨>도 기대를 하지 않고서 본 작품이라 그런지 그 전편에서 스캇 랭(폴 러드 분)과 호프 반 다인 양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그리고 영화 속에서 허구헌 날 독일에서 어쩌구 저쩌구 타령을 해대는데 아마 소코비아 협정 건으로 어벤저스 대원들끼리 독일 공항에서 한 판 뜬 걸 말하는 것 같다. 그 때 앤트맨이 등장했던 것 같은데, 행크 핌 박사님의 개미남자 슈트를 말도 하지 않고 가져다 쓰는 바람에 사단이 났던 모양. 어쨌든 발모가지에 가택연금 발찌를 차고(절대 성범죄자가 아니랍니다) 어린 딸 캐시와 놀아주는 부정 넘치는 아버지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우리의 개미남자는.

 

뭐 내용에 대해서는 태클 걸 생각이 1도 없다. 다만 마블을 집어 삼킨 디즈니에서 버리지 못하고 있는 오리엔탈리즘 사고가 나는 영화를 보는 동안 내내 불편했다.

 

첫째, 스캇 랭을 감시하는 FBI 요원 지미 우(랜들 팍 분)는 좀 어리숙한,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어벙한 아시아인으로 등장한다. 우리는 FBI 필드 요원으로 선발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가져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런 에이전트 우가 아무리 슈퍼히어로라고 하지만(그것도 슈트의 힘으로!!! 아이언맨하고 비슷한 케이스인가) 일개 범죄자인 스캇 랭의 농간에 넘어 가다니. 굳이 개미남자 스캇 랭 아저씨가 백인이라는 점은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뭐 그런 거다.

 

둘째, 영화에서 개그 코드를 담당한 루이스(마이클 페나 분)의 경우를 보자. 수다쟁이 라티노의 역할이다. 왜 그렇게 말이 많은지. 영어라는 언어적 장애를 가뿐하게 뛰어 넘었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던 걸까? 게다가 구두쇠 보안회사 보스라는 걸 그렇게 굳이 강조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말이다. 예전에 <매리드 위드 칠드런>인가 하는 미드에서(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포레스트 검프>에서였던가) 가만 보면 전쟁 영화에서 흑인들이 가장 먼저 총을 맞고 죽는다며 신세한탄을 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이것 역시 그렇게 가는 거지.

 

마지막으로 개미남자와 와스프호프 반 다인을 몹시 괴롭히는 역할을 맡은 고스트다. 아니 악당들은 죄다 유색인종 몫인가? 그렇지 않아도 이민의 나라 대통령이 불법이민자들을 갈구는 현재 대통령의 모양새가 마음에 들지 않는 판에 디즈니 역시 문화사절단으로 대통령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읽고, 영화판에서조차 프로파간다에 나서고 있는 게 아닌지 그런 의심이 마구 들었다. 게다가 디즈니의 인종차별적 시리즈의 역사는 유구하지 않은가.

 

마지막 제목에 등장하는 와스프는 또 어떤가. 와스프(WASP)가 단순히 호프 반 다인 씨가 극 중에서 맡은 말벌이라고 주장한다면 또 할 말이 없겠지만, 미국 주류 사회 구성원들을 지칭하느 화이트 앵글로 색슨 프로테스탄트의 줄임말이라는 건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솔직히 두 번째 쿠키영상은 대실망이었다. 하나만 보고 자리를 나서도 전혀 무방할 듯. 첫 번째 쿠키는 왜 개미남자가 <인피니티 워>에 나오지 않았는가를 절절하게 설명해 준다는 점에서 좀 억지스러울 달까나. 뭐 그렇다구.

 

[뱀다리] 맙소사, 개미남자 폴 러드가 1996년에 레오디카와 클레어 데인즈가 주연한 영화 <로미오+줄리엣>의 초반 무도회 장면에서 줄리엣의 파트너 패리스 역할을 맡았었다고 한다.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유투브로 돌려 봤다. 진짜였다. 정말 놀랍군.

 

[뱀다리2] 호프 반 다인 양의 어머니 역할을 맡은 미셸 파이퍼, 정말 나이 많이 먹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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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07-08 23: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맙소사.... 전 인종에 관한 감수성이 그야말로 꽝이었군요....

그나저나 첫 번째 쿠키를 보고 개미남자가 왜 <인피니티 워>에 나오지 않았는지가 이해가 되셨어요?? 전 이 자식이 도대체 타노스가 장갑 정비하고 손가락 튕길 때까지 내내 어디 숨어 있다가, 마침내 손가락 튕기기 1분 전에도 세상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그러고 있는 건지 잘 이해가.....

레삭매냐 2018-07-09 09:19   좋아요 0 | URL
개미남자는 2편에 나오는 것처럼 애인(?)의
어머니 재닛을 구하러 양자 세계 탐험과
다른 차원의 악당들과 싸우느라 어벤저스팀
에 합류하지 못했구나 전 뭐 그렇게 이했습
니다만.

제가 지나치게 민감한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네요.
쩜 불편했어요.

마블의 짠돌이 사장놈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죠.
(케빈 파이기는 절대 아닙니다, 이름이 기억안나네요.)
 

 

 

 

 

 

 

 

 

 

 

 

 

 

2018-06-22

 

- 비엣 타인 응우옌 - 동조자(The Sympathizer)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비엣 타인 응우옌의 첫 소설이다. 퓰리처상 수상작이라고. 월남 출신 작가로 역시나 월남 패망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 나는 월남군 병참 대위 출신으로, 사실은 공산주의자 스파이였다. 고정간첩으로 어린 시절 친구인 만과 더불어 민족해방전선의 일원으로 비밀경찰을 지휘한 장군 휘하에서 참모로 활약했다. 아 게다가 가톨릭 사제인 외국인 아버지와 하녀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한 혼혈로 어디에서고 환영받지 못하는 이방인이었다. 미국에서 공부한 것도 그의 성공의 비밀이었다.

 

다시 한 번 처참한 패전까지도 자기네 문학의 일부분으로 소화시켜 버리는 미국 문학의 힘을 엿볼 수가 있었다. M-16을 거머쥔 양키가 허큘리스 수송기를 타고 사이공에서 탈출하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을까? 비참한 패배의 연장선이었을 것이다. 월남 출신 작가가 서술한 이방인 혼혈 스파이야말로 그 역할에 제격이지 않은가. 놀라운 배치가 아닐 수 없다.

 

괌을 거쳐 캘리포니아에 정착한 나에 대한 이야기까지 읽었다. 자신의 모교에서 일자리를 얻고, 후원금을 바탕으로 임대거처를 구하고 중고차를 구하는 과정이 낯설지 않은 이국땅에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는 난민들에 대한 대략적인 스케치로 받아 들여졌다. 그전에 임시로 거처하는 난민수용소는 미국 사회에 이질적인 난민들을 위한 신병수용소라고 콕 짚은 점도 마음에 들었다. 우리도 지금 난민문제와 직면하게 되지 않았는가. 숱한 혐오와 차별을 뚫고 모두 같은 인간이라는 점에서 그네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을 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달에 읽은 <전쟁의 슬픔>의 작가 바오닌은 최후까지 발악하는 월남 공수부대를 상대로 탄손누트 공항에서 마지막 전투를 치르면서 거의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는데, <동조자>의 주인공 나는 비록 절친 본의 아내 린과 대자 덕을 잃긴 했지만 미국에 안착하는데 성공했다. 남은 부분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등장할 지 기대해 본다.

 

 

그리고 여담으로 영화화되기에 아주 좋은 요소들을 갖추고 있어서 아마도 곧 영화화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주인공 나를 캐스팅한다면? 아마도 다니엘 헤니가 어떨까 싶다. 혼혈이라는 강점도 있고... 아 베트남어 실력이 문젠가.

 

 

올해 초에 8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집 <난민들>(Refugees>도 나왔다고 하는데 <동조자>가 국내에서 인기를 끌게 되면 아마 소설집도 곧 나오지 않을까. 분량도 적고 해서 지금 원서로 주문을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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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21일

 

[쇼타임] 패트릭 멜로즈 EP 1 배드 뉴스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최근 호가스 셰익스피어 다시 쓰기 시리즈에 <리어왕>을 개작한 <던바>로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작가다. 사실 그전까지만 해도 전혀 들어 보지도 못한 그런 작가였다.

 

어제 알라딘에서 신간 소개를 보다가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떡하니 표지에 들어앉은 책 <괜찮아>의 저자가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이라는 사실을 듣고 좀 놀랐다. 주인공 패트릭 멜로즈 시리즈가 자그마치 5권이나 된다고 하는데. 쇼타임 산하 스카이 어틀란틱에서 이번에 텔레비전 시리즈로 제작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드라마를 찾아서 보기 시작했다. 한글자막이 있다면 좋으련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보는 거다 그런 거다.

 

5살 때 아버지가 끔찍한 일을 당한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5부작 소설 <패트릭 멜로즈> 시리즈의 출발은 피아니스트 아버지 데이빗의 죽음을 아버지의 친구로부터 패트릭이 전화로 전해 듣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유년 시절의 트라우마를 극복해내기 위해서였을까. 카메라는 패트릭이 지독한 약물중독자라는 사실을 가감 없이 그대로 전달한다. 화장실 사방에 날카로운 주삿바늘이 달린 주사기들이 널부러져 있다. 이제 약물을 끊고 새출발을 하려고 다짐하지만 쉽지 않다.

 

뉴욕에서 여자친구 데비에게 아버지의 죽음을 알리고 런던으로 날아가는 패트릭. 때는 1982년 7월이라고 한다. 한눈에 딱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드레이크 호텔을 거점으로 삼아 종횡무진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트라우마 추적기에 나서는 패트릭. 당장 아버지가 안치되어 있다는 모르그를 찾아 보지만, 당황스럽게도 다른 유대인 양반의 장례식이다. 화장하기 위해 내일 다시 오라는 리셉셔니스트의 안내를 충실히 따르는 패트릭. 그는 위스키와 약물 없이는 한 순간도 버틸 수 없는 모양이다. 결국 나까지 외워 버린 555-1726 전화번호를 걸어 피에르를 찾지만 중요한 순간에 그와 도대체 통화가 되지 않는다.

 

로레타를 찾아 뉴욕으로 치면 할렘 같아 보이는 곳으로 달려간 패트릭. 아 그전에 어떤 다리 밑에서 이미 필요한 약물들을 구하기도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신용카드가 없는지 달러 다발을 들고 다니면서 필요한 경비를 충당한다. 뭐 돈이라면 파운드화든 오케이겠지. 택시를 타고 가서 잠시 기다려 달라는 말에 택시운전사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뺀다. 그 정도로 위험하다는 말인가.

 

 

앞으로 어떤 에피소드들이 전개될 진 모르겠지만, 1편에서는 런던을 배경으로 해서 유년시절의 악몽과 겹치면서 약물중독자의 연기를 정말 기가 막히게 해낸 수다쟁이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고군분투가 돋보였다. 구시대의 신사처럼 보이는 <메이트릭스>의 에이전트 스미스가 현실세계에서는 악당이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쉴새없이 약물을 물도 없이 삼키고, 위스키와 마티니를 들이 붓고 혈관을 찾아 주삿바늘을 찔러대는 장면들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영화 <겟아웃>에서 개조될 흑인 선수들을 섭외하는 역할을 맡았던 미국 코네티컷 출신 배우 알리슨 윌리엄스가 마리앤 역으로 나오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패트릭의 여자친구 데비가 마련한 자리였는데 노골적으로 그녀에게 호감을 드러내면서 들이대는 뻔뻔스러운 역할도 컴버배치는 정말 능청스럽게 잘 소화해냈다. 아, 아르메니아 식당에서 아버지의 유골함을 아마 가지고 있었지.

 

그런데 패트릭은 도대체 뉴욕에서 무슨 일을 하길래 그렇게 돈을 펑펑 써대는 걸까. 원작 소설에서는 부유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고 하던데 유산을 상속받은 걸까. 정말 오랜 만에 만나는 제니퍼 제이슨 리가 맡은 패트릭의 어머니 역도 기대가 된다.

 

<괜찮아>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소설(Never Mind)도 한 번 읽어 보고 싶어졌다. 현대 영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라는 평(조금은 뻥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이 사실 궁금하기도 하고. 소설로는 <Never Mind>가 먼저고 <배드 뉴스>가 두 번 째인데 드라마에서는 순서가 좀 바뀐 모양이다. 오늘은 집에 가서 두 번째 인스톨을 봐야겠다. 다시 한 번 패트릭 멜로즈 역을 맡은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는 최고다.

 

 

[뱀다리] 그런데 패트릭이 약물과 술에 취해 환각상태에 빠져 있는 동안 등장한 도마뱀의 정체는 무엇일까. 도상학 이런 거에 취약해놔서 뭐라고 해석을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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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8-05-25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컴버배치 역 제대로 맡았군요. 제니퍼 제이슨 리가 이제는 엄마 역이라니ㅜㅜ... 상처받은 보헤미안 여성 이미지가 선한데... 드라마 엄청 재밌겠어요!!!

레삭매냐 2018-05-25 21:22   좋아요 1 | URL
아직 배우 인생이 많이 남아 섣불리 판단하기
쉽지 않지만 왠지 큐큠버 씨의 인생작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그나저나 책도 한 번 구해서 읽어야 하는데
읽을 책들이 너무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