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회사 송도 이사가 어제 끝났다.
이번 주 내내 이삿짐 싸고, 정리하기를 반복했는데... 가서도 걱정이다.
어제 첫 출근이었는데, 느즈막하게 가서 헬게이트 오픈 꼴은 보지 못했다.
다만, 사무실에 이너넷과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왓 더!!!) 일을 못한 판이었다. 세상에 만상에나.
그래도 아수라장 속에서 내 피씨를 찾아, 나머지 부품들과 공유기를 연결해서 상무님 방에 가서 일단 급한 불은 끌 수가 있었다.
정말 아스트랄의 연속이었다.
점심은 사쪼가 코스트코에 가서 사온 대형 피자와 섭 그리고 치킨 셋트로 그야말로 배가 터지게 먹었다. 피자는 너무 커서 한 조각 먹으니 이미 나가 떨어질 것 같았다.
어제 송금을 했어야 했는데, 환율이 오르락내리락해서 이사 가서 해야지 했다가 낭패를 봤다. 팩스도 보내고 그래야 하는데... 이너넷과 전기가 안되는 마당에 당연히 팩스복합기를 쓸 수가 없었지. 이럴 때를 대비하야 정말 오래 전에 준비해둔 웹팩스가 빛을 발했다.
게다가 5장의 수입면장 중에서 금액이 다른 한 건을 찾을 수가 없어서 유니패스에 들어가서 모든 서류들을 다 다운 받아서 하나하나 찾아봐다. 아놔~ 일이 끝이 없구만 그래. 그렇게 오후 3시쯤 내 일을 마치고, 본격적인 정리 작업에 돌입.
이 인간들이 종이와 서류로 보이는 것들을 모두 내 방에 때려 넣어서 발 디딜 틈도 없을 지경이었다. 믿을 수가 없군 그래. 일단 폐기할 것들과 책장에 넣을 것들만 대강 분류해서 넣는 데도 한참이 걸렸다. 그래도 뷰 하나는 끝장이더라.
다들 좀 일찍 가긴 했는데, 가기 전에 사단이 그거 마무리하느라 거의 6시가 다돼서 사무실을 탈출할 수가 있었다. 집으로 복귀하기 전에 그래도 송도 첫날인데 싶어서 램프의 요정에 들러서 찰스 부카우스키 양반의 시집도 하나 사고... 이거 생각보다 재밌더라. 원래 노리고 있던 커트 보네거트 아재의 <타이탄의 세이렌>인가는 누가 업어 갔더라. 이 동네에도 나랑 비슷한 책 취향을 가진 닝겡이 사는 겐가.
송도가 물가가 비싸긴 비싼 모양이다. 푸드트럭 버거하 9,800원이라니. 참, 램프의 요정을 가는 길에 버거와 프렌치 프라이를 뜯으며 후안 룰포의 <뻬드로 빠라모>를 읽고 있는 독서중독자 1人을 발견했다. 동족을 만나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카메라가 마려웠으나 동족인 독서중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싶어 참았다.
아무리 둘러봐도 사람을 잘 찾아 볼 수 없는 촌마을인 우리 동네와 달라, 마음이 흐뭇해졌다. 6시,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술집으로 카페로 식당으로 그들의 발걸음에 보기에 참 좋았더라.
그리고 나서 한 6시 18분 정도에 송도 탈출에 나섰는데 예상 그대로 도로는 헬게이트가 이미 열려 있었다. 먼저 출발한 동료들에게 도로 사정을 물으니 교통사고까지 나서 멍멍이판이었다고. 송도국제교부터 신시아까지 빡쎘다. 여길 매일 같이 다닐 생각을 하니 좀 갑갑했다. 집에 다 와서도 톨게이트에 밀린 차들을 보고 한숨이 나왔지. 난 우회전만 하면 되는데 나의 앞길을 왜 이렇게 막는 거지.
그동안 걸어 다니고, 버스 타고 다니고 하다가 이제 짤 없이 매일 같이 두 시간 운전을 할 판이다. 거지같다.
[뱀다리] 참, 시인이라기 보다 기인이라고 부르고 싶은 부카우스키 양반의 시집을 기대 이상이었다. 산문시인가? 미국 서점에서 가장 많이 털리는 작가라고. 아니 돈 주고 사가면 되지 또 털어가는 건 뭐람. 문득 원문시는 어떤지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