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드디어 그동안 벼르던 미러리스 카메라를 하나 샀다.
당근으로.
풀박에 이것저것 다 들어 있었다. 메모리 64기가는 덤으로.
소니 기종이었는데, 생각보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작았고 가벼웠다.
그동안 무거운 녀석들만 상대하다가 훨씬 경량의 카메라를 만나니 신기했다.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나가 떨어지고 오늘 아침에 사진이나 몇 컷 찍어 보려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니 안된다. 이런!!!
알고 보니 배터리가 방전된 거였다. 부랴부랴 충전기를 돌려 보니 카메라가 정상적으로 작동된다.
그 카메라로 나의 작은 정원을 담아 봤다.
인근 공원에서 퍼온 녀석인데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이름은 물론 모른다.

지난 초봄에 화원에서 사온 딸기다.
인별그램에서 보니 상한 딸기에서 씨를 발라서 딸기를 키우는 녀석도 있던데...
그건 고수에게나 가능한 일이고 나는 그냥 사서 기른다.
인접한 화분에 딸기 씨가 날아 갔는지 비슷하게 생긴 녀석이 마구 자라나고 있다.
신기한 일이다.
하긴 클로버도 어디에서 딸려 와서 나의 화분들을 점령해가고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작은 손가위로 가차 없이 잘라 내고 있다.
원하지 않는 잡초-랄까.

물 잡아 먹는 귀신이라는 나의 아보카도가 아주 잘 자라고 있다.
볼수록 신기하다. 수경재배 한답시고 이쑤시개에 꽂아둔 다른 녀석들은 모두 장렬하게 산화했는데... 이 녀석만 독야청청 살아 남아서 나의 작은 정원을 장식하고 있는 중이다.

요 녀석은 단풍이.
처음에 데려다 이식했을 적에는 좀 비리비리했었는데, 다시 기운을 차린 모양이다.
이렇게 작은 녀석이 큰 단풍으로 자란다는 게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우리집에서도 그렇게 크게 자라려나?

북플 친구분이 작약이랑 치자나무를 추천해 주셔서 고민하다가 상대적으로 좀 싼 치자나무를 하나 들였다. 작약은 이 녀석에 비해 한 시세가 세배 정도 하더라.
요즘 작약철이라 우리 동네 천변에 작약이 만발했다. 이따 새로 산 카메라 들고 사진이나 찍으러 나가야겠다.
언제 피었는지 몰랐던 하얀꽃은 금세 져 버렸다.
다른 녀석들도 곧 피길 기대해 본다.

명색이 책쟁이의 북플인데 책 이야기가 빠지면 안되니.
지난 주에 램프의 요정에 가서 그동안 차곡차곡 모은 이음카드 포인트로 산 책이다.
산 날부터 읽으려고 했는데 결국 그 날 찾지 못하고 다음날부터 읽었다지.
모두 11개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두 번째 이야기는 어디선가 읽은 느낌이 든다.
홀로 낚시를 하러 갔다가 사슴 사냥에 나온 아이들에게 봉변을 당할 뻔한 미스터 해럴드. 그대로 꼬맹이들의 총에 맞아 죽었어도 아무 할 말이 없는 그런 어이 없는 상황. 총기 사고가 매일 같이 벌어지는 미국의 일상을 저격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마지막 컷은 어지러운, 아무런 생각 없이 배열된 나의 책장 일부다.
물론 바닥에는 더 많은 책들이 깔려 있다.
이번 회사 이사하면서 회사에 비치해 두었던 책들까지 당겨 놓았더니 더 늘어났다.
책 줄이기 프로젝트는 쉽지 않다. 여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