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노동절이다. 그래서 쉰다.

아침부터 마음이 분주하다. 어제부터 집안 대청소에 들어갔다.

50리터 쓰봉에 신발장에 들어 있는 안신는 신발들부터 정리했다. 왜 이렇게 버릴 게 많은지. 이번에 회사 이사하면서 불필요한 것들은 그때그때 정리해야 한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됐다. 그리고 보니 어제도 회사에 가서 종이상자들을 왕창 내다 버렸다. 너무 오래된 그런 자료들.

 


오늘부터 이반 골이라는 작가의 <소돔 베를린>을 읽고 있다.

세계대전 이전, 잘 나가던 시절의 독일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고. 독일 대학생 오데마 뮐러가 학창 시절을 보낸 본에 대한 묘사가 등장한다. 소위 잘 나가는 인싸 대학생이었나 보다. 결투를 하다가 얼굴에 기스도 나고. 그러다가 솔메이트 빌헬름 반더도 만나고. 결국 모든 것을 끝장내기 위한 전쟁인 1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총동원령이 발령된다. 그 다음에는 다시 191811. 아마 종전시기로 보인다. 일단 여기까지 읽었다.

 

지난 달, 독서 실적은 저조했다.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았달까. 책은 곧잘 사고 이 책 저 책 읽기 시작한 책들은 제법 되자만 막상 끝낸 책은 몇 권 되지 않는다. 권수 채우기 위해 안달복달할 필요도 없고. 뭐 그래서 그냥 되는 대로 읽었다.

 

어느 신문에 전임 대통령이 책방을 냈다는 기사와 함께 왜 그 시절에 도서정가제를 실시하지 않았냐는 어느 대학교수의 칼럼이 실렸다.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시절에, 도서정가제만 실시하면 모든 이들이 책 읽기에 미친 듯이 나설 거라는 출판계의 모든 문제들이 도서정가제 하나로 해결될 거라는 자가당착적인 망상에 그만 할 말을 잃었다.

 

차라리 그럴 바에야 전국민 대상으로 책읽기 캠페인을 하던가. 지금도 책값이 비싸다고 책을 멀리하는 이들이 많은데 도서정가제를 실시하면 결국 구조적으로 책값이 올라가는 시스템이 아닌가 말이다. 책사기에 지갑을 열지 않는 이들이 도서정가제를 한다고 너도나도 책사기에 나선단 말인가?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다. 그러니 결국 다수가 책 읽는 풍토를 만들어야 하는데, 먼저 해야할 일 대신 오로지 도서정가제만이 만병통치약인 양 말하는 이들의 논리가 참 궁색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같은 책쟁이들은 한푼이라도 책값을 덜 낼 수 있다면, 당연히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지 않을까 말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책값만 유일하게 부가세 면제 대상이라는 점도 아예 잊고 있는 모양이다. 헛소리할 시간에 다수 대중이 어떻게 하면 책을 더 읽게 만들 궁리나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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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5-01 0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 서점 가보고 싶은데, 멀더라고요… 전직 대통령이 서점지기라니 그것도 이런 시절에. 멋집니다..

레삭매냐 2023-05-01 14:47   좋아요 2 | URL
격공하는 바입니다.
아마 집 근처에 그런 서점이
있다면 가서 죽치고 있을 지
도 모르겠습니다.

stella.K 2023-05-01 09: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한쿡이 책값이 싼 나라라고 하는데 요즘엔 별로 모르겠구요 중고샵이라도 번창했으면 합니다.
서울은 책들고 무슨 광장에서 모이라고 홍보하더라구요.

레삭매냐 2023-05-01 14:48   좋아요 3 | URL
예전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동의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책값이 배송료 정책 때문에
더 오른 게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해보게 됩니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행사장
으로 뛰쳐 나갔겠지만 이젠
늙어서 그런 열정이 다...
책 들고 광장에 모여 보고
싶네요.

stella.K 2023-05-01 14:53   좋아요 1 | URL
ㅎㅎㅎ 더 늙으면 더 못 가십니다.
조금이라도 덜 늙었을 때 다니십시오.^^

cyrus 2023-05-01 16: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만, 출판사들이 책을 잘 만들어야 해요. 그런데 기본을 안 지키는 출판사들이 있어요. 구판 내용을 고치지 않은 개정판을 정가(구간보다 인상된 책값)로 파는 것은 독자를 속이는 짓이에요. 그래서 저는 독자들이 그런 질 떨어지는 책을 사지 않도록 알려줄 수 있는 서평을 쓰고 싶어요.

레삭매냐 2023-05-05 08:36   좋아요 0 | URL
싸이러스 브로가 말씀해 주신
부분이 어느새 출판사의 유행
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재개정판이 나오는 거에는 찬성
하지만, 역자를 그대로 기용해서
내는 걸 보면 과연 -

합리적 의구심이는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2023-05-07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