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가 귀엽고, 서재 친구분들의 추천이 있어서 읽었는데 손에 들고 보니 뉴베리상 수상작이고 (오호?!!!), 올컬러 그래픽 노블이고 (앗싸) 특별한 아이의 이야기라고 했다. 하늘색 표지에서 '원더'를 떠올리게 된다. 


네 살의 시시는 뇌수막염을 앓고 나서 청력을 잃는다. 시시가 보청기를 착용하고, 달라진 자신과 주변 사람들, 소통과 태도의 문제를 하나씩 소재로 삼아 시시의 유치원, 초등학교 입학에서 5학년까지 성장의 이야기를 담는다. 


장애를 가진 상대를 얼마나 '특별'하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장애를 가진 당사자, 그것도 자신의 장애 자체를 받아들이기 부터 해야하는 어린이의 눈으로 그려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마냥 장애를 불쌍하거나 혹은 극복해야할 질병으로 치부하지 않는/않아야 하는 태도의 방법을 제시하고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제목에 드러나 있다. (그런데 나는 눈치채지 못했;;;) 엘 데포, 난청이라는 이름의 '슈퍼 파워'를 가진 히어로.


이 책이 더 '특별'한 이유는 이 책이 저자 본인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귀머거리 벙어리라는 멸칭은 피해야 한다고 아주 최근 이길보라 감독의 방송을 통해 배웠다. 이 나이에도 다른 사람들에 대해 그 존재 부터 그들의 생활 방식에 대해서 배워야 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은근 나는 '깨인' 사람이라고 자부했는데. 아직 멀었어. 


우연하게 읽게 된 귀엽고 강렬한 그래픽 노블. 친구분들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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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3-26 0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 작가 구작가가 생각나기도 하는군요 구작가는 어릴 때 귀가 안 들리게 되고, 눈까지 안 보이게 된다고 하더군요 이제는 예전보다 더 잘 보이지 않을 듯합니다 구작가가 그린 것도 토끼예요 그래서 생각나는 건지도...


희선

유부만두 2021-03-26 12:16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구작가님 검색해 볼게요.

psyche 2021-03-29 0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엘 데포가 이런 거였구나! 다른 점이 슈퍼파워가 될 거라는 작가님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뭉클해지네. 이 책 찜

유부만두 2021-03-29 16:33   좋아요 0 | URL
저도 몰랐지 뭐에요. 이건 라로님도 강추하신 책이에요. 저도 묻어서 추천을 더합니다.
 

독자는 소설을, 작가의 소설을, 작가의 인생을, 작가의 단어와 문장을, 문단과 인물들을, 행동과 묘사와 사건을 읽는다. 행간과 문단 사이의 공간을, 장 사이의 공백과 틈을 읽는다. 


인문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논문제출일을 마치며 한 학기 동안 NYU에서 교포를 포함한 미국 대학생들에게 한국어 초급 과정을 가르치는 주인공. 그는 한국의 어머니, 여동생, 동창생, (미국에서 다시 만난) 군대 후임 아는 형, 미국에 정착한 사촌 누나네 가족, 옛 여친 등과의 이야기와 수업 진도를 교차하며 풀어놓는다. 자꾸 엇갈리는 한국어와 영어, 다른 상황에서 달라지는 의미. 왜 쓰는가, 의 근본적 질문.


매끄럽고 불량해 보이지만 귀엽게 단정한 소설. 그것이 자신의 한계라고 의식하고 (경고하는) 작가 (아니고 주인공). 장강명 작가가 생각났는데 문지혁 작가는 훨씬 더 매끄럽고 더 순하다. 예측 가능한 결말에 편안하면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거의 이십 년 전 교포 학생들에게 한국어 수업을 했던 '시간'이 생각나서 (더하기 슬롯 머신 경험) 격하게 공감하면서 읽었다. 그 아이들은 나에게 과자도 카드도 주지 않았다. 그 아이들은 안녕할까. Are you in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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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9 05: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29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문지혁 <어떤 선물>

성탄 이브, 폴 오스터가 마스크를 선물한 걸까 - 조선일보 (chosun.com)



이혁진 <돼지방어>

코로나에 휘말린 19㎏ 돼지방어… 나는 ‘놈’과 바다로 갔다 - 조선일보 (chosun.com)



장강명 <또 만나요 시리우스 친구들>

코로나 뒤로한 채, 시리우스인은 고향별로 떠났다 - 조선일보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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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3 1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 내가 서재에 자주 뭔가를 올리는 이유는... 컴퓨터를 쓸 수 있다는 얘기고, 아이가 줌수업을 듣지 않고 '현실' 등교를 한다는 얘기고, 점심 급식은 피했으며 고로 기분이 좋아서 수다를 떨고 싶다는 이야기. 


하지만 이런 좋은 기분도 엉뚱한 책으로 잡치기도 ...




책과 서점을 소재로 한 sf단편집 <책에 갇히다>에서 염려하며 그려보았던 '책 없는 디스토피아'.


미래의 세상. 학교에선 가상 체험 기기와 개인용 컴퓨터 등을 사용해서 수업을 하지만 '종이책'은 없다. 종이책은 유해한 바이러스를 퍼트려 감염시키기 때문에 금지 되었고 책 소지자는 수용소에 갇히기 까지 한다. 그런데 한 어린이가 '마지막 책'을 줍고 그만 읽어 버린다. 


줄거리는 줄여 놓고 보면 더 이상 흥미진진할 수 없고 리뷰들도 좋아서 나도 낚였지만 ... 막상 책장을 열어 읽기 시작하니 더없이 엉성하고 지루했다. (어쩐지 리뷰가 다 별 다섯에 칭찬이 과했음) 


종이책을 읽어서, 재미있게 읽어서 주인공 시오는 없던 용기가 생겼다고 한다. 그 책은 (다행이다 호머나 성경이 아니었어) 우리의 전래동화집, 호랑이 이야기;;;; 에이...


다행히 어느 박사님 아저씨가 책과 '자연의 금지된 식물'을 되살릴 연구소를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책 금지 음모는 '로봇'으로 책을 대체해서 돈을 벌려는 배불뚝이 사장님 탓이었다. 얄미운 같은 반 여자 아이 주나는 알고보니 책 결사대의 일원이었고.... 그런데 주나는 가방에 인형만 셋이나 넣어 다니고, 멋 부리고, 수업 시간에는 졸기만 하는데 (알고 보니 책 복구 작업을 밤새 하느라? 피곤했어) 받아쓰기는 왜 빵점인가요. 주나가 중간 위기의 상황에서 주인공 시오를 구하는 상황은 빛났는데 평소의 주나는 그냥 멍청한 여자애, 화나면 얼굴 빨개지는 여자애인가요. 그러니 시오가 '여동생을 구하는' 오빠인 척 용기를 내는거죠. 책 바이러스 이름은 부카 바이러스인데 얘들은 약속이나 맹세는 '원주민에게서 사온 아프리카 전통 반지'에다 대고 하는 이유는 뭘까요. 어쩐지 불편한 기분이 드는 건 독자 아줌마의 편견 탓인가요. 


뻔하게도 부잣집 아이가 최신형 로봇을 갖고 다른 아이들은 그에 우루루 몰리고, 버릇 없는 로봇과 성질 나쁜 부잣집 아이는 닮았고, 책을 쫓는 북킬러들은 어째선지 공권력이 아니라 로봇 회사 소속 같이 굴고요. 주인공이 그토록 지키려는 책에선 오래된 냄새... 할머니의 된장국 냄새가 난다고...이미 다른 동화책들에서 너무나 흔하게 만났던 공식들이 재탕 삼탕 만탕이 되어서 이게 딱히 미래 같지도 않고요, 요즘 애들도 이런 엉성한 설정은 재미 없어 할 거란 말이죠. 


그리고 계속 주나가 계속 먹어대는 젤리 .... 그게 너무 맘에 걸리는 겁니다. (미래 소설에서 애들한테 알약이나 젤리 먹이지 말아요, 쫌) 정신을 깨우는, 낯빛을 바꾸는 용도 라는데 그 젤리의 성분이나 원래 목적은 끝까지 안 나오고요. 결국 책 복구 프로젝트를 하느라 어린이를 야간 노동에 투입 시키는데 임금은 제대로 줄 거 같지도 않고, 어린이의 보호자와 협의도 없고요. 차라리 종이책을 금지 하는 게 아니라 옛날 책이 엄청나게 귀하게 되어서 서로 차지하려고 겨루는 이야기를 ....아, 이미 <꿈꾸는 책들의 도시>가 있구나요. 어쨌거나 여기 엄마들은 공부 시키고 잔소리 하느라, 혹은 애들 방 청소하고 뒤지는 데는 부지런 한데, 정작 아이가 경찰들 어른들에게 부당하게 공격 당할 땐 애들 편에 서질 않고, 멀찍이서 '갠챤아'만 외치다가 어느새 사라져 버립디다? 엄마는 밥먹을 때만 나오는 밥순이 입니꺄?!!!! (울컥) 


책이 재미도 없는데 디테일 뭉게지게 엉성해 짜증이 나서 이렇게라도 풀어볼라고요. 초등 저학년 용이라는데 애들도 솔직하게 '시시해'라고 할겁니다. 근데 여러 독자님들, 왜이리 리뷰를 반짝이게 별 다섯 개씩 달아주셨어요? 속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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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3-23 0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책 좀 더 재미있는 거였으면 좋았겠네요 그런 책으로 할 만한 게 뭐가 있을지, 하면 바로 떠오르는 건 없네요 책이 없어진 세상이라니, 별로 안 좋을 듯합니다 나무를 생각하면 책을 많이 만들면 안 될 것 같기도 하지만... 오래전에는 부자만 책을 보기도 했는데, 다시 그런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희선

유부만두 2021-03-23 14:46   좋아요 1 | URL
책이 금지된 세상과 경찰/수용소 설정은 ‘화씨 451도‘가 생각났어요. 디스토피아 미래 세계의 한 버전으로 ‘책=자율성‘이 통제되는 세상이 나오는 것 같아요.

마지막 책, 으로 어떤 게 좋을까, 생각해봤어요. 책의 근원이나 시작에 의미를 둔다면 전래동화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여기선 너무 뻔한 전개를 해서 재미도 없고, 여러 불편한 부분이 많아서 실망스러웠어요. ... 지금은 부자들끼리만 알고 나누는 정보가 이미 옛날의 책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열불 나는 뉴스가 넘치는 매일입니다. 전 그저 조용히 종이책을 즐기고 싶은데 말이에요. ㅜ ㅜ

psyche 2021-03-29 05: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의 빡침(?) 이 느껴집니다. ㅎㅎ

유부만두 2021-03-29 16:3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제 빡침을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뻔하고 거져 먹으려는 심뽀가 보이더란 말이죠.
 

내 목에 채워진 그의 결혼 선물. 목에 꼭 끼는 루비 목걸이로 너비가 5센티미터라서 내 목은 마치 굉장히 값나가는 잘린 목 같았다.

공포정치 이후, 혁명 집정부 초기에 단두대를 피한 귀족들이 목에 붉은 리본을 매는 아이러니한 유행이 있었다. 칼날이 베고 지나갔을 바로 그 위치에 매는 상처의 기억 같은 붉은 리본. 그리고 그의 할머니는 이 아이디어에 끌려 리본을 루비로 만들게 했다. 아주 화려한 저항의 제스처! 




금박 거울에 비친 나를 쳐다보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경주마를 감정하는 전문가의 감식안, 심지어 시장에서 잘라놓은 고깃덩어리를 자세히 바라보는 가정주부의 눈을 하고 있었다. 난 그전까지 그의 그런 시선을 한 번도 보지 못했거나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 완전히 육체적인 탐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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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3-22 13: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앗!!! 저 책 찾으러 갑니다. 으스스한데 묘하게 끌리는 이 책 찾으러요!!

유부만두 2021-03-22 14:44   좋아요 1 | URL
으스스하고요, 묘하고요, 야해요!

Falstaff 2021-03-22 14: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앤젤라 Y. 카터.
저는 이 양반을, ‘앤젤라 엽기 카터‘라고 부릅니다. 으... 취향은 아니지만 눈에 보이면 사 읽게 되는 희한한 작가. 전 <써커스의 밤>이 더 좋았습니다만. ^^
<현명한 아이들>이란 책이 카터가 쓴 것 가운데 매우 재밌다던데 번역을 했는지 잘 모르겠군요.

유부만두 2021-03-22 14:45   좋아요 2 | URL
아, 그런가요?!!! 어쩐지 엽기스럽긴 했어요. 피해자인데 가해자의 자리에 서 있는 느낌도 들었고요. <써커스의 밤>... 장바구니에 넣습니다.

자꾸 새 책 추천하고 그러시는 거 .... 너무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 책들 언제 다 읽지요? ;;;;;

수이 2021-03-22 1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하다고 하시니........ 얼른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퍼뜩!

유부만두 2021-03-22 18:38   좋아요 0 | URL
단어와 문장이 도발적이에요. 독자를 막 째려보고 덤비는 듯합니다.

꼬마요정 2021-03-22 2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읽다가 중단한 뒤 아직도 다 못 읽었어요ㅠㅠㅠㅠ 힘들더라구요ㅠㅠㅠㅠ 유부만두님 리뷰 기다릴게용 ㅎㅎㅎ

유부만두 2021-03-22 22:37   좋아요 1 | URL
저도 표제작만 읽은 상태에요. 매우 강렬하더라고요?! 눈에 힘 주고 한 편씩 읽어보려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전래동화‘들도 다 쎈 이야기들이네요. 죽고 굶고 베고 썰고 ;;;;

psyche 2021-03-29 05: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또 찜할 책이 있네!

유부만두 2021-03-29 16:31   좋아요 0 | URL
도전적인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