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는 소설을, 작가의 소설을, 작가의 인생을, 작가의 단어와 문장을, 문단과 인물들을, 행동과 묘사와 사건을 읽는다. 행간과 문단 사이의 공간을, 장 사이의 공백과 틈을 읽는다. 


인문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논문제출일을 마치며 한 학기 동안 NYU에서 교포를 포함한 미국 대학생들에게 한국어 초급 과정을 가르치는 주인공. 그는 한국의 어머니, 여동생, 동창생, (미국에서 다시 만난) 군대 후임 아는 형, 미국에 정착한 사촌 누나네 가족, 옛 여친 등과의 이야기와 수업 진도를 교차하며 풀어놓는다. 자꾸 엇갈리는 한국어와 영어, 다른 상황에서 달라지는 의미. 왜 쓰는가, 의 근본적 질문.


매끄럽고 불량해 보이지만 귀엽게 단정한 소설. 그것이 자신의 한계라고 의식하고 (경고하는) 작가 (아니고 주인공). 장강명 작가가 생각났는데 문지혁 작가는 훨씬 더 매끄럽고 더 순하다. 예측 가능한 결말에 편안하면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거의 이십 년 전 교포 학생들에게 한국어 수업을 했던 '시간'이 생각나서 (더하기 슬롯 머신 경험) 격하게 공감하면서 읽었다. 그 아이들은 나에게 과자도 카드도 주지 않았다. 그 아이들은 안녕할까. Are you in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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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9 05: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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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9 16: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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